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검사를 만난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박명수의 의도를 파악했고, 덤으로 사진의 주인도 찾았다. 그럼 여검사는 왜 이 자리에 나온 걸까? 아니 사진을 보낸 이유는 뭘까? 눈앞의 여자의 ‘그곳’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알 수 없는 친근감과 그녀에 대해서 자신감을 주고 있었다.
단지 그곳을 사진으로 봤다는 것이 자신감을 준다는 것은 웃긴 일임에 분명한데,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못하는 그녀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그녀와 나눌 대화가 없어 공기마저 어색하게 만드는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 할 이야기 없다면 그만 일어날까요?”
“...네.....”
그녀에게 뭔가 수작을 부리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녀는 내심 갈등하고 있는 모양이다. 박명수를 미행했던 것으로 봐서 그에게 어느 정도 애정이나 미련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진을 보내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그녀에게도 다른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라 짐작되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갈등이 있다. 검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면서도 얼굴이나 몸매 역시 발군이다. 엄마나 누나가 도덕적 금기라면 그녀는 나에게는 높은 언덕 위의 꽃 같은 우위에 있는 여자로 인식되었다. 그녀의 앞에서 죄인으로 있었던 경험 때문이다. 나를 감옥에 넣기 위해 차가운 눈빛과 신랄한 비난을 퍼붓던 그녀의 입에 똘똘이를 박아 넣는 것은 육체적 쾌락과는 또 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그녀는 온몸이 허점투성이다. 여자들과 오랜 시간을 보낸 경험으로 봤을 때 그녀의 분위기는 ‘여자’였다. 그것만이라면 갈등을 할 것이 없다.
그러나 마음에 걸렸다. 수줍게 웃으며 넥타이를 매 주던 누나가, 상미. 보라 누나의 일을 알면서도 나에게 모든 것을 주려는 슬기누나가,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수영이 떠오른다. 이제와 양심에 걸려서 더 이상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양심도 많이 더러워졌고 무뎌졌다. 다만 여기서 더 늘어나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매력인 검사라는 직업도 여전히 무섭다. 허리에 손을 감는 즉시 땅바닥에 매다 꽃치고, 바로 수갑을 채울 수도 있었다.
“어디로 가세요?”
“집으로 가려고요..”
“태워다 드릴게요..”
“...괜찮은데...”
“차..지하에 있어요..”
“..........”
‘아버지..전 역시 아버지 자식인가 봐요..’
아버지는 문어발을 갖으셨고, 평소 음란한 생각이 많으셨다. 그런 아버지의 피를 절반이나 받은 나는 이미 머리로 그녀를 범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갈등과는 상관없이 뭔가를 기대하게 된다.
여검사의 차를 얻어 탔다. 검은 계열의 정장을 입고 있어 자동차도 그런 이미지로 짐작했는데 의외로 4륜구동 차였다. 다시 혼자만의 생각으로 어쩌면 그녀는 차가운 겉과는 달리 열정이 가득 들어 있으리라 여겼다.
“전 AA동에 살아요..”
“...알아요..”
유치원까지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생황 공간이 차차 넓어졌지만 여기는 나의 영역이 아니었다. 어쩌다 영역을 벗어날 때면 지하철을 애용해서 서울에서 17년을 살았어도 길은 잘 몰랐다.
“차가 많이 막히네요..”
“..네...”
지하철을 탔다면 집에 도착했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동네였다. 거기다 도로는 차로 가득차서 걷는 것보다 아주 조금 빠를지도 모를 정도로 기어갔다. 길을 모른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그냥 잠자코 있으면서 괜히 차를 얻어 탔다고 후회했다.
“어디서 저녁 먹고 갈까요? 차가 많이 줄어 있을 텐데..”
“그럴까요? 저녁은 제가 대접할게요. 신세 진 것도 있고..”
“....그럴 거면..저녁은 제가 살 테니까 술을 사세요. 싼 걸로 대강 때울 생각이 아니라면요..”
“..그래요..그럼..”
‘......’
우리 집이 어딘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 내가 몇 살인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든 나를 어른으로 대하고 있다. 점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도 한 시간을 더 가자 차들이 줄어들고 심지어 건물도 거의 없는 길에 접어들었다. 그대로 조금 더 들어가니 팔각정을 옆에 끼고 있는 기와집이 나왔다. 기와집 앞 공터에는 자동차 전시회처럼 다양한 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연못과 화단이 있고 높은 기와집이 ‘ㄷ’ 또는 ‘ㅁ’구조로 몇 개의 방을 품고 이어져 있었다. 개량한복을 입은 아가씨와 젊은 남자들이 상과 음식을 들고 총총히 그러나 분주하지 않게 움직였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아방궁과는 비슷한 느낌이면서 또 달랐다.
수랏상과 안동소주를 시켰고, 얼마 후 교자상에 음식이 가득 담겨서 들어왔다. 한복을 곱게 입은 여자들이 옆에서 시중을 들어주려 했으나 여검사가 모두 내보내며 조용히 있고 싶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압도되었다. 아버지랑 마셨을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아방궁은 ‘비싸겠다.’는 느낌에 눌렸다면 이곳은 한옥이 주는 기품과 기둥이며 대들보에서 풍기는 나무냄새. 엷은 창호지에 붙여진 나뭇잎. 그런 전체적인 분위기가 압력을 넣었다.
“...........”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먹었다. 어선이나 팔과탕 등 집에서 먹는 음식도 아니고 한껏 멋을 부린 상차림이라 젓가락 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한입 먹어보니 맛은 그저 그랬다. 같은 한식이라면 모양은 좀 볼품없어도 엄마의 맛이 최고다. 오랜 시간 길들여진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꾸며놔 봐야 여긴 식당이고, 식당 음식이라는 것이 백만원. 천만원짜리 재료를 쓴다고 해도 엄마의 정성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 자주 오세요?”
“..가족끼리 몇 번...여기 음식을 아버지가 좋아하세요..”
엄마보다 맛이 없다는 것. 이상하게 그것이 긴장을 풀어줬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자 옆에 놓인 안동소주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것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한잔 드릴까요?”
“........”
교자상은 앉은 자세에서 상대방의 잔에 술을 채우기 불편한 넓이였다. 그래서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직접 따라 먹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봤다. 그 때 그녀는 일어나 내 옆자리로 와 무릎을 꿇고 앉아 술병을 들고 잔을 채웠다. 다시 이대로 잔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나도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지가 고민되었다.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실 뿐 좋은 술인지. 또 뭐가 좋은 술인지 느끼진 못한다. 간혹 어디 물로 담근 술이 좋다. 어디 술이 유명한 이유는 그곳에 좋은 물이 나기 때문이다. 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처음 먹어본 안동소주는 조금 독해서 그렇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잔이 비자 옆에 앉은 여자가 다시 술을 따른다. 정면에 보이는 한지로 어느새 떠오르는 월광이 은은하게 비취고 옆에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술을 쳐 주니 이것도 낭만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검사님도 한잔 받으실래요?”
“..주세요..”
“편하게 앉으세요..”
“..괜찮아요..”
‘이 여자..수영이 과네..’
우리는 별다른 얘기 없이 병을 다 비웠다. 아버지에게 훈련받은 나는 별로 취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이 조금 불게 물든 정도였는데 대화도 하지 않고 있어 얼마나 취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좀 더 마셨으면 좋겠는데, 이 자리에서 계속 마실지 아니면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당신 누나..”
“네?”
“박명수 그 사람이랑 같이 잤을까요?”
“.............”
묻는 것이 아니다. 놀리는 말투였다. 자연스럽게 이 여자는 그것을 봤구나 하고 추측했다. 그리고 누나와 박명수가 같이 뒹구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피가 더 많은 술을 원하는데 병은 비어있고 괜히 그녀에게 화가 났다. 아니 애초에 일부러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그녀에게 화가 났다. 더불어 나에게 보내지는 사진 속의 그녀 몸도 떠올랐다. 박명수가 내 누나를 건드렸다면 나는 그의 여자를 부셔버리고 싶었다.
‘...........’
아니다. 누나도 이 여자도 피해자다. 또한 나에게는 그런 권리가 없었다. 그건 이 여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를 자극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 것이다.
“당신..내가 좋아요?”
“음........”
“괜히 머리 굴리는 것보다 솔직할 때가 좋은 경우가 있어요..사람 사이가 대체로 그렇죠..”
“...............”
“나에게 호의를 갖고 있나요?”
“...네.....”
“왜요? 난...유부녀랑 불륜도 했고...당신은 나를 잡아넣으려고 했는데?”
“.....봤어요..공항에서..”
“나를?”
“당신이랑..그녀들..우연히..”
“그래서요?”
“...보기 좋았어요..부러웠어요..”
“........”
