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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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

학교는 쉴 수가 없어 억지로 나갔지만, 학원은 쉬고 집으로 왔다. 큰누나는 오늘 내일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 쉴 수가 없으니, 나에게 어머니를 부탁한다고 하고 갔다. 

어머니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계셨다. 혼이 없는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내 목소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계속 저 상태였다. 일단은 가방을 방에 두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어머니....배고프시죠..잠시만 기다리세요..”

“.......................”

어설프나마 누나가 끓여놓은 지개를 데우고, 냉장고의 반찬을 꺼냈다. 두 사람 밥을 공기에 담아내니 한 끼 식사로 충분해 보였다. 찌개가 데워지는 동안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티를 들어서 등을 확인했다. 고름이 묻어 있는 곳이 2~3군데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깨끗했다. 어제보다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찌개까지 상 위에 놓고, 다시 어머니를 보러 들어갔다. 

“어머니...식사하세요..”

“..............”

“어머니...조금만이라도 드세요...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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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6년만....6년만...참으면...돼...6년만....’

귀찮은데, 자꾸 귀찮게 하니까 더 화가 났다. 6년만 가만히 있으면, 그 후에는 참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서 6년만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방해하는 인간이 있다. 그 인간은 침대 앞 내 무릎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사정을 한다. 

‘나를 내버려 둬..제발...제발..’

정말 사정하고 싶었다. 그냥 두라고 제발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앞에 앉은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는 그 남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달자 부탁하고 싶지 않아졌다. 

“어머니...그러다 몸 상하세요..그러니...”

“듣기 싫어..”

“네?”

짝~짝~ 짝~

“조용히 해! 시끄러! 제발 조용히 해!”

남편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손으로 뺨을 때렸다. 한 대 때리고 나니까, 또 한 대 때리게 되었다. 얼얼한 손과 붉게 달아오른 제석의 뺨이 짜릿했다. 멈출 수가 없을 만큼 짜릿했다. 

짝~ 짝~ 짝~

폭력 속에 가슴속 울분이 빠져나갔고, 어제의 일이 하나씩 기억난다. 저녁에 술을 먹었다. 술을 먹으면서, 누구든 유혹해 온다면 같이 자려고 했다. 나도 너처럼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그러나 유혹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짝~ 짝~ 짝~ 짝~

스스로에 대한 비참한 기억이 더욱 때리게 만든다. 또 그렇게 한 무더기의 울분이 빠져 나가고, 또 생각이 난다. 유혹해 오는 사람이 없자, 유혹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너무 취해 있었다. 사물이 빙글 빙글 돌고, 속에서 미처 흡수되지 못했던 술들이 올라왔다. 다량의 위액과 함께 그 자리에 전부 게웠다. 

퍽~ 퍽~ 퍽~

제석의 입과 코에서 피가 터졌다. 이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가만히 있는다. 제석의 손이 내 손을 걸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주먹을 쥐게 되었다. 앞섬에 토사물을 잔뜩 묻히고 아무 남자한테 안겼다. 정말로 아무 남자인 것이 취기에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 후 기억나는 것은 그 남자가 나를 밀어 넘어뜨리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것과 내 몸을 피해 늑대와 함께 있는 양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피하는 사람들뿐이었다. 

“흑..흑..흑...”

퍽~ 퍽~

기억이 거기에 미치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해졌다. 여자로써, 이미 죽었다. 

퍽~ 

퍽~

제석이를 얼마나 때렸는지, 때리면서 지쳤다. 때리는 일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재석이를 때려 본적이 없다. 때릴 만큼의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더 이상 때릴 수 없게 되었을 때, 재석이가 손을 치우고 나를 안았다. 순간 위로 받아 버렸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굴욕이다. 15살짜리 어린애에게, 15년 동안 한 번의 애정을 주지 않은 자식에게 받는 위로는 마치 나의 인생이, 지금까지의 삶이 틀렸다고 스스로가 인정하는 기분이었다. 어제 오늘 여자로써, 여자가 받을 수 있는 상처의 상당부분을 받았고, 그 때문에 K.O. 되기 직전이었는데, 15살 어린애보다 작은 가슴에 더러운 인간성이라니..

‘부셔버리겠어!’

그 남자의 아이를, 이 착한 아이를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는 거다. 

‘제사를 지내줄 남자 아이가 필요하다고? 흥, 죽어서도 조상을 볼 면목이 없게 만들어 주겠어.’

방금 생각한 어제의 기억은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내가 진정되기를 가만히 안고 기다리는 아이의 허리 밑으로 손을 넣었다. 

파득~

깜짝 놀라 허리를 비틀며 빠져 나가려 한다. 그러나 내가 위에서 누르고 있었고, 손은 이미 팬티 안으로 들어갔다. 36.5도 보다 높은 열을 간직한 그것이 있었다. 주물덕거리는 동안 피가 몰리면서 조금씩 딱딱해지고, 커지며,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힘을 주며 빠져 나가려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때릴 동안 도망갈 생각을 안 하던 아이가 겨우 그것 좀 만졌다고 도망가려 한다. 심술이 솟았다. 

“너...나가면...엄마는 죽을 거야...죽어 버릴 거야..”

