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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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조금씩이지만 분명 변해가고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집에서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입은 것이라기보다 걸쳤다는 표현이 맞았다. 알몸에 원피스 하나를 걸치고 생활을 했었다. 

“재석이랑 뭐했어?”

“사진 찍었어요. 보실래요?”

“응..”

지금은 속옷도 입고, 스타킹에 가터벨트까지 착용하고 허리가 조이는 치마에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약간의 변화는 있어도 거의 그런 계열의 옷들을 집에서도 입었다. 수영의 몸이 얼마나 민감한지 아는 나로서는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입는 옷들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새롭고 좋았다.

“오~꽤나 자극적인데? 자극 많이 받았겠어..그래서 그건 했어?”

“아니요.”

“왜?”

“그 사람이 원하지 않았어요.”

“너는 원하는데?”

“네.”

희주에게 모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너무 민감한 유두 때문에 먹이지 못했는데 이상해서 물으면 그냥 참을 만 하다고 한다. 얼굴에 붉은빛이 돌고 눈이 촉촉하게 젖어드는 것이 느끼고는 있었다. 그런데 모유를 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딸에게 잘하는 것이니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사진 말고는 뭘 해? 그것도 안한다면서..”

“음..밥도 먹고, 아빠 일본소설을 읽어주고, 일본어 공부할 때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희주와 셋이서 산책도 하고, 그 사람 앞에서 자위도 하고, 밖에 나가서 노출도 하고 그래요.”

“그래? 즐거워 보이네?”

“네. 좋아요.”

“다리는 왜 그래?”

“그 사람이 벌줬어요.”

“왜?”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뭘 잘못했는데?”

“........다른 사람이랑 셋이 만나자고 했어요.”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전공서적이 서재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다음 학기에 복학하려는 생각으로 보였다. 그런 모든 변화가 재석이와 있고부터였다. 약간은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나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면 했기 때문이다. 재석이와 셋이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재석이랑 셋이 보낼까?”

“...아빠 뜻대로 하세요.”

“으음...재석이에게 물어볼게. 너는 좋은 거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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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엄마소리. 이제는 싸늘해서 창문을 닫고 있는데도 들린다. 창문을 통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다. 거실을 통해서 들린다. 연주에게도 더 이상 비밀로 할 수가 없어서 아빠 이야기부터 엄마와 재석이 일까지 전부 이야기 했다. 연주가 오해하는 것보다 내 입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차라리 낳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그랬구나..”

“알고 있었니?”

“재석이가 엄마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어..”

“아윽..으음..”

얼마나 소리를 지르면 방 두 개를 뚫고 거실을 가로질러 들리는지 어이가 없다. 더구나 딸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래..엄마가 좀 티를 냈지..”

“재석이랑 하는 것도 봤어..”

“언제?”

“음..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낮에..물 먹으로 나가다가 봤어.”

“괜찮아?”

“지금은..”

“그래..마음 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야지..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고, 너도 네 인생이 있는 거니까..”

“응..나 대학 들어가면 나가 살려고 해..”

“그래..그 때가서 네 마음이 그러면 너 하고 싶은 데로 해. 언니가 도와줄게..”

“아냐..아버지가 준 돈도 있고..”

“아아아..아..”

최근 들어 심해졌다. 내일은 재석이가 아빠에게 가는 날이니 오늘은 밤새도록 저럴 것이다. 우리 집 식구들은 다 알고 있다. 엄마는 새벽까지 저러다가 아침을 먹고 재석이와 연주를 내보내고 나면 오전 내내 잔다. 

“아빠는 왜 재석이만 부르고 우리는 안 불러?”

“글새..”

아빠랑 재석이가 뭘 하는지 궁금했다. 엄마도 저렇지만 아빠도 문제였다. 15살짜리 애한테 매주 술을 먹이는 것도 그렇고 외박을 시키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내일은 한번 미행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아..”

“어서 자..”

“언니는 지금 잠이 와?”

“그래도 자야지..”

“언니도 저래?”

“.............아직은 안 그래..그래도 부부생활을 오래하면 저렇게 된데..”

“흥. 재석이랑 얼마나 오래했다고?”

“잠이나 자. 내일 학원가야 하잖아..”

“알았어.”

“아아..미칠 거 같아..”

