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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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데이트 도중 재석의 전화를 받았다. 그 후부터 마음은 재석이를 향해 달려갔고, 몸만 남자친구 옆에 머문다.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슬기에게 했던 말을 자신에게 그대로 해본다. 

‘16살 어린애를 상대로 뭐하는 짓이야..정신 차려..’

남자가 주는 쾌락은 원하면서 남자 자체는 아주 싫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첫 번째 남자는 내가 흘린 붉은 피에 감동해 했었다. 그러나 그건 나에 대한 애정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나는 숫자에 불과했다. 자신이 먹은 첫 번째 처녀. 몇 번째 여자. 몇 번을 먹은 여자. 그런 의미였다. 

다음에 사귄 남자는 피가 나오지 않자 경멸했다. 걸레 같은 년이라는 욕까지 먹었다. 사랑한다고 수십 번은 속삭였던 그 입으로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났다. 세 번째 남자는 두 번째 남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만을 확인시켜 주고 떠났다.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고 남자다. 남자의 이기주의와 독점욕에 환멸을 느꼈다. 남자는 여자를 두 종류, 먹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로만 보는 듯 했다. 자신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은 로맨스이고 여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남자에게 인생을 거느니 나의 꿈을 쫒기로 했다. 준비가 되는 데로 유학을 가려는 계획도 있다. 

‘왜 전화했을까? 내가 보고 싶어서?’

또다. 가까스로 다른 생각을 했는데 너무 쉽게 다시 재석이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남자친구가 어디 아프냐고 묻는 말에 간단히 생리라고 했다. 남자친구라고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단순히 친구일 뿐이다. 그나마 좀 솔직한 것이 장점인 친구였다. 실망하는 남자친구에게 실망하고 집으로 향했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전화를 건다. 결국은 만났다. 

“아침 먹고 가..”

“괜찮은데...”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음식을 하는 손이 즐겁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한 몸은 피곤하면서 나른했다. 아침에 받은 정액이 슬금슬금 새어나오는 것이 계속 짜릿했다. 밥 한 공기를 더 먹는 모습도 흐뭇하다. 

“어제 재석이랑 같이 있었니?”

“...응...”

“그랬구나...너 행복해 보인다..”

재석이를 보내고 슬기의 표정이 어둡다. 슬기 성격을 생각하면 비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찔렸다. 슬기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잠도 못 잔데다 아침을 먹고 따듯한 곳에 앉아 있으니 저절로 눈이 감겼다. 복잡한 마음에 여러 가지 꿈을 꾸었다. 재석이와 결혼해 신혼을 보내는 장면도 있었고, 신혼의 행복 뒤에 아줌마로 늙어가는 자신도 보고, 첫사랑의 이별도 재연됐다. 

‘이대로는 안 돼..’

남자를 믿지도 않고 혐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있었다. 그런 상대를 만나면 한번만 더 속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까지 걸레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기도 했다. 

재석이가 편하게 다가오고 끌리는 이유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해준다는 것이다. 처녀가 아닌 것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았고, 자신이 동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생각해 준다. 동정이 아닌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수치스러워 하지도 않는 것이 좋았다. 

가장 특별한 것은 관계를 갖기 전이나 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여자가 되었다고 오만을 떨지도 않았다. 작은 변화라면 좀 더 다정해진 정도였고 그게 좋았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스타일의 남자였다. 매력이 있었다. 

‘그래도..싫어..’

걸레소리 들어본 여자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테지만 남자에게 의지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후에 이종사촌언니를 찾아갔다. 어려서부터 똑똑해서 집안의 자랑이었고 내 인생의 모델 같은 언니였다. 그 언니처럼 되고 싶어 많은 노력을 했었다. 

“어서와..오랜만이네..”

“응. 잘 있었어? 형부는?”

“모임 있다고 나갔어..”

직장생활과 결혼생활 모두 빈틈없이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 언니답다. 아직 애기가 없는 것이 어른들의 걱정거리지만 젊은데 뭐가 걱정이랴 싶다. 

“갑자기 어쩐 일이야?”

“으응..그냥..”

“호호. 얼굴에 고민 있다고 쓰여 있는데?”

“...그게...”

재석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지금 내 심정도 이야기 했다. 언니를 찾아 온 것은 조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다만 소식도 없다가 아쉬울 때만 찾아오는 것 같아 민망했을 뿐이었다. 

“음...그럼..넌 그 애와 어떤 관계로 있고 싶은 건데?”

“그게..그게 나도 잘...하지만 그 애에게 내 인생을 걸고 싶지는 않아. 아니 그 누구에게도 그러고 싶지 않아..내 꿈을 이루며 살고 싶어..유학도 가고 싶고..언니도 알지? 나 영화 제작이 꿈이야..그거 꼭 이루고 싶어..”

“그런데 그 애와 같이 있으면 꿈을 포기하고 싶어져?”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럼 넌 걔와 섹스만 하고 싶은 거야?”

“...응...내 마음에 딱 선을 긋고 더 이상 그 애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음...그건 그 애가 너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싫다는 뜻이겠네?”

“응..”

“이야기는 해 봤어?”

“나 그 애 말고 남자친구 따로 있잖아..그 애도 알고..그 애 보다 내 마음이 문제야..”

“그 애가 좋아진 이유가 지금 남자친구보다 섹스를 잘하기 때문이야?”

“그런 것도 있지만..아니. 그것 때문인 거 같아..”

“너도 네 마음을 잘 모르는 거구나..”

“............”

“어렵네.. 헤어지게 되도 좋아?”

“...만약..헤어지게 된다면 그걸로 인연이 없는 거겠지..”

“그래..그럼 스와핑을 해봐..”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안다니까..”

“아니.. 그거와는 또 틀려..스와핑을 해서 무너지는 커플 많이 봤어..그리고 잘 되면 사랑보다는 쾌락에 치중하게 되지...네가 원하는 것이 그거라면...스와핑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

“..........”

“하지만 이건 알아둬..스와핑은 양날의 칼과 같아..상대도 베지만 자신도 베어버려..”

“상대는 어떻게 구해?”

“음..형부 어때?”

“형부?”

“응..사실 우리도 작년부터 하고 있어..형부도 전부터 너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거 같은데..”

