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내내 아내는 환하게 웃고 있다. 싱그