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태연에 대한 질투심보다 윤산에 대한 사랑이 더 컸기에 윤아는 방문 손잡이를 돌리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태연언니!!"
윤아는 태연의 이름을 부르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코까지골며 깊은 잠에 빠져있는 태연
윤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태연을 흔들어깨웠다.. 하지만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뒤척이는 태연
"언니~"
"흐으음.. 더 잘래.."
윤아는 잠을 더 자겠다고 투정부리는 태연을 강제로 일으켜앉혀 흔들었다
"언니 일어나야돼~ 급한일이야"
태연은 눈을 반쯤 감은채 핸드폰 시계를 슬며시 보고 윤아에게 화를 냈다
"이 시간에 무슨 급한일이야.. 피곤해죽겠는데.."
윤아가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 눈을 한채 태연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산이... 윤산이 지금 많이 아파.."
윤아의 말을 들은 태연은 잠이 달아나는걸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아에게 물었다
"티콘.. 아니, 윤산이 많이 아프다고?"
끝내 눈물을 보이며 입을 여는 윤아.. 아무것도 할수없는 자신에 대한 화일까?
태연에게 화를 내며 윤산을 도와달라고 하는 윤아..
"그래! 열이 너무 많이 나서 땀으로 범벅을 하고 누워있다고! 근데 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으니까
언니가 빨리와서 윤산 안아프게 좀 도와달라고!! 으앙~"
태연은 잠옷차림으로 급하게 윤산의 방으로 뒤도 돌아보지않고 뛰어가 윤산이 아픔의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을 방문을 벌컥열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을 가득채우고 있는 윤산의 열기와 땀냄새.. 태연은 안쓰러운 마음을 가득 담은채
침대에 걸터앉아 윤산의 이마에 손을 가져가보았다.. 뜨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열이 높은 윤산
태연은 천천히 윤산의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다 벗겨내고 익숙한듯 서랍에서 새 속옷과 긴팔을
찾아 갈아입혔다.. 그리고 이불도 벽장 깊숙히 있는 두꺼운 새 이불을 꺼내 덮어주었다
수건을 물에 적혀 얼굴과 몸 이곳저곳을 닦아주는 태연.. 그런 태연의 뒤에 멀찌감치 서있는 윤아에게
태연이 화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같이 잔거야?"
".........."
대답하지 못하는 윤아.. 태연은 한숨을 몰아쉬며 윤아를 비꼬며 질책하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 같이 자는거까진 내가 뭐라고 할 이유가 없어.. 그래도.. 어제 밤에 비왔으니까
비를 맞고 왔을거 아니야? 그럼 그냥 씻고 자야지.. 감기 걸릴게 뻔한데 거기서 섹.. 휴우~ 아니다..
됐다.. 숙소가서 따뜻하게 하고 자.. 내일 스케줄있으니까 가서 푹 쉬어 무리하느라 참~ 힘들었겠다.."
윤아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자기자신이 너무나 미웠고 아무것도 할수없는 자기자신이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윤산.. 그런 남자 윤산을 윤아 자기자신이 아닌 윤산을 그리워하는
또 다른여자 태연이 보다듬고, 같이 아파하는 걸 지켜볼수밖에 없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윤아가 끼어들기에 서로를 생각하는 그 둘의 마음이 너무나 크게 윤아에게 다가왔다
조용히 돌아서서 숙소로 돌아가는 윤아의 볼에 흐를때는 분명 뜨거웠을.. 하지만 이제 식어버린..
차가운 눈물이 두줄기 강이되어 흘러내렸다..
거실에서 뜬눈으로 그 긴 시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해가 뜰때까지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던 윤아는
방에서 하나둘씩 나오는 소녀들을 보며 한명씩 일일이 윤산이 아파서 오늘 아침밥은 우리가 차려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니 오늘 산이가 많이 아파서 아침은 우리가 차려먹어야돼"
수영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머리를 긁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에이.. 그럼 안먹을래.. 나 잔다~"
"수연언니.. 산이 지금 아파서 오늘 아침 우리가......."
윤아의 말을 중간에 가로채며 말하는 제시카
"쯧쯧..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 와서 밤에 무리를 하니까 감기걸리지.."
윤아는 깜짝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시카에게 물었다
"언니가 어떻게 알어? 태연언니가 말했어?"
"아니.. 어제 우연히 너희 둘이 빗속을 뚫고 달리는 영화같은 장면을 봤거든..
그리고 너 어제 안들어왔으니까.. 뭐 뻔한거아니야? 우쭈쭈.. 우리 둘째아기 많이 놀랐구나?"
"아.. 아니 그런건 아니고.. 사실 조금 놀랐어.."
윤아와 제시카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방에서 나오던 서현은 몰래 그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서현은 질투심에 마음이 급해졌고 화가 나기시작했다.. 자기자신에게도 화가나고, 함부로 밤늦게
다니는 윤산에게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자식은 왜 자꾸 밤 늦게 다니는거야! 정말 내가 최후의 수단을 써야하는거야?.. 아니지
한번정도는.. 그런 멋진남자에게 여자는 항상 따르는거니까... 바람을 피더라도 내옆에서만 피면
되는거니까.. 아직까지는.. 아직까진 참을 수 있어.. 아니 참아야해.. 아직 준비가 다 된게아니니까..'
