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들의 계절 (182)화 (182/256)



〈 182화 〉우리들의 계절

‎‎노‎‎벨피‎‎‍아‎‎ ‍소설‎‎ 무‍‎‎료‍ ‎‎다운로드
‍h‍t‎‎tp‍s‍:/‍/‍t.m‎‎e/‍Nove‎‎‍lP‍i‍a‎‎S‍h‎‎a‍re

주말이 지나고, 며칠이 흘렀다.

수희는 오랜만에 백화점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최근 왠지 이상하게 강준의 태도가 예전만 하지 못한  같은 느낌이 들었고, 수희는 6월말이 가까워 오면서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자 강준이 체력이 달려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희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지난 일요일이었다.
강준이 담임 선생인 조여정의 저녁 식사 초대를 다녀온 다음날, 강준은 웬일인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뭘 하고 있나 궁금해진 수희는 간식을 준다는 핑계로 강준의 방에 들어가 보았지만, 강준은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왠지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수희는 일요일인데 방에만 있는 강준의 모습에 평소와는 다른 위화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밤이었다.
어제는 외국에서 온 바이어 접대를 한다고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 이정권이 이날은 오후에 집을 나가더니 얘기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희는 당연히 이정권이 집에 없으면 강준이 자신을 덮칠 줄 알았다.
그리고 은근히 강준이 덮쳐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정성껏 샤워도 했고, 밤에는 평소에 입지도 않는 야한 슬립까지 입고 강준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웬일로 강준은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
아니 저녁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이후로는 아예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평소 같으면 수희 옆을 맴돌며 조금이라도 더 수희의 몸을 만져보려고 하고, 이정권이 안 들어오는 것을 알았으면 짐승으로 변해 덤벼들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강준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날 수희는 강준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별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이것이 정상적인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수희는 강준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강준은 평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평소라면 현관문을 열기 바쁘게 수희를 부르며 허겁지겁 뛰어와 수희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으며 사랑한다고 말을 하며, 손으로 온몸을 주무르고 난리를 쳤을 텐데, 왠지 강준은 현관에서 수희를 찾지도 않고 천천히 집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마중 나온 수희에게 싱긋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가 아닌 뽀뽀를 해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뭔가 차분해진  같은 강준의 모습이 살짝 낯설기도 했지만, 수희는 이건 이것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고,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오늘은 강준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아 있나 보다 하고 쉽게 여기고 넘어갔다.

강준이 자신의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수희는 평소처럼 자신이 머물고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이불을 깔고 다소곳이 강준을 기다렸다.
강준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바로 섹스를 하는 것은 벌써 두 사람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샤워를 마친 강준이 수희가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모자가 아닌 사랑하는 연인처럼 뜨겁게 사랑을 나눴다.
강준의 뜨겁고 커다란 자지, 수희를 잡아먹을 것 같은 지칠 줄 모르는 정력 등 섹스를 하는 강준의 모습은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강준은 이상하게 너무나 상냥했다.
평소에는 거칠 것 없이 자신을 물고, 빨고, 들었다 놨다, 벌렸다 엎었다 하는  장난감 다루듯 다루던 강준이었는데, 오늘은 마치 깨지는 인형을 다루듯이 너무나 조심스럽게 다루었고, 키스도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가지 이상하게 느껴진 점은 강준이 갑자기 콘돔을 끼고 섹스를 한 것이었다.
수희 자신이 준비한 것이 아니었고, 집에 콘돔도 없었기 때문에 분명 콘돔은 강준이 집에 올 때 미리 사온 것일 것이다.


갑자기 콘돔을 왜 사온 것일까?
수희는 갑자기 콘돔을 끼고 섹스를 하는 강준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강준이 주는 죽을 것 같은 쾌락은 여전했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을  수가 없었다.


수희는 평소에 짐승 같은 강준도 좋았지만, 오늘처럼 부드럽고 상냥한 강준도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로 사랑 받고, 대우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더 강준이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피임을 하려고 하는 강준이 뭔가 생각이 깊어진  같아서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그러나 수희가 가장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섹스를 마치고 난 후였다.
평소 같으면 강준은 섹스를 마치고 나서도 수희에게 꼭 붙어서 어떻게든 한  더 하려고 애교를 부리고, 앙탈을 부리기도 하고, 수희의 몸을 주무르며 한시도 가만 놔두지 않았었다.
그러면 수희는 강준에게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때론 달래기도 하고, 때론 엄한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강준의 성욕을 컨트롤 해 왔었다.


그런데 이날은 강준이 사정을 마치고 나서 한참 동안 수희의 몸 위에서 호흡을 고르더니 수희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하고는 ‘사랑해. 엄마.’라고 한마디 하고는 벌떡 일어나 정액이 가득 든 콘돔을 빼서 휴지에 싸 정리를 하고는 바로 씻으러 방을 나가버린 것이었다.