‘거기서 뭘 했더라..’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동연 누나 떠날 때가 더 기억에 남았다. 아무튼 그녀는 호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랑 연애라도 하고 싶은 거예요?”
“.......”
어떤 때는 무언이 긍정을 나타낸다. 지금 같은 경우가 그럴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애라고 말해도 내가 생각하는 연애와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수영이 말하는 우리 관계는 부부가 아니라 주종이고, 애정이 대신 지배와 복종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결혼을 위한 연애였는데 그러기에는 나이차이가 너무 났다.
“결혼도 염두에 둔 연애?”
“그건...”
“그러면...보라누나...같은 관계?”
“..........”
‘하긴 이 여자가 나에 대해 뭐를 안다고 사랑을 느끼고 연애가 하고 싶겠어..’
그녀의 의중을 알게 되자 부담감은 확 줄었다. 보라누나 남편이 몰래카메라를 찍었고, 그것을 증거로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문제의 동영상을 다운 받아서 보기도 했다. 3s나 항문성교 등 변태적인 행위에 끌리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수영이와 동류네..’
무릎을 꿇고 있어서 선생님의 처분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보였다. 그녀의 몸이야 사진으로 몇 번이나 봤으니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다.
‘성경험은 있을 테고..얼마나 잘하나..’
수영처럼 타고난 여자도 있고, 동연누나처럼 풍부한 경험으로 능숙한 여자도 있다. 또 엄마처럼 애정 넘치는 여자도 있고, 슬기누나처럼 신선하고 가르치는 맛이 있는 여자도 있었다. 보라누나나 상미누나 역시 그녀만의 매력과 기술이 있었다.
“동영상을 보고도 그런 관계를 원하는 거겠죠?”
“..........”
“당신의 의지를 보고 싶어요. 어쩐지 놀리는 거 같아..”
“.........”
내가 그녀를 놀리는 거였다. 한번 어떻게 나오는지 놀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켜놓고 보니 혹시라도 진짜로 나를 희롱했던 거라면 함정을 피해갈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녀는 잠시 당황하다가 무릎을 세워 다가왔다.
“..........”
키스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손이 밑으로 간다. 아무래도 불길했다. 수영이 이후 이렇게 예상을 깨는 여자는 좀 무섭다. 다행히 그녀는 바지를 푸를 때부터 서투른 티가 난다. 장소도 장소려니와 분위기나 그녀와 내 사이의 유대감도 바로 관계를 갖는 건 어려웠다. 만약 여기서 그걸 하려고 한다면 서투른 것도 거짓이고 아무하고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여자일 거라고 추측했다.
“.........”
네 개의 방위 중 두 면은 문창살이 있는 여닫이 문이었고, 그나마도 한쪽은 약 30센티 정도 열려 있어 그쪽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간간히 사람 소리도 들렸다. 이쪽이 지대가 높아 지나가면서 안보일수는 있어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똘똘이만 덩그러니 꺼내 놓고 있었다. 술 때문인지 지금 자신의 상황 때문인지 얼굴이 더욱 빨갛다. 그리고 그보다 입술이 더욱 빨갰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촉촉해서 어쩌면 그녀의 아랫입도 웬만큼 젖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빨아요?”
“응..”
“저...잘 못해요..”
“..그래..”
그렇게 해서 받게 된 그녀의 서비스는 한마디로 보통이었다. 잘하지도 못했고 처음도 아닌, 그저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기분은 최고다. 검사인 그녀가, 그토록 당당했던 박명수의 여자가, 누군가 지켜볼 수도 있는 반쯤 개방된 공간에서 내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고, 하루 종일 씻지도 않은 똘똘이를 성심성의껏 핥는다.
“쭈쭙...”
아쉬운 점은 똘똘이를 깊이 품지 못한다는 것과 똘똘이 이외의 곳은 그냥 둔다는 정도였다. 그런 것들은 차차 가르치면 되는 것이고, 슬기누나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도 있다. 내가 가르치는 방식은 먼저 해주는 것이다. 받아보면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만하고 일어서요..”
“........”
“치마를 허리 위로 올려요..”
“여기 서요?”
“...........”
계속 밖을 바라보면서 무릎까지 내려오던 치마가 위로 말아 올라가고 엉덩이를 완전히 감싼 팬티스타킹이 나타났다. 내 무릎 위쯤에 놓인 엉덩이를 움켜잡아 바짝 끌어당기자 별 저항 없이 다가왔다.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풍기는 냄새로 똘똘이에서 얼마나 진한 냄새가 났을지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반대로 그녀 역시 자신의 그곳에서 얼마나 독한 냄새가 날지 예상하고 엉덩이를 가능한 뒤로 빼려고 했다.
“힘 빼요..”
“싫어요..”
“이제부터 내가 당신걸 빨아먹을 거예요..그러니 힘 빼요..”
“다음에..다음에 하면..안 돼요?”
“.....당신도 한 일이에요. 원래 섹스는 더러운 거예요..”
“그래도...”
스타킹을 내리자 더욱 밀폐된 공간에서 푹 삭힌 냄새가 난다. 올려다보니 그녀는 나를 노려봤다. 그 안에서 그녀의 잠재된 욕망을 본 것 같았다. 스타킹 위에서의 느낌도 좋았지만 맨 살의 느낌을 살려 어루만져 본다. 그녀의 팬티는 닿는 면이 넓은 대신 양 옆이 끈으로 되어 있었다. 한쪽의 매듭을 잡아당기자 힘없이 분리되었고 힘없이 밑으로 추락했다.
“...........”
그녀는 내 표정을 살피고 있다. 난 놀랐고 당황했다. 그녀의 아래는 내 예상과 너무 달랐다. 그녀는 나에게 사진을 보낸 여자가 아니었다. 굉장히 털이 많았고, 아랫입 주변과 항문 주변까지 빽빽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잡아 당겨도 봤다. 솜털처럼 부드러우면서 동물을 쓰다듬는 감촉이었다.
“...징그럽죠?”
“이런 건 처음 봤어요..하지만 징그럽지는 않네요. 그리고 굉장히 부드러워요..감촉이 좋아요..”
“.......”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까스로 정리하고 아랫입술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구조와 기능을 탐색했다. 여자 팬티까지 벗겨 놓고 딴 생각을 하는 것은 모독이다. 경험상 이 여자는 일반적인 성감을 가지고 있다. 클리토리스에 민감하고, 요도 근방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털 때문인지 항문 근처를 만져도 비슷하게 반응했다.
“아....”
혀를 대자 움찔한다. 코로 지린내가 들어왔지만 참을 만 했다. 오줌 맛이 강해 원래의 애액이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고, 점성은 굉장히 묽었다. 자위를 많이 하는 편인 듯 혀만으로도 클리토리스가 반응해 단단해지면서 밖으로 나왔다. 입술로 물자 휘청 이면서 머리를 누른다.
“으음..”
손가락 하나로 항문을 만지고 엄지를 구멍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면서 혀를 사용했다. 머리를 누르던 손이 반대로 밀어내려고 하고, 또 끌어안는다. 위치를 바꿔서 검지와 중지를 넣자 꽉 조였다. 그렇게 넓어지지 않은 것이 충분히 사용되지 않은 아랫입이라고 생각했다.
“저...앉고 싶어요..”
“금방 끝날 거 같은데..조금만 참아 봐요..”
빨고, 넣고, 물고, 잡아당기는 것을 조합해 놓자 그녀는 말을 탄 듯 한 자세로 서서 내 얼굴에 골반을 붙이고 양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움켜진 상태로 맹렬히 떨었다. 그리고 동시에 허연 밥풀 같은 액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그건 내가 내보내는 미친소보다 더 많은 양일 것이다. 그곳에 입을 붙이고 전부 빨아먹었다. 양이 많아서 먹기 곤란했지만 내 것을 마시는 여자들의 심정을 동정하면서 삼켰다.
키스.
그녀는 반쯤 풀린 눈으로 허벅지 위에 주저앉으면서부터 입술을 가져와 비볐다. 그렇게 시작된 키스가 30분은 너끈히 넘기도록 계속되었다. 그런 모습에서 일단은 그녀의 기대치를 충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도 새롭고 신선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어떡하실 레요?”
“음..한잔 더 할까요?”
“.......저..별로에요?”
“네?”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요. 좋아요..”
“.........그런데.....호텔..안가요?”
“아..”
“.......”
“그래도 명색이 연애인데...대화도 하고..진도도 맞춰가요...싫어요?”
“정말...그것뿐? 그대로 받아 들여도 되요?”
“그럼요..”
다시 자리를 잡고 새롭게 주안상과 술을 시켜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이름이 지 수경이라고 했다. ‘천방지축마골피’ 모두 중국에서 이주해온 성씨라는데 사람들 중에는 천민의 성씨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천방지축’이라는 단어 때문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일상적인 생활을 중심으로 알아나갔다. 아까부터 느꼈던 것인데 수경은 수영과 많이 닮았다. 이름에 똑같이 ‘수’가 들어간 것이 도드라지는 공통점이라 어쩌면 水의 특성을 받아 그렇게나 음란한 것은 아닐까 하고 어설프게 주워들은 음양오행설에 끼워 맞춰 봤다.
