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34)

“날 피하려는 이유가 뭐죠?”

 “내..내가 언제?”

 “요즘 내 눈빛도 제대로 못보고 있잖아요.”

 “아..아니야. 그렇지 않아.”

 “지금도 그런걸요?”

 “그..그게 아니라니까..”

나를 다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차분했지만, 난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그녀가 날 더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당황스러움에 굳어버린 생각과 몸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귀엽네요.”

 “왜..왜이래..”

 “솔직히 말해봐요. 나한테까지 거짓말 할 필요는 없어요.”

 “미..미숙..”

그녀는 내게 바짝 다가와 몸을 밀착시키고는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내 아랫도리를 가볍게 움켜잡았다. 그녀의 손은 아주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이 내 아랫도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작은 속을 가득채운 묵직한 아랫도리가 내게도 느껴지고 있었다. 내 입술에 머물던 그녀의 입술이 턱으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목으로 타고 내렸다. 간지러움에 몸이 움찔거렸다. 아랫도리는 어느새 불룩하게 힘이 들어갔다. 

“이래도 말 안할거에요? 누구죠? 그 여자..”

 “미..미숙씨..”

 “말 안하면 더 괴롭게 만들거에요. 어서 말해요. 누구죠?”

 “하아.. 미숙씨.. 이러지 마.. 아무도.. 미숙이 말고는 아무도..”

미숙은 잠시 나를 올려보더니 두 손으로 내 바지를 풀기 시작했다. 지퍼까지 내린 뒤 팬티와 함께 끌어내리면서 미숙도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얼굴 앞에 잔뜩 발기된 내 아랫도리가 드러났다. 그녀의 다그침에 긴장하던 내 머릿속이 온통 성욕으로 가득 찼다. 난 그녀가 그것을 입속에 넣어 빨아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녀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았다. 단시 손을 움직여 간질이듯이 내 물건을 자극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감춰도 소용없어요. 결국 말하게 될걸요?”

 “아.. 제발..”

성욕이 안달이 나버린 내 몸뚱아리는 어느새 그녀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더 안달나게 만들려는 듯이 손바닥으로 불알 밑을 자극했다. 

“아..아.. 제발..”

 “그러니 어서 말해요..”

 “말할 것이 없어.. 미숙이 말고는 다른 여자는..”

 “계속 거짓말이군요.”

미숙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도움도 없이 입고 있던 원피스의 등지퍼를 잘도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요염한 자태로 원피스를 어깨부터 빼냈다. 양쪽 어깨를 빼내자 원피스는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연노랑색 브래지어와 같은 색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팬티의 앞쪽은 망사여서 검은 털 숲이 그대로 비쳐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섹시함을 더해주는 흰색 가터벨트와 아이보리 밴드 스타킹이 나의 성욕을 더욱 자극해왔다. 매혹적인 자태로 서있던 그녀는 벨트 끈 위로 입고 있는 팬티를 벗어 내렸다. 그녀는 팬티를 벗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대신에 팬티를 바닥에 떨어트려 놓은 채로 다리를 차례대로 들면서 벗었다. 그리고는 어깨 정도의 넓이로 다리를 벌려서면서 한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쓸어 올렸다. 

심장이 터질 듯한 박동이 이어졌다. 그녀의 등 뒤로 펼쳐진 파란 하늘이 그녀가 야외에서 그런 음란한 모습이 되어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었다. 대담한 야외노출을 시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내게 엄청난 흥분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었다. 만에 하나 누군가 우리가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날에는 그녀도 나도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엄청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만큼 스릴감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스릴감을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내 윗도리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의해 넥타이와 셔츠, 그리고 런닝까지 차례대로 벗겨졌다. 난 발목에 걸쳐진 바지에서 다리를 빼낸 채로 그녀의 앞에 섰다. 이제 내 몸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양말과 구두 뿐이었다. 알몸이 되니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는 아랫도리가 더욱 돋보였다. 그녀가 손을 내밀어 그 아랫도리를 어루만졌다. 난 흥분에 취한 가쁜 숨을 내쉬면서 그녀가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의 그런 마음을 채워주지 않았다. 

“아직도 말 못하겠어요? 얼마나 더 버틸려구요?”

 “아.. 미숙씨.. 제발.. 이러지마.. 제발.. 어서 끝내자구..”

 “뭘요?”

 “우..우리가 원하는거..”

 “아뇨. 내가 지금 원하는건 그게 아니에요. 당신이 만나고 있는 그여자에 대해 알고 싶을 뿐이에요.”

 “아.. 난.. 난...”