수희는 순간 강준이 이제 자신의 몸에 흥미를 잃어버린 건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조금 전 나눈 아들과의 섹스를 돌이켜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의 보지 속으로 파고드는 강준의 자지는 여전히 강력한 전차와 같았고, 한 순간도 자신의 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키스를 하며, 손으로는 자신의 몸을 쉬지 않고 만져 대는 것을 보면 강준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변한 것 같기는 했지만, 오히려 긍적적으로 변한 것 같은 강준의 모습에 수희는 웃으며 이날은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변한 것 같은 강준의 모습은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성숙해진  같은 모습, 조금 더 젠틀하게 수희를 대하는 모습, 섹스를 할  꼭 콘돔을 챙겨오는 것, 섹스가 끝나면 더 이상 달라붙지 않고 깔끔하게 방을 나가는 모습 등, 수희는 그런 강준의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왠지 점점 낯설게 느껴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섹스를 마치고  강준은 저녁 시간에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책을 보며 공부를 했다.
물론 가끔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게임 하는 시간도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것을 수희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수희는 그런 강준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수희는 분명 강준이 자신에게 마음이 식은 것 같지는 않는데, 강준이 왜 갑자기 변한 것인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강준에게 물어보면  일이었지만, 수희는 왠지 강준에게 이유를 묻는 것이 두려웠다.

이제는 오히려 수희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버린 강준이었다.
아들이지만, 아들이 아닌 남편이고, 애인이고, 너무나 든든하게 의지하고 있는 남성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게 되어 버린 강준에게 변하게  이유를 물었을 때, 그의 입에서 혹시라도 다른 여자가 생겼다거나, 수희에게 흥미가 줄어들었다는 대답을 듣게 될 수도 있는 것이 수희는 너무나 두려웠다.

다른 여자라면 이미 김미주가 있지 않느냐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수희는 솔직히 김미주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일단 외모로 봤을 때, 자신이 나이 어린 김미주 보다 더 예쁘다고 자신할 수 있었고, 그런 김미주 보다는 강준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강준이 자신과 매일 학교 마치고 섹스를 하게 되면서 강준이 더 이상 김미주와 만나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번에 친한 언니였던 전소영 사건도 있고, 집에도 방문했었고 엊그제 저녁 식사 초대에도 다녀온 담임 선생인 조여정도 그렇고, 강준을 노리는 여자들은 너무나 많았다.
언제 어디서 수희 자신보다 젊고, 예쁜 여자가 나타나 자신의 강준을 뺏어갈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강준이 자신에게 이제 흥미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수희는 그것이 더 불안했다.
그리고  소리를 강준의 입으로 듣게 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감히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고 수희가 내린 결론은 그냥 강준이 날씨가 더워져서 체력이 조금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자기 합리화였고, 어설픈 변명이었다.


이제는 남자로서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버린 아들 강준이, 수희는 그렇게 강준의 눈치를 살피며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신이 더 잘하면 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엄마로서 강준의 건강도 더 챙기고,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넘어가지 않도록 애인으로서 강준에게 섹스도 더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에 장을 보던 집 근처 대형마트가 아닌 멀리 시내에 있는 최고급 백화점에 와서 강준에게 먹이려고 최고급 재료로 장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수희는 천천히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유통기한은 어떻게 되는지, 식재료 안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은 어떤지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채소 코너를 지나  육류 코너로 들어서던 수희는 이쪽으로 카트를 밀며 다가오는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 제자리에 서고 말았다.


“수. 수희야.”

“언.. 니.”


그 여자도 수희를 보고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서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전소영이었다.


전소영과 강준의 일로 다투고 헤어진 지 벌써 한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전소영.
가슴이 조금 깊게 파여 있어서 여전히  압도적인 가슴이 도드라져 있고, 잘록한 허리 라인,  빠진 다리 라인은 무척 섹시한 느낌이 들고는 있었지만, 전소영의 얼굴은 한  사이 수희가 보기에 너무나 티가  정도로 수척해져 있었다.


 여인은 잠시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수희야. 그 동안 잘 지냈어?”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전소영이었다.


수희를 당황한  바라보고 있던 전소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수희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전소영은 입가에 뭔가 자조적인 웃음을 작게 지었다.


전소영이 바라본 수희는 한 마디로 빛이 났다.
시원해 보이는 베이지 색 정장 바지에 위에는 산뜻한 티셔츠만 입고 있는 수희였지만, 저 모습이 어떻게 38살의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유부녀인가 싶을 정도로 수희는 젊고 아름다워 보였다.