‘그렇게 따지면 지수도?’
알딸딸하게 취해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취중에도 택시비가 3만원이 넘게 나온 것이 이상해서 따졌다.
“아저씨. HT 호텔에서 여기까지 1시간도 안 걸리는데. 저는 그 중간에서 탔잖아요? 어째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예요?”
“HT 호텔? 손님은 ZZ에서 타셨어요. HT 호텔에서 ZZ는 AA동과 반대로 가셨구먼...어서 돈이나 줘요!”
수경에게 속았던 기사 아저씨에게 속았던 누군가에게는 속은 것이다. 주머니에서 있는 현금을 탈탈 털어서 주고 내렸다. 수경에게 속았다면 검사씩이나 돼서 미성년자를 속인 것이고, 기사 아저씨에게 속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억울했다. 세상에 믿을 연놈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갔다.
“어? 현주누나~히히 우리 누나네?”
“어휴~ 너 술 마셨니?”
“응~ 한잔 했지~누난 왜 나와 있어? 나 기다렸어?”
“조용히 하고 어서 들어가자..사람들 욕하겠다.”
“누나~누나~업어줘~”
“얘는~아휴~ 술 냄새..”
품안에 속 들어오는 누나에게 업히려니 오히려 안은 격이 되었다. 팔에 감긴 목이 가늘고 섬세해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는 시상까지 만들어 낸 것이리라.
“좋다..따듯해..누나한테서 좋은 냄새 난다..엄마 냄새..”
“...........”
“어디..가슴도 좀 만지자..”
“어머~누가 봐~”
엄마보다 작았다. 그래도 좋았다. 누나 등에 매달려 가슴을 만지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내 가 본대로라면 누나는 박명수와 헤어진 것이고, 이유야 어찌 되었던 쓸쓸할 것 같았다. 이렇게나 고운 누나를 몰라주는 남자들이 한심하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그럼 사진은 누가 보낸 거야?’
딩동댕동~딩동~댕~동~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우당탕탕..
“아우~ 어째 중학교 때보다 수업시간이 더 지루하고 길어진 거 같아..”
“5분 길어졌잖아.”
“정말? 그런데 왜 점심시간은 똑같아?”
“이..바보야! 그만큼 일직 수업을 시작하니까 그렇지!”
“아..그렇구나..”
“헛소리 그만하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등교한지 5시간 남짓, 실제로는 하루의 20%를 보냈을 뿐인데 점심시간이 되면 절반을 보낸 기분이 되었다. 이미 2교시나 3교시 끝나고 도시락을 먹어버린 애들은 서둘러 매점으로 가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넌 오늘도 같이 안가?”
“어..”
“너..맛있는 거 싸와서 혼자만 먹으려고 그러는 건..아니겠지?”
피식..
“야야~ 배고프다. 어서 가자..”
중학교 동창과 고등학교 와서 친해진 애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고, 한눈에 봐도 ‘나 범생’ 이렇게 생긴 애들과 여자애들이 도시락을 들고 자리를 이동했다. 애들을 보내고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재석아~ 이리와 같이 먹을래?”
“영광이긴 한데..정말 괜찮으니까 너희들이나 맛있게 먹어..”
“내일부터 도시락 두 개 싸 올 테니까 같이 먹자~”
“어머~ 너무 적극적이다~”
아침은 연주누나가 해 주지만 도시락까지는 무리다. 또 가방도 훨씬 가벼워지는 장점도 있고, 사먹는 것이 편했다. 보통은 좀 전의 애들과 함께 매점에 가서 먹었다. 최근 며칠은 그 애들을 따돌리고 갈 곳이 있었다.
1층 구석에 마련된 교생대기실. 수영과 함께 실습을 나온 사람은 전부 12명인데 그 중 11명이 여자였다. 1층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교생선생님들이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당연히 그 안에 수영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교생대기실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선배! 전..이제 선배가 아니면 안 돼요..”
“............”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12명중의 1명. 그일 거라고 추측하고 들어가지 못했다.
“선배..제발..저의 사랑을 받아 주세요..”
“...........”
“그런 건 상관없어요. 그리고 선배도 이제...다른 남자들 안 만나잖아요. 저..여자 과거에 연연하는 그런 남자 아니에요..”
“.............”
대화상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목소리에 열정이 담겨 있어 그의 소리만 문을 뚫고 나왔다. 여기서 수영과 점심을 먹곤 했다. 만약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면 그녀는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 봤다.
“선배...행복하게..............자신 있어요...”
남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모서리를 돌아서는 순간 이제는 어느 정도 낯익은 여자 교생선생님이 벽에 기대서 울고 있다. 그녀는 나를 보고 급히 돌아섰지만 여전히 어깨가 들썩였다.
드르륵..
“선배! 이유라도 알려줘요..”
“...전 이미........그리고 당신은 저를 감당할 수 없어요..”
“.............아니요.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아요. 절대!”
문이 열리고 수영이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고 할까. 안에 있는 여자는 그녀일 거라고 짐작했었다. 수영은 문을 나오다 나를 발견하고는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다. 밖의 상황을 모르는 남자는 여전히 수영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남자와 수영. 나 그리고 교생이 두꺼운 벽을 두고 시선을 이어갔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사각관계?’
“포기 못해!”
구두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서 문 안에서 손이 나와 수영의 팔을 억세게 잡아챘다. 그 변화에 저절로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거절당한 슬픔인지 분노인지 혹은 욕망인지, 한껏 상기된 얼굴의 남자가 수영을 붙잡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마치 두꺼비 게임기처럼 그의 모습이 그림자만 남겨두고 사라졌다. 수영이 나를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그녀로서는 드물게 화가 나서 아직도 잡혀있는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포기 못하면 어쩔 건데? 난 남자의 애정만으로 살 수 있는 여자가 아냐! 내가 믿고 복종할 수 있는...넌..아냐..”
“......다음에...다시 얘기해..”
그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몹시도 분하다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수영과 나를 지나쳤다. 이어서 또 한사람을 발견하고는 멈춰 섰다.
“소연아...”
“............”
“소연아...”
여자 교생선생님이 현관을 지나 밖으로 나가버렸고, 남자는 막연히 몇 번을 불러보다가 처음의 박력을 전부 잃고 힘없이 따라 나갔다. 그리고 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것은 수영이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다만 이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저....여보...화났어요?”
“.......”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화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수영의 몸에서 풍기는 묘한 떨림 때문이었다.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특성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채벌이 필요하겠지?”
“..무척...많이요..”
1초.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시간에 그녀의 눈이 촉촉하게 젖으면서 볼이 빨갛게 물들었고, 밥솥을 열었을 때처럼 뜨거운 습기와 열기, 그리고 그녀의 냄새가 공간을 장악했다.
“..........”
수영을 지나 교생실로 들어가 아무 의자에 걸터앉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닿았다. 등 뒤로 돌아가 있는 손이 다시 보이기전에 손잡이의 걸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울 수 없는 울림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를 벌할 때는 종아리나 엉덩이를 때렸다. 교생실 안을 훑어봤는데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 그녀는 기다란 테이블 위로 올라가 치마 안에서 팬티를 끓어 내렸다. 둘둘 말려서 내려온 팬티는 그녀의 손 안에 완전히 감쳐줬고,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아들자 잡티 하나 없는 민둥산과 방금 긁힌 듯 한 붉은 선이 드러났다. 교실 안이 그녀의 냄새로 진동을 했다.
“............”
때릴 사람은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인데 맞을 준비는 끝났다. 꼭 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어깨넓이만큼 다리를 벌리고 있는 그녀 주변을 돌자 살짝 벌어진 틈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와 허벅지 사이까지 번져갔다.
“안 때려요?”
“.....오늘은 다른 벌을 줄까 하고..싫어?”
“음...어떤..?”
“글새..생각중이야..”
원래 부드러운 피부다. 그 위에 그녀의 애액으로 코팅이 되자 피부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 동안 계속해서 토해내는 애액이 넓게 달라졌다. 애써 손가락 두 개로 틈을 벌리자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뭐야?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으응..그래서 당신이 옆에 있으면 곤란해요..”
“수업 때도?”
“.....네....”
지수경 검사와 있을 때는 수영이 생각났었다. 그런데 수영이와 있노라니 수경이 생각난다. 대조적인 것도 많고 비슷한 부분도 많다. 수경은 털이 많고 털 자체가 아주 부드러웠는데 수영은 피부가 부드럽다. 방울져 떨어지는 애액은 점성이 약하고 아주 맑다. 이것 역시 수경의 진득진득하게 나오는 그것과 대조적이다.
