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든 상황을 만들어서 가진 관계이긴 했지만 아내 미애가 수혁을 받아 들였다는 사실이 묘한 흥분과 함께
질투도 아닌 그 비슷한 알수없는 감정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난 점점더 위험한 상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수혁과 미애가 관계를 가진후 나는 일주일만에 수혁에게 연락을 취했다.
"수혁아, 나다. 잠깐 나와줄래?"
"그러지 뭐."
우리는 집근처에 있는 호프집에서 만났다.
녀석은 전날의 일들때문인지 약간 어색하게 나를 대했다.
그건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허나 어색함도 술이 몇잔 들어가자 서서히 사라졌다.
"상호형, 그날일은 그만 잊어버리자."
"왜?"
"그날이후 수연이도 그렇고 형하고도 왠지 어색해진 것같아."
"그렇지 아무래도..."
사실 나도 미애와 일주일간 서로를 어색하게 대해왔다.
처음겪은 스와핑이 아무래도 서로에게 충격을 주었나 보다.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여기서 끝낸다면 더 어색해 지지 않을까? 아마도 너희 부부와 우리부부는 더이상 만나지도 못할껄?"
"...."
"그리고 아마도 평생 그날을 일을 찜찜하게 여기고 기억할 거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내말에 수혁은 약간 흥분했다.
"진정해라. 물론 지금 당장 다시 어쩌자는건 아니니까. 너희부부는 어떤지 모르겠다만 미애와 내사이는 원래로 돌아가기 힘들것 같다."
"상호형,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미애가 상당히 죄책감을 느낀는것 같다. 일주일째 나를 거부하고..."
수혁의 말을 들어보면 수혁과 수연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다.
"난 미애를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어떻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미애에게 성에대한 눈을 뜨게 해주고 싶어."
"......."
수혁은 내말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너아닌 다른 남자에게도 안기게 만들려고 한다. 몇번만 성공하면 아마 너희 부부와의 일도 죄책감으로 느끼지는 않을꺼야."
"다른 남자 누구?"
내말에 수혁은 약간의 질투심을 느끼는것 같다.
그래도 자신이 안았던 여자인데 다른남자의 품에 안기게 한다는건 싫었나 보다.
하지만 녀석도 내가 수혁에게 질투와 함께 묘한 흥분을 느꼈던 것처럼 동일한 감정의 기복을 보이는 듯 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좀 그렇고...네가 아는 사람중에 적당한 사람있으면 부탁하고 싶다."
"내가 아는 사람을 이용해 미애를 유혹하라고?"
"그런 셈이지."
"미애가 넘어갈것 같아?"
"글쎄...아무래도 힘들긴 하겠지."
수혁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내 친구중에 기철이라고 평창쪽에서 팬션하는 놈이 있긴한데..."
"그런데?"
"그놈이라면 얼씨구나하고 응하긴 하겠지."
"그런데?"
"만일 미애가 기철이에게 넘어가면 형은 분명 후회할거야."
"??"
"보면 알겠지만 기철이란놈 남자가 봐도 멋진 놈이거든...외모만"
"근데 내가 왜 후회한다는 거지?"
"기철이란 놈이 외모가 되서 그런지 울린 여자가 손으로 셀수도 없어. 그리고 마음에 드는 여자는 친구 아내라도 마다할 놈이 아니지. 그래서 아직 수연에게도 소개시킨적 없어."
"미애가 행여 놈의 유혹에 넘어가면 헤어날수 없다는 얘기처럼 들리는구나."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하긴 미애 같은애라면 기철이라도 유혹하는데 애를 먹겠지만..."
수혁의 말에 나는 묘한 흥분감에 사로잡혔다.
"근데 평창에 있는 친구를 어찌 형수와 만나게 하지?"
갑자기 이야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너희 부부와 우리부부 화해를 위해 여행가자고하면 미애도 어쩜 갈지 몰라."
"뭐??"
수혁은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수연이도 예전처럼 돌아가긴 힘들잖아. 그럼 차라리 죄책감을 없애주는게 방법아닌가?"
"형 말은 수연이도 다른 남자 품에 안기게 하란 말이야?"
