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34)

한적한 바닷가에 연주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코 속 깊이 들어와 폐를 가득 채웠다. 

연주가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난 연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연주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주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날 좀 봐줄래?

당신은 어디에 있는데?

나? 지금 당신 옆에 있잖아. 이렇게..

어디? 안보이는데?

연주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먼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연주의 목소리는 들려왔지만,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내가 안보이는거야?

응.

지금 바로 옆에.. 이렇게 있잖아.

보이지 않아.

난 몸을 일으켜 연주의 앞에 섰다. 

그리고 두 손으로 내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봐. 나.. 나 여기 있잖아.

보이지 않아..

장난치지 말고.. 날 좀 보라구.

보이지 않는다니까.

난 털썩 무릎을 꿇어앉았다. 

연주와 눈을 맞추었지만, 연주의 눈은 아무런 초점도 잡혀있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시선을 맞추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내가 연주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몰라. 모르겠어. 당신이 안보여.

내가 정말 안보여? 바로 여기 있는데?

안보여. 언제부턴가 당신이 보이지 않아. 당신이 점점 멀어져서 이젠 느낄 수도 없어.

제발.. 이러지마. 날 봐. 날 보라구.

연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난 연주를 따라 걸었지만 연주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기만 했다.

연주가 걸으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안돼. 그러지마.

소리를 질렀지만 연주는 계속 옷을 벗었다.

그리고 결국 알몸이 되었다.

연주는 알몸이 되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난 뛰듯이 연주를 따라갔지만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갑자기 한 남자가 나를 막아섰다. 

알몸의 남자였다. 

놀란 나는 그를 올려보았다.

최선배?

온 몸이 경직되었다. 

연주는 내 여자야. 잠시 너한테 빌려줬을 뿐이야.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연주 앞에 나타나지마.

최선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연주의 뒤를 따랐다.

내가 아무리 쫓아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지만, 최선배는 어느새 연주의 곁에 가있었다.

그를 보자 연주의 표정에 미소가 담겼다.

아까만 해도 죽은듯 무표정 했던 연주의 얼굴이었지만, 최선배를 보자 표정이 살아났다.

최선배가 연주의 얼굴을 스다듬으며 키스를 하자 연주도 그에게 안기며 키스를 받아주었다.

두 사람은 모래사장에 누워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흥분에 겨운 연주의 신음소리가 내 귀에 다가왔다.

연주는 울부짖듯 흥분한 채로 그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있었다. 

오빠.. 날 가져.. 난 오빠 여자야. 어디 갔던거야. 어서.. 어서.. 날 가져. 사랑해.. 사랑해..

최선배를 향해 던지는 연주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찢어놓았다.

최선배가 사정을 한듯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일어났다. 

발기된 그의 물건 끝에서 하얀 정액이 주르륵 떨어졌다. 

연주가 나를 향해 몸을 틀면서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갈라진 음부 사이로 최선배가 뿜어낸 정액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거리를 멀었지만 그 모습은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연주가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최선배는 온데간데 없었다.

연주가 걸을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 하얀 정액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연주야. 제발.. 이제 그만 가. 제발..

애원하듯 연주를 불렀지만, 연주는 멈추지 않았다. 

난 다시 연주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누군가 또 나를 막았다.

이번에는 제니였다.

그녀 역시 알몸이었다.

연주는 이제 당신이 필요없어요. 내가 있으니까.

아..아냐. 그러지 마. 제발..

당신은 이제 연주 곁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 

아..아냐. 그러면 안돼. 제발.

제니는 등을 돌린 채 연주를 향해 걸어갔다.

난 그녀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새 연주의 곁에 다가가 있었다.

연주는 그녀를 반갑게 맞으면서 그녀와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모래 사장에 누워 몸을 포개었다.

그들의 키스는 남녀간에 오가는 키스처럼 뜨거웠다.

서로가 번갈아가며 서로의 음부를 빨아주며 신음했다.

제니가 모래 속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을 꺼내들었다.

남자의 성기와 똑같이 생긴 투명한 연두색으로 된 실리콘 기구였다.

제니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것을 연주의 질속으로 밀어넣었다.

연주는 그것을 깊이 받아들이려 다리를 벌려주었다.

연주는 연신 신음을 뱉어내며 울부짖었다.

연주의 표정과 몸짓에서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어디선가 최선배가 다시 나타났다.

연주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양쪽에서 연주를 팔로 감아 안았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 

난 이제 갈거야. 당신은 더 이상 내게 필요없는 존재야. 그러니 더 이상 날 찾지마

안돼. 안돼. 연주야. 제발 날 두고 가지마. 제발.. 그러지 마. 연주야.... 연주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