 “착하죠? 어서 말해봐요.. 그럼 당신이 원하는걸 해줄게요.”

 “아.. 난.. 그냥....”

그녀가 망설이는 내 앞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내 셔츠를 바닥에 잘 펴서 깔고는 그 위에 누웠다. 그녀는 나를 향해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양 무릎을 구부려 세워 M자형으로 만든 채였다. 음란하게 드러난 그녀의 음부가 나를 유혹했다. 그녀는 그 벌어진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서 자신의 음부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음순의 살덩이가 잡혔다. 그녀가 손가락에 힘을 주어 버릴때마다 그 음순의 갈래가 벌어지면서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손가락에 따라 오므려졌다. 그러기를 반복하는 동안 난 견디기 힘든 흥분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곳이 누구에게나 발각될 수 있는 야외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흥분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음부를 만지던 손을 끌어가 입에 대더니 혀로 손가락들을 핥기 시작했다. 자신의 음액을 핥아 먹는 모습이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하나를 차례로 입속에 넣어서 내 물건을 빨듯이 빨았다. 그리고 침을 잔뜩 묻힌 채로 다시 다리 사이로 넣었다. 침으로 젖은 손가락들이 음부를 만지기 시작하자 빛을 받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노련한 움직임으로 음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크리토리스를 비벼만질 때마다 그녀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흔들었다. 그 음란한 움직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내 아랫도리를 잡고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저히 참을 길이 없어 그녀에게로 다가서자 그녀는 다리를 오므리고는 내게 말했다. 

“내게 말하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내 몸속으로는 들어오지 못할 거에요.”

 “아.. 미숙이.. 제발.. 그러지 마..”

 “아뇨? 난 알아야겠어요. 대체 누가 당신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드는지..”

 “그...그건..”

 “어서 말해요. 그래야 여기에 들어올 수 있어요.”

미숙은 자신의 음부를 두 손으로 활짝 벌리며 내게 보여주었다. 젖은 구멍이 입을 벌린 채 음탕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너무도 힘겨운 일이었다. 

“제발 넣게 해줘..”

 “그럼 어서 말해요..”

 “그..그게... 앞집..”

 “앞집? 앞집 여자를 말하는건가요?”

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리고는 얼른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서 어렴풋이 질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약간 경색되었다가 풀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녀도 내게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서 난 묘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전에도 내게 고백한 적이 있었지만, 다시 한번 그녀가 나를 남자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나로 하여금 기쁨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난 그녀에게 미안함도 느껴야만 했다.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가져다 준 그녀에게 질투와 시기를 느끼게 했으니 말이다. 

“미..미안해....”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뜻밖의 말에 난 떨궜던 고개를 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향해 다리를 벌려주고 있었다. 멈췄던 그녀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음탕한 음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떻든가요? 나보다 더 좋던가요?”

 “그..그건..”

 “이리 와봐요.. 어서 넣어줘요. 솔직히 말했으니 상을 줄게요.”

나는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나를 지배하는 것은 성욕이었다. 못 이긴 채 그녀에게로 다가가자 그녀가 두 다리를 더욱 활짝 벌려주었다. 난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서 들어와요. 솔직히 말한 댓가에요.”

그녀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바짝 다가가 발기된 물건의 끝을 구멍 앞에 조준했다. 그러자 그녀가 두 손으로 질구를 한껏 벌려주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구멍 속으로 발기된 육봉을 밀어넣었다. 

“하아.. 좋아요.. 더 깊이.. 들어와요.”

 “흐윽..”

그녀의 몸 속은 언제나 뜨거웠다. 이미 터질듯 팽창해버린 내 아랫도리도 뜨거웠지만 그녀의 구멍 속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깊이 들어가니 온 몸에 전율같은 것이 흘렀다. 혜영과 만난 뒤로 미숙의 몸 속에 들어 온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그동안 너무 소홀했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녀는 괄약근에 힘을 주어 내 물건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면서 약간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그 여자가 그렇게 좋던가요? 나를 소홀히 할 정도로?”

 “그..그게 아니라..”

 “뭐. 어떻든 상관없어요. 지금은 당신이 내 몸 속에 들어와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는 날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되요.”

 “미..미숙이..”

 “어서 움직여줘요.. 깊숙이 들어와서 날 미치게 만들어줘요.”

 “하아..”

미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만큼 그녀에게 강렬하게 쾌감을 안겨주고 싶었다. 난 처음부터 그녀의 몸을 향해 거칠게 부딪혀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를 받은 그녀의 구멍 속은 이미 흥건한 애액으로 젖어들어 있었다. 