"니가 싫으면 어쩔수 없다만 일단 화해를 위해서라도 같이 가는게 좋잖아."
수혁은 여전히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마음에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고 몇일 후에 연락줄께"
수혁은 삼일후 내게 연락을 했다.
"상호형 다음주 주말 어때? 내가 기철이에게 말했더니 엄청 흥미있어 하더라. 녀석이 다음주말에는 팬션예약도 받지 않을 모양이더군."
수혁이 막상 날짜를 말하자 약간 망설여졌다.
"알았다. 내가 미애를 설득해 볼께."
나는 그날이후 수혁이 부부와 여행을 가는걸 미애에게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첫 스와핑이후 단 한번도 미애와 성관계를 갖지 못했다.
성관계는 커녕 가슴만 만지려고 들어도 화를 내기 일수였다.
"상호씨, 어떻게 다시 수혁오빠랑 수연을 보라는 거예요?"
"상호도 그렇고 제수씨도 그날일도 찜찜해 하는가봐. 우리부부가 지금 정상이라고 생각해?"
"그건..."
"엉어리 진것이 있어면 풀어야 하잖아."
일주일 넘는 설득끝에 나는 겨우 목표한바를 이룰수 있었다.
수혁의 차로 우리는 평창까지 갔다.
내가 수혁의 옆에 앉고 수연과 미애는 뒷자석에 앉아 한마디도 서로 주고받지 않았다.
냉랭한 기운이 흘렀다.
목적지인 오대산 기슭에 자리한 팬션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지 뒤쪽의 산과 어우러져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조금 떨어진 곳에 팬션이 하나더 있었지만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내아내 미애와 수연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다소 기분이 좋아진듯 보였다.
우리가 도착하자 기철이란 친구가 나왔다.
새하얀 팬션에서 나오는 기철이란 사내는 머리 뒷쪽에서 후광을 비춰주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 놈이었다.
젊은 배우들을 보면 후광이 비치는 것 같다더니 놈이 그랬다.
180을 훌쩍 넘는 키에 워낙 잘생겨 약간 여성스러워 보이는 외모.
그 외모와는 다르게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완연하게 가을로 접어들었건만 짧은 나시는 그의 드러난 가슴근육때문인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동안 멍하니 우리 네사람은 놈을 쳐다보았다.
난 미애의 반응이 궁금했다.
미애도 놈을 보고 있었다.
내시선을 느꼈음인지 미애는 금방 시선을 돌렸고 그녀의 뺨에 살짝 홍조가 어린다고 느낀건 내 착각이었을까?
"어서들 오세요. 수혁이 부탁도 있고해서 손님을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주말 즐겁게들 쉬다 가세요."
놈은 수혁이 말처럼 카사노바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욱 고수인지도 모른다.
"상호형, 근데 형이 있는데 미애가 아무리 그래도 기철이 유혹에 넘어갈까?"
"내가 어느정도에서 빠질테니 너는 나중에 빠짐없이 보고나 철저하게 해라."
"형은 도중에 갈려고?"
"네 말처럼 아무래도 내가 있으면 미애가 절대 다른 남자에게 넘어갈리 없지 않겠냐? 내눈으로 확인 하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뤄야지."
나는 내눈으로 미애 스스로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걸 확인하고 싶었지만 내가 있으면 그리 될리 없다는걸 알기에 참아야 했다.
나는 대략적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을 수혁에게 말해 주었다.
우리는 여장을 풀고 아담하게 마련되어 있는 바베큐장으로 향했다.
기철이란 놈이 이미 모든 준비를 다 해두었다.
네명이 둘러 앉기 적당한 깨끗한 식탁과 그 앞에 놓여있는 바베큐구이시설.
기철은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굽고 있었고 탁자에는 이미 그가 준비해놓은 와인이 잔에 부어져 있었다.
"다익은것 같으니까 한번 드셔 보세요."
기철은 의도해서인지 미애의 접시에 먹기좋게 자른 소고기를 놓아 주었다.
그러면서 살짝 눈웃음 짓는데 울컥하고 뭐가 올라 오는 느낌이었다.