‘나도 그래..엄마..’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한다. 연주 역시 비슷해서 눈이 힁하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남자는 시각에 민감하고 여자는 청각이 예민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남자들이 각종 영상물을 찾아다닌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엄마의 소리를 듣는 동안 몸이 예민해진다. 오랜 시간 개미가 기어 다닌 것 같은 감각에 시달리다 아침을 맞이하면 몸살을 앓았던 때처럼 땀도 많이 흘렸고 몸에 기운이 없었다. 

“얘들아 밥 먹어..그만 자고 어서 일어나..”

“...............”

밥이 꼭 모래 씹는 것 같았다. 엄마는 자신이 얼마나 소리를 지르는지, 그리고 지금 전신에 요염한 색기를 얼마나 뿌리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재석이보고 눈웃음친다고 야단치던 게 겨우 반년전인데, 엄마 자신은 눈웃음을 달고 다닌다. 연주는 눈을 도끼처럼 뜨고 엄마를 노려보기도 하지만 엄마는 엄마만의 세계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왜들 그래? 많이들 먹어..맛이 없어? 이상하네..엄마는 맛있는데..”

“.............”

재석이가 나가는 것을 뒤따라 나섰다.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지갑하나만을 들고 멀찍이 떨어져서 쫒아갔다. 어차피 토요일에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재석이는 걸어서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여기는 와 본적이 있다. 

‘역시 아버지는 그 여자랑 사는 구나..’

집에서 만나는 모양이다. 괜히 나왔다. 나온 김에 편의점에 들러 호빵이나 몇 개 사고 새로 나온 잡지 한권을 샀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편의점에서 잡지를 뒤적이며 호빵을 먹었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에 호빵이나 뜯어 먹으며 동생을 미행하고 있는 처지가 한심스럽다. 

“뭐하는 건지.. 맞선이나 봐?”

재석이가 그 때 봤던 여자와 함께 나왔다. 아버지는 없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재석이가 밀면서 편의점 앞을 지나갔다. 여자는 그 옆에서 귀저기 가방을 들고는 다소곳하게 따라간다. 묘한 기분이었다. 부부처럼 보였다. 집에서 입고 나간 옷이 아니라 세미정장을 입어서 원래 나이보다 많아보였다. 

“...............”

뒤따라갔다. 그들은 지하철을 타고 시외로 가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져 잡지로 얼굴을 가렸다. 시외로 나가는 지하철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긴 의자에 한 두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재석이가 카메라를 꺼내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런 카메라를 D-SLR카메라라고 하던가? 전문 사진사가 쓰는 크고 검은색의 카메라였다. 사진을 찍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재석이는 카메라만 만지작거렸지 카메라를 들고 파인더를 보지 않았다. 

그들이 내린 곳은 시외의 H미술관 앞이었다. 적당한 거리에서 따라간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재석이는 큰 카메라를 넣고 담뱃갑만한 카메라를 꺼내 주머니에 숨긴다. 

“..................”

그들이 하는 짓은 정말 놀랬다. 아무도 없는 곳이면 여자가 치마를 걷어 올리거나 가슴을 열어 보이고 그것을 찍었다. 점점 대담해지는 그녀는 팬티까지 벗어 재석이 주머니에 넣고 치마를 허리 위까지 올리고 다리를 벌리거나 엉덩이 쪽을 내밀며 촬영을 한다. 옷은 점점 얇아졌다. 보는 내가 들킬까봐 두근거렸다. 

“.............”

다른 사람의 시선을 교묘히 피하면서 아이와 유모차, 그리고 긴 코트를 적당히 이용하며 촬영을 해 나갔고 나는 그림보다는 그들에게 도취되어 따라다녔다. 내가 그들 대신 망을 봐주는 꼴이었다. 미술관을 나온 그들은 옆에 있는 동물원으로 옮겨갔다.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동물원 앞에 있는 노점에서 음료수 두 개를 사 들고는 근처 벤치에 앉아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다정하게 본다. D_SLR 카메라에도 사진이 들어 있는지 두 개의 카메라를 번갈아가며 본다. 멀리서도 여자의 얼굴이 붉어지며 교태를 부리는 것이 보였다. 아빠 여자와 재석이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와 아빠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그럴 수는 없었다. 오늘도 행복한 웃음을 짓던 엄마가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한테도 화가 난다. 아빠에 이어 재석이까지 잃고 있었다. 