“오늘 그 여자 만나기로 한거에요?”“헉..헉.. 그..그래..”

 “어디서요?”

 “흐윽.. 그 여자 회사 앞에서.. 허억..”

 “하아.. 하아.. 오늘 그 여자랑 하기로 했던거죠?”

 “흐으윽.. 그래.. 하기로 했어..”

 “하아..하아.. 나한테 해주는 것처럼.. 이렇게 박아주려구요?”

 “흐윽.. 그래.. 헉..헉.. 당신한테처럼 박아주려고..”

 “미안하게 오늘은 내가 먼저군요.. 흐으응.. 더 ... 더 깊이 박아줘요.. 당신 자지..”

 “헉...헉.. 그래.. 당신이 먼저야.. 오늘은.. 당신 보지 속에 먼저 싸버릴거야..”

 “하아..하아.. 그래요.. 당신 정액을 느끼고 싶어요.. 흐으응.. 그 여자에게도 그렇게 안에 싸주나요?”

 “헉... 아니.. 그렇게는.. 헉..헉.. 그렇게는 못해..”

 “맘대로 쌀 수 있는 건 나 뿐이죠? 그렇죠? 말해봐요..”

 “헉..헉. 그래.. 미숙이 뿐이야.. 마음대로 보지 속에 쌀 수 있는건... 흐으윽.. 나.. 나 쌀거 같아..헉”

 “아직.. 아직 안되요.. 조금만 더.. 조금만..”

그녀의 애원대로 사정을 늦추기는 어려웠다. 야외에서의 흥분 때문인지 아랫도리가 극도로 예민해져버린 탓이었다. 클라이막스로 올라서며 거칠게 몰아쳐가던 나는 절정의 끝을 느끼며 그녀의 질 속에 정액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랫도리가 울컥거릴 마다 몸속의 기운이 한 움쿰씩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때마다 내 몸은 한없이 나른해졌다. 사정이 끝나고도 난 한참동안 그녀의 질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괄약근을 움직여 사정 뒤의 예민한 살덩이를 조였다 풀면서 나를 진저리 치게 만들었다. 그녀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키자 그녀도 몸을 일으키며 앉았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엉덩이를 잡으며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오늘은 닦지 말고 그대로 가요.”

 “응? 그...그게 무슨..”

 “이대로 가서 그 여자에게 넣어줘요. 내가 그 여자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미숙의 생각은 언제나 자극적이었다. 자신의 애액이 묻은 그 살덩이를 다른 여자에게 넣으라는 그 발상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내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애액과 나의 정액으로 뒤범벅이 된 채로 번들거렸다. 어차피 팬티를 입으면 모두 닦여질 것이었고, 저녁시간까지 말라버릴 것이었지만 그것을 그대로 혜영의 몸 속에 넣는 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무척 자극적인 것이었다. 하루에 두 여자의 몸속을 드나드는 것도 경이로운데 한 여자의 애액을 다른 여자에게 옮긴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난 그녀와 약속을 하고는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아랫도리를 그대로 팬티로 가리는 것이 찜찜하기는 했지만, 저녁시간의 또 다른 쾌락을 위해 그 정도는 참아야만 했다. 내가 옷을 입는 동안 그녀도 옷을 챙겨입고 있었다. 옥상위에서 거의 반라 상태로 다리를 벌려주는 그녀의 모습에 또 한번 감동할 수 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그녀가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와의 관계까지 이해해주는 그런 여자를 어디에서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퇴근 시간, 사무실을 나서는 나를 그녀가 쫓아오더니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내 볼에 키스를 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근심과 질투가 어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를 보내주는 그녀의 모습에 미안함이 들었다. 하지만 혜영과의 약속을 깨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까 옥상에서 한 미숙과의 약속도 지켜야만 했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그녀를 뒤로한채 혜영에게로 달려간 나는 미숙의 말대로 그녀의 애액과 나의 정액이 말라비틀어진 그 살덩이를 그대로 혜영의 몸속에 꽂아 넣었다. 아무것도 모른 체 나를 받아들이는 혜영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미숙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홀가분함과 그 자극적인 느낌을 가진 채로 혜영과의 섹스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웠다. 혜영의 질속에서 내 살덩이는 그녀의 애액으로 세탁이 되었다. 미숙의 흔적도 내 정액의 흔적도 모두 사라지고 그녀의 애액만이 남았다. 혜영은 질내 사정을 못하게 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는지 자신의 입에 마무리를 하라며 내 아랫도리를 물었다. 이미 미숙의 질 속에 들어갔다 나온 그 살덩이를 혜영은 정성스럽게 빨아주었다. 그리고 그날 두 번째 사정으로 뿜어낸 나의 정액을 고스란히 입으로 받아내주었다. 비록 그것을 삼키지는 못했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었다.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자 혜영이 내 팔을 배며 내게로 파고들었다. 난 그녀의 체온을 느끼면서 미숙을 떠올렸다. 홀로 쓸쓸하게 집으로 향했을 그녀의 뒷모습을 떠올리니 또 한번 미안함이 들었다. 난 그 미안함을 떨치려 내 품안의 혜영을 힘껏 끌어안았다. 두 여자를 품은 하루의 노곤함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혜영에 대한 설렘은 사라져갔지만 설렘이 없다 해서 사람의 매력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수줍은 매력은 언제나 나로 하여금 그녀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미숙에게 그녀의 존재를 들켜버린 것이 좀 미안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미숙은 아내 연주와 혜영의 존재를 모두 인정해주고 있었다. 간혹 그녀로부터 질투와 시기의 감정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역시 쿨한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내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한 놈이었다. 그래서 난 항상 그녀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좀 이상한 얘기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도 미숙에게만큼은 절대 소홀히 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세 여자의 서로 다른 매력에 겨워하는 동안 시간은 어느새 겨울이 되었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12월이 되니 차가운 칼바람이 매서웠다. 기온이 차가워질수록 따듯한 체온이 그리웠다. 그때마다 난 아내 연주와 미숙, 그리고 혜영을 번갈아 품에 안았다. 세 여자 사이에서 난 더 이상 도덕적인 문제를 생각지 않았다. 미숙을 제외한 나머지 여자들에게 나의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 조심할 뿐이었다.

