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헉..”
“흐응..흐응..”
그녀와 나의 거친 호흡과 신음소리가 거친 빗소리와 뒤섞여 공중에서 빠르게 부서졌다.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그녀의 젖가슴이 내 흥분을 더욱 자극해왔다.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 표정 역시도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미치도록 망가트리고 싶은 파괴본능이 내 성욕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가 힘겨워하고 버거워할 수록 내 쾌감은 더욱 즐거웠다. 질퍽거리는 음란한 그녀의 구멍 속을 쉴새없이 드나들던 나는 얼마 안가 절정의 끄트머리에서 방출의 기쁨을 맛보았다. 지난밤에 그랬듯이 난 그녀의 질 속에 많은 양의 정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랫도리의 울컥거림이 느껴질 때마다 내 몸속의 기운이 한덩어리씩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쾌락의 방출이 끝나는 시점부터 내 몸은 땅속으로 꺼질듯이 무거워졌고 나른해졌다. 난 그 힘겨운 몸을 그녀의 품에 맡긴 채로 헐떡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도 나를 꼭 안아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가 괄약근에 힘을 주어 내 아랫도리를 물었다 풀기를 반복했다. 사정 후에 잔뜩 예민해진 아랫도리가 몸서리를 쳤다. 귓전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굉속음들과 차 천정을 때리는 거센 소나기 소리가 뒤섞이며 전해졌다. 정신은 자꾸만 아득해져갔다
미숙과의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난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아내는 좀처럼 마음을 풀지 않았지만 결국 조금씩 내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미숙과의 약속도 약속이었지만, 내 가정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냉전을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화해 후 처음으로 아내와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내는 내 품안에서 흐느끼듯 울었다. 나의 의심이 너무 힘들었다며 길게 울었다. 냉전 중에는 그리도 강한 척을 하더니 결국에는 자신의 여린 마음을 드러내며 감정이 북받쳐서 울고 있었다. 아내를 보며서 어쩔 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 앞에서는 가녀린 여자의 모습일 수밖에 없는 아내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아내의 그런 모습은 나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아내가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안아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때 견딜 수 없이 솟구치는 성욕을 느꼈다. 도톰한 입술에 키스를 하자 아내는 눈을 감으며 내 입술을 받아주었다. 아내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냉전의 흔적을 지운 채로 내 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나 아내의 몸은 따듯하고 평화로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내의 속살이 엄마의 자궁 속의 느낌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아내의 몸 위로 올라가 아내의 입술과 몸을 입술로 더듬는 동안 내 머릿속으로 날카롭게 스쳐가는 기억이 있었다. 며칠 전 미숙과 나누었던 그 광란의 행위들이었다.
나의 애무에 젖어가는 아내의 모습과 최선배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내의 살내음을 직접 맡으며 하는 상상은 미숙과 가졌던 그 가상의 행위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었다. 아내의 앞에서 그런 무모한 상상을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난 엄청난 변화를 겪는 셈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 변태스럽고 비상식적인 쾌락에 익숙해진 내 모습이 섬뜩했다. 하지만 난 그 변태스러운 성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악마가 던져준, 한번 빠져들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 같은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들이킴에 주저하지 않았다.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고, 내 몸짓은 한순간에 거칠어져있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비친 아내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 거침을 즐겼다. 아내의 젖꼭지를 물어 뜯듯이 이빨로 물어 당기자 아내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아얏... 아파..”
“헉..헉.. 미안..”
아내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예전과 다른 나의 모습을 낯설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아내를 무시한 채 거친 애무를 계속 해나갔다. 결국 아내도 나의 거친 애무에 길들여질 것이었다. 아래로 내려가 아내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활짝 벌리자 아내가 신음했다. 게걸스럽게 아내의 음부를 핥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 거친 자극에 힘겨워하며 내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내 머릿속엔 최선배의 생각 뿐이었다. 아내 연주의 음부를 핥고 있는 최선배의 모습이 나를 미치도록 흥분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견딜 수 없는 질투와 분노를 안겨주고 있었다. 아내의 체취를 직접 맡으며, 아내의 속살을 더듬으면서 경험하는 그 엄청난 쾌락은 미숙과 즐길 때보다 몇 배는 더 자극적이었다. 아내를 눈 앞에 둔 채로 다른 남자에게 유린되는 아내를 상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알면서도 난 그렇게 빠져들고 있었다. 나의 거친 애무가 나의 거친 흥분을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낯선 모습에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지만, 오랜 냉전 뒤에 갖는 둘 만의 시간을 깨트리지 않으려 참고 있는 듯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주의 음부에서는 음란한 샘물이 넘치듯 흘러나왔다.