“아아...”
손가락으로 틈 사이를 조금 긁어내자 수영의 허리가 끌려왔다. 내 손가락과 그녀 사이에는 얇은 물 실이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다행히 오늘은 손톱이 없어 조금 더 깊이 넣었다.
“으으음...”
손톱부분까지만 넣어 만지려는 의도는 그녀를 무시한 행동이었다. 그 작은 마디를 아랫입으로 바로 물고는 순식간에 두 마디 이상 잡아들였다. 그대로 놔두면 손목까지 먹어치울 기세였다.
“아이..심술장이..”
“채벌이니까..”
“으응...싫어요..”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서 더 이상 빨려 들어가지 않게 버팀목을 세우자 조금 굽혀진 무릎을 이용해 허리와 엉덩이를 돌렸다. 그녀가 기쁨을 느끼지 못하도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방해를 했다. 그녀는 여전히 괴롭히고 싶어지게 만드는 기질을 잃지 않고 있었다.
“아직 모유 나와?”
“....아니요....이제 안 나와요..”
“아쉽네..먹고 싶었는데..”
“죄송해요..”
그녀는 죄송할 필요가 없는 일에도 사과를 하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그것이 우리 관계였다. 그 안에 이유도 이해도 없었다. 아니 오래전에 그녀를 이해하려는 생각은 포기했다. 단지 나는 점령군 사령관일 뿐이고, 그녀는 식민지 백성일 뿐이다.
“그럼..대신..이거라도 먹을까?”
“....씻고 올까요?”
내가 얼굴을 들이밀자 무릎을 조정해 최대한 나에게 맞춰줬다.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혀도 빨아들였다. 그녀와 함께 3년만 같이 산다면 아마도 평균보다 2배는 긴 혀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녀와 2년 넘게 같이 산 아버지 생각도 난다. 지금에 와서 아버지 혀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수영을 이해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아버지는 나보다 오래 사셨고, 상식적인 분은 아니셨으니 그녀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나도 아버지 나이가 되면 그런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대신 나는 그녀를 인정하려고 했다. 그녀의 특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나와 다른 그녀를 받아 들였다.
“아....여보..나..참을까요?”
“쭙...쭙...그럼..채벌이니까..”
애액 자체는 냄새도 맛도 약했다. 그래서 이상했다. 이 공간을 가득채운 음란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미스터리다. 아무튼 그녀로 인해 똘똘이가 바짝 독이 올라 바지를 밀어냈고, 혼자 분에 겨워 미친소를 찔끔찔끔 내보내는 감각이 짜릿했다. 그녀를 채벌하면서 동시에 나도 고통스럽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렇다. 종아리나 엉덩이를 때릴 때도 한쪽 가슴이 아프면서 또한 똘똘이도 분노했었다. 지금은 가슴은 멀쩡했지만 대신 혀와 턱이 아프다. 오랫동안 닫히지 않은 턱과 뽑혀나갈 것 같은 혀가 얼얼했다. 그녀의 물과 내 침이 모여서 턱을 타고 흘러내렸고, 교복 셔츠와 넥타이를 더럽혔다.
“여...보...”
그녀의 안쪽 벽이 요동을 칠 때마다 혀가 욱신거렸다. 그녀는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여 입에 똘똘이를 박는 것처럼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자기 엉덩이를 휘둘렸다. 혀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이제 한계라는 것을 나타내면서 나에게 허락을 구하고 있었지만 그녀 안에 붙잡힌 내 혀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
“아...더 이상...으윽..아아...”
입 안으로 물총을 쏴 대면서 테이블 위로 무너져 내렸다. 움켜잡힌 머리카락과 혀가 전부 뽑혀 나갈 위기에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며 받아냈다. 입 안 가득 들어오는 뜨거운 물을 정신없이 목구멍으로 받아 넘겼다.
“으음....”
“괜찮아?”
잘못했으면 테이블 밑으로 떨어질 뻔 했고, 그랬으면 크게 다칠 뻔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주 편안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다. 몽롱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었고, 손을 들어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만진다.
“몇 시에요?”
“....12시..15분..”
“아... 다행이다..”
“뭐가?”
“당신 점심 드셔야죠...조금만 있다가 차려드릴게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응...”
5분. 단지 5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때때로 아주 깊이 잠들었을 때 5분이 한 시간이나 두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녀가 그렇게 보였다. 그녀는 5분여를 더 누워 있다가 정말 힘겹게 일어나 3단 찬합을 꺼내 펼쳤다. 보기에 화려한 음식이 가득했다.
“어서 드세요..”
“같이 먹자..”
“네..”
원래 학교 안에서는 이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 학생인 나도 그렇고 교생신분인 그녀도 꽤나 바쁘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라고 해도 밖으로 나갔던 교생선생님들이 40분이나 50분이면 대부분 돌아오기 때문에 둘만의 공간도 없다.
수영은 환기를 목적으로 커튼과 창문을 열고 입구의 걸쇠를 풀고 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옆에 앉아 조신하게 시중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아직도 열기를 품고 있었고, 그 때문에 똘똘이는 여전히 괴로웠다.
“왜요?”
“으응..아냐..어서 먹어.”
“............”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살핀다. 그리고 그녀도 잔뜩 부풀어 있는 내 아래쪽을 발견했다. 얼굴에 야릇한 웃음이 번지고, 풀어놓은 걸쇠를 돌아본다. 그리고 시계도 쳐다봤다. 나 역시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31분. 교생들이 40분에 온다고 했을 때 밥을 먹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저 때문이죠?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겠죠?”
“...별로...괜찮은데...”
“혼자 드실 수 있죠? 드시면서 망이나 잘 봐요..”
“음....”
수영은 혼자 말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갔다. 허리띠와 지퍼를 내리는 그녀를 보면서 의자를 조금 뒤로 빼고 엉덩이를 들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바라던 일이었다. 창 밖에서는 애들이 농구를 하며 뛰어다니는 소음과 여학생들이 둘. 또는 셋이 화단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침 교문이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라 선생님들이 돌아온다면 미리 알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음...”
수영은 쪽쪽 소리가 들릴 만큼 처음부터 강하게 빨았다. 그러면서도 빨리 끝낼 생각이 없는지 손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진심으로 그것을 즐기고 있는 얼굴이라 그녀를 볼 때마다 나도 빨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러나 빨고 싶을 정도로 좋은 ‘남자’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음...”
쪼그려 앉아 있는 다리 사이로 그녀의 다리와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아랫입을 바라봤다. 그녀가 팬티를 입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늪과 같은 그곳은 열망과 두려움을 준다. 도박이나 마약처럼 패가망신할 것을 알면서도 범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쭙...쭙...”
수영은 열중해서 먹으면서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에 따라 다리를 벌려주기도 하고 각도를 조절해 준다. 흔들거리는 허리에 따라 아랫입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또한 그녀의 입은 똘똘이를 터트리려고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극만을 가해왔다. 아무래도 내 표정으로 욕망이 간파당한 모양이다.
“으음...시간 없는데...”
“학교에서는 처음이죠?”
“응...”
결국 인내력의 한계를 드러낸 나는 수영을 밑에서 끄집어내서 테이블 위로 엎어뜨렸다. 허연 엉덩이가 절반을 드러내고 나를 향해 유혹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극이 필요 없을 정도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아...좋아요...거칠게..”
잘 발달된 질 근육이 강하게 쑤셔 넣으려는 내 의도를 비웃으며 똘똘이를 감싸서 받아들였고, 이어서 조였다 풀어준다. 그동안 그녀는 테이블에 달라붙어 몸이 밀리지 않도록 버텼다. 그러나 강한 반동에 따라 테이블 전체가 움직였다.
“아아...여보..난 준비됐어요..으음...아아..”
아마도 그녀는 어떤 남자와 관계를 갖더라도 스스로 만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의 삽입만으로 그녀는 정상 부근까지 감각을 확장했다가 그대로 나를 기다렸다. 그녀처럼 빠른 여자는 내 주변에 없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다.
“헉..헉...”
“아아..아...미치도록 좋아..아아..여보..사랑해...”
“으음..헉...”
“아아..나..좋아요? 사랑해요?”
“헉...헉...좋아..사랑해..”
“으윽..정말? 정말? 아앗..”
“사랑해..헉..헉..”
우리의 대화가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내가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진심은 아니다. 정확히는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나도 잘 모른다. 단지 사랑한다고 할 때마다 그녀의 안쪽이 야단법석을 떨었고, 허리가 화려한 율동을 하면서 몸 전체가 파도를 치는 것이 좋았다.
“아아..아직? 여보..아직? 미칠 것 같아..”
“으응...나도 곧..”