12월이 시작된 어느 날, 집으로 초대장 한 장이 날아들었다. 대학 동문들의 송년회 모임이었다. 그 초대장을 보는 순간에 머릿속으로 최선배의 모습이 스쳐갔다. 그리고 뒤이어 아내 연주의 모습도 스쳐갔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아내와 최선배가 뒤엉켰다. 그러는 동안 연주가 내게 다가와 내 손에 들려있던 초대장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갈거지?”

 “응? 어. 어, 그래 가야지. 계속 못나갔으니까.”

 “응. 다른 건 몰라도 연말 모임은 꼭 가야지.”

 “그..그래.. 연말 모임이니까...”

 “참석인원은 연락 달라는데.. 내가 문자 보낼까?”

 “응? 어. 그..그래.. 누구한테 보내는거지”

 “선규오빠.”

 “...”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다. 난 거의 반사적으로 연주를 돌아보았고, 연주도 잔뜩 움츠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연주의 입에서 ‘선규오빠’라는 말이 나오니 순식간에 질투심과 분노가 들끓었다. 한국 남자들에게 오빠라는 단어의 의미가 왜 그토록 특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연주의 입에서 선배가 아닌 오빠라는 단어가 튀어 나왔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드러난 분노에 연주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난 곧바로 정색이 되어있던 얼굴 표정을 온화하게 바꾸었다. 또 다시 그 일로 연주와 감정이 틀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자 내가 보낼게. 최선배한테 보내면 된다구?”

 “응? 어. 그..그래..”

연주가 직접 최선배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만큼은 허용하고 싶지가 않았던 나는 연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연주는 손에 들고 있던 초대장을 내게 넘겼다. 난 거기에 적혀있는 최선배의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날렸다.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연주는 얼마동안 그 자리에 선 채로 내 눈치를 살피다가 뭔가 말하려다가 포기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밤이 되었을 때, 연주는 미안함을 지우고 싶었는지 속이 훤히 비치는 노란색 슬립을 입고 나를 유혹했다. 연주는 그 슬립 안으로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불을 끄지 않아 슬립안의 탐스러운 젖가슴과 봉긋하게 솟은 둔덕이 아주 자극적으로 비쳐 보이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화가 났다한들 그런 모습 앞에서까지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연주는 적극적으로 나를 유혹해왔다. 나를 다 벗겨놓고 침대위에 선 채로 슬립 밑단 자락을 잡은 채로 펄럭이며 아주 느릿한 시건방 춤을 추듯 엉덩이를 자극적으로 흔들어댔다. 요염한 몸짓의 중심에서 도드라진 보지 둔덕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 성욕을 자극했다. 매일 보는 내 아내이긴 했지만 꽤나 매력적인 여자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연주는 내 몸을 자신의 다리 사이에 둔 채로 벌려서서 점점 위쪽으로 올라왔다. 덕분에 다리 사이의 음부가 고스란히 내 눈으로 들어왔다. 엉덩이를 흔들 때마다 음순의 갈래가 이리저리 삐죽거리는 느낌이었다. 아랫도리는 어느새 터질듯이 팽창한 채로 솟구쳐 올랐다.

