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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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음!”

나는 낮게 신음했다. 발은 제2의 성감대라고 누가 말했던가. 간질거리면서도 시원한, 아프면서도 짜릿한 지언이의 손이 급소를 훑을 때마다 나는 등뼈가 쩌릿거리는 쾌감을 맛 볼 수가 있었다. 어느덧 내 자지가 빳빳하게 곤두서있었다. 

“자, 이 부분이 바로 정력증강점이야. 흠, 내가 왜 이걸 가르쳐주나 몰라.”

발바닥의 3분의2정도 되는 아랫부분의 움푹 들어간 곳을 지언이가 꾸욱 눌러주자 장미도 따라서 꾸욱 눌러주었다.

“흐음!”

선입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자지 뼈로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도 같았다. 마사지는 계속되었고 말없이 내 발바닥을 주물러대던 지언이의 입에서 뜬금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오빠하고 섹스하면 무섭지 않아? 씩씩거리며 달려들면 무섭지 않냐구!”

“아냐, 안 무서워. 오빤 날 심하게 다루지 않아.” 

“아니, 모든 남자는 다 똑같아. 오빠도 폭력성향이 있을 거야. 언젠가는 튀어나올거라구.”

“기집애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오빠는 절대로 날 때릴 사람이 아냐.”

“근본적으로 남자들은 폭력성향이야. 너 호랑이들 교미하는 거 봤어? 동물원에 가보면 어쩌다 볼수있는데 대게가 수컷이 암컷을 물어뜯거나 폭행을 하면서 교미를 해. 남자들은 다 호랑이들이야!”

지언이의 말에 장미는 입을 다물었다. 지언이야말로 골수까지 순수레즈비언이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정말 꺾기 힘든 꽃은 바로 지언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꺾어버려 할 꽃이었다. 갑자기 오른발에서 극심한 통증이 왔다. 지언이가 만지고 있던 발이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어우! 아파!” 

복숭아 뼈 밑에서 오는 통증이었다. 

“어머 오빠, 깨셨어요? 미안해요. 갑자기 한눈팔다가 잘못 짚었어요.”

“아냐 괜찮아. 어서 회복 맛사지나 해줘!”

내 말이 우스웠던지 둘은 킥킥 거렸다.  

가뿐한 마사지를 끝내고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아차, 안원장과 약속이 되어있었지. 나는 안원장의 식사 약속에 지언이와 장미를 대동하기로 했다. 둘은 좋아했다. 더구나 지언이는 안미나의 팬이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안원장은 아직 나와 있질 않았다.

지언이와 장미는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안미나는 우리 회사 산하에 있는 연기학원의 원장이었지만 마치 그녀에게 오디션을 받으러 온 예비 연기자들처럼 수시로 화장을 고치기도 했다. 드디어 안원장이 나타났다. 

“어머나 죄송해요 사장님!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나는 그녀에게 지언이와 장미를 소개했다. 

“어머나 무슨 여자들의 분위기가 이렇게 끝내준담?”

안원장은 대뜸 칭찬을 했는데 지언이와 장미는 얼굴을 붉혔다. 안원장은 지언이보다 장미의 분위기를 더 처 주었다. 그렇잖아도 정실장도 장미의 느낌을 높이 산적이 있었다. 나는 정말 장미를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사람은 금방 친해졌다. 

“출현하신 드라마 제가 거의 봤어요. 실물이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호호호호! 나 아직 늙지 않았다구!”

 식사가 나온 후에도 세 여자들은 계속 재잘거렸다. 지언이의 좋은 기억력 때문에 안원장이 출연했던 오래전 사극에 관한 추억까지 고스란히 떠올릴 수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안미나, 그녀는 정말 잘나갔었다.

 나는 식사 말미에 여름캠핑계획을 말했다. 안원장은 참가인원에 대해 물었고 나는 예술고에 다니는 장래 촉망한 애들과 예쁘장하게 생긴 내 딸들, 그리고 지언이와 장미가 함께 간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참가하기로 했다.  

