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부 (6/26)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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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산은 천천히 유리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유리의 눈과 윤산의 눈이 마주치고 윤산은 유리의 흔들리는 눈을 보며 다가갔다

유리와 윤산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윤산은 힘들게 입을 열어 유리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

아무말도 못한채 멍한 표정으로 윤산을 응시하는 유리

윤산은 그런 유리를 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내가 좀.. 오랜만이지?"

"............"

아주 약간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유리의 눈.. 유리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윤산이 자기 앞에 있다니.. 좋아했던.. 사랑했던.. 아니, 이제 증오 할 정도로 자신에게 상처만 준 남자

윤산이 천연덕스럽게 자기 앞에 나타나 인사를 하다니..

유리는 북받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다시 한번 윤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말 방금전까지 자기자신을 아프게하던 1년전 모습 그대로.. 아니 얄미울 정도로 옛날모습 그대로의 윤산

유리는 화가났다 

자기가 왜 그렇게 아파했던가? 자기가 왜 그렇게 울었던가? 

다 이 망할 자식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다니

있을수 없는 일이 였다.. 최소한 자기가 아파한 아픔의 3분의1이라도 겪어 힘들어한 모습이 보여야했다

그런데 저렇게 멀쩡한 모습이라니.. 웃고 있다니.. 지금 당장 윤산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유리는 그럴 수 없었다

한때.. 아니 아직까지 좋아하는 남자니까.. 유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

그거 밖에 없었다.. 자길 상처입힌 남자에게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은 표정을 지으며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산을 지나쳤다

윤산은 당황했다.. 방금까지 자기 때문에 울었던 여자였는데.. 아직도 자길 좋아하는게 확실했는데

무시하고 지나가다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윤산은 자길 지나쳐가는 유리를 잡지 못했다

아니.. 잡을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일까? 

윤산은 쓸쓸할 정도로 넓은 거실에서 아무것도 잡지못한 손을 꼭 쥐었다폈다

그런 윤산의 발 옆에 유리의 뒷모습을 비추는 투명한 물방울은 방바닥에 녹아들듯 스며들고 있었다

유리가 그렇게 나간 후 난 쇼파에 앉아 멍하니 집안 곳곳을 보았다

하나하나 그녀들과 추억이 베여있는 집안.. 유리가 접시를 깨트리겠다고 협박하던 부엌

태연을 위해 노래를 녹음하던 녹음방.. 항상 밝게 밥을 먹어주던 태연이 앉았던 식탁..

'내가 그렇게 못 할 짓을 한건가?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 였는데.. 괜찮아..

어질러진 체스판이라면 똑바로 놓고 다시 체스를 시작하면 되는거니까..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

어차피 내가 어질러버린 체스판인데 뭐 어때!! 굳이 다시 태연이나 유리랑 만나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

난 주먹을 꽉 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었났다

"혼자 뭐하냐?"

"깜짝아!!"

순간 옆에 나타나며 입을 여는 윤아 난 깜짝놀라 윤아에게 소리쳤다

"야.. 너 인기척 좀 내면서 다녀!!"

"흐흐흐흐 너 얼굴 약간 빨개진거 보니까 부끄러워서 그런거지?"

사실.. 약간 부끄럽긴했다..

"아..아냐!!"

꼬투리잡을 것을 찾았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는 윤아

"아니긴!! 남자혼자 텅 빈 집안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래! 결심했어! 표정짓다가 미모의 여성한테 딱 걸렸는데 당연히 부끄럽겠지.. 흐흐흐흐"

'아놔.. 이 가시나는 좀 잘해줄려고 맘만 먹으면 이러네'

난 다시 자연스럽게 상황을 벗어나기위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시니컬하게 말했다

"아니라고했지! 왜 온거야?"

그러자 발끈하며 말하는 윤아

"봐봐! 기억 못 할 줄 알았어!!"

"무슨 개소리야?"

"와~ 진짜 윤산 너어! 아까 이야기하자니까 이따가 집으로 오라며! 자꾸 이럴거냐?"