“여~아들.”

깜짝 놀랐다. 아빠가 불과 5~10미터 옆을 지나가며 소리쳤다. 나는 급히 잡지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이 이쪽을 볼 것이다. 들켰을까 봐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오셨어요?”

“그렇게 늦지는 않았지?”

“네..금방 왔어요. 옆 미술관에서 사진 찍었어요. 보실래요?”

“응..나중에..우선 들어가자..”

재석이가 설마 그 사진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고, 미리 찍어 놓은 다른 사진이 있을 것이다. 그 교활함이 무섭다. 따라 들어가서 결정적인 순간에 업어 버릴 계획을 세웠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1시간도 넘기지 못했다. 아빠는 그 여자를 재석이 앞에서 더듬었고, 재석이는 그 모습을 찍었다. 아빠의 손은 점점 대범해져서 가슴 속으로 치마 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지금 노팬티라는 것이 생각난다. 

그들은 인기 없는 곳으로만 다녔다. 뱀들이 유리벽 안에 갇혀있는 곳에서는 삽입도 하는 듯 했다. 재석이가 열심히 촬영한다. 그들은 주위 경계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따라가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차라리 호텔이나 모텔을 갈 것이지. 그들은 그런 곳에 갈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다. 몇 번인가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도 봤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을 피했다. 

“재석아 너도 할래?”

“아녀. 전 싫어요.”

“그래?”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가요..”

“그러자..”

아빠 모습에 실망했다. 재석이가 그것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막판까지 추락했다가 간신히 절벽 나뭇가지에 걸려 구사일생을 한 기분이었다. 바닥까지 추락할 줄 알았던 만큼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작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버지를 도와준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취미일수도 있었다. 

띠디디띠띠디띠띠디디디

“누나?”

“응..나야..”

“왜? 무슨 일 있어?”

“으응..그런 건 아닌데..오늘 집에 들어와..할 말이 있어..”

“그래..알았어..언제까지 가?”

“음..저녁은 먹고 와..술은 먹지 말고..”

“응..그럼 이따 봐..아버지 바꿔줄까?”

“으응..나중에 전화한다고 그래..”

“알았어..”

우선은 그들을 나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이제 안 된다. 어차피 엄마는 재석이에겐 엄마가 아니었다. 지금은 더욱 그렇다. 아빠 역시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내가 이 집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나는 이 집의 큰 딸로서 아빠, 엄마의 딸이고 재석이에게는 큰누나다. 충분히 엄마 대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주에게도 전화해서 들어오라고 했다. 

“무슨 일인데?”

“응..일단 앉자..”

“엄마는 차 한 잔씩 부탁해.”

“으응...”

모질게 마음먹었지만 재석이가 바라보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요게 요즘 들어 어른 분위기가 났다. 옛날에는 장가가면 상투 틀고 어른 대접을 해 줬다고 하더니 이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엄마.”

“응..”

“이제 연주도 알아. 엄마가 재석이랑 자는 거..”

“.........”

“휴..요즘 엄마가 얼마나 티를 내는지 엄마는 모르지? 엄마는 좀 자제를 할 필요가 있어.”

“.......그건...재석이가..”

“두말할 필요 없고. 내말대로 해. 알았어?”

“.......응...”

엄마는 쉽게 제압이 됐다. 약점도 있고 재석이 옆에만 있으면 고양이 앞 쥐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간단했다. 다음은. 

“재석이 너.”

“응~”

“웃지 말고. 너 말이야. 아빠 만나서 뭐하는 거야?”

“음...아버지 도와드리고 있지..”

“사진 찍는 거?”

“봤어? 히히.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어..”

“뭔데? 그게..”

“그게..아버지에게 물어봐..”

이놈은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실실 웃고 있는 모습에서 제다이들의 ‘포스’가 느껴졌었다. 거기다 엄마 아빠까지 등에 업고 있었다. 약점도 없어 보였다. 재석의 약점인 엄마는 엄마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써버렸다. 재석이부터 제압할걸 잘못했다. 제석이만 제압했으면 엄마는 덤으로 딸려왔을 텐데 아쉬웠다. 

