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 내 아내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절대. (6/14)

6. 내 아내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절대.

태수는 퇴근 시간까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시연에게 전화해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았다.

반면 박부장은 뭐가 그리 좋은지 하루종일 실실거렸고 태수는 박부장이 웃을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전에는 박부장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그가 자신을 향해 웃어주면 신뢰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는데 지금은 그 역시 지위를 이용해 여자를 취하려는 파렴치한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수가 하루종일 생각하며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박부장이 시연을 추행했고 그 모습을 김성주가 본 뒤 오해한 것이다.

태수가 아는 시연은 절대 그런 여자가 아니었고 그렇게 할 어떤 동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부장은 시연이 먼저 유혹한 것으로 상황을 몰아 황부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김성주가 본 상황도 정리되었다. 김성주가 본 상황은 이랬다. 밥을 먹다 앞을 봤더니 시연이 박부장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놨고, 시연의 손이 내려가자 박부장이 허벅지를 만졌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박부장과 김성주의 말이 일치하지만 중요한 건 김성주가 그 전 상황을 못 봤다는 것이다.

허벅지를 만지려는 박부장과 시연 사이에 실갱이가 있었던게 틀림 없었다.

허벅지를 만지는 박부장의 손을 시연이 여러번 뿌리쳤고 그러다 체념하고 손을 내려놓는 딱 그 부분을 김성주가 본 것이다.

시연의 손이 박부장의 손을 위에서 잡고 있었다는게 이 추론에 설득력을 더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태수를 안심시킨건 시연의 문자였다. 일이 끝나서 먼저 집으로 간다는 문자였다.

그것은 박부장과 저녁을 먹지 않는 다는 걸 의미하며 집에가서 확인만 하면 되는 거였다.

박부장은 태수가 모를 거라 생각하고 저녁약속이 있다며 거짓말을 한 것이다.

태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의 신발을 확인하고 기뻐했다. 분명 아침에 신고 나간 구두였다.

시연은 피곤했는지 태수가 온 것도 모르고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그새 샤워까지 했는지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다.

뒷모습을 보이며 옆으로 누워있는 시연을 보며 태수는 덮치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분명 어제도 관계를 가졌는데 어제보다 더 큰 흥분이 밀려왔다. 당장 달려들고 싶었지만 피곤해 잠든 시연을 깨우기가 미안했다.

어제 조금 밖에 못 잤는데 오늘도 설문지 받으러 다니며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안쓰러워서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며 설문지 작성을 부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인턴 시절 태수도 경험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설문지 작성을 부탁할 땐 사은품을 챙겨주는데 인턴들은 사은품 없이 설문을 받아야만 했다.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시연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는 억만과 함께였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시연 혼자 동분서주 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원래는 눈치 빠르고 사람 비위 잘 맞추는 김성주와 보낼 생각이었는데 식당에서의 일이 생각나 시연과 떼어 놓고 싶었다.

시연의 허벅지와 치마 속을 보던 눈 빛을 생각하자 다시 화가 치밀었다.

박부장은 그렇다 쳐도 인턴녀석까지 그런다는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다시 생각해 봐도 억만과 보낸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았다.

뭔가 비밀스럽고 속을 알 수 없기는 하지만 대놓고 치근대진 않을 거 같아서다.

태수는 침대에 앉는 대신 바닥에 앉아 시연의 엉덩이를 응시했다. 누구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엉덩이었다.

그 어떤 남자가 시연같은 여자를 보고 욕심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들만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연애시절 그리고 결혼 후에도 그런 남자들은 늘 있어왔지만 지혜롭게 대처했던 시연이었다.

남자들의 시선과 구애를 즐기기는 했지만 시연은 단 한 번도 태수의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누구든 선을 넘으려 하면 무안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거절한 뒤 돌려보냈다.

식당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건 다른 직원 들 앞이라 박부장을 배려한 게 분명하다.

어찌됐든 앞으로 매일 얼굴을 봐야 하기에 순간적인 실수로 판단하고 단 둘이 있을 때 확실하게 얘기하려던 것이다.

아마 박부장과 걸으며 한 얘기는 저녁 약속이나 애정표현이 아니라 선을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던게 분명하다.

태수가 아는 시연은 그런 여자였다. 엉덩이를 보고 있으니 오전의 상황이 다시 생각났다.

이런 엉덩이가 눈 앞에서 움직이고 거기다 자신의 무릎에 앉기 까지 했으니 박부장이 얼마나 애가 탔겠는가.

자신이 점심을 산다며 나가자고 한 것과 식당에서 시연을 옆에 앉힌 것만 봐도 나쁜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태수는 자신이 박부장이라고 생각하며 시연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지금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손이 박부장의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박부장의 무릎 위에 안겼을 때 시연의 기분은 어땠을까?

박부장의 손이 허벅지를 만질 때, 그리고 치마 속으로 들어왔을 때 단지 불편하고 싫기만 했을까?

태수는 박부장이 시연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상상을 해봤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두근거렸다.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그럼 질투 때문에?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분명한 건 태수의 물건이 평소 발기되던 것 보다 훨씬 더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마치 10대 시절, 혹은 연애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태수는 다급하게 침대로 올라가 시연을 뒤에서 안으며 단단해진 물건을 엉덩이에 밀착시켰다.

시연을 쉬게하겠다는 생각도 잊은 채 가슴을 움켜쥐며 물건을 비볐다.