퉁겨진 허리에 따라 어느새 그녀는 상체를 완전히 일으켜 나에게 기대오고 있었다. 내밀어진 엉덩이와 기대어진 어깨 사이는 놀라울 정도로 휘어져 아치형 구름다리를 만들었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몸을 꽈배기처럼 틀어 두 팔로 내 머리를 잡고 키스를 해 온다. 그녀의 몸은 얼마나 유연한 건지 새삼 놀랍다.
“...여..보...”
“으윽...사랑해...”
“아아....”
그녀가 원하지 않을 때 참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경련은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그것은 기존의 수축과 팽창. 율동과 파동. 그런 것들과 함께 나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미친소와 더불어 체온.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가 쏟아진 물처럼 빠져나갔고, 그 짜릿함과 안타까움에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물컹한 바위. 모순적인 묘사지만 그런 이미지의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손 안에서 일그러졌다.
“..........”
최대한 삽입된 상태에서 뿜어져나간 미친소와 그녀에게서 터져 나온 뜨거운 액체에 잠겨드는 느낌. 그리고 간헐적으로 경련하는 수영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대로 안고 있었다. 그녀의 안은 마지막까지 똘똘이를 쥐어짜면서 안으로 안으로 빨아들이듯이 율동했다.
대화도 신음도 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한꺼번에 몰아서 나오는 거친 숨결만이 맴돌았다. 숨결에도 그녀와 내 몸에도 뜨거운 열기가 섞여 있었고, 그래서 안겨있는 그녀의 몸은 축축했다. 나 역시 이마에서 또 등에서 땀이 방울져 흘러내리다가 옷에 닿은 부분에서 흡수돼 사라졌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수영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렸다. 그런 그녀를 테이블 위에 처음 모습으로 덮어 놓고 뒷수습을 했다.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엉덩이와 흘러내리는 여러 물들 때문에 잘 되지 않았다.
“찰싹~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
“흐응~”
그녀의 손에 있던 팬티는 땀으로 너덜너덜했고, 또 꼬깃꼬깃 했다.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거 같아 그녀에게 다시 입혔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서 몸만 돌아눕고는 내 시중을 당연하다는 듯 받았다.
“그건 제가..”
“응..”
그녀의 물로 질척하게 젖은 똘똘이를 그대로 팬티 안에 넣으려고 하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덥석 물었다. 그녀의 자극으로 다시 커지려고 했다. 그녀는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점점 똘똘이에게 집착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밀어내고 억지로 쑤셔 넣고 바지를 추슬렀다. 시계를 보니 12시 44분. 아직 아무도 안온 것이, 운이 좋았고 아슬아슬했다.
“갈게..”
“그래도 좀 드시고 가세요. 아직 시간 있잖아요..”
“누가 올 텐데..”
“학교에 아는 동생 있다고 해 놨어요..미안해요. 동생이라고 해서..”
“그건 상관없는데...괜찮겠어?”
“어서 드세요..”
그녀가 싸온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요즘 이상하게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는 음식을 두고 가기 힘겹다. 그래서 그냥 앉아 먹었다.
드르륵..
아까 벽에 기대서 울고 있던 여자. 한소영 교생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서 남자교생도 들어왔다.
“아직 식사중이셨어요?”
“어서와. 소영이도 좀 먹을래?”
“안녕하세요.”
그들은 내 존재에 대해 따로 내색하지 않고 같이 앉아서 음식을 먹었다. 한소영 교생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는데 남자교생은 우리를 노골적으로 분노를 담아 바라보곤 했다. 아마도 질투하는 듯 보였다.
‘학교생활이 꼬이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알게 모르게 나는 선생님들과 애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몰래카메라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는데 일부 선생님들은 나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일로 다시 문제가 생기면 곤란했다.
두렵고, 불안하고, 화가 나고, 부끄럽고, 창피했다. 지금 마음이 그런 것들의 혼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명수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사실 때문에 두렵고, 불안했으며 그런 그에게 일시간이나마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과 사람 마음을 가지고 놀고 이용하려고 한 것에 화가 났다. 그가 왜 그랬는지, 앞으로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괴롭힐지 걱정돼서 다시 두렵고 불안해졌다.
‘미쳤어. 미쳤어.’
재석이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발신번호차단으로 설정해 두었는데 급한 마음에 그것을 해제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 버렸다는 것이 뒤늦게 생각났다. 재석이가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었더라...아...’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모습을 보고 재석이가 자극을 받을 모습에 마음껏 표현했었다. 평소 생각하지도 못했던 본능이 막 솟구쳐 나름대로 연구까지 해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미 그런 경험이 있는 재석이에게 웬만한 사진으로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또 그러다 보니 마음의 자유 같은 것을 느꼈다. 사회 윤리의 굴레를 벋어 던진, 답답한 정장을 벋고 완전 나체로 해변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그런 자유였다.
‘미친년. 마음의 자유 좋아하네..’
재석이가 몰랐을 때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 그가 그 모습의 누나를 알 것을 생각하니 방종을 자유로 착각한 어리석은 인간에게 수갑이 채워진 듯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하루하루 재석이를 훔쳐보며 오늘은 눈치챘을까봐 심장이 옥죄어왔다.
재석이가 늦게 들어오면 혹시나 나의 치부를 알고 나를 보기도 싫어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서 아파트 단지나 지하철 입구까지 나가서 기다리게 되었고, 아무 일 없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 누운 후에야 겨우 숨도 쉬고 심장도 뛰는 것이 느껴졌다. 대신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 몸이 천근처럼 무거워 침대 안으로 까라졌다.
‘그냥 내가 미리 말할까?’
박명수가 무서워 퇴근하고 나서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우다 집에 들어가기도 싫고, 재석이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불편했다. 친구들 만나는 것도 하루 이틀, 애들도 귀찮아한다. 이런 것을 사면초가라고 하던가.
저녁을 먹고 나면 재석이 곁에는 연주가 붙어 지낸다. 재석이를 피해 다니느라고 몰랐는데 어쩔 수 없이 집에 일찍 들어오다 보니 그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명분은 재석이 공부를 봐 준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말만한 처녀가 그런 차림으로 옆에서 얼쩡대면 머릿속에 들어있던 지식도 좆물이 돼서 나올 거다.
‘아이. 좆물이라니..교양 없이..’
아무튼. 문제가 있다. 재석이가 자신의 치부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연주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이사하게 불쾌하고 연주가 한없이 밉게 보였다.
“얘들아. 과일 먹으면서 공부해..”
“어..”
“어머~ 언니가 웬일이야?”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언니가 그동안 좀 바빠서 그랬지..항상 신경은 쓰고 있었어..”
“응.. 고마워..”
“정말? 호.호.호.”
재석이 얼굴이 약간이나마 상기되어 있고, 연주는 하얀 나시티의 어깨끈이 흘러내려 가슴을 반쯤 내보이고 있었다. 더욱이 속옷도 입지 않아서 티를 통해서도 유두의 그림자가 비쳐졌다. 입고 있는 반바지는 따로 리폼이라도 했는지 엉덩이까지 보일 정도로 짧고, 허리도 헐렁해 안쪽의 실 팬티가 보였다.
‘차라리 벗는 게 덜 야하겠다. 애가 재석이 잡겠네..’
“뭐해? 안 나가? 우리 공.부. 해야 하는데..”
“.......그럼 열심히 공.부.만. 해..”
“............”
방을 나오면서 일부로 문을 닫지 않았다. 그리고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봤다. 아니 봤다고 말하긴 좀 어렵다. 우선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눈만 텔레비전으로 향했을 뿐 귀나 기타 모든 신경은 재석이 방으로 향했다. 눈도 텔레비전을 향하는 시간보다 재석이 방 쪽으로 더 많이 갔다.
‘아무래도 신경 쓰인단 말이야...공부 잘하고 있는지 들여다 봐?’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발뒤꿈치까지 최대로 들어 최대한 소리가 날 가능성을 줄였다. 그렇게 어렵게 방문 앞에 가고 열려진 문 사이로 눈까지만 고개를 내밀었다.
“언니 갔어..하던 거 마저 할까?”
“불안한데...”
“흥! 나 삐진다?”
“알았어..”
‘저것들이 뭐하는 거야?’
의자 등받이가 그들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주고 있어 뭐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쭙...쭙...”
“아...아파..”
“미안...혼자 연습할 때는 잘 됐는데...너에게 할 때는 나도 모르게 흥분돼서..자꾸 물게 되네..”
“으응...어쩐지..이제 잘하네..”
“흐응~ 정말? 나도 점점 좋아지는 거 같아..우리 똘똘이.....”
‘똘똘이가 누구지?’
의자에 기대고 있는 재석이 머리만 보이는 걸로 봐서는 둘이 키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애교가 묻어나는 목소리나 물기 젖은 소리로 봐서 뭔가는 하고 있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는 그들이 뭐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궁금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면 다쳐’하고 경고를 보내는데 점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궁금해졌다.
