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신의 아내는 어떻게 출근하는가?
시연은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새벽까지 태수와 사랑을 나눈 탓에 늦잠을 잔 게 원인이었다.
다행히 지각은 안 할 거 같았지만 만원전철에 시달려야하는 게 신경쓰였다.
예전부터 만원 전철에 대한 공포가 있어 시연은 늘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착한 전철의 상황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했다.
문이 열렸지만 들어 설 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할 틈도 없이 시연은 뒷 사람들에 의해 전철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어느새 문이 닫히고 전철이 출발했는데 시연은 아무 것도 잡지 못 한 채 사람들 틈에 끼어있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거나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고 몸을 움직여댔고 그 때 마다 시연은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러던 중 누군가 시연이 서 있는 입구 쪽으로 나오면서 입구쪽 사람들이 옆으로 밀렸고 시연은 그만 다리가 꺽이며 중심을 잃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손이 시연의 엉덩이를 받치며 넘어지지 않게 도왔고 그 덕분에 시연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시연은 뒷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마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시연이 다시 중심을 잡은 뒤에도 그 손은 엉덩이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비좁아서 손을 빼기 어려운거라 넘기려 했지만 그 손이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을 땐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째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 엉덩이를 다른 쪽으로 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시연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그 손은 마치 엉덩이와 한 몸처럼 집요하게 붙어 다녔고 점점 더 노골적으로 움직였다.
단순히 피하려는 소극적이고 약한 모습이 녀석의 자신감을 키워준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다음 역에 정차했는데 이번 부터는 계속 반대 쪽 문이 열리는 바람에 시연의 몸은 녀석에게 더 밀착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뿐 아니라 바로 앞 남학생의 책가방에 밀린 덕분에 녀석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엉거주춤하게 다리를 벌려 중심을 잡아야만 했다.
녀석의 손이 엉덩이를 받치지 않으면 넘어질 것만 같았다.
시연은 자신의 치마가 점점 밀려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원래 무릎 조금 위에 있어야할 치마 끝단이 엉덩이까지 올라간 건 녀석의 교묘한 손장난 덕분이었다.
녀석은 한 손으론 시연이 넘어지지 않게 엉덩이를 받치고 있었고 나머지 한손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팬티스타킹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녀석의 손이 스칠 때 마다 시연의 몸은 두려움에 점점 굳어져 갔고 손이 사타구니 밑을 통과 해 둔덕을 건드린 순간에는 힘주고 있던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연이 주저 앉은 곳은 전철 바닥이 아니라 녀석의 허벅지 위였다.
시연의 엉덩이가 내려 앉는 순간 녀석은 재빨리 양 팔로 시연의 몸을 끌어 안았다.
그로 인해 시연의 엉덩이는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춘 녀석의 허벅지 위에 앉을 수 밖에 없었고 녀석의 양 팔이 끌어당기는 바람에 녀석의 단단해진 물건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했다.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서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시연이 밀려난 공간 만큼 앞 사람의 책가방이 그 자리를 차지 했고 꽉 안은 녀석의 팔은 놓아줄 마음이 없었다.
사실 녀석이 팔을 풀어 준다 해도 몸의 중심이 녀석의 허벅지 위에 올려진 이 상태에서 시연이 일어설 방법은 전혀 없었다.
녀석도 그걸 아는지 자유로와진 양 손으로 시연의 허벅지를 쓰다듬었고 시연은 다리를 벌린 채 그 느낌을 견뎌야만 했다.
녀석의 손이 민감한 둔덕을 만지기 시작하자 시연은 다시 정신을 차려보기로 했다. 일단 녀석을 진정시켜보고 통하지 않으면 소리라도 지를 생각이었다.
시연은 고개를 조금 돌려 조용히 속삭였다.
“그...그만 하세요. 지금 그만 두면 없던 일로 할 게요.”
시연의 말이 통한 걸까? 둔덕을 만지던 녀석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착각은 오래가지 못 했다.
녀석의 손 하나가 어느새 시연의 눈 앞에 와 있었고 녀석이 시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손에 반지 보이지? 허튼 수작 부리면 이걸로 니년 얼굴을 그어 버릴 거야. 내가 공들여 갈아 놔서 살짝만 스쳐도 니년 얼굴은 피투성이로 변할 걸? 흐르는 피 때문에 너는 내가 누군지, 어디로 가는지 볼 수도 없을 거야.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프다고 고통짓는게 전부겠지. 그런 걸 원하는 거야?”
