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변태잡는 변태 2
태수는 창 밖이 밝아진 것을 느끼며 시계를 봤다.
벌써 아침이었다.
자기 애매한 시간이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
강력한 각성제를 투여한 것처럼 밤 새 카페 안을 돌아 다녔다.
그곳은 엄청난 신세계였고 태수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각종 경험담과 사진들, 소설과 만화, 링크된 영상들은 태수를 흥분시켰고 잠 못들게 만들었다.
밤 새 수 차례 휴지를 뽑아 써야 했다.
태수는 이 공간이 사랑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출근도 미루고 하나라도 더 읽고 싶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며 안심됐다.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이 맞으면 얼마든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생겼다.
태수는 해드폰을 벗은 뒤 안방으로 건너갔다.
시연이 쌔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태수는 사랑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침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연은 모처럼 태수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기분이 나아졌다.
자신을 챙겨주는 태수가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근하기 위해 경비실을 지나는데 박씨가 경비실 앞에서 비질을 하다 쳐다봤다.
“어이~새댁, 오늘은 일찍 나가네.”
시연은 못 들은 척 무시하고 걸음을 빨리 했다.
그런데 지나가던 통장 아주머니가 참견을 했다.
“새댁~ 아저씨가 인사하시잖아.”
“아. 네. 안녕하세요.”
시연은 마지못해 박씨를 향해 인사했고 박씨는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시연이 머뭇거리자 통장 아줌마가 또 끼어들었다.
“뭐 하고 있어? 아저씨가 부르시잖아. 빨리 가 봐.”
시연은 짜증이 났지만 오지랍 넓은 통장에게 인사를 한 뒤 경비실로 향했다.
박씨는 시연이 다가서자 대뜸 엉덩이 부터 만졌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걱정 마. 본 사람 없으니까. 안에 가서 얘기 좀 할까?”
시연은 누가 볼까 두려워 얼른 경비실로 들어갔고 박씨도 따라 들어와 시연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그리고 시연의 둔덕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시연이 놀라서 뿌리쳤지만 그는 집요했고 기여코 둔덕을 손에 쥐었다.
시연은 박씨에게 아랫도리를 잡힌 채 박씨의 손목을 잡고 울먹거렸다.
“왜 이러세요. 이거 놔 주세요.”
“소용 없으니까 울상짓지말고 웃어. 어차피 이 밑은 밖에서 안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있으면 아무도 몰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 봤자 너만 손해 아니야?”
경비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녔고 시연은 애써 태연한 척 노력했다.
“저 출근해야 되니까 그만 놔 주세요.”
“좀 만 있어 봐. 여기 살이 생각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어제 요가 옷처럼 바지라서 그런가 더 도드라져 보여. 엉덩이나 가슴도 좋지만 여자 몸 중에서 진짜배기는 바로 보지살이라고. 야들야들한 맛을 따라갈 수 없다니까. 안 되겠다. 폐품창고에 가서 한 번 하자.”
“안 돼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하신지 몇 시간도 안 지났어요.”
“오랜만에 한 거라 너무 빨리 끝났어. 이 번엔 제대로 한 번 해 줄게. 오늘 밤에 못 볼 거라 생각하니 애가 타서 그래.”
“안 돼요. 안 됀다고요. 제발 부탁이에요. 제 입장도 좀 생각해 주세요.”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일단 사람들 안 보이게 밑으로 앉아 봐.”
박씨는 시연이 창 밑으로 앉자 바지 지퍼를 내리고 발기된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짧게 명령했다.
“빨아.”
태수는 집 앞 전철역을 지나다 역으로 들어가는 시연을 보고 의아했다.
훨씬 전에 나갔는데 이제 전철을 타는게 이상해서였다. 하지만 잠시 였을 뿐 다시 네토라레 카페 생각을 하며 차를 몰았다.
웬일인지 박부장은 10시가 다 되어 출근했고 오자마자 비상계단으로 시연을 불러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으세요?”
시연의 질문에 박부장은 다짜고짜 시연을 끌어 안고 키스부터 했다.
시연은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며 그의 키스를 받고 가슴을 만지게 해 줬다.
박부장은 그렇게 한 참을 더듬고 키스하다 입을 떼고 말했다.
“나 부산으로 발령났어. 그래도 가끔 만나 줄 거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부산이라뇨?”
“그렇게 됐어. 사장님이 직접 지시한 거라 따를 수 밖에 없어. 여기는 오늘 오전까지만 있을거야. 그래서 말인데 가기 전에 널 한 번 안아 보고 싶어. 이따 시간 내줄 수 있을까?”
시연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박부장이 내려간다면 태수와 부딪힐 일도 없고 자신이 박부장을 상대할 이유가 없었다.
