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9 회: 감쪽같이 숨기는 법 -- >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오랫동안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사람들이 잠을 자러 몰려 올 것이었다. 서둘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 파장분위기였다. 엄마는 나와 이야기 좀 하자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린 마당의 구석진 곳으로 갔다.
그런데 오늘 저녁 여러 차례에 걸친 섹스 탓인지 내 몸은 여전히 몽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엄마는 선채로 이야기했다.
“감독이 우리 아들 분위기가 좋대. 연기수업 충실히 하라던데?”
“엄만, 내가 유명해지는 거 좋아?”
“물론이지!”
“.......”
“시헌아, 근데 넌 엄마가 유명해지는 거 싫어?”
엄마는 내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솔직히 그걸 말하기 이전에 이번 드라마, 진짜 맘에 안 들어. 어떻게 아들 같은 놈하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냐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날 말없이 안아주었다. 따뜻한 품....... 엄마의 냄새와 엄마의 풍만한 젖가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야. 난 세상에서 우리 아들을 제일 사랑해. 더 이상 없어.”
엄마는 날 꽉 안았다. 아아. 정신이 혼미하다. 하지만 혼미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줄기 질투가 솟고 있었다.
“엄마, 그 자식하고 설마 키스신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지?”
엄마는 몸이 흠칫 굳었다.
“서, 설마 그런 게 있겠어?”
“아냐, 요즘엔 완전히 막장 추세잖아....... 얼마 전엔 19년 차이가 나는 여자하고 결혼하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때도 키스가 있었어.”
“걱정 마 시헌아. 그런 거 절대 안 할 테니까”
엄마는 내 입술을 물끄러미 보았다. 조금 열린 입술 사이로 엄마의 혀가 보인다. 저 주름진 입술에 키스를 하고 또 달콤한 열매 같은 혀를 맛본지도 너무나 까마득한 기억이었다. 엄마에게 말도 안 돼는 엄포를 놓은 건 그 때문이었다.
“씨, 만약에 그런 일만 있어봐라. 내가 하루 종일 엄마와 뽀뽀해버릴거다.”
말을 해놓고 나니 심장이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요동이 친다. 엄마의 얼굴도 달아올랐다.
“인석아. 엄마한테 못할 소리가 없어!”
엄마는 내 시선을 피하며 날 다시 안았다. 나는 엄마를 괴롭히는 말을 또 꺼냈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싫어? 내가 아빠를 많이 닮아서?”
“우리 아들이, 조금만 어렸어도 엄마가 자주 뽀뽀를 해줬을 텐데....... 너무 커버렸어. 슬퍼라.”
엄마는 슬기롭게 애매한 상황을 넘어갔다. 나는 엄마를 놔주었다. 다시 손을 꼭 잡고 마당한가운데로 와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마마보이! 엄마하고 데이트 하고 있었어?”
희연이와 세지가 마당에 있었다. 이 새벽에 어떻게 여기까지 올 생각을 했을까? 뒤늦게나마 고기파티를 벌였다. 엄마와 이모들은 모두 방으로 들어갔다. 손님들도 함께 따라 들어갔다. 나는 고기를 뒤집으며 세지의 눈치를 봤다. 오늘은 유별나게 슬프고 화난 표정이었다. 나는 희연이에게 물었다.
“여태 뭐하다가 이제 왔냐?”
“세지하고 술 마시고 왔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지가 느닷없이 폭음을 시작했다.
“더 줘. 더 줘.”
내가 알기로 세지는 술이 약하다. 그런데 맥주 석 잔을 연거푸 비웠다. 표정이 심각했다. 내게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애써 참고 있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원망을 오늘에야 터트릴 모양이었다. 그런 짐작을 하고 있는데 희연이가 귓말로 가르쳐주었다.
“실은 쟤....... 남친하고 헤어졌어.”
“근데 세지 쟤, 은근히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은데?”
“바로 네가 원인이 되어 남친 하고 헤어졌는데?”
