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그 무엇보다 맛있다는 윤산표 아침 밥을 우걱우걱 씹던 써니가 양볼 가득 밥을 담은채로 입을 열었다
"윤산~ 이따가 언제 출발이야?"
이리저리 팍팍 튀는 밥알을 보며 난 써니에게 주의를 줬다
"아이씨! 야! 다 씹고 말해!! 밥알 다 튀잖아!! 뒷정리는 하나도 안도와주면서!!"
절때 지지려고 하지않으며 더 입을 벌려 말하는 써니
"아아아아아아아~"
"싸울래?"
그러자 싸우자고 자리에서 일어나 덤비는 써니
"그래 싸우자!!!!!!!!!!!!!!!"
그때 시니컬하게 소리치는 효연
"둘다 밥상앞에서 이런짓 하지말라고!!"
평소와 다른 효연의 분위기에 난 써니에게 입모양으로 물었다
"왜 저래?"
그러자 역시 입모양으로 대답해주는 써니
"그 날"
난 괜히 깝쳤단 생각을 하며 이런날 잘못걸리면 귀찮아짐을 알기에 슬쩍슬쩍 효연의 눈치를 봤다
나를 째려보며 뭘봐 라는 표정의 효연이 무서워 나는 자리를 떴다
너무 심심해서 누워서 거실을 뒹굴거리고 있으니까 옆으로 와서 말을 건네는 서현
"오빠 심심해서 그래??"
"어.. 존나 심심해"
"그럼 게임하면 되잖아.. 카오스? 그거 옛날에 잘했잖아"
"카오스?"
사실 지난 1년동안 컴퓨터 근처는 얼씬도 안했다..그래서 그런지 서울에 돌아와서도 컴퓨터는
만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현이가 게임이야기를 하니 1년 전 태연이와 했던 게임 안하기로
한 약속이 떠올랐다.. 문득 컴퓨터를 하지 않은 건 태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밥을 먹고 있는 태연이를 보자 못 들은척하고 있지만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있었고.. 남자친구가 생긴 태연에 대한 질투? 화? 복수? 였을까..
나는 서현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말했다
"오옷~ 좋은데? 이따 나가려면 아직 좀 남았으니까 게임이나 해야겠다"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키며 살짝 태연의 얼굴을 살피니 씁쓸한 표정의 태연
나는 그런 표정을 보자 왠지 모를 야릇한 감정을 느끼며 컴퓨터를 키고 게임에 접속했다
그러자 옆으로 와서 내 옆구리를 강타하는 써니
나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너 진심 죽고싶냐? 나 여자도 짱나면 때린다"
하나도 쫄지않고 더 강하게 나오는 써니
"어쭈! 이게 누나한테!! 그리고 지금 키면 언제 삼촌만나러가!! 카오스 한판하면 기본45분이잖아!"
"한판만 하면 되잖아!"
"카오스는 이기면 기분좋아서 한판더하고 지면 이길때까지 하는 게임이잖아!! 내가 모를줄알어!?"
"............"
상당히 신빙성있는 말이였다.. 카오스빠돌이가 소설이라도 적지않는다면 끊기 힘들다는걸 아는 나였기에..
'어?? 근데 이걸 지가 어떻게 알어!?'
난 써니에게 상당히 먹음직스러운 떡밥을 끼운 낚시대를 던졌다
"하아.. 알았어.. 근데 넌 스콜지가 좋아? 센티널이 좋아?"
시니컬하게 대답하는 써니
"스콜지"
'걸렸다!'
자기도 실수했단걸 알았는지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이미 다 들어버린 소녀들
특히 매직데이(?)이신 효연사마께서 가장 강력하게 따지셨다
"야!! 이순규!! 너 요즘 밤마다 노트북 끼고 발광하더니 게임 하던거였냐!?"
"아..아니야~"
"아니긴 개뿔!! 너 게임할 시간에 안무연습을 더 해! 너 혼자 맨날 틀리고 우리 연습도 잘안되고!
니가 맨날 행사에서 실수해서 소녀시대 안무연습 더 시켜라.. 이런 소리 듣는거 아니야!!"