“........생각해볼게..”

언니를 다시 봤다. 전에 호기심에 물었을 때 언니는 형부에게 만족하고 있다고 했었다. 쓸 때 없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언니니 그건 사실일 것이다. 그럼 언니에게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내 상대가 될 형부에 대해 생각했다. 특별히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다. 나는 원래 프리섹스주의였다. 

고민은 길게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3일 과외수업을 하면서 재석이를 보고 두근거리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토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재석이가 토요일 밖에 시간이 없고, 그날은 외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재석이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에 만나 같이 언니네 집으로 갔다. 

“어서들 오세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재석이에게는 스와핑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 나대신 언니와 형부가 차근히 설명을 한다. 나 역시 잘 몰랐기에 같이 들었다. 

“여기 우리 집사람이랑 학생이, 나와 처..상미가 파트너가 되는 거예요. 오늘만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서 지내는 거죠.”

“..........”

“학생은 안방을 쓰세요. 나와 상미는 건넌방을 쓸 테니까..”

“.....네...”

“오늘이 첫날이니까...우선 10시까지 새로운 파트너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모이는 걸로 하자..그 후에 새로운 파트너와 더 있을지, 원래 파트너와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고 그 때 결정된 파트너와 내일 아침까지 있는 걸로 하자..알았지?”

“네..”

재석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재석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알고 싶지 않다.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고, 싫어한다면 그것도 보기 괴롭다. 아무 말 없이 건넌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형부가 이어서 들어온다. 

“처제..오늘..예뻐..”

“.....잠깐...있다가 해요.....”

“응? 그래..우선 좀 앉지..하하. 원래는 술이라도 마시면서 좀 대화를 나눈 다음에 하는데, 나도 집사람도 처제를 다 알고 있다 보니..생략한 것들이 많아..”

“..............”

형부 딴에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 마음이 받아 주지 못했다. 언니와 들어가 있는 그 애가 신경 쓰였다. 가슴 한쪽이 아렸다. 처음 이별을 했던 순간처럼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아니라 뾰족한 못으로 긁는 것처럼 느껴졌다. 

“...........”

방음이 잘 되어 있는 듯 건넌방에서는 기척도 없다. 괜히 귀만 쫑긋 세우고 그들의 소리를 들어 보려고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형부가 다시 집적된다. 짜증이 솟았다. 그러나 오늘 언니와 형부에게 신세를 지는 입장이라 내버려 두었다. 

“처제..키스 할게..”

어차피 할 일이었다. 침대 위로 눕혀졌다. 옷이 하나 둘 벗겨졌다. 형부가 가슴을 만진다. 그리고 애무가 시작됐다. 

“아..아름다워..”

“................”

언니 말처럼 형부는 여자의 몸을 잘 알고 있다. 여기 저기 건드리는 곳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다. 그러나 형부는 여자의 마음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느끼고 싶은데 못 느낄 때도 있고, 느끼기 싫은데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느끼고 싶어져야 느끼게 된다. 보통 때라면 형부의 애무가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형부에게 보답을 했을 것이다. 

“쭙..쭙...”

“............”

만약 내가 형부 입장이었다면 더 기다렸다. 내 마음의 불안이 포기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정한 위로를 해 주고, 안심시켜준 후에 시작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보통 때보다 더 타올랐을지 모른다. 나는 오늘 스와핑이 하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는 마음을 끊으려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 

“넣을게..”

“............”

이번 주는 남자친구를 매일 받아들였었다. 그 애는 형부보다 기교가 없다. 성기의 크기도 형부가 큰 느낌이다. 언니 말처럼 자신을 가질만했다. 어쩌면 이렇게 안기지 않았다면 좋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교도 없고 크기도 작은 남자친구보다 별로였다.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헉..헉...처제..너무..좋다..꽉 조여..”

“............”

평소처럼 물도 나오고 스스로 조이기도 한다. 기능에 이상은 없었다. 형부의 그것이 꽉 찬 느낌도 제대로 감지됐다. 그러나 형부는 지금 내 마음이, 귀가 방 너머에 있다는 것을 알까? 한참을 용두질을 하면서 이리 저리 자세를 바꾸는 형부가 귀찮아 질 쯤 거친 숨을 토하며 막바지에 이르렀다.

“안에..싸도 돼지?”

“네..좋을 대로 하세요..”

“헉..싼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저녁에 뭐를 먹었는지 몰라도 폐 깊은 곳에서 나오는 숨결이 역겨웠고, 그런 형부를 받아주고 있는 나도 불결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스스로 걸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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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나를 따르는 동생이었는데, 방으로 들어가는 표정이 너무 비장해서 내가 잘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조언만 해 줄 수 있을 뿐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도 들어갈까요?”

“네..”

이제 16살이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침착했다. 혹시나 이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170센티 정도의 키에 날렵한 체격, 잘생긴 외모에 어딘지 샤프해 보이는 인상이다. 방으로 들어가 침대로 가지 않고 화장대 앞 의자에 앉는다. 의아했다. 

“왜요?”

“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괜찮죠?”

“아..그러네요..미안해요..원래 좀 대화를 했어야 하는데..”

“네...”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할 바에는 돈 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 나도 남편도 꽤 흥분했던가 보다. 남편이 흥분한 이유야 상미 때문인데, 자신은 왜 그랬나 모르겠다. 혹시 나도 이 애를 보고 자극을 받았던 걸까?

“스와핑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해요?”

“음..똑같은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할거에요..저도 잘은 몰라요..”

“스와핑을 하고 다들 좋아졌나요?”

“.......그건...사람 따라 달랐어요..전에 텔레비전을 보니 어떤 사건에 대해 70%의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과 30%의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1%의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는 프로그램을 봤었어요..”

“네..저도 본거 같아요..”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의 부인에게 더 이상 애정이 없는 사람들과 소수의 질투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1%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네요..”

“.........”

“전 스와핑이 질투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내 안의, 그리고 배우자의 질투를 깨워 잊었던 애정을 찾기도 하고 그 질투 자체를 즐기기도 하죠..”

“...그런..인위적인 자극이 오래 가나요? 금방 무감각해질 거 같은데요?”

