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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이를 보면서 나는 한 가지를 알 수가 있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집안의 딸들은 사랑도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그러한 것들이 그녀들의 최대 약점일지도 모르겠다. 내 딸 완희만 하더라도 질투라는 감정은 혜정이 못지않게 가지고 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힐 뿐이다. 나는 혜정이와 주희에게 당부했다.

“너희들은 절대로 나하고의 관계를 주위사람들에게 눈치 못 채게 해야 해!”

둘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가 끝나고 식당을 나섰다.

 혜정은 나와 데이트도 못하고 헤어져야 했다. 방송국에 회의가 있다고 한다. 본의 아니게 주희와 같이 있게 되었는데 주희는 인상부터 찡그렸다. 내 팔을 꽉 붙들고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 게슴츠레해진 눈을 보니 약기운으로 주희는 펄펄 끓고 있었다. 

“삼촌, 제 몸이 좀 이상해요. 아까 먹은 초콜릿 때문인가요?”

“그건, 여자의 몸을 무척 아름답게 만드는 초콜릿이야. 이제 그걸 먹었으니 주희는 나와 종종 육체관계를 맺어야 해. 나는 가급적 주희와 사랑을 나눌 거야. 하지만 만약에 내가 주희 곁에 없다면 주희 혼자서 욕정을 해결해야해.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하면 안 돼 알았지?”

“네 삼촌.”

“그런데 몸이 많이 힘들어?”    

“네 힘들어요. 하지만 뭔가에 붕 떠있는 기분도 있어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주희의 얼굴을 보았다. 약간 견디고 있는 모습과 마약에 취한 듯한 몽롱한 모습이 섞여져 어린나이 답지 않은 요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주희야, 아까 삼촌이 말한 거 있잖아. 섹스방송....... 언제 할까?”

“진짜 할 거예요?”

주희의 표정엔 기대와 설렘과 두려움이 골고루 섞여있었다. 나는 주희를 안심시켜 주었다.

“조만간에....... 우선 두 차례에 걸쳐서 할까 해. 하나는 얼굴을 가린 체하는데, 그건 방송으로 다 내 보낼 거고 또 하나는 얼굴을 다 공개하고 할까해. 그건 우리들끼리만 소장하는 거야. 사랑하는 우리들끼리만!”

사랑이라는 소리에 주희가 철썩 내게 팔짱을 꼈다. 

“왜 이렇게 삼촌이 좋지?”

나는 주위사람들을 가리키면서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주희에게 더욱 야릇한 증상이 달려들고 있었다. 

“아, 미치겠다.” 

주희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주희를 가만 놔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주희와 어디에서 첫 섹스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안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장미 있잖아요. 보통 물건이 아니에요.”

안 원장은 장미를 칭찬하느라 정신없었다. 말끝에 은아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렇잖아도 지금 은아한테 가본다고 한다. 초췌하고 마른 얼굴과 보라색의 입술을 가진 은아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아를 그렇게 만든 사람의 딸이자 또 은아의 엄마인 안 원장에게 모욕을 가했던 주희를 데려가는 건 절대로 무리가 아니었다. 주희는 지금 약에 중독되어있는 상태다.

“원장님, 최 회장의 셋째 딸 주희랑 같이 병원에 들를게요.”

그녀는 화들짝 놀랐지만 주희역시 혜정이처럼 변했다고 하자 안원장은 기꺼이 데려오라고 했다. 내심 좋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우선 복수를 하지 말라고 했다. 

주희와 나는 은아의 병원으로 갔다. 

 안원장이 먼저 와있었다. 그녀는 자기 딸 은아에게 날 소개했다. 은아는 내게 인사를 했다. 쾡한 눈동자의 은아는 웃고 있었다. 저런 아픈 모습을 하고도 이토록 강렬한 아름다움을 뿜어낼 수가 있다는 사실이 나는 새삼 놀라웠다. 안 원장은 주희를 보더니 얼굴을 붉혔다. 주희도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약을 먹지 않았다면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을 테지만 주희는 내 눈치만 살폈다. 

