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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전내내 교실지붕을
두드리고 있다.
"띵동댕~"
이어 오늘 마지막 보충수업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어요!"
"차렷....경례"
"감사합니다~"
수업이 끝나자 교실은 활기로 가득찼다.
"비가 아직도 오네....뭐 태풍이라도 온다냐?"
뒷자리에 앉은 송권이가 짜증스럽다는 얼굴로 물었다.
"글쎄..뉴스에서 그런 소리는 없던데..."
"얌마 태풍이 오면 비가 이렇게 조용히 오냐...벌써
바람불고 지붕들썩 거리고 난리 났지..."
송권이 짝궁인 성민이가 송권이의 뒷통수를 한 대
치며 말했다.
"야 선생님이 빨리 청소하래~"
반장의 말이 떨어지자 교실은 한층더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야...그거 잘있지?"
형철이였다.
"뭐?....아~아 그거....잘있지 "
"괜히 들키지 말고 잘 간직해라"
어제 보았던 비디오는 내 책상 책꽂이뒤에다 잘 숨겨
놓았다.
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바람도 불지않고 참 조용히 오는 비였다.
"어?...현경이다!"
종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정류장
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형철이가 저쪽을 가리키며
내 옆구리를 찔렀다.
그쪽을 쳐다보니 현경이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노란우산을 쓴 모습이 봄날의 개나리를 연상시켰다.
"야~아 자는 서울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좃나게
이쁘다~잉!...서울애들은 다이쁘냐?"
현경이도 우리를 발견했는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손을 흔들었다.
형철이와 나도 손을 흔들어 답했다.
그 원두막 사건이후로 왠지 현경이와 서먹서먹 해졌다.
현경이도 전과는 틀리게 좀 수줍어 하는게 느껴졌다.
"야~이제 가냐?"
"응...오빠들두?"
형철이의 물음에 내쪽으로 수줍은 미소를 보내며 물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내가 너무 말이없자 현경이가
자꾸만 내눈치를 살피는게 느껴졌다.
"오빠...비가 많이 온다..그치"
그런 내가 어색했던지 현경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엉...많이 오네..."
형철이는 반대편 자리에 있는 아이들과 떠드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형철이 오빠 참 재밌어...그지"
현경이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는 듯 자꾸 말을
시켰다.
현경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오히려 그런 현경이의 모습이 내겐 더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쬐끄만게 어른처럼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듯한 그런
태도였다.
버스는 어느새 동네 앞에 멈추었고 우리들은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펴고 나란히 걸었다.
형철이가 자기집쪽으로 사라지자 현경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저번에 그일..."
"....."
난 신발코에 채이는 비를보며 말없이 걸었다.
"우리가 몹쓸짓 한 것 아니잖아..."
"......."
"그러니까 우리 전처럼 지내자...오빠가 너무 그러니까
내가 이상해 지잖아..."
난 그일이 있은후로 현경이가 나를 피하고 나쁜놈이라고
생각할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난 뭔가 어려웠던 문제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혀..현경아...나도 전처럼 너하구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근데...내가 너 한테 그냥 미안해서..."
"그럼 다음부터 안그러면 돼지..뭐"
왠지 전처럼 현경이가 느껴졌다.
"나 또 그럴껀데?"
"뭐?"
현경이가 눈을 흘겼다.
"농담이야~하하하"
현경이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
동네 아저씨 한분이 뭐가 그렇게 재밌냐는 듯한
얼굴로 우릴쳐다보며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