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부 (11/26)

10부

치지지지이익..

고기가 익어가는 기분좋은 소리와 함께 미친듯이 바쁘게 움직이는 윤산의 손

물론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손길이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윤산의 왼손에는 집게가,

오른손에는 가위가 바쁘게 움직이며 고기를 잘라내고 뒤집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익기가 무섭게 없어지는 고기를 보고있자니 윤산은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그래도 한 10년만에 고기를 먹듯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고기를 먹는 소녀들 보고 괜히 흐뭇해지는 윤산

윤산은 마음을 숨기고 괜히 소녀들에게 따졌다

"야! 너희만 먹기냐? 돈은 내가 낼껀데! 진짜 치사하다 진짜..읍!"

윤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산의 입으로 쌈을 쑤셔 넣어버리는 윤아

그러고는 다시 무섭게 꽃등심을 먹기시작했다.. 쌈을 씹으며 잠시 만족한 표정을 짓던 

윤산은 점점 표정이 굳어가며 토할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결국에는 쌈을 다 뱉어버리고 말았다

"너 뒤질래? 무슨 마늘을 이렇게 많이 넣어? 퉷퉷..에이 누가 나 쌈 잘싸주는사람없냐?"

윤산을 지켜보고 있던 태연은 자기자신도 모르게 쌈을 싸고 있었다

하지만 태연이 쌈싸는걸 본 서현이 잽싸게 쌈을 싸서 윤산의 옆으로 다가가 쌈을 내밀었다

"오빠!! 아아~~"

윤산은 갑자기 서현이 쌈을 싸들고 오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쌈을 손으로 받으려했다

하지만 윤산의 손을 피하며 쌈을 윤산의 입 앞으로 가져가며 최대한 귀여운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는 서현

"히누히누~ 서현이가 직떱 먹여주꺼예요 입을 크게에 벌려주떼여~ 아아아~~"

서현의 애교에 윤산은 할 수 없이 입을 크게 벌려 서현의 쌈을 입에 넣었다

큰쌈을 힘들게 씹으며 윤산은 서현에게 애써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보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놓고 윤아에게 서현의 칭찬을 시작했다

"야! 서현이는 얼굴도 이쁜데 쌈까지 잘싼다! 좀 보고 배워라"

역시 발끈하며 자기가 먹을려고 싸고있던 쌈을 윤산의 입에 쑤셔넣는 윤아

그때 한쪽 구석에서 주인없는 정성스럽게 쌓인 쌈을 싼 태연은 자기 손에 들려있는 쌈을 보며 

무의식중에 윤산을 위해 쌈을 싼 자기자신에 대한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에 그저 쓴웃음만 지을뿐이였다

쓰라린 마음으로 카드명세서에 싸인을 하고 영수증을 받아들고 식당을 나서니 볼록 튀어나온 배를

한껏 강조하며 나에게 건성이 가득담긴 인사를 건네는 소녀들

"잘먹었어"

"끄억~ 역시 고기는 소고기가 제 맛이지.. 윤산~ 잘먹었어"

"난 공짜 고기는 다 좋던데.. 안그래 언니?"

"하긴.. 공짜는 다 좋아.."

'이것들이 아침에 머리빗다가 머리가 한움큼씩 빠져서 원형탈모현상을 맛봐야 

[엄훠엄훠 내가 사부작~사부작 깝치면서 공짜 좋아하다 대머리 됐구나~] 이러면서 후회를 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때 나를 부르는 윤아

"윤산! 니가 고기 쐈으니까 내가 노래방 쏜다!"

여기저기서 콜을 외치는 소녀들

난 그런 소녀들을 보며 최대한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피곤한 관계로 집으로 돌아가 발씻고 딸ㅊ.........아니.. 발씻고 잠이나 잘게"

그때 나의 귀로 작게 들리는 윤아의 목소리

"설정.. 가식적이야.."

난 흠칫놀라며 고개를 들어 주위를 재빠르게 윤아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는가를 살폈다

다행이 지들끼리 노느라 정신 팔린 소녀들 몰래 윤아에게 속삭였다

"나 원래 성격 걸레라니까!"

