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 (2/26)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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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시간이다..

사랑을 하든.. 사랑을 안하든.. 누굴 기억하든.. 누굴 잊든..

많은 변화의 중심에서 나는 애쓰고 있다.. 모든걸 다 잊기위해..

앙상한 나뭇가지가 늘어선 캠퍼스를 걸으며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내 기억을 좀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다 잊는 약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내 입가에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하아~ 윤산.. 너 윤산 맞지? 사람이 진짜 변할수있긴한거구나..'

다리를 절뚝거리며 동아리실을 향해 걸었다

저 멀리서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희민이형 

나에게로 와서 한소리 한다

"마!! 혼자다니지 말랬제!!"

"내가 아가.. 혼자 못다니구로"

"걱정되니까 이라지!"

"하아.. 가자 연습시간 2시아이가? 지금 30분이나 넘었는데"

"헥!! 지은이한테 털리겠다 빨랑 가자!"

드럼스틱을 들고 급하게 뛰어가는 희민이 형

나는 그런 형을 보며 살짝 웃고는 따라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의 앞을 막는 여자애

"저..저기!"

귀찮은 일이 또 벌어졌다.. 희민이 형을 쳐다보니

뛰어가던 희민이 형이 뒤를 돌아보고 어쩔수 없다는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여자애를 보며 말했다

"뭐꼬?"

"저..저는 신입생인데.. 어.. 선배님..그러니까 좋아해요!!"

나에게 작은 선물 상자를 건네는 여자애

가만히 보면 하얀얼굴에 큰눈.. 어딜가든 남자들이 따라다닐 타입이였다

하지만.. 나는 안된다.. 난 윤산이니까..

"니 내가 누군지아나?"

"네? 알아요.. 저! 작년에 티비에서 봤을때 부터 팬이였어요!!"

"아나? 그럼 빨리 꺼지라"

"네?"

"안갈끼가? 그럼 내가 갈게.."

난 가던길을 가다 다시 뒤돌아 땅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애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 그리고 니 남자보는 눈 좀 키아라.. 내같은 새끼 좋아하면 많이 아프거든"

나의 옆으로와서 한소리하는 희민이형

"너무 심한거 아이가?"

"뭐가?"

"딱보니까 새내기구만! 좋다고 선물까지 들고왔는데.."

"어차피 안될거 확실하게 끊어주는게 더 낫다이가"

"멍청한놈.. 언제까지 그랄래?"

난 웃으며 희민이 형에게 말했다

"말했다이가 독신주의라고"

희민이 형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었다

"좃까~ 화류계의 황태자새끼"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우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바람...부네.."

"유리는?"

조용한 집안.. 방안에서 태연이 나오며 윤아에게 물었다

"몰라.. 어제밤에 집에 안들어왔어.."

태연은 조용히 냉장고에서 물을꺼내 들이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태연을 무심한 표정으로 보던 윤아는 mp3를 꺼내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조용히 흥얼거리는 윤아

"사랑은 아프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아.. 빗속에 눈물 흘러내려도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서현이 들어왔다.. 윤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서현

윤아는 서현을 힐끗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윤산의 옛집으로 들어가는 윤아

윤산을 마지막으로 봤던 방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감상하기 시작했다

커피향 퍼지듯 방안 가득 퍼지는 윤산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윤아는 말했다

"변했어.. 모든게.. 니가 필요해.. 윤산.."

학교에서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갈려고 하니 희민이 형이 붙잡았다

"왜??"

"술마시야지!! 내일이 축젠데!! 잘하라는 의미에서 내가 쏠게!!"

"낸 집에 간디"

"아잉~~ 먹자아아아아"

"죽고싶나? 행님이면 행님답게 행동해라.. 애교가? 뭐고"

"가자고! 히밤!!"

여기저기서 나를 조르는 형들..

난 결국 형들과 자주가는 학교앞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이모!! 내왔다!!"

"어어~ 그래그래 뭐 주까?"

"음.. 비싼거 먹어줄게! 소주..5병이랑 오뎅국물!"