“쭙..쭙...정말 이걸로 괜찮아? 나...해도 되는데...”
“으응...그래도 방학 때까지 기다리자.. 누나는 첫 경험이라면서...오랫동안 좋은 기억이 됐으면 좋겠어..누나에게..”
“응...알았어..고마워..대신...내가 매일 미친소 빼주니까..바람피우면 죽어~”
“흐음...알았어..”
‘설마...’
침대가 아니라 생각지 못했다. 편견이라면 편견이었다. 또 마음 한편에는 그래도 누나인 연주가 재석이 밑에 무릎 꿇고 앉아 그것을 빨아주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버리고 나니 의자로 가려진 부분이 딱 알맞게 그려졌다.
‘이것들을 당장!’
“쭙..쭙...”
“으음...누나..”
“할 거 같아? 나도...알 것 같아..똘똘이가..막..꿈틀거리는 거..느꼈어..”
“음...오늘도 먹을 거야?”
“쭙..쭙...당연하지..그럼 버려? 인터넷에서 봤는데 피부에 좋데..”
“누가 그래?”
“으응...소라..야문..”
‘어쩐지..연주 저년이 요즘 물이 탱탱하게 오르더라니...그 때문이었구나..’
당장 들어가서 난리를 치고 싶었다. 그러나 성격이 강한 연주는 반발할 것이 뻔하고 그러면 우리 남매는 어색해진다. 단지 어색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도 해결할 수 없게 되고, 재석이는 밖으로 겉돌다가 또다시 ‘불륜’ 같은 것에 빠져들까 봐 불안하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야단을 치려니 양심이 찔리는 구석이 있어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아...누나..나..”
“쭙...읍...”
“으음....”
“............”
‘습~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고였다가 입술 밖으로 흘렀다. 떨어지려는 침을 급히 빨아들여 삼키자 한 움큼은 넘어갔다. 당황스럽다. 연주를 밀어내고 내가 하고 싶었다. 애써 감추었던 연모가 나를 비웃는다.
‘그렇게 윤리 따지고 도덕 따지니 연주에게 빼앗기는 거야..’
환청같이 누군가 옆에서 속삭였다. 내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보이는 듯 했다. 그건 악마라고 해도 좋은 사악한 기운이었다.
‘웃기지 마. 그게 너의 본성이야. 괜히 애꿎은 악마 타령 하지 마. 책임회피야.’
“어? 젖었네?”
“.........몰라..”
“쭙..음..자꾸자꾸 흘러..”
“아...또..엉덩이 괴롭히려고?”
“하지 말까?”
“으음...마음대로...윽...”
“씻었네?”
“....또 네가 그럴 거 같아서...”
“미리 준비했구나?”
“아냐..그런 거..”
“어제 손가락까지 들어갔었지? 오늘은 뭘 넣을까?”
“으음..서랍에..소금 있던데..”
드드륵..
“이거? 좀 두껍지 않을까..어? 이거 있는걸 어떻게 알았어? 서랍 두지고 그러는 거야?”
“으응...그냥..궁금해서..미안..”
“혹시...이거..넣어 봤어?”
“..............조금...”
“흐응~ 낮에 그러고 노는구나?”
“.....아냐..”
“알았어..한번 넣어볼까?”
“....응...살살..”
‘처녀막 찢어질 텐데?’
분명히 아까는 둘이 방학 때 여행가서 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손가락도 넣고 소금도 넣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음....”
“어제보다 많이 벌어졌어..들어갈지도 모르겠다..침을 좀 더 바를게..”
의자 팔걸이로 연주의 두 다리가 한참을 벌려져서 튀어나왔다. 의자등받이보다 더 높이 나온 모습으로 추측하건데 엉덩이도 한껏 치켜져 있을 것이다. 그 음란한 상상에 아랫배 밑이 욱신거리면서 안에서 물이 찔끔찔끔 흘렀다.
“아아..”
“큰누나 있는데...”
“흥~ 큰누나. 큰누나. 만날 언니 타령만...언니가 그렇게 좋아? 난 이렇게 다리도 벌려주고 있는데...”
“미안..큰누나가 알면 상처받을까봐...”
“네가 그렇게 큰누나만 챙기면 나도 상처받아..”
“...알았어...그래도 소리는 좀 줄여봐..”
“...누군...일부러 소리 내는 줄 알아? 나도 어쩔 수 없다고..네 혀가...기분이 이상해진단 말야..”
“...응...이제 소금 넣을게..”
“...소리...참아 볼게..조금만 더 해줘...”
“...누난 참...항문이 예민해..”
“흐응~ 네가 앞에는 안하고 뒤쪽만 쑤시니까 그런 거지..그게 내 탓이야?”
“아니..그냥 그렇다고...다리나 붙잡고 있어..이번에는 혀를 깊이 넣을 거니까..”
“으응....냄새는 안 나지? 깨끗이 한다고 했는데...”
“응...”
“으윽...갑자기...음...”
‘항문에?’
재석이 혀가 그곳으로 들어간다고 상상하자마자 마치 내 똥꼬가 뚫리는 것처럼 화끈거렸고, 순간적으로 괄약근에 힘이 들어갔다. 내 손가락을 넣어본 기억이, 그 감각을 되살렸다. 다리에서부터 힘이 빠져 휘청거렸고, 오줌을 싼 것처럼 팬티가 축축하고 따듯해졌다.
“읍..으읍...으으...”
연주 다리가 경직되면서 발가락이 잔뜩 오므라들고, 부들부들 떨렸다. 팔걸이를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가는 듯 보였다. 연주는 재석이 혀를 항문으로 물고 싸고 있는 모양이다. 부럽고 화가나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앗!”
“아파?”
“..으으...아프지...않아..”
“들어갔다...”
“정말...조금만 더 넓어지면...”
“아직 똘똘이는 무리야..내일은 오이로 해볼까?”
“응..사다 놓을게..”
“이제 아랫입 빨아줄게..소리내지마..”
“으응~ 알았다니까..”
“쭙..”
“앗..아아~”
“소리 내지 말라니까..”
“아잉~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쭙..쭙...”
“으응..아앙..아앗..거긴..아..나...오줌마려..”
“오줌? 이 상태에서? 밖에 큰누나 있는데..”
“아아..몰라..어떻게?”
“...그냥 싸..내가 어떻게 해 볼게...”
“으음...아..부끄러워...”
피~~~~~피피..휘휘..휘~~
“으음..아..먹는 거야? 어떻게...재석아..미칠 것 같아..”
연주는 오줌을 싼다고 했는데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없었다. 또 재석이가 깡통이나 대야 같은 것을 따로 준비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연주는 재석이가 그것을 받아 마시고 있다고 말한다. 머리가 울리면서 어지러웠다.
“........이제 다 눴어?”
“...응....”
“누나 오줌 눌 때..소금에서 소리나는 거 들었어?”
“정말?”
“오줌 눈다고 생각하고 힘줘봐..”
“..........”
휘~~~피~~~“
“그지?”
“응....”
“다시 빨아줄게...”
“으응..나 했어..”
“언제?”
“오줌 누면서...같이..했어..”
“....누나도..꽤...변태야..”
“..................”
휘~~~~
“괜찮아..나...변태 누나...사랑하니까...”
‘괜찮아..나...변태 누나...사랑하니까...’
계속 들렸다. 내 방으로 돌아와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꿈에서도 들렸다. 이제 사진을 내가 보냈다는 것이 밝혀져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보낸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연주 말고 내 그곳을 빨아주고, 항문에 혀를 넣어주고, 오줌도 받아 먹어주기를 희망한다.
어젯밤. 악마는 그것이 나의 본성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었다고 회피했었다. 그리고 그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나를 재석이가 경멸하고 미워할까봐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건 엄마를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거였다. 재석이는 엄마를 친엄마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받아들였고, 서로 사랑했다.
‘연주에게 빼앗기기 싫어..’
다른 여자. 정상적인, 사회가 인정하는 여자라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 있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인 연주는 아니다. 연주가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아니 연주보다 나에게 우선권이 있다.
‘난 장녀니까..’
또 동백꽃을 보러 갔을 때도 엄마와 재석이 그리고 나는 목욕탕 안에서 서로를 보였다. 그 때 재석이는 내가 엄마와 닮았다고 했다.
‘방학이면...’
방학 때 둘이 놀러간다. 그러면 끝이다. 그 전에 재석이를 갖겠다. 그러면 재석이는 연주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이다. 연주는 학교 주변에 방하나 얻어 내보내고, 또 그렇게 살다가 시집보내서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 살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둘이 사는 거다.
‘아이는 하나정도 낳고 싶은데..’
