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들의 계절 (197)화 (197/256)



〈 197화 〉우리들의 계절

수희에게 있어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준이 사람들의 압력을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 너무나 안쓰러워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고 허리를 안아서 자신 쪽으로 당긴 것뿐인데, 강준의 그 큰 자지가 자신의 배를 압박하며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줄을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수희는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을 들어 강준을 바라보았다.
강준의 눈이 마치 눈앞의 먹이감을 바라보고 있는 맹수처럼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수희는 그런 그의 눈빛에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당장에라도 자신을 덮칠 것만 같은 강준의 광폭한 기운에 무섭도록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옥죄어 오는 강렬한 수컷의 기운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흥분이 되어 두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사람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지하철 안이었다.
도저히 미치지 않고서야 여기서 어떻게 이상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이상한 짓이라도 했다가 사람들이 알아채기라도 하면 그때는 진짜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나 수희의 그런 불안한 감정을 알면서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강준의 손이 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을 쓰다듬듯 내려가던 강준의 손이 가녀린 수희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수희의 배에 문질러오고 있었다.


수희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고, 눈은 놀란 사슴 마냥 크게 떠지고 있었다.
강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고, 수희는 강준이 대담한 짓을 하려는 것을 보고는 울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여기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허리를 움켜쥐듯 안고 있던 강준의 손이 수희의 엉덩이로 내려갔다.
치마를 따라 부드럽게 둥그런 엉덩이를 쓰다듬던 강준의 손이 갑자기 수희의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다.


“하윽..”

수희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아무리 장소도 장소이고,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봐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이미 강준에게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수희는 강준의 자지를 아랫배로 느끼고 그의 손길이 엉덩이를 쓰다듬자 본능적으로 몸은 흥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용해. 엄. 마. 그러다 들킬 수도 있단 말이야.”


강준이 고개를 숙여 수희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러면서 강준은 일부러 수희를 엄마라고 불렀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연인인 수희를 희롱하는 것보다 엄마인 수희를 희롱하는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희는 자신이 지른 소리에 스스로 놀라 손으로 얼른 입을 막고 빠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신음 소리를 듣고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면 진짜 어쩐단 말인가?
수희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온 얼굴은 이러다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행히 수희의 신음을 들은 사람은 없는  같았다.
다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던가, 그 복잡한 와중에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안심이 된 수희는 얼굴을 더욱 강준의 가슴에 바짝 붙이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하지 마. 이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응?”

“엄마만 조용하면 돼. 방금처럼 신음 소리 내지 말고.. 알았지?”


“잠.. 잠깐만. 뭐.. 뭐 하려고?”

강준의 음흉한 속삭임과 악마 같은 미소를 보고 수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수희의 애원은 싹 무시한 채 강준의 손은 슬금슬금 수희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수희가 다시금 손으로 입을 꾹 막으면서 제발 하지 말라고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수희의 치마 뒤 쪽, 한 부분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 강준의 손끝에 수희의 맨살이 느껴졌다.
수희도 자신의 살에 강준의 손이 느껴지자 화들짝 놀라더니 다시금 강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그런 수희는 지금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울  같은 얼굴에 눈가에는 살짝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수희의 애처로운 모습은 강준의 폭군 같은 성질에 더욱 가학심만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엄마인 수희를 이렇게 괴롭혀 보고, 희롱해 볼 수 있단 말인가?

강준은 수희의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다.
수희의 발꿈치가 들리며 움찔하더니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는 것이 느껴졌다.

수희의 엉덩이는 너무나 부드럽고 만지기 좋았다.
얇은 천으로 엉덩이 반만 가리고 있는 엉덩이는 치마 위로 만지는 것과는 그 느낌 자체가 달랐다.

잠깐 그렇게 팬티 위로 엉덩이를 주무르던 강준의 손이 팬티 천 밑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수희는 다시금 미친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강준의 가슴을 마구 꼬집기 시작했다.
아무리 애원해도 말을 안 들으니 여자 특유의 무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강준은 그런 수희의 몸부림이 가소롭다는 듯 가슴에 힘을 팍 주어 버렸다.
그러자 강준의 가슴 근육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수희가 아무리 꼬집어 보아도 손톱조차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수희는 몇 번 더 강준의 단단한 가슴을 꼬집어 보더니 강준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못하는 것이 억울했던지 강준을 매서운 눈으로 흘려보았다.