‘최선배의 애무를 받아도 이렇게 되겠지?’
‘지금보다 더 음란한 모습일거야.’
내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럴수록 내 흥분은 거세어져갔다. 그리고 나의 애무 역시 거칠거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음란한 갈래 양쪽의 주름진 살덩이를 입술로 물어 잡아 당기니 길게 펴지며 딸려왔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가 그 살덩이를 이빨로 물어 질근질근 가볍게 깨물었다. 연주의 신음소리가 더욱 교태로워진 느낌이었다. 연주도 그 거친 자극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내 머리채를 움켜진 연주의 두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방증해주고 있었다.
“하아..하아.. 자기야.. 너무 강해.. 아파..”
“그래서 싫어?”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흐읍....”
“헉..헉...”
나는 쭙쭙거리는 입소리까지 내가며 연주의 질구를 핥아올렸다. 그러면서 최선배의 혀를 생각했다. 눈을 감은 채 연주의 음부를 핥고 있는 최선배를 떠올렸다. 그 앞에서 음란한 흥분에 몸서리 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흥분은 그 끝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아내의 몸 위로 올라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창가로 스며드는 불빛에 비친 아내의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차 있었다. 최선배에게 몸을 내줄 때도 그런 표정으로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질투, 그리고 흥분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 변태적 쾌락에 나는 이미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중독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것을 즐기고 싶은 욕망만이 앞섰다.
“흐으읍..”
“하아..”
오랜만에 파고 들어간 아내의 속살은 따듯했다. 그곳에 나보다 먼저 다른 남자의 살덩이가 수십번 넘게 들락날락 했을거라 생각하니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시작부터 거칠게 부딪혀가니 연주가 힘겨워했다.
“하아..하아.. 당신.. 흐응.. 안하는 동안 무슨 일 있었던거야?”
“헉..헉.. 왜?”
“거칠어졌어.. 흐응.. 하는 스타일이 바뀌었어.. 흡..”
“헉..헉.. 오랜만이라 그런거겠지..”
“하아..하아.. 설마 바람 피운건 아니겠지? 다른 여자랑 바람나면 섹스하는 스타일이 달라진다던데.. 흐읍..”
“헉..헉.. 아니야.. 오랜만에 당신한테 들어가니까 좋아서 그래.. 흐윽..”
“하아..하아.. 그럼.. 더 깊이 해줘.. 흡..”
“감당할 수 있겠어?”
“하아..하아.. 응.. 나도 기다렸어.. 당신 자지..”
“헉..헉.. 그래.. 이 개보지.. 흑..”
“그런말 싫어.. 흡.... 흡...”
“따지지 마.. 흐윽..”
“하아.. 여보..”
연주는 거칠어진 나를 힘겨워하면서도 교태롭게 잘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연주로부터 최선배의 거친 몸짓을 느끼고 있었다. 내 몸짓은 더더욱 격렬해져갔다. 두 손으로 연주의 머리채를 움켜잡은 채 몸을 바짝 붙이고는 엉덩이만을 거칠게 움직이며 빠르고 강하게 부딪혀갔다. 철퍽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연주의 몸이 주체를 못하고 부서질듯이 흔들렸고 연주의 신음 소리도 흐느끼는 듯한 소리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결국 절정에 이르렀고, 그 순간 나는 재빨리 상체를 일으키며 물건을 꺼내들었다. 애액으로 질척거리는 물건을 잡은 채로 빠르게 흔들어대자 곧 걸죽한 정액 덩어리가 뿜어져나왔다. 끝없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정액 덩어리들은 십여번의 울컥거림을 지나고 나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 하얀 결정체들은 연주의 배위에 흩어져있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그것을 내려보던 나는 하마터면 ‘혹시 최선배의 정액을 받아본 적이 있냐’고 물을 뻔 했다.