피식웃더니 손가락을 흔들며 말하는 윤아

"내가 들은게 있는데 무슨소리야.. 윤가식씨.. 좋은말로 할때 그냥 노래방 같이 가시죠"

난 울며겨자먹기로 집으로 돌아가면 꼭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겠다고 다짐하며 윤아의 팔에 팔짱을 한채로 연행되어가듯 노래방으로 끌려갔다

쇼파에 앉으며 난 꿋꿋한 목소리로 소녀들에게 소리쳤다

"나 노래 안할거야! 진짜로!"

날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건성 대답하는 소녀들..

소녀들은 슬슬 이제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놀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광경이였지만, 사실 난 심심해 죽을것같았다

다들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신나게 노는데 나 혼자 구석에 박혀서 핸드폰이나 만지작만지작 걸리고있었고, 난 핸드폰 대신

마이크를 잡고 싶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갈기세였다

난 마음을 다 잡기위해 카운터로 가서 맥주를 몇캔 사서 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노는 소녀들을 안주삼아 한캔,두캔.. 빠른속도로 비워가기 시작했다

슬슬 정신줄이 풀려가는걸 느끼며 화장실을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나의 어깨를 누르며 맥주를 따서 건배를 외치는 윤아

"자자.. 어디 가려고? 나랑 마시자! 건배! 예에~"

어쩔수 없이 따끔따끔한 찬액체가 목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걸 느끼며 난 정신을 잃었다

쿵!

쿵!

갑자기 탁자에 머리를 박으며 엎어지는 윤아는 이게 아닌데란 표정을 지으며 써니를 쳐다봤다

윤아 못지않게 당황하며 입을 여는 써니

"야.. 설마 쟤 취하면 그냥 자버리는 깔끔한 스타일이야?"

한숨을 쉬는 서현을 보며 의문이 가득담긴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윤아

"그런거같지?"

"에이~ 재미없어! 남자가 술주정도 하고 해야 재밌지.."

시계를 살핀 태연이 소녀들에게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집에 가자.."

태연의 말을 듣고 하나둘 짐을 챙기기 시작하는 소녀들 그때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는 소녀들.. 역시나 윤산의 어깨가 천천히 아니, 점점 빠르게 

들썩이고 있었다 하나둘 웃기시작하는 소녀들.. 윤아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소녀들에게 조용히 하란 사인으로 쉿!을 계속해서 외쳤다 한참을 웃고 난뒤에야 간신히 진정하는 소녀들 

윤아는 조용히 윤산의 옆으로 가서 윤산을 흔들었다

"산아~ 울어?"

그러자 난데없이 벌떡 일어나는 윤산..

윤아는 그런 윤산을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나가 노래를 선곡하는 윤산

커다란 화면에 민경훈의 [오늘만 울자]란 제목이 뜨고 곧 우울한 전주가 룸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양볼에 한 줄기 슬픈 눈물을 흘리면서 박자에 맞춰 노래를 시작하는 윤산

"내 사랑은 말로만 끝이었나봐 

그와 널 보니 가슴이 내려 앉아 

너무나 어울려 잘 된 일인데 

밤새 취해 앓았어 

정말 한심해 

이별 하나 못 이기면서 

어떻게 너의 행복을 빈다 

약속했는지 못내 서운해 

쉽게 축복도 못해 

남자답게 다 삼켜내긴 힘들어 

always I love you 이젠 잡지도 

못해 끝내 가슴만 아파 oh I love you 

널 향해 뛰던 가슴 다 멎을 수 있게 

나 오늘만 울자....."