그러나 노려보면 어쩔 것이란 말인가?
팬티 밑으로 들어간 강준의 손이 부드러운 엉덩이를 한껏 움켜잡자 수희는 눈이 휘둥그레 떠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엉덩이를 움켜잡은 강준의 손가락 끝이 어쩔 수 없이 수희의 음부를 파고들 수밖에 없었고, 이미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는 수희의 보지가 벌어지며 애액이 울컥 솟아나오자 수희도 그 느낌을 확연하게 느껴버린 것이었다.


엉덩이를 주무르려던 강준의 손이 엉덩이는 안 주무르고 손 끝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황홀한 느낌에 오히려 보지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서 있는 자세에, 키 차이가 있어서 손가락을 보지 속으로 다 집어넣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수희의 보지 속으로 들어갔다.


강준의 손가락이 깔짝깔짝 움직였다.
수희는 강준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찔걱찔걱 물기 어린 야한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 미칠 것 같았다.
성감대를 자극하고 있는 느낌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저 지금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들킬 것만 같은 불안감만 커질 뿐이었다.

수희는 도저히 고개를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마치 누가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수희는 결국 강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작은 숨소리라도 내면 그 소리를 또 누군가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을 가린 손을 강준의 가슴에 대고 키스하듯 압박했다.

강준의 가슴에 숨어 눈을 감고, 입도 막은 상황.
귀로는 열차가 달려가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고,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강준의 품에 안겨 더욱더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강준의 품에 폭 숨어 있어서일까, 수희는 자신의 보지 속에 조금 들어와 깔짝거리듯 질  주변을 간지럽히고 있는 강준의 손가락 느낌에 점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절대로 이 위험한 상황에서 흥분될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몸은 점점 뜨겁게 반응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여기 왜 이렇게 젖었어? 설마 지금 흥분한 거야?”

그때 갑자기 수희의 귓가에 강준의 아주 아주 저질스럽고, 비열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다리와 엉덩이에 힘을 잔뜩 주었다.
강준의 손가락에 본능적으로 흥분해서 보지 벌렁거리려고 하는 것을 즉각 멈춘 것이었다.

“어우.. 조이는 거 봐. 역시  사랑스러운 수희야.”


수희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행동이었는데, 강준이 음란하게 칭찬을 하자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한 번 질 근육에 힘을 바짝 주어 강준의 손가락을 조였다.

강준의 손가락이 뽁짝뽁짝, 이번에는 짧게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수희는 바짝 질 근육을 조이며 강준의 장난을 막아보려고  것인데, 갑자기 굵은 손가락이 자지처럼 보지 속을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하자 미칠 것 같은 쾌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금 장소와 불안한 상황이 겹치다 보니 수희는 평소에는 느껴보지도 못한 기묘한 쾌감이 급격하게 증폭되고 있었다.

강준의 가슴에 묻고 있는 얼굴이 마치 강준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더 강하게 압박해 들어온다.
강준이 손가락에 마비가 올 정도로 빠르게 손가락을 보지 속으로 찔러 댈수록 수희의 몸이 바들바들 떨려온다.


그때 ‘다음 정차 할 역은..’ 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어? 우리 다음에 내려야 돼.”

수희는 어느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무슨 상황인 것인지 잊고 절정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강준이 말을 하며 갑자기 손을 쑥 빼 버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데 여전히 손으로 입을 막고는 있지만, 강준을 화가 난  바라보고 있는 수희.
강준은 그런 수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수희의 얼굴 앞으로 손을 올렸다.

강준의 손에는 수희의 애액이 잔뜩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수희가 깜짝 놀라 얼른 강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강준이 그런 수희의 손을 피해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입에 쑥 넣는 것이 아닌가?