나는 곧 머리를 털어내며 연주의 옆자리로 털썩 늘어졌다. 연주도 나도 서로의 가쁜 숨을 고르느라 꼼짝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얼마 안가 연주가 손을 더듬거리더니 침대 위에 벗어둔 자신의 팬티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것으로 배위에 흩어져 있는 내 정액을 닦아냈다. 연주는 그것을 든 채로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 물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 현기증같은 몽롱함 한가운데에서 최선배가 알몸으로 선채 웃고 있었다.
“여보.. 여보?”
“응?”
난 연주의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시 드러누웠다. 그러자 연주가 내 팔을 베고 누우며 품으로 파고들면서 손을 내밀어 한껏 작아져버린 내 아랫도리를 매만졌다. 질펀하게 젖어있던 애액도 이미 말라버린 상태였다. 연주는 그것을 장난스럽게 만지작거리며 내게 말했다.
“안 씻고 잘거야?”
“응. 그냥 잘래.”
“그래도 여긴 씻고 자야지.”
“피곤해. 당신이 물수건으로 닦아줘.”
“애기 같아. 오랜만에 하니까 좋았어?”“그럼..말이라고 해?”
“그동안 어떻게 참았데?”
“도 닦았다.”
“피.. 그러게 누가 쓸데없는 의심하랬나?”
연주는 내가 즐겼던 그 위험한 상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체 그렇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연주를 꼭 안아주었다. 연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말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난 연주의 체취를 맡으며 또다시 최선배를 떠올렸다. 어느새 아랫도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젠 도저히 벗어날 길이 없는 그 쾌락에 완전히 빠져든 것 같았다.
***
금요일 저녁, 그저께 연주에게 선물로 사준 야한 속옷을 떠올리며 서둘러 퇴근길에 올랐다. 사자마자 바로 세탁을 해서 오늘이면 충분히 건조되어 입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완전하게 속이 다 비치는 검정색 망사에 핑크색 꽃자수들이 새겨진 자극적인 속옷이었다. 거기에 망사로 된 슬립까지 세트로 되어 있어서 엄청난 흥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을 연주에게 입히고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만약 그런 속옷을 입힌 채로 최선배와 내가 동시에 아내를 즐기게 되면 어떨까.. 하는 몹쓸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몹쓸 것만은 아니었다. 그 몹쓸 상상들이 나를 이토록 연주의 품으로 이끌고 있었으니 꼭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합리화 시켰다.
전철역에서 갈아탄 마을버스는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렸다. 세 정거장 지나 집 앞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내린 나는 슈퍼마켓에서 캔 맥주와 마른안주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즐거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예전에도 연주와의 관계는 늘 좋았지만, 요즘은 그 새로운 쾌락으로 인해 더욱 즐거운 느낌이었다. 솔직히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 해도 부부관계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밋밋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너무 빗나가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난 즐거웠다.
아파트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8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야릇한 성욕에 사로잡혀 있는 눈빛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도착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설때 앞집 문이 거세게 열리며 그녀가 뛰쳐나왔다. 혜영이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본 기쁨에 함박웃음을 지으려던 나는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막 닫히려던 앞집 문이 다시 열리면서 그녀의 남편이 고개를 내민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척 화가난 얼굴로 뭐라 소리를 지르려다가 나를 보고는 얼른 모습을 감추며 문을 닫아버렸다. 순간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었고, 한뼘쯤 되는 되는 틈사이로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얼른 몸을 움직여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늦었다.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힌 채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연주와 즐길 자극적인 즐거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며 그녀를 찾았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쪽저쪽으로 걸음을 움직여 그녀를 찾았다. 그러다 맞은편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른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가 향한 곳은 아파트 단지 뒤쪽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로 접어드는 곳이었다. 아파트 단지 뒤쪽으로 제법 크게 자리를 잡은 작은 산이 있었는데 그곳은 산책과 운동을 즐기기에 알맞은 곳이어서 많은 주민들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동네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어 급한 마음만큼 빨리 그녀를 뒤쫓을 수가 없었다. 멀찌감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를 뒤따랐다.