상당히 미안한 표정의 써니.. 하지만 효연은 더욱 더 메섭게 써니를 몰아붙였다
"야.. 진짜 니가 지금 게임할때냐?? 너 그럼 얼마전에 아프다고 행사안간거 게임하느라 피곤해서 그런거냐?
아아~ 그 잘난 순규씨 게임하시다가 늦잠 잤다는데 내가 이해해줘야지.."
참다못한 써니가 효연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김효연!! 너 말이 너무 심한거아니야?"
"내가 틀린말했어!? 너 게임 할 시간에 안무연습하라는게 그게 그렇게 기분나쁜말이냐?"
"좋게좋게 말하면되지! 넌 지금 나 기분나쁘라고 말하는거잖아"
"흥! 내가 내 입으로 니 기분 나쁘라고 말한다~ 이러고 말했냐?"
"너 유치하게 이럴래?"
급속하게 냉각된 분위기.. 난 그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용히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는 태연
"야! 니네 지금 뭐하는짓이야.. 윤산! 너도 말 좀 가려서해! 다들 지키고싶은 비밀같은것도 있어!!"
졸지에 나한테 튄 불똥..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으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게.. 엄마의 뱃속으로 다시 들어온 느낌이 였다
'아.. 변기가 왜 이렇게 편하고 좋지?'
그때 밖에서 나에게 소리치는 써니
"야!! 윤산!! 나 30분뒤에 나갈꺼니까 준비 다 하고 밑으로 와!"
"어? 야!! 나 아직 씻지도 않았어!!"
"어쩌라고~ 30분안에 씻으면 되겠네!"
"하아.."
그렇게 변기에 앉아 멍하니 딴생각만 하고 있을 때 한두명씩 집을 나서는 소녀들
"윤산, 잘먹었어 우리간다"
"힘내라"
"오빠, 지켜주지못해미안해~"
"헤헤헤헤 난 너 깝쭉댈때부터 알아봤어"
소녀들이 집밖을 나가는 소리를 듣고 난 변기에서 일어나 씻을 준비를 했다
그때 나지막이 들리는 태연의 목소리
"산아..거기있어?"
난 깜짝 놀라 대답했다
"어? 안..안갔어?"
"으응 저기.. 미안해 너한테 화내서.. 애들 안싸우게 할려고 일부러 그런거야.."
"사랑하......아..아니 괜찮아"
"뭐라구?"
"아..아냐.. 괜찮다고"
"응.. 그럼 나갈게.. 미안해"
난 나도 모르게 나올뻔한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나 왜 이렇게 너한테 미안하단말 듣는게 싫을까?'
난 옷장을 열어 옷을 꺼내입고 안경을 쓰며 거울앞에 섰다
"나 옷 너무 잘입는데? 진짜.. 심각하다.. 어쩌냐.."
"미친놈.. 30분지났어.. 순규언니 10분전에 나갔는데.. 언니가 화내겠다"
"쿨럭.."
옆을 보니 윤아가 문 옆에 기대서서 나를 보며 비웃고있었다
"너 진짜 제발 인기척좀 내고 다녀!"
"니가 못들은거지!!"
난 어이가 없어서 윤아에게 물었다
"노크안했잖아"
시니컬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윤아
"했어"
"헛기침은? 그정도는 예외아니야?"
"했어"
"진..진짜?"
"응! 나 니가 옷고르는거부터 계속 봤는데? 뭐라고했지? 안경 찾아쓰면서
역시 남자를 더 시니컬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탬은 검은뿔테지.. 이랬잖아"
"진..진짜 있었어??"
짜증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진지하게 물어보는 윤아
"아.. 짜증나게 왜 이렇게 많이 물어봐!! 근데 그럼 너 시니컬한거 설정이였던거야?"
"아니야!! 나 원래 성격 걸레야!!"
나의 말을 개나 줘버리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윤아
"아아~ 설정이였구나.."
난 이 인간과 더 어울렸다간 정말 성격이 대걸레가 될 것 같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나를 따라나서던 윤아가 나의 가방을 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어? 그 가방 못보던건데? 샀어?"
"어"
"오오~ 만다리나덕? 이게 뭐야? 비싸보이는데?"
