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4 회: 약에 중독된 향이와 드러난 비밀 -- >
조그만 약은 향이의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고 말았다. 양이 너무 작아 멋도 모르고 넘어가 버린 건지, 아니면 나에 대한 향이의 반발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서울집에 가자. 해독제를, 해독제를 먹어야 해!”
하지만 향이는 변함이 없었다.
“이봐요 사기꾼 아저씨. 아저씨 입에만 안 녹을 뿐 그냥 초콜릿이잖아요. 그리고 전, 전과 똑같다구요. 이상하게 변하지도 않았다구요!”
내 딸이 이렇게 고집불통일 줄은 몰랐다. 아니 향이가 지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당연했다. 나는 우선 향이가 두통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두통이 오면 전화로 달래준 후 서울 집에 가서 해독제를 먹여야겠다.
“향이야. 조금 있으면 두통이 올 거다. 참을 수가 없을 거야. 내가 두통을 없애는 방법을 알고 있어. 그러니 그때 전화를 해!”
나는 명함을 주었다. 향이는 명함을 찢어버리곤 그대로 택시를 탔다. 행선지는 터미널일 가능성이 높았다. 향이의 지갑은 얇을 것이다. 수십만 원의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향이의 뒤를 이어 나도 택시를 잡아탔다. 짐작대로 향이의 택시는 고속도로 방향이 아니었다. 향이의 택시는 터미널에 내렸고 나도 뒤따라 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서울 가는 버스는 아직 없었다.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나는 향이를 찾았다.
“!”
향이가 보였다. 조금 있으면 내게 전화를 하겠지. 나는 향이를 쳐다보았다. 향이는 차분히 앉아있었다. 나는 자판기로 가 커피를 뽑았다.
“잔자자 잔잔!”
보연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큰일 났어요. 향이가 머리가 아프다며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아빠 전번 물어봤는데 전화 안 왔어요?”
나는 당장 보연이와의 전화를 끊고 주변을 살폈다. 향이가 보이질 않았다. 설마 그 몸으로 서울에 간 건가? 나는 차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도 출발시간은 멀었다. 나는 터미널을 한동안 헤맸다. 향이는 없었다. 나는 향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향이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
“어디야? 향이야 어디야?”
“사기꾼!”
딸아이의 한마디가 내 속을 다시 무참하게 도륙했다. 나는 계속해서 물었고 향이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딸아이를 위해서 그 더러운 소릴 지껄여야 했다.
“내 말 들어라. 향이야. 이제부터 넌 내 딸이야. 물론 나의 섹스 딸이 아니다. 넌 앞으로 내가 지켜줄거야. 그러니 아빠 말을 들어야 해. 날 원망하고 싶으면 맘껏 원망하고 욕하고 싶으면 마음껏 욕해도 좋다. 네 맘대로 행동해도 좋아. 아빠가 다 지켜줄게. 하지만 남자와의 성교는 절대 안 돼. 너 지금 어디 있니?”
“아 싫어.......!”
향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정적이었지만 그나마 목소리는 다시 맑아진 듯 했다. 두통이라도 사라진 것이 어디인가? 향이는 여자화장실에 있었다. 나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향이를 데리고 나왔다. 눈물콧물로 얼룩진 향이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나는 서울로 가는 택시를 탔다. 피서고 뭐고 캠핑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내 딸 향이에게 해독제를 먹여야 한다.
택시 뒷자리에 향이와 함께 앉았다. 나는 딸아이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남자를 갈구하는 듯 한 거친 숨소리 같아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만 참아라, 내 딸아. 나는 향이의 어깨를 감았다. 향이가 내게 안겼다. 기쁘지가 않았다. 이 아빠를 사랑해서 안겨 있는 게 절대로 아니었다. 향이는 잠이 들어 있었다.
“헉!”