산책로에는 늦여름의 더위를 피해 나온 주민들이 제법 많이 나와 있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의 틈사이를 제법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그녀를 따르는 동안 온갖 생각들이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앞집에서 가끔씩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 부부 사이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나에게 안겼던 것일까?’ 내 머릿속은 또 한 번 복잡해졌다. 방금 전 보았던 울음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해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꽤 오래동안 걸었다. 산등성이를 넘어 반대쪽 내리막길로 접어든 그녀는 반대편에 있는 숲이 우거진 공원쪽으로 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공원으로 들어선 그녀는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공간으로 향했다. 혼자 있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를 따르면서 주위를 살폈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내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그녀를 따라가던 나는 나무가 우거진 어둑어둑한 공간의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두 발을 벤치 위로 올려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안은 채 흐느껴 울고 있었다. 덩달아 가슴이 아려왔다. 발소리를 죽인 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서너 걸음 정도 앞에서 걸음을 멈춘 나는 그녀가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러다 혹시 그녀가 고개를 들다가 나를 보고 놀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너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움직일때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투가 바스락거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그녀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난 얼음처럼 몸이 굳어서는 어찌해야할지를 몰랐다.
“오..오랜만이에요. 혜영씨.. 아.. 그..그게 아니라.. 미..미안해요. 아.. 이..이게 아닌데..”
나는 당황스러워 계속 말을 더듬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가 나를 피해 도망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대로 서있었다. 실컷 울고 싶어하는 그녀를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해는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반대편 세상을 위해 이미 하늘 저편으로 넘어가버렸고, 우리가 있는 곳은 이미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공원을 둘러 세워져 있는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지만, 우리가 있는 곳으로는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가 다시 흔들렸다. 그녀는 서글프게, 그리고 조용히 울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누르느라 너무 힘겨웠다. 내 시선은 그녀를 살핌과 동시에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늦여름의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이 우리가 있는 어두운 쪽으로는 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어둠속이었지만 그녀의 눈망울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녀는 넘쳐흐르는 눈물을 겨우 겨우 막아내고는 나를 올려보았다.
“웃기죠?”
“네? 뭐...뭐가요?”
“내 모습요.”
“아..아니요. 전혀요. 살다보면 많이 울고 싶을때가 있잖아요.”
“그쵸.. 하지만 자주 그러면 안되겠죠.”
그녀에게 많은 고민이 있었던듯한 뉘앙스였다. 아마도 남편과의 문제였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난 아는체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특히나 가정을 가진 여자들은 아무리 집안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쉽게 내보이려 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심리였다. 힘들고 어려워도 항상 행복한 척 하는 것이 여자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둠속에서 그녀의 시선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멍하니 어느 한곳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멍하니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삶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에겐 누군가의 도움보다는 적막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가녀린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내 시선도 점점 초점을 잃고 있었다. 멍하니 흐려진 초점 사이로 그녀의 알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를 받아내는 그녀의 신음소리와 교태로운 몸짓이 너무도 황홀했다. 그녀는 그날 너무도 수줍어했고, 그러면서도 대담했다. 수줍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낯선 남자의 아랫도리를 깊이 받아들이려 했었다. 미끈거리는 그녀의 구멍은 깊고 따듯했었다. 마치 내 몸 전체를 빨아들이려는 듯 했던 그 강렬한 흡입력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아랫도리가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멍했던 정신을 되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혜영의 눈빛을 발견하고는 당황하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네? 아..아니요. 그..그냥..”
난 그렇게 말하면서 불룩해진 아랫도리를 들키지 않으려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투로 그곳을 가리면서 얼른 몸을 돌려섰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내밀면서 물었다.
“그건 뭐죠?”
“아.. 이..이거요? 아.. 참.. 이거 집에서 한잔 하려고 샀던건데.. 우리 한캔씩 마실까요?”
