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 회: 달콤한 키스와 50배의 장사 -- >
나는 지갑을 뒤져 노란색 칼라 명함을 찾아냈다. 차에 꽂혀 있기에 가져온 것이다.
단돈 몇 만원이면 이런 여자에게 간단하게나마 쌓인 욕정을 풀 수는 있다.
어쩌면 내일 안으로 이런 여자와 관계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침대에 누워 억지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딸 둘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식탁엔 내 밥만 차려져있었다.
완희가 신발을 신다말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저, 어제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순간 혈압이 솟구쳤다. 그 죽일 놈의 여편네한테서 전화가 왔단 말인가?
내 친구 놈을 죽인 사람이 바로 그 여자였다.
나는 목덜미가 뻐근해지는 걸 겨우 억누르곤 완희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든?”
“이 집을....... 이 집을 나오래요. 따로 방얻어 준다고.”
“그 여자 제정신이야?”
“미안해요 아빠! 엄마 전화 안 받을게요!”
완희는 급하게 문을 닫고는 나가버렸다.
“아빤 자세한 말도 안 들어보고 언니한테 그렇게 화를 내면 어떻게 해?”
아진이가 날 노려보다가 완희를 뒤쫓아 나갔다. 나는 식탁의자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완희의 엄마이자 내 친구 놈의 와이프였던 윤 애희.
나이도 친구 놈보다 무려 8살이나 많은 그녀는 대학1년이었던 친구 놈을 꼬셔서 완희를 임신하게 되었다.
친구 놈이 원치 않은 결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평탄치가 않았다. 부부싸움이 잦았다.
친구 놈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까닭이었다.
친구 놈이 시원치 않게 해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지독히도 음탕한 자기 마누라의 밑구멍을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늘 바람을 피웠고 그때마다 친구 놈은 내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녀는 불과 일 년 전. 친구 놈 앞으로 생명보험을 무려 7개나 넣었다.
그리고 보험을 가입한지 석 달도 안 되어 내 친구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그대로 절명 해버렸던 것이다.
타살의 의혹이 짙었지만 경찰에서는 그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살인범으로 낙인찍어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녀석이 내게 남긴 유언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나는 친구 녀석의 입을 통해 똑똑히 들었다.
“도, 도균아, 내 딸 완희, 완희 좀 네가 맡아줘. 그리고, 허, 헉, 내가 사고 난건 내, 내 마누라....... 보험금 때문에 날.......”
정말 원통한 일이었다. 증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내 가슴한쪽에 단단히 박혀있는 커다란 가시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더욱 가증스러운 짓을 저질렀는데 친구 놈이 죽은 지 몇 개월도 안 되어 재혼까지 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곤 친구놈의 마지막 모습을 지워버렸다.
찬물을 들이키며 속을 다스렸다.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사실 친구 놈의 유언이라 완희를 내가 맡긴 했지만 완희엄마가 지금이라도 완희를 달라고 하면 나는 꼼짝없이 내주어야만 한다. 나는 법적으로 아무 힘이 없는 그저 친구 관계일 뿐이니까.
그렇지만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 따진다면 완희를 내가 시집보낼 때까지 여기서 함께 데리고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는 완희 엄마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정말 끼가 다분하게 생긴 여자였다. 어쩌면 지금도 완희 엄마는 재혼한 남편 몰래 젊은 놈과 놀아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남편 한사람으로 절대로 만족할 여자가 아니었다.
요즘 같아선 솔직히, 알약을 두세 알정도 완희 엄마에게 처 먹여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곤 한다.
분명히 여자에게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완희의 성격은 제 엄마보다 친구 놈의 피를 많이 받았는데 정말 다행스런일이 아닐수가 없다.
물론 완희의 외모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엄마의 음탕한 분위기를 물씬 많이 닮아 여고생답지 않게 요염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중요한건 사람의 정신이 아닌가.
나는 딸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오늘 만날 아이들의 스케줄을 확인해보았다.
아주 드물게는 낮에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만난다.
하루에 딱 세 명.
그 이상 나는 아이들을 만날 자신이 없다. 그 놈에게 독촉을 꽤나 받겠지만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꼬리가 너무 길면 경찰에게 잡힐 염려도 있고 만에 하나, 완희나 아진이의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서울이 넓다고는 하지만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다.
나는 사우나부터 갔다. 아직은 이른 시간대라 몇 사람 없었다.
얼마 전부터 나는 사우나를 할 때 칫솔질을 오래 하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그 짓 때문이다.
“쯥! 쯥!”
이빨의 상태는 내가 봐도 좋다. 담배 같은 것도 애초부터 피우지 않으니 여자애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사우나를 끝내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마침 옆집에 사는 젊은 아줌마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그녀가 날 보더니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머, 오늘도 늦게 출근 하세요?”
“예.”
“집에서 심심하시겠다.”
“그냥 뭐, 책이나 보다가 출근하면 되죠!”
“그럼 들어가세요!”
“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30대 초반인 그녀는 결혼 십년 차다. 결혼을 너무 일찍 해서 남편이 싫증난다느니 하는 농담 따위를 집사람과 나누곤 했다. 나름대로 끼를 억누르며 산다고 인정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미시스타일이라 머리도 짧게 하고 다닌다.
몸매는 아주 잘빠진 편이 아니다. 아이도 없으면서 집에서 빈둥빈둥 먹기만 해서 그런지 약간 통통하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내 성욕을 자극하곤 한다.
요즘 들어서 사실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문제의 알약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은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알약을 먹은 후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정말 미치도록 궁금했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첫 번째 아이를 만날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 집에서 가까운 호수공원이었다.
차에서 간단하게 키스를 해버리면 되겠지만 지금 만날 아이는 차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런 장소를 선택했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대낮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이곳이야말로 키스를 하기엔 딱 알맞았다.
나는 전화를 걸어 여자애에게 최종 접촉 지를 알려주었다.
“거기 보면 안쪽에 벤치 있거든? 거기로 와!”
“알았어요.”
앳된 목소리를 들으니 가벼운 흥분이 일어났다. 키스를 한다는 흥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죄 없는 아이하나가 나 때문에 인생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나는 알약을 입안에 넣고는 약속장소로 갔다. 계집애가 앉아있었다. 사람들의 인적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계집애가 날 힐끗 쳐다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자.......이리 와봐.”
나는 계집애의 어깨를 살짝 안았다. 계집애가 각오한 듯 눈을 감았다. 입술을 포갰다.
입술이 닿는 순간 계집애가 약간 멈칫했다. 계집애는 별로 경험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입술을 비비면서 입을 열게 만들었다. 대부분 몇 번 비벼주면 열어준다.
계집애도 몇 번 비벼주자 입을 열어주었다. 나는 계집애의 혀를 쪽 빨아들였다.
계집애가 약하게 신음을 하면서 혀를 주었다. 달짝지근했다.
나는 단번에 약을 넣지 않고 삼십초 정도 키스를 즐긴다.
이렇게 해야만 한다. 갑작스럽게 약을 넣으면 여자들은 당황해한다.
키스에 한참 취해있을 때 알약을 넣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격렬한 키스는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상대 계집애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그 정도 수준에서의 키스다. 아이들이 날 싫어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알약을 넣기가 편해진다. 마침내 나는 알약을 계집애의 입속에 쑥 넣어주었다.
“흡!”
계집애가 알약을 받고는 놀란 눈을 번쩍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