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은사 1
사람들은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단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만 다를 뿐이다.
내가 언제 잠들었지? 얼마나 잔 거야? 지금 몇 시나 됐을까? 상쾌한 공기가 내 코를 간지럽히며 방 안의 쾌쾌한 냄새를 몰아낸다. 나는 지금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9시. 분명 9시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떠 보니 활짝 열려진 창문 가득 햇살이 들어와 내 것인, 아름다운 여인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더듬고 있다.
“오빠. 그만 일어나. 씻고 아침 먹어야지.”
아내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것.
“늦게 잤더니 피곤하네. 벌써 강습 다녀 온 거야? “
“당연하지. 내가 오빠 같은 줄 알아? 밤에 도대체 뭘 하느라 늦게 잔 거야?”
“뭐... 뭘하긴? 오늘 쉬는 날이니까 늦게까지 책 좀 봤지.”
거짓말이다.
“치~. 누가 모를 줄 알아? 또 밤 새 이상한 사이트 돌아다녔지? 하여간 남자들은 이상하다니까.”
“아니야. 물...물론 잠깐 들여다 본 건 맞지만 그리고 책 읽었어. 정말이야.”
통하지도 않을 뻔한 거짓말이다.
“으이구,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서방님. 그리고 아침 준비 할 동안 청소기 좀 돌려줘. 알았지?”
나는 침대 위로 올라와 내 팔을 잡아당기는 아내를 더 세게 내 쪽으로 잡아당긴다.
“엄마~ 아침부터 왜 이래.”
내 위로 포개진 아내에게서 향긋한 비누 내음이 난다.
“냄새 좋은데? 한 번 할까?”
“어머 미쳤나봐. 창문 다 열렸어. 누가 보면 어쩌려구.”
“보면 좀 어때. 더 흥분되잖아.”
“하여간 누가 변태 아니랄까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구 어서 일어나. 밤엔 딴 짓 하구 아침부터 왜 이런데. 청소기나 돌리시죠.”
아내는 내 볼을 꼬집고는 침대에서 내려가 거실로 나가버린다.
아내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요가를 가르친다. 화,목,토 일주일에 총 3일, 아침 6시부터 8시30분 까지가 아내의 근무시간이다. 강습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시간이 정확히 9시다. 한 번도 어긋나는 일이 없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이면 이렇게 나를 깨우고는 아침 준비를 한다.
아내는 시간에 집착한다. 그 집착은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계획된 시간에 모든 일이 진행되야 하고 약속시간에 늦기라도 하면 불안해하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이런 아내와 어울리지 않게 나는 정말 게으르다. 시간에 얷매이는 걸 싫어하고 약속도 잘 안지킨다. 이런 나를 보며 아내는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나는 낙천적인거라고 변명한다. 이런 우리를 보며 어떻게 같이 사냐고 주변에서 의아해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뭐 잘알 것이다. 그냥 살게 된다. 인간은 어떻게든 적응하게 되어 있다. 여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봐라. 각기 다른 성격의 인간들이 모여 있지만 사회는 어떻게든 잘 돌아간다.
“오빠~ 빨리 청소기 돌리고 쓰레기도 내다 버려야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냄새 난단 말이야.”
언제나 그렇듯 내가 꾸물거리자 아내가 재촉한다. 청소기를 돌리며 거실로 나가자 주방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내의 뒷모습은 정말 남자를 홀리는 매력이 있다. 키는 167이지만 머리통이 작고 다리가 길어 자신의 키 보다 훨씬 더 커보이고 가는 허리에 비해 골반이 발달해서 조금만 허리를 숙여도 엉덩이가 터질 듯이 부풀어 보인다. 한마디로 축복받은 몸매다. 고로 나는 축복 받은 놈이다. 이런 여자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내는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 여자다. 요가 강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사람들에게 멋진 몸매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 하지만 아내 스스로가 몸매가 드러나는 옷들을 즐겨 입는다. 감탄하며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 기분이 좋다고 한다. ‘당연한 거 아니냐? 내가 당신 아내 같은 몸이라도 그렇게 입겠다.’ 라고 따지실지 모르지만 그건 내 아내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아내의 외모나 옷 입는 스타일을 보면 개방적일 거라고(더 까놓고 말하면 밝힐 거 같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물론 나도 처음엔 그런 여자인 줄 알았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내는 정말 보수적이다. 외모와 옷차림만 현대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옛날 사람이다. 쎄끈한 외모에 조선시대 사고방식이라니 정말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아내가 그렇게 된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예쁜 딸에게는 미인 어머니가 있기 마련이고 실제 우리 장모님은 굉장한 미인이다. 그에 반해 우리 장인 어른은 평범한 외모에 꽉막힌 공무원 이었다. 아내가 얘기해 준 건 아니지만 딱 봐도 그림이 나온다. 보수적인 남자가 미인 아내와 딸을 어떻게 가르쳤을지.
