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 128 회: 남장소녀들의 도발적인 컨셉 -- > (127/272)

< -- 128 회: 남장소녀들의 도발적인 컨셉   -- >

집에 와보니 작은 딸이 뜬금없는 소릴 했다.

“아빠, 내일 언니들하고 일박이일로 놀러 갈 거야! 그래도 돼지?”

 나는 장미와 지언이의 얼굴을 살폈다. 지언이는 조금 뻔뻔한 표정이었지만 장미는 내게 눈도 못 마주쳤다. 

“알아서들 해!” 

“우와 신난다!”

허락은 했지만 장미와 딸들에 대한 섭섭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특히 나는 장미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오늘 밤부터, 장미가 내 품에서 절대로 벗어나질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어떤 여자라 할지라도 약을 먹은 순간부턴 철저하게 나의 노예나 되곤 했다. 새삼, 순수레즈라고 자처하는 여자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장미를 진정한 내 사람으로 만들려면 아주 오랫동안의 시간이 필요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딸들의 행선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고 뭘 하러 가는 지도 묻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내 방으로 장미가 들어왔다. 

“오빠! 우리끼리만 놀러가서 섭섭하시죠?”

그 소릴 들으니 장미에 대한 섭섭함이 좀 덜어졌지만 사실은 딸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마도 딸들이 레즈비언들과 쉽게 어울리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소홀함으로 인한 욕정을 해소키 위함일 것이다. 장미가 내 품을 파고들었다. 나는 장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장미, 아직도 내가 무서워?”

“네.......!”

나는 장미에게 키스를 했다. 장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내 입술을 받았다. 살 냄새와 향수냄새 같은 것이 오늘따라 은은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장미를 건드리지 않았다. 무리하고 싶지가 않았다. 장미는 자기를 더 이상 안아주지 않자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장미에게 말했다.

“장미! 내게 미안해서 억지로 잠을 자줄 필욘 없어, 내 방을 나가도 좋아!”

“오빠.......”

나는 등을 돌렸다. 장미는 내 등을 꽉 껴안았다.

“죄송해요, 절 이해해 주세요. 오빠도 사랑해요.”

“아니, 무서워하겠지!” 

“하지만 무서우면서도 오빠를 좋아해요! 제 마음을 아시잖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미에 대한 아쉬움과 섭섭함을 애써 떨쳐버렸다. 어차피 나는 장미에게 공을 들일 시간이 없었다. 당장은 내 딸 향이에게 신경을 집중해야하고 향이를 닮은 죄로 약에 제물이 되어버린 보연이또한 보살펴 줘야한다. 장미와 그렇게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다은이가 내 방엘 찾아왔다.

“나 여기서 잘래요!” 

다은이는 침대에 대뜸 올라왔다. 장미가 다은이를 안았으나 다은이는 뿌리치고 내 품에 파고들었다.

“장미이모는 왜 아저씨 방에서만 자는 거야?”

나는 통통한 다은이의 엉덩이를 두들겨주면서 말했다.

“장미이모하고 아저씨하고 할 말이 있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다은이는 장미 쪽을 슬쩍 보더니 내게 입술을 얼른 맞추었다.

“히히히!”

나는 다은이를 꽉 껴안았다. 다은이가 너무 귀여웠다. 어린 시절의 작은 딸을 안는 것 같았다. 나는 묵직하고 통통한 다은이를 내 배위에 올려놓고 잠을 청했다. 다은이는 큰 대자로 엎어져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다은이의 볼록한 젖가슴의 감촉은 여전히 야릇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집엔 아무도 없었다. 다은이도 안보였는데 전화를 해보니 내가 귀찮아 할까봐 집에 데려다 줘버렸다고 한다. 이 시끄럽던 집에 나 혼자 덜렁, 남아있다는 사실에 나는 새삼 외로움을 느꼈다. 이럴 때 출근할 내 회사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회사로 갔다. 

 우리 H기획사 산하에 있는 L연기학원의 원장인 안 미나가 찾아온 것은, 내가 회사에 출근한지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였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진작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스케줄이.......”

그녀는 공손히 인사를 했는데 티브이에서 보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사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배역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하기 직전, 사극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녀의 얼굴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바쁘시진 않나요? 요즘 한 참 바쁘실 텐데!” 

“네, 조금 있다가 전라도까지 가봐야 해요.” 

내가 알기로 그녀의 나이는 나보다 많은 사십대 중반정도 되었고 한 번의 이혼경력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년 여배우들이 그렇지만 안 미나도, 실물을 보니 성적인 매력이 더 물씬 풍겼다. 

안미나는 현재 학원의 상황을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보고했다. 위트가 넘쳐서 말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하하하!”

 그녀와는 다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핸드폰이 징징거렸다.

“어머나 사장님, 지금 가봐야겠습니다. 또 시간 낼게요!”

“그래요!” 

회사업무가 조금씩 눈에 들어옴에 따라 내 방에도 간부들의 출입시간이 빈번해지고 있었다. 오후엔 홍보부장이 내 방으로 왔다. 조 현주. 나이가 34살인 그녀는 유부녀이고 뚱뚱한 편이다. 얼굴은 귀여운 편이었다. 그녀가 사진 한 장을 쓱 내밀면서 말했다. 

“사장님이 취임하시기 직전, 우리 회사에서 실시한 가수를 뽑는 공개오디션에 합격한 애들입니다. 연습생들인데 사장님에게 인사 좀 드리게 하고 싶어서요.” 

쌍둥이처럼 외모가 닮은 사내애들 둘을 찍은 사진이었다. 머리가 무척 짧고 여자처럼 얼굴이 고왔다. 헐렁한 재킷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나이는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밖에 안보였지만 실제 나이는 무려 스물셋씩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정작 놀란 건 그것이 아니었다.

“사장님, 그것들이 남자로 보이세요? 여자로 보이세요?”

“예? 그럼 애들이 여자입니까?” 

나는 다시 한 번 사진을 쳐다보았다. 무엇보다도 가슴을 들여다봤다. 재킷 안에 받쳐 입은 것이라곤 목이 깊게 파이고 몸에 꽉 끼인 나시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평평했다.

“이거 정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실물을 봐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여자라고 생각해서인지 무척 개성이 강하게 보였다. 비린 맛이라곤 전혀 없었고 상큼 발랄하기만 했다. 직접 보고 싶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