어서 일어나 아내로서의 도리를 하라는 시위였다.

“어머, 오빠 왔어?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나 봐. 근데 오빠 뭐해?”

“나 지금 하고 싶어.”

“지금? 나 아직 잠도 안 깼어. 그리고 너무 피곤해.”

“도저히 못 참겠어서 그래. 부탁이야 응?”

“나도 부탁할게. 오늘은 좀 봐줘. 어제도 늦게까지 했잖아. 나 정말 피곤하단 말야.”

시연이 피곤한 것도 알고 어제 한 것도 알지만 태수는 물러날 수 없었다.

평소보다 단단한 물건 맛을 보면 아무리 피곤한 시연이라도 좋아할거라 생각하며 트레이닝 바지를 벗기려 했다.

시연은 태수를 강하게 밀어냈고 태수는 그만 방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두 사람 모두 당황스러웠다.

“오빠. 미안. 안 다쳤어?”

태수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

“몸보다도 내 마음이 다친거 같은데.”

“정말, 미안해. 싫다는데 오빠가 자꾸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됐어.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내가 무슨 거지야? 너한테 구걸까지 해야 돼?”

태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벗으며 덧붙였다.

“걱정 마. 씻으려고 옷 벗는 거니까. 나도 기분 더러워져서 하고 싶지 않아.”

태수는 그 자리에서 속옷까지 모두 벗어 던졌고 우뚝 솟은 물건을 자랑하듯 보이며 씻으러 나가버렸다.

태수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너무 화가 나서 온 몸을 빡빡 문질렀다.

비누칠을 하는 동안 팬티 문턱에서 시연에게 거부당한 박부장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자신도 그와 다를 바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자신을 그리고 박부장을 거부한 시연이 미웠다.

여전히 성나있는 물건에 거품을 잔뜩 바른 뒤 수음을 시작했다.

수음에는 대상이 필요했고 태수는 그 대상으로 시연과 박부장을 등장시켰다.

박부장이 자신을 대신해 시연을 혼내주길 바랐다. 장소는 점심때 갔던 식당이었다.

박부장은 직원들을 모두 몰아낸 뒤 자신을 거부하는 시연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

아니, 찢어 버렸다.

그리고 시연의 몸에 올라 타 밀어내는 시연을 힘으로 제압하며 자신의 물건을 억지로 쑤셔 넣는다.

시연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를 당해낼 수 없고 가슴을 빨리며 흐느낀다.

그러다 밀어내던 시연의 손이 박부장을 바짝 끌어 안는다.

괴성을 지르며 더 빨리 해달라고 흐느낀다. 아까와는 다른 흐느낌이다.

시연은 자신보다 두 배를 더 산 아버지 뻘 남자를 허벅지로 조이며 더 깊이 박아달라 애원한다.

그리곤 태수를 향해 웃으며 말한다.

“오빠, 고마워.”

태수는 그 순간 사정을 했다. 태수는 욕망이 해소되자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을 질책했다. 아내를 박부장에게 던져주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해서는 안 될 생각이었다. 시연에게 미안해졌다.

 피곤한 시연을 난처하게 하고 화를 낸 것도 미안했고, 무엇보다도 박부장과 시연을 가지고 음란한 상상을 한 것이 가장 미안했다.

박부장 같은 놈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준다는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태수가 나오자 시연이 울먹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태수는 한심한 자신을 탓하며 시연을 포근히 안아줬다.

“오빠가 미안해. 너무 내 생각만 했어. 너 피곤한 거 잘 알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더 미안해. 오늘 오빠에게 너무 큰 잘못을 했어. 상처 줘서 미안 해. 내가 오빠만 사랑하는 거 알지?”

시연은 그 말을 하며 서럽게 펑펑 울었다.

“알지, 알고 말고. 그러니까 울지 마. 오빠가 정말 미안해. 손으로 했더니 이제 괜찮아.”

“우앙~ 뭐가 괜찮아. 내가 해줬어야 했는데.”

“정말 괜찮다니까. 정 미안하면 다음 번엔 서비스 확실히 해 줘. 알았지?”

“알았어.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히히덕거리며 저녁을 먹었고 태수는 박부장 문제를 시연에게 맞기기로 했다.

지금 그 얘기를 꺼내 시연을 당황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고 시연이 현명하게 대처할 거라 굳게 믿었다.

토요일 아침, 시연은 집 근처 요가 학원에 있었다.

원래는 주중에 삼일을 다녔는데 일을 하면서 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휴일인 토요일에 다니기로 한 것이다.

일 때문에 자주는 못 가더라도 몸이 굳지 않기 위해 한 번은 가야할 것 같았다.

요가시간 내내 시연은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교수와의 일은 생각하기 싫었지만 동정남들과의 만남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특히 세번째와 일곱번째 남자가 준 두 번의 오르가즘을 떠올릴 때면 다시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얼굴도 못 보고 헤어진게 못내 아쉬었다.

그들에게 시연의 모습은 첫여자로 평생동안 기억되겠지만 시연이 기억할 수 있는 건 삽입에 대한 기억 뿐이었다.

특히 세 번째 남자와의 궁합은 시연이 생각해도 너무 완벽해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거라 생각하니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태수를 생각하면 빨리 잊어야 하는게 맞겠지만 아쉬운건 시연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일이었다.

