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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 회: 늪에 빠진 자매 -- >

 두 자매의 요상한 꿈틀거림은 날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언니야 그렇다 쳐도 천하의 새침데기 라미까지 격렬한 성적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엑셀을 세게 밟았다. 지영이누나는 더욱 자위질에 열을 올렸다. 간간이 내 허벅지를 슬쩍슬쩍 만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라미는 그런 지영이누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라미의 상황은 지영이 누나보다 더 심각했다. 

성적인 경험이 전혀 없는 라미로선 느닷없는 자극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성감대를 만지질 못했는데 그저 사타구니를 꽉 오므리거나 두 손으로 젖가슴을 쥐어짜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뜻밖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최혜정으로부터 온 거였다.

‘나 좀 만나. 제발 만나줘. 우울증에 다시 빠질 거 같아.’

나는 답장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더 달렸을까. 마침내 엄마의 촬영장이 먼발치에서부터 보였다. 각종 조명으로 인해 주변이 훤했다. 차를 세웠고 우리 셋은 한꺼번에 내렸다. 나는 라미의 손을 꽉 잡았다. 전 같았으면 손을 탁 쳤을 라미였지만 왠지 끈끈했다. 나는 귓말을 했다.

“힘들어? 조금만 참아. 내가 해결해줄게.”

“어떻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어.”

우린 속닥거리며 촬영장 가까이 다가갔고 우릴 발견한 현장스텝이 접근을 막았다. 하지만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웃는 얼굴로 조용히 들여보내 주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지만 어렵지 않게 한수누나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느라 고생했어! 시헌아, 조금 있으면 다 끝나.”

우린 침착하게 촬영장면을 지켜보았다. 엄마와 다른 여자들이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때 내 등으로 따뜻한 감촉이 달라붙었다. 한수누나였다.

“시헌아, 엄마 보니까 좋아?”

“응.”

누나는 내게 할 말이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에 너네 집에서 하룻밤 자던 이후로 뭔가 이상해! 내 몸이 약간 떠있어.”

“내가 항상 떠있게 해줄까?”

“어떻게?”

누나는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말없이 커다란 뿔테안경만 고쳐 썼다. 나는 누나에게 로션을 발라주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엄마가 눈치 차리지 못하게 조금씩 누나를 길들이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수누나와 함께 자동차로 가서 로션을 꺼냈다. 로션이 거의 바닥밖에 안남은 상태였다. 

“누나가 이것 좀 챙겨! 내가 숙소 가서 이거 발라줄게. 기분 엄청 좋아져.”

“진짜?”

누나는 자기 가방에 로션을 쏙 집어넣었다. 촬영장에 다시 와보니 마침 녹화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엄마는 날 보더니 힘껏 안아주었다. 

“내 아들!”

오랜만에 풍만하고 황홀한 엄마의 품을 만끽하고 있는데 갑자기 후레쉬가 터졌다. 연예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촬영장을 찾아온 것도 뉴스거리가 되는 요즘세상.  

나는 엄마에게 지영이 누나와 라미를 소개했다. 하지만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지영이 누나가 은태호를 발견하더니 발정을 일으키듯 달려가 껴안았다. 얼떨결에 낯선 여자를 안게 된 은태호였지만 놈은 대스타답게 누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은태호는 눈을 크게 뜨더니 냅다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엄마가 나를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 시켰다. 귀찮았지만 소득은 한 가지 있었다.     

윤차희.

바로 그녀를 소개 받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녀는 현재 내 딸이었던 향이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오래전 그 사건 이후로 비구니가 돼 버렸던 내 딸 향이. 더구나 외부완 완벽하게 벽을 쌓고 지내는 향이였기에 윤차희의 존재는 내게 희망의 불씨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엄마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을 향이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는 새삼 부끄러웠다. 그나저나 가까이서 본 윤차희는 섹스심벌다웠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 삭발투혼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현재의 비주얼은 과거와 현저히 달랐지만 그럼에도 암내가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두툼하고 육감적인 입술을 열며 말했다.  

“오늘은 엄마하고 같이 자겠네? 부럽다.”

“뭐가요?”

“나도 시헌이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날마다 꼭 껴안고 잘 텐데........ 오늘만 내 아들하면 안 돼?”

    

“스님이 이러시면 안 되죠.”

“어머나 애 좀 봐! 호호호호!”

그녀와 나는 한방에 가까워졌다. 그 성과로 그녀와 조만간 향이가 있는 절에 함께 가보기로 스케줄을 잡을 수가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촬영장을 뒤로 하고 엄마와 한수누나, 그리고 지영이누나 자매와 함께 나는 차에 올랐다. 숙소는 촬영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콘도였다. 

방은 세 개짜리였고 그래서 내가 방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일단 엄마 방에서 한수누나와 셋이 모였다. 엄마에게 도사리고 있던 위험을 한수누나가 캐치했고 그래서 내가 최혜정을 만나 해결했다고 하자 엄마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왜 그 여자를 만났니? 응? 그리고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어?”

나는 섭섭함을 넘어서 화가 났다. 다행히 한수누나가 내 편을 들었다.

“언니, 시헌이 말은 사실이었어. 은태호....... 은태호한테 버젓이 애인까지 있었어.”

나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정작 충격을 받은 건 엄마였다.

“그게 사실이야? 그년은 대체 누구야?”

한수누나는 낯선 여자의 이름을 말했고 엄마는 한동안 부르르 떨었다. 그 여자는 더구나 연예기자였다. 이제 엄마는 확실하게 놈의 늪에서 빠져나온 건가? 그렇게 생각이 들던 찰라 엄마는 내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태호당장 오라고 그래. 직접 물어봐야겠어.”

“언니 미쳤어? 이 밤에 여길 오면 돼?”

“기자들도 다 자고 있어. 그리고 여긴 나 혼자만 있는 곳이 아냐.”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은태호가 정말 최 회장 끄나풀이라면 여길 오게 하면 안 돼지. 일단 눈치 못 채게 하고 우리가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 거 아냐.” 

나는 누나를 거들었다.

“그건 누나 말이 맞아. 최혜정이 알아서 다 해준다고 했지만 백프로 장담 할 수가 없어.”

엄마는 은태호의 배신을 믿을 수가 없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내 방으로 돌아왔다. 화가 나서 잠이 오질 않았다. 창밖을 보니 거의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내 방으로 스윽,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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