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간단명료하게 고기를 썰으며 아저씨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싫어요"
그럴줄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통쾌하게 웃는 아저씨
"하하핫!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니?"
난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저씨밑에서 배우는 일이라는건 연예계 관련 된 일이겠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아저씨
"그렇지.."
난 탁자 한 켠에 꼽혀 있는 장미를 뽑아 손으로 한장한장 뜯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어렸을때부터 아빠가 일하는거 조금씩 봐서 아는데.. 그거 몸 고생, 맘 고생, 사람이 할 짓이 아니더라구요
또 그쪽 일하면 기분나빠도 참아야되고.. 개인시간이 아예 없잖아요? 어후~ 그런일을 왜 해요.. 그냥 엄마한테 용돈이나
타쓰면서 공부 좀 더해서 좋은데 취직하는게 제 바람이예요"
그러자 옆에서 말없이 밥을 먹던 써니가 작은 눈을 더 작게 뜨며 나에게 물어왔다
"근데.. 너 하고 싶은 일이 뭐야?"
'하고 싶은일이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철이 없어 그냥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게 인생의 모토였고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그냥 소녀들을 꼬셔서 복수를 하겠다.. 그 뒤는 소녀들을 잊는거에 정신이 팔려있었기 때문에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은 없었던것이다.. 난 살짝 미소를 띄우고 써니에게 물었다
"궁금해?"
"응"
난 진지한 표정으로 써니에게 나의 꿈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난.. 연예부 기자가 되서 우리 순규 남자친구생기면 내가 바로 터트리는게 목표야"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던 써니는 나의 꿈을 듣자 허공을 향해 물을 뿜었다
"푸우우우웁!"
나와 아저씨는 그런 써니를 보며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농담이야~ 당황하기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약간 정리되자 다시금 나에게 자기 밑에서 일 배우기를 권유하는 아저씨
"흠흠.. 그래 니 말도 일리가 있지.. 이쪽 일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히 힘든 일이란건 부정하진 않으마
하지만 말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이란게 있어~ 자기가 옛날부터 봐왔던 가수가 어엿하게 성공해서
스타소리를 듣고, 회사앞에 팬들이 몰려와서 싸인을 해주는 모습을 보는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난 뿌듯하단다.."
일리가 있는 말이였다.. 성취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감정이였다.. 하지만 난 기분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말씀하시고 싶은 지 잘알거같아요.. 그런데 전 아직 젊잖아요? 하고싶은것도 아직 더 있구요..
지금 그렇게 돈이 필요해서 벌어야하는 것도 아니구요.. 책임지고 결혼 할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구요..
나중에 제가 하고싶은거 다 하고 그 후에 제가 성취감을 이룰 무언가가 필요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기다려주실꺼죠?
헤헤"
생긴거와는 다르게 호탕한 면모를 보여주는 아저씨
"하핫! 그래, 그럼 다음에 생각이 바뀌게된다면 언제든지 말하거라 아저씨는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으마"
너무 쉽게 포기 하는 감이 있어 약간 불안했지만 난 미소를 잃지 않고 고기를 썰었다
아직도 뚱한 표정으로 고기를 썰고 있는 써니가 눈에 들어왔다
난 그런 써니가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써니에게 물었다
"너 화해안할꺼야?"
나를 노려보는 써니.. 하지만 난 윤산이였다 여자가 째려보디말디 전혀 신경쓰지않는 멋진남자
난 써니를 한심한듯이 쳐다보며 안쓰러운 감정을 그대로 담아 말했다
"그냥 화해해~ 걔도 너 싫어서 그런거 아니잖아.. 그냥 그런 날(?)이였을 뿐이야~! 평소에 잘 놀다가 왜 그러냐?"
게다가 옆에서 나를 거드는 아저씨
"그래~ 순규야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싸우고 삐지고.."
아저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지르는 써니
"왜 둘다 나한테만 그래!!!!!!! 나 김효연이 먼저 사과할때까지 말도 안할거니까 그렇게 알어!!"