마침내 연주가 내 얼굴 위에서 멈춰섰다. 연주는 무릎을 구부려 기마자세로 내려앉다가 다시 일어나면서 매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내려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왔다. 연주는 아까보다 더 밑으로 내려앉으면서 두 개의 손가락으로 음순을 벌려주었다. 애액에 젖은 핑크빛 속살이 드러났다. 입을 벌린 작은 구멍이 나를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언제나 내게 황홀한 기쁨을 선사해주는 구멍이었다. 그것을 만져보려 손을 뻗자 연주는 얼른 일어나며 나를 애태웠다. 순간 최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갑자기 질투어린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동시에 심장을 파고드는 강렬한 흥분도 느꼈다. 정말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나는 점점 최선배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 스스로 그가 되어 연주의 육체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내 눈빛에 그의 성욕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상상속에서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 있는 연주의 육체는 예전에 탐닉했을 때보다 훨씬 더 탐스럽게 비쳐졌다. 연주도 내 눈빛을 느꼈을까, 더욱 자극적인 몸짓으로 나를 자극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연주는 내 얼굴 위로 오줌을 누는 자세로 쪼그려 앉았다. 바로 코 앞에 그 음탕한 음부가 다가오니 견딜 수가 없었다. 연주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손을 가져가 물기를 머금은 음순을 한번 더 벌려주었다. 붙어있던 음순의 갈래가 끈적한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핑크빛 속살은 아주 맛깔스럽게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두 손으로 연주의 엉덩이를 받쳐 잡으면서 양쪽 엄지를 갈라진 음순의 양 옆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연주는 스스로 벌리고 있던 손을 떼었다. 양 엄지에 힘을 주어 누르면서 바깥쪽으로 벌리니 물기를 머금은 작은 구멍이 크게 벌어졌다. 그 속을 들여다보려 애썼지만 그 속은 어두웠다. 

언제나 황홀함을 선사해주는 그 신비로운 구멍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내 흥분을 더욱 부채질 했다. 그 구멍을 벌릴 때마다 연주가 가녀린 신음을 뱉어냈다. 그 구멍 속으로 최선배의 아랫도리가 숱하게 드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흥분은 더 드세졌다. 엉덩이를 받쳐 든 손을 힘껏 아래쪽으로 당기자 연주가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내 입 쪽으로 내려앉았다. 젖은 속살에 입술이 닿자 연주가 무너지듯 신음을 흘렸다. 

“아..”

입술과 혀로 그 음란한 구멍을 핥아주자 연주는 침대 머리판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연신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두 다리를 더 벌리면서 내 입술에 음부를 더욱 밀착시켰다. 그것은 더 자극받고 싶다는 그녀의 몸짓이었다. 아예 입술을 모아 속살에 비벼대자 연주의 신음소리가 더 간드러졌다. 연주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스스로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내 턱과 입술에 벌어진 음부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정말 음탕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나는 흥분된 숨결을 내뱉으면서 입술에 힘을 준 채 연주의 몸짓을 느낄 뿐이었다. 내 머릿속으로는 최선배의 얼굴에 보지를 비벼대는 연주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음탕하게 비벼대는 연주의 몸짓을 느끼는 동안 내 입술 주변은 온통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갔다.

“하으..하으.. 나 좀.. 흐응..”

연주는 달아오르는 흥분에 애달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런 연주의 허리를 잡은 채 혀를 내밀어 그 음란한 구멍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러자 연주의 신음이 길게 새어나왔다. 혀에 힘을 준 채 길게 내밀어서 구멍에 최대한 깊이 넣어주니 연주가 화답하듯이 음부를 힘껏 밀착해왔다. 연주는 내 혀를 넣은 채로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것으로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연주는 내 혀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쾌감을 얻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연주는 그것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가 내 턱에다 보지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단단한 턱뼈에 크리토리스가 있는 부위를 집요하게 문질러대면서 힘겹게 신음했다. 조금이라도 더 강렬한 쾌감을 얻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연주가 그토록 음란하게 흥분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얼굴은 연주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내 입에서 나온 침이 뒤섞인 채로 질척해졌다. 