여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것 같은 매력적인 눈웃음이었다.
같은 남자로 질투가 났다.
녀석이라면 어쩜 미애를 유혹할수 있을것 같았다.
미애는 가볍게 고개를 까닥여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놈이 잘라준 고기를 입에 넣었다.
"야 기철아, 형수님만 입이고 우리 와이프 입은 입아니냐? 형수님이 이뻐서 그런건가?"
"아! 미안."
그제서야 기철은 수연의 접시에도 고기를 놓아 주었다.
수연은 자신보다 미애에게 먼저 기철이 고기를 준것에 대해 내심 속상해 하는것 같았다.
거기에는 수혁이 미애를 이쁘다고 표현한것도 한몫했다.
나는 수혁에게 눈짓을 보냈고 잠시후 내 전화벨이 울렸다.
수혁이 건 것이다.
"응. 그래. 뭐라고?"
난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고 다들 내게 시선을 주었다.
"이거 어떡하지. 나 회사로 잠깐 돌아가야 할 것같은데...."
"상호씨 그럼 같이 가요."
"아냐. 미애는 여기 있어. 내일 낮에 다시 올거니까. 제수씨 아내좀 잘 부탁해."
"선배 알았어요."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수연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자리를 뜨자 수혁이 따라왔다.
"상호형 지금이라도 후회되면 그만두지?"
"그런거 없다. 너한테 달렸으니 오늘밤 잘 해라. 그리고 꼭 보고하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내일 수혁에게 들을 오늘저녁의 일들을 상상하며 팬션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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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으면 합니다.
워낙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라 독자가 있을려나 모르겠네요.
열심히 올려서 빨리 완결 짓도록 할께요.
오랜만에 쓰는 거니 졸필이라고 욕하진 마시길....^^
내가 떠난후 수혁은 나의 의도대로 내아내 미애를 기철에게 안기게 하려고 노력했다.
"기철아 너도 고기 그만 굽고 여기 않아라."
"하하 그럴까?"
기철은 스스럼 없이 미애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내가 떠났기에 자리는 그곳밖에 비어있지 않았다.
"이거 손님들 상에 제가 앉아도 되나 모르겠네요. 미애씨 괜찮죠?"
기철은 환하게 웃으며 미애의 양해를 구했다.
"야! 형수님한테 미애씨가 뭐냐?"
"하하 워낙 아름답고 젊어 보이셔서 형수님이라는 이미지가 팍 와닿지 않아서...내가 실수 한건가요?"
수혁의 핀잔아닌 핀잔에 기철은 미애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아니예요."
금방 미애의 얼굴을 붉게 물들었다.
"그럼 계속 미애씨라고 불러도 괜찮은 건가요?"
"....."
미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 제수씨 한잔해요."
기철은 수연에게 와인을 부어주었다.
"누구는 미애씨고 누구는 제수씬가요? 제 이름은 제수가 아닌데요?"
자신과 미애를 차별하는 것 같아 수연은 뾰로퉁해졌다.
"하하 알았어요. 수연씨!"
기철은 수연이라는 이름에 힘을 주며 보기좋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찡끗했다.
수혁은 기철의 매력적인 모습에 같은 남자로 소름까지 돗았다.
"자 미애씨도 한잔하세요. 오늘은 서방님도 없는데 제가 대신 파트너를 하면 안될까요?"
역시 놈은 무슨말을 해도 자연스럽다고 수혁은 생각했다.
전혀 천박하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미애 너 부럽다 야!"
비록 약간 비꼬는 투였지만 처음으로 수연이 미애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을 하는거니."
미애는 당황하며 말을 했고 그녀의 양볼은 다시 홍조를 띠었다.
"자 다들 아까운 시간 즐겁게 보냅시다. 여기 주변 멋진곳 많아요. 내가 식사후에 안내해 드리죠."
기철의 권유로 다같이 두세잔의 와인을 마셨다.
오랜만에 도시에서 벗어난 해방감때문인지 금방 술기운이 올라왔다.
"저는 그만 들어가서 쉴래요."
미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수혁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기철이 수혁의 팔을 잡아 만류했다.
