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34)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난 온 몸이 젖어있었다. 꿈속에서 울먹이던 그 감정이 아직도 남아서 서러운 호흡이 북받쳐 올랐다. 

‘후우우우우.....’

기분을 더럽게 만든 꿈에 분노를 느꼈다. 일어나는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꿈으로부터 남은 그 더러운 기분을 털어내려 애썼다. 찬물에 샤워라도 하면 괜찮을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그리고 거실에 앉아있던 제니를 발견했다. TV를 보던 제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일어났어요?”

“아.. 네..”

“식사해야죠?”

“아뇨. 먼저 좀 씻을게요.”

“네. 그래요.”

그녀와 난 지난 새벽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난 거실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찬물에 몸을 맡겼다. 한참 샤워기 물에 서있던 나는 약간의 한기를 느꼈지만, 무겁고 멍멍했던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에 조금 긴 시간을 그렇게 서있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멀쩡해진 내 모습을 보면서 지난 새벽의 일들을 떠올렸다. 난 그녀들이 어떤 행위를 했었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본 정황들로만 보더라도 그녀들이 레즈비언적 행위들을 했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 꿈들이 떠올랐다. 꿈이 떠오르자 기분은 또 다시 더럽고 무거워졌다. 다시 샤워기 물을 틀려할 때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누..누구에요?”

집에 그녀와 나, 둘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난 그렇게 묻고 있었다. 

“저요. 제니.”

“무..무슨일이에요?”

“문 좀 열어주면 안되요?”

난 잠시 망설였다. 따지고 보면 그녀와 난 이미 몸을 섞은 관계였지만, 아직은 살갑게 지낼만큼 가까워진 것은 아니어서 나를 그렇게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그녀와 난 항상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편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그 이상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관계였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크도 없었다. 밖이 조용하자 오히려 내가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게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잠긴 문을 열어서 당겼다. 순간 나는 내 스스로 느껴질 만큼 동공이 커졌다. 문 앞에 선 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약간은 수줍어하면서도 도도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자신의 육체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었다. 

“들어가도 되요?”

“에?”

당황한 나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소리를 내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샤워 같이 해되 되겠죠?”

“아.. 네.. 그..그거야..”

그녀는 욕실로 들어서면서 문을 닫았다. 

“연주는 조금 늦는다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에요.”

“그..그래요..”

“다 씻은거에요?”

“예.. 전..”

“제가 씻겨드리고 싶었는데.. 다시 씻을래요?”

“사..상관 없어요.”

그녀는 나를 이끌고 샤워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샤워기 물을 틀어 적당하게 온도를 조절하고는 내 몸에 뿌렸다. 그리고 자신도 그 물줄기에 젖어버렸다. 그녀는 바디크린저를 맨손에 짜내고는 두 손으로 비벼서 거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그 미끄러운 두 손으로 내 몸을 마사지했다. 아주 짧은 느낌이었는데도 내 아랫도리는 순식간에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그녀도 그것을 보고는 알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의 손이 어느새 발기된 내 물건으로 가있었다.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내 물건을 그녀는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매만져주었다. 

“끄으으..”

참을 수 없는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나를 올려다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해주었다. 그녀의 손은 내 발기된 물건을 감싸쥐고 천천히 움직이다가 다시 아래쪽 불알 밑으로 손을 넣어 마사지해주었다. 황홀한 쾌감이 밀려들었다. 그녀의 손길을 더 느끼고 싶었던 나는 무의식중에 다리를 벌리고 섰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더욱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나를 황홀경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벌써 사정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흥분에 힘겨워하던 어느 시점에서 그 자극적인 애무를 멈추고 일어섰다. 