일단 낳고, 입양할 수는 없을까? 설마하니 애 하나 입양할 방법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혼식만 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이민을 갈 수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직업 베스트 10 안에는 분명 고등학생이 있다 에 전 재산을 걸 의향이 있다. 공부가 적성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대학에 가느냐 못가냐 하는 생존경쟁 때문이다. 99점을 맞는 것보다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남보다 더 놓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더 조금 자야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야 하며 그러고도 집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피곤했다.
“아함~”
딸깍.
현주누나는 안방에 붙은 화장실을 사용하고 거실에 붙은 욕실은 연주누나와 내가 사용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내가 먼저 사용한다. 보통은..
쪼르르..
“엄마야~ 미안..”
“.......뭘 새삼스럽게.......”
하긴 그렇다. 연주누나가 좌변기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고 해서 놀라고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문을 닫고 기다렸다 차례를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쉽게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에 7번. 혹은 그보다 많이 보게 되는 누나의 몸이었고, 눈을 감고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음에도 변기 위의 누나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문을 닫던가 들어오던가..”
“으응..”
마음은 밖으로 나갔는데 몸은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조명이라는 것이 정육점의 불빛과 같은 색감이라 곱게 접혀있는 누나 다리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통통하니 물이 올라있는 것이 닭다리가 연상된다.
쪼르르..쪼륵..
“부끄럽게...뭘 그렇게 보니~”
“으응...그냥..”
예전부터 느낀 건데 연주누나는 다른 여자들보다 더 당당한 느낌, 보이는 것에 대해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지금도 말로만 부끄럽다고 하지 특별히 가리려고 하지도 않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보통의 여자들이 일본판 포르노의 여자들처럼 행동한다면 누나는 서양여자들처럼 행동한다고 할까. 근본적으로 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 일거라고 생각된다.
여자의 아랫입은 일반적으로 음문이라고 하고, 하문, 옥문, 비속어로 보지, 은어로 구멍 이라고 한다. 그냥 보지도 자꾸 보고 싶은데 오줌 누는 보지는 더 보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챈 것처럼 누나는 다리를 넓히고 엉덩이를 들어준다.
“웁..”
“호호호”
순간적으로 오줌발이 높이 치솟아 얼굴을 적셨다. 누나는 장난이라는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몰라도 얼굴표정이 묘사하기 어려울정도로 야릇하고 색정적이었다. 똘똘이가 뿌듯한 것이 짜릿짜릿하게 전류가 흐른다. 누나가 처녀만 아니었으면 아직도 찔끔거리는 구멍을 똘똘이로 막고 싶었다.
‘첫 경험을 화장실에서 시킬 수야...’
이심전심이랄까. 연주누나가 부드러운 손으로 똘똘이를 꺼내들고 만져준다. 거리낌이 없는 손길은 때때로 그녀가 아직 처녀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아니면 호적등본과 마찬가지로 무늬만 처녀인 상태가 된 걸까. 내가 생각해도 여러 여자들을 만나봤다고 자부하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누나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여자는 학구열이 자극받는다.
“오줌 마려워?”
누나는 똘똘이가 아침이면 혼자 아무 이유 없이 발기하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이유로 오줌이 가득차면 이렇게 된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이유, 가장 근본적인 원인 때문이다.
“화장실에 온 것은 그 때문이기는 한데...지금은 누나 때문이야..”
“정말?”
여자가 자신 때문에 흥분하는 것은 남자에게 기쁜 일이듯 누나 역시 똘똘이가 자기 때문에 껄떡거린다는 사실을 흐뭇해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손길에, 입술에 묻어났다. 아침에 일어나 아직 뽀뽀도 하지 않았는데 똘똘이는 그녀의 입속에서 목욕을 한다. 자신의 몸이지만 시샘이 난다.
“음...”
기억에 남는 첫날밤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누나의 혀 움직임과 입술의 압력, 그리고 기술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거머리가 달라붙은 것처럼 쩍쩍 달라붙어 빨아먹는데 똘똘이 안의 피가 빨려나가는 감각이었다.
“아...”
“목젖을 찌르는 느낌이 좋아...음..쭙..쭙...”
누나는 구슬 주머니를 주무르면서 똘똘이를 깊이 받아 넣는다. 그것은 박는다는 느낌이다. 그때마다 누나 말처럼 똘똘이 끝으로 누나의 목젖이 지나갔다. 그리고 똘똘이의 가장 넓은 부분, 헬멧의 가장자리 부분이 누나의 목구멍에 걸리고 비벼졌다.
“흡..흡...”
어느새 이마에서 땀이 맺혔다. 외부 온도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똘똘이 머리로 미친소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분출을 위해 정열 했다.
“조금 더 참아..참을 수 있지?”
“..응....”
누나 역시 나를 아는 많은 여자들처럼 파정시점을 정확히 감지한다. 그러나 쉽게 분출시켜 주지는 않는다. 최대한 가지고 놀겠다는 느낌? 입술과 볼, 심지어는 눈썹 같은 작은 부분까지도 사용하기 때문에 누나 얼굴은 자신의 침으로 촉촉했다.
“쭙..쭙...”
가끔씩 누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선천적인 끼가 있는 수영을 제외하고는 엄마조차 똘똘이를 빨아주는 것을 스스로 즐기기까지 1년은 걸렸다. 그 밖의 여자들은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애정으로 서비스 해 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작은누나는 아직 처녀인 주제에, 똘똘이를 문지 한 달도 안돼서 뜻밖의 행동을 한다.
“안 돼..안 돼..아직 참아..”
“흐흠...”
아무리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자극을 덜 준다고 해도 주머니나 사타구니 사이 같은 곳을 그렇게 심하게 빨리면 참기 어렵다. 누나가 미친소가 나가는 길목을 손으로 꽉 움켜잡고 있었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똘똘이가 껄떡거리는 것이 검붉게 변하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똘똘이가 질식해서 죽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으음...”
누나는 더 이상 안 되겠는지 급히 똘똘이를 최대한 깊이 삼켰다. 목젖과 목구멍을 지나 한참을 더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두어 번 같은 골자기를 통과하자 더 이상 미친소들을 막지 못하게 되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미친소들에게 밀려 선두열의 미친소들이 떼를 지어 몰려나갔다. 그때마다 다리와 허리에서 ‘힘’이 쭉쭉 빨려 나가는 기분이다. 할 수 없이 누나의 머리를 움켜잡고 최대한 빠르게 허리를 움직여 박았다.
“읍..읍...”
“아.....”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누나의 입술도 느꼈고, 미지의 생명체 같이 꿈틀거리는 혀도 느꼈다. 특히 그 혀는 요도를 열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짜릿한 아픔에 허리가 휜다.
“그만...”
“으응...아직 커졌잖아..”
“나 오줌 마려워...”
“...........”
누나의 손이 엉덩이를 감싸 안았다. 똘똘이는 여전히 따듯하고 촉촉한 공간에 갇혀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냥 누나의 입에 볼일을 보라는 것일까. 누나의 눈을 바라봤다.
“............”
얼마 전 일이 생각났다. 아마도 내가 누나의 오줌을 먹었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누나 성격으로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나는 누나 오줌이 불쾌하거나 불결하지는 않았다. 따듯해서 먹기 거북하지도 않았던 거 같다. 나는 그랬지만 누나도 그럴까.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혐오감을 갖게 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끄덕. 끄덕..
결국 힘을 풀고 언제든 뱉어낼 수 있도록 조금씩 흘려보내기도 했다. 미리 예단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는 것이 좋을 듯해서였다.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고, 때로는 더 좋아졌고 또 때로는 나빠졌지만 아직은 후회 없이 살고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했다.
꿀꺽..꿀꺽..
천천히 누려고 했지만 완벽하게 조절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일부는 입술 가장자리를 타고 흘렸다. 그래도 누나는 최선을 다해 마신다. 그리고 누나의 눈을 통해 알았다.
누나의 입에 오줌을 싼다는 것이 결코 쾌락적인 느낌은 없었다. 대신 놀라울 정도로 심리적인 충만감을 줬다. 언젠가 타인의 애정을 원한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리고 오늘 누군가 타인이 ‘나의 애정’을 원해서 더럽고 어려운 일을 해주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은 가슴이 너무나 설레고 기쁨이 충만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누나는 내가 누나의 오줌을 마신 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것을 자신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자신의 애정을 나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게 누나 성격이지...’
다른 여자도 마친 가지겠지만 연주누나에게만은 다른 여자들과의 일을 들키면 안 된다. 만약 누나가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밖으로 나가 다른 남자를 덮칠 것이다. 내가 누나의 마지막 남자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누나가 정말 사랑하는, 누나를 사랑해 주는 남자에게 누나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자 하니까 슬기누나. 수영. 수경이 생각난다. 보라누나, 상희누나와 이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도로 4명이 되어 있다. 연주누나와 수영은 학교와 집에서 매일 보기도 해서 특별히 시간을 요하지는 않았고, 슬기누나는 취업준비로 바쁘고, 수경 역시 검사다 보니 일이 많아 지금까지는 4명이라도 겹치지 않게 잘 지내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내기는 어렵겠지?’