“................”

숨소리까지 멈췄다. 효과가 너무 좋아 오히려 미안해지려 했다. 그만 두고 싶어졌다. 이 아이 상처주고 싶지 않다. 

‘나 역시 상처 받고 싶지 않았어. 당신이 제대로 신경 써 줬으면, 이 아이 하나로 끝냈으면, 나도 이 아이를 그렇게 까지 미워하지 않고, 아들로 잘 키웠어. 분명 그랬어.’

아이를 안고 다정하게, 행복하게 떠나갔던 남편을 잊을 수 있을까? 평생 가슴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 잠깐 망설이는 사이에도 그것은 무럭무럭 자랐다. 15살 어린애의 크기를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막연히 드는 생각이 제법 컸다. 길이는 남편만 했는데, 머리가 굵었다. 따듯한 것이 삶은 계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난인가?’

왕계란 밑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 기둥이 든든하다. 특히나 손 안에 잡힌 힘줄이 힘차게 뛰놀았다. 이어서 주머니가 손에 잡힌다. 이번에는 쌍란이었다. 한 개의 알 뒤에 다른 알이 나왔다 도망가기를 반복한다. 전체적인 인상은 무척 건강하다는 것이었고, 기둥 위로 부드러운 솜털이 아직은 어린애였다. 

‘이런 어린애를…….’

피는 멈췄지만, 코와 입 주변에 피가 굳어 있었고, 두 볼은 붉게 물들인 상태에서 두툼하게 부었다. 아이답게 울고 있었다면, 여기서 멈출 수도 있었을 텐데, 건방지게도 아직도 나를 걱정하고 있는 그런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 감아! 쳐다보지 마!”

말 잘 듣는 아이는 바로 눈을 감는다. 고무줄로 헐렁한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끌어 내렸다. 다시 꿈틀거리며 움직이려다가 멈춰 섰다. 그리고 그것이 스프링처럼 튀어나왔다가 그 반동으로 위, 아래 흔들거렸다. 

“...........”

손으로 확인한 것보다 어른이었다. 죄의식이 줄었다. 치마 안에서 팬티를 벗어버리고, 그것의 위로 올라탔다. 성기와 성기가 닿자 소름이 오싹하게 돋았다. 

“..............”

아이의 얼굴이 완전 빨개졌다. 괜히 나까지 얼굴이 달아올랐다. 위치와 각도를 엉덩이로 조절하며, 아직 젖지도 않은 문 안으로 그것을 밀어 넣었다. 두꺼운 왕난이 옥문을 지나면서 고통이 찾아왔다. 

“음....”

아이와 내 입에서 동시에 소리가 나왔다. 거의 동시지만, 서로의 소리를 듣기에는 충분했다. 

‘눈썹이 길구나..’

아이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눈이 떠지려다가 오히려 꼭 감겼다. 내심 다행스러웠다. 지금 상태로 아이의 눈을 보고 싶지 않았다. 

‘으...........’

1년인지, 혹은 3년인지, 그동안 물려있던 살들이 갈라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너무 생생해서 마치 그 안을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머릿속에 그려졌다는 것이 더 맞을까?

한번 소리를 내서 그 민망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나오려는 신음을 어금니를 꽉 물고 참아냈다. 아이의 얼굴이 우는 듯, 찡그린 듯, 하며 입술을 문다. 

‘...............’

누군가 아이의 얼굴만 봐도 지금 뭘 하고 있는 지 알거 같았다. 색정적이랄까? 요염하달까?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입술이 천연색으로 붉게 빛났고, 입술을 물고 있는 이는 너무 하얘서 투명해 보였다. 

“음...”

아직 절반을 넣었는데, 아이의 얼굴을 보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수축했다. 그러고 나자 뻑뻑하던 것이 미끈거렸고, 남은 부분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자신만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

어느새 전부 들어왔다. 의도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경험은, 그러니까 이렇게 잡아먹는 경험은 처음이라 그동안 몰랐다. 내 안에 다른 생물이 살고 있다. 그 생물은 새로운 침입자를 감싸 안고 차례로 조여 대며 그 형태와 기능을 점검하고 있다. 눈이 없는 생물이 감각으로 상대를 인식하듯, 그렇게 조심스럽게 아이의 그것을 어루만졌다. 

‘아...’

내 안에 살고 있는 그 생물의 생각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이 아이는, 아이의 그것은 나에게 딱 맞았다. 그런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따듯함과 뜨거움의 중간 정도의 온도였다. 내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따듯함은 내가 살아 있다는 감동을 주었다. 어제 죽었던, 나의 여자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이고 싶었지만, 움직이면 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아이에게 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정말 싫었다. 

아까 손으로 느꼈던 그것의 힘찬 맥박이 내 안의 생물을 통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그 느낌은 착각일 수 있지만, 받는 느낌은 장난이 아니었다. 점점 간지러웠다. 도저히 움직일 수도 안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고 있었다. 삽입 후 처음으로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은 무시한 체, 허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허리가 머리의 명령을 거부하고, 내 안의 생물의 명령을 따르기 시작했다. 

“흐....”