"그래요. 미애씨는 들어가 쉬세요. 수혁아 너는 제수씨 아니 수연씨랑 데이트나 해라. 저쪽으로 돌아가면 산책로 멋진곳 나와. 오랜만에 부부끼리 데이트나 즐겨라. 사람들도 없어 찐하게 사랑해도 괜찮을꺼다."
미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기철의 노골적인 말을 듣고 있었다.
기철이란 사내는 참 스스럼 없어 보였다.
"수연아 우리 기철이 말대로 오랜만에 연애나 하러가자."
"놔!"
수연은 수혁이 팔짱을 끼고오자 뿌리쳤다.
허나 이곳의 분위기 탓인지 몇번더 수혁이 시도하자 못이기는척 그를 따랐다.
두사람은 기철이 일러준 산책로를 따라 팬션을 떠났다.
기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기철은 좀전에 수혁이 일러준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미애는 네 마음대로 유혹해도 좋다. 상호형도 허락한 거니 전혀 꺼릴낄것없이 네 능력대로 유혹해봐라. 단지 있었던 일은 전부 내게 말해줘야 해'
기철은 여자를 유혹하는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마음먹은 상대를 유혹하는데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는 처녀보다 유부녀를 더욱 선호했다.
남편에게 걸리면 위험한 일을 당하겠지만 왠지 유부녀가 더 끌렸다.
허나 이번에는 그 남편마저 허락했다니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기철은 미애의 모습을 떠올리자 금방 바지 중심부가 불끈 솟아 올랐다.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의 유혹대상으로 더없이 매력적인 존재였다.
지금까지 상대해본 여자들중 가장 힘든 상대중 한명이 될것 같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끌리는 법이다.
기철은 즐거운 상상을 접고 잠시후 미애의 방앞으로 가서 노크를 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기철은 다시한번 더 노크를 했다.
"무슨?"
미애는 문을 열고 나왔다.
방금 샤워를 했는지 머리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있었다.
"식사후에 제가 이곳 안내를 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냥 쉬고 싶어요."
"이런곳 자주 오지 못해요. 여기는 밤이 훨씬 아름다워요. 간만에 시간 낸걸텐데 아깝잖아요. 따라와 보세요."
"저...저기."
미애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기철은 그녀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아니 괜찮아요. 사람들도 없는데요. 뭘..."
그러고 보니 미애는 잠옷같은 약간 여유가 있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딱히 누가 본다고 해서 부끄러울 정도의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밖으로 떳떳하게 입고다닐만한 복장도 아니었다.
미애는 거의 끌려가다 시피 방을 나섰고 급하게 끌려 나오느라 제대로 신발도 신지도 못해 맨발에 슬리퍼를 신어야만 했다.
"사실 수혁이 부부가 간 길보다 이쪽이 더 좋아요."
팬션의 뒷쪽으로난 작은 산책로로 기철은 미애를 이끌었다.
어둠이 내려앉아 산책로는 어두었지만 기철의 손에 들린 작은 손전등은 길을 충분히 밝혀 주었다.
그는 손전등과 함께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이것좀 놓고..."
미애는 자신의 소매를 잡고 있는 기철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하하 제가 잡아 먹기라도 할까 겁나나 보죠? 미애씨는 가만보면 어린애 같아요. 귀여워요."
기철은 여자들이 들으면 기뻐할만한 말들을 곧잘한다.
"가는 길이 약간 어두워 제가 잡고 가는게 나을껄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여전히 기철은 미애의 소매를 잡고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이름모를 산새소리가 간간히 들려왔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여기 공기참 좋죠?"
"네."
기철의 물음에 미애는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산아래가 훤히 시야에 들어와요."
올라가는 중간중간에는 가끔 들르는 여행객을 위한 돌로된 밴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철의 말대로 팬션은 얕은 봉우리를 등지고 있어 이십분쯤 올라가자 산아래가 훤히 시야에 들어왔다.
비록 힘들고 땀까지 흘리며 따라왔지만 미애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내가 가장 아끼는 장소예요."
약간 평평한 곳에 작은 탁자가 놓여있었고 의자가 두개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데려오려 했는데 미애씨를 데려와 버렸네요. 앉으세요."