마지막 일곱번 째 남자까지 모두 사정한 뒤 억만은 아쉬워하는 그들을 모두 강의실 밖으로 데리고 갔다.

다시 돌아온 억만은 그들을 처음 모여 있던 강의실로 데려다 놨다며 시연을 데리고 학교를 빠져 나왔다.

그는 시연에게 박부장과의 약속은 취소해도 된다며 피곤할테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

시연이 점심 때 했던 말도 안 되는 고백은 어떻하냐고 묻자 흔쾌히 그것도 실수였다고, 없던일로 하자고 문자하라고 했다.

시연은 갑자기 관대해진 그가 의아했지만 그의 마음이 변할까봐 얼른 인사를 하고 도망쳤다.

시연은 태수에게 먼저 문자를 보낸 뒤 박부장에게는 퇴근 시간이 지나서 문자했다.

없던 일로 하자고 문자했음에도 박부장은 전화까지 걸어 시연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는 박부장에게 그럴일은 없을거라며 딱 잘라서 말한 뒤 이 시간 이후로 사적인 연락이 오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연은 요가 수업이 끝나고 센터를 나서다 깜짝 놀랐다. 센터 입구에 억만이 웃으며 서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일부러 만나러 온 건 아니고 마침 요 앞을 지나는데 니가 이리로 들어가는 거야. 이젠 뒷모습만 봐도 너인줄 알겠더라니까. 그냥 갈까 하다가 기왕 봤는데 인사는 하고 가려고 기다렸지. 요가 하는 것도 지켜봤는데 강사보다 더 잘하던데? 몸이 어쩜 그렇게 유연할 수 있지? 난 흉내도 못 내겠던데. 멋진 몸매가 그냥 나온게 아니더라고, 다 그 만큼의 노력이 있었던거지 안 그래?”

“바쁘실 거 같은데 인사 했으니까 그만 가 보세요.”

“내가 안 반가운가봐.”

같이 수업 받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억만과 시연을 쳐다봤다.

“아니에요. 반가워요. 그냥 사람들이 보는 게 신경쓰여서. 집에도 빨리 들어가 봐야 되거든요.”

“그래? 그럼 빨리 가야지.”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시연이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억만이 한 걸음 정도 뒤 따라 걸었다.

“가는 거 아니었어요?”

“너 같은 여자가 혼자 다니는 거 위험해. 집까지 데려다 줄게.”

“밤도 아니고 사람들도 많이 다녀서 괜찮아요.”

“과연 그럴까? 지금도 나 같은 놈이 따라다니고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섭지? 위험한 거 같지?”

“그렇네요. 위험한 거 맞네요.”

시연은 어의가 없어 비꼬는 투로 말했다.

“이 세상엔 나 같은 놈들이 생각보다 많아. 지금도 몰래 숨어서 니 엉덩이를 훔쳐보거나 도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 말을 들으니 시연은 뒤가 싸 해졌다.

“지금 내 엉덩이 보면서 걷는 거에요?”

“어. 걸을 때 마다 씰룩거리는게 남자를 미치게 하는 엉덩이야. 너도 자랑하고 싶어서 몸에 딱 달라붙는 트레이닝 복 입은 거 아니야? 가린 것도 아니고 어차피 보이는건데 기왕이면 보면서 걷는게 좋지. 안 그래?”

시연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말했다.

“이건 스판 재질이 요가할 때 편해서 입은 거고요.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는 건 숙녀한테 무례인 거 몰라요?”

“설마 나를 예의나 차리는 그런 이중인격자들로 취급하는 거야? 안 보는 거 처럼 하면서 몰래 보는 놈들이 더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거야. 그렇게 힘들게들 사는데 뇌가 버텨내겠어? 그러니까 세상이 미쳐돌아가는 거지. 가식덩어리들이 예의랍시고 베푸는 행동을 믿지 마. 어떻게든 한 번 따 먹으려고 수작부리는 거니까.”

“이제 다 왔으니까 돌아가세요. 제 뒤로 경비 아저씨 보이죠? 경비아저씨가 계신데 무슨 걱정이에요.”

“저게 어딜봐서 아저씨야? 툭 치면 픽 쓰러질거 같은 노친네같은데. 근데 그거 알아? 지금 저 노친네도 니 엉덩이 보고 있는 거?”

시연이 돌아보자 경비가 다급하게 딴 짓을 했다.

“경비실 지나갈 때 밤꽃냄새 안났어? 니 생각하면서 딸 꾀나 잡으셨을 거 같은데.”

시연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억만을 노려봤다.

“좋으신 분이에요. 괜한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 마요. 내가 모르는 남자랑 이야기 하니까 지켜본 거 뿐이라고요.”

“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 없고. 방금 그렇게 설명을 해 줬는데도 못 알아먹으니 난들 어쩌겠어.”

“이제 가시는 거죠?”

“지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거야? 나랑 같이 있는게 그렇게 싫어?”

“그래요. 또 언제 이상한 걸 시킬까 싶어 신경쓰인다고요.”

“시키고 안시키고는 내 마음이야. 내가 너보다 어리니까 만만해 보여? 아님 좀 잘 해주니까 우습니?”

시연은 억만의 언성이 높아지자 겁이 났다.

“그런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목소리 좀 낮춰요.”

“집에 들어가는 거만 보고 가려했는데 니가 내 신경을 건드렸어. 니가 자처한 일이니 날 원망하지 마.”