“좋아. 그럼 너. 중학생이 술 마셔도 돼?”

“안 돼? 아버지도 엄마도 그리고 누나도 줬잖아?”

“......................그래도 정도가 있지..”

“아버지, 엄마, 누나는 내 보호자지?”

“그래!”

“난 항상 보호자하고만 마셨어. 의심스러우면 물어봐.”

“..............”

이게 아닌데 엄마 아빠 때문에 큰누나의 위엄이 치명적이 대미지를 입었다. 

“그럼..나도 좀 물어볼까?”

“뭐. 뭐를...”

“사진 찍는 건 어떻게 알았어? 혹시 미행했어?”

“.....누가? 증거 있어?”

“나 오늘 사진 찍었잖아..그 카메라 비싼 거거든..아버지 카드로 긁어버렸지..렌즈도 좋은 걸로 샀고..줌이 몇 배인 줄 알아? 렌즈가 12배고, 카메라에 달린 것이 10배야. 합쳐서 120배..”

“.................”

“빨간 추리닝을 입고 미행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그건..좋아. 미행했다. 너랑 아빠랑 뭐하는지 궁금해서 그랬다. 됐어. 또 할 말 있어?”

“누나..” 실실 웃는다.

“.............”

“술 먹고..” 노골적으로 웃는다.

“하지 마.”

“오줌..”

“하지 마..”

“쌌다며?”

“풋~”

“악~~~~~~~~~~~~~~~”

엄마다. 엄마가 재석이에게 이야기 한 거다. 둘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배를 잡고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재석이에게 술과 관련된 이야기는 평생 못할 것이다. 연주의 입에서도, 엄마의 입에서도 웃음의 파편이 터지고 얼굴까지 붉히면서 웃음을 참는 것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은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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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누나 생각만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가 보고 이야기 해 줬을 때는 좀 당황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이 당당히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나가 따라오는데도 아버지가 당당하게 행동을 하자 조금씩 동화되었다. 누가 뭐래도 누나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누나의 약점 하나를 알고 있다. 엄마가 이야기 해 줬다. 엄마가 관계 도중에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당황한 엄마는 누나 이야기를 했다. 여자는 때로는 그럴 수 있다는 예를 든다고 든 것이지만 나로서는 웃겨 죽을만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나의 완승은 아니었다. 누나는 술과 아버지와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일을 주도하려고 했다. 사실상 누나와 마주치는 시간은 10시 이후 한두 시간과 일요일뿐이라 내가 누나에게 간섭받을 일은 거의 없었다. 대신 누나는 엄마를 괴롭혔다. 밤이면 안방에서 엄마와 잤다. 집안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누나는 그러기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빨리 시집이나 보내야겠다. 저런 걸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들었다.

그렇게 12월이 왔다.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고, 기말고사가 있었다. 대선의 결과는 아버지가 모시는 어른과 같은 계열인 정치수가 낙마하고 반대파인 임상옥이 당선되었다. 바로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봤다. 그때는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질 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기말고사에 신경을 집중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사실상 3학년이었다. 

띠..띠..띠..

‘아싸~’

방학식을 마치고 나오며 PMP로 투자했던 주식을 확인했다. 내가 주식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트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이번 같은 경우 대선 주들이 있다. 대선 주들이란 대통령 후보자와 관련된 회사들의 주식을 말한다. 나는 임상옥씨가 당선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쪽으로 투자를 했다. 벌써 수익률이 70%가 넘었다. 당분간 계속될 거 같다. 그러나 아버지는 적당한 선에서 욕심을 버리라고 했었다. 100%정도에서 처분할까 한다. 

“전화 받으세요~”

“여보세요?”

“응..나..”

“동연누나..잘 있었어요?”

“으응...부탁이 있는데..”

“네..말 해봐요.”

“선주랑 셋이서 유원지라도 갔으면 해서..”

“언제요?”

“크리스마스에 어때?”

“좋아요. 누나 가게 쉬세요?”

“응...”

동연누나가 나에게 뭔가 부탁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선주는 내 동생이었다. 같이 유원지에 가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나도 현주누나처럼 동생과 놀아줄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 집에서 카메라도 챙겨왔다. 메모리카드를 정리하고 카메라가방에 챙겼다. 