향이의 손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안 돼! 나는 향이의 어깨를 꽉 잡았다. 하지만 향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모르는 척, 고의로 이러는 것일까. 아님 무의식중에, 약으로 인해 잠재되어 있던 성적인 욕망이 마침내 증폭되고 만 것인가. 피가 마르고 손에 땀이 잡혔다. 그때!
딸아이의 손이 마침내 나의 그것을 물컹 잡고 말았다. 순간 내 몸이 산산조각 나는 것처럼 나는 전율했다. 나는 향이의 손목을 잡고 떼어놓았다.
“흐흐흐흑!”
향이는 애초부터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나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향이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아빠가 아냐 악마야. 어떻게 이런 걸로. 흐흐흐흑!”
심장이 떨리고 숨이 막히고 눈앞이 노래지고 경기가 날것처럼 몸은 떨렸다. 향이는 내게 속삭였다.
“이 약은 당신 말처럼 악마의 약이야. 당신 같은 인간을 안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 더러운 약을 엄마에게 먹였고 내 친구에게도 먹였어. 나랑 닮은 친구한테 먹인 이유가 자기 친딸에 향한 성욕을 해소하려고.......어어어엉!”
향이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흐느꼈다. 나는 딸아이에게 말했다.
“참아. 조금만 참으면 돼. 넌 이겨낼 수가 있어.”
향이는 내 등을 꽉 쥐며 울었다.
“아아아앙!”
그때 택시가 섰다.
“잠깐 쉬었다 가야 할 거 같네요. 담배 좀 피우구요. 어우 머리 아파!”
택시 기사의 표정이 더러웠다. 그 역시 날 안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더 건넸다. 그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차는 다시 움직였다. 나는 향이를 단단히 부둥켜안고 말했다.
“조금만 참거라.”
향이는 내 귀에 대고 충격적인 말을 뱉고 말았다.
“나 약 안 먹을 거야. 당신이 뿌린 씨를 지금부터 나를 통해서 거두어야 할 거야. 난 타락할거야. 내가 당신 딸이 맞는다면 당신 딸이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하게 타락하는 꼴을 당신은 지금부터 봐야 해!‘
“향이야! 안 돼!”
“걱정 마, 당신하고도 붙어먹어 줄 테니까. 기분 좋지? 만날 나 닮은 보연이만 괴롭히지 말구 날 실컷 가지라구. 변태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근친상간이라면서?”
이일을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나는 창문을 열고 숨을 몰아쉬었다. 향이는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한 원망을 이렇게라도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독제를 먹여버리면 된다. 속이 조금 낳아졌다. 나는 다시 한 번 향이에게 주문을 걸었다.
“넌 그 어떤 남자와도 성관계를 갖지 못해. 절대로!”
“아아아, 싫어!”
지옥과도 같은 택시 안이었다. 지루하고도 힘들었던 택시가 서울에 도착한건 아침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을 때였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다. 해독제부터 찾았다. 나는 절반의 해독제를 향이의 입에 디밀었다. 향이는 거부했다.
“미쳤어? 당신 뜻대로 하게 내비둘거 같애? 난 절대로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향이는 욕실부터 들어갔다. 향이의 옷들이 욕실 밖으로 하나둘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쏴아아!”
그래, 찬물에 몸을 씻거라 그럼 널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성욕도 어느 정도 가실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가 없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 오주선이라도 있었으면 당장에 달아오른 향이의 욕정을 어느 정도 식혀줬을 텐데! 나는 얼른 오주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선은 택시를 집어타고 당장 서울로 온다고 했다.
향이를 달래줄 다른 여자도 많이 있었지만 주선을 선택한 이유는 주선에게서 향이를 데려올 생각 때문이었다. 또 어차피 피도 섞이지 않은 모녀지간이니 마지막으로 뜨겁게 가족의 정을 느껴보라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주선이 오기 전에 나는 가급적 해독제를 먹일 것이다. 해독제를 쥐고 욕실을 바라보는데 아까부터 물소리가 끊긴 채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