“무슨 소리에요.”

“지금 당장 저 노친네를 데리고 경비실로 들어가. 그리고 노친네의 물건을 빨아.”

시연은 파랗게 질리며 급히 사과했다.

“내가 잘 못 했어요. 진짜 반성하고 있으니까 화내지 마요.”

억만은 시연의 사과에 아랑곳하지않고 말을 이었다.

“노친네 물건이 준비가 되면 니 잘난 엉덩이를 대줘. 니 안에 싸는 것 까지 확인하고 갈테니까 꾀 부릴 생각 하지마.”

“제발~ 부탁이에요. 잘못했으니까 농담이라고 해줘요.”

“좋은 분이라며, 그 동안 너한테 도움 많이 준거 같은데 그럼 너도 보답을 해야지. 니가 그렇게 해 주면 노친네가 기뻐할 거야. 좋아할 노친네를 생각해 봐. 뿌듯하고 보람있는 일 아니야?”

“못해요. 절대 못해요.”

시연은 매일 얼굴보며 인사하는 경비아저씨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하기 싫으면 그냥 들어가. 내가 대신 가서 눈이라도 호강시켜드릴테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별거 아니야. 어제 강의실에서 찍어 논 영상이 있거든. 그거나 같이 보려고. 그 다음엔 경찰서로 가야겠지.”

억만이 시연을 앞질러 경비실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고 시연은 충격에 휩싸여 몸이 얼어붙었다.

따라가서 말려야하는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보같이 왜 신경을 건드렸는지 후회가 됐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

그가 지금 농담하는 거라고, 장난치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뭐야. 울고 있는 거야?”

억만이 어느새 다시 눈 앞에 서 있었다.

“노...농담이었죠? 나 놀리려고 그런거죠?”

“농담 아니야. 계획이 바뀐 거 뿐이야.”

“네?”

“더 재밌는 계획이 생겼거든.”

“그게 무슨…”

“박대리가 왜 너희 집 앞에 있지?”

억만이 태수를 본 것이다.

요가 끝나고 마트에 가기로 했는데 올 시간이 되자 나와서 기다린 것 같았다.

시연은 순간적으로 억만의 계획을 알아챘고 잘 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정말이에요? 오지 말라고 분명히 말 했는데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요. 다시 가서 확실히 얘기해야 겠어요.”

“무슨 소린지 알아듣게 설명해봐.”

“억만씨 말고 날 괴롭히는 사람이 또 있는데 그게 바로 박태수 대리에요.”

“괴롭혀? 어떻게?”

“그거 알아요? 억만씨와 박대리의 공통점?”

“답답하니까 질문하듯 말하지 말고 빨리 좀 설명해 봐.”

“공통점은 두 사람 다 나에게 눈길 한 번 안 준다는 거에요. 물론 회사에서만이지만. 변태들은 비슷한가봐요.”

“그 자식도 변태란 말이야?”

“맞다. 억만씨는 다른 변태 싫어하죠?”

“녀석이 뭘 어쨌는데?”

“싫다는데도 계속 문자하고, 전화하고, 지금처럼 집 앞에 찾아오고.”

“그게 무슨 변태야. 널 좋아하나보지. 회사에서는 눈치 보이니까 관심없는 척 하고 뒤로 호박씨 까는 거 잖아. 박대리 정도면 괜찮지 않아? 여자들은 그런 스타일 좋아하잖아. 키 크고 잘 생기고 뭐 그런 거.”

“저 사람 유부남인거 잊었어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자기가 내 남편인 척 하고 다녀요. 아까 그 요가 학원에도 찾아와서 사람들한테 자기가 내 남편이고 보호자라 그랬다니까요. 내가 아니라고 할 틈도 없이 끌고 나와서는 농담인데 뭘 그러냐는 거 있죠.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매일 얼굴 봐야 하는 입장이고 직속 상사라 더 신경 쓰여요. 좋게 잘 말해도 말이 안통한다니까요.”

“유부남이면 어때? 그냥 만나서 즐겨.”

“싫어요. 왜 있잖아요. 그냥 싫은 사람. 박대리가 딱 그런 사람이에요. 난 그 사람하고 조금만 스쳐도 소름이 돋아요.”

“그래? 재미있군.”

“서로 마주치면 불편하니까 억만씨는 이제 돌아가요. 저 사람은 내가 타일러서 돌려 보낼게요.”

“잠깐. 그러지말고 저 자식을 유혹해봐.”

“네?”

“노친네보다 그래도 잘생긴 놈이 날 거 아니야.”

“회사에서 매일 봐야하는데 어떻게.”

“그러니까 더 재밌지. 사람들 없는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 대충 빼다가 녀석이 덤비면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 줘.”

“어디까지요?”

“그 놈이 원하는 거 전부. 저기 아파트 뒤쪽 폐품창고가 사람들 안 다니고 좋던데 그리로 가.”

“거긴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아는 게 뭐가 중요해? 안다는 게 중요하지. 진입로도 하나고, 내가 망 봐줄 거니까 신경쓰지말고 맘 껏 즐겨.”

아파트 입구에 태수가 서 있었다.

“오늘은 좀 늦었네. 배고프다 마트가면 밥부터 먹자.”

시연은 억만이 태수의 얼굴을 볼 수 없게 가린 뒤 말했다.

“오빠. 어제 오빠가 서비스 확실히 해달라고 했지?”

