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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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전화를 혜정이 에게 바꿔줘요. 최 회장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가르쳐줄 사람이라고 말해주세요!”

안미나는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드디어 안미나의 전화가 혜정의 귀에 붙었다. 

“최혜정! 지금부터 너는 나 최도균이가 하는 그 어떤 말도 들어야 한다. 알았지?”

“네? 네.......”

전화를 끊고 나니 힘이 쪽 빠졌다. 그 동안 숱한 여자들에게 약을 먹여봤지만 혜정이만큼 힘든 여자는 더 없었다. 그녀는 바로 대 재벌의 장녀인데다가 라디오 디제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한방에 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곤 천천히 그녀들에게 갔다. 나는 혜정이 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흐음, 앉아도 되지?” 

생전처음 보게 된 혜정과 나! 이상한 기류가 생성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내 몸종과도 같은 존재가 돼 버렸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물론 그녀는 당연히 날 어려워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얼굴은 눈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날카로운 분위기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혜정이, 오늘 라디오 방송 때 나와 함께 스튜디오실 안에 들어가는 거야.”

“네? 왜? 왜요?” 

그녀는 내게 겁을 내면서도 반문을 했다. 내 명령에 대해 의혹을 품을 만큼 방송이라는 건 중대 사안이었다. 나는 힘주어 말했다.  

“오빠가 그렇게 한다면 하는 거야. 그러니까 스튜디오 밖에 있는 작가나 피디들한텐 잘 알아서 말하라구. 혜정인 베테랑이니깐 나 같은 사람하나 들어가도 괜찮을 거 아냐? 한마디로 난 오늘 갑자기 만들어진 게스트야.”

“그, 그래도 곤란해요! 아아. 내가 왜 이러지?”

혜정이는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혜정이 네가 왜 지금 머리가 아픈 건지 신경 쓰지 마! 그럼 더 아프기만 할뿐이야. 내 말만 듣기만 하면 돼. 아무튼 난 오늘 혜정이와 함께 생방송을 경험하고 싶어. 지금 전화로 피디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 만약에 안된다면 아빠를 팔아. 아빠 파워로 안 되는 거 있어? 아참, 작가한테도 내 직업을 대충 하나 만들라고 그래. 뭐, 이번에 아이티 지진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만들어도 되고.”  

혜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혜정이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속이 잠시 소란스러웠지만 곧 정리가 되었다. 역시 그녀와 그녀의 아빠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설사 생방송 중에 펑크가 나도 피디나 작가의 목이 달아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게 하겠다며 그녀가 입김을 단단히 불어넣었다. 혜정이는 목이 타는지 자꾸만 물을 마셨다. 나는 그녀에게 내 얼굴을 봤을 때 뭘 느꼈는지 솔직히 말하라고 했다. 그녀는 안원장의 눈치를 살폈고 나는 안원장에게 잠시 자릴 비켜달라고 했다. 단둘이 있게 되자 그녀의 솔직한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뭔가가 아련해요. 뭐든지 다 들어주고 싶고........ 아니 그냥 들어야 할거 같아요. 그게 제 도리이고 또 뭐랄까, 말하기 부끄럽지만 오빠에게 안기고 싶어요!” 

아, 미칠것만 같았다. 안원장의 복수를 해줘야 하는데, 다름 아닌 최혜정의 입에서, 그것도 미치도록 고운 고백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속된말로 환장할 것만 같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안원장은 완전히 들뜬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대체 아까 그 약이 뭐죠? 네?”

안원장의 속삭임을 혜정인 거슬려 하고 있었다. 질투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질투하건 말건 안원장에게 내 계획을 말했다.

“그 약을 먹으면 천하의 어떤 여자도 내 말을 듣게 되어있어요. 또 항상 섹스가 하고 싶지요. 물론 나하고 섹스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 있다가 새벽에 있을 생방송때 나는 혜정이를 스튜디오 안에서 몰래 따먹어버릴 겁니다. 혜정이는 아주 미칠 겁니다. 기분은 아주 뻑 가는데 그 소릴 절대로 마이크에 흘려보내면 안 되니까 말이죠. 흐흐흐!”