시연은 자신의 눈 앞에서 반짝이는 녀석의 반지를 보자 입이 얼어 붙었다.
그 반지에는 반달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는데 그 옆면이 예리한 칼날처럼 갈려 있었다.
녀석은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는 듯 양 손을 시연의 사타구니로 다시 가져 갔다.
그러면서 키득거리며 속삭였다.
“얌전히만 있으면 다치지 않고 금방 끝나. 재수가 없어 똥 밟았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될 거야.”
시연은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녀석은 팬티스타킹을 조금 잡아 당기더니 반지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사타구니 밑을 뜯어냈다.
시연은 스타킹이 뜯겨 나가는 순간 반지의 날카로운 부분이 속살을 건드릴까봐 긴장했는데 녀석은 한번만 칼집을 낸 후 벌려진 틈으로 손가락을 넣어 마져 뜯었다.
빠르고 정확한 동작이 많이 해본 솜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타구니 아래 정확히 일자로 찟어져 치마를 내리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녀석의 손이 찟겨진 틈으로 들어와 부드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감촉이 마음에 드는지 ‘하아~’ 하고 옅은 숨을 내 쉬었다. 녀석의 손은 한 곳에서 오래 지체하지 않았다.
어느 새 팬티 위로 올라간 손이 둔덕을 몇 번 쓰다듬더니 한 손으로 속살을 덮고 있던 부분을 옆으로 제껴버렸다.
그러자 나머지 한 손이 지체없이 시연의 거웃을 쓰다듬었다. 시연은 너무 수치스러워 눈을 감아 버렸다. 그렇게라도 해야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녀석의 손가락이 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때에도 너무 아팠지만 이를 악 물고 참아야만 했다.
시연은 조금 뒤 자신의 애액들로 아픔이 덜 해지자 녀석의 손길에 반응하는 자신의 몸이 부끄러운 것 보다 고통을 줄여주는 것에 더 감사하고 있었다.
“좋냐? 처녀도 아닌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거 즐겨. 하긴, 요즘 처녀가 어딨어. 크크. 너도 지금 좋아 죽겠지?"
녀석의 모욕적인 말에 수치스러웠지만 시연이 지금 바라는 건 이 순간이 빨리 끝나는 것 뿐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녀석이 사정하는 것 뿐이었다.
시연은 어느순간부터 마치 녀석에게 세뇌가 된 것처럼 녀석이 한 모든 말들을 합리화 하고 있었다.
녀석의 말대로 난 처녀도 아니다.
오늘 운이 나빠 똥 밟은 거다. 다행히 배란기도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즐긴다고 생각하면 덜 수치스러울거다.
태수에게 미안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나만 생각하자.
녀석이 빨리 끝내게 하는 것. 그것 밖에 답은 없어 보였다.
“빨리 해~”
시연은 자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 나올 줄 몰랐다. 자신이 내뱉고도 믿기지 않았다. 녀석은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 넣으며 킥킥거렸다.
“뭐라고? 다시 말 해봐. 말이 좀 짧다.”
“빨리 해...줘요.”
“내꺼 먹고 싶어?”
“응. 빨리.”
사정을 모르는 자가 보면 마치 시연이 몸이 달아 요구하는 것 같은 간절한 목소리였다.
녀석은 시연의 엉덩이 밑으로 바쁘게 손을 움직이더니 단단해진 그것을 맞추려 했다.
녀석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어서 빠르게 가능한 일이었다.
녀석은 전철이 흔들리는데도 노련하게 삽입시켰다.
끝까지 밀어 넣어 시연의 몸과 밀착되자 녀석은 자신의 무릎을 펴며 시연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시연을 뒤에서 끌어 안은 채 자신의 욕정을 풀어나갔다.
“좋지?”
하며 녀석이 몇 번 물었지만 시연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녀석의 분탕질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 정거장도 가기 전에 시연은 녀석의 배설물이 자신의 몸 속에 뿌려지는 걸 느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욕정의 배설물,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난 이번에 내릴 거야. 두 정거장 더 지날 때 까지 절대 눈 뜨지 마. 그 다음엔 알아서 갈 길 가면 돼.”
녀석은 이 말을 남기고 사라졌고 그제서야 시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흘렀지만 닦지도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시연은 그 눈물의 의미가 헤깔렸다. 다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서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고 간 녀석이 고마워서 인지 알 수 없었다.