난 윤아를 향해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어주고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너같은 양민은 모르는 메이커.. 나 간다"
아파트 입구로 가보니 뿔난써니가 나는 노려보고있었다
"너 왜 이제와!"
"그러게 누가 일찍 나오래? 내가 준비안했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지금 나와서 어쩔려구? 약속시간 한참 남았는데"
"이씨! 몰라~ 김효연이 짜증나게하잖아"
"같은 멤버끼리 왜 싸워? 초딩도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해.. 너도 매직데이되면 짜증안내냐?"
그러자 나의 머리를 때리며 소리치는 써니
딱!
"이게~ 여자한테 매직데이라니!!"
"피식.. 근데 어디 갈때는 있냐? 약속 시간까지 뭐 할꺼야?"
"어..어.. 그게.."
"없으면 들어가고.."
깜짝놀라 손을 흔드는 써니
"안돼!!"
난 그런 써니를 무시한채 차에 타며 시니컬하게 웃어주었다
"왜.. 왜 그렇게 웃어!!"
"씨끄럽고 빨리 타.. 5초안에 안타면 버린다"
서현은 담배연기를 깊게 들이쉬었다.. 이제 막 쌀쌀해 지기 시작한 가을바람이 차갑게
가슴속을 파고 들었지만 독기어린 서현의 눈은 아파트 주차장을 향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사람을 보고있자니 서현은 속이 뒤집혀버릴것같았다
윤산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써니까지도 자기의 연적으로 보였다
그때 뒤에서 윤아가 서현을 불렀다
"주현아..잠깐 이야기 좀 할까?"
싸늘하게 윤아를 쳐다보는 서현
"왜?"
"너 언니한테 요즘 왜 그래?"
"뭐가?"
약간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윤아
"아니.. 자꾸 언니가 말하면 째려보고.. 무뚝뚝하게 대하고.. 산이 한테만 잘하는 것 같아서"
"이유가 궁금해?"
"......"
서현의 분위기가 이상해진걸 느낀 윤아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서현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언니가 좋아하잖아.."
"무슨소리야?"
"언니가 산이오빠 좋아하잖아.."
"그게 무슨 소리.........아~ 설마.. 너?"
서현이 무슨말을 하는 건지 몰랐던 윤아는 그제서야 이해를 하고 서현을 쳐다보았다
"응! 나 산이오빠 사랑해.. 그 남자를 내가 가질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어.. 무엇이든지 다 할꺼야..
근데 언니는 내가 그 남자를 가지는데 걸치적거리는 방해물에 불과해.. 무슨 소린 줄 알지?"
윤아는 눈물기가 가득한 눈으로 서현을 쳐다보며 애뜻하게 외쳤다
"주현아!!"
하지만 서현은 그런 윤아를 무시한채 집으로 들어갔다
윤아는 그런 서현을 보며 눈가의 눈물을 훔치고 나지막이 말했다
"주현아 미안해.. 나도 산이 포기 못 해.."
써니와 나는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에 내렸다
써니가 따가운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 이러니까 헐리우드 배우같지?"
"아니.. 순규같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발끈하는 써니
"이게!! 너 근데 요즘 왜 이렇게 까부냐??"
"시계봐~ 늦었어, 빨리가자"
난 써니를 뒤로 한채 레스토랑안으로 들어갔다
이쁜 웨이터언니야가 물었다
"예약하셨습니까?"
"아니요.. 이수만씨 일행인데요"
"아~ 그러시면 자리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쁜언니야 뒤를 졸졸 따라 룸으로 들어가니 자리에 앉아있는 아저씨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반겨주는 아저씨
"오오~ 그래! 순규도 왔구나~"
"삼촌이 오라며!"
"하하하하"
나의 귀에 조용히 이야기하는 아저씨
"쟤 오늘 왜 저러냐?"
"싸웠어요.. 효연이랑"
그렇게 아저씨랑 식사를 하던 중 아저씨가 말을 꺼냈다
"흠.. 산아"
"네? 말씀하세요"
"아저씨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산이 너를 불렀단다.."
뜸들이는 아저씨에게 난 친절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말씀하세요!"
"아저씨 밑에서 일 배워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