기철의 말은 묘한 느낌으로 다가와 미애를 들뜨게 만들었다.
기철은 미애가 자리에 앉자 바구니에서 준비해온 와인과 과일을 꺼냈다.
"멋지지 않아요?"
"....."
미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기철이 주는 잔을 받았다.
어둠속에서 손전등 하나만이 주위를 밝혀 주고 있었고 그 작은 불빛을 통해 보여지는 자연의 모습은 아름답게 다가왔다.
"자 멋진밤을 위하여 건배!"
미애는 기철과 건배를 하고 와인잔을 비웠다.
분위기 탓인지 와인은 쉽게 넘어갔다.
"수혁이 부부는 저쪽 아래 어디서 사랑을 나누고 있겠죠?"
"...."
미애는 기철의 말이 당황스러웠다.
기철이 말하는 '사랑'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오늘 처음보는 남자와 나눌수 있는 대화거리가 아니었다.
아니 남편이라도 쉽게 같이 할수 없는 대화내용이다.
"깜깜한 밤에 산길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도 스릴있고 좋아요. 미애씨는 한번도 그런 경험 없어요?"
당돌한 질문이었다.
"이제 그만 내려가죠."
미애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 한잔씩만 더하고...."
어쩔수 없이 미애는 자리에 앉았고 빨리 이자리를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단번에 잔을 비웠다.
"이제 그만 가요."
다시 일어서는 미애의 손을 기철이 덥썩 잡았다.
미애는 놀라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는 굳게 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
"내려가는 길은 위험해요. 제가 손을 잡아 드릴께요."
"아니 괜찮아요."
미애는 기철의 제의를 거절하며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얼굴이 화끈 거렸다.
미애는 어두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발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그가 보았으리라.
기철이 앞서 걸었고 미애는 그가 비추는 전등빛을 의지해 그의 뒤에 바짝붙어 따랐다.
갑자기 전등이 꺼졌다.
순간 사방은 어둠으로 휩싸였다.
"왜 그래요? 무서워요 얼른 전등을 켜요."
"이거 어쩌죠? 약이 다 됐나봐요."
기철의 말에 미애의 머리속은 까맣게 변해버렸다.
"걱정은 말아요. 제가 불없이도 수없이 오르내린 길이니....제손을 잡으세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애는 어둠너머로 손을 내밀어 기철의 손을 잡았다.
지금 그녀에게는 생명줄과가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손을 통해 마치 자신의 마음이 들여다 보여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애씨 손 참 따듯하고 부드러워요."
기철은 미애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빨리 내려가요."
미애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기철을 재촉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탓에 내려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아얏!"
작은 돌틈사이로 미애의 발이 미끄러져 들어갔고 살짝 발목을 접지르고 말았다.
"괜찮아요?"
"괘...괜찮아요."
발목이 시큰거렸지만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애는 별달리 내색하지 않았다.
"잠깐만요. 이쪽으로 가면 벤치가 있어요."
기철은 미애를 길옆으로 이끌었다.
그의 말대로 올라올때 본 벤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철은 미애를 그곳에 앉히고 일어섰다.
"내가 금방 내려갔다가 랜턴을 가지고 올께요. 아무래도 이대로 가는건 위험할것 같아요."
"안돼요."
미애는 일어서려는 기철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어둠속이라 보지 못했지만 기철의 입에 미소가 감돌았다.
"무서워요. 혼자두고 가지 마세요."
미애는 유난히도 겁이 많은 편이다.
이런 어둠속에 혼자 있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엄마손을 놓지 않는 어린아이마냥 기철의 손을 꼭 잡았다.
"알았어요. 잠깐 발을 한번 봐요."
기철은 벤치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미애의 발을 잡았다.
"그쪽이 아니예요."
왼쪽발을 삐었는데 기철이 오른쪽 발을 잡아오자 미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짙은 어둠속에서 기철이 자신의 발을 만지자 미애는 묘한 감정에 사로 잡혔다.
오늘 처음본 낯선 남자와 어둠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은 떨쳐버리기 힘든 야릇한 감정으로 그녀를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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