“그랬지.”

“그거 지금 해 줄게.”

“지금? 정말? 그럼 다시 들어갈까?”

“오빠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우리 상황극 해 보자.”

“상황극?”

태수의 눈이 기대감에 초롱초롱해졌다.

“응. 일단 따라와.”

창고 안은 조명이 없었지만 양 쪽으로 뚤린 두 개의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박대리님, 저희 집까지 찾아 오시면 어떻게요. 동네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이래요. 제가 싫다고 했잖아요.”

“그러지 말고 나랑 사귀자. 내가 잘 해줄게.”

“박대리님은 결혼도 하셨잖아요.”

“요즘은 부담 없어서 유부남을 더 선호한다며?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갖고 싶었어. 특히 이 엉덩이.”

태수가 시연을 앞에서 안으며 양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이거 놓으세요.”

두 사람은 약간의 실갱를 벌인 뒤 격렬한 섹스를 했다.

그리고 태수는 지하주차장으로 가 혼자 차를 몰고 떠났다.

.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아내 뿐.

월요일 아침부터 박부장은 태수를 옥상으로 불러냈다.

그는 시연이 약속을 취소한 것도 모자라 없던 일로 하자했다며 태수에게 하소연했다.

“다른 젊은 놈을 만나러 간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 왜 갑자기 마음이 바꼈겠어.”

“부담스러워서 그랬겠죠. 앞으로 계속 같이 일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 눈도 있잖아요.”

“그런걸까? 차라리 그런거라면 다행이고. 다 늙어서 상사병 걸렸나봐. 주말 내내 한시연씨 생각밖에 안 나더라니까.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 거 잘 알잖아.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날 좀 도와줘.”

“제가요?”

“그래. 한시연씨 앞에서 내 칭찬 좀 팍팍하고 밥 먹을 때도 계속 나랑 앉게 해 달란 말이야. ”

“그정도야 제가 해드릴 수 있지만, 괜찮으시겠어요? 다시 연락하면 고발할 거 같은 분위기였다면서요.”

“그게 마음에 좀 걸리긴 하는데 상사병으로 죽느니 차라리 파렴치한으로 몰리는게 낫겠어. 오죽하면 내가 이러겠나.”

태수는 난감했다. 박부장이 이정도로 시연에게 빠져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요. 제가 아니면 누가 부장님을 돕겠어요. 대신, 몇 번 해 보다 안 되면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세요. 여태껏 쌓으신 부장님 명성에 누가될까봐 걱정입니다.”

“알았어. 걱정마. 적당히 해보다 안 되면 나도 그만 둘테니까.”

시연은 오전 내내 불편했다.

아침 조회 시간에 태수는 박부장의 칭찬만 늘어놨고, 그 때마다 박부장은 뻘쭘한 표정으로 시연의 반응을 살폈다.

시연은 자신을 보는 그의 표정이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애써 웃으며 호응을 보였다.

그 뿐 아니라 박부장은 일 하는 모습을 보겠다며 인턴들의 자리를 돌아다녔고 유독 시연의 자리에서만 많은 참견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자기딴엔 자상한 면을 보이려 도와주는 거지만 오히려 시연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시연의 등 뒤에 서 있는 게 싫었고, 얼굴을 갖다댈 때 나는 담배냄새가 싫었고, 마우스를 잡는 척하며 손을 만지는 게 싫었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가슴을 훔쳐보는 게 싫었고, 실수인 척 가슴을 건드리는 게 싫었고, 바꿔도 똑같은 의미의 문장을 자꾸 고치라고 하는 게 싫었고, 사실 모니터에 비쳐보이는 박부장의 모습 자체가 싫었다.

그러니 빨리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문서가 완성될 리 없었다.

결국 오후 일과 시작 전 제출할 문서를 점심시간까지 끝내지 못했다.

박부장은 문서 마무리를 돕겠다고 한 뒤 다른 직원들을 먼저 식당으로 보냈다.

“이제 우리 둘 뿐이네. 서류는 이 정도면 됐어. 너랑 할 얘기가 있어서 둘만 남은 거야.”

“부장님, 그 일 때문이라면 전에 말씀드린 그대로에요. 그러니 저에대한 개인적인 호감은 걷어주세요.”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까놓고 말해서 니가 먼저 불을 질렀잖아.”

“그 일은 죄송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요.”

“무슨 사정? 혹시 직원들끼리 날 가지고 내기라도 한 건가?”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개인적인 일이라 말씀드릴 순 없어요.”

“난 시연이에게 잘해주고 싶어, 좋은 애인도 되 주고 아빠도 되 줄 수 있어. 갖고 싶은 거 사줄 수 있는 경제력도 있고. 결정적으로 나랑 사귀기만 하면 정직원은 따논 당상이야. 그뿐이야? 회사생활도 편하게 할 수 있어. 그냥 놀러다닌다고 생각해도 돼. 놀면서 월급받고 얼마나 좋아.”

“죄송해요. 저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한테 미안할 짓 하고 싶지 않아요.”

“모르게 하면 뭐가 문제야. 난 괜찮으니까 그 놈 계속 좋아하고 그 놈이랑 결혼도 해. 어차피 나도 유부남이잖아. 그냥 가끔 데이트만 해주면 돼. 많이 바라는 거 아니라니까.”