갑작스럽게 전환된 화제를 다행으로 생각하며 얼른 벤치에 앉았다. 그녀와 나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 그 곳에 캔맥주와 마른 안주를 꺼내놓았다. 캔맥주 하나를 따서 건네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내가 말릴새도 없이 그녀는 맥주 한 캔을 다 마셔버렸다.
“괜찮아요?”
“네. 더 있어요?”
“네.. 몇 캔 더 있기는 하지만...”
“더 주세요.”
나는 다시 한 캔을 더 따서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다 마시지는 못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밀려나오는 트림을 했다. 최대한 소리를 안나게 하려는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끄윽’하는 얄궂은 소리가 내 귀로 들려왔다.
“미..만요.”
“하하. 괜찮아요. 생리적인 현상을 어떻게 막겠어요. 참으면 병나요. 그냥 편하게 하세요.”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면서 맥주캔을 입에 대고 두어모금을 들이켰다. 싸한 느낌이 목구멍을 파고들어 내장까지 이어졌다. 그 느낌이 사그라들때쯤 나는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이미 싸한 느낌이 파고든 뒤라 두 번째는 목넘김이 한결 부드러웠다. 그녀는 두 번째 캔의 반정도를 단번에 마신 후로는 조금씩 나눠 마시고 있었다. 그녀와 난 아무 말도 없었고, 서로 시선의 교차도 없었다. 오히려 서로가 다른 곳을 응시하며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하나 더 줄래요?”
“괜찮겠어요?”
“겨우 맥주일 뿐인데요.”
그녀의 말꼬리가 취해 있음을 느꼈지만, 그녀를 만류하지는 않았다. 그럴땐 차라리 술에 취하는게 기분전화에도 나을 것 같아서였다. 다시 캔 하나를 더 따서 건네자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다시 내 앞에 내밀었다. 나는 얼른 내 캔을 집어들고 그녀의 캔에 부딪혔다.
“고마워요. 같이 있어줘서..”
“무..뭘요..”
“우리 오랜만이죠?”
“그러게요. 그동안 여러번 전화도 했었는데...”
“미안요. 일부러 안받았어요.”
“그런거 같더라구요.”
“화 났었어요?”
“아뇨. 화는 왜.. 혜영씨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구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성우씨는...”
“네?”
“아..아니에요.”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캔을 응시한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길게 쭈욱 들이켰다. 맥주의 줄기가 그녀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머리를 귀 뒤로 넘겨서 귀가 보이고 있는 그녀의 옆얼굴이 예뻤다. 이마에서부터 콧날을 거쳐 입술로 떨어지는 선과 가녀리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턱선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다 문득 스쳐가는 빛줄기가 그녀의 얼굴을 비출 때 눈 주위가 약간 부어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이런..’
순간 아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던 그녀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폭함이 베어있는 얼굴 그 자체였다. 평소에는 그런 인상이 아니었는데 화가 난 얼굴을 보니 평소에 느꼈던 인상과는 많이 달랐다.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니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쁜자식.. 이런 여자를 때리다니...’
그녀를 보듬어 안아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 눌렀다. 아마도 그녀는 남편에게 맞은 사실을 감추고 싶어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먼저 나서서 그런 사실을 들춰내는 것은 그녀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는 것 밖에 안 될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보세요?”
“네? 아..아뇨.. 그냥..”
그녀는 가엾어 하는 내 눈빛을 눈치 챘는지 손을 들어 자신의 눈 부위를 매만졌다.
“좀 부었죠?”
“네? 아.....”
“성우씨 생각하는대로에요.”
“아.. 제가.. 뭘...”
“모른체 안해도 되요.”
마음속이 아려와 미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예쁘고 착한 여자를 때린다는 것은 너무 악질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아픈 내 마음과는 다르게 그녀는 너무도 의연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런 일을 자주 당해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는 식의 태도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나 가엾죠?”
“...”
“서로 맞춰가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하지만.. 부부라는게..”
“그런 말들 수도 없이 들었어요.”
“아.. 네..”