서현은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윤산이 아파하고 있을 윤산의 집으로 향했다..
윤산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편안한 표정으로 머리위에 수건을 올리고 자는 윤산과
침대옆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윤산의 손을 꼬옥 잡은채 그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태연이 보였다
서현은 태연에게 질투가 나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악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금새
은은한 미소와 걱정을 가진 표정을 하고 엎드려 자고 있는 태연을 조용히 흔들어깨웠다
"언니~ 태연언니이~"
밤새 윤산을 간호하다 방금 잠들었던 태연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흐음~ 잠시 졸았네.. 응? 주현아 왠일이야?"
서현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태연에게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언니 밤새 산이오빠 간호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잠시 교대하러 왔어...10시에 스케줄하러
나가야하니까 지금 잠시가서 눈 좀 붙여.. 지금 부터자면 한시간반정도는 잘수있겠네.."
태연은 서현의 속마음은 모른채 서현의 호의적인 태도에 고마움을 느끼며 서현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흠~ 역시 주현이 밖에 없다.. 그럼 언니 가서 잠시 눈 좀 붙일게.. 산이 일어나면 나한테 말해줘.."
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환하게 웃으며 태연을 방밖으로 보내는 서현
"걱정마! 산이오빠는 내가 잘 간호할게"
태연이 숙소로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고.. 방안에는 서현과 아무것도 모른채 자고있는 윤산..
그리고 이유모를 정적.. 한 남자에 대한 집착이 불러온 모종의 음모만이 남아있을뿐이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태연은 밤새 간호를 하느라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 어떤일을 했을때 보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방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이 너무나 따스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이불안에 누워 밤새도록 보았던 윤산의 얼굴을 떠올리자 자꾸 웃음이 나오고
심장이 두근두근 벌렁벌렁거리고 배가 또 살랑살랑 간질간질 설레이는 윤산의 향기가 느껴졌다
방문이 열리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윤아.. 태연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
"언니 산이는 어쩌고?"
"주현이가 나 밤새서 스케줄 못한다고 교대해줬어.."
윤아가 고개를 들지못하고 손가락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언니.. 고마워.. 그리고 하아.. 아니다.. 나 산이한테 가볼게.."
결국 말을 잇지못하고 방을 나서는 윤아.. 태연은 그런 윤아에게 들리지않을 혼잣말을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윤아야 미안해.. 나 산이 많이 좋아하나봐.."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왔다.. 몸을 일으켰는데 이마에서 하얀수건이 툭 하고 무릎위로 떨어졌다..
수건을 잡기위해 오른손을 들어올리려하니 스르륵.. 무언가가 나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고개를 돌려 오른손이 있던 곳을 보니 피곤한 얼굴을 하고 갈색머리를 늘어트린채 나의 옆에서 자고
있는 서현이... 마음한켠이 찡해져왔다.. 나는 맨날 서현이를 피하기만하고, 어려워했는데
서현이는 내가 아픈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서현의 피곤한 얼굴을 보니 분명 밤새 내 옆을
지키며 간호를 했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곤히 단잠을 자고 있는 서현을 깨우기가 미안해
다시 조용히 침대위로 누웠다.. 온몸이 쑤시고 열이 계속해서 났다.. 좀 심한 감기몸살이 걸린것 같았다
방문이 벌컥 하고 열리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윤아.. 내가 깨어있는걸보고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이제 안아파?"
난 윤아에게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가에 가져가 조용히 하라고 사인을 보낸후 조용하게 윤아에게 대답했다
"조금 아파.. 콜록! 큼큼! 윤아야 나 물 좀 가져다줄래?"
"으..응! 잠시만 기다려!!"
급하게 물을 가지러 방을 나서는 윤아.. 그때 나의 옆에서 움찔움찔거리며 일어나는 서현이..
서현이는 눈을 비비며 나를 바라보다 내가 깨어있자 내 손을 부여잡으며 물어왔다
"오빠! 일어났네? 언제 일어났어? 내가 깜빡 졸았나보다.. 이제 안아파?"
난 서현이 잡은 손을 놓을 생각도 못한채 기분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 천천히 물어봐라.. 흠.. 오빠? 아직 좀 아프지.. 근데 니가 어젯밤부터 간호해준거야?"
걱정이 가득 담긴듯한 눈빛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서현이
"고마워 서현아! 역시 너 밖에 없다.. 너 피곤할텐데 가서 좀 쉬어.. 너희 오늘 스케줄 있을거아냐.."
"알았어.. 그럼 난 갈게.. 아참! 오빠 오늘 병원 꼭 가봐!! 알았지?"
난 어쩔수없이 머리를 긁으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시간되면 가볼게.."
귀여운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하는 서현
"약속~!"
난 결국 서현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서현은 뿌듯한 표정으로 나의 방을 나섰다
서현이 나서기 무섭게 컵에 물을 담은채 방안으로 들어서는 윤아
윤아는 방밖으로 나간 서현을 가르키며 나에게 물었다
"쟤 왜 이렇게 기분이 좋냐?"
"내가 병원간다고 약속했거든.."
나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서현의 의견에 동조하는 윤아
"그래! 병원에 가봐! 어제밤에 너 열이 너무 높더라.."
밖에서 윤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아야!! 빨리 나와봐!!"
"에이씨.. 나 간다! 오늘 꼭 병원가!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