연주가 몸을 일으키더니 약간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흘려댄 흥분의 흔적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연주는 아래로 내려가 내 몸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개고 엎드렸다. 그리고는 내 입술과 턱 주위에 질펀하게 묻어있는 애액을 입술과 혀로 핥아 올렸다. 자신이 흘린 그 부끄러운 흔적을 빨리 없애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는 동안 연주는 내 아랫도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운 채로 음부에 밀착 시켰다. 그리고 엉덩이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내 살덩이를 달래주었다. 이미 흥건하게 젖어든 애액이 발기된 내 살덩이를 적시고 있었다. 미끈한 느낌이 황홀했다. 연주는 내가 느끼는 황홀함을 눈치 챈 듯 좀 더 부지런히, 그리고 자극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여 내 아랫도리를 자극해주었다. 

최선배에게도 이런 행위를 숱하게 해주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에서 분노가 일었지만, 그와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흥분이 함께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연주와 최선배가 뒤엉키는 상상을 하던 나는 문득 이번 모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되었다.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이상한 감정 속에서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연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최선배가 연주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뒤따라 일어나는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처럼 생생했다. 숨이 가빠왔다. 어느새 연주는 내 아래쪽으로 내려가 발기된 내 살덩이를 정성스럽게 빨고 있었다. 내 흥분은 너무나 복합적이어서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뜨거웠다. 연회장 한 귀퉁이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뒤이어 두 사람이 어느 은밀한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연주가 최선배의 키스를 받아내고 있었고, 최선배의 손이 연주의 치마 속으로 파고들었다. 두 사람은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나누는 그 행위들을 더 깊이 느끼려 애썼다. 최선배의 손에 의해 연주는 발가벗겨졌고, 연주도 최선배의 옷을 차례로 벗겨주었다. 그리고는 최선배를 향해 두 다리를 한껏 벌린 채 음란한 구멍을 내보였다. 최선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연주의 구멍에 그 단단한 살덩이를 쑤셔넣었다. 연주의 입에서 짜릿한 신음이 퍼져나왔다. 최선배도 황홀함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거세게 몸을 부딪혀갔다. 연주는 손톱을 세운 채 최선배의 등을 긁었다. 그건 아주 만족스러움을 느낄 때나 하는 행위였다. 

‘헉..헉.. 연주.. 내 여자.. 흐으윽.. 내 보지..’

 ‘흐응..흐응.. 오빠.. 어서 더 깊이요.. 더 깊이 박아줘요.’

 ‘그래.. 오랜만에 네 보지에 깊이 싸줄거야. 헉..헉..’

 ‘그래요.. 나도.. 흐응.. 오빠를 기다렸어요. 더 깊이.. 더..’

오가는 대화 속에서 내 심장은 더욱 벌떡거렸다. 두 다리가 경련이 일으키 듯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최선배가 사정하는 순간 나도 사정하고 말았다. 아래쪽에서 연주가 당황하는 짦은 신음소리를 내었지만, 내 물건을 뱉어내지는 않았다. 연주는 내가 사정을 마칠 때까지 그 정성스러운 입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쏟아낸 정액을 한 가득 입에 문채로 고개를 들었다. 연주는 가쁜 숨을 내쉬는 나를 흘겨보더니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거울로 연주가 입에 문 정액 덩어리를 뱉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난 그 자극적인 장면을 쳐다보다가 머리를 털썩 내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입을 헹구고 돌아온 연주가 내 품에서 속살거렸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건성으로 대답할 뿐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연주와 최선배의 모습이 뒤엉켜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 정말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 해왔다. 하지만 그 반면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연주를 힘껏 끌어안으면서 난 최선배가 연주를 안을 때의 느낌을 상상했다. 다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연주가 그것을 눈치 채고는 손을 내려 그것을 어루만졌다. 난 다시 그 단단해진 살덩이를 앞세우고 연주에게도 달려들었다. 여전히 젖어있는 연주의 속살이 내 살덩이를 휘감아왔다. 난 다시 연주의 몸속에서 황홀한 흥분에 빠져들었다. 

 ***

모임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연주는 말이 없었다. 조수석에 앉은 채 창밖 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가 그리 초조한지 연주는 손에 잡은 핸드백을 손끝으로 연신 비비고 있었다. 하지만 초조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여서 자꾸만 입이 말랐다. 최선배 한사람으로 인해 우리 부부가 동시에 그런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었다. 라디오를 켜서 기분을 전환해보려 해보았지만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모임에 가기 위해 준비하던 연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점심식사를 마친 연주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대낮에 왜 샤워를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기분 상 그게 좋은 모양이었다.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일에 난 야릇한 기분을 가졌다. 최선배를 만나러 가기 위해 몸을 깨끗이 씻는 연주의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최선배에게 향긋하고 신선한 비누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랫도리가 부풀어 올랐다. 