“죄송해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시연이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박부장이 시연의 입술을 덮쳤고 시연은 그를 밀어낸 뒤 자기도 모르게 따귀를 날렸다.

“내가 그렇게 싫어?”

“더는 못 참아요. 한 번 더 이러시면 고발할거에요.”

시연은 그 말을 남긴 뒤 밖으로 나갔고 박부장은 자리로 돌아가 멍한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봤다.

시연은 점심을 먹고 주변을 맴돌다 점심시간이 끝나고서야 사무실로 돌아갔다.

다행히 점심을 먹으러 갔는지 박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데 메시지가 왔다. 12층 비상계단으로 오라는 박부장의 문자였고 시연은 무시해 버렸다.

조금 뒤 또 문자가 왔고 이번엔 사진이 첨부되었다.

시연은 사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폐품창고에서 태수와 시연이 격렬하게 키스하는 사진이었다.

사진 밑에는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둘 다 죽여버리겠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억만의 짓이었다.

시연이 노려보자 억만은 씨익 웃은 뒤 고개를 숙였다.

비상계단은 조용했고 성난 표정의 박부장이 앉아 있었다.

시연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박부장은 시연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

“좋아한다는 놈이 박대리 그 자식이었어? 그 자식 때문에 난 안된다는 거야? 둘 다 아주 박살을 내 줄거야.”

“박대리님은 잘 못 없어요. 제가 좋아서 따라다닌 거에요.”

“그 자식도 유부남이고 나도 유부남인데 왜 그자식만 되는거지? 그 자식은 젊고 잘생겼고, 난 나이들고 추해서인가?”

“아니에요. 박부장님이 왜 추해요. 부장님 멋있으세요.”

“따귀까지 때릴 정도로 싫어하면서 내가 멋있다고? 두고 봐. 박대리 그 자식, 사표 쓰고 제 발로 나가게 해 줄테니. 너도 마찬가지야. 날 엿먹이고 무사할 거 같아? 각오하고 있어.내가 박대리 와이프 찾아가서 전부 얘기할 거니까. 회사에 소문나면 너도 끝이야.”

“그러지 마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뭘 그러지마. 난 지금 너무 화가나서 아무 놈이나 붙잡고 패주고 싶을 정도야. 박대리 그 놈은 더 나빠. 내가 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감히 내 뒷통수를 쳐?”

“박대리님은 정말 잘 못 없어요. 박대리가 부장님을 얼마나 생각하는데요. 이 사진 찍힌 날도 부장님한테 잘 하라고 말하러 온 거에요. 부장님 잘 챙기면 정직원 시켜주겠다면서 잘 모시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억지로 키스한거에요. 그러다 이 사진이 찍힌거고요. 아마 누군가 절 몰래 쫒아다니다 찍은 걸 거에요. 부장님에게 보낸 걸 보니 회사 사람일 거고요.”

“박대리가 날 배신하지 않았다 그건가?”

“맞아요. 제가 키스한 게 전부에요. 제가 키스하니까 박대리님이 뿌리치고 돌아갔어요.”

“사실이든 아니든 박대리를 챙기는 모습이 씁씁하군. 차라리 박대리가 나쁜 놈이라고 했다면 내 기분이 덜 상했을텐데. 내가 모른 척 해주길 바라나?”

“네. 부탁이에요. 모른 척 해주세요.”

“박대리는 계속 만날거야?”

“아니요. 저 싫다는 사람 왜 만나겠어요.”

“좋아. 그 부탁 들어주지.”

박부장이 시연의 머리를 잡아당겨 키스 했고 시연은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그의 혀가 들어올 수 있게 입을 벌려줬다.

그는 한참동안 시연의 몸을 더듬으며 키스 했고 어느새 치마속으로 들어온 손이 스타킹을 벗기려 했다.

“자...잠깐만요. 진정하세요. 누가 오면 어쩌려고요. ”

“괜찮아. 아무도 올 사람 없어.”

그 사이 스타킹이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이런데서 싫어요. 이따가, 이따가 해요.”

“나 못 참겠어. 그냥 빨리 한 번 하자.”

그 순간 바로 밑에 층 출입구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더니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그 사람이 사라질 때 까지 숨 죽여 기다렸다.

“거봐요. 큰일날뻔 했잖아요. 여기로 올라왔으면 어쩔 뻔 했어요.”

“그러게, 완전 식겁했네.”

“부장님. 우리 그만 가요.”

“지금 가면 너무 아쉬운데.”

“부장니~임, 우리 퇴근하고 데이트 해요. 진짜 연인들처럼 제대로. 네?”

박부장은 시연이 콧소리까지 내며 설득하자 맨 엉덩이 살을 쓰다듬은 뒤 마지못해 스타킹을 올려줬다.

박부장을 먼저 보낸 뒤 시연은 거울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결국 이렇게 되버렸구나 하고 한숨지었다.

박부장에게 그리고 억만에게 화 가나고 분했지만 현실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억만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거다.

시연이 사무실로 돌아가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박부장이 태수를 세워놓고 화를 내고 있었다.

“왜 그 때 그때 보고를 안하는거야? 박대리,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잘해주니까 내가 만만해보여?”

“아닙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부장님을 무시합니까?”

“인턴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니가 나한테 잘 해야 밑에 애들도 잘하는 거야. 앞으로 지켜볼거니까 똑바로 해. 다시 한 번 이러면 옷 벗을 줄 알아. 알았어?”