엉덩이가 일렁이기 시작하면서, 몸 안에 열꽃이 피어오른다. 그 열은 소리가 되어 나가려 했다. 이미 허리는 포기했기 때문에 소리는 절대로 안 된다. 나 역시 아이처럼 입술을 꽉 물고 참았다. 그러자 소리는 입이 아닌 코에서 나왔다. 뜨거운 열기가 좁은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내 귀로 또렷하게 들린다. 

“쩍...쩍....”

밑에서도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와 함께 흘러내리는 물을 밑에 있는 아이가 그대로 느낄 것은 뻔하다. 처음부터 이런 자세로 시작하면 안 되는 거였다. 

“니가..니가...위로 와...”

“.................”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았는지, 자연스럽게 몸이 일자로 포개지며 옆으로 180도 구르고, 아이가 위로 갔다. 아이의 무게가 가벼웠다. 그 무게가 너무 가벼워서 양심에 찔렸다. 이 자세 역시 좋지 못했다. 

“...............”

“...............”

위로 올라간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모든 자세는 완벽했고, 아이와 나의 결합 부위에서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그대로 일어나서 나가는 거 아닌지 초초한 기분이 들었다. 

“............왜?”

“저...엄마....가슴 만져도 돼요?”

“.....................맘대로.....해....”

사내아이의 손이 옷 안으로 들어오자 오싹한 소름이 닭살처럼 일어나면서 동시에 짜릿한 전율이 일어난다. 

‘이 아이...엄마라고 그랬어...’

언젠가 기억하기도 힘든 먼 옛날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를 야단친 이후, 한 번도 부르지 않던 호칭이었다. 남자는 깃발을 꽂고 나면, 여자를 자기 것으로 여겨 함부로 대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 역시 그런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이 아이, 갑자기 엄마라고 불렀고, 나 역시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들였으니 말이다. 

“음...음....”

밑으로 내려간 순간 당연하게도 주도권은 아이에게 넘어갔다. 사람은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할 때가 있고, 반대로 말로 안 해도 표정이나 감각으로 상대의 마음을 알 때가 있다. 주도권을 쥔 아이의 움직임 안에는 나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함부로 움직여 내가 아파할까 하는 것들이 허리의 일렁임에서 가슴을 쥔 손에서 느껴졌다. 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점점 소리가 제어되지 않았다. 

“아...아....”

어느새 열려진 가슴을 아이가 덮석 물었다. 그것은 애무라기보다는 그냥 애정이었다. 아이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애정. 그리고 애정결핍을 호소하는 탐욕. 가슴이 떨어져나가 아이의 입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아이의 행동 중, 그것만은 아팠다. 그러나 아이의 심정이 느껴져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이제 머리가 내리는 명령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두 다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두 팔은 아이의 목을 안고 있었다. 안에서 퍼지기 시작한 열기는 피부를 뚫고 나왔는지 온몸이 뜨거웠다. 땀 한 방울이 목을 지나 가슴의 골자기 안으로 들어갔다. 

“음...아...”

‘이 아이....’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아이의 입술이 근처에 왔다가 옆으로 피하고, 또 왔다가 피하고 한다. 허리가 움직임에 따라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분명 입술을 노리고 다가왔는데, 모르는 척 시치미를 때고 간다. 그래서 아닌가 하면, 어느새 다가와 입술 위를 스치듯이 지나간다. 잠깐의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는 입술, 어느새 도망가고 없다. 

아이와 섹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와 키스를 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아이가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나면서, 아이의 율동에 따라 입술이 마중을 나가게 되었다. 

지금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아이의 목을 두 팔로 감싸 끌어당겨 열렬히 빨고 있다. 이런 행동이 우연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에게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윽...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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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의 일로 내가 분명히 알아버린 사실은 두 가지였다. 그것은 절실하게 누군가의 애정을 원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애정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그냥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그 사람이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때릴 때 그냥 맞고만 있을 수 있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누나와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어머니는 분명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어차피 삶이란 참는 것이다. 일어나기 싫어도 참고 일어나고, 사람이 그리울 때도 참고, 공부가 힘들어도 참고, 학원에 가기 싫어도 참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참았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처럼 하나의 마시멜로를 참고 기다리면 두 개의 마시멜로가 되는 것처럼 참고 나면 무엇이 되었든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고통이 지나가고 어머니의 손이 바지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당황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자 우선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나가면...엄마는 죽을 거야...죽어 버릴 거야..”

엄마. 엄마라고 했다. 지금 나가면 엄마는 죽는다. 그럼, 지금 나가지 않고 있으면 엄마는 산다. 그건, 엄마라고 불러도 좋다는 말로 들였다. 엄마하고, 다른 애들처럼 투정도 하고, 애정도 주고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엄마와 이런 거해도 되는 건가?’

그래도 좋았다. 똘똘이 끝에서부터 짜릿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기분도 최고로 끝내줬지만, 엄마도 기뻐하는 것 같고, 특히 엄마의 가슴을 마음껏 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으으...아...”