이 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스와핑의 문제를 간단하게 지적했다. 자극은 반복될수록 둔해진다. 나도 시작은 이렇게 다른 방에서 했었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같은 방에서 배우자를 보면서 하게 되고, 또 익숙해지면 두 커플 혹은 세 커플을 같이 만나게 된다. 어쩌다가 남자나 여자만 만나 3s도 한다. 더 큰 자극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요..그 자극으로 애정을 회복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극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은 배우자에게 애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계속 스와핑으로 다른 상대를 찾아요. 그래서 다수의 70%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요..”

“배우자에게 애정을 잃었다면 왜 헤어지지 않고 계속 스와핑을 해요? 차라리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이 좋을 거 같은데..”

“그건 학생이 아직 젊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부부라는 것은요..사랑. 경제력. 아이의 결합체 같은 거예요..사랑을 잃었다고 해서 바로 무너지지 않죠..남편은 사랑하지 않지만 아이 때문에 사는 사람도 많고, 혼자 살아갈 능력이 안돼서 참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

아이는 혼자 생각에 빠져 들었다. 사색에 빠져 있는 모습이 제법 어른처럼 보였다. 아이에게 스와핑을 설명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왜 스와핑을 하는 걸까? 처음 시작은 서로에게 무감각, 무감동해지면서였다. 무감각한 생활보다 질투는 강렬했고 짜릿했다. 생활의 활력도 다시 돌아온 듯 했다. 그런 것들이 한번, 두 번 반복되면서 이제는 당연시 되어 질투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파트너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 가장 맛없는 여자가 부인이고, 가장 맛있는 여자가 남의 부인이라고 새로운 파트너는 놀라울 정도로 정열적이다. 남편 역시 다른 여자에게는 그런 열정을 보였다. 그런 쾌감에 익숙해져갔다. 아이의 질문에 일반적인 이야기로 답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아이도 없고, 경제력도 있다. 그럼 아직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상미누나는..왜 스와핑을 할까요?”

“네?”

“상미누나가 스와핑을 하려는 이유요..누나가 말해준 걸로는 상미누나의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요..”

“..........상미는...저도..잘...아마 1%의 특별한 사람에 속하겠죠..”

“............”

다시 생각에 잠겼다. 10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이제 거실에서 상미와 남편을 만나고 새로운 파트너를 결정하게 된다. 스와핑 초기에는 두 번째 파트너는 남편이었다. 그 때의 남편은 어느 때보다 정열적으로 자신을 탐했다. 질투심과 새로운 파트너보다 지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그런 남편이 좋았다. 언제부턴가 남편은 두 번째 파트너로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그런 남편에게 복수하듯 새로운 남자와 타올랐다. 그건 또 새로운 쾌락이었다. 오늘도 남편은 상미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못했다고 해도 결국은 이 애와 하게 될 것이다. 

“저..학생..시간 다 됐는데..나갈까요?”

“아..그러네요..죄송해요..제가..”

“괜찮아요..”

“저..누나..나가서요..혹시..상미누나가 묻거든..했었다고 해주세요..”

“왜요?”

“..그냥요..”

어색한 미소를 보인다. 샤프해 보였던 것은 착각이었다. 이 애, 꽤 부드러운 인상이다. 불현듯 상미가 왜 이 애에게 빠지는지 이해가 될 거 같다. 

“그럴게요..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고마워요..”

거실로 나가자 남편과 상미가 이미 나와 있다. 남편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것이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이었다.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것이 남자이고, 내가 봐도 매력적인 상미이고 보니 이해는 한다. 그러나 아내를 앞에 두고 너무 티를 내는 것이 꼴사나웠다. 오늘은 파트너와 관계를 갖지 않고 나왔기 때문에 그런 남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남편에 비해 이애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침착했고, 상미에 비해 빠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신을 두고 담담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상미를 배려했다. 갑자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저 남자가 내가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애의 말처럼 스와핑과 남편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은 어땠어? 좋았어?”

“네..아직 경험이 적어 금방 끝났지만..젊어서 바로 사랑해주던걸요..아주 좋았어요..”

“그랬군..하하. 뭐 나이가 나이니만치..그건 어쩔 수 없겠지..”

“..........”

“자..이제 어쩐다..나는 상미랑 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데..”

“네? 이제 끝난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 아직 밤은 많이 남았다고..”

“왜? 이 사람 별로였어?”

“그런 건.....아니지만...별로 생각이 없어요..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

나도 나지만 남편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열과 성을 다했을 터인데 그러고도 퇴자를 맞는 것은 처음이리라. 같은 여자로서 상미가 남편에게 별 기쁨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남편도 상처가 크겠지만, 나 역시 그렇다. 오늘 여러 가지로 비참해진다. 

“하하.....그럼...원래..파트너와..지내는 걸로...하지...”

“죄송해요..”

“...뭐...그럴 수도..있지..”

“저..샤워 좀 할게요..”

상미는 샤워실로 들어가고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묻혔다. 어쩌면 앞으로 스와핑은 끝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미가 촉촉하게 젖은 모습으로 나오자 눈치 없는 남편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침을 흘린다. 정말 최악의 센스였다. 

“저도..씻어도 될까요?”

“그래요..편하게..”

“아니! 넌 그냥 있어.”

“네?”

“언니 방 써도 되지?”

“응? 아직..정리 안 해서..”

“괜찮아. 들어가자..”

“.......샤워부터..”

“알았으니까..일단 들어와..”

두 사람이 안방으로 들어가자 남편이 나를 이끌고 건넌방으로 가려 한다. 정말 미친다. 상미와의 흔적이 남아 있을 텐데, 그곳으로 이끄는 남편의 무심함에 몸이 차갑게 식었다. 잡아끄는 손을 뿌리치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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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재석이가 금방 끝났다고 했다. 둘 중에 하나다. 언니가 그만큼 좋았던가 거짓말을 했던가다. 둘 중 어떤 것이던 확인을 하고 싶었다. 끓어오르는 가슴 때문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재석이가 침대로 날아갔다. 너무 노골적으로 던져 민망한 기분도 들었지만 우선 문부터 잠근다. 

“누나..왜 그래요..”

“...............”

