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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 회: 그녀의 남편이 보는데서....... -- > (30/272)

< -- 30 회: 그녀의 남편이 보는데서....... -- >

완희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어디세요?”

“으, 응 너희 엄마 좀 만나고 있었어, 별일 아니니깐 신경 쓰지 마. 곧 들어갈게!”

전화를 끊고 나서도 마음이 안 편했다. 나는 완희엄마에게 다시는 내 전화를 함부로 받지 말라고 했다. 나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하연이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하연이는 옷을 다 입고 얌전히 자고 있었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앞으로 하연이와 섹스를 할 땐 질 경련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처녀막도 없어졌으니 한결 편안한 섹스가 될 것이다. 하연이에게 온갖 섹스기술을 가르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조만간 완희엄마와 셋이서 멋지게 판을 벌여볼 생각이다. 

다만 우리 큰딸 완희가 걱정이었다. 제 엄마를 만났다는 핑계를 어떻게 대지?

밖을 나가보니 아직도 해가 떠있었다. 정말 이런 대낮에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집에 와보니 완희가 거실에서 물끄러미 앉아있었다. 완희가 내 눈치를 힐끔 살폈다.

나는 완희옆으로 가서 앉았다.

“네 엄마를 만난 건 신경 쓰지 말아라. 내가 지금 네 앞에서 또 맹세하지만 절대로 널 그 여자한테 안 보낸다.”

“그런데 왜 엄마를 만나셨어요?” 

“뭐, 못을 박으려고 만났다. 나도 이제 먹고 살만하니 다신 널 넘보지 말라고.......”

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녀가 닮았다고는 하지만 내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까지 완희는 제 엄마를 쏙 닮았다. 돌이켜 보건데 하필이면 난 완희엄마와 가장 많은 육체관계를 가졌다. 나는 제 방에 들어가려는 완희에게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다.

“완희야, 너 곧 있으면 여름방학인데 아빠랑 외국으로 가족여행이라도 가보지 않을래? 뭐 가까운 일본도 좋고 말이야. 아진이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름방학을 그냥 보낼 순 없잖니. 굳이 공부를 하고 싶다면 책 몇 권 가져가면 될 것이고.......”    

완희가 순간 내 눈을 응시했다. 그 짧은 순간 몸이 굳어버리는 줄만 알았다.

‘아빠, 거기서도 날 어제 새벽처럼 그렇게 하실려구요?’

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괜히 말을 꺼냈나 싶었던 그 순간 완희의 입에선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실은 저도 외국 같은데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울렁거렸다. 나는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으로 말했다.

“좋다. 당장 내일 여행사를 다녀오마.”

“헤!”

완희는 눈웃음까지 치며 제방으로 쏙 들어갔다.

나는 완희가 듣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일본은 비자가 필요 없으니까 금방 가게 될 거야. 방학시작하고 며칠 있다가 가자!”

“네!”

저녁이 되어 나는 규림이와 하지 누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점검차원이었다. 혜린이는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먼저 규림이를 만나보니 나름대로 정상적인 부부생활은 다 하고 있었다. 여전히 약에 중독된 상태라 내가 묻는 말은 무엇이든 척척 다해주었다. 남편 또한 한 결같이 규림이를 사랑하여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자길 박아준다고 했다. 규림이는 안심이었다. 규림이와 헤어지고 난 뒤 하지 누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누님의 모습은 내 마음을 더 싱숭생숭하게 했다.

 그런데 하지누님은 물을 한 컵 먹더니 아주 이상한 소릴 했다. 

“저기, 누구시더라.......”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저예요. 최도균! 누님의 주인!”

“아 도균씨,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간이 곧 떨어져버릴 것처럼 덜렁거렸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날 잊어버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누님의 체질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님 정기적으로 박아주지 않아서 그런 건지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중요한건 순간이나마 날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알약이 있으면 더 먹여버리면 될 성 싶었는데 하필이면 약이 집에 있었다. 나는 누님의 표정을 살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차리곤 ‘야 인마 내 돈 백억 내놔’라고 멱살이라도 잡을 것만 같았다.  

한시가 급한 나는 그녀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현재로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가서 알약을 먹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완희였다. 나의 재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정도로 이해심이 많은 내 큰딸이었지만 이 밤에 뜬금없이 여자를 데려가기가 뭐했다. 나는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면서 완희에게 전화를 넣었다. 사업상 아는 여자와 급한 일 때문에 잠깐 집에 들른다고 했다.

자동차는 금방 우리 집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나는 인사를 하는 완희를 가리키며 누님에게 말했다.

“내 큰딸입니다. 누님!”

“아! 딸이 예쁘게 생겼네요.”

완희는 나와 누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소파에 누님과 앉았다. 완희가 제 방으로 들어갔다. 단둘이 있게 되자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4분의1로 미리 잘라놓은 알약을 가져왔다. 

나는 입에다가 그걸 넣은 후 누님에게 키스를 했다. 다행히도 누님은 그걸 받아먹었다. 

아주 달콤한 표정으로 받아먹었는데 나는 누님의 야릇한 표정과 부드러운 입술 맛에 이끌려 계속 키스를 유지했다.

누님의 혀는 약이 묻어서인지 달콤했다. 뜨겁기까지 했다. 그간 섹스를 굶주린 탓이었다. 나는 잠시 입을 떼고 누님에게 물어보았다.

“누님, 누님의 주인은 누구죠?” 

“다, 당신 최도균씨!”

“내 말이라면 저 베란다에 떨어져죽으라고 해도 죽을 수 있죠?”

“네 도균씨!”

“흐음 좋아요!”

역시 믿을 건 알약밖에 없었다. 짐작했던 대로 두 번째 약을 먹일 땐 굳이 전화로 할 필요가 없었다. 이것은 완희엄마와 하연이에게도 오늘 시험을 했던 바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무언가 인기척이 나서 고개를 슬쩍 돌려보았는데 완희가 서있었다. 나는 누님과 급하게 입을 떼었다.

완희는 무언가에 크게 놀란 눈을 하면서 얼른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설마 내가 누님과 나누었던 이야기까지 들은 건가? 나는 급하게 완희를 따라나섰다.

“완희야 잠깐만 기다려봐!”

완희는 이 제막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는데 엘리베이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이게 대체 무슨 낭패란 말인가.

계단을 얼마나 내려갔을까, 다리에 힘이 쭉쭉 빠지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막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중간에서 잡아타고 곧장 내려갔다.

“완희야, 완희야!”

나는 1층에 내리자마자 고래 같은 소리로 완희를 찾았다. 나는 택시를 타고 어디를 가버렸나 싶어서 큰길가로 뛰어 나갔다. 숨이 턱까지 찼다. 큰 딸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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