피아노 배우길 잘했다. 엄마의 몸은 피아노였다. 허리를 어느 정도 음직이면 “미”, 가슴은 “도”. 허리는 “레” 똘똘이를 최대한 깊이 넣으면 “솔”과 높은“도”가 번갈아가며 나왔다. 그런 소리들이 피아노소리보다 좋다. 보통은 들을 수 없는 상냥함이 있었다. 음계에 신경을 쓰자 금방이라도 터질 거 같던 똘똘이가 진정되었고, 엄마와 더 오래 놀 수 있을 거 같았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정확했는데, 갈수록 엉망이 된다. 똑같이 움직였는데 자꾸 고음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허리를 반만 넣어도 “솔”이나 “라”음이 나왔고, 무엇보다 엄마의 허리가 딸려 올라왔다. 결국은 높은“도”만 들렸다. 

살며시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달콤한 냄새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엄마가 내는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입술도 그랬다. 

엄마의 나쁜 습관을 하나 발견했다. 내가 가진 것의 전부를 줄 때면 도도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때고 있는데, 가진 것 중 일부를 주거나 맛만 보여주면 차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들어 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까 똘똘이도 그렇고, 지금 입술도 그렇다. 

“아..아...아...”

맨 바닥에 무르팍이 다 까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러나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삶이란 참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사실 무릎 보다 더 급한 것은 똘똘이였다. 똘똘이 안에는 미친 소 때들이 살고 있는데, 그것들이 우리를 무너뜨리고 도망가려고 하고 있었다. 점점 미쳐 가는지 울타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은데, 엄마가 그만하지를 않는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15년을 참아왔는데....이제 조금만 참으면 엄마가 사는데...’

아들이 되가지고, 남자로써 자존심이 있지, 하지만 엄마의 공격은 너무 강했다.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잘 참고 있었는데 엄마의 안이 급격하게 조여 오면서 진동하기 시작하자 미친 소들이 우리를 부시고 뛰쳐나갔다. 한번 무너진 우리는 수습이 안 되고, 그동안 모아 두었던 미친 소들이 전부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우우...흑흑흑흑....”

전부 내 탓이다. 내가 미친 소들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엄마가 울고 있다. 엄마는 몸까지 떨어가면서 울었다. 내 머리카락을 전부 뽑으려는지 한 움큼씩을 움켜잡고 어깨와 귀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우셨다. 나는 미친 소들을 놓친 것에 면목이 없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미안해요...’

경련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경련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거대한 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지듯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러면서 온 몸에 활력으로 가득 차는 충만감과 근육의 에너지가 전부 방전된 나른함에 재석의 몸에 안겨들었다. 

‘아이...또....’

재석이가 땀으로 번들거리는 등, 정확히는 움푹 들어간 척추를 따라 쓰다듬자 짜릿한 전류가 골반 밑 꼬리뼈까지 치달렸다. 겨우 진정되던 내 안의 미지의 생물이 다시 재석의 그것을 조이는 것을 느끼자 민망해진다. 

‘너무 밝힌다고 여기면 어떻게...’

방바닥은 땀과 또 다른 액체로 미끈거렸고, 격렬한 행위로 등이 조금 배겼다. 침대 위로 갔으면 했지만 내 입으로 말 할 수는 없었고, 재석이가 알아서 해 줬으면 좋겠다. 마침 재석의 그것도 다시 힘이 들어가며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도 느꼈지만 재석이는 좀 잔인한 면이 있었다. 여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행도하게 하는, 부끄러움을 버리게 만든다. 지금도 그것은 완전히 회복해서 내 안에서 한껏 자극하고 있는 주제에 손과 입만 움직여 가슴이라든가, 허리라든가, 머리, 입술 같은 곳을 간질이고 있었다. 

‘얄미워’

“등이 아파. 바닥이 차가워..”

“아~ 그럼 침대로?”

“으응...음...”

재석의 그것이 쑥 하고 빠져나가자 나도 모르게 허리가 따라간다. 입에서는 야스러운 소리가 울렸다. 재석의 팔 하나가 목과 어깨를 받치고 다른 팔이 허벅지를 받쳐 번쩍 들어 올렸다. 

“어머!”

애교부리는 톤의 목소리, 재석의 목을 자연스럽게 감기는 두 팔이 가증스러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눕혀주는 손길이 기분 좋다. 

“..............”

뻔뻔스럽게도 그것을 하늘로 향하게 해서 껄떡거리고 있으면서 같이 누워도 되는지 눈으로 물어온다. 좀 알아서 했으면 하는 기분으로 두 손을 뻗어 얼굴을 감쌌다.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며 재석의 얼굴이 유성처럼 내 얼굴위로 떨어졌다. 

“음...”

키스, 감미로운 키스다. 입술과 입술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위로하고, 애모한다. 빨간 혀가 입 안으로 들어가 치아를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내 혀가 마중을 나가 재석의 혀를 감쌌고, 재석의 혀 역시 내 혀를 터치한다. 

“음...”

처음 키스를 생각하면, 내가 첫 키스를 시작으로 30년 세월의 노하우를 하루 만에 다 배운 셈이었다. 재석이는 에로 신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으....”