침대가 너무 깨끗했다. 재석이 스타일이 아니다. 아니 사람이 누웠던 흔적이 없다. 재석이를 위에서 강제로 누르고 바지를 벗겼다. 뽀송뽀송했다. 재석이가 저항을 했지만 내 의지에 비해 약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너...왜...”

“.....그냥...이야기하다 보니까..”

“.............”

“............”

“난..했다..”

“............”

이상한 기분. 오랜만에 느껴보는 죄의식 같은 것. 재석이가 나를 싫어하고 경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재석이가 다른 여자와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섞였다. 침대 가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나는 뭘 원했던 건지 잊어먹었다. 

“스와핑이요..그 누나는..스와핑을 하게 되면..새로운 자극을 받게 된다고 했어요..”

“...............”

‘그걸 원했던 건 아냐..’

침대에 있던 재석이가 바지를 추스르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말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자극을 받다 보면...무감각해진다고 했어요..”

“...............”

“상미누나는...제가..부담스러웠어요?”

“.................”

‘그래..나는 네가 부담스러웠던 거야...’

“말로 이야기 해 줬으면...좋았을 텐데...”

“..............”

‘말 할 수 없었어..너를 사랑하게 될까봐 무섭다고는...’

“미안해요..제가..전화하고..그래서..앞으로 조심할게요..누나..”

‘그게..아닌데..’

그걸로 됐다. 언니 말이 맞았다. 쾌락만을 위한 관계가 되던가 헤어지게 될 거라고 했던 그대로다. 차라리 잘 됐다. 재석이와 섹스파트너가 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가슴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로 된 거다. 

“그래..”

마지막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재석이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가끔씩 그건 아니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매달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헤어지는 방법만 생각한다면 참 많은데 그 중에서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결말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섹스파트너로 계속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제석이가 깨어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졌다. 나쁜 꿈을 꾸는 듯 살짝 찡그린 얼굴이었다. 그 꿈에는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나온다면 이런 모습은 아니기를 바랐다. 

‘.............’

아침을 먹는 자리는 냉랭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언니도 그랬다. 언니 집을 나서서 재석이와 바로 헤어졌다. 돌아서기 전 마지막 미소는 미소가 아니라 비수였다. 3년 전, 나는 한 남자에게 차여서 가슴이 얼었고, 오늘 한 남자를 차면서 얼었던 가슴이 부서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과외도 그만하려고 했다. 과외를 갈 때마다 이번 주까지, 이번 달까지, 이번 방학까지만 하겠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수없이 연습했지만 못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재석이가 사랑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유학을 가려면 아직 2년이나 있어야 했다. 특별한 기회가 없는 한 졸업하고 갈 생각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면 사랑을 시작했다고 해도 10번은 끝이 날수도 있는 시간이다. 사람의 일이란 바로 내일을 모르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재석이 전화를 받고 기뻤던 마음? 하얀 눈을 받으며 업혔을 때 그 따듯함? 오빠라고 부르며 밤새 안겼던 거? 아침을 해주고 싶었고, 그가 먹는 모습에 행복을 느꼈던 거? 꿈? 어쩌면 그런 모든 것들이 나를 불안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가장 큰 이유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첫사랑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사랑보다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남자의 부속품 같은 아내란 이름이 아니라 이상미, 내 이름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달려갈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과정은 최악이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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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명절에 아버지를 대신해 누나들과 인천에 있는 암자에 갔다. 새로 산 현주누나의 차로 갔는데 겨울인데도 땀까지 흘리면서 운전하는 누나가 재밌었다. 할아버지 영전 앞에 청자로 만들어진 향로에 백단 두어 개를 꽂고 인사를 했다. 

“그만 가자..”

“응...누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나?”

“조금...”

“어땠어?”

“음....일 년에 한번 정도? 서울에 오시던가 아빠랑 같이 부산에 내려갔던 거 같은데..난 할아버지를 무서워했어..”

“왜?”

“초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밥을 먹는데 할아버지가 굉장히 귀한 거라면서 해삼 내장을 주셨어..그게 모양도 징그럽고 맛도 너무 비려서 전부 토해버렸는데..할아버지가 그걸 보고 귀한 음식을 버렸다고 막 혼내셨거든...그 후로 할아버지가 무서웠던 거 같아..”

“.......”

감정은 기억에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에 슬픔도 기쁨도 없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할아버지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분이 누군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어서 타..”

“응..”

“....운전하는데...쳐다보지 마..”

“왜?”

“신경 쓰여서..운전을 못하겠어..”

“그럼 나랑 자리 바꿔..내가 언니 옆자리에 앉을래..”

“싫어..안보면 되잖아..”

보조석에 앉고 싶어 하는 작은 누나를 엉덩이로 밀어내자 똥 침을 놓고는 뒷자리로 가버렸다. 나도 누나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뒷자리에 탔다. 현주누나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그대로 출발했다. 

“야! 앞자리 앉지 않을 거면서..못됐어. 흥~”

“나도 누나에게 똥 침 놓을 거야...히히..”

“너~ 그랬단 봐..성희롱으로 고소할거야..”

“흐응~ 누난 괜찮고 난 성희롱이야?”

“.............”

운전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현주누나는 우리를 볼 정신이 없었다. 연주누나와 나는 서로를 찔렀고, 손으로 막았다. 그러는 사이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다. 실수였지만 연주누나 가슴을 찌른 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히히........”

“너...”

찌르기는 간지럼과 섞였고 연주누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누나는 점점 수비로 전환되면서 밑으로 내려갔고, 나는 반대로 공격적이 되면서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겹쳐지게 되었다. 

“항복..하지 마..항복...”

“히히..”

운전을 하는 현주누나와는 달리 짧은 치마를 입은 연주누나의 다리가 전부 드러났다. 19살이라는 나이는 막 출고된 누나 차처럼 반짝이면서 흠 하나 없었다.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았다. 충분히 여자의 냄새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웃고는 있었지만 가슴속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난리를 치는 것처럼 뒤흔들렸다. 누나가 항복을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흡!”

“.......내가....하지 말라고 했지....”

누나 냄새에 취해 벌떡 일어난 똘똘이가 꽉 잡혀 버렸다. 누나는 똘똘이를 잡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만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침묵에 잠겼다. 나도 누나도 어떤 말로도 그 상황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

누나는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위축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어디를 잡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만져본다. 탐색하고 있었다. 나는 누나의 손동작에 급격히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살짝 벌어져 꽃망울을 터트릴 것 같은 입술을 훔치고 싶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조용해졌어..불안하게..무슨 일이야?”

