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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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

                                                      

 “흐흐.”

 아침에 잠에서 깬 난 남은 포인트를 보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남은 포인트는 10560 포인트입니다.」

 어제 수급한 포인트만 해도 8250포인트. 달성한 도전과제가 없었음에도 아주 무난하게 2배 가까운 포인트를 획득한 것이다.

 [어젯밤에도 좋아하더니, 오늘도 아침부터 그러고 있는 거냐.]

 “흐흐흐흐.”

 [이거 안 되겠구만.]

 브론즈 등급 설명을 보고 포인트를 더 많이 수급할 거라 기대하긴 했지만, 많아 봤자 하루에 6000포인트 정도가 한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8000포인트를 가뿐히 획득하다니. 이건 기대 이상이지 않는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이 변화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한참 신나서 침대 위를 뒹굴뒹굴하던 난 일과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또다시 7kg 감량했지만, 어제 매점에 들렀을 때 옷을 사이즈별로 하나씩 다 구입했기 때문에 오늘은 흘러내리는 바지를 부여잡고 매점에 갈 일이 없었다.

 하지만, 통장 잔고가 메마르다 못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서 카립이 아티팩트를 팔고 돈을 줘야 할 텐데.

 난 도서관으로 향했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으니 아침 식사를 먹는 대신 책을 읽기로 한 것이다.

 안톤 교감과 파비앙 교수와의 일이 있었지만, 일과를 그대로 진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미 해결할 길은 다 마련해놨고, 이제는 조금의 조미료를 끼얹는걸 해야할 뿐이니까.

 내가 여유를 잃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도서관에 들어가자 천장에서 내려온 눈부신 아침 햇살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확 트여진 공간에 채광까지 잘되어있어 너무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난 성큼성큼 걸어서 마법서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 배우지 않았던 세가지 마법. [연쇄번갯불], [얼음화살], [독침]을 마저 배우기 위해서다.

 포인트 수급도 잘되겠다.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남은 포인트는 8760 포인트입니다.」

 1800포인트가 뭉텅 깎여 나갔다. 그래도 남은 포인트는 충분했다. 이렇게 풍족할 수 있다니.

 난 상태창에 늘어난 마법들을 보았다.

 ‘한번 오늘 연습해봐야겠군.’

 어제오늘 5가지 마법을 배웠는데, 아직 연습해 본 적 없었다. 여러 개체를 공격하는 [연쇄번갯불]을 실험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다른 마법은 충분히 연습실에서 실험해보기 좋을 것 같았다.

 속성이 다른 마법.

 그것들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것. 이것을 꼭 한번 실험 해보고 싶었어.’

 난 [비행]마법을 보며 생각했다. 마력을 쓰는 마법 중에 유일하게 마법재능과 상관없는 마법.

 워낙 마력 효율이 좋지 않아, 이 마법을 실질적으로 비행용도로 사용하는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수종은 몰라도 인간의 마법사로서는 5분에서 10분 정도밖에 비행한 기록이 없었다.

 그렇기에 낙하를 하거나, 멀리 떨어진 곳을 건널 용도로 사용할 뿐이었다.

 난 궁금했다. 마력 회복 아티팩트와 부스트를 연동했을 때, [비행]마법의 마력소모량보다, 마력회복량이 더 높을지 말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순수하게 [비행]마법만 써서 날아다니는 마법사가 되는 거야.’

 대륙에서 유일무이한 마법사.

 그 생각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크흠-.”

 갑작스레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저번의 음침한 사서가 가자미눈을 뜨고 날 바라보고 있다.

 설마 방금 눈치 준건가.

 난 혹시 길을 막고 있었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나갈 공간은 충분한데?’

 혹시나 해서 옆으로 붙자, 음침한 사서가 눈을 흘기며 내 옆을 지나갔다.

 “쳇-.”

 못마땅하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뭐지?]

 “그러게 말이다.”

 솔직히 불쾌했다.

 요근래 날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확실한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주고 있었는데, 저 사서한테도 확실한 이유 하나 만들어줄까 싶었다.

 아직은 참자. 이 정도는 허용범위니까.

 이제 고대종 관련 책이나 보러 가볼까.

 그렇게 몸을 틀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포션 개론.]

 ‘포션?’

 뭔가에 이끌리듯 그 책을 집었다. 내용을 보니 포션의 성능과 레시피에 관한 내용이었다.