주희를 병실에 놔두고 안원장과 밖으로 나왔다. 안 원장은 혜정이에 이어 주희까지 중독된 모습을 눈으로 보게 되자 오히려 두려워했다. 최 회장의 성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나는 계획이 있다고 하면서 안심을 시켰다. 그나저나 나는 은아의 상태가 궁금했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최 회장이 먹인 것은 성적인 쾌락을 극도로 높여주는 마약이었어요.”

그 때문에 아직도 은아는 수치심과 도덕성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환청, 환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저껜 웬 남자가 옷을 벗고 자기 옆에 누워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민망한 소릴 하는 거예요. 남자가 뭔가를 요구한다면서....... 의사에게 말했더니 큰 인형을 갖다주더라구요. 금단증상이라 남자를 대용할만한 물건이 있어야 한 대요.”

안 원장은 눈물을 글썽였다. 최 회장의 만행에 새삼 몸이 떨렸다. 그녀는 지방에 가봐야 할 일이 있다면서 차에 올랐다. 그전에 안 원장은 은아의 보호자로서의 자격을 내게 부여해주었다. 말로만 부여한 게 아니라 병원 측에 등록을 시켜주었다. 마약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보호자가 된다는 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환자의 사생활이 완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날 많이 의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그녀의 속마음을 알게 되어 은근히 반가웠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병실에 올라갔다. 은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마약의 후유증에 대해 다시 떠올려보았다. 후유증이라는 게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증상을 들어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벌거벗은 남자가 환각으로 나타나 별의별 해괴한 소릴 지껄이다니.

나는 은아 옆으로 가서 앉았다. 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건조한 손이었지만 그 느낌이 상당히 미묘했다. 

“아저씨, 저 좀 재워주실래요?”

나는 의자를 좀 더 붙여 은아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하지만 은아가 원하는 건 그것이 아니었다.

“제 옆으로 누우세요. 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는가 싶어 침대에 올라가려는 그때, 내 팔뚝을 주희가 세게 붙잡았다. 절대 침대에 올라가지 말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괜찮다며 얼른 재워주겠다고 했다. 금방이라도 은아는 잠이 들것 같았다. 침대에 오르니 은아는 날 급하게 껴안았다.

“우와 좋다. 꼭 아빠 같아요.”

아빠라는 소리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주 바짝 마른 소녀가 날 안고 있다. 한동안 섹스 쾌락을 돋궈주는 마약을 복용했으며 또 그 사람에게 실컷 섹스를 당했던 소녀다. 내게 아빠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날 진짜 아빠라고 생각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날 성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은아를 가지고 놀았던 남자도 아마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을 것이다. 오 내 딸내미. 그러면서 얼마나 깊숙하게 은아를 꿰뚫었을까. 나는 가엾은 은아를 꽉 안아주었다.  주희는 입술을 깨물며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마약과 내가 가지고 있는 약에 대해서 비교를 해보았다. 어떤 것이 위험한 건지 답은 뻔하다. 약은 해독제가 있지만 마약은 그 해독제가 없다. 나는 불현 듯 은아에게도 약을 먹인 다음 해독제를 다시 먹이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그렇다면 은아의 몸에 있는 마약까지 해독이 될 수 있을까. 문득 내 아랫도리 느낌이 이상했다. 이런. 은아가 눈을 감은 채 내 바지를 벗기고 있다. 은아는 내 팬티에 손을 쑥 넣었다.

“헉!”

손에 꿀이라도 바른 것처럼 미묘하게 달콤한 이 느낌은 무얼까. 마약에 찌든 은아를 가만 놔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 자지를 빨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섹스를 벌이게 될 테지. 하지만 나는 불쌍한 은아를 말려야 했다. 쾡한 눈동자와 보라색의 말라비틀어진 입술이 주는 안쓰러움을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은아야, 자! 어서 손을 치워!”

나는 근엄하게 충고했지만 은아는 뜻밖의 소릴 했다.

“어? 아저씨가 만져달라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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