친구들은 나에게 복 받은 놈이라고 한다. 미인에다 정숙한 아내라니. 누가 봐도 그렇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름 고민이 있다. 복에 겨운 고민도 고민은 고민이다.
오늘 아침 아내의 복장은 노란색 탱크탑에 핑크색 반바지다. 볼록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보니 만지고 싶다. 청소기를 돌리며 슬금슬금 다가간 뒤 조심스럽게 움켜쥔다. 아내는 잠깐 움찔하더니 긴장을 풀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늘 하는 짓이라 이젠 놀라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
재미없다.
신혼 초에는 부끄러워하며 엉덩이를 빼고 도망갔는데 지금은 마치 죽은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기분이다. 낚시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초보 때는 그것이 죽은 물고기든 피래미든 간에 많이 만 잡으면 즐겁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낚시의 맛을 알게 되면 낚는 수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한 마리를 낚더라도 강한 텐션감을 느낄 수 있는 그것이어야 한다. 그 손 맛을 느끼기 위해 낚시꾼은 온 밤을 지새울 수 있다. 낚시 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재밌는 것들은 리액션이 있어야 한다. 탁구나 테니스도 랠리가 계속되야 긴장감이 있다. 강호동이나 유재석도 그러지 않는가. 예능의 진리는 리액션이라고. 그런데 부부생활이 계속되다 보면 이 리액션이 없어지게 된다. 그냥 무뎌지는 것이다. 내가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반응이 없으면 재미없다. 서브를 올렸는데 상대방이 공을 안 받으면 게임이 안된다. 리액션이 없는 예능은 폐지되고 만다.
나는 아내의 리액션이 그립다.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던 그 모습이 보고 싶다. 청소기를 바닥에 내려 놓고 아내의 엉덩이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청소기 소리 때문에 아내는 내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엉덩이 밑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니 향긋한 비누 향이 난다. 아내의 우윳빛 속살이 보고 싶다. 나쁜 짓을 하려는 아이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양손으로 아내의 반바지를 재빠르게 끌어 내렸다.
“엄마야~”
리액션이다.
아내의 반바지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깜짝 놀라 주저 앉은 엉덩이가 내 얼굴 위를 덮친다. (나는 푹신한 감촉이 좋았지만) 엉덩이에 얼굴이 닿자 놀란 아내가 기겁을 하며 일어섰고 발목에 걸려있는 반바지 때문에 중심을 잃었다.
젠장.
아내의 푹신한 엉덩이가 사라진 대신 내 머리 위로 질퍽한 액체가 쏟아졌다. 혀를 대보니 달짝지근하다.
“오빠. 뭐야~ 깜짝 놀랐잖아. 어머 어떻해. 샐러드 소스 만든 거 다 뒤집어 썼네. 하하. 샘통이다.”
“다 니 엉덩이 때문이야. 니 엉덩이 보고 충동이 안 일면 남자가 아니지.”
“으이그. 또 그러신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서 샤워나 하시죠. 머리가 엉망이야. 뭐야~ 내 바지도 다 버렸잖아. 금방 갈아 입은 건데. 하여간 오빠 때문에 내가 미친다.”
아내는 발목에 걸려있는 바지를 벗은 뒤 타올을 뜯어서 바닥을 닦는다. 나는 슬그머니 뒤쪽으로 가서 그런 아내의 모습을 감상한다. 하얀 팬티에 감싸인 채 들썩 거리는 엉덩이를 보자 내 물건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다. 뒤에서 박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욕만 먹고 실속이 없을 게 뻔했으니까.