그것은 마치 시연을 향한 선전포고 같았다.

시연에겐 또 다시 딴 소리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처럼 들렸다.

박부장은 태수를 돌려보낸 뒤 당황한 채 문 앞에 서 있는 시연을 불렀다.

“한시연씨 의자가지고 내 옆으로 와. 아무래도 옆에 앉혀놓고 하나하나 알려줘야겠어. 뭐해. 빨리 오지 않고.”

시연이 의자를 끌고 옆으로 가자 박부장은 시연의 의자를 바짝 당겨 붙였다.

그 사이 태수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다른 직원들은 고개 숙여 일 하는 척 했다.

박부장은 입으로 뭔가 설명하는 척 하며 시연의 무릎을 쓰다듬어 스타킹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아까처럼 서두르지 않았고 충분히 음미하려는 듯 천천히 움직였다.

그가 허벅지를 움켜쥐며 말했다.

“여기 이 부분, 참 좋네. 마음에 들어. 문장이 부드러우면서 내용까지 꽉 차있네. 노력 많이 했나봐.”

시연은 마치 술집 접대부가 된 것 같아 수치스러웠지만 애서 태연한척하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본인이 노력해서 만든건데. 내가 감사해야지. 어디 좀 더 볼까?”

허벅지 양쪽을 오가던 손이 가운데로 파고들며 조금씩 치마를 밀어 올렸다.

시연은 마치 뱀이 기어들어오는 것 같아 싫었지만 다리를 벌려줘야 했고 치마가 걸려 올라가지 않을 땐 엉덩이를 들며 그의 진입을 도왔다.

그가 멈추지 않을 걸 알기에 저항은 무의미했고 그나마 치마라도 덜 구겨지는게 나을 거 같았다.

그의 손길은 애정이 담긴 애무라기 보다 단지 고기 맛을 보듯 살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 다른 곳도 좀 볼까?”

그의 손이 등 뒤로 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뒷 부분은 훨씬 더 풍성한데? 공을 많이 들였나봐. 이 정도면 타고난 거 아냐? 문장이 너무 완벽해서 흠 잡을 곳이 없어. 고기로 따지면 야들야들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까지 좋은 그런 느낌? 이 부분은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겠어.”

그가 허리 쪽을 통해 치마 안 쪽으로 손을 넣으려하자 시연은 치마 지퍼를 내려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는 스타킹 위로 만져지는 엉덩이 감촉을 잠시 즐긴 뒤 이번엔 스타킹 안으로 손을 넣었다.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손을 밑으로 내려 팬티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거침없이 팬티 안까지 파고들었다.

그의 손은 팬티 안이 놀이동산이라도 된 듯 맘 껏 뛰어놀았고 숲이 촉촉히 젖어들자 손가락 하나를 보내 동굴탐험을 시작했다.

동굴까지 가는 길이 쉽진 않았지만 손가락은 낮은 포복으로 조금씩 전진해갔고 노력끝에 입구에 도달했다.

손톱이 닿을 때의 아픔 때문에 손가락 넣는 걸 싫어하는 시연이지만 그의 진입을 막을 명분이 없었고 최대한 아프지 않으려고 상체를 책상 위로 숙인 뒤 엉덩이를 높이 들었다.

덕분에 박부장은 손가락 하나를 깊이 찔러 넣을 수 있었다.

시연은 아플까봐 걱정했지만 박부장의 손가락이 살집이 많고 두꺼워서 생각보다는 아프지 않게 들어갔다.

그는 손가락 장난을 계속하는 대신 손가락이 꽂힌 그대로 시연을 앉게 하고 왼손으로 자신의 바지 지퍼를 조용히 내렸다.

그리고 잔뜩 성이 난 물건을 밖으로 꺼내 시연의 손에 쥐어줬다. 시연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박부장이 사정 해야 상황이 끝나고 태수가 오기전에 끝내는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시연이 손으로 해주자 기분 좋은지 박부장은 손가락 하나는 그대로 낀 채 시연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러다 눈을 감고 시연의 속도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연의 몸 안에 하고 있다고 상상하고 있는 거였다.

박부장은 처음엔 시연의 속도에 맞추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속도를 주도했다.

손가락을 빨리 움직여 더 빨리 해달라고 시연을 재촉하는 것이다.

시연은 그가 곧 사정할 거 같아 더 빨리 손을 움직였다.

박부장의 손가락 때문에 불편했지만 조금만 참으면 될 거 같았다.

그 순간 박부장의 오른손이 밖으로 나오더니 시연의 머리를 강하게 눌러 물건을 물게 했고 시연은 엉겁결에 입안 가득 정액을 담아냈다.

그는 마지막 한 방울 까지 짜내고서야 시연의 머리를 놔 줬고 시연은 볼을 부풀린 채 뱉을 곳을 찾다 박부장이 마시다 만 커피 잔을 발견하고 그 안에 모두 뱉어 냈다.

박부장은 진정된 물건을 바지 속에 밀어넣고 지퍼를 올리며 시연에게 말했다.

“대충 된거 같으니까 이것만 마무리하고 자리로 돌아가.”

그는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가리켰고 입모양으로 마셔~라고 말했다.

시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했지만 그는 더 단호한 표정으로 전부 다 마셔~라고 입모양을 냈다.

시연은 하는 수 없이 커피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식은 커피 위에 떠 있는 누런 거품에 비위가 상했지만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마셨던 정체모를 막걸리보단 낫다 생각하며 숨을 참고 들이켰다.