그런 일이 이미 오래전부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에게 더 이상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 이렇게 같이 있어줘서요. 혼자였으면 더 슬펐을거 같아요.”
“...”
그때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보니 집이었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내 핸드폰에 찍힌 ‘우리집’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어둠속에서 그녀의 눈빛이 애처로웠다. 그녀는 그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어서 받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며 맥주를 들이켰다.
“어.. 여보.. 응? 아.. 나 지금 여기 회사 앞이야. 오늘 좀 늦을 거 같아. 거래처에 갔다가 일 좀 봐야 할거 같아. 응? 어.. 그..그래.. 잘 챙겨 먹을게. 응. 먼저 자..”
그녀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니 낯간지러웠지만,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스스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잘했다는 생각 역시도 너무 낯간지러웠다. 또 침묵이 흘렀다. 그녀와 난 거짓말의 공범이 된 채로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흘렀다. 공원을 맴돌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추었고, 가로등 불빛이 휑하니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우린 마치 일부러 모습을 감추려 숨어들어온 사람들 마냥 그 어두운 벤치에서 숨을 죽인 채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그녀와의 밤이 떠올랐다. 그녀의 따듯한 체온, 뜨거운 숨결, 거친 몸짓, 그리고 황홀한 떨림들.. 너무 오래되어서 잊혀질 만도 했지만, 떠올리며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 불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때 난 흠짓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가 어느새 내 얼굴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숨결이 내 입술에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가까웠다. 젖어든 그녀의 눈빛이 눈 앞에서 아른 거렸다. 우린 서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말한마디의 위로보다 좀 더 강렬한 위로를 원하고 있었다.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촉촉이 젖은 말랑말랑한 입술이 눌려왔다. 코를 통해 나온 그녀의 숨결이 다시 내 코를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내 코를 통해 뿜어져 나간 숨결을 그녀가 코를 통해 들이마셨다.
뜨거운 혀는 말랑거리면서도 까칠했다. 그리고 끈적했다. 끈적한 그녀의 페로몬이 내 페로몬과 만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그녀가 내게로 바짝 다가왔다. 그녀와 나 사이에 놓여있던 캔들이 벤치 아래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우린 개의치 않았다. 그녀를 더욱 끌었다. 그녀가 내 다리 위로 올라와 옆으로 앉았다. 허리를 옆으로 돌려 꺽은 채로 내 입술을 받았다. 그녀의 몸은 유연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얇은 티셔츠 안으로 물컹거리는 여자의 살이 느껴졌다. 아랫도리는 이미 터질듯 팽창해 있었다. 그녀도 그걸 아는지 눌러앉은 엉덩이로 그곳을 더욱 짓눌러왔다.
그녀의 키스는 격렬했다. 마치 남편에게 복수하고자 낯선 남자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하는 여자처럼 느껴졌다. 그런 자극적 느낌이 전해지는 순간 내 성욕은 폭발적으로 일어섰다. 거친 손놀림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으니 그녀 역시도 흥분에 겨워 몸을 꿈틀거렸다. 그러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몸을 일으키더니 다리를 벌리며 내 다리 위로 올라앉았다. 나와 정면으로 마주본 자세가 된 셈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긴 치맛자락을 넓게 펼쳐서 팬티만 입은 둔덕으로 잔뜩 발기된 내 아랫도리를 비벼댔다. 그 도발적인 몸짓에 숨이 막혀버릴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라도 들킬 수 있는 그 위험한 공간에서 난 엄청난 스릴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도 나와 다를바가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내 혀를 깊이 빨아들이면서 동시에 아래의 민감한 그곳으로 내 단단한 살덩이를 비벼대고 있었다. 옷을 사이에 두고도 그녀의 구멍이 내 살덩이를 빨아들이려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헉..헉.. 당신을 원했어요.. 당신을..”
“하아..하아.. 날 안아줘요. 그날 그랬던 것처럼.. 날 가져요..”
“헉..헉.. 여기서요?”
“네.. 여기서..”
“여긴 너무 위험해요..”
“그럼.. 우리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요.. 어서요..”