“선주야..여기 봐..김치..”

찰칵~

선주가 너무 어려 놀이기구를 타기 힘들었다. 회전목마나 범퍼카 같이 고전적인 기구들은 태웠다. 대신 사진은 많이 찍었다. 동연누나와 선주사진이 많았지만 선주와 내사진도 적지는 않게 찍었다. 삼발이를 이용해 셋이 함께 찍은 것도 몇 장은 된다. 두 개의 카메라로 2M 메모리카드를 가득 채웠다. 

“호호. 오늘 즐거웠다. 저녁 사줄게 가..”

“네..”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프랑스 코스요리에 와인을 시킨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세워져 있었다. 누나도 크리스마스라서 이런 시간을 가진 것일까?

“나..곧 떠나..”

“네?”

“호주로 가려고 해..선주랑..”

“왜요?”

“아마 앞으로 너의 아버지 상황이 좋지 않을 거야..나는 선주 때문에 너의 아버지가 배려해 주셔서 미리 피하는 거야..”

“임상옥씨가..?”

“응..진상조사위원회가 비밀리에 조직됐다는 소리가 있어..너의 아버지..그런 쪽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아마 확실할거야..”

“아버지도 떠나신데요?”

“아버지는 남으신다고 하셨어. 최대한 덮어보겠다고..”

“네..”

“그동안 고마웠다. 그리고 오늘도..선주에게 오빠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카메라에서 메모리카드를 꺼내 케이스에 넣어 누나에게 줬다. 메일주소도 적어줬다. 누나는 말없이 그것을 받아 핸드백 안에 넣는다.

“사진 보내주세요. 누나 사진도..선주 사진도..앞으로 계속 보내주세요..소식도..”

“그럴게..고마워..”

그 후로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했다. 와인도 두병을 마셨다. 나에게 찾아온 첫 이별이었다. 단순히 육체적 관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별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 누나는 방으로 갈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방에는 안 갈래요..”

“왜?”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하면..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잊는 다네요..아쉬움이 남아야 오래 기억한다고 들었어요..누나 저 오래 기억해 주세요..”

“풋~ 그거..여자의 대사야..나 너 잊지 못할 거야..평생..”

“저도..”

그대로 헤어졌다. 여름방학 때와는 다르게 시작하자마자 이별을 경험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맥이 풀렸다. 마지막에 방에 들어갈걸 그랬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누나에게 전화해 언제 출발하는지 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라고 해서 놀랐다. 마지막 날 만났던 것이다. 사범님께 전화해 내일 못나갈 사정이 생겼다고 말씀 드리고 공항으로 배웅을 나갔다. 누나와 누나동생, 그리고 선주가 있다. 그녀들에게 다가가자 동연누나와 선주가 반갑게 대해준다. 티케팅을 하고 탑승구 근처에 앉아 형식적인 이야기를 했다. 입 따로 눈 따로였다. 어느새 동연 누나의 눈이 빨개졌다. 

“후..안되겠다. 정연아..선주랑 같이 있어..”

“어? 어디가?”

동연 누나가 내 손을 잡고 간다. 주위를 둘러보며 장소를 찾았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아무리 거대해도 둘만의 공간을 찾기는 힘들었다. 동연누나는 여자화장실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여긴..”

“시간 없어!”

작은 칸막이 안에서 맹렬히 입술을 비빈다. 숨결이 너무 뜨거워 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여기까지 오면 이판사판이다. 누나의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가슴의 단추를 전부 풀어 헤집었다.

누나 역시 키스를 하는 중에 두 손을 움직여 내 윗옷을 벗기고 지퍼를 내려 똘똘이를 꺼낸다. 서로에게 익숙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되었다. 요즘 기말고사도 있었고, 현주누나 때문에 미친소가 싸여 있었다. 

“얘..왜이래?”

“으응...몰라..누나 때문에 미쳤나봐..”

“아..너도 나와의 이별이 슬픈 거구나..”

누나는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똘똘이에게 입을 맞췄다. 기둥을 핥으며 내려갔다가 주머니를 빨고, 핥으며 자극한다. 똘똘이 머리에 침을 흘려 두고 손으로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었다. 부드러운 두 손 안에서 자기 혼자 흔들렸다. 