아저씨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후식을 들고 들어오는 이쁜언니야
후식을 나르고 종이와 펜하나를 꺼내서 내미는 언니야
"저.. 싸인 좀 부탁드려도될까요?"
써니는 흔쾌히 기분좋게 싸인을 허락했다
난 방금전까지 화내던 써니와 지금 양면성을 보여주는 써니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있었다
써니가 싸인을 하려고 펜을 잡으려는데 펜을 쏙 뺏어버리는 언니야
당황한듯써니가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싸.. 싸인해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그러자 더 당황한듯한 표정의 언니야가 써니에게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 그게.. 어.. 써니씨 말구.. 윤산씨 싸인 받을려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난 터져버렸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써니는 말없이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만 퍼먹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더 웃었고 민망한지 써니는 괜히 나에게 소리쳤다
"기다리시잖아!! 빨리 싸인해드려!!"
난 간신히 웃음을 진정시키고 입술을 실룩 거리며 펜과 종이를 받아 싸인을 했다
"원래 이런거 안하는데.. 이뻐서 해드리는거예요.. 저기 이름이 뭐예요?"
두 손을 꼭 잡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재빨리 대답하는 언니야
"시영이요.. 정시영"
난 사인을 마치고 종이를 언니야에게 건넸다
"이름까지 이쁘신데요? 여깄습니다"
싸인을 받고 너무 기뻐하시고 나에게 팬이라며 레스토랑에서 파는 과자한봉지를 쥐어줬다
"아.. 이런거 안주셔도되는데요.."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언니야
"제가 팬이라서 그래요~ 별로 비싼것도 아닌데요~ 근데.. 다시 소녀시대분들이랑 노시는 거예요?"
난 갑작스런 언니야의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소녀시대랑 이제 안놀겠다고 죄송하다고 인터뷰까지 한 놈이 갑자기 소녀시대랑 밥을 먹으러오다니..
게다가 이수만도 함께.. 내가 이 언니야였어도 상당히 궁금 할 만한 부분이였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한단말인가? 그냥 소녀시대랑 다시 놀려고 왔다고? 하아.. 난감했다
내가 말을 못하고 어정쩡거리고 있자 대신 말하는 써니
"네~ 산이가 다시 친해지고 싶다고 그래서 뭐.. 용서해줬죠.. 갑자기 떠난게 맘에 안들긴했지만.."
'근데 이런거 막 말해도 되는건가? 이거 소문이라도 나면 소녀시대 팬들이 알면 다시 화낼꺼같은데..'
나의 걱정을 알기라도 했던것일까? 언니야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아하~! 어쩌지.. 사실 그런 이유로 떠난다는게 약간 이상하긴 했는데.. 잘됐네요!!
아! 걱정하지마세요!! 아무한테도 말안할게요!!"
나에게 살짝 윙크를 하는 언니야를 보며 진심에서 나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저씨와 헤어진 후 차에 타서 출발하기 직전 무심코 써니를 보니 많이 우울해보였다
괜히 써니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우울해지는것 같았다
"에효~ 야 선글라스 있냐??"
영문을 몰라하며 나에게 대답하는 써니
"없는데?"
"야 윤아번호찍어"
"왜에?"
이유를 묻는 써니를 시니컬하게 무시해주며 윤아번호를 강요했다
"찍으라면 찍어"
윤아의 번호를 찍어주며 궁시렁대는 써니
"자기도 윤아번호알면서 왜 나보고 찍으란거야.. 짜증나.."
"나 핸드폰 놓고 가서 번호 하나도 모르거든?"
써니에게 말하는 도중 전화를 받는 윤아
"-여보세요?"
"어..난데"
"-누구시라구요?"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라고"
"-저기요 장난전화 하지마세요.."
"윤산이라고"
그제서야 인사를 하는 윤아
"-안녕~ 왠일이야?"
"너는 무슨 내 목소리하나 못알아들으면서 사귀자고 들이대냐?"
"-니 번호 이거 아니잖아!!"
"내 예전 핸드폰 다 너희집에 있거든?"
"-아.. 맞다.. 근데 왜 전화했어? 데이트하자고?"
