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들의 계절 (12)화 (12/256)



〈 12화 〉우리들의 계절

근친의 세계는 무서운 것이었다.
그 몰입감과 흥분감은 정말 엄청났다.
강준은 지금까지 꽤 많은 야동을 봤다고 자부하며 일일 삼딸을 시전하던 것이 근친 야동과 망가를 보게 되면서 체력이 떨어져 헐떡일 때까지 자위를 하고는 했다.

내용은 또 어찌나 많은지, 엄마와 아들은 기본이고, 아빠와 딸, 할아버지와 손녀, 동생과 누나, 오빠와 여동생, 시아버지와 며느리, 이모와 조카, 사위와 장모, 시동생과 형수 등등 정말 종류가 셀  없을 정도로 많았다.
물론 당연히 강준이 현재 가장 인상 깊고, 자극적이게 찾아보는 것은 엄마와 아들에 관한 것이었다.

김진수는 그 다음 날도 강준에게 USB를 하나, 능글맞게 웃으며 건네주었고, 거기에는 작가별로 파일링 된 근친 관련 망가들이 정말 꽉꽉 채워져 있었다.
집에 와서 컴퓨터로 USB를 열어본 강준은  엄청난 양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김진수 미친.. 새끼..’가 입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강준은 이런 자료를 마구 건네주는 김진수가 혹시 자신을 변태로 만들려고 그러나 하는 의심이 들면서 왠지 김진수의 건드리지 말아야  부분을 건드린  아닌지 살짝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손은 첫 번째 폴더를 열어 망가 파일을 열고 있는 강준이었지만..

강준이 이렇게 모자 근친에 몰입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엄마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바보 멍청이는 아니었다.
이건 순수하게 취향이었다.
같은 환경에 자라 온 형제조차도 누구는 고기를 좋아하고, 누구는 생선을 좋아하듯이 취향이 다른데, 근친이라는 것도 다른 장르의 야동보다  강준을 흥분되게 하는것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야동과 망가를 보면서 ‘나도 엄마에게 저렇게 해 봐야지’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총 쏘는FPS 게임을 좋아한다고 그 사람이 진짜로 총 들고 길거리로 나가서 사람을 쏘는 것 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게임이니까, 그리고 그런 장르를 좋아하니까 그걸 재밌게 즐기면서 하는 것뿐이다.
물론 어떤 미친 것들은 그런 게임이 사람의 폭력성을 길러서 범죄를 저지르게 한다고 헛소리를 하기는 하지만, 당연히 말이  되는 소리 아닌가?

강준에게 모자 근친이라는 장르는 그런 게임과도 같은 것이었다.
좀 더 흥분하고, 집중해서 자위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지 진짜로 그걸 보면서 친엄마가 여자로 보인다거나 엄마를 보면서 흥분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수희의 가슴골이나 하얀 허벅지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엄마라서 눈이 가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남자와 다른 허여멀건  여체가 보이기 때문에 혈기왕성한 남자라면 당연히 보일  있는 반응일 뿐이었다.

이제 18살밖에 안 된 강준이, 더구나 아직 총각 딱지도 떼지 못한 강준이라면 여자의 몸에 얼마나 관심이 많겠는가?
오히려 강준이 다른 남자 놈들처럼 엄마 팬티나 브래지어에 몰래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 김진수에게 근친 야동과 망가를 잔뜩 넘겨받은 강준은 요 며칠 정말 미친듯이 자위를 했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조금만 보고 자야지 하면서 손으로 자지를 쓰다듬고 있으면 어느새 정액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렇게 정신을 차리면 시간은 새벽 3시, 4시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강준은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폐인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근친을 끊자니 이미 그 깊은 맛을 알아버렸는데 절대 끊을 수는 없었고, 대신 조금 줄이고 균형 잡힌 생활을 하자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강준은 오랜만에 태권도 도장에 왔다.
남자는 튼튼해야 한다고 엄마가 초등학교 때부터 보냈던 태권도였다.

보통은  근처에 있는 작은 태권도장에 보내기 마련이건만, 수희는 이왕 보내는 것 제대로 된 곳에 보내고 싶다고 집에서 지하철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성인반까지 있는 대한태권도협회 공식 도장에 보냈었다.

강준은 그곳에서 작년 말까지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대학 입시에 집중하겠다면서  이상 도장에 나가지를 않았었다.
하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운동을 하던 곳이었고, 폐인 같은 밤 생활을 벗어나 보고자 운동을 하려고 하니 강준이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이 당연히 태권도장이었던 것이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강준이 도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창 꼬맹이들을 가르치고 있던 덩치가 곰만  남자가 강준을 돌아보았다.
그 남자가 관장인지 강준은 그 남자를 향해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오. 그래. 우리 강준이 오랜만에 왔네. 인마. 얼굴 잊어버리겠다. 관비 안 받을 테니까 자주 와서 몸도 풀고 가고 그래.”

“네. 관장님.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오호. 그래? 그러면 가끔 와서 애들 좀 가르치는 건 어떠냐? 요새 내가 있지..”

 곰처럼 덩치가 큰 관장님은 성격도 좋고, 실력도 좋은데 딱 한 가지 흠이 바로 저 수다다.
입이  번 열렸다 하면 닫힐 줄을 모른다.

“관장님.  도복 아직 그대로 있죠?”

“응? 응..”

“그럼 얼른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강준은 관장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얼른 관장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탈의실로 들어가버렸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강준은 관장님 생각에 피식 피식 웃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무서웠던 관장님인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관장님을 은근슬쩍 놀려먹는 게 꽤 재미있었던 것이다.

강준도 관장이 왜 저렇게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목을 매는지  알고 있었다.
강준은 작년 말로 태권도 5단이 되었다.