왕난이 입구 근처에서 노크를 했다. 자연히 다리가 벌어지고, 덩달아 옥문 역시 열렸다. 재석의 눈이 그 입구를 쳐다본다. 수치스럽고, 피학적인 쾌감에 몸이 떨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것을 가지고 문에 살짝 넣었다 빼곤 했다. 

“뭐...해...”

“엄마가...엄마 그거..거기가...내 똘똘이 먹으려고 해...”

“음...”

재석의 말에 같이 쳐다보니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 금붕어 입처럼 뻐금거리면서 재석의 왕난을 먹으려고 했다. 내가 재석의 그것을 왕난이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재석이는 똘똘이라고 부르는 것이 재밌다. 재석이는 나의 그곳을 뭐라고 생각할까?

“아...”

좁은 문을 지나 왕난이 들어왔다. 뜨듯해진다. 배 속에 알을 품은 기분이다. 재석도 나도 처음보다 여유가 있었다. 의식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섹스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재석이는 상처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상처받기를 원해 놓고, 한 번의 관계가 끝나자 상처받지 않은 거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니 모순적이었다. 

“엄마 입. 입술이 문다.”

그때까지도 재석이는 그곳만 쳐다보고 있었다. 재석이는 내 안의 생물을 ‘입’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도 내 안의 생물이 재석의 왕난을 입에 물고 조물조물 씹고 있었다. 

“아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천천히 허리를 눌렀다. 왕난이 복부로 치고 올라왔다. 다시 천천히 빠져나간다. 물고 있는 입술이 딸려 나가고, 입 안의 침들이 왕난에 휩쓸려 뱉어졌다. 가랑이를 타고 뜨듯한 물이 흘러내렸다. 항문을 간질이고 있다. 

“아...”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나간다. 끝도 없이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어느 순간부터 재석이와 함께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어려서 본 석탄기차의 바퀴처럼 일정한 속도로 기둥이 보였다 없어지기를 반복했고,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열차의 화로처럼.

“아아...”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며 고개를 숙여 바라보고 있었는데, 가슴 속이 너무 뜨거워 목이 뒤로 넘어갔다. 긴 숨소리가 신음과 석여 나왔다. 눈을 감았지만, 재석이의 시선은 이미 마음속에, 그리고 머리에 남아 있다.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음란함으로 젖어있었다. 

“으음......”

처음 올라갔던 오르가즘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도달했다. 팔만으로는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재석의 부드럽고, 탄탄한 가슴이 좋았다. 감미롭고 애정이 느끼지는 입술이 그리웠다. 그래서 재석이를 끌어안았다. 

“아아아...”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재석이를 기다려야 했다. 자연히 골반에 힘이 들어가고, 허벅지로 조이고, 항문까지 조였다. 입술도 꽉 물었다. 내 몸의 모든 문을 닫고 조였다. 그렇게 버티려고 했다. 오르가즘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너무 높아 아찔했고, 무섭고, 두려웠다. 떨어질 거 같았다. 

“훅..훅...훅...”

손톱을 세웠다. 천 길 낭떠러지 위 절벽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데 절벽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톱으로 절벽을 파헤쳤다. 

“.......................”

재석의 왕난이 커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알을 깨고 나올 것이다. 아까는 자궁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았었다. 안쪽 살들이 연약했던 만큼 그것은 돌멩이가 날아와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이제 다시 그것이 날아올 것이다. 

“아...안 돼...엄마...미친 소..미친 소들이 나가...”

“...............”

미친소가 뭔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왕난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미친소가 튕겨 나왔다. 한번, 두 번.....다선번....몸 안의 모든 물이 그곳을 통해 쏟아져 나갔다. 그 생생한 감각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가 온 몸을 덮쳤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울리고, 귓속이 멍해졌다. 세상이 무중력 상태가 되어 내 몸이 두둥실 떠다녔다. 

‘죽을 거 같아...죽어도 좋아..’

1분 같은 한 시간, 한 시간 같은 1분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시간이 정지한 듯 한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주변이 깜깜했다. 재석이는 아직도 내 안에 왕난을 숨기고 내 위에 엎드려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전기가 왔다. 이제 일어나야 할 거 같은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몇 시?”

“응..일어났어요? 9시요..”

“..................현주는?”

“아직 안 왔어요............”

“엄마...좀 이따가 일어날게..먼저 씻을래?”

“네.”

재석이가 나가고 아직도 남아있는 나른한 쾌감 속에서 처음으로 앞일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씻고 일어날까?’

한참 생각한 후 겨우 얻은 결론은 그게 다였다. 갑자기 배짱이 두둑해졌다. 솔직히 재석이를 한 번도 아들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근친에 대한 죄의식도 안 생겼다. 남편은 그동안 수회에 걸쳐 외도를 하고, 밖에서 낳은 자식만 내가 알기로 둘이다. 남편에 대해서도 죄의식이 없었다. 딸들은 같은 여자로서 자신을 이해해 줄 걸로 믿었다. 

“재석아. 엄마 슈퍼 갔다 올게..”

“네~”

재석이도 아직까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한참을 땀 흘리고 샤워를 하니 개운했다. 슈퍼를 향해 가는 발검음도 가벼웠다. 정육점에 들려 돼지고기 좀 사서 내일 아침으로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하다가 재석이가 ‘미친소’ 타령을 했던 것이 기억났다. 