'아나 이 시발놈이 장난치나'

결국 난 이모에게 소리쳤다

"이모 오늘 이모가 젤 자신있는걸로 주세요!"

"어? 그럼 니가 쏘는거제? 니가 시킨거니까"

"알았다 쏠게.. 아.. 물게 없어서 동생을 뽈가 묵나.."

우리는 술병을 한병 두병 비웠고.. 다들 슬슬 취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친친의 원래 주인!! 태연씨가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몸이 안좋아서 쉬셨는데 괜찮으셨어요? 친친가족들에게 한말씀하셔야죠!!]"

"[일단 써니씨 제가 없는 동안 친친지켜주셔서 감사드리고....]"

태연이였다.. 난 아랫입술을 깨물며 일어섰다

"내 화장실 좀 갔다올게"

윤산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희민에게 말했다

"내 화장실 좀 갔다올게"

윤산이 나가고 희민은 포장마차 이모에게 말했다

"이모.. 내가 산이 올때는 라디오 끄랬다이가..아예 소녀시대 관련된거 다 피하는 놈인데.."

"아..맞다! 깜빡했다 호호 내가 소주1병 빼줄게.."

희민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피한다고 피해지는게 아이다이가.. 1년동안 피하기만하면 뭐하노..

니 생각만큼 쉬운게 아이다.. 누굴 잊는다는거.."

희민은 술잔을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나는 포장마차를 나와 담배를 꺼내 물고 한모금 빨았다

그때 내 머리속을 지나가는 아까 그 자식의 말

'너 땜에 붐같은 새끼 만나잖아... 만나잖아.. 그럼..사귀는거...겠지?'

난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윤산 1년동안 잘해왔잖아.. 왜 이제 와서 이래?'

난 담배를 땅에 비벼 끄고 일어서니 뒤에서 희민이 형이 날 툭툭 건드렸다

"2차! 가자!"

"계산은?"

"내가 했다! 설마 내가 후배 뽈가 먹겠나?"

'여태 뽈가먹었잖아..개자식아'

형들과 단란한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곧 술과 언니야들이 세팅되고 형들은 광란의 술판을 벌였다

이쁜 언니야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형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난 혼자서 조용히 독고다이로 술을 들이켰고 그런 나를 보자 팔짱을 끼며 들이대는 이쁜언니야..

"죄송한데.. 저 이런거 좀 귀찮아하거든요.."

"아잉~ 오빠 왜 이렇게 빼는거야?? 정색하니까 더 멋진데??"

난 언니야의 팔을 뿌리치며 술을 마셨다

그걸 보고 있던 한 언니야가 일어나서 분위기를 띄우겠다고 노래를 선곡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고 야릇한 눈빛으로 노래를 부르는 언니야

"소원을 말해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나의 팔을 붙잡고 자리에 다시 앉히는 희민이 형

"앉아라.."

"햄.. 놔도.."

"언제까지 피할끼고? 노래들어라.. 내가 도와줄게.. 내 믿제?"

"햄.. 취했다.. 내 이제 갈게"

"윤산!!"

나에게 소리치는 희민이 형을 뒤로 하고 난 단란한 노래방을 나섰다

나와서 담배를 한모금을 들이키니 차가운 바람이 나를 파고들었다

사람들이 쏟아지는 거리를 걷는데 나의 어깨를 치고지나가는 고딩들..

그러자 나의 뒤에서 지껄이는 고딩

"아 씨발 눈이없나?"

난 어의가 없어서 물었다

"뭐라고?"

"눈이 없냐고 씨발아"

확 풍겨져 오는 술냄새..

"술마싰나? 세상좋아졌네.. 교복입고 술도 마시고"

"뭐라 짓꺼리노.. 어? 이 새끼 윤산아이가?"

"맞는데? 이 새끼! 잘만났다.. 시발놈"

퍽!!!

아찔하게 아려오는 왼쪽 눈..

하지만 나는 화를 낼수없었다 그 다음에 고딩들이 뱉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였기 때문에..

"시발! 니 땜에 우리 태연이가 붐같이 이상한 새끼랑 사귄다이가!"