 빠르게 훑어보았다. 속독 스킬이 있어 다른 사람은 그냥 빠르게 종이를 넘기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아니, 이건?’

 체력회복에서부터 마력회복까지, 심지어 육체능력 강화 포션까지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데도 부스트가 적용된다. 그렇다면 포션도 내 부스트에 적용되지 않을까?

 [포션에 관심이 있는 거야?] 

 “구할 수 있어?”

 [만들기가 힘들지, 포션을 제작할 수만 있다면 싸게 구할 수 있어. 교원들은 학교에서 관리하는 약초밭에 가서 재룟값만 내고 포션만들어서 쓸 수 있거든. 아, 직접 쓰라고 허용해주는 거니, 포션 만들어도 밖에 팔면 안 된다. 걸릴 경우 인사점수에도 크게 불이익받고, 벌금도 내야 해.]

 아티팩트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거군.

 뭐, 그건 진짜 그냥 돌에다가 하는 거니.

 “어차피 직접 사용할 생각이었어. 약초밭은 어디 있는데?”

 [골든 그리폰 우리랑 반대 방향에 있어. 나중에 갈 때 안내해 줄게.]

 “알겠어.”

 난 다시 책을 꽂아놓고, 고대종의 책을 찾아 빠르게 몇 권 읽고 도서관을 나갔다.

 그리고 공터를 가로질러 약초밭에 도착했다. 약초밭이라는 이름에서 소박한 인상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일까. 규모가 작을 줄 알았는데 무척 거대했다.

 이제는 놀랄 것도 없지. 이 학교에 작은 건 없는 것 같으니까.

 비닐하우스 같은 건물이 아니라, 그리폰 클럽 우리와 같이 흰색 건물이었다. 난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여기도 도서관처럼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채광이 들어와 기르고 있는 약초에게 빛을 비추어주었다.

 들어가자마자 저 화단에서 꽃을 관찰하는 노교수가 보였다. 여기 담당 교수인 걸까.

 “실례하겠습니다.”

 “응? 자넨 누군가?”

 “아 저는 아서조교라고 합니다. 잠시, 포션을 정제할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요.”

 “아, 아서 조교.”

 노교수가 내 말에 누군지 알겠다는 듯 입을 벌리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랬던가 하며 중얼거렸다.

 난 약초밭을 구경해보았다. 밭이라기보다 규모도 크고 깔끔한 흰색건물로 지어져 깨끗하게 관리되어있는 걸 보니 수목원이나 연구시설 같았다. 

 그렇게 돌아보는데 바로 내 옆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타티아나?”

 포니테일머리의 시원하게 생긴 구릿빛 피부의 미녀. 타티아나였다. 여기에 왜 있지 싶었는데, 그녀가 약초학 조교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타티아나는 날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내가 걸어갈 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 굳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손을 대고 있는 탁상에서 붉은빛이 요동쳤다.

 순간, 뒤에서 노교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타티아나! 조심하게!”

 “네?”

 펑-!

 그와 함께 탁상 위에 있던 그릇이 폭발했다.

 “꺅!”

 난 넘어지는 타티아나의 손목을 빠르게 잡았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내 쪽으로 당겼다. 부드럽다기보다 탄력 있는 여체가 내 몸에 폭 안겨 왔다. 난 타티아나의 단단한 양어깨를 손으로 꽉 잡았다.

****

 내게 안긴 타티아나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좋은 향이 확 코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내게 안겨있었다.

 “...... 아.”

 “좋은 아침이야.”

 탄성과 함께 타티아나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 모습에 야릇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잠시 멍하니 날 바라보던 그녀가 흠칫 놀라더니, 내 손에서 벗어났다.

 “여, 여긴 무슨 일이야.”

 많이 놀랐는지 평소와 같은 털털한 목소리가 아니라, 간드러진 고성을 내며 물어왔다. 타티아나의 얼굴도 약간 상기되었다. 성적긴장감이 우리 사이에 피어났다.

 난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에 웃으며 대답했다.

 “말했잖아. 포션 만들러 왔다고.”

 “포션을?”

 타티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티아나 조교. 괜찮은가?”

 멀리서 노교수가 달려와 타티아나를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아, 교수님. 전 괜찮습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에고 조심하시게.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하다니 무슨 일 있는가?”

 그 말과 함께 나를 바라보았다. 타티아나랑 무슨 사이인 것인지 알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방금 안겼던 것도 그렇고, 우리 사이의 기류도 그렇고 뭔가 이상했기에 그렇겠지.