“호호호..”

“현주엄마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요. 그냥요..소고기 좀 주세요..”

“국거리요?”

“음....갈비로 좀 주세요..”

아저씨가 냉장고 안에서 갈비를 꺼내와 절단기로 절단하여 아줌마에게 넘겨주자, 아줌마는 적당히 기름과 투명 막을 벗겨냈다.

“현주엄마 그거 알아요?”

“뭐요?”

“남편이 밤일을 잘하면, 다음날 갈비를 해주고, 시원찮으면 라면을 끓여 주는 여자들이 많데요..”

“네?”

“당신도 갈비 먹고 싶으면 잘해!”

“흐흠...난 라면을 좋아해..”

처음에는 뜨끔 했지만 나중에 보니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시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 사는 게 재밌다. 모두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데, 자신혼자 너무 경직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머~ 그럼 앞으로 갈비 자주 사러 와야 겠네요.”

“...............호호호.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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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이 우리 관계에 준 변화는 아침뿐이었다. 

오늘은 4인용 식탁에 5가족이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저번 주 금요일 이후 나흘만이었다. 엄마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아침을 드시고 계셨지만 어쩐지 한결 부드러워진 인상이다. 

그리고 평일 아침으로는 처음으로 갈비찜이 상위에 올라와 있었다. 아버지꺼 보다 큼지막한 걸로 두덩어리가 내 앞 접시에 놓였다. 그러고도 다 먹은 뼈를 치워주면서 주먹만 한 것을 하나 더 주셨다. 누나들은 그런 엄마를 의외라는 듯, 나를 신기한 눈으로 봤다. 

‘미친소는 죽어서 갈비를 남긴다’

아무 의미 없이 생각해 본 말인데, 무슨 대단한 명언처럼 들렸다. 옛 성현의 말씀과 연결해보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미친소는 죽어서 갈비찜이 된다. 흠, 이건 아닌 거 같다. 

엄마와 내 관계가 변화가 없는 이유는 너무 많다. 나는 학원이 끝나면 12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온다. 엄마는 식탁에 앉아 있다가 내가 들어가면 아무 말 없이 음료수를 한잔 따라주곤, 잠자리에 들어가셨다. 나는 엄마와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엄마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좋아지고 있는 관계가 나의 버릇없음으로 원점으로 돌아갈까 두려웠다. 그리고 엄마와의 그 일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고,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사실들을 엄마는 알고 있었을 텐데,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그랬을까? 나는 그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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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는 이상했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긴장감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이 좋은 징조인지 모르겠지만,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가 있는 듯 한 위기감은 확실하게 줄어들었기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와 동생 재석이 사이도 변했다. 현주가 보기에 둘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는데, 자신이 야근한 이틀 사이에 지하철이라도 계통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교류가 느껴졌다. 놀이동산 때 이후로 동생이 안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 같다. 

그런데 궁금했다. 

“재석아 약 바르자..”

“어? 누나 아직 안 잤어? 아침에 엄마가 발라줬는데..”

“그랬어? 그래도 바르고 자..얼른 누워.”

“으응..”

형광등 아래서 동생이 옷을 벗고 팬티만 입은 채 다가왔다. 야릇한 긴장감이 들었지만 동생을 믿고 있었다. 동생은 내 옆자리 침대에 엎드렸다. 

“이거 왜 이래?”

“왜?”

“몰라? 이렇게 많이 긁혔는데?”

“으응...학교에서 끍혔나봐..”

“어쩌다가?”

“몰라..”

한두 개 혹은 5개였다면 손톱자국이라고 생각하겠는데, 많아도 너무 많아서 손톱자국 같지 않았다. 

“이렇게 상처가 났는데, 왜 그런지 몰라?”

“응...원래 아팠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했어...”

“........그래?”

미심 적었지만 일리는 있었다. 모른다는데 더 이상 추궁한다고 말할 거 같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 손에 약을 듬뿍 묻혀 바르자 고운 피부에 가는 실선들이 오돌돌하게 걸렸다. 손톱을 세워 그 옆에 한번 스크래치를 냈다. 아무래도 비슷했다. 

“............너 여자 사귀니?”

“아니. 왜?”

“으응..그냥..궁금해서..”

“아직은 싫어. 특별히 마음에 드는 애도 없고..”

“그래. 나중에 대학 가면 해..”

“그럴게..”

오늘은 검정색 삼각팬티를 입고 있어서 동생 엉덩이가 유난히 탱글탱글했다. 넓은 어깨를 따라 내려오는 가는 허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그 사이 많이 자랐는지 형광등 아래서 울투불퉁한 근육들이 적당히 퍼져있다. 전에 느낀 그대로 생동감이 있었다. 

화상자국은 많이 없어졌고, 터진 피부도 새로운 살이 돋아나 원래의 피부보다 뽀얗게 보였다. 그 위에 씌워진 손톱자국 같은 붉은 선들이 자극적이다. 자신도 모르게 약을 바르는 손이 애무처럼 되었다. 

“누나는?”

“응?”

깜짝 놀랐다. 

“그 형이랑 어때? 결혼할 거야?”