1절이 끝나고.. 고개를 숙인채 들 생각을 안하는 윤산.. 소녀들도 처음에는 흥미롭단 표정으로 윤산을 쳐다보았지만

노래가 계속되고 윤산의 고개가 들릴줄모르자 여기저기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윤산이 저러는 이유는 뭘까?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윤산을 쳐다봤지만

오직 서현만은 아랫입술을 꽉 깨문채 고개를 들줄 모르는 윤산을 차갑고, 애틋한 눈빛으로 노려 볼 뿐이였다

벌써 2절이 시작되고 윤산이 노래를 부를 생각을 하지않자 윤아가 윤산을 불렀다

"윤산! 노래해야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두눈을 훔치며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벽에 기댄채 뒤돌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윤산

"...............염치도 없이 

돌아 올거라 믿었었기에 

감당이 안 돼 돌이켜서도 안 돼 

내 욕심이 다 네게 짐이 될테니 

always I love you 이젠 잡지도 못해 

끝내 가슴만 아파 oh I love you 

널 향해 뛰던 가슴 다 멎을 수 있게 

나 오늘만 울자 내가 못다 준 사랑 

가선 다 받아줘 참 못나게 태어나서 

미안해 날 용서해 잘가 나의 사랑 

부디 잘 살아야 해 다신 돌아보지 마 

이젠 끝내볼게 내 평생 가진 눈물 

다 써버릴 만큼 나 오늘만 울자........"

윤산은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벽에 기댄채로 스스륵 주저앉았다

양볼에 넘칠듯 흐르는 눈물과 같이.. 투명한 눈물인 것처럼..

윤산의 숨소리만 조용히 들려오는 어두운 방문이 살짝 열리더니 한 여자가 들어왔다

조용히 윤산이 자고 있는 침대 옆에 걸터앉아 애틋한 눈빛으로 윤산을 쳐다보았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윤산의 눈을 가린 앞머리를 옆으로 조심스러운

손길로 넘겨주며 얼굴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윤산의 얼굴을 촉감으로 기억하려는듯

쓰다듬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지, 아니면 꿈에서 그리던 사람의 얼굴이라도 본건지

다른 사람이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를 짓는 윤산.. 그런 윤산을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는

윤산이 덮고 있는 이불을 끌어올려 목까지 따뜻하게 덮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날려는 여자 

그때 악몽이라도 꾼 것 일까? 인상을 쓰고 손을 천장으로 뻣으며 다급하게 외치는 윤산

"가.... 가지마!! 안돼!! 내.. 옆에.. 있어줘.. .....아"

누굴 애타게 찾는 윤산의 베게옆으로 여자의 눈물이 툭!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두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윤산에게 나즈막이 말하는 여자

"윤바람.. 이 바보자식아.. 이럴때 만큼은 내 이름 불러줘야지.. 옛날처럼 니 못된 목소리로

권유리! 이렇게 불러줘야지.."

자신에 대한 다짐일까? 아니면 윤산에게 하는 일방적인 통보일까? 그건 아무도 알수없었지만

방문을 나가며 새근새근 자고 있는 윤산을 아까보다 더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나즈막이 속삭이는 유리

"이제 안녕......... 내 사랑"

미칠듯이 화창한 아침 모처럼 평화를 느끼며 소녀들의 아침을 차려주고 컴퓨터앞에 앉아 퍼석퍼석한

식빵을 씹으며 이것저것 못봤던 만화도 보고, 스포츠뉴스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라구요? 정말이예요? 잠시만요 제가 확인한 다음에 연락하죠!"

그때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서현

컴퓨터를 하는 나를 가뿐하게 밀치고 컴퓨터를 차지해버렸다

난 어이가 없어 과연 뭘하길래 이 하늘같으신 윤산님을 밀어버렸나 쳐다보고있었다

어떤 사람이 보내준 쪽지에 있는 링크를 클릭하자 뜨는 천하무적야구단 홈페이지

난 원인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는 걸 느끼며 서현의 옆에 바짝 붙어 최대한 차분한 마음으로 홈페이지를 봤다

큼지막한 글씨로 이쁘게 적혀있는 다시보고싶은 올스타 Top.3 인터넷투표

그곳에서 깔끔하게 상위랭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사진을 보면서 난 차분이고 뭐고 날뛰기 시작했다

"진짜! 이 PD자식은 맨날 투표만 하면 내 사진을 갖다쓰냐!! 이거 불법아니야?!"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상당히 오랜만인 익숙한 얼굴이 걸어들어와 식탁에 앉았다

그러고는 무슨일 있었냐는듯 시니컬하게 모닝인사를 했다

"좋은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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