수희는 기겁을 하면서 얼른 강준의 손을 잡아 입에서 손가락을 빼려고 했고, 강준은 손가락을  빨아서 빼면서 수희를 보며 씨익 웃었다.
수희는 얼른 강준의 손가락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서 닦았고, 말은  하지만, 강준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의 귀여운 몸부림에 주변 사람들이 전부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제서야 그런 시선을 눈치 챈 수희는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얼른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고 내리는 문 쪽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는 수희.
강준은 그런 수희를 따라서 움직여 수희의 뒤에 섰고, 수희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자신의 품에 안듯이 기대주었다.


그렇게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은 수희였지만, 지하철  앞에 서, 작은 유리창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정차  승강장의 모습을 보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아.. 조금만 더 하면   있었는데..’

정말 부끄러운 거 맞어?
어째 점점 더 야해져만 가는 수희인  같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이상한 장난을 하면서 온  사람은 결국 영화 시간에 늦고 말았다.
예매했던 것을 취소하고, 다음 영화표를 구매하는데 지금부터 한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영화 시간이 한 시간 밀려지다 보니 수희는 어쩔 수 없이 예약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예약 시간을 늦추려고 했다.
하지만 레스토랑이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 것인지 그 시간 이후로 예약이 꽉 차 있다고 시간을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희는 어쩔 수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첫 데이트부터 차가 고장 나지를 않나, 영화에 늦지를 않나, 결국 레스토랑까지 예약 취소가 되면서 데이트가 엉망이 되는 것에 무척 속상해 했다.


강준이 영화 안 봐도 되니까 레스토랑에 가자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수희는 밥은 나중에 먹더라도 영화를 꼭 보고 싶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보통 데이트를 하자고 하면 여자들은 영화보다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호하지 않나?
강준은 수희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어지는  한마디에 그녀의 속마음을 알  있었다.


“자기랑 나란히 앉아서 손잡고 영화 보고 싶단 말이야.”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조금은 음란한 수희가 아닐 수 없다.
아들과 어두운 극장에 나란히 앉아서  하고 싶은 걸까?
말을 하고 부끄러워하는 수희를 보며 괜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강준이다.

그러나 극장 안에서 강준은 자신이 상상했던 그런 사랑스럽고, 조금은 음란한 짓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수희와 나란히 앉아 손만 잡고, 가끔 팝콘을 씹을 뿐 영화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솔직히 재미없는 로맨스 영화를 말이다.

아니, 주말도 아니고 금요일 저녁인데 왜 극장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냔 말이다.
그것도 재미 하나도 없는 로맨스 영화를..

수희와 강준은 극장 가운데 제일 좋은 자리랍시고 자리를 잡았는데, 이게 데이트하는 연인으로서는 최악의 자리였다.
앞, 뒤, 옆 마치 수희와 강준을 둘러싸듯이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는데, 옆에 사랑스러운 수희가 앉아 있어도 아무 짓도  수가 없었다.

영화관에 왔으면 영화 보는 척하면서 연인과 키스도 좀 하고, 허벅지도  만지고, 므훗하게 성기도 건드려 주면서 흥분도 시키고 해야 하는데 이건 뭐, 진짜 영화 감상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도 수희는 오랜만에 극장에 온 것이고, 사랑하는 연인과  꼭 붙잡고 영화도 보는 것이라 아주 몰입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더구나 로맨스 영화다 보니 여 주인공에 아예 감정이입까지 했는지, 눈가도 촉촉하니 젖어 있었고, 영화 끝나고 나와서도 강준에게 두 사람의 사랑이 어쩌고 저쩌고 수다를 쉴 줄을 몰랐다.

이대로 놔 뒀다가는 밤 새 영화 얘기만 할  같아 강준이 수희의 말을 끊었다.

“수희야. 우리 이제 뭐 먹으러 갈까?”

“어? 응? 글쎄? 뭐 먹을까? 자기 뭐 먹고 싶어?”

시계를 보니 벌써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레스토랑도 못 가고.. 시간도 늦었고.. 우리 그냥 간단하게 먹고 집에 갈까?”


강준이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집에 가자는 소리를 했다.
수희는 이미 저녁 이후 코스까지  예약을  놓았는데, 거기다 대고 분위기 파악 못하고 초를 치고 있는 것이다.