안원장은 충격을 받은 듯 했으나 역시 내 편이었다. 두려워하면서도 날 은근히 응원했다. 안원장은 내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했다. 나는 내친김에 연극 논쟁처럼, 그런 옷 벗고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안원장과 함께.

“호호호호! 사장님두 참!”

안원장은 내 팔을 꼬집으며 재미있어 했다. 보고 있던 혜정인 물을 연거푸 마셨다.

“두, 두 분은 애, 애인사이신가요?”

안원장이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내가 그녀의 입을 먼저 막았다.

“맞아, 우린 애인이야. 아주 찐한 애인이지.”

혜정이의 표정이 볼썽사납게 변했다. 천하의 최혜정이가 질투를 하다니.

어쨌든 안 원장은 너무 통쾌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방송국으로 갈 시간이 되어 우린 밖으로 나갔다. 혜정이의 보디가드가 서 있었다. 혜정이는 녀석에게 말했다. 

“이분은 나랑 자주 볼 오빠예요. 그러니 인사부터 드리세요.”

“안녕하십니까?”

날렵하게 생긴 젊은 녀석의 인사를 받고 우린 차에 올랐다. 차안에서 나는 안미나에게 캠핑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우선 우리 날부터 잡읍시다. 뭐 애들한테 물어봐야겠지만 대충 이번 주말이 어떻겠습니까? 이박삼일입니다. 내일중으로 애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굳힙시다.”

“좋아요! 사장님!”

그녀는 승낙했다. 서울의 야경을 보면서 나는 연극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를 떠올려 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올리고 싶은 연극이 하나 있었다. 친딸을 사랑하는 아빠가 친딸에 대한 사랑을 못 참고 친딸을 꼭 빼닮은 어린 여자애와 성교를 나누는 연극! 물론 그 주인공은 나와 보연이가 될 것이다. 만약에 향이가 구경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런 징그러운 연극은 보지 않을 터이지만 만약에 끝까지 보게 된다면 내가 자기 아빠라는 걸 눈치를 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향이야. 내 딸아.

향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촉촉해진다.

“자 다 왔습니다.”

드디어 방송국이었다. 연예기획사대표가 되가지고 방송국을 겁내다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우린 혜정이를 따라갔다. 호리호리하게 잘빠진 뒤태가 보였다. 아름다운 여체의 곡선이었다. 돈이라면 썩어 넘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몸매관리하나는 일도 아닐 것이다. 아아. 저 아름다운 최혜정이가 내 것이라니. 보듬기만 해도 오르가즘을 느껴버릴 것만 같은, 부드러운 혜정이가 내 여자라니. 

“여기예요!”

걸음을 멈춘 혜정이는 문을 하나 열었다. 따라 들어 가보니 복잡한 장비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잠시 후 안경을 쓴 여자한명이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방금 혜정씨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오늘 게스트시라구요?”

“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방송하면서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네요. 제가 급하게 대본을 만들었는데 일단 이것만 보시고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나는 무조건 알았다고 말했다. 생방송이 시작되려면 아직도 한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혜정이와 난 대본을 들고 연습을 시작했다. 최근에 알몸연극을 해봤던 게 도움이 됐던 걸까.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왔다.

“와, 잘하시는데요!”

작가가 박수까지 쳤다. 혜정이의 표정도 한결 좋아졌다. 앞으로 벌어질 어마어마한 사태에 대해선 눈곱만큼도 모른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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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업뎃은 왠지 씬이 별로 없군요. ^^; 하지만 150화부턴 상상을 초월하는 신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가르히하이스님 의견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자매간의 사랑을 틈틈이 보충하겠습니다. 사실 아진이와 완희는 틈틈이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부주인공이 1부의 기억을 갖는다는 건 앞선 2부예고(143화)꼬리에 나와있습니다. 반드시 기억을 갖게 할 겁니다. 하지만 아직 1부주인공 최도균이 해야할 일이 좀 남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2부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암튼 2부에서 활약할 주인공 캐릭터는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자기 엄마에게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녀석입니다. (그 녀석의 몸은 완희의 아들이지만 정신은 1부의 주인공입니다. 자기 딸에게 엄마라고 부를 순 없죠.) 

그 녀석은 아주 끔찍한 패륜을 저지른 후 충격을 못 견디고 정신병환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1부주인공 최도균이가 아들을 살리려다가 그만 빙의가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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