“보고 싶을 거야..”

“........”

똘똘이와 대화를 하는 듯 했다. 나에게는 그런 말 안 해주고, 섭섭해 엉덩이를 흔들어 똘똘이로 볼을 때렸다. 누나는 요염하게 웃으며 올려다보고는 나를 약 올리듯 맛나게 물었다. 침과 입술 똘똘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공항 화장실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누가 신고해서 언제 경찰이 올지 몰랐다. 

“누나..어서..”

“응..”

시간도 없다. 티케팅 했을 때 1시간 남았었다. 누나를 안으며 똘똘이를 넣자 바지에 의에 붙은 허벅지 사이로 끼였다. 입으로 들어가지는 안았지만 그 위를 강하게 문질러졌다. 안에서 물을 흘려주고 있어 갈수록 부드러워졌다. 

“아아..사랑해..보고 싶을 거야..”

“나도..나도...”

“한번 싸고 넣어줘..어서..”

“아..응...”

엉덩이를 잡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며칠 못했던 만큼 대량의 미친소가 이동해갔다. 똘똘이머리가 커지며 벌벌 떨었다. 

“..먹을래..마지막일지 모르니까..”

“으응...”

“쭙..쭙...”

“아..나온다..”

평소처럼 깊이 물지 않고 입구만 살짝 물고는 전부 입안에 받아낸다. 상당한 량이라고 느꼈다. 누나는 너무 많아 목으로 넘기기 힘든지 물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휴지를 대강 풀어서 누나에게 주었다. 

“아..나 이지마..”

“........”

누나는 가득 물고 있는 상태로 입을 열어 보여주고는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삼켰다. 목이 몇 번 움직인다. 그 모습에 죽어가던 똘똘이가 죽지도 못하고 있었다. 누나가 다시 물고는 살려냈다. 누나의 혀에 따라 다리가 한 번씩 꺾이면서 주저앉고 싶어진다. 

“이제 해줘..”

“응..엉덩이..”

벽을 두 손으로 집고 엉덩이를 내민다. 나는 그 안으로 똘똘이를 넣었다. 누나의 안은 바다처럼 따듯하고 포근했다. 그동안 갈고 딱은 기교도 부리지 않았다. 오직 한번이라도 더 넣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아아. 나..잊으면..안 돼..알았지..응?”

“응..누나도..꼭..연락하고..사진..찍어서..보내..”

했던 말 또 하고 또 했다. 녹음된 목소리를 반복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며 똘똘이만을 미친 듯이 넣었다 뺐다. 그 거친 움직임을 누나는 다 받아낸다. 안에다가 미친소를 풀어놓았다. 누나의 그곳이 조여 준다. 

“아아아...아...”

“헉..”

싸면서도 계속 움직였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처럼,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일 뿐이 없다는 듯 움직일 뿐이었다. 계속해서 움직이자 똘똘이는 죽었다가 바로 일어났다. 누나가 안에서 적당히 조였다 풀어주니 똘똘이의 기가 더 살아났다. 

“으음...아..잊지 마..절대로..연락할게..찾아와..”

“갈게..꼭..갈게..음...”

누나가 목을 돌리며 키스를 해왔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중에도 키스에 응했다. 들어오는 혀를 씹어서 먹으려고 했다. 가슴을 뜯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마음뿐이었다. 

“쭙..접...”

누나의 바지가 바닥에 떨어지고 한쪽 발을 들어서 옷에서 나왔다. 다리가 벌어졌다. 그 다리를 한 팔로 받쳐 들었다. 엉덩이가 벌어진다. 누나는 돌아서서 다시 똘똘이를 잡아넣었다. 허리를 거칠게 밖을 때마다 누나의 몸이 날아가 벽을 때렸다. 머리가 벽에 부딪치며 소리가 울렸다. 

“아앙...아..나..할게..”

“해..”

“아아아..”

누나가 싼다. 누나가 싸거나 말거나 계속 움직였다. 두 팔이 목을 감았고, 다리가 허리를 감고 매달렸다. 똘똘이가 깊이 들어갔다. 안의 벽이 느껴졌다. 엉덩이를 잡아당기며 똘똘이 머리를 문질렀다.

“아아아..나. 또...또..아아...”