“..........”

“아무것도 아냐..재석이...잠들었어..”

“그래?”

연주누나의 말은 그녀가 지금 제정신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그녀의 몸 위를 다닐 수 있는 통행허가서였다. 한 손으로는 누나의 옆구리에 붙어 내 몸무게를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 수줍어하는 볼을 만졌다. 신형 자동차에서 나오는 히터보다 더 뜨거웠다. 

‘왜?’

입술 모양으로는 그런 의미였다. 그 입술을 막은 것은 내 입술이었다. 그 순간 누나의 몸이 굳어버렸다. 동시에 똘똘이를 꽉 움켜잡았다. 누나 심장이 터지려고 했다. 순진한 심장소리가 흐뭇했다. 

‘....아......’

순진한 심장에 순진한 입술, 순진한 혀를 갖고 있는 누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한 시간 동안에 그녀의 혀와 입술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게 되었다. 

‘좀 지나쳤나...’

차에서 내릴 때 보니 누나는 여자가 되어 버렸다. 현주누나의 의심에 찬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연주누나를 보면서 좀 전의 흥분은 거짓말처럼 없어지고 위기감이 들었다. 늦었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엄마를 안는 것은 정에 굶주렸기 때문이고, 동연누나를 안는 것은 그것이 아버지가 내린 면죄부라고 생각했다. 아방궁에서 아버지와 모르는 여자들을 희롱했을 때는 아버지와의 정을 이유로 내놓았고, 수영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자신을 속여 왔다. 상미누나와 섹스를 한 것은 어떤 이유도 가져올 수 없다. 

이유도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것들이 전부 핑계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게 해 준다. 진실은 내 안에 탐욕과 수치를 모르는 마음에 있었다. 그래서 연주누나의 입술을 탐했던 것이다. 

그런 나에 비해 상미누나는 솔직했다. 당당하게 나를 원했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숨기지 않았다. 스와핑을 할 때도 떳떳하게 했다. 나는 왜 솔직하지 못할까? 솔직하게 행동하면 사랑받지 못할까봐 그랬던 것이다. 착한남자 콤플렉스였다. 

구정을 대구에서 보내고 올라온 이후 몸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잘 때면 식은땀도 나오는 것이 손발이 차졌다. 요즘 들어 화장도 잘 먹히지 않는다. 재석이와 그 일을 할 때도 예전보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도 작아지고 있다. 부끄러운 물도 전처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생리를 하지 않는다. 35년을 귀찮고 불편하게 여겼던 것인데, 막상 안 하게 되자 자궁이라도 없어진 것처럼 허전했다. 아직은 여자이고 싶었는데, 재석이가 떠나갈 때까지는 받아주고 싶었는데 모두 욕심이었다. 

“엄마~ 뭐해?”

“으응..그냥..화장해..”

“음...엄마는 화장 안 해도 예쁜데..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만날 해?”

“얘는~”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다. 세월을 피해갈수는 없어서 볼도 처진 감이 있고, 목 부위에도 주름이 많아졌다. 그런 자신인데 재석이는 여전히 신주단지처럼 쓰다듬는다. 지금도 등에서부터 오는 따듯함이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처럼 포근했다. 

“음...”

“쭙...”

“하지 마...엄마 별로 하기 싫어..”

“왜?”

생리가 없다고 욕망도 없는 것은 아니다. 줄어 는 들었지만 있었다. 그러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내가 못 느끼게 되는 만큼 재석에게 주는 즐거움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재석이가 오해를 하기 전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야 할 거 같다. 

“엄마..이제 생리를 안 해..”

“임신?”

“아니...끝났어..”

“그럼..이제 그거 못해?”

못한다고 하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복잡하게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음...할 수는 있는데..전에처럼 좋지는 않다는 거구나?”

“응..너도 그럴 거고..”

“같이 생각해 보자..엄마랑 나랑 서로 위해주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자가 기능을 잃어가는 것을 맞춰 남자 역시 그랬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남자의 기능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애정도 없고 욕심도 없어 밖으로 도는 남자에게 무관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기능을 잃어도 남자가 무관심해지는 것은 못 견딘다. 작년까지도 그 때문에 빈번하게 위가 뒤집어지는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같이 생각해 보자는 재석의 말이 고마웠다. 

“엄마~”

“응?”

“이리 와봐~”

“왜?”

재석이는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있었다. 검색어가 웃겼다. ‘여자가 잘 못 느끼게 됐어요.’다. 찾은 내용도 재밌다. 여자가 못 느끼게 되는 것은 점점 익숙해져서 흥분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니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란다. 같이 야한 비디오를 본다거나 차 또는 야외에서 하는 플레이도 괜찮고, 가벼운 SM도 때로는 효과가 있단다. 

“어떻게 생각해? 이거..”

“음...글새..”

“우선 비디오부터 같이 볼까?”

“호호. 마음대로 해..”

“엄마 아는 거 있어?”

“음...옛날에 XXX란 영화가 유명했었는데..요즘은 잘 모르겠네..”

“알았어..내가 찾아볼게..”

내 문제는 구조, 기능적인 문제로 인터넷에 나와 있는 것과는 다르다. 저것들은 심리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재석이와 뭔가를 한다는 것은 성과를 떠나서 즐거웠다. 눈부시게 발달한 세상은 집에 앉아서 영화를 찾아 컴퓨터로 받아서 바로 본다. 

“여기 앉아..”

“응..”

문도 닫고 커튼까지 치고는 나를 자기 무릎에 앉혔다. 무거울 텐데 하는 생각보다 먼저 올라갔다. 의자가 삐거덕 거렸다. 영화는 생각보다 노출이 심하지 않았지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여자의 눈을 가리고 한다든가 여자가 남자를 위해 스트립쇼를 하는 장면,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골목 안에서의 정사씬이 그랬다. 

‘해보자는 거 아냐?’

“엄마. 해볼까?”

“응? 음....”

눈을 가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재석이 앞에서 스트립쇼를 한다는 것이나 골목에서 하는 것은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재석이 손이 가슴으로 들어와 꼭지를 희롱했다. 