“뭐라구?”
희연이는 세지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세지는 남친 하고 사귄지 벌써 일 년이 되었지만 그 흔한 뽀뽀도 못했다고 한다. 너무 답답하여 혹시 석녀가 아닌가 싶어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 말로는 시헌이한테 당했던 충격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두들겨 패고 강제로 입 맞추고 강제로 만지고....... 나는 세지를 바라보았다. 온가족들이 모두 노력하여 세지를 보살펴야 상처가 아물 텐데 가족들은 현재 그럴 겨를이 없다. 솔직히 짠했다.
“어어어엉”
세지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호주머니에 있는 약을 만지작거렸다. 혹시 약으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닐까. 섹스에 관한한 최고의 흥분효과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섹스와 복종심으로 흠뻑 물들게 만드는 이 약....... 어차피 해독제가 있으니 효과는 없어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물어내! 오빠가 물어내!”
흐느끼던 세지가 날 노려보았다.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세지의 얼굴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침을 묻힌 4분지1의 약을 세지에게 건넸다. 세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세지의 입에 갖다 댔다. 말랑말랑한 세지의 입술 감촉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먹어, 컨디션 좋아지는 초콜릿이야.”
세지는 귀찮은 듯 퉤! 하고 뱉어버렸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그만큼의 약을 침으로 묻힌 뒤 다시 세지의 입술에 밀어 넣었다.
“아 씨!”
세지는 꿀꺽 삼키면서 노려보았다.
“됐냐?”
나는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자릴 피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세지야!”
“오빠아아아아.”
응답을 하는 세지의 목소리의 끝이 늘어졌다. 한편으론 죄책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세지를 위한 길이라 생각하여 부담감을 털어버렸다.
“우선 네 마음을 괴롭히고 있던 나에 대한 무서운 추억은 다 던져버려. 그럼 오빠가 오늘부터 키스를 가르쳐줄게, 나한테 스킨십을 배우고 나면 헤어진 남친하고도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거야. 키스건 뭐건....... 아니 섹스까지 잘 할 수 있을 거야. 오빠가 그것도 가르쳐 줄 거니까!”
“아....... 그, 그치만”
세지는 다른 여자들처럼 약에 푹 절어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섹스를 환호하지 않았다. 그만큼 나 때문에 힘이 들었으리라.
“배우기 싫어? 그럼 안 가르쳐 준다.”
세지의 목소리가 돌연 급해졌다.
“아아, 배우고 싶어. 갑자기 오빠한테 그런 걸 배우고 싶어졌어. 약간 무섭지만 대신에 마구 흥분돼. 내가 왜 이렇지? 대신에 섹스는 천천히 가르쳐 줘! 오빠.”
나는 들뜬 마음을 안고 마당으로 돌아왔다. 희연이는 갑자기 변한 세지를 의아해 했고 나는 핑계를 늘어놓았다.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 나한테 있었어. 약간의 최음 효과가 있어서 더욱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건데 그걸 세지에게 먹였거든....... 이왕이면 내가 세지를 치료해주고 싶어서! 날 세상에서 가장 무섭게 생각했을 텐데 이젠 완전히 바뀌었어. 나와 다정하게 섹스까지 나누게 되면 그런 공포증은 모두 없어질 거야.”
“그런 약이 진짜 있어? 나도 좀 주면 안 돼?”
나는 줄 생각이 없었다. 굳이 주지 않아도 항상 성적인 매력과 흥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천성이 섹골스타일인 희연이에겐 먹일 생각이 없었다. 희연이는 입이 툭 튀어나왔지만 기꺼이 날 돕겠다고 했다.
나는 희연이와 세지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내 방에서 정아가 잠들어 있었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희연이와 정아와 나는 쓰리섬을 벌인 적이 있었다. 희연이가 정아를 일으켜 세웠다.
“우웅!”
눈을 비비던 정아를 나는 잔뜩 안았다.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