연주는 최근에 내가 사준 속옷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입었다. 하얀색 바탕에 보라색 자수가 들어간 속옷이었는데 팬티는 앞뒤가 모두 망사여서 털 숲과 엉덩이 계곡이 온전히 드러나는 자극적인 것이었다. 거기에 하얀색 가터벨트를 허리에 차고 장미꽃 무늬가 들어간 하얀색 밴드 스타킹을 신었다. 그런 모습을 최선배에게 보여준다면 아마도 심장이 터질 듯한 흥분이 밀려올 것만 같았다. 연주는 그 위에 속이 비치는 하얀색 슬립과 얼마 전에 백화점에서 새로 산 하얀색 정장 원피스를 입었다. 허벅지 중간쯤 오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적당한 치마 길이였다.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에 난 조수석에 앉은 연주의 다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치맛자락이 당겨져 올라가 밴드 스타킹의 허벅지 부분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 부분은 두 겹으로 되어 있어 스타킹이 이쯤에서 끝이 난다는 무척 자극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그저 모임에 갈 뿐인데 내 머리 속은 온통 잡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나 혼자 초조해하고 흥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바람이 들어오자 연주가 나를 돌아보았지만 창문을 닫아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연주도 머리를 맑게 해줄 찬바람이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우리 두 사람은 모임 장소인 호텔까지 그렇게 말없이 가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차를 세우고 키를 맡긴 뒤 연주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잠깐 살펴본 연주의 얼굴은 잔뜩 경직되어 있었다. 뭐가 그렇게 그녀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오랜만에 보는 동문들에 대한 긴장감인지, 아니면 최선배에 대한 긴장감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난 연주의 손을 꼭 잡고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들어서면서 연주와 난 거의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었고, 우리 두 사람의 동공이 동시에 확장되고 있었다. 연회장 입구에서 최선배를 가장 먼저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최선배는 경직된 우리와는 다르게 한껏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괜히 화가 나고 있었다. 꼭 연주 앞에서 최선배에게 크게 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난 얼른 사람 좋은 얼굴로 표정을 고치면서 아주 반갑게 최선배에게 악수를 청했다. 

“잘 지냈어?”

 “네, 선배님도요?”

 “그래, 그래. 어, 연주도 왔구나. 반갑다.”

최선배는 연주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연주는 힐끔 내 눈치를 보더니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최선배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내 두 눈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에 가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그 상황이 내겐 두 사람의 살이 닿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는 그 순간 내 심장은 불이 나듯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왠지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옹졸한 질투심마저 들었다. 

“이쪽으로 와. 두 사람 자리는 이쪽이야.”

연주와 인사를 나눈 최선배는 곧바로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에서의 모임이라 그는 자연스럽게 안내 역할을 맡고 있었다. 수많은 테이블을 지나가면서 우리는 반가운 동문들과 연달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최선배가 안내한 테이블 앞에서 난 잠시 멈칫 하고 말았다. 테이블에 최선배 부부와 우리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던 것이다. 최선배가 일부러 우리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기 위해 마련해놓은 것이라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멍해졌다. 내가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연주를 가까이 앉히려 계획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겐 무척이나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연주도 마찬가지였다. 연주는 자꾸만 내 눈치를 살피며 약간은 초조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최선배가 나를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여보, 이리와. 인사해. 내가 늘 얘기했던 후배 부부야.”

 “아, 안녕하세요. 성우씨? 연주씨? 맞나요?”

 “아, 네. 아..안녕하세요.”

최선배의 와이프를 향해 눈을 돌리는 순간 나는 또 한번 멈칫 하고 말았다. 그녀의 귀부인 같은 미모가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차분하면서도 빛이 나는 미모를 가진 그녀에게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연주와 최선배가 있는 앞에서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최선배에게 이런 미모의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최선배가 달라보였다. 연주의 미모도 어디에서나 돋보였지만 그 미모가 인간적이고 순수한 느낌이라면, 최 선배 아내의 미모는 좀 더 귀티가 나는 아름다움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있어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리고 깊이 패인 가슴부위에 드러난 풍만한 느낌의 가슴골은 내 시선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 그녀의 미모에 빠져있는 동안 연주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없이 목례로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연주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시기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난 그런 연주의 표정으로부터 최선배에 대한 질투심을 느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옛 연인인 최선배의 아내에게 시기심을 갖는 연주의 모습이 나로 하여금 충분히 질투심을 갖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얘기들 나누고 있어.”