시연이 입을 벌려 확인시키자 박부장은 사랑스러운 듯 흡족해 했고 시연은 다급하게 옷을 정리한 뒤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변기에 엎드리자마자 점심 때 먹은 것 까지 모두 쏟아져 나왔다.

시연은 물을 내린 뒤 뚜껑을 닫고 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 생각하자 설움이 북받쳐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참을 울고서야 눈물이 그쳤고 울고나니 속이 좀 편해졌다.

세면대 앞으로 가 거울을 보니 눈 주위가 벌겋고 화장이 번져 엉망이었다.

시연은 지금의 몰골이 맘에 안들었지만 억지로 웃어 보았다.

그렇게라도 웃지 않으면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때 거울 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조영주였다.

그녀는 세면대 옆에 시연의 가방을 올려 놓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태수는 옥상에 홀로 앉아 분을 삯이고 있었다.

박부장이 왜 자신에게 그랬는지 이해가 안됬다.

그것도 인턴들 앞에서 망신을 주다니 참을 수 없었다.

여러 이유를 생각해보다 생각이 미친 곳은 아내인 시연이었다.

그 전까지 자신을 친 동생처럼 챙겨주던 박부장이 예민해진 건 시연을 마음에 두면서 부터였다.

점심시간에 시연과 남아 얘기한 게 잘 안 풀린게 분명했다.

시연이 거절했을 것이고 박부장은 화가나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거다.

그런데 왜 하필 자신이었을까? 태수는 문득 떠오른 상황이 있었다.

시연이 자신을 좋아한다 말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박부장이 저러는 게 이해가 됐다.

그렇게 결론이 나자 태수는 불안해졌다.

박부장이 오늘처럼 하나하나 간섭하고 맘 먹고 갈군다면 태수의 미래는 어두웠다.

더구나 시연의 서류가 조작되었고 시연과 자신이 부부란걸 알게 된다면 그 날로 잘리는 건 불 보듯 뻔했다.

태수는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를 느꼈다.

시연과 확실히 거리를 두고 자신이 박부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아내인 시연만 믿고 박부장과 둘이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하고 어느정도의 스킨쉽은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 박부장과 아내가 몸을 섞는 사이까지 발전할지도 모른다.

태수는 자신이 그것까지 감수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머리만 복잡해질 뿐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았다.

태수는 옥상 벤치에 한참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김성주가 올라온 건 그로부터 얼마후였다.

“박대리님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아까 일은 그냥 잊어버리세요. 회사생활하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거죠 뭐.”

“벌써 다 잊었어.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원래는 박대리님 나가고 바로 쫒아 오려했는데 재밌는 일이 생겨서 좀 늦었습니다.”

“재밌는 일이라니?”

“박부장이랑 한시연이랑 아주 가관이었어요. 박부장이 한시연을 주물텅 놓더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좀 얘기해봐.”

“박부장 눈치보여 보진 못 했지만 소리만 들어도 다 알겠더라고요. 의자는 계속 삐걱거리지, 옷은 사각거리지, 두 사람은 서로 집중하느라 우리가 모를 줄 알았겠지만 조용한 사무실에서 그게 어디 가능해요? 처음엔 조금 주물탕거리다 말 줄 알았는데 지퍼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살부비는 소리가 나는거에요. 부장이 달아올라서 못 참으니까 한시연이가 손으로 해주는 거 같았어요. 소리가 딱 자위할 때 나는 소리였어요. 이것들이 처음엔 조심스럽게 하다가 흥분하니까 대놓고 뾱뾱거리는거 있죠? 옆에서 소리만 듣는데도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박부장이 한시연을 주물텅 놓고 한시연이 박부장 껄 잡고 흔든다고 생각하니까 나까지 쌀 거 같더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

“박부장이 쌌는지 조용해지더니 좀 이따 한시연이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화장실에 뱉으러 간 거겠죠.”

“뱉으러 가다니?”

“뭐겠어요. 박부장 정액이지. 휴지 빼는 소리는 안 났고 사정은 했는데 입에다 싸지 않았으면 그게 어디로 갔겠어요. 안 그래요? 그거 아니면 급하게 뛰쳐나갈 일이 뭐 있어요.”

태수는 성주의 얘기를 듣는 동안 전기에 감전된 듯 여러번 소름 돋았고 상체를 숙여 가리지 않았다면 보일 정도로 잔뜩 발기 해 있었다.

“에이~ 설마~ 직원들 다 있는데 그랬겠어? 김성주씨 사상이 불순해서 그렇게 들린 거 아니야? 확실히 본 것도 아니면서 괜히 이상한 소문 내지 마.”

“꼭 봐야 아나요? 아무튼 분명한 건 박부장이 한시연을 찜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박대리님도 회사 생활 꼬이지 않으려면 한시연씨한테 마음 두지 마요. 박부장 지금 기분 좋은 상태니까 그만 내려가시죠.”

김성주의 말대로 박부장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태수를 보자 외근을 가려한다며 직원 한 명을 붙여달라고 했다.

태수는 그의 의도를 알기에 시연을 불러 그를 따라가게 했다.

태수는 잘하는 짓인지 고민하면서도 두근대는 심장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박부장의 물건을 빨고 있는 시연이 떠오르자 태수의 물건이 다시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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