“어떤 거 하려고?”

“음..눈부터 가리는 거..”

“하고 싶어?”

“히히. 응..좀 흥분했어..”

“가릴만한 것이 있나 모르겠네..”

농을 열고 이것저것 찾아본다. 재석이가 찾아낸 것은 검은 치마의 허리띠였다. 너무 두껍다고 타박을 주자 다음으로 꺼낸 것이 실크 스카프다. 이정도면 괜찮을 거 같아 눈을 가려보니 희미한 실루엣으로 보였다. 

“이걸로 하자..”

“그래..”

다시 재석이 방 침대로 가서 눈을 가리고 누웠다. 밝은 안방과는 달리 커튼이 쳐져있는 재석이방에서는 아무것도 안보였다. 침대에 누워 재석이를 기다리는데 어디 갔는지 손을 안 덴다. 

“뭐해?”

“.......”

“재석아? 어디 갔어?”

“.........”

말이 없다. 옆에 없는지도 모른다.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눈을 풀러 확인하고 싶다. 기다림에 초초해졌다. 인내의 한계까지 다다라 부르려 했을 때 재석이가 옆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 갔었어..엄마 무서웠잖아..”

“그랬어? 히히.”

“뭐야~ 엄마 무서웠다니까..웃기나 하고..”

“이제부터 가만히 있어야 해..움직이면 안 돼..”

“응..”

단추가 풀리고 블라우스가 열렸다. 그 상태에서 치마를 내린다. 허리를 들어 협조했다. 부드러운 손끝이 몸을 살살 만지며 움직였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선명한 감각이다. 

“음..”

차다. 본건 다 해볼 요량인지 어름을 가져왔다. 아까는 어름을 가지러 가서 대답을 하지 못했던가 보다.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입술위로 떨어졌다. 갈증을 느끼고 혀로 핥았다. 가슴과 가슴사이에 한 방울 떨어졌다. 그 물이 목으로 흘러내리며 차갑고 간지러운 기분을 준다. 배꼽 위에도 한 방울, 흘러서 배꼽 안으로 숨었다. 

“음...”

브라자가 풀렸다. 오늘은 앞에 호크가 달린 것을 입어 재석이 손에 쉽게도 풀렸다. 어름조각 하나가 유두를 간질였다. 피부가 오그라들면서 딱딱해지는 것을 알았다. 다른 쪽 가슴은 그대로였다. 

“음...”

“엄마..야하네..”

기분 좋았다. 생리는 끝이 났지만 아직은 야한 여자다. 자궁을 상실한 허무감이 다른 무언가가 채웠다. 좀 더 야해지고 싶었다. 재석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미친소들을 붙잡지 못해 내 가슴이나 얼굴에 가득 싸주기를 바랐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음...”

재석이가 어름을 입에 대준다. 어름이 녹은 물이 안으로 흘러들었다. 술이다. 물에서 술의 맛이 났다. 집에 있는 술이라면 스카치일 것이다. 입술로 어름을 빨아서 녹였다. 

“쭙...”

재석이의 혀가 유두를 핥다가 입에 머금는다. 혀도 차가웠고, 입안도 그랬다. 딱딱하고 차가운 뭔가가 입 안에서 굴러다닌다. 어름을 물고 있던 듯하다. 시리도록 차가운 어름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음...”

팬티 라인을 따라 재석이 입술이 움직였다. 예의 어름을 입술에 물고 있다. 그런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차가운 물이 남아 팬티로 흡수되었다. 보이지 않는 대신 귀가 예민해졌다. 재석이의 거친 숨결이 들렸다. 나의 남자가 나를 보고 흥분하고 있었다. 

“아...”

부끄러운 물이 밖으로 흘렀다. 최근 들어 드문 일이었다. 기능이 저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흥분으로 인해 과부하라도 걸린 것인지 내 안의 생물이 헐떡거렸다. 생리가 있었을 때는 재석이에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웠다. 나이 값도 못한다고 여길까봐 그랬다. 생리가 없어지고 나자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아직도 여자라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어서..이제..”

“안 돼..이제 시작인데..엄마는 너무 성격이 급해졌어..”

“으응...너야..말로..애늙은이 변태 같아..”

“음..변태라고? 히히. 그런 소리까지 들었는데..엄마..각오는 하고 하는 말이겠지?”

“음...”

재석이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두 손을 잡고 인도한다. 앞이 안 보이는 대신 여기는 집이었고 나는 걸음의 수와 방향으로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부엌이다.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를 그 위에 앉힌다. 가슴에 있던 브라자가 떨어져 내렸다. 이제 블라우스와 팬티만을 입고 부엌에 앉아 있는 것이다. 

“뭐하려고..”

“히히. 변태짓..”

“아이..엄마가 잘못했어..미안해..한번 용서해줘..”

“흐응~ 엄마 하는거 봐서..”

부엌은 나만의 공간이었지만 몇 달 전부터 우리의 공간이 되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재석이도 잘 알고 있었다. 뭔가를 자꾸 꺼내서 싱크데 옆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뭔가를 자르고 갈고 했다. 

“뭐 찾아? 엄마가 찾아줄게..”

“기다려..다 됐어..히히. 엄마도 좋아 할 거야..”

“뭔데..”

“입 벌려..”

“아..”

혀끝에 닿는 것이 있다. 혀만으로 그것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의 끝을 재석이가 잡고 있다. 입술을 오므려 형태를 확인한다. 조금 물었다. 과일이다. 깨알 같은 씨가 있고 맛이 상큼하다. 딸기였다. 

“또 다른 거..”

들어오자 알았다. 오렌지다. 껍질을 전부 제거하고 알맹이만 들어왔다. 오렌지 특유의 달콤새콤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다음에 들어온 것은 좀 크다. 그리고 딱딱했다. 끝이 뾰족하다. 그것만 아니면 똘똘이로 착각할 뻔했다. 채소 종류 같다. 집에 있는 물품을 생각하며 맞춰간다. 호박이다. 

“이번에는 엄마라고 해도 좀 놀랄걸?”

“호호. 엄마 자신 있어..”