그제서야 아까 귀찮아서 그냥 내뱉었던 후회스런 약속이 생각났다

"아아.. 그래.. 생각났어.."

역시나 발끈하며 말하는 윤아

"윤산 좀 착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 나쁜남자네.. 생각났다니!! 

아.. 사실 알고있었는데 장난친거야.. 이게 이 소녀시대의 임윤아를 대하는 남자들의 정석이라고..

아니지.. 다른 남자들은 약속도 못잡어! 얼마나 영광인 줄 알고 그러는거냐?"

'알어.... 좋아... 근데 귀찮게만 하지마... 그리고 지가 미운짓만 골라하면서..'

난 중세유럽의 귀족처럼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아아.. 어려운 걸음하셨으면 하실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기분이 풀렸는지 약간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는 윤아

"흠흠.. 진작에 그럴 것 이지..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쇼파에 털썩 앉는 윤아

난 부엌에 마실것을 가지러 가면서 윤아에게 말했다

"장난치지말고 빨리 본론부터 말해"

"이씨.. 그래! 이왕 말할거.. 너 나랑 사귀자!!"

난 담담하게 쥬스를 컵에 따르며 말했다

"싫어"

예상했다는 듯 나의 옆으로 와 쥬스를 따른 컵을 가져가며 말을 잇는 윤아

"니가 나랑 사겨..이런거하면 재미없다 빼지말고 빨리~"

난 쥬스마시며 거실로 향하는 윤아의 뒤에 다가 말했다

"말 그대로야.. 싫어"

쇼파에 앉으며 대답하는 윤아

"왜?? 이유가 뭐야??"

"음.. 너 같이 편한 친구 잃기 싫다고나 할까?"

내가 말을 마치자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윤아

"그럼 둘중 선택해.. 나랑 사귈래? 절교할래?"

이 질문을 하면 내가 상당히 곤란해 할 줄 알았는지 마치 [후훗 체크메이트닷!!!]이라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뭐.. 훌륭한 한수 였지만 상대가 윤산이란걸 생각해봤어야지..미안하지만 내가 체크메이트야'

난 아무렇지 않게 쥬스를 마시며 말했다

"절교하자"

"풉!!!!!!!!!!!!"

느긋하게 마시고 있던 쥬스를 내뿜는 윤아

난 그런 윤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아이씨! 야!!!!! 임윤아!! 너 이거 다 닦고 가!! 뜨거운물로 걸레 적셔서 닦어!!!"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너 진심이야??"

난 거실을 닦고 싶어서 미칠지경이 였다.. 지금 닦지 않으면 끈적거릴텐데...

"일단 닦어!! 마르면 끈적거리잖아!!!!!"

정색을 하고 나에게 묻는 윤아

"진심이냐고!!"

"진심일리가 없잖아!! 빨리 닦어!! 에이씨.."

난 걸레를 가지고 뜨거운물로 적셔 윤아가 뿜은 쥬스를 깨끗이 닦기 시작했다

한참을 닦고 걸레를 빨고있는데 갑자기 나를 뒤에서 껴안는 윤아..

난 갑작스런 윤아의 애정표현에 당황하며 말했다

"야.. 뭐야.. 절교한다니까.. 이거 놔 마저 닦아야돼"

그러자 갑자기 나를 훽 밀치며 새침한 표정으로 묻는 윤아

"진심아니라며!!"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윤아에게 물었다

"뭐가??"

"내가 진심이냐 물으니까 니가 진심일리가 없다며!!! 그럼 나랑 사귀겠단거잖아!!"

'어이어이.. 잠시잠시 어째서 이야기가 그런쪽으로 흘러가는거야??'

"너 학교다닐때 공부 못 했지?? 어떻게 진심일리가 없다는데 

그게 사귀겠단 이야기냐? 절교하기 싫단거지!! 이래서 공교육의 중요성을 느낀다니까.."

발끈하며 소리치는 윤아

"아니야!! 나 수업열심히 들었어.. 학교에 자주 못가서 그렇지.."