어렵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불가능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실제로 내놓고 사귈 수 있는 여자는 슬기누나 뿐이라 다른 여자들은 몰래 데이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양다리보다 들키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아침부터 누나와의 애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누나는 바로 MT를 떠났다. 새벽부터 화장실에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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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나를 차? 분수를 몰라도 정도가 있지..’
검사가 천직인 줄 알고 살았을 때는 자부심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그러다 1000억의 꿈을 보았다. 화려한 미래가 무한히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경력 좀 관리하다가 정계로 진출하고 3선 쯤 되면 서울이나 부산 시장을 거쳐 50줄에는 청와대에 입성한다. 는 야심찬 밑그림도 그렸다.
‘유재석. 개자식..하필 거기에 마주칠게 뭐야..띠팔.’
100번째 꽃다발과 함께 반지를 주면서 청혼을 하고 감격해 하는 현주를 데리고 바로 호텔로 go. go. 깃발을 꽂고 나서 상견례. 그렇게 유재석을 만나야 했다. 반대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고, 그 계획에는 현주는 없었다. 당연했다. 내가 누군가? 어떻게 나를 거절할 수가 있는가..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현주는 청혼을 뿌리쳤고, 그 자리에서 유재석과 마주쳤다. 의혹의 싹이 심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제 방법이 없나?’
포기? 1000억이 포기한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인가? 그런 마음에 가슴이 타들어갔다. 울화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니 사건들이 눈에,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누가 폭력을 휘둘렀네. 사람이 죽었네, 사기를 당했네. 하나같이 별 볼일 없는 것들이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가슴이 답답하다.
겨우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했다.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화기가 넘실거렸다. 자연히 발걸음은 천근의 무게처럼 아스팔트에 질질 끌렸다. 며칠째 퇴근 후에는 술집으로 간다. 맨 정신으로는 잠이 들지 못했다. 생각이 많아서다. 인정하기 싫지만 후회도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괴롭혔고, 새벽이 다 돼야 겨우 선잠이 든다. 그러다보니 술을 안마실수가 없었다.
‘어쩌다 내가 이 꼴이 되었을까...’
평소 술을 도피처로 삼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인생 패배자. 한두 번 실패를 겪었다고 왜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든지 다른 길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니다.
‘1000억이잖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10번을 죽었다 살아나도 만들 수 없는 돈. 돈이 그 정도가 되면 이미 돈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포기할 수도 잊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더욱이 손에 다 쥐었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 것 같은 지금은 미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
앞에 걸어가는 여자의 뒤태가 시선을 끈다. 단순히 시선을 끄는 정도가 아니라 음심을 불어넣었다. 실룩실룩 움직이는 엉덩이에 손을 대면 통통 퉁겨질 거 같은 탄력이 정장 치마 위로도 느껴졌다.
‘섹 좀 쓰겠는데..’
나를 마주보며 걸어오는 남자들이 그녀를 돌아본다. 아마도 앞쪽도 제법 생긴 모양이다. 어쩌다 마주치는 남자들의 눈이 그렇게 말했다. 술 생각이 조금 줄어들면서 여자 생각이 난다.
‘수경이라도 불러?’
현주랑 잘 될 거라고 생각하던 때는 그녀가 부담스러웠다. 똑똑한 여자라 더 꺼림칙했다. 그녀가 원한을 품고 태클을 걸 수도 있다. 그 정도 능력은 있는 여자였다. 개인적으로 똑똑한 여자는 별로다. 다행히 능력 있는 여자들이 대개 그렇듯 수경이도 자존심이 강했다. 내가 슬금슬금 피하자 속으로는 화가 나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멀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앞의 여자를 따라갔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녀의 엉덩이는 박음 직하게 생겼다. 엉덩이뿐만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라인’이 살아 있다. 얼굴과 앞모습이 궁금해졌다. 어차피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것도,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있던 것도 아니다.
‘저 사람은...’
그녀는 한적한 모퉁이 앞, 검정색 그랜저에 기대서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 남자가 안면이 있다. 정식으로 알게 된 사람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자주 보이는 사람이다.
‘지철수 시장?’
공화당 출신의 서울시장.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을 기대주로 부각되고 있는 인물이다. 전직 대통령과 깊은 유대가 있어 비자금 사건 때 소환조사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을 내놓았던 검사는 지금 인천지검 교통과로 갔다. 그는 강자였다.
그런 남자를 만나는 여자가 더욱 궁금했다. 마침 그녀는 차에 타려고 몸이 반쯤 돌아섰다.
“앗!”
‘수경이?’
차에 타려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의심할여지 없이 지수경검사가 분명했다.
“누구? 아는 분이니?”
“별로...잘 몰라요..”
“그래? 어서 타라. 너의 엄마 너 기다리다가 또 폭발할라..”
“호호. 그럼 안 되죠. 가요. 아빠.”
‘아빠? 아빠!’
‘수경의 아버지가 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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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는 MT를 갔고, 재석이와 2박3일 동안 단둘이 지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두려웠다.
‘뭐가?’
둘이서 뭔가를 하게 될까봐? 아니면 아무 일도 없을까봐? 어느 쪽이든 무서웠다. 나는 연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재석이 앞에서 다리를 벌리기에는 나이도 10살이나 많았고,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한다.
지금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재석이를 향한 마음을 끊어버리면서 연주도 재석이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렸다. 같이 보낼 2틀이 너무나 기쁘고 설렜다. 바람직한 상태로 2틀을 보내고 나면 실망할 것이다.
띠리링~ 띠리링~
“네~ 홍보과 유현주입니다.”
“.....나야...”
“.......................”
“나라고!”
박명수다. 초저녁부터 술이라도 먹었는지 잔뜩 흥분한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긴장했다. 그는 거짓말쟁이다. 그러면서도 힘을 갖고 있는 남자였다. 힘 있는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이 탄로 났을 땐 힘을 쓰려고 할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두려운 남자다.
“....알..아..요..”
“나와. 할 말 있으니까.”
“.....바..빠...요..”
“잔말 말고. 나오라면 나와. 좋은 말 할 때!”
“...............”
이럴 때 여자라는 사실이 싫다. 겁을 먹고 목소리가 떨리게 나오는 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그가 회사로 찾아와 행패를 부릴까봐 걱정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당한다.
“지금 회사 앞이야. 10분 안에 안 나오면 들어가고 끌고 나온다. 알아서 해.”
“.....알았..어요..”
이쯤 되면 안 나갈 수 없다. 명색이 검사인 그를 정문의 경비업체 분들이 막아줄 수 있을 리 없고, 흥분한 그가 머리채라도 잡아끌고 나가면 회사생활도 끝장이다.
‘재석아......’
이럴 때 가장 의지가 되고 생각나는 사람은 재석이다. 하지만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 역시 재석이다.
똑딱 똑딱.
우물쭈물하는 동안 눈 깜짝 하는 사이 10분이 지나갔다. 이제는 그가 참지 못하고 쳐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급히 핸드백을 챙겨들고 과장님께 거짓말을 하고 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몇 번이나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결국 그 모든 기회를 놓치고 그의 앞에 섰다.
“타.”
“어디가려고요?”
“잔말 말고 타.”
“...........”
조수석에 앉자 그는 묘한 미소를 짓는다. 일종의 승리감의 표현 같다. 하긴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뜻대로 움직였으니 그의 승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의 눈빛, 먹이를 앞에 둔 육식동물 같은 탐욕이 보였다.
‘재석이를 불렀어야 했는데..’
“할 말이 뭐에요?”
“...........급할 거 없잖아.”
“그럼 어디 가는지나 말해줘요.”
“............”
차가 시외로 나가는 길로 들어섰을 때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함부로 차에 탄 어리석음을 원망했고, 신에게 아무 일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가 통했다. 금요일 밤, 시외로 나가는 도로는 차들로 미어터지려고 한다. 거의 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 지금이라면 그대로 문을 열고 내려도 될 정도였다.
“할 말 없으면 내리겠어요.”
“가만있어.”
“흥!”
“아 정말!”
내리려는 나와 잡으려는 그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막히는 도로라고 해도 조금씩 움직였고, 짜증난 뒤차들이 클락션을 누르고 소리를 지른다.
“알았어. 시내로 돌아갈게. 정말 할 말이 있어서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어.”
“싫어요. 내리겠어요.”
“너의 아버지와 유재석이 일이야.”
“.............”
“아..짜증나. 뭔 놈의 차가 이렇게 많아. 띠팔.”
박명수는 외각으로 빠져나가 시내로 차를 돌렸다. 차의 방향이 시내로 향한 것이 안심되기도 했지만 아빠와 재석이 일이란 말에 얌전히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이라면 설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