"응.. 선글라스랑 모자 2개씩 챙겨서 나와.. 집 앞에서 기다릴게"
"-아싸아아~! 금방나갈게! 화장만 하면돼!!"
"천천히 나와 그럼 끊는다"
윤아와의 전화통화를 마치고 써니를 보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봐?"
"윤아가 사귀자고 했었어?"
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어"
갑자기 써니가 내게 묻는것을 보니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뭐라고 대답했어? 사귄다고 했어?"
"아니~ 내가 왜? 순규야~ 벨트매라~ 출발한다"
차의 창문을 통해 쌀쌀한 가을 풍경을 감상하던 써니가 우리 사이에 흐르던 정적을 깨고 말을 했다
"근데 윤아한테 나랑 간다고 말안했잖아"
"굳이 할 필요없잖아.. 넌 별걸 다 신경쓴다? 빨리 어떻게 화해할지 생각이나해"
대답하지 않고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는 써니를 보며 난 그저 웃었다
잠시뒤 아파트 앞에 도착하고 현관앞에 곱게 꾸민 윤아가 서있었다
차를 몰고 윤아의 앞으로 가자 쫄레쫄레 뛰쳐나오는 윤아..
당당하게 조수석으로 오더니 차문을 열고 기분좋게 실실 웃으며 말하는 윤아
"언니 내려~ 나 산이랑 데이트 하러가야돼!!"
나와 써니가 당황을 가득담은 표정으로 윤아를 쳐다보았고 윤아는 우리의 눈치를 살피더니 살며시 물었다
"혹시 언니도 같이가는 거야?"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는 써니.. 난 재빨리 반대편 창문을 쳐다보며 딴짓을 했다
난 괜히 아파트를 가르키며 소리쳤다
"야!! 우리 아파트 도색작업하네?? 집값 좀 오르겠는데?? 그치?"
윤아가 탑승하고 나자 밖에 오래서있어서 한기를 품고 있었는지 금새 쌀쌀해 지는 차안
난 이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애써 밝은척하며 말했다
"어우~ 좀 춥다.. 히터틀까?"
내 걱정과 달리 다시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윤아
"응! 나 밖에 오래 서있었더니 춥다.. 근데 우리 어디가는거야?"
'넌 정말 천사야.. 서현이가 날 배신해도 니가 있어서 소녀시대의 이미지는 지켜진다!'
난 기쁜마음에 평소와 달리 친절한 목소리를 가득담아 대답했다
"우리? 백화점"
그러자 우울해 보이던 써니의 표정이 살아나는 것으로 보아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써니야 너 기분 갑자기 되게 좋아보인다?"
"하아하아.. 아니야 그런거.."
그때 또 다시 밝게 묻는 윤아
"근데 왜 갑자기 백화점 가는거야? 헤헤"
난 네비게이션을 보다가 무심코 마음에 있던 말을 뱉어버렸다
"너희 옷 못입어서 사줄려고.."
갑자기 옆과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공기..
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황급히 추가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 그냥 너희 옷 사줄려고 가는거지~ 오늘 하나씩 사줄게!"
그제서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소녀들
"호호호.. 난 또 니가 육체와 정신이 헤어지게 해달라는 줄 알았어"
"어머? 언니는 그랬어? 난 산이가 우리랑 9대1로 몸의 대화를 나누자는 줄 알았지.."
백화점에 도착을 했고 난 환상적인 주차실력을 보여주며 차에서 내렸다
'역시 주차는 남자의 자존심이다..'
혼자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뒤에서 둘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차 한번에 했다고 진짜 뿌듯해 하는데?"
"그러게.. 한심하긴.."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욱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백화점안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사람들의 숫자.. 너무 씨끄러워서 옆에서 소녀들이 나를 불러도 잘 안들릴 정도였다
길을 헤메고 있는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써니와 윤아
"산아!!"
난 씨끄러운 가운데 한쪽귀를 막으며 대답했다
"왜??"
써니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마침 옆에 길잃고 방황하는 초딩들이 지나가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저거 $#^$%&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