“이제 나 좀 씻겨줄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등을 보이고 섰다. 난 말 없이 손에 바디크린저를 짜내고 거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 손을 얹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여자의 속살은 남자에게 너무나 짜릿한 느낌을 주는 신기한 물체였다. 마시멜로를 만지는 느낌이라면 가장 가까운 표현일까? 아니면 좀더 가까운 표현이 있을까? 난 그 신비로운 속살의 느낌을 마음껏 음미하면서 그녀의 몸에 비누칠을 해주고 있었다. 처음엔 등위에서 머뭇거리던 내 손은 점점 대담해져갔다. 등줄기를 따라 내려가 엉덩이를 매만지던 손이 어느새 엉덩이 계곡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부끄러운 몸짓으로 내 손을 빼내려 했지만, 순간적인 반응일 뿐이었다. 엉덩이 계곡 사이로 집요하게 파고들자 그녀도 결국 체념하며 두 손으로 벽을 집은 채 엉덩이를 뒤로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조금 벌려서 내 손일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었다. 

비누의 미끄러움을 동반한 애무는 너무나 자극적인 것이었다. 그녀도 조금 전 내가 느꼈던 그 황홀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신음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손이 엉덩이 계곡을 타고 내려가 음부를 만지는 동안 그녀는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손에 반응했다. 손가락 두 개가 자연스럽게 갈라진 틈사이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그곳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어 비누물보다 더 미끈거리고 있었다. 두 개의 손가락이 그 갈라진 틈 사이를 가로질러서 위아래로 비벼지자 그녀도 신음을 흘리며 엉덩이를 요란하게 움직였다. 

“앉아 볼래요?”

한참 뒤쪽에서 그녀를 자극하던 나는 그녀를 쪼그려앉게 만들었다. 흥분에 젖은 그녀는 나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고 있었다. 섹시함은 물론 지적인 느낌을 동시에 가진 그녀를 오줌 누는 자세로 쪼그려 앉게 하는 건 너무도 특별한 느낌이었다. 비교적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그녀를 그런 싸구려 여자로 만들어 버린 내 자신이 짓궂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난 즐거웠다. 

그녀 앞에 무릎을 구부려 앉으면서 양 손으로 그녀의 무릎을 벌렸다. 그녀는 순순히 따라주었다. 양 무릎을 바깥쪽으로 벌려앉은 그녀는 부끄러운 얼굴로 나를 슬몃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홍조를 띠고 있어 더더욱 탐스러웠다. 손을 뻗어 그녀의 음부를 만지자 그녀가 꿈틀거렸다. 음순의 갈라짐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작은 공알을 찾아낸 나는 그곳을 집요하게 마사지해주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문채 신음을 흩뿌렸다. 매니큐어를 칠한 섹시한 손톱으로 나의 어깨를 움켜잡은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흐응... 그만.. 그만..”

“그냥 느껴요. 참지 말고..”

“하압.. 안돼.. 제발...”

그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집요하게 자극했다. 그러면서 쉬지 않고 바뀌는 그녀의 표정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강한 요의를 느끼고 있었다. 난 그것이 터져나오길 기다리면서 집요하게 그 예민한 곳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그곳을 쉴새없이 자극해주면 점점 커지는 요의를 느끼기 마련이었다. 어느 여자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다. 

“하아.. 안돼.. 제발..”

“참지 말아요. 나에게 보여줘요.. 어서..”

“흐응.. 안돼요.. 제발..”

내 어깨를 움켜잡은 그녀의 손톱이 더 깊어졌다. 하지만 난 통증보다는 그녀의 모습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내 손은 더욱 집요해졌고, 그녀의 떨림은 더 파들거렸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 어디쯤에서 그녀는 참고 있던 오줌줄기를 뿜어내고 말았다. 