“글쌔...잘 모르겠어...”

“왜? 사랑하는 사람 아니야?”

“으응....그것도 잘 모르겠네...”

“누나도 모르는 것이 많구나...”

“그러게...”

그 일이 있은 후, 동생에 대해서도 전보다 많이 알게 되었지만 준영씨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런데 동생은 많이 알수록 좋아지고 대견한데, 준영씨는 반대로 실망했다. 그 때 나를 감싸주지 않은 것은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이해하는 마음이 더 많았다. 이해한 다기 보다 나도 준영씨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 셈셈이라고 생각하고 잊으려 했다. 

하지만 준영씨는 잊지 못하고 자책하는 모양이다. 그건 좋았다. 그만큼 나에게 애정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자책이 지나쳐 부담을 느끼는 거 같다. 나에 대한 애정으로 자책한 다기 보다 남자로써 자기에게 상처를 입어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마도 나를 보면 계속 생각나고, 괴로워 하다가 결국은 헤어지지 않을까 싶다. 

나도 처음 알았는데, 남자가 남자로써 상처입고 좌절해 남자가 아니게 되니까 매력이 없어졌다. 그래도 정은 남아 있었다. 오빠가 빨리 자신을 회복하고 남자로 돌아오기를 바랬다. 

“누나?”

“응?”

“힘 내..다 잘 될 거야..누나 행복하게 살 거야...”

“응...고마워...”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것으로 점점 서로의 허물이 없어지고, 친근감이 드는 모양이다. 동생이 자신을 보호해 줬을 때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함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번 상처를 돌봐주는 사이 점점 남매가 되어갔다. 

“잘자..”

“누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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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수업만 마치고 집으로 간다. 큰누나와 엄마와 관계가 좋아져서 그런지 이번 주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그래. 씻고 밥 먹어..”

“네..”

가볍게 씻고 식탁에 앉자 엄마가 양손에 큰 그릇을 받쳐 들고 왔다. 그 위에 책가방만한 생선이 있었다. 엄마는 대구사람이라 생선보다는 육고기나 나물류를 좋아했고, 아버지는 부산사람이라 생선류를 좋아하신다. 엄마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버지를 위해 자주 생선을 만지셨다. 그래서 나는 싫어하는 것 없이 다 좋아한다. 

“와..”

“많이 먹어..”

“네.”

엄마가 주방가위로 생선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촘촘히 있는 가시를 걷어냈다. 숟가락을 밀어 넣자 생선의 가운데 뼈 위로 살코기가 들렸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이어 손가락으로 두툼한 고기를 뜯어서 내 밥위에 올려 주셨다. 하얀 밥과 함께 입 안으로 꿀떡 넘어갔다. 

“맛있어요. 엄마도 같이 드세요.”

“으응..걱정 말고 먹어..”

그 커다란 생선의 가운데 뼈를 기준으로 위쪽을 전부 먹었다. 아까부터 배는 불렀는데, 계속해서 주는 엄마의 정을 생각해 꾸역꾸역 먹었다. 배가 올챙이처럼 부풀었고, 그것을 웃으며 엄마에게 보여주자 엄마도 같이 웃었다. 

“오후에 뭐할 거니?”

“음..별로..엄마랑 같이 이야기하고 있으면 안돼요?”

“정말? 그럼 같이 놀러 갈까?”

“네~”

엄마는 남은 도미를 랩에 쌓아 냉장고에 넣고, 간단한 메모를 써서 냉장고에 붙이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누나에게 밥 챙겨먹으라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지금 가자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기다렸는데 엄마가 나오시질 않는다. 살짝 안방 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엄마는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왜?”

“지금 가는 거 아니에요?”

“응. 지금 갈 거야..엄마 화장하고..”

거울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 했다. 배속의 도미가 용기를 줘서 방안으로 들어가 엄마 뒤 침대에 앉아 거울 속 엄마를 계속 쳐다봤다. 엄마가 살짝 눈을 밑으로 내리며 화장을 이어간다. 

“뭘 그렇게 보니?”

“그냥..엄마요. 너무 예뻐요.”

“.......진...짜..?”

“네~”

그날 엄마와 처음으로 외출을 해서 같이 이인용 자전거를 타고, 솜사탕을 나눠 먹고, 영화를 보고, 집근처 유명한 경양식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홀에 놓인 피아노를 보고 10년 가까이 배운 피아노를 엄마에게 들려줄 수도 있었다. 가게 지배인이 멋진 연주였다고 엄마에게 와인 한 병을 선물했고, 엄마의 허락 하에 둘이서 전부 마셨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 만들어진 인공 시냇물을 맨발로 걸었다. 엄마는 내 손을 꽉 잡아 주었고, 나 역시 엄마의 손을 꽉 잡았다. 단지 구석의 어둠 속에서 짧은, 그러나 열정적인 키스를 나눴다. 

그 다음날 새벽, 엄마는 내 방으로 건너오셨다. 이불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저번보다는 얌전하게 일을 치렀다. 두 번째 하는 섹스는 이렇게 조용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격정이 없는 대신 단 한 번의 파정이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교통했고, 오랜 시간동안 좋았다. 