최선배는 나와 연주를 차례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입구 쪽으로 향했다. 남겨진 나와 연주, 그리고 최선배의 와이프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는지 금새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연주가 앉을 의자를 뒤로 내어주었다. 내가 해야할 일이었지만, 그녀가 먼저 친절을 베푼것이었다. 

“자, 여기 앉으세요.”

연주는 그녀의 낯선 친절을 애써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의자에 앉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내가 연주의 옆자리에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최선배의 아내가 나를 막아서며 연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순간 연주와 난 당황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자 그녀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매일 집에서 보는 사람들인데 여기서까지 붙어 앉을 필요는 없잖아요?”

 “네? 아.. 하하 그..그렇죠.”

나는 멋쩍은 웃음을 웃으면서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그녀의 건너편으로 보이는 연주의 눈치를 살폈다. 연주는 웃고 있었지만, 심기가 불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연주는 앞에 놓인 물이 담긴 커다란 와인 잔을 잡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자 최선배의 아내도 물 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한 모금 정도를 천천히 머금고는 내려놓았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어떤 불편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눈빛이 지금의 그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연주보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어색한 가운데에서도 내 시선은 그녀의 드러난 속살을 훔쳐보고 있었다. 특히나 연주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젖가슴의 풍만함이 나로 하여금 호기심에 떨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말랐다. 나는 연달아 물을 들이키면서 연주를 살피는 동시에 최선배의 속살을 눈으로 더듬었다. 아내 연주와 최선배의 옛 관계를 떠올리는 순간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마치 오래전에 빼앗겼던 것을 되찾아오고 싶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순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눈으로 보기에도 우유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 그녀의 속살을 내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속살을 더듬던 내 시선이 두 번이나 그녀에게 들켜버렸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야릇한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그리고는 흘겨보듯 나를 쳐다보고는 연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속살을 훔쳐보는 것이 나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뭔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어쩌면 내게 그녀를 품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설렘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입구에서 안내역할을 하던 최선배도 자리에 와서 앉았다. 연주의 옆자리였다. 의자마다 놓인 간격 때문에 그들 두 사람과 나 사이에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 둥근 테이블이어서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 다 들어오고는 있었지만, 행사 진행 중인 마이크 목소리 탓에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괜히 두 사람이 비밀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연주가 나를 의식하느라 눈치를 보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도 자연스러워졌고, 너무 편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이젠 연주의 얼굴에서 어색함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나를 의식하지도 않는 눈치였다. 연주의 그런 모습에 알수 없는 경쟁심 같은 것을 느꼈다. 연주가 아니라 최선배에 대한 경쟁심이었다. 그가 내 아내를 마음껏 가졌던 것을 떠올리는 순간 나 역시 그의 아내를 마음껏 갖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자리마다 식사가 들어왔다. 와인 잔에는 검붉은 와인이 반쯤 담겼다. 행사 진행을 하던 사회자가 건배제의를 했고, 모두가 잔을 비웠다. 비워진 잔에 다시 와인이 담겼다.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키니 술기운이 올라왔다. 연주도 평소보다 술을 더 들이키는 것 같았다. 연주의 얼굴은 곧 붉은 기운을 머금었다. 옆모습이 섹시하고 예뻐 보였다. 최선배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을 생각하니 묘한 질투가 일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최선배는 학교생활 때의 일들을 꺼내놓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연주와 CC였기 때문에 학교 생활내내 두 사람 사이의 얘기들을 빼놓을 수 없었지만, 최선배는 아주 교묘히 빠져나가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얘기가 아슬아슬해 질 때마다 연주는 힐끔거리며 나를 살폈다. 하지만 대화내내 서로가 신경 쓸 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홀의 가장 안쪽으로 넓은 공간이 있었는데,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향했다. 저마다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였다. 차분한 음악이 흘렀고, 저마다 파트너와 마주 안은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가 춤을 통해 자신들이 가장 행복한 부부라고 표현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나도 빠질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최선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의 아내에게로 다가왔다. 

“춤출까?”

 “아뇨. 난 그냥 있을게요. 오늘은 몸이 좀 무겁네요.”

 “그래? 아쉽군. 모처럼의 시간인데..”

 “옛 연인들끼리 오랜만에 한번 추세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연주는 나를 살폈고, 난 최선배의 아내와 최선배를 번갈아 살폈다. 최선배도 나를 살폈다. 그리고는 연주를 돌아보았다. 연주도 자신을 보는 최선배를 올려보았다. 그리고는 동시에 그들 두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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