“부장님, 작별 인사는 충분히 한 거 같은데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론 볼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시연은 매달리는 박부장을 뿌리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썩은 이 하나가 뽑혀나간 기분이었다.
태수는 짐을 챙겨 퇴장하는 박부장을 따라나섰다.
그가 괜찮다고 했지만 그의 짐을 대신 들고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박대리, 그 동안 내 밑에서 수고 많았어. 섭섭한게 있더라도 서로 좋은 일만 기억하자고. 또 언제 볼지 모르겠네.”
태수는 망설이다가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했다.
“저… 한시연씨랑은 어떻게…”
박부장은 잠시 먼 곳을 응시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걸레같은 년.”
“네?”
“박대리도 조심해. 괜히 가정 파탄나지 말고.”
그 말을 남기고 박부장은 떠났다.
시연은 하루종일 억만의 눈치를 살폈다.
억만은 뭔가에 몰두한 듯 자리에만 앉아 있었고 시연에게 어떠한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어제도 밖에 있을거라 했지만 경비에게 당한 뒤 나와보니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
경비를 시켜 분을 풀었다고는 하지만 태수와 시연이 부부인걸 안 이상 가만 있을 억만이 아니었고 그래서 시연은 더 불안했다.
오후 내내 조용한 건 태수도 마찬가지였다. 인턴들에게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고 계속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연은 오후 내내 인터넷만 돌아 다녔다. 무료한 하루였다.
태수는 집에 온 뒤에도 시연과 저녁만 같이 했을 뿐 서재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평소 같으면 같이 차를 마시거나 티비를 봤을텐데 말수도 적어지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보였다.
시연은 태수가 그러는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고였다지만 자기 아내의 몸에 다른 남자가 들어온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연은 태수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당분간은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시연은 샤워를 한 뒤 편한 반바지와 티로 갈아 입고 빨래를 정리했다.
뉴스를 보며 커피를 내리려다 태수 생각이 나서 서재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태수가 해드폰을 쓴 채 의자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시연은 침대로 데려가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책상 옆으로 갔고 모니터에 떠 있는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덩치 큰 흑인이 엎드려있는 백인 여성을 뒤에서 펌핑중이었고 여성의 앞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가 여성의 손을 잡고 지켜보고 있었다.
흑인의 커다란 물건이 드나들때마다 여자는 기쁨의 괴성을 질렀고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여자 손을 꼭 쥐며 “베이비~ 마이 프레젠트”를 외쳐댔다.
소리가 들린 건 아니지만 입모양 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시연은 영문과를 나오지 않았는가.
시연은 너무 민망해서 조용히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태수를 의자에서 재울 수 없기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문을 열고 불러봤다.
“오빠, 침대로 가서 자요.”
몇 번을 불렀지만 태수는 깊이 잠든 듯 꼼짝도 안 했다.
시연은 포기하고 혼자 커피를 내려 마시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 자꾸 조금 전 영상이 떠올라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폰이 울렸다. 시연을 구하고 범인을 잡은 최씨 아저씨였다.
“아저씨. 무슨 일이세요?”
“할 얘기가 있는데 경비실로 좀 와주겠어?”
“무슨 애기요?”
“이걸로 말하긴 좀 그래. 직접 얼굴 보며 해야 될 얘기라서 말이야. 그 날과 관련된 중요한 얘기니까 새댁도 궁금할거야.”
경비실로 가보니 최씨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최씨는 시연에게 옆에 앉으라 손짓했고 시연은 어제 일이 떠올라 꺼림칙했지만 아직 사람도 많이 다니는 시간이고 별 일 있겠나 싶어 그의 옆에 앉았다.
문도 일부러 열어 놓았다.
“근무 시간인데 술 드시면 어떡해요?”
“미안,미안.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한 잔 안 할 수가 없더라고. 비밀로 해 줄 거지?”
“그럴게요. 근데 하실 얘기가?”
“뭐가 그리 급해? 일단 새댁도 한 잔 마셔.”
“저는 괜찮아요. 금방 양치하고 왔거든요.”
“그러고 보니 새댁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네. 금방 샤워 했나 봐.”
“아저씨, 신랑이 기다려서 빨리 들어가 봐야 해요. 하실 말씀이 뭔데요?”
“사실, 새댁을 구한 건 내가 아니야. 범인을 잡은 것도 내가 아니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술 한 잔 따라 줄텐가?”
최씨는 시연이 준 술을 단숨에 마신 뒤 말을 계속 이었다.