녀석은 사정이 끝난 뒤 흘러내리지 않게 시연의 팬티를 위로 당겨 정리 해 주고 치마도 원래 상태로 돌려놓았다.
치마가 좀 구겨지긴 했지만 그냥 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보일 뿐이었다.
시연이 눈물을 흘린 게 녀석이 치마를 내려준 바로 그 순간이었기에, 자신이 당황스럽지 않게 뒷처리를 해 준 녀석의 배려가 시연을 감동시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시연은 그가 치마를 정리해 준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었다. 사건이 끝나자 자신이 피해자였다는 사실도 잊은 채 가해자의 배려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시연은 녀석이 시킨대로 두 정거장을 더 가서 눈을 떴다.
눈을 떴지만 눈물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다. 분명한 건 내려야 할 역을 한 참 지나쳤다는 것 뿐이었다.
핸드백을 열어 손수건을 꺼내려는데 아른거리는 눈 앞으로 뭔가가 다가 왔다. 손수건이었다.
시연은 그 손수건을 받아 눈을 닦은 뒤 손수건의 주인을 바라 봤다.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황억만였다.
시연이 탄 뒤 처음으로 다시 시연이 서있는 쪽의 문이 열렸고 억만은 시연의 팔을 잡고 함께 내렸다.
그는 시연을 사람들이 없는 구석으로 데려가 빈 의자에 앉힌 뒤 자신도 시연 옆에 나란히 앉았다.
시연은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조금 전 상황을 본 걸까? 봤다면 언제 어디서 부터 봤을까? 그가 다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는 듯.
침묵이 계속되자 시연은 조급해졌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황억만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억만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
“나 다 봤어요.”
“네?”
시연은 머뭇거리며 다시 물었다.
“뭘 봤다는 거죠?”
“전부다요. 처음부터 전부.”
시연은 황망스러웠다.
“제...제가 당하는 걸 다 보셨다고요?”
“그래요. 다 봤어요.”
시연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데 왜 도와주지 않았죠? 억만씨만 도와 줬어도 제가...흑흑"
“미안해요. 그럴 수 없었어요. 나 그 녀석들 알아요. 아주 무서운 놈들이에요.”
“노...놈들이라뇨?”
“맞아요. 놈들이죠. 혼자서는 절대 그런 대범한 짓 못 해요. 한 명이 하는 것 같지만 녀석들은 때로 몰려 다녀요. 한 놈이 즐기는 동안 나머지는 거들죠. 그게 녀석들 수법이에요. 오늘 시연씨가 가만히 있었던 건 잘 한 일이에요. 소리라도 질렀다면 시연씨만 다쳤을 거에요. 운 좋게 한 놈은 잡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나머지 녀석들이 가만 두지 않아요. 시연씨를 찾아가 신고하지 못하게 하거나 보복을 했겠죠. 그런 놈들이에요. 똥 밟았다 생각하고 차라리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상황은 더 안 좋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나 역시 무서웠어요. 녀석들은 도와준 사람에게까지 보복을 하니까.”
시연은 억만의 얘기를 들으니 더 무서워졌다.
억만의 말대로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서럽게 눈물이 났다.
시연이 서럽게 흐느끼자 억만의 팔이 시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시연은 놀라서 잠깐 움츠렸지만 나쁜 의도가 없다고 판단한 뒤 더 서럽게 울었다.
사람은 혼자일 때 보다 옆에 누가 있을 때 더 울고 싶어진다.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시연은 그렇게 펑펑 울었고 억만은 시연을 자신에게 기대게 한 채 손으로 시연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시연은 자신의 곁에서 위로가 되 주는 억만이 고마웠다.
말이 없고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더 잘 해줘야겠다 다짐했다. 시연은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쯤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자신이 아는, 그것도 남편인 태수와 같은 사무실에 있는 그가 자신의 치부를 안다는게 걱정됐다.
시연은 억만의 얼굴을 쳐다보며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일은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해주실래요? 부탁이에요.”
어깨에 있던 억만의 손이 팔을 타고 미끄러져 시연의 골반 위에 멈췄다.
“그럼 우린 서로 부탁도 들어주고 비밀도 공유하는 그런 사이가 된 건가?”
억만의 손이 시연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또 다른 두려움이 시연의 몸을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