더 보고 싶었지만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될 거 같아 바닥에 벗어 논 아내의 핑크색 반바지를 들고 욕실로 간다. 반바지를 속옷 빨래통에 너으려는데 축축하게 젖은 얼룩이 눈에 들어온다. 묘한 흥분감과 함께 야릇한 상상이 떠오른다. 반바지를 엉덩이 쪽이 위로 보이게 세면대 위에 걸쳐 놓자 마치 아내가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듯 착각이 든다. 그리고 나만의 공상이 시작된다. 바닥을 닦느라 들썩이는 엉덩이 그 주변에 모여있는 남자들. 남자들은 모두 아내의 엉덩이 보며 자위 중이다. 나도 얼른 옷을 벗고 그들 틈에 낀다. 남자들은 모두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아내를 힐끔 훔쳐보던 친구 녀석도 있고 우리 회사 직원들도 보인다. 다른 남자들이 아내를 보며 자위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한 사람씩 아내의 핑크색 반바지 위로 정액을 뿌리기 시작한다. 끈적한 정액으로 반바지는 점점 얼룩져갔고 내 손놀림도 빨라진다. 바닥을 닦던 아내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오빠~ 아직 멀었어? 빨리 해~”
어서 사정하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조그만 기다려.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더 보고 싶어.”
“뭔 소리야? 수거 차 왔단 말이야.”
ㅣ너이ㅓㅁ리ㅑ로ㅗㄴㅇ로닥라ㅣㅏㅇ러니ㅏㅇㄹ
젠장. 진짜 아내의 목소리다.
“수거 차 가기 전에 먼저 내다 놓고 오면 안돼?”
“나 지금 옷도 다 벗고 꼴도 엉망이야. 다음에 내다 놓으면 안 될까?”
“안 돼. 지금도 냄새 많이 난단 말이야. 어제 밤에 미리 내놓으라니까 말도 안 듣고. 하여간 오빠 게으른건 알아줘야 돼.”
“그럼 오늘만 니가 해라. 다음부터는 꼭 미리 내다 놀게.”
“아우~ 하여튼 오빠 때문에 내가 못 살아. 내가 오빠 할 일 해주니까 대신 오빠가 빨래 좀 돌려 줘. 알았지?”
달콤한 상상 중이었는데 흐름이 깨졌다. 현관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아내의 복장이 궁금하다. 샤워기를 틀어 대충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다. 게으르고 느린 나지만 샤워를 하고 머리를 터는 데 1분도 안 걸린 거 같다. 팬티만 꺼내 입고 창밖을 내다보니 수거 차 주변으로 사람들이 보인다. 아내의 모습은 아직이다 .부인들의 잔소리에 쓰레기를 들고 나온 남자들과 쓰레기를 정리하는 수거 차 아저씨들 뿐이다. 잠시 뒤 아내가 걸어가는 게 보인다. 아내는 예상대로 내가 어제 사 온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런데 작은 봉투 하나 뿐이다. 큰 봉투는 아내를 뒤따라 걷는 경비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다. 아내가 뒤돌아 보며 경비 할아버지에게 미안한 듯 미소를 보낸다. 경비 할아버지는 괜찮다는 듯 먼저 가라며 손 짓을 한다. 할아버지의 눈은 아내의 엉덩이로 고정 돼 있다. 아내가 입고 있는 베이지색 원피스는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기 편하고 몸매도 적당히 드러나는 옷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햇빛을 받으면 속이 훤히 비쳐 보이게 돼 있다. 원래는 탈부착이 가능한 속 안감이 세트로 들어 있었는데 아내에게 줄 때 내가 그걸 빼 버렸다. 그리고 어제 밤 비쳐보이지 않냐는 아내의 질문에 전혀 안 비친다고 안심시켰다. 물론 아내가 입어 보기 전 집 조명을 좀 어둡게 해 놨었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살짝 비치긴 해도 그렇게 심해 보이지 않았다. 아내도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라 잠깐 입어 보고는 서랍에 넣어버렸다.