“그 날도 경비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갑자기 그 청년이 찾아 왔어. 다급하게 빨리 와보라는거야. 그래서 폐품창고로 갔더니 새댁이 옷이 다 벗겨진 채 기절해 있고 그 옆에 범인이 손발이 묶인 채 쓰러져 있었어. 그 청년은 신이나서 무용담을 떠들더군. 녀석의 범행 동선을 미리 파악해놓고 폐품 창고에 먼저 가 숨어 있었다고. 그런데 그 청년의 예측대로 그 놈이 새댁을 끌고 거기로 간 거야. 그 청년은 숨죽여 기다렸데. 녀석이 사정할 때 까지 말이야. 그리고 그 놈이 새댁을 죽이려는 순간 전기충격기를 먹인거지. 날 부른 건 그 놈을 묶어 논 다음이었고. 내가 경찰을 부르자니까 그 전에 부탁이 있다는거야. 자기는 이런데 끼어들기 싫다며 전부 내가 한 것처럼 해달라고 했어. 경비인 내가 숨어 있다 공격했다고 하면 이상하니까 순찰을 돌다 발견했다 하라더군. 전기충격기도 내꺼인 걸로 하고. 그리고 그 놈에 대해 설명해 줬어.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강간살인마라며 현상금에 포상금까지 더하면 액수가 꽤 될거라 했지. 경비일 안해도 먹고살 수 있다더군. 그렇게 큰 돈이면 욕심나지 않냐고 물으니까 자기는 돈이나 명예 같은거 관심없다며 그냥 재밌어서 한 거래. 그런 변태들 잡아서 엿먹이면 그렇게 신난다더군. 그 놈을 잡으려고 몇 달 동안 고생했데. 엄청 기분 좋아 보였어.”
시연은 그 청년이 억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틀림없이 억만일 거 같았다.
최씨는 목이 타는지 시연에게 술잔을 내밀었고 시연이 잔을 채우자 이번에도 한 번에 들이켰다.
“캬~ 좋다. 이쁜 새댁이 따라주니까 꿀맛이다. 꿀맛.”
“그래서요? 그 다음에 경찰을 부른거군요?”
“아니야. 아직 얘기가 더 남았어. 그렇게 신나하던 청년이 갑자기 미친듯이 화를 내는거야.”
“왜요?”
“글쎄, 내가 새댁 남편에게도 알려야겠다했더니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새댁이 결혼했냐고 묻더군. 그래서 말해줬지. 결혼한지는 몇 년 됐고 신랑이랑 알콩달콩 살고 있다고. 내가 신랑도 잘 안다니까 이름을 물어봤어. 근데 내가 이름까지 기억하나. 경비실 가면 주민명단 있을거라했더니 어차피 신고해야하니까 경비실로 가자더군. 그래서 명부를 보여줬지. 새댁 신랑 이름이 박태수 맞지? 아무튼 그걸 보더니 미친놈처럼 발을 동동구르며 화를 냈어. 내가 왜 그러냐고 하니까 별일 아니라면서 일단 신고부터 하라더군. 경찰이랑 119에 신고하고 새댁 신랑한테도 연락할려니까 그 청년이 거긴 경찰이 온 다음하라는거야. 그리고 다시 폐품창고로 갔어. 나를 누워있는 새댁 옆으로 데려가더니…”
최씨는 그 대목에서 침을 꿀꺽 삼키더니 시연의 가슴을 노려봤다.
시연은 그제야 자신이 브래지어를 안 한 채 티만 입고 있다는 걸 깨닫고 어색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그렇게 가릴 필요 없어. 난 다 봤는 걸. 새댁 가슴이랑 엉덩이, 심지어 밑에 구멍까지 말이야.”
시연은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지만 애써 태연한척 말했다.
“그...그러셨겠죠. 옷이 다 벗겨진 채 기절해 있었다면서요.”
“그 친구가 새댁을 가리키면서 괜찮으니까 맘 놓고 만져보라는거야. 지문이 나와도 깨우려다 그랬다면 그만이라는거지. 아직도 그 감촉이 잊혀지지 않아.”
최씨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자 시연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새댁~ 나도 남자라고. 내 나이 70이 넘었지만 나도 남자야. 새댁을 볼 때마다 내가 어땠겠어? 그냥 예쁜 아가씨구나~ 이러기만 했겠어? 만지고 싶고, 가슴에 품고 싶고, 그리고…”
그 대목에서 최씨는 앉은채 허리를 들썩이는 걸로 말을 대신했고 그 순간 시연은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튼 나도 남잔데, 만져보라는데 안 만질 수 있겠어? 새댁이 내 입장이었다고 생각해봐. 새댁이 나라면 싫다고 했겠냐고? 그래서 만졌어. 가슴도 만지고 엉덩이도 만지고 허벅지, 종아리, 발가락까지 다 만졌어. 그 뿐인줄 알아? 다리를 벌려 놓고…”
“그만, 그만 하세요.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 안 들은 걸로 할게요.”