"죽이자!! 이 바람둥이 같은새끼"

나를 밟기 시작하는 고딩들.. 아니 소녀시대팬들..

'윤산 너는 지금 죄값을 치루는거야.. 소녀시대팬들한테 맞는거다.. 윤산..'

"행님 괜찮나?"

나는 무대뒤 대기실에서 희민이 형에게 물었다

"몰라.. 지금 죽을거같다.. 아아아아아.."

"그래가꼬 노래 하겠나?"

"해야지!"

옆에서 보고 있던 지은이가 말했다

"미친.. 그래서 내가 어제 작작 마시라했제.. 근데 산아 니 눈 왜그라노?"

난 긴 머리로 황급히 눈을 가렸다

그러자 나의 머리를 치워보는 희민이형

"뭔데 어제 멍 없었잖아.. 오면서 또 맞았나?"

"하핫.. 하루지나니까 멍생기네.."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지은이..

"와 우노! 내가 맞은게 한두번이가? 쌈못하믄 맞아야지ㅋㅋ"

금새 정적이 흐르는 대기실..

"맞다! 햄!! 우리 초대가수 누군데?"

"몰라.. 병신아"

"빨리 말해도! 행님이 축제 준비위원이잖아!!"

".........."

아무말않는 형들..

난 그냥 자리에 앉았다 흐르는 정적.. 아마 형들은 이런내가 한심한것이리라..

그때 나를 살리는 행사관계자의 목소리

"희민이 오빠!! 다음 무대에요!! 준비해주세요!"

"자! 올라가자!"

무대옆으로 이동하며 난 희민이 형에게 물었다

"햄 근데.. 왜 하필 이런 노랜데? 더 신나는거 해도되 잖아"

"안된다"

"뭔소리고.."

"오빠! 올라가세요"

우리 무대로 올라가고 어두컴컴한 무대 위에 

희민이형이 앉아있는 드럼에만 조명이 비추고있었다

지은이의 키보드 반주가 나즈막이 흐르고 희민이형은 조용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지금 슬픈 그의 모습을 무대 뒤 한 소녀

애써 눈물 참으며 바라보고 있네"

'[그의]? 원래 가사는 [나의] 아닌가?'

희민이형을 살짝 쳐다보니 나에게 슬며시 윙크를 하는 희민이형

무대 뒤에 그 소녀는 작은 의자에 앉아~

두 손 곱게 모으고 바라보며 듣네

그의 얘기를~ 이 소녀는 그를 알기에에~

더더욱 슬퍼지네~ 노래는 점점 흐르고오~

소녀는 울음 참지못해~"

내 차례가 다가 왔다

"밖으로오오오~ 나가버리고오오오~"

노래가 바뀌고 무대에 조명이 확 들어왔다

환호를 하는 관중들.. 그런데 관중들이 든 응원도구에 소녀시대의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모든게 이해가 됐다.. 왜 희민이형이 [나의]를 [그의]로 바꿔불렀는지..

형도 답답했으리라.. 그래서 이 노래를 준비했겠지..

'고마워 희민이형..'

무대옆을 살짝보니 소녀들이 다음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소녀들.. 다들 잘지내는 구나..

전주가 다 끝나가고 난 입술을 살짝 깨문후.. 노래를 시작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퍼짐은 

그대 눈속 비속으로 사라져버려"

소녀들을 살며시 보니 깜짝놀라서 나를 보고 있는 소녀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마아안~ 그대를 사랑했지마아안~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수 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소녀들이 였지만 확신이 섰는지 제시카가 나에게 뛰어오려고 했다

그런 제시카를 붙잡는 수영과 효연 

그러다 태연과 눈이 마주쳤다.. 슬픔이 가득차있는 눈..

난 몸을 돌려 다른 쪽을 보며 2절을 시작했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미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마아안~ 그대를 사랑했지마아안~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수 밖에 

그대를..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목이 막혀왔다.. 눈물이 날것같았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옛날생각이 났다..

잘 잊어왔는데..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이제 행복을 빌어줘야지..

난 멜로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나를 멈춰서게 만드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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