"못간게 아니라 안간거겠지.. 그리고 한 1주일에 2번학교 가면서 점심시간만 되면 연습실간다고

조퇴 한 느낌인데??? 맞지?? 맨날 착한 서현이 꼬셔서 조퇴하자고 그랬지?? 아님 유리랑 같이 했나??"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문이 막힌 윤아

"................"

'크크크크크 미안.. 만원의 행복보고 알았어'

결국 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뿜었다

"푸우우웁!!!! 하하하하하하하하~ 웃긴다.. 오랜만에 웃었어.. 너 표정이 왜 그러냐~ 하하하"

"뭐가 웃겨!!"

한참을 웃고서야 난 간신히 웃음을 참고 포커페이스를 찾았다

"아냐아냐~ 하하하하 흠흠.."

삐진표정을 하며 나가는 윤아

"이씽... 나 갈꺼야"

"잘가아아~ 아참! 친구야!!"

귀엽게 톡 쏘아붙이는 윤아

"왜!"

"내일 아침 뭐 먹고 싶어?? 해줄게"

"너!!!!!!!!!"

그러고는 쪼르르 나가는 윤아

화창한 아침 난 쇼파에 누워 아침밥을 먹는 소녀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빵에 잼을 바르던 윤아가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듯 나에게 물었다

"내가 먹고 싶다는 거는??"

태연이가 빵먹는 모습을 보며 멍때리던 나는 갑작스런 윤아의 기습에 당황하며 말했다

"어?? 어.. 그게.. 이따가 줄게"

'이따가 준다니!! 임윤아 이게 감히 치사하게 감상중에 기습을 해?'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환하게 웃으며 빵을 씹는 윤아

난 내 자신이 한 어이없는 대답을 자책하며 복수 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좀 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 윤아 그때 효연이 물었다

"윤산!! 너 윤아한테만 맛있는거 해주기로 했냐???"

'이건 또 뭔... 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네..'

난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마음 속으로 체크메이트를 외치며 효연에게 말했다

"있어.. 그런게.. 윤아가 말하지말랬어"

역시 바로 반응을 보이는 소녀들

수영을 필두로 나에게 폭발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뭐야!! 윤산 빨리 말해!!"

"산아~~ 우리 둘째애기 비밀이 뭘까~~"

빵을 씹던 윤아는 [저 생퀴가 뭐하나.. 미친거아냐?]라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난 그런 윤아를 보며 어쩔수없다는듯 입을 열었다

"아.. 윤아가 언니들이랑 같이 먹고 싶은거 있다고 자기가 만들껀데.. 

같이 하자고... 아 윤아야 미안~ 누나들이 너무 물어보니까.. 괜찮지??"

바로 턱을 떡하니 벌리며 넙치표정을 짓는 윤아

그런 윤아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윤아를 칭찬하는 소녀들

"역시.. 윤아는 소녀시대의 센터야"

"윤아밖에 없다.."

"윤아야 뭐 해줄거야??"

소녀들과 약간 서먹한 서현까지도 시니컬하게 말했다

"언니 기대할게"

난 그런 윤아를 보며 승리자의 표정을 지었다

'윤아야!! 요리하자!!!!!!!!!!! 실컷 구박해주마!!!!'

잠시후 윤아와 나는 앞치마를 하고 부엌에 섰다

"내..내가..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하는거지?"

"글쎄..자~ 빨리 요리를 시작하자 이렇게 꾸물꾸물 거릴시간없어!!Move~Move~Move~"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 하는 윤아

"으아아아아아아악!!!!!!!"

난 그런 윤아를 비웃으며 윤아가 요리할 재료들을 하나둘 냉장고에서 꺼내주기 시작했다

"자~ 오늘은 뭐 만들어볼까?? 좀 어려운거 만들... 왜..왜 이래?"

갑자기 나를 음흉한 눈빛으로 보며 나에게 착 달라붙는 윤아

"후후후후.. 맞다.. 잠시 잊었던게 있어"

"무..뭐가!!"

"너 이따가 준다며.. 지금 줘.. 내가 먹고싶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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