작다. 겉이 딱딱했다. 이번에도 호박일까? 조금 물자 이빨이 들어갔다. 이로 잘라냈다. 멕시코산 고추였다. 안에서 매운 열기가 확 퍼졌다. 눈물이 찔끔 나온다. 

“너..하...물...”

“히히..”

입에 대주는 컵을 받아 마셨다. 가슴이 화끈거렸다. 차가운 어름이 들어있는 술이다. 매운 고추와 술로 미각세포가 괴멸 당했다. 

“아..”

“아..”

둥글다. 부드러웠다. 똘똘이 머리 같았다. 그래서 물지 못했다. 입 안에서 구른다. 재석이 신체의 일부는 아니었다. 이가 닿는 부분이 파였다. 삶은 계란이다. 계란이 입 안의 매운 기운을 상당부분 걷어갔다. 

“이번에는 뭘까요~”

“음...”

냄새. 똘똘이와 미친소 냄새로 바로 알았다. 그러나 모르는 척 했다. 혀와 입술로 듬뿍 사랑해 주면서 끝까지 시치미를 때고 빨아먹었다. 머리 위로 올려진 재석이 손에 눌려 점차적으로 밑으로 내려가 주머니까지 핥았다. 가려진 눈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다. 

“음...따가워..”

“쭙...쭙...”

혀에 남아 있는 고추의 매운맛이 똘똘이를 아프게 하는 듯 했다. 최선을 다해 다시 걷어왔지만 효과가 있었는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다만 재석이가 더 이상 아프다고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제는 혀를 내밀고 있어..”

“응..”

걸쭉한 액체가 혀 위로 떨어졌다. 꿀이었다. 혀로 받아내기는 너무 많았다. 밑으로 흘렀다. 가슴과 다리에 차가운 꿀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입술 주변도 엉망으로 번졌다. 

“이번에는 뭘까?”

재석이 입술이다. 밖으로 나온 혀를 핥았다. 나 역시 그 혀를 핥았다. 끈적이는 꿀이 몸 위에서 미끈거렸다. 재석이 얼굴을 잡아 그 형태로 확인하며 옷들을 벗겨냈다. 재석이가 나를 들어 식탁 위로 올렸다. 얼굴로 꿀을 문지르며 가슴과 배, 그리고 아랫입으로 내려가며 핥아먹는다. 

“아...”

재석이가 먹는 것이 꿀인지 나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내 몸에 닿은 재석이 몸에서 달콤한 맛이 났다. 비싸게 주고 산 실크스카프가 엉망이 되어가고 내 얼굴에도 꿀로 범벅이 돼서 끈적거리는데 야릇한 쾌감은 거침없이 달렸다. 

“쭙..쭙...”

자꾸만 재석이가 아랫입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움푹 들어간 골자기에 꿀단지를 묻어두고 혼자서 먹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다. 허벅지를 조여 재석이를 안에 가두고 엉덩이를 흔들어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아아..”

“엄마..사랑해..사랑해..”

“앗..아..”

내 안의 여자는 사랑을 먹고 자랐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는 눈처럼 울렁거렸고, 굴러가는 눈덩이같이 커졌다. 정신이 아찔했다. 이런 감각 오랜만이다. 

“어서..어서..”

“음...넣을까? 똘똘이 갖고 싶어?”

“응! 갖고 싶어..어서..넣어줘..”

“엄마 나 사랑해? 얼마나 사랑해?”

“아아..사랑해..아주..많이..많이..아아..어서..”

“음...”

똘똘이가 들어오고 있다. 문을 활짝 열어 들어오기 쉽도록 만들어 주고 싶은데 내 안의 여자는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문을 조이며 빨아들인다. 똘똘이는 반항하며 아주 천천히 들어왔다. 승리를 이룬 개선장군이 시민의 환호에 하나하나 호응하는 느린 행보였다. 

“아아..”

“음...엄마..좋아..어디가 기능이 떨어졌다는 거야?”

“아아..몰라..어서..해..”

재석이가 움직이지 않는 만큼 내가 움직이게 된다. 여자가 살아나면서 부끄러움도 살아났다. 살살 돌리는 엉덩이가 안타깝고 얄밉다. 팍팍 힘차게 쑤셔줬으면 좋겠다. 차라리 내가 위로 올라가서 엉덩이를 흔들고 싶었다. 

“으으으...아아..”

그러나 재석이가 기회를 안준다. 할퀴려는 손을 잡아 식탁에 붙이고는 한 번에 깊이 찔러왔다. 꼬치에 꿰인 닭처럼 똘똘이를 넣은 상태로 몸이 들렸다. 나를 안아 들고 어디론가 간다. 그때 나는 방향감각을 상실해 있었다. 

“아아..어디가..”

“베란다.”

“윽..거긴..왜..”

“엄마가 얼마나 멋진 여자인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아아..안 돼..그건...하지 마..”

“히히. 엄마는 내 포로야..”

나를 내려놓고 돌려서는 뒤에서 들어왔다. 앞에 커다란 벽인지 창문인지 있었다. 우리 집이 7층이라 보일지도 모른다. 얼굴로 열기가 뜨겁게 올라왔다. 두 팔이 벽에 붙었다. 쫙 하고 붙는 것이 유리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보일 것이다.

“아아..싫어..싫어...하지 마..아아..”

그건 묘한 기분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싫었다. 수치스럽기도 했고 아들과의 관계로 매장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재석이와 함께였다. 매장을 당해도 함께 당할 것이고, 사람들 머리에 영원히 기억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다. 그건 기뻤다. 

유리와 나 사이에는 꿀이 있었다. 그래서 눌어붙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했다. 뒤에서 힘차게 들어오는 똘똘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안쪽의 여린 살들이 화끈거렸다. 아랫입에서 느끼기에 그건 매운 감각이었다. 내 입에서 똘똘이에게, 그리고 다시 내 안의 생물로 고추의 캅사이신이 옮겨온 것이다. 

“아아..아...나..”

“나도..엄마..나도..못 참겠어..”

“응...같이..아아..”

유리에 딱 붙어서 엉덩이만 뒤로 빼 재석이가 주는 미친소들을 아랫입으로 받는다. 텅 빈 자궁이 뜨거운 재석이 분신으로 채워졌다. 포탄처럼 날아와 산산이 부서지면서 차곡차곡 고였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유리를 따라 미끄러져 내리는데 재석이 받쳐주지 않고 같이 무너졌다. 엉덩이만 들린 상태로 거실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여전히 똘똘이는 안에서 떨고 있다. 