보통 4단 이상은 성인이 되어야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보다 특별했던 강준은 그 엄청난 실력 덕분에 성인이 아님에도 혜택이 부여되어 5단 심사를 받을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대한태권도협회에 높은 위치에 있던 관장님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복으로 환복하고 나온 강준은 한쪽으로 가서 몸을 풀었다.
저쪽에서는 아이들이 신 나게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운동장만큼 넓은 체육관이라 강준이 있는 쪽은 성인들이 운동하는 곳으로 아직 사람이 없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강준은 자세를 잡고 천천히 태극 1장부터 품새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강준의 품새 시전은 절대 빠르지 않았다.
누가 보면 장난하나 싶을 정도로 느리게 보였지만, 지르기 하나, 발차기  동작도 허투르지 않았고, 힘과 절도가 느껴졌다.

강준이 태백까지 마무리하고 정자세를 잡으면서 호흡을 길게 내뱉자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강준이 깜짝 놀라 쳐다보자 관장님을 중심으로 꼬맹이들이 우르르 몰려서 강준을 쳐다보고 있었고, 강준의 품새 시전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아이들이 꿈쩍도 않고 그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관장님은 그런 강준을 보며 흐뭇한 얼굴로 웃고 있었고, 강준은 괜히 뻘쭘해져서 얼른 샌드백 쪽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강준의 발차기가 시작되었다.
샌드백을 놓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앞차기, 옆차기, 높여 차기, 이단 차기, 삼단 끊어 차기 등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눈에 보이지도 않은 현란한 발차기가 펼쳐졌다.
그런 발차기가 샌드백에 닿을 때마다 샌드백에서는 퍽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저쪽에서는 아이들의 ‘우와’하는 감탄의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땀을  바가지는 흘렸을 정도로 정신없이 운동을  강준이 벽 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으며 물을 마시는데 관장님이 다가왔다.

“강준아. 진짜 국가대표 할 생각 없냐? 네가 한다고만 하면 진짜 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떼 놓은 당상인데.. 응?”

“에이. 관장님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전 그냥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거지 그렇게 올림픽 같은데 나갈 생각 없다니까요.”

“하아. 진짜 아깝다. 강준이 너는 진짜 내가  누구보다도 태권도를  하는데.. 그러면 강준아 매일 아니어도 좋으니까 이렇게 도장에 나와서 우리 애들 좀 가르쳐라. 그리고 겨루기도 좀  주고.. 응? 그건  되겠냐?”

“음. 그것도 확답은 못 드리겠네요. 저도 이제 대학 입시 준비해야 돼서.. 그것 때문에 도장도 그만둔 거잖아요.”

“에잉. 나쁜 놈. 너 정말 이러기냐?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그러지 말고 가끔이라도 와서 성인반 애들 겨루기라도 해줘라? 응?”

덩치는 산만큼 크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아저씨가 강준에게 매달리다시피 엉겨 붙었다.

“으으. 이거 놓으세요. 알았어요. 알았어. 관장님 말씀대로 할 테니까 이러지 마세요. 으으. 닭살..”

“크하하하.. 역시 우리 강준이가 그럼 그렇지. 좋다. 오늘부터 하자.”

“네? 뭘요?”

“뭐긴 뭐야. 겨루기지. 이제 곧 성인반 애들 올 시간이니까 조금만 있다가 겨루기 좀 하고 가라.”

“우와. 무슨 그런.. 저 벌써 몇 시간이나 있었다고요. 이제 샤워하고 집에 갈 생각인데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세요?”

“됐고.. 인마. 너도 대련오랜만이잖아. 기다렸다가 몇 타임만 하고 가.”

그리고 강준의 대답도 듣지 않고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떠 버리는 관장님이었다.
강준은 어이가 없었지만, 오랜만에 도장에 와서 샌드백도 두드리고 땀을 흘리니 기분도 좋았고, 솔직히 겨루기를 한다고 생각하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정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미친듯이 좋아했던 태권도였다.
처음에는 비슷한 나이 또래 애들하고 뛰어다니는 게 좋아서 시작했던 운동이 어느새 재미가 붙었고, 점점 발차기  실력이 늘어가자 겨루기를 했었다.
겨루기를 하면서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때리기도 하면서 결국 이겼을 때의  짜릿함이 결국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태권도를 놓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태권도에 빠져서 살다 보니 어느새 강준의 겨루기 실력은 성인 유단자들도 이기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관장님은 국가대표를 해 보자며 끈질기게 권유를 해왔던 것이다.

잠시 땀을 식히며 어렸을 때 생각을 하던 강준은 초등학교 6년 내내 같이 붙어 다녔던 친구가 생각났다.
어쩌면 이렇게 태권도에 정을 붙인 것도 그 친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학교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랐지만, 매일 도장에 나오면  친구가 있었다.
같이 태권도도 배우고, 겨루기도 하면서 강준은 그 친구가 너무나 좋았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더 이상 도장에 나오지 않게 된 그 친구는 강준과 헤어지면서 영원히 우정이 변치 말자고 강준을 안고 엉엉 울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후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고, 나중에는 집 전화번호까지 바뀌어서 아예 연락이 끊어져 버려 더 이상 만나지는 못하게 되었다.

강준은 오랜만에 도장에 나와서 그런지 이상하게 ‘최정욱’이라는 이름의 그 친구가 무척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강준아. 뭘 그렇게 멍하게 앉아있어?  여기 호구다. 입고 준비하고 있어.”

관장님이 강준에게 다가와 품에다 두꺼운 보호구를 툭 던지고는 또다시 음흉하게 웃으면서 사라졌다.
강준은 호구를 만져보며 피식 웃고는 하나씩 입으며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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