경비 할아버지는 햇빛에 의해 드러난 아내의 하얀 팬티와 속살의 실루엣을 보느라 넋이 나간 듯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 마치 걷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말이다. 경비 할아버지 뿐 만이 아니다.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아내의 실루엣을 훔쳐보느라 동작을 멈췄고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모습은 마치 움직이지 않는 마네킹들 틈을 아내가 걷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속 살이 비쳐보이는 걸 모르는 데다 남자들이 쳐다보는 거에 익숙한 아내는 평소와 같이 당당하게 걸었고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늘 아침 아내를 본 남자들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생각하며 자위를 하겠지. 그 생각이 들자 내 물건이 다시 부풀어 오른다. 아까 하던 걸 마저 끝내야 할 거 같다. 욕실로 다시 들어가 세면대 위에 놓인 아내의 반바지를 보며 자위를 시작한다. 내 머리속은 어느 새 창밖의 풍경을 조작하고 있다. 아내는 경비 할아버지에게 팬티가 훤히 비치는 엉덩이를 내밀고 경비 할아버지의 쭈굴쭈굴하고 거친 손이 아내의 둔부를 쓰다듬는다. 아무리 보수적인 아내라도 내 상상 속에서 만큼은 음탕해질 수 있다. 다른 남자들도 아내의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자위를 시작했고 한 명씩 차례로 아내의 베이지 원피스 위로 정액을 뿌린다. 마지막으로 경비 할아버지의 정액이 뿌려지는 순간 나도 같이 사정을 했다. 경비 할아버지는 아내의 베이지 원피스를, 나는 아내의 반바지를 더럽혔다.
아내가 올 시간이 된 거 같다. 정리를 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웬일인지 아내가 나타나지 않는다. 창밖을 보니 수거 차는 사라진 뒤고 사람들도 흩어지고 없다. 나는 한 달 전 사건이 떠올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수거 차로 납치된 건 아닐까? 경비실로 끌려 가 강간이라도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게 니가 바라던 게 아니었어?’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성적 판타지는 사정 전까지만 유효하다. 사정 전에는 아내를 온갖 음란한 여자로 만들다가도 일단 사정을 하고 나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더군다나 강간은 절대 안된다. 그런 병신같은 경우가 어디 있냐고 하더라도 할 수 없다. 그게 나인 걸 어쩌겠는가. 옷을 챙겨 입고 아내를 찾아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두 대 모두 위 층에 서 있다. 엘레베이터는 타지 않은 게 분명하다. 중앙계단이 아닌 측면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비상계단은 내 상상 속에서 아내가 범해지던 장소 중 하나다. 1층까지 내려갔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경비실도 비어 있다. 나는 상상 속에서 아내가 범해진 장소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지하 창고와 경비 할아버지가 고물들을 쌓아 놓는 건물 뒤 공터를 가 봤지만 아무도 없다. 도대체 어딜 간거야? 정말 수거 차에 납치라도 당한거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 앞 공원으로 가 봤지만 토요일 오전의 공원은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로 평화로워 보인다. 혹시 엇갈리지 않았을가 싶어서 집으로 전화 해 봤지만 받지 않는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뜻이다. 핸드폰은 놓고 나간 걸 알기에 해 볼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전화를 걸어 본다. 역시나 받질 않는다. 돌아와 경비실을 지나는데 경비 할아버지가 나를 보자 어색하게 인사한다. 마치 내게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한 그런 얼굴이다.
“저기, 우리 집사람 못 보셨어요?”
“어? 봐...봤지.”
“언제요? 어디로 갔어요?”
말을 더듬는 경비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원가 챙기는 게 느껴진다. 나는 마치 죄를 추궁하는 형사처럼 몰아붙였다.
“그...그게. 아까 쓰레기 버리고 바로 올라 갔는데.”
“정말이에요? 바로 올라 간 거 맞아요?”
“그...그렇다니까. 이번에 새로 이사 온 남자랑 같이 올라갔어. 둘이 잘 아는 사이 같던데.”
“남자요? 아는 사이라구요?”
지금의 내 모습은 마치 의처증에 빠진 남자 같다.
“그래. 엄청 반갑게 인사하더니 같이 올라 갔어.”
“그 사람 집이 어디에요?”
“잠깐만. 어디 보자. 18층 10호네.”
순간 나에게는 십팔층에서 씹하네로 들렸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가 18층에 서 있던 거 같다.
얼른 엘리베이터로 가려다가 지금의 내 꼴이 왠지 우스워 보일까봐 경비 할아버지에게 묻지도 않은 변명을 한다.
“뭐 별일은 아니구요. 빨리 연락하라고 장모님한테 전화가 와서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나중에 집사람한테 음료수라도 사 드리라고 할게요.”
아내의 얘기가 나오자 경비 할아버지의 얼굴이 행복한 표정으로 바뀐다.
18층에서 내려 10호로 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아내다.
“오빠 어디갔어?”
“너 어디야?”
“어디긴. 집이지. 오빤 어딘데?”
“어? 나? 너 찾으러 나왔다가. 아무튼 너 어디 갔었어?”
아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첫사랑 만나고 왔어.”
나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설레임과 불안을 공존시킨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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