“이제..풀어도 될까?”

“응..”

쾌락의 여운이 모두 지나가고 현실로 다가온 걱정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본 사람이 있을까 불안했다. 스카프가 풀리고 드러난 현실에 허탈과 분노가 치밀었다. 베란다에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밖에서 보일 리가 없는데 재석이가 놀린 것이다. 

“너!”

“히히..”

“손 안 놔! 엄마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는데..”

“싫었어?”

“그럼! 엄마가 좋아할 줄 알았어?”

“응~”

거실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굴렀다. 보일러 열기로 알몸임에도 따듯했다. 마음이 안심이 되고 재석이가 워낙 뻔뻔하게 나오니 그만 용서할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또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좋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똘똘이가 아직 안에 들어 있다가 움직이는 사이 단단해졌다. 

아래에서는 점점 뜨거워지면서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재석이 표정이 묘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나 역시 기분이 이상했다. 상상 이상의 뜨거움 때문에 욱신거렸다. 

“엄마 화났어?”

“.음.......아니....”

재석이 허리가 움직였다. 키스를 하면서 화를 내는 기술이 나에게는 없었다. 이렇게 똘똘이가 깊이 삽입이 되어 있다는 자체가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재석이 등을 안았다. 

“아아..”

“다음에는 엄마 차례다~”

“아아..뭐가?”

“스트립쇼..보여줘야지..”

“음..싫어..못해...엄마..그런 거 못해..”

“그런 게 어딨어?”

“아아..깊어..너무..깊어..”

싫다는 말에 깊이도 찌른다. 연약한 안쪽 살들이 쭉쭉 갈라졌다. 다리로 허리를 감싸 재석이 엉덩이가 들릴 때마다 꼭 매달렸다. 결합된 상태로 똘똘이가 나가지 못했다. 

“헉..아아..”

떨쳐내지 못한 엉덩이가 반대로 거실 바닥을 내리쳤다. 화가 난 똘똘이가 앞을 막고 있는 벽을 쳤다. 아프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했다. 허리가 다시 들린다. 또 떨어져 내릴 것이 분명하지만 허리를 놓을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내 안쪽이 다 벗겨져 버릴 것 같았다.

“알았어..알았으니까..살살해..”

“히히. 진짜지? 오늘...보여줘..”

“음...정말..제멋대로라니까..”

“아아..같이해..같이..”

“응..”

막상 스트립쇼를 하려니까 너무 창피하고 쑥스러웠다. 재석이는 소파에 거만하게 앉으려고 하는 듯 했지만 귀엽게 보였다. 기왕 하기로 한 거 예쁘게 하고 싶고 가능하면 여주인공처럼 재석이를 흥분시키고 싶다. 미안했지만 현주의 옷장을 뒤졌다. 영화를 볼 때 생각난 의상이 있었다. 

‘어디 있을까...’

정말로 스트립쇼를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영화에 빠져서 상상은 했었다. 현주의 검은 팬티와 브라자를 입고 가터까지 착용했다. 당연히 검정 스타킹을 신었다. 망사는 아니고 줄무늬였다. 다리가 길어 보였다. 

‘그리고..’

하얀 치마에 그 위로 얇은 블라우스를 입었다. 검정 속옷이 비쳐졌다. 거울 앞에 서서 돌아보는데 너무 노골적 인거 같았다. 나이에 비해 드러나는 몸매가 이상하게 보였다. 재석이가 추하게 여길까봐 걱정도 된다. 

‘다른걸 입을까..’

현주의 옷이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늙었다는 것이고 속상한 일이었다. 괜히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후회가 생겼다. 밖에서 기대하고 있는 재석이가 부담스러워졌다. 망설이고 있는데 문이 조금 열리면서 재석이 머리가 절반 들어왔다. 

“우와~”

“어머! 너 기다려야지..들어오면 어떻게..”

“엄마...죽인다...너무 섹시해..”

“정말? 아직...괜찮아?”

“응. 현주누나가 보면 질투하겠다..”

“호호호..얘는~거짓말도..”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들어온 재석이가 갑자기 안았다. 더 능글맞은 것은 나 자신이다. 다가오는 것도 알았고 그 후의 행동도 예상하고 바라고 있었으면서 놀란 척 하며 앙탈을 부려 본다.

“어머! 뭐하는 거야..”

“히히. 뭐하긴...”

“아이~ 나가서...으음...”

재석이 몸에 밀려서 현주 침대로 쓰러졌다. 현주의 냄새가 가득 풍겨 나왔다. 치마가 올라가면서 재석이 손이 들어왔다. 그에 따라 저절로 다리가 벌어졌다. 

“음...여긴..아...현주가...으음..”

“아..”

단지 현주 침대를 사용할 뿐인데 이상하게 더욱 흥분이 된다. 현주가 보고 있는 착각도 들고 나중에 현주가 이 자리에서 잘 거란 생각도 들었다. 

“스트립..음...안볼 꺼야?”

“음...알았어..”

재석이는 현주 침대에 누워서 나를 보고 있었다. 반쯤 내려간 바지와 겉물을 흘리는 똘똘이를 보면서 나는 영화처럼 재석이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고, 옷가지를 하나씩 내렸다. 치마를 들어서 속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시 꼭꼭 감쳐서 애간장을 태워 보기도 했다. 처음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니까 영화배우라도 된 것 같았다.

“음...엄마..쌀 거 같아..”

“호호..아직 안 돼..”

스타킹을 신은 발로 똘똘이를 만졌다. 연주 의자에 앉아 두 발로 비비는데 갑자기 똘똘이가 터지면서 미친소들의 탈주가 시작되었다. 스타킹으로 튄 미친소들이 흘러내리고 힘이 달린 정액들이 침대로 떨어졌다. 

“음...미안...참을 수 없어서..”

“으응...괜찮아...”

영화를 따라하는 동안 나는 주인공이 돼서 영화 안으로 들어간다. 80년대 여배우가 아직도 젊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영화안의 세계는 나에게도 젊음을 주고 새로운 활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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