누나가 다시 싸는 것을 느꼈다. 물리 흘러내렸다. 미친소와 누나의 물이 섞이며 거품을 만들었다. 소리도 났다. 그런 것들이 누나의 물에 쓸려나왔다. 목을 감은 팔에 더 힘이 들어가고 달라붙은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안으로 들어왔다. 누나의 얼굴과 내 얼굴은 침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아..멈출 수 없어..안 돼..아아..사랑해..사랑해..아아”

“으응..응..”

세 번째 미친소들이 정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참으면서 움직임을 크게 했다. 누나의 몸에서 거의 빠져나왔다가 힘껏 들어간다. 누나의 몸이 그때마다 울렸다. 화장실 내의 간이벽 전체가 밀리는 느낌이었다. 

“아앙..나..죽을 거야..너..나..죽일..셈이야..아앙...”

“응..죽일 거야..”

“그래..죽여줘..아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것처럼 누나의 그곳은 파도를 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누나의 몸을 온전히 들고 있는 팔이 저렸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누나 역시 마지막에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떨고만 있었다. 여운이 오래갔다. 

“흠...비행기 시간 다 됐는데..언니는 어디 간 걸까?”

밖에서 동연누나 동생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에게 하는 말이다. 혼자 말치고는 너무 크다. 그러나 누나는 듣지 못했다. 고양이처럼 혀로 내 얼굴과 목, 가슴을 핥으면서 있었다. 

“누나..비행기..시간..”

“으응...어? 어..몇 시지?”

“9시 10분전..”

“아..가야돼..”

누나는 그곳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바로 옷을 입었다. 나 역시 그랬다. 화장실 문을 열자 많은 사람이 있다. 얼굴을 붉히며 우리를 보고 있었다. 누나는 어차피 한국을 떠난다는 생각에 창피해 하지도 않고 그들을 향해 웃어주며 나갔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나는 한국에서 살아야 했다. 

“빨리 뛰어.”

“응.”

누나 동생과 선주가 화장실 입구에 있다. 그들은 나에게 한번 인사를 하고 뛰어갔다. 나 역시 탑승구 입구까지 뛰었다. 들어가는 마지막 누나가 나에게 손을 흔든다. 그렇게 동연누나를 보냈다.

동연누나를 보내고 아버지를 만났다. 누나 말처럼 아버지는 아방궁을 넘기고 정리 작업 중이라는데 누나 말과는 다르게 태평했다. 

“괜찮으신 거예요?”

“뭐..이미 각오하고 있었으니까..네 덕분에 좀 늦춰졌지만..어차피 대선에서 지면 끝장인 상황이었어..”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에요? 아버지도 외국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음...그건 안 돼..그렇게 걱정할거 없어..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지..그때는 친구를 팔았는데..이번에는 골빈 놈들이 알아서 나대주고 있어서..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되..”

“네...그럼 아버지는 어떡하실 거예요?”

“음..일단은 마무리를 하고 나서 돌아가는 사정 봐가며 정해야겠지..”

“.........”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다. 권불10년이라고 했다.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 여한은 없어..그 어른은 욕심이 많은 것이 흠이었지..혼자 천년만년 해먹을 줄 알고 누가 크는 것을 싫어했거든...만약 적당한 후계자가 있었으면 이렇게 깨지지는 않을 텐데..그게 아쉽구나.”

“..............”

“토요일에 올 거지?”

“네..”

“그래..나머지는 그때 이야기 하자..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네..그 때 찾아뵙게요.”

토요일에 아버지 집에 갔을 때 아버지도 함께 계셨다. 그런 뜻을 저번에 읽었다. 우리는 서재로 들어갔고, 수영이 차를 내다 줬다. 

“이거 받아..”

“.....”

열어보니 반지다. 넓이가 1인치는 되게 두꺼웠다. 엄마에게 반지를 해 준일이 있어 아버지가 나에게 반지를 해 주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반지의 표면은 문양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자와 날짜가 쓰여 있다.

“祖父 1923. 06. 02. 

祖母 1927. 11. 23. 

父 1955. 03. 21.

妹 1982. 08. 16. 

妹 1989. 04. 13. 

子 1992. 06. 18. 

妹 2000. 05. 26. 

妹 2007. 02.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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