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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 회: 황홀하고 살벌한 졸업식 뒤풀이 -- > (194/272)

< -- 195 회: 황홀하고 살벌한 졸업식 뒤풀이  -- >

“야, 색녀 아들! 그동안 참느라고 고생 많이 했지? 오늘은 참지 않아도 돼. 아주 개운하게 빼주지.”

이것들은 완전히 계획적이었다. 나는 끈을 풀어보려고 용을 썼다. 하지만 내 몸을 포박하고 있는 끈은 너무도 질기고 단단하여 도무지 풀 수가 없었다.

 병조각 같은 걸로 간단하게 푸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했다. 갑자기 날라리 같이 생긴 여자졸업생이 내 앞으로 왔다.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았고 그녀는 쪼그려 앉더니 대뜸 내 뺨을 쳤다.

“철썩!”

“이 개새끼! 넌 오늘 죽었어. 니가 감히 나한테 튕겨? 씨발놈아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아 씨발.”

나는 머릿속의 뇌가 그대로 폭발을 해버릴 것만 같았다. 무대에선 또 난리였다. 알몸상태의 2학년들에게 졸업생들이 밀가루와 케첩을 뿌렸다. 

“서로 발라준다! 실시!”

한 놈의 명령에 남녀 아이들은 우당탕 소릴 내며 서로의 알몸을 마구 문질렀다. 그때 내 뺨을 때렸던 기집애가 무대를 향해 소리쳤다.

“스톱! 손으로 하지 말고 서로 몸으로 비빈다 실시.”

기집애들은 울상이었고 남자애들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남자애들은 차마 여자애들을 알몸으로 비비지 못했다. 졸업생들 몇이 무대로 올라가 무자비하게 발길질을 했다.

“퍽! 퍽!”

“아악!”

남자애고 여자애고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끔찍한 상황이었다. 요즘 학교 졸업식 풍경이 처참하다고는 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알몸의 아이들은 울면서 서로의 알몸을 마구 비볐다. 날 때리던 기집애가 또 소리쳤다.

“발기한 것들 중에 하고 싶은 놈들 옆으로 나와. 하고 싶은 년들도 옆으로 나와.”

하지만 아무도 나오질 않았다. 기집애가 씩씩거리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자지가 꼿꼿하게 서있는 놈들을 작씬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씨발놈아. 조시 서있는 경우는 뭔데?”

 기집애는 사람이 아니었다. 저러다가 고자가 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사정없이 사타구니를 발로 찼다. 남자애들은 사정했다. 

“윽, 누나, 한번만 봐줘요.”

나는 침착하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싶었다. 희미하게나마 탈출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나는 일단 무릎을 접어 내 발목을 묶고 있는 끈을 풀기 시작했다. 잡아당기면 풀 수 있는 매듭이 아니라 쉽지가 않았지만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드디어 매듭이 다 풀렸다. 

이제 최소한 도망은 칠 수가 있었다. 마침, 졸업생들은 죄다 무대 위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후배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놈은 여학생의 유방을 만지기도 했고 어떤 놈은 노골적으로 후배의 지보를 만졌다.

“아아악 하지 마세요.”

“이 씨발년이, 선배가 만져주면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 틈에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 저 새끼 잡아!”

무대 위에서 우르르, 몇 놈이 날 잡으러 내려왔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콰앙!”

출입문을 열자마자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날 발견한 여학생들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운동장 한복판에서 소리쳤다.

“나 좀 풀어줘!”

아이들 몇이 달려와 끈을 풀어주었다. 나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유일한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 중에 날 꼭 찾아와줘. 그 필름이 꼭 필요해.”

여학생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개새끼!”

그제야 날 쫓아온 졸업생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발로 한 녀석의 턱을 걷어버렸다. 몸이 가벼우니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떠억!”

“허억!”

녀석이 쓰러지자 다른 놈들은 잠시 주춤했다. 나는 다른 한 놈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면상을 갈겼다.

“뻑!”

“윽!”

남은 한 놈은 도망을 갔다. 나는 다시 알몸 뒤풀이가 벌어지고 있는 그 곳으로 달려갔다. 

“쾅!”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내 눈에 보인 건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더러운 짓거리였다. 남자애들은 머릴 박고 있었고 여자애들은 죄다 성추행을 당하고 있었다. 졸업생들은 도합 여나 무명 정도. 나는 고함을 쳤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들은 더 이상 선배들이 아니다. 그리고 머리를 박고 있는 친구들은 어서 일어나라!”

머릴 박고 있던 녀석들은 꿈지럭거리며 일어나 쪼그려 앉았고 여학생들을 주무르고 있던 놈들은 우르르 밑으로 내려왔다. 나는 출입문을 등지고 섰다. 한 놈도 도망가게 할 순 없었다. 한 놈이 의자를 집어던지며 돌진했다. 

“쾅!”

가볍게 피한 후 나는 닥치는 대로 자지기 시작했다. 한 놈의 옆구리를 강하게 주먹으로 치고 옆으로 빠진 다음 다른 놈의 낯짝을 발로 걷어찼다.

“쿵!”

“윽!”

하지만 그때 서너 놈이 동시에 달려들었고 나는 그대로 결박을 당했다. 

“너 죽었어! 개새끼야.”

한 놈이 주먹을 휘둘렀다. 피하긴 했지만 내 관자노리를 단단한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나는 있는 힘껏 눈앞에 보이는 한 녀석의 귓구멍에다대고 고함을 쳤다.

“이야아!”  

그러자 내 팔을 붙잡고 있던 그 놈이 갑자기 놀라더니 팔을 슬쩍 놨고 나는 그 틈에 내 허릴 껴안고 있는 놈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녀석은 푹 쓰러졌다.

“빠각!”

“끄악!”

허리가 자유로워지니 나는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나는 무대로 얼른 올라가 동기들에게 말했다.

“바보 같은 새끼들아 하란다고 진짜 하냐? 얼른 남자애들은 출입문 막고 여자애들은 옷부터 입어.”

여자애들은 징징 짜면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무대 위로 졸업생들이 달려들었다. 대여섯 명이 뛰어올라왔지만 그중 절반이 무대 위에서 넘어졌다.

 무대 위가 상당히 미끄러웠던 탓이었다. 나는 엎어져있는 한 놈의 머릴 콱 밟았다. 녀석의 코가 깨지면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나는 다시 달려드는 한 놈의 목을 왼손으로 제압한 후 뺨을 후려쳤다. 

 “철썩!”

졸업생은 처참하게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뭘 쳐다봐 씹새끼야.”

마침 이 녀석은 날 묶어놓고 자근자근 밟은 놈이었다. 나는 녀석의 뺨을 서너 번 더 밟아주었다.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휘이잉!”

그 때, 두 놈이 파이프를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명출이를 풀어줘, 안 그러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야. 쟤네 형, 건달이야.”

어설픈 협박이라 나는 더 봐줄 수가 없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 개새끼가 그런 더러운 배경을 갖고 있어서 애들을 저렇게 깔 수가 있었구만. 넌 더 죽었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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