또한 얼굴에서는 광택이 흐른다는 표현이 사실일 정도로 피부도 좋아 보였고, 탱탱했다.
지금 모습만 보면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미 전소영은 수희가 아들인 강준과 섹스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보니 지난 한 달간 수희는 아예 강준과 행복한 섹스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누가 봐도 수희는 사랑하고 있는 여자, 사랑 받고 있는 여자라는 것이 티가 날 정도로 아름답고, 환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전소영 자신도 강준이 여자에게 어떤 쾌락을 줄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쾌락을 잊을 수 없어서 밤마다 자위를 하고 강준의 이름을 부르며 그리워한 것이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강준에게 연락을  볼까, 아니면 수희에게 잘못했다고 하고,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강준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어볼까 하는 생각을 수 없이 했었다.

전소영은 그렇게 자신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강준만 그리워하며 이렇게 점점 초췌해져 가고 있는데, 눈앞의 수희는 그 강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저렇게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고, 수희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는 수희가 밉거나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솔직히 강준은 자신의 아들인 김진수의 친구였고, 자신의 친우인 수희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18살밖에 되지 않은 고등학생이었다.
나이 사십이 넘은 여자가 그런 어린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것도 미친 짓이었고, 더구나 이렇게 상사병을 앓는 것처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 것이었다.

“네? 아.. 언니.. 도 잘 지냈어.. 요?”


수희는 전소영의 안부에 깜짝 놀라서 대답을 하고는 무의식적으로 안부를 되물으려다 전소영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누가 봐도 전소영은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소영은 그런 수희의 말과 행동에 다시금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장 보러 나온 거야?”

“네. 언니도 장 보러 나오신 거에요?”

“응? 그. 그렇지.”

전소영은 어물쩡 대답을 하고는 슬쩍 수희의 눈을 피했다.
전소영의 카트에는 아무 것도 담겨져 있지 않은 것이다.


수희는 그런 전소영을 보며 지금 전소영의 심리 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너무나 답답한 심정에 바람이라도 쐴 겸 집을 나온 것일 것이고, 그래서 평소에 가던 마트가 아닌 이  백화점까지 온 것이리라.
장을 본다기 보다는 이렇게 카트를 밀고 다니며 아이 쇼핑을 하고 생각도 정리하고, 스트레스도 풀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전소영은 이미 백화점 명품 매장이라든지, 화장품 매장, 의류 매장을 전부 돌고 나서, 이렇게 식품 매장까지  것일 수도 있었다.

수희는 자신의 눈을 피하는 전소영이 왠지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다.
분명 마지막 만났을 때는 저 몸뚱아리로 자신의 아들을 유혹하고, 섹스까지 했을 것을 생각하며 전소영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런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전소영이 불쌍하게 보였고,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미 수희 자신은 강준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마음껏 섹스까지 하는 사이였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강준과 섹스를 한 것에 크나큰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이 너무나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준과 이런 사이가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실수를 한 번  것이었고, 그때는 강준이 여전히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아들을  앞의 요망한 여자가, 더구나 나이가 수희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늙은 여자가 유혹하고 섹스까지 했다는 것에 미칠 듯이 화가 났었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강준이 자신의 남자가 되어 버렸고, 매일 섹스까지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의 친구와 하룻밤  전소영보다 아들과 연인 사이가 되어서 매일 섹스를 하고 있는 자신이 더 미친년인 것이다.
그런 자신이 그때는 왜 그렇게 전소영에게 화를 냈고, 미워했는지..


강준과 전소영이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수희 자신과 전소영은 정말 친자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수희의 일이라면 먼저 발 벗고 나서 준 사람이 전소영이었고, 수희 자신도 전소영의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런 사이였다.

‘그렇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친구 같은 소영 언니였는데..’


수희는 그런 전소영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강.. 강준이는  있지?”

전소영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어렵게 수희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못이라도  사람처럼 수희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수희는 이미 전소영의 초췌해진 모습이 강준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강준의 자지가 여자에게 어떤 쾌락을 줄  있는지 이제는 너무나 잘 아는 수희였다.
만약 자신도 앞으로 강준의 쾌락을 맛볼  없게 된다면 어쩌면 전소영처럼 저렇게 초췌해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소영의 마음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졌고, 전소영의 입에서 강준의 이름이 나와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


“네. 강준이 잘 지내고 있어요. 진수도 잘 지내고 있죠?”

수희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전소영에게 밝게 대답했다.

전소영은 강준의 이름을 들먹일 때, 혹시 수희가 또다시 화라도 내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도저히 강준에 관해서 물어보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수희의 너무나 아름다워진 모습을 봤을 때, 도대체 강준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으면 저렇게 될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커졌고, 정말이지 이제는 강준의 얼굴이라도 한 번만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 어. 우리 진수야. 뭐. 항상 그렇지.. 저기 수희야..”


수희가 생각보다 밝게 웃으며 대답을 하자 왠지 안심이 된 전소영은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반짝이며 수희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수희는 무슨 말이냐는 듯 전소영을 바라보았다.