쉬이이이이이이

굵은 오줌 줄기가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강한 오줌냄새가 피어올랐다. 너무 맑고 건강한 냄새여서 싫다기 보다는 오히려 내 성욕을 자극하는 그런 냄새였다. 그녀가 오줌을 뿜어내는 동안에도 내 손은 부지런히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 오줌이 뿜어져 나오는 그곳을 만졌다. 그녀는 내 손을 느끼면서도 오줌을 계속 뿜어댔다. 바닥으로 시원하게 뻗어내리던 오줌줄기가 내 손에 의해 번지면서 사방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보지와 그 주위가 온통 오줌으로 젖어버렸다. 오줌을 모두 쏟아낸 그녀의 얼굴에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가득했다. 입술을 깨문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는동안에도 내 손은 그녀의 보지를 만지고 있었다. 오줌을 다 눈 여자의 보지를 손으로 닦아주듯이 만지고 있었다. 

“이..이제 그만 나가요.”

그녀가 겨우 입을 떼고 말했다.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함께 일어난 그녀의 몸에 샤워기 물을 뿜어주었다. 그녀는 오줌으로 젖은 가랑이에 손을 넣어 그곳을 씻었다. 그 모습 역시도 내겐 자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물기를 닦아내고 나온 그녀와 난 옷도 입지 않은 채 내가 사용하는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함께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녀는 내 팔을 베고 들어와 품으로 파고들었다. 키스가 이어졌고, 내 손은 그녀의 젖가슴을 만졌다. 뜨거운 숨결이 내 입으로 들어와 폐까지 닿는 느낌이었다. 깊은 키스를 나누던 그녀가 나를 바로 눕히면서 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며 검지로 내 아랫입술을 눌렀다.

“어제... 어디서부터 본거에요?”

“어제요?”

“안방에서..”

“아...”

그녀의 눈빛이 내 눈을 살폈다. 숨기지 말고 모두 말해달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둘이 키스하는 장면.. 그러다 침대에서 내려오는것까지..”

“그랬군요.”

“두 사람... 어떤 관계에요?”

“본대로에요.”

“혹시 내가 본것보다 더 깊은?”

“...”

“말해줘요. 알아야겠어요.”

그녀는 다시 내게서 내려가 나와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는 천정을 보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다 말해야겠네요.”

“...”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얘기는 아주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연주와 함께 미국유학을 하던 시절. 룸메이트로 지내던 그 시절의 얘기였다. 타국생활의 외로움에 지쳐가던 그들은 서로에게 너무 깊이 의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공부를 하러 갔기 때문에 외로움을 달랜다는 이유로 남자를 사귀는 것에는 뜻이 없었다. 그것은 두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 의지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한 욕조에서 함께 몸을 담근 채 얘기를 나누던 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추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그 일로 인해 어색하게 지냈지만, 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다시 키스를 나누게 되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워졌고, 결국 여자들만의 비밀스러운 행위까지 가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이 그녀들이 육체적 사랑을 나누게 된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녀의 얘기를 듣는 동안 다시 머리 속이 멍해졌다. 내 머릿속에는 청순해보였던 연주의 첫인상이 떠올랐다. 그 청순했던 얼굴과 여자들끼리의 사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다시 최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와 섹스를 나누었던 모든 여자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난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연주는 나를 이해해줄까? 내가 이해해야할 것들과 연주가 이해해주어야 할 것들 중 어느 것이 더 이해하기 어려운걸까?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어쩌면 이해할 것도, 이해해줄 것도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냥 없었던 듯이 묵묵히 있으면 그것이 이해가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것 같았다. 

“성우씨.”

“네?”

“연주 아직 사랑하죠?”

“네. 많이요.”

“그럼. 다 이해해주면 안되겠어요?”

“...”

“힘든가요?”

“아..아뇨. 다만..”

잠시 말을 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에요.”

“어떤?”

“연주에게 다시 다가갈 방법..”

“내가 도와줄게요.”

“어떻게요?”

“내가 징검다리가 되줄게요. 두 사람의 징검다리..”

“징검다리..”

그녀가 말하는 징검다리의 의미를 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천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앉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난 눈을 감았고,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징검다리... 징검다리... 징검다리...

머릿속으로 그 단어가 매미소리처럼 맴맴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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