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6 회: 여자들끼리 욕망을 해소하는 방법 -- >
“캬! 좋다!”
북어국이 시원했다. 숙취가 말끔하게 해소된 기분이다. 장미의 솜씨였다.
“근데 지언이는 무슨 일을 해?”
나는 욕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언이가 몸을 씻고 있었다.
“지언이는 마사지 샾을 가지고 있어요. 우린 거기에서 만났어요!”
“아 하!”
“지언이는 제 몸을 보고 한눈에 알아봤어요!”
“뭘 알아봤는데?”
“제 몸은 남자의 사랑을 전혀 못 받은 몸 이래요!”
“흠,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모양이지? 마사지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가 봐요! 암튼 지언이는 내 몸을 만지면서 그러더군요. 남자들이 들끓게 보이는데 왜 나는 남자를 받아들이지 않냐구요!”
“후훗, 지언이는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겠구만! 근데 장미는 뭐라고 했어?”
“아마 그때 내가, 난 여자를 사랑하는 레즈비언이에요! 라고 말했다면 지언이와 나는 진즉 가까워졌겠죠! 하지만 나는 그때 거짓말을 했어요. 레즈비언이라는 말은 하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그랬을 테지!”
나는 마사지 샾에서도 둘이 사랑을 나누었나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여자들이었다. 잠시 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동여맨 지언이가 밖으로 나왔다. 쌩얼이라 그런지 훨씬 부드러워 보였다. 모두모여 아침밥을 먹었다. 지언이가 한 가지 부탁을 해왔다.
“근데 오빠, 오빠 회사에서는 아역도 키우나요?”
“물론이지, 돈만 된다면 길거리를 가다가 반반한 개새끼만 봐도 우리는 스카웃을 해!”
“호호호호! 실은 내 조카가 있는데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사내애야?”
“아니 기집애요, 잠깐만요!”
지언이는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조카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었는데 조카라는 애가 무척 깜찍했다. 언뜻 보니 초딩치고 꽤 컸다.
“진짜 4학년 맞아? 왜 이렇게 커?”
“누가 보면 여고생으로 본다니까요! 일찍부터 연기학원에 보내서 더 어른스러운 거 같애요! 울 언니가 아주 극성이에요. 꼭 스타를 만든다면서!”
“음, 집에 한번 놀러 오게 해!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얼굴 한번은 나오게 해줘야지.”
“어머 진짜요? 고마워요 오빠! 저희 샾에 한번 오세요. 공짜로 마사지 한번 해드릴게요.”
“아니 지언이가 직접 날 마사지 해준다는 거야?”
“후훗, 남자만 전문으로 마사지 하는 선생들이 따로 있어요!”
괜히 긴장이 되었다가 말았다.
나는 집을 나선 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수와 은영이의 지낼 곳부터 마련해주었다. 고급원룸이었는데 장미에게서 소개받은 곳이었고 부부처럼 함께 사는 레즈커플이 많은 곳이었다.
“둘이 사이좋게 잘 들 지내! 내, 자주 올 테니깐!”
“걱정 마세요! 오빠!”
두 여자는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원룸이었지만 별 거부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손까지 잡고는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짐작대로 수와 은영이는 장미와 지언이처럼 서로의 처지와 욕정을 이해하며 여자들끼리 욕정을 삭히는 방법을 저절로 터득 할 것이다. 사실 데이터가 말해주듯 지금까진 약을 절반정도 먹으면 레즈처럼 변했다. 완희 엄마와 그녀의 딸 하연이가 그랬고 미스 조도 그랬다. 물론 내 딸 완희도 단번에 장미에게 사로 잡혔다. 아진이의 담임도 교실에서 혜린이와 포개졌을 때에, 혜린이를 적극적으로 안았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주인인 내게 성욕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남자는 거부하되, 대신에 같은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이 확실했다. 자신의 하나뿐인 성기엔 오로지 내 물건만 끼워져야 한다는 철칙을 단단히 세우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물론 내가 명령을 하면 다른 남자의 성기도 받아들인다. 나는 생각난 김에 골고루 연락을 해보았다.
먼저 완희엄마와 아진이의 담인 인 황인아 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둘 다 비명에 가까운 소릴 질러댔다. 완희엄마는 짐작대로 밤마다 하연이와 서로를 위로 해주고 있었고 인아 또한 남자와 여자를 다 사랑할 줄 아는 발랑 까진 여 제자와 욕정을 삭히면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인아는 날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꼭 한번 놀러 오세요. 오빠! 정말 보고 싶다구요!”
“그래 인아, 조만간 갈께!”
마지막으로 하지 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에 나와 며칠간 지내고 난 뒤였지만 그래도 음욕을 다스리기 힘들어 그저께는 호스트바 애를 만난다고 한다. 약을 절반 먹은 모든 여자들에게 전화라도 해놓으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나는 향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향이는 친구들과 학교에 있었다. 가을에 축제가 있는데 그때 있을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전화를 하는 도중에 보연이가 향이의 전화를 낚아챘다.
“아빠! 보고 싶어요! 제가 그리로 지금 가면 안 돼요?”
“웬만하면 좀 참고 학교 친구들에게 집중해라, 아빠가 곧 안아줄 테니!”
“아앙!”
보연이가 내게 어린 냥을 부렸는데 혹시 향이가 그걸 보고 별다르게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다될 무렵. 정난주실장이 할 말이 있다면서 시간을 내달라고 그랬다.
“같이 밥이나 먹읍시다. 그럼!”
정실장과 회사밖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녀는 뜸을 들이지 않고 직격탄을 날리듯 말했는데 눈썰미는 하나는 정말 날카로웠다.
“향이를 확실하게 키우고 싶으시면 저에게 비밀을 좀 더 공개하시죠?”
가슴이 철렁했지만 나는 애써 가다듬고 능청을 떨었다.
“비밀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