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9 회: 자웅동체 -- >
윤상희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온 건 다음날 오후였다. 그녀는 내일부터 날 가르칠 담임이었는데 엄마가 그녀를 초대한 것이다. 갑작스런 담임의 방문이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엄마를 이해하기로 했다. 나에 대한 엄마의 교육열과 애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니까.
그러나 이게 웬일이야! 담임과 함께 온 여자를 뒤늦게 발견한 나는 얼이 쑥 빠졌다.
채리안!
한때, 세계 최고의 트랜스젠더배우였던 그녀가 틀림없었다. 그녀를 이렇게 다시 보게 되리라고는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나는 오래전 기억의 창고 속에서 그녀를 더듬어 보았다.
그녀의 등장을 두고 연예계의 빅뱅이라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토록 특이한 매력을 풍기는 트렌스젠더는 과거에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불과 몇 개월도 안 되어 홀연히 연예계를 떠나버렸다.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트랜스젠더면 또 어떠냐, 그게 무슨 큰 죄냐, 심지어는 수술하지 않아도 여자로서 인정해주겠다. 등등....... 오리지널 여성도 아닌 그녀에게 그토록 관대했던 건, 그만큼 그녀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다른 어떤 여배우와도 비교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콤플렉스의 무게를 못 이기고 떠났을 거라 짐작만 할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연예계를 떠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양성인간, 즉 남녀 성기를 다 갖추고 있는 자웅동체였다. 양성인 중에서도 그녀는 특히나 슬픈 운명을 가진 여자였다.
보통 남녀 성기를 두 개다 가진 경우, 한쪽을 제거하게 되면 정상적인 여자(혹은 남자)가 될 수 있지만 그녀는 특이하게도 남성기를 제거하게 되면 여성기의 기능도 함께 소멸이 되어 버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여자가 되길 원했다.) 즉, 두 개의 성기가 완벽하게 일체형이었는데 역으로 말하자면 한 개의 성기가 성적 쾌감을 느끼면 다른 성기도 똑같이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가 그녀의 언니와 함께한 술자리 때문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날 저녁, 당시 내 부인이었던 엄마에게 그 이야기 전해주었다. 그러니까 엄마는 지금 내가 채리안의 비밀을 모를 거라 생각할 것이다. 그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고작 손가락에 꼽을 뿐.
아무튼 채리안의 방문을 나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행동 때문이었는데 질투가 날 정도로 뭔가에 들떠 있었다. 물론 내가 엄마를 이해 못 한 바도 아니다. 세상에서 엄마만큼 힘들고 외로운 여자는 더 없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피를 가진 여자가 바로 엄마니까.
나는 오래전부터 엄마를 애욕의 여신인 비너스의 환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증거로 엄마의 몸을 그 오랫동안 겪어 봤지만 단 한 번도 싫증이 나 본적이 없다.
짙게 그늘진 눈빛 속엔 뭔가를 잔뜩 견디고 있는 듯 한 외로움이 항상 맺혀있고, 물기를 조금 머금은 목소리엔 정이 듬뿍 서려있다. 겉으로 풍기는 그러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엄마를 이루고 있는 몸뚱이 또한 남자의 쾌락을 위해 존재한다.
키스의 감촉이 가장 달콤하다는 주름진 입술, 도발적인 종형의 젖가슴, 하트형의 아름답고도 육감적인 엉덩이, 어떤 남자건 단번에 녹여버릴 풍만하고도 둥그스름한 허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의 지보구멍은 뜨뜻하면서 은근히 조인다. 애액의 점도는 말할 것도 없이 끈끈하여 어떤 격한 박음질도 용케 견뎌낸다. 하다못해 음모형태 까지도 포르노배우와 같은 일자형이라 보기만 해도 흥분을 일으킨다.
그런 엄마가 영원히 남자 맛을 모르고 지낼 순 없을 것이다. 만날 레즈플레이로만 그 뜨거울 몸을 식힐 순 없을 것이다. 엄마는 예전부터 인공페니스보단 남자의 살아있는 자지를 더 좋아했다. 사실 엄마는 유명인만 아니었어도 나 몰래 남자를 만나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물건달린 여자의 방문은 솔직히 섭섭했다. 나는 채리안을 틈틈이 살폈다. 삼십대 초반의 나이인 그녀는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선이 얇은 몸매에 반해 그녀의 얼굴선은 까무잡잡하면서 두터웠다. 입술도 안젤리나 졸리처럼 크고 육감적이었으며 눈도 서양여자처럼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헌아!”
날 언제 봤다고 대뜸 그녀가 아는 체를 했다. 깊고 끈끈한 눈빛이 내 몸에 쩍쩍 달라붙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그래봐야 상관없다. 난 그녀와 섹스할 일이 없으니까!
문제는 엄마다. 저녁을 먹고 모두 노래방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나도 함께 따라나선 건 바로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 담임이 될 윤상희 선생님에겐 찬밥이었고 끈질기게 채리안에게만 관심을 기울였다. 짐작대로 노래방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엄마와 이모들은 오늘따라 미친 것 같았다. 그 야릇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내가 있건 없건 뭔가를 마음껏 발산했다.
담임과 채리안의 사이가 특히 수상했다. 두 여자는 매우 친밀감 있게 보였다. 두 여자를 어떻게 혼내주지? 나는 오랫동안 그 생각만 했다. 노래는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 벌써 열시야! 내가 시헌이 데려다 주고 올게.”
갑자기 시간을 들먹이며 내 손을 잡은 사람은 장미이모였다. 젠장! 생각해보니 나는 미성년자였다. 그렇잖아도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던지라 나는 화가 났다. 나는 투덜거리며 장미이모의 손을 뿌리쳤다.
“따라오지 마 이모! 내가 어린앤가.”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이모의 표정이 심각했다. 노래방을 나선 뒤 장미이모는 날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가까운 공원벤치에 날 앉히더니 조용히 물었다.
“시헌이 너....... 묻는 말에 대답해!”
“.......”
“지언이가, 너한테 어디까지 행동했어?”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냉동인간처럼 샥 얼어붙었다. 장미이모의 이토록 냉정한 표정을 나는 본적이 없었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무 일 없었어. 더 이상 묻지 마 이모.”
“거짓말 마.”
이모는 긴 파마머리를 뒤로 넘기며 날 다시 노려보았다.
“이모가 다 알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채리안을 걸고 넘어졌다.
“말 안 해! 그리고 엄마는 왜 저런 여자를 데리고 온 거야? 저 여자 트랜스젠더잖아! 수술도 안한 남자잖아!”
장미이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냐, 수, 수술했어. 내 말 믿어줘.”
“거짓말 하지 마! 그 어디에도 저 여자가 수술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한방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나는 씩씩 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었다.
이럴 때 만만한 정아라도 붙잡고 실컷 섹스라도 해버렸으면 좋으련만 정아도 없었다. 나는 지언이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는 전활 받지 않았다. 지금쯤 노래방에서 실컷 흔들고 있겠지. 나는 거실에서 양주를 두 컵이나 비웠다.
크.
머리가 핑 돌았다. 십대가 받아들이기에 양주의 알코올 도수는 너무나 높았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깊숙하게 잠이 들었다.
“.......”
얼마쯤 잠이 들어있었을까.
“시헌아, 자고 있니?”
지언이이모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렸다. 나는 눈을 슬그머니 떴다. 이모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술 마셨어?”
나는 안 마신 척 고개를 저었다. 이모가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댔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의 뽀뽀의 달콤함이란!
“술 냄새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