강준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집에 가나 다른 곳에 가나 이제 수희랑 섹스를 할 것은 똑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오히려 지하철부터 쌓여 있는 욕구불만 때문에라도 빨리 집에 가서 수희랑 섹스를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계획이었던 것이다.

수희의  끝이 살짝 위로 솟구쳤다.

‘아까 지하철에서 그렇게 달궈놨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거 아냐?’

수희는 이 분위기 없는 사내놈에게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입장에서 아들이고 어린 애인인 강준에게 투덜거릴 수도, 화를  수도 없었다.
자신이 참아야 했고, 어떻게든  달래서 분위기를 유도해봐야 했다.


“자기. 내일 쉬는데.. 그러면 우리.. 술 한잔 할까?”

차마 학생에게 할 말을 아니었지만, 수희는 오늘을 얼마나 고대하고 벼르고 있었던가?
절대로 이대로 그냥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술? 오.. 그거 괜찮다. 그럼 우리 고기 먹으러 갈까? 고기 구워 먹으면서 소주 한 잔 어때?”


강준도 술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했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집에 가자는 강준의 말에 수희의 인상이 왈칵 일그러졌다.
어째 오늘따라 분위기 파악 못하는 강준이 아주 조금 미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님이 고기가 먹고 싶다는 데 어쩌겠는가? 가야지..


“그래. 우리 고기 먹으러 가자. 내가  근처에 괜찮은데 알고 있어.”

수희는 이왕 고기집에  거 최대한 근사한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수희와 간 고기집은 번화가에 있는  맞나 싶을 정도로 의리의리했다.
3층 짜리 건물 전체가 고기집이었고, 건물 앞에는 널찍한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는 최고급 고기집이었다.


“몇 분이세요?”

고기집 안으로 들어가자 종업원이 친절하게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이요.”

강준이 호기롭게 말을 하자 종업원이 대답을 하고 안내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수희가 종업원에게 다가가더니 작은 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 방으로 주시면 좋겠어요.”


종업원이 수희를 쓰윽 훑어보고 강준과 번갈아 보더니 씨익 웃고는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는 2층으로 안내했다.
아무것도 아닌 종업원의 시선에 괜히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수희였고, 강준은 뒤에 서서 그런 수희가 또 마냥 귀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1층은 전부 홀에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2층은 전부 좌우로 미닫이 문이 달려 있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기집치고는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방에 들어선 강준과 수희는 4인용 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주문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등심으로 주세요. 제일 좋은 것으로요.”


종업원이 옆에 앉으며 주문을 받으려고 하자 수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문을 했다.
강준은 그냥 돼지갈비 같은 것이나 시켜서 소주나 한 잔 할 생각이었는데, 수희가 너무 비싼 것을 시키자 얼른 말리려고 했다.

“오늘은 그냥 내가 먹자는 것으로 먹어. 알았지?”


아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남자이기 때문일까?
수희는 강준에게 제일 좋은 것으로 먹이고 싶어하고 있었고, 강준도 그런 수희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알았어. 아. 소주도   주세요.”


강준이 술까지 주문하자 종업원은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을 하고 미닫이 문을 닫고 나갔다.


“여기 어때? 자기?”

수희가 상에 두 팔꿈치를 대고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강준에게 질문을 했다.

“괜찮네. 그런데 여기 꽤 비싼데 아니야?”

강준이  안을 휘휘 둘러보며 대답을 했다.

“괜찮아. 자기 좋은 거 많이 먹고 힘내라고..”

수희는 말을 하다 말고 얼굴을 붉혔다.
평소처럼   아닌 말을  것뿐이었지만, 왠지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속 내를 들킨 것만 같아 부끄러워졌던 것이다.


강준은 그런 수희를 보며 뭔 말인지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큼하게 웃기 시작했고, 수희는 헛기침을 하며 강준의 눈을 피하기 바빴다.


한편, 그런 강준과 수희의 대화를 문 밖에서 몰래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뭐야? 자.. 자기? 저 여자 도대체  하는 여자지? 뭔데 강준이한테 자기라고 하는 거야?”

이빨 사이에 엄지 손톱을 넣고 불안한  깨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김미주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