그녀는 내게서 일어나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다급했고, 격정에 휩싸여있었다. 그녀는 진정으로 날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내게서 치유받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난 그녀의 손에 이끌려 공원과 맞닿은 산속의 숲으로 들어섰다. 우리의 발걸음은 뛰기와 걷기를 반복하며 급하게 어둠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었다.
늦여름의 숲은 아직도 풍성했다. 어두웠지만 숲은 초록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여름 바람이 그 초록의 냄새를 실어다 주었다. 코를 자극해오는 아카시아 향은 여름의 냄새였다. 그 강렬한 향기 속으로 우린 파고 들었다. 길도 없는 숲길을, 나무 사이사이로 파고들었다. 비록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중턱쯤에 이르렀을 때, 우린 이미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는 어둠속에 숨겨질 수 있었다. 혼자라면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여자의 손을 잡고 오르니 두려움 따위는 떠오르지도 않았다. 더구나 성욕의 페로몬을 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이미 달아올라버린 성욕 앞에서 공포 따위는 나를 위축시킬 수 없었다.
숲의 어느 곳에선가 우린 멈춰 섰다. 그곳엔 약간의 평평한 공간이 있어서 몸을 기울이고 서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한쪽으로는 적당한 크기의 바위가 있었다. 처음 그곳에 오른 것이었지만, 우린 아주 알맞은 공간을 찾아낸 셈이었다.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가 나를 끌어당기더니 나무에 내 몸을 밀쳐서 기대게 했다. 그녀의 외모에서는 볼 수 없는 다소 거친 행동이었지만, 의외의 모습이 그녀를 귀여워 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게 몸을 밀착 시킨 채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쌕쌕거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을 떨었다. 그 가쁜 숨소리에 그녀의 눈동자도 함께 떨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낯설어 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순수하고 순진한 여자였다.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단지 그녀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일탈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날도, 그녀는 그 일탈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녀는 나를 밀쳐놓고 뭔가를 하려다가 가쁜 숨을 이겨내지 못해 그저 쳐다보기만 할뿐이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 분위기 있는 고요한 순간에 웃음을 지어보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난 그저 침묵을 지킨 채로 그녀가 내 품안에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줄 뿐이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안정 되었을 때 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의 입술은 말라있었다. 난 그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서로의 입술이 뒤엉키자 그녀도 적극적인 몸짓으로 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아랫배에 밀착되어 있는 아랫도리가 터질듯이 팽창해버렸다. 그녀는 속살이 느껴질 만큼이나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입은 티셔츠와 치마, 모두가 그녀의 몸을 보호해주기에는 너무도 얇게 느껴졌다. 그 얇은 옷 속에 감춰져 있는 속살의 느낌을 떠올리니 아랫도리는 더욱 터질듯이 팽창했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는지 아랫배를 짓눌러 그곳을 비벼댔다.
우린 그 어떤 말도 필요가 없었다. 난 그녀를 향한 그리움에 너무 오랜 시간을 참아왔었다.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걸었었지만, 그녀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앞집에 살면서도 그녀를 마주칠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그녀의 감촉은 너무도 황홀했다. 내 입술에 닿은 그녀의 입술과 아랫도리를 짓누르는 그녀의 따듯한 아랫배, 그리고 뜨겁게 뿜어내는 그녀의 숨결.. 모든 것들이 내겐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그 순간 황홀함 그 자체였다.
“하아.. 보고 싶었어요. 혜영씨..”
“하아.. 저도요.”
“당신을 너무 갖고 싶었어요..”
“하아... 안아줘요..”
나는 그녀의 몸이 내 품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며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내 두 손은 그녀의 머리, 그녀의 목, 그녀의 등, 그녀의 엉덩이.. 모든 곳을 섬세하게 더듬으며 옷 속의 속살을 느끼려 애를 썼다. 그녀에게선 오직 비누냄새만이 풍겨오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퇴근 후 몸을 씻고 있다가 남편과 다툰 모양이었다. 난 그녀와 키스를 하면서 그녀가 샤워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과 다투는 모습을 떠올렸고,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맞는... 갑자기 분노가 느껴졌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깨물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