“우리 오랜만에 커피나  잔 할까?”

전소영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희는 그런 전소영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네. 그래요. 이거 계산하고 차에 들렀다가 옆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 가요.”


“정말? 그. 그래. 그러자. 이거 내가 도와줄게. 호호..”

전소영은 수희가 선뜻 긍정적으로 대답을 하자 뜻밖이라는 듯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맛있는 사탕이라도 받은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후다닥 수희 옆으로 다가왔다.

전소영은 빈 카트를 매장에 있는 직원에게 넘겨주고는 수희와 나란히 서서 계산대로 걸어갔다.
아직 수희와 이렇다 할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전소영의 입가에는 지금까지 초췌했던 모습과는 달리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고, 얼굴에도 생기가 돌고 있었다.


수희는 그런 전소영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언제나 저렇게 밝게 웃으며 쾌활한 전소영이었는데, 그렇게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강준과 전소영을 다시 섹스하게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전소영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고, 다시 예전처럼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언니 동생으로 지내는 것이 그리운 수희였던 것이다.



백화점에서 계산을 마치고, 차에 짐을 가져다 둔 두 사람은 백화점과 같은 브랜드로 백화점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일류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1층에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호텔 라운지가 있었고, 라운지를 지나면 바로 호텔 커피숍이 있었다.

수희와 전소영은 정말로 오랜만에 이 커피숍에 마주 보고 앉았다.
예전에는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고, 가끔 이렇게 같이 백화점에 쇼핑을 나와서  커피숍에 들르곤 했었다.

“여기도 수희 너랑  지 정말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예전에는 한 달에   정도는 백화점에 왔다가 커피 마시거나 마사지 받으러 여기 오곤 했는데..”

 여인 모두 잠시  추억을 회상하며 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만큼 두 여인은 서로를 좋아했었고, 지난 한 달간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한 달간 수희와 강준의 관계가 바뀌면서 수희의 마음에도 그만큼 여유가 생겼단 말일 것이다.

“요즘 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어? 너도 피트니스 센터  나가고 있을  아냐?”

역시 대화를 이끄는 것은 전소영이었다.
수희의 분위기가 한  전만큼 매몰차지 않아서 그런지 전소영은 생각보다 스스럼없이 말을 꺼내고 있었다.


“풉.. 그러게요. 피트니스 센터는 이제  나가죠. 호호.. 전 그냥 집에서 간단하게 하고 있어요. 언니는요?”

수희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전소영과 소리를 높이며 싸웠던 것과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보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런 짓이 얼마나 창피한 짓이었고, 왜 그때는 그렇게 미친년처럼 그랬는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난.. 그냥.. 요즘은 거의 운동 못하고 있어. 하아..”

전소영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운동이 다 무엇인가?
강준이 그리워 밥 맛도 없고, 잠도 제대로  자고, 삶이 무기력해져 버린 상태인데 말이다.


수희는 또다시 전소영이 얼마나 강준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다시금 자신은 지금 너무 행복한데 반해 전소영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강준은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강준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고 있었다.
전소영도 낯짝이 있는지 차마 강준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었고, 수희는 뻔히 알았지만, 다시는 전소영에게 강준을 넘겨줄  없었기 때문에 강준의 강자만 나와도 화재를 얼른 돌려버리고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웃으며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두 여인 모두 입가에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전소영과 수희는 다시금 예전 즐거웠던 때로 돌아간  같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물론 전소영의 제일 큰 의도는 강준이었지만, 굳이 강준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다시금 수희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도 절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여인은 시간 가는  모르고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수희가 전소영의 뒤를 보더니 입을 다물어 버리고는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
전소영은 수희가 갑자기  그러나 의아한 생각이 들어 얼른 고개를 돌려 뒤를 보고는 화가 난다는 듯 인상을 확 찡그렸다.


“수희야. 저기  사람..”


“네. 맞아요. 언니.”

전소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수희를 보면서 화를 내려고 했고, 수희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소영의 말을 막아버렸다.
전소영은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 수희의 굳어진 얼굴을 보고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수희를 바라보았다.


수희의 차가운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
그곳에서는 이정권이 최효진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들어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고 있었다.

이정권이 수희를 노리고 한동안 집에 열심히 들어오더니 결국 저 여자랑 다시 만나는 모양이었다.
아마 일요일에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도 저 여자랑 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안 들어온  같았다.


“언니. 우리 그만 나가요.”


“어? 그. 그래.”


전소영은 수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소영과 같이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 수희.
수희가 잠시 서서 무슨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이정권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 수희야. 얘. 수희야.”


전소영은 수희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라 작은 소리로 수희를 불러보았지만, 수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빠르게 이정권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전소영의 눈에 다가오는 수희를 보고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이정권과 최효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