“안 들은 걸로 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사람 마음이 그렇잖아. 서 있을 땐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만지다 보니까 새댁을 품고 싶은 거야. 내가 입만만 다시고 있으니까, 그 청년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재밌는 얘길 하더군. 지금은 경찰이 올 꺼라 안 되지만 조사가 다 끝난 다음에 품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거야. 목숨을 구해줬으니 그 정도 요구는 해도 된다면서 다음 근무 때 따로 불러서 얘기하라더군. 물론 목숨을 구한건 그 친구지만 어차피 모든 공적을 나한테 일임한거니 내가 보답받아도 되겠지?”
그는 순식간에 시연의 허리를 끌어 안더니 티 밑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시연이 뿌리치려하자 그가 시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황. 억. 만.”
시연은 황억만이란 말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팔을 떨어뜨렸고 온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어라? 진짜네. 그 청년 말이 맞았어. 정말로 가만히 있네.”
최씨는 시연의 티를 가슴 위로 끌어 올려 만지다가 귀찮았는지 아예 벗기려했다.
그 순간 시연이 그의 팔을 잡았다.
“뭐야? 반항하는 거야?”
“누가 보면 어떡해요. 문 닫고 불도 꺼주세요.”
경비실의 문이 닫히고 불이 꺼졌다.
그리고 시연은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최씨의 노리개가 되었다.
시연은 출근하자마자 억만을 불러냈다.
“최씨 아저씨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그 사람이 연쇄살인범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서요?”
“이런, 그 자식이 섭섭해 하겠어. 타이틀을 그런식으로 줄이면 안 되지. 연쇄성폭행살인범 혹은 연쇄강간살인마. 이렇게 불러주는게 옳아.”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날 욕보이기 전에 잡을 수도 있었잖아요. 잡아서 정액 채취 해보면 동일범인지 금방 판명날텐데 왜 내가 당할 때까지 기다린 거죠?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요.”
“이유야 아주 많지. 궁금해? 그렇다면 얘기 해주지. 첫 째, 그 자식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야. 일대 일로 붙어서 내가 이길 승산은 없어. 녀석이 힘이 빠지고 방심한 틈을 노려야 했지. 암거미가 숫거미를 잡아먹듯 말이야. 둘 째, 녀석에겐 그게 마지막 꽁씹이었어. 결국 꽁씹은 아닌게 됐지만. 어쨌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안쓰럽더라고. 그래서 끝까지 하게 놔 둔거야. 셋 째, 날 배제한 상태에서 녀석을 옭아맬 가장 좋은 증거는 정액밖에 없잖아. 물론 니 말대로 녀석을 잡은 뒤 정액을 채취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게 딸을 쳐야 하잖아. 안 그래도 잡힌 마당에 혼자 딸까지 치게하는건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그리고 마지막, 가장 큰 이유는, 니가 연쇄성폭행 살인마랑 하는 걸 보고 싶었어. 나 아니었음 니가 어디가서 이런 경험을 해 보겠어? 길을 막고 물어봐. 이런 경험 하기가 어디 쉽나.”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에요? 당신은 미쳤어요. 정상이 아니라고요.”
“뭐, 그 쪽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쿨하게 인정하지. 그러는 넌 어떻고. 너랑 박대리도 날 속였잖아.”
“거짓말한건 미안한데 우린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변명 따윈 필요없어. 날 속였다는 게 중요한 거야.”
“좋아요. 인정할게요. 어쨌든 난 그 댓가를 치뤘다고 생각해요. 지난 이틀동안 내가 얼마나 충격받고 힘들었는지 알아요? 평소에 좋게 생각하던 두 분에게 노리개 취급을 받았다고요. 이 정도 괴롭혔으면 되지 않았나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박대리님과 나 사이의 일은 비밀로 해줘요. 그리고 경비 아저씨들에게 말해서 날 건드리지 말라고 해 줘요.”
“내가 왜 그래야하지?”
“억만씨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지금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본성은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잖아요.”
“니가 뭘 안다고 떠들어?”
“말 해봐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뭐가 억만씨를 이렇게 만든거에요?”
“젠장. 입 닥치지 못해? 주제 넘게 떠들지 말고 니 앞가림이나 잘 해. 경비 영감들 일은 시작에 불과해. 내가 너랑 박대리를 위해 아주 재밌는 걸 준비 중이거든. 기대해도 좋을거야. 그렇게 겁 먹을 필요까진 없어. 너도 박대리도 나중엔 좋아하게 될 테니까. 다시 말하는데 주제넘게 굴지마.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장난감일 뿐이야. 내가 이 새끼랑 자라면 자는 거고, 저 새끼 좆을 빨라면 빠는거야. 알았어?”
억만은 그렇게 화를 낸 뒤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