엄마는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침을 준비했다. 나는 그런 엄마의 뒤를 식탁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라봤고, 그런 나를 간간히 확인하는 엄마는 손가락으로 한쪽 눈을 밑으로 내려 매롱을 하셨다. 처음에는 나를 놀리는 줄 알았는데, 자꾸 보다보니 내 웃음을 흉내 내는 것을 알고 나 역시 웃었다. 

어제 안 들어오신 아버지 자리에 내 밥이 놓였다. 

“엄마. 오늘 재석이랑 백화점에 갔다 올게.”

“왜?”

“그때 보상으로 받은 상품권, 오늘 가서 필요한 거 살려고..”

“그래? 그럼...엄마도 같이 갈까?”

“그럴래?”

“엄마~ 나도 가자~”

“고2가 공부하지 어딜 가?”

“아잉~엄마~ 나도 가자~ 만날 공부만 해서 머리아파~”

“그러던가..대신 갔다 와서는 도서관 가!”

“피~ 알았어~”

누나와 둘이 가는 것도 좋았겠지만, 엄마와 작은누나가 같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없는 것이 솔직히 좋기도 했고, 싫기도 했다. 

밥 먹고 바로 가기로 분명 이야기가 되었는데, 아무도 나오지를 않았다. 어제에 이어서 또 안방을 들여다보니, 역시나 화장을 하고 계셨다. 거울 안의 엄마가 웃는다. 

“원래 남자는 여자를 기다려야 하는 거야..”

“으응~”

작은누나와 큰누나가 같이 나오고, 두 누나는 잠깐 기다리다 안방으로 들어가 엄마의 코디를 해줬다. 나는 문지방 앞에 서서 구경만 했다. 그들은 외계어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끼여 들 수가 없었다. 

아침 먹을 때는 분명 바로 가자고 했던 그녀들은 12시가 다 돼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쇼핑을 할 때는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는 그녀들을, 그 후 4시간에 걸쳐 이해했다. 그녀들은 쇼핑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 끊임없는 수다, 모든 옷들을 한 번씩 입어보고, 모든 가게에 한 번씩 들어갔다. 7층 식당가부터 지하 식품점까지 마치 세무조사 나온 사람처럼 사사치 훑고 지나갔다. 

그런데 실제로 산 물건은 하나도 없다. 스낵코너에서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시켜먹으며 3명의 여자는 무엇을 살지 정하기 시작했다. 무슨 전략회의 같았다. 

“그 옷은 안 돼. 너무 비싸. 한 명당 상품권 5장으로 하기로 정했잖아.”

“아이~ 그래도..”

누나와 내가 가진 상품권만 200만원에 상당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어린 마음에 생각했었다. 그러나 백화점은 소년의 경제를 뛰어 넘는 높은 곳의 세계였다. 

“누나. 그 300만원은 엄마 주면 안 될까?”

“음...그럴래?”

전에 누나는 그 돈은 꼭 나를 주려고 했었는데, 그 사이 엄마와 내 관계가 좋아지자 생각이 변했는지, 순순히 동의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보상금 이야기를 마저 하며 그 봉투를 꺼내 건넸다. 

“..............”

엄마가 기분 나빠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누나와 엄마가 눈으로 대화를 하는지 한참을 서로 보다가 엄마가 눈초리를 내렸다. 그리곤 그 봉투를 다시 나에게 내밀었다.

“이건...너 쓰고 싶은데 써...”

“음...”

모래 쌓아놓고, 그 위에 깃대를 꽂아놓고 하는 땅먹기 게임과 비슷했다. 흙은 얼마 없는데, 차례는 나에게 왔다. 나름 눈칫밥 15년 인생의 위기감지능력이 발동한다. 

“그럼..이거로 나 사고 싶은 거 사면 되요?”

“그래.”

나는 그것으로 엄마에게 반지와 큰누나에게 정장 한 벌, 그리고 작은누나가 갖고 싶다는 치마를 샀다. 300만원에 상품권 10장 거의 다 써버렸지만 위기가 지나간 것을 느끼고 만족했다. 누나는 보답이라며 PMP폰을 사줬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엄마가 안방의 욕실을 사용해도 좋다고 하셔서 누구보다 먼저 샤워를 하고 침대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자니?”

“아녀. 들어오세요.”

“이거..선물..”

“.........감사합니다.”

주먹 2개만한 케이스를 뜯어보니 시계다. 은색 몸통과 얇은 체인 줄이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엄마가 내 손목에 채워주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엄마의 좋은 향기가 바로 앞에서 풍겼다. 시계를 채워주는 손가락에 내가 사드린 반지가 그동안 엄마가 끼고 있던 반지 대신 끼워져 있었다. 

“나도...반지..고마워...생각도 못했는데..좀 감동했다.”

“저도..그래요..”

엄마의 입술이 다가왔고, 나 역시 마중 나갔다.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너무 기분 좋았다. 엄마의 손이 앞으로 나와 가슴을 어루만지며 나를 침대로 눕혀준다.

“이제 자. 내일부터 또 학교 가야잖아..”

“네..”

엄마가 조용히 닫는 문소리를 들으며 아주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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