안원장은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일단 자기에겐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을 즐겁게 봐주기만 하면 된다. 또한 쓸만한 애들을 자기 학원생으로 만들 수도 있다. 분위기는 시끌벅적해졌다. 캠핑을 간다는 설렘 때문에 아이들처럼 다들 들떠있었다. 그런데 마음한구석이 뭔가 편치 않았다. 

 성인연극, 즉 섹스가 실제로 진행이 될지도 모르는 알몸연극을 안원장과 함께 하자고 말을 꺼내야 하는데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실 정실장은 내가 안원장에게 연극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라고 했지만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조부장이나 정실장같은 경우야 약에 취해있으니 내가 세상 모든 여자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후우우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나는 안원장과 연극을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약을 먹여서라도 그녀와 알몸연극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 문제는 약이었다. 

내가 약이 없었다면 이런 문제로 골머릴 썩지 않았을 것이다. 되지도 않을 일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흐음!”

내가 그 문제로 한동안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 사장님! 무슨 고민 있으신 가봐요?”

안원장이 굵게 쌍꺼풀이 된 눈으로 웃었다. 장미가 내 고민을 아는 척했다.

“우리끼리만 이야기 하니깐 그렇죠.”

“흐음 맞아. 나 삐졌어.”

나는 대충 그렇게 넘기려고 했지만 안원장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 지금 사장님은 정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아무래도 고민이 있으신 거 같은데!”

안 원장은 끝내 호기심을 풀고 말겠다는 표정으로 날 살폈다. 분위기가 그렇게 되자 지언이와 장미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으라고 했다. 나는 실토하지 않았고 지언이가 끝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고 말았다.

“혹시 오빠는 안미나원장님에게 관심 있는 거 아니 예요? 흠,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쳐다보는 눈이 수상했어!”

그러면서 지언이는 장미의 눈치를 살폈는데 아무래도 이 기회에 나와 안원장을 엮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그래야 장미가 다시 돌아 올 수 있을 테니까. 지언이의 하찮은 작전은 적중했다. 장미가 자릴 박차고 일어섰다.

“오빠, 우리가 자릴 비켜줄게요. 말씀 나누다가 오세요.”

장미는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장미에게 쫓아가려다가 말았다. 지언이가 장미의 뒤를 쫓았다. 내 느낌이었지만 지언이는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안원장과 단 둘이 있게 되자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나는 안미나에게 정말 관심이 쏠렸다. 그녀의 깊고 편한 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쑤욱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보연이엄마와는 또다른 분위기였다. 한국남자라면 누구든 그녀와 하룻밤을 자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섹시함과 거리가 먼 것 같은데도 은근히 함께 자고 싶은 전형적인 고전스타일! 

 그녀는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다. 나는 큰딸에 얽힌 사연을 주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나는 의붓딸인 완희에게 무엇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었다. 그녀는 탤런트답게 눈물이 많았다. 그녀의 눈물은 진실 되어 보였고 그래서 아련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까지도 섹시함에 일부라고 느껴지는 건 또 무얼까.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 강렬한 성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 완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딸이었다.

상황을 보니 그녀의 딸은 병원에 누워있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난 뒤 나는 물었다.

“딸아이가 아픈가요?”

그녀는 흐느꼈다. 나는 그녀의 딸이 불치병에라도 걸렸나 싶었다.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는데 술을 한잔 마신 후에야 입을 열었다.  

“제 딸은 마약을 복용했고 그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 누워있어요.”

내 머릿속으로 갑자기 벼락이 번쩍 거렸다.

“뭐? 뭐라구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았지만 끝내 통곡을 했다.

“흐흑, 억울해요. 제 딸아이는 절대로 자기 스스로 원해서 마약을 한 게 아니라구요!”  

대체 뭐가 억울하다는 것일까. 그녀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꼈다. 나는 차분히 그녀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은 금방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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