 “자네가 레온 밑에 있는 그 조교가 맞나?”

 그 조교의 ‘그’를 말할 때 묘하게 힘을 실어 물어왔다. 하지만, 어투는 딱히 다른 감정이 실려있지는 않았었다.

 “예, 레온 밑에 있는 아서조교가 맞습니다.”

 “허허, 맙소사. 살을 아주 많이 뺐구만. 못 알아 볼 뻔 했어. 아니, 못 알아봤지. 그보다, 포션을 만들고 싶다고?”

 노교수는 인상만큼이나 어투도 인자했다. 마치 시골집에 가면 있는 할아버지만큼 친근감 넘쳤달까. 교수진 중에서 이런 반응은 레온과 교장 제외하고는 처음이라 무척 신선했다.

 아서를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군.

 “실례가 아니라면요.”

 “실례일 것까지는 없지. 재룟값만 낸다면, 언제든지 와서 만들어도 괜찮네.”

 그렇게 말하고는 노교수가 타티아나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약간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타티아나 조교랑 친한 것 같으니 잘 되었구만. 타티아나 조교가 잘 안내해주게.”

 “교, 교수님? 친하다뇨. 아니에요. 제가 왜 얘랑-.”

 타티아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노교수가 타티아나의 귀에 뭔가 속삭였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아주 크게 떠지면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교수님 아직 저 알하고 사귀고 있다고요!”

 “허허허허. 알겠어, 알겠어.”

 그렇게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다시 자신이 관찰하던 화단으로 돌아갔다.

 타티아나는 눈을 내리깐 채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입에 바람을 잠시 집어넣더니, 이내 고개를 도리질하고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털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갑자기 웬 포션?”

 “학교 교원들은 재룟값만 내면, 텃밭에 있는 재료로 포션을 만들어도 괜찮다며?”

 “그건 그렇긴 한데...... 네가 포션 만들 줄 안다고?”

 명백한 무시, 타티아나의 말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만들 줄 아냐고? 당연히 모르지.

 “대충은 아는데 말이야. 혹시 네 시범을 봐도 괜찮을까?”

 “시범?”

 타티아나가 못 마땅하다는 듯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난 그런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가갔다.

 “왜 안돼?”

 “자, 잠만. 거기서. 다가오지말라고.”

 내가 다가가자 의식하고 소녀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역시 귀엽단 말이지.

 “알겠으니 멈춰!”

 “좋아.”

 타티아나가 손으로 자기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내 뒤를 흘깃하며 눈치를 보았다. 한번 뒤돌아보았더니 노교수가 우릴 보며 웃고 있었다.

 “후-. 이리와.”

 그렇게 말한 타티아나는 뭔가 몇 가지 재료를 챙겨 그릇에다 담아놓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룬]에 손을 올렸다.

 성이 난 듯 설명도 안 하고 일사천리로 포션을 만들어갔다. 타티아나의 얼굴이 진지해지자 탁자 위 그릇에서 붉은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때다.’

 난 타티아나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쳐 올렸다.

팟-.

 「미습득 기본 마법 – [포션제작]을 감지합니다.」

 “꺅!”

 타티아나가 흠칫 놀라 손을 빼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뭐하는 짓이야 이게!”

 절제 없는 고성이 약초밭에 울려 퍼졌다.

 “아, 미안 예뻐 보여서”

 그 말에 타티아나가 뭔가 머릿속에서 펑 터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잠시 넋 나가 있을 때 난 창을 띄웠다.

「 포션제조 – 베이직 스킬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스킬을 개방할 경우 600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현재 포인트 8760)

- 재료와 마력을 이용하여 포션을 제작합니다.

- 포션을 마실 경우 재료를 알 수 있습니다.

- 제작에 성공한 포션의 레시피가 시스템에 등록됩니다.

- 부여하는 마력 양에 따라 포션의 효과가 결정됩니다.

(알림 - 플레이어 [마법] 랭크 D 입니다.)

lv. 강화불가 」

 ( Y / N )

 「 [ 포션제조 – 베이직 스킬 lv. 강화불가 ] 를 배웠습니다. 」

 「남은 포인트는 8160 포인트입니다.」

 좋았어.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스림 리마스터가 스팀에 잠자고 있는데, 

이계마법교사 완결 내고서야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때쯤에는 모드도 많이 나와 있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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