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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 회: 향이의 담임도 예외는 아니다  -- >

그녀는 의심도 없이 입에 쏙 넣었다.

“맛있어요, 아버님!”

나는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선 밖으로 나갔다. 담임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양심이 나를 날카롭게 찔렀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아니 아버님! 웬 전화를....... 화장실 가신 거 아니었어요?”

“이봐 최 수!”

“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나는 당신의 주인이야!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 건 뭐든지 해야 해! 그리고 가급적, 마음에 품고 있는 건 뭐든 표현해도 좋아! 그리고 내게 오빠라고 불러줬음 해!”

“네 오빠!”

그녀는 금방 고분고분해졌다. 나는 제과점에 다시 들어갔다. 약에 중독되어 날 경외하는 눈빛으로 보는 그녀를 보니 새삼 양심에 찔렸다.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수! 난 수에게 뭐든 해주고 싶어, 대신에 향이에 대해 솔직하게 먼저 이야기 해줘!”

그녀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이야기를 했다. 

“향이 친구들 말로는 향이가 지금 쫓아다니는 남자들 때문에 힘이 든다고 해요. 뭐 납치를 할 만큼 불량한 사람은 없으나 개중엔 질이 안 좋은 졸부의 자식, 또는 근처 깡패들도 있다고 해요. 뭐 향이야 학교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니 그 정도는 감안해야.......”

나는 물을 한 컵 들이부었다. 딸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야 한결 같다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선 내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한가지 가 더 걱정이 되어 물었다. 

“연예기획사 같은데서 향이에게 이상하게 굴진 않아?”

담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건 없구요, 뭐랄까, 기획사 하면 보통 사람들이 항상 떠오른 게 여배우의 몸을 상납 받고 그 대가로 키워주고 그런 걸로 알고 있지만 그건 확실치가 않아요. 당사자들만 알죠. 향이 같은 경우도 현재 기획사측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고맙게 생각해요. 저희들로선 그런 나쁜 쪽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걸 자세히 알아보려면 아무래도 향이하고 친한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죠.” 

나는 다소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오주선이 때문에 내가 지나치게 과민해진 건 아닌가 싶었다. 나는 담임의 촉촉한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수....... 남편과는 어때? 섹스도 자주하고 그래?”

“전....... 결혼한 지 이제 일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린 잠자리를 거의 하지 않아요!”

“어째서?”

의외였다. 그녀가 물론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밉상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선 사람을 은근히 끄는 매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제 신혼인데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정말 황당했다.

“돈이 웬수죠 뭐, 남편은 결혼 전에 큰돈을 저희 집에 뿌렸어요. 그 덕에 우리 식구들은 신용불량자의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비싼 가게까지 마련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공짜가 아닌 일종의 거래였어요. 남편은 대신에 제가 부인으로서 뭐든, 하라는 대로 다 한다는 약속을 받고 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변태였어요. 그나마 신혼 초기엔 남편의 모든 행위를 다 받아주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요. 때로는 맞기도 하고 별의별 체위도 다 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남편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짓까지 하고 말았어요.”

“뭔데?”

“자기 맘대로 스와핑 클럽에 가입을 한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어느 날 주말, 어느 별장에서 그 끔찍한 짓을 구경 해야 했어요.”

“직접 하진 않았단 말인가?”

“내가 싫다고 하니깐 모든 사람들이 마치 배려를 해주듯 참관만 하라고 했어요. 자기 아내와 남편이 아닌, 다른 아내와 남편을, 그것도 한 침대에서 한꺼번에 어울리는 그 사람들은 정말이지 딴 나라 사람들 같았어요. 그 후로 전 다신 거길 가지 않았죠!” 

“거길 다녀온 남편의 태도는?” 

“더 심해졌어요. 남편의 성적인 판타지를 만족 못시켜주는 마누라는 마누라도 아니라면서 날 구박했어요. 급기야 스와핑 모임이 있는 날엔 다른 여자를 자기 마누라인 냥 데려갔어요.”

“내 참 기가 막혀서 말이 다 안 나오는군!”

“알고 봤더니 남편의 술수였어요. 남편은 내가 죽어도 그런 부부교환섹스를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지켜온 건 물론이었고 다른 남자와 한 번도 사귄 적이 없었어요. 나는 남편이 하는 짓을 조금도 말릴 수가 없었어요. 흑흑!” 

그녀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얼마나 분했으면 약에 중독되어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그녀는 남편에 대한 원망을 사무치게 토해내고 있었을까? 나도 그녀의 남편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그녀가 혹시 석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어도 섹스 맛을 아는 젊은 유부녀가 되가지고 약을 절반이나 먹었으면 만사 제쳐놓고 주인인 나와 미치도록 살을 섞고 싶을 텐데 말이다.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물었다.

“수....... 지금 내게 향한 감정이나 끌리는 점이 있으면 다 이야기 해봐!”

그녀는 달아오른 듯, 그러면서도 약간 멍 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제 가슴에 이상한 불덩어리 같은 게 있어서 제 몸을 마구 뜨겁게 만들고 있어요. 특히 아랫배 깊숙한 그 부분은 제 몸이 아닌 것처럼 오빠의 것을 원하고 있어요. 오빠의 전화를 받는데,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오빠만을 위한, 오빠의 쾌락만을 위한 성교를 죽을 때까지 해드리고 싶었어요. 남편이 저에게 요구한 것들....... 이를테면 쓰리 섬을 하자, 항문을 빨아 달라, 매를 맞아 달라 등등....... 그런 말들도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물론 남편이 아닌 오빠에게만 그렇게 해드리고 싶어요! 오빠가 만약 지금 그런 것을 요구하면 다 들어줄 거예요! 제가 정말 이상한 여자죠? 제가 왜 이렇게 된 거죠? 전 어떡하면 좋아요? 네?” 

그녀는 석녀가 아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견딜 수 없는 성욕을 느꼈다. 내 자지가 팬티 안에서 벌겋게 팽창했다. 나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주인으로서 거룩한 성교의식을 거치고 싶었다. 그전에 그녀의 남편에 대해 더 묻고 싶었다.

“남편은 요즘에도 스와핑클럽에 나가나?” 

“네!” 

“언제야? 스와핑 모임이!”

“바로 내일이에요!”

“이번에도 아무 애인이나 데리고 나가겠구만! 썩을 놈의 자식!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일 스와핑모임에 당신이 나가! 갑자기 당신이 안 가던 모임에 간다고 하면 놀랠 테니깐 이번에도 참관만 한다고 해! 하지만 나도 내일 그 모임에 나가서 남편이 보는 데서 당신하고 관계를 해버리겠어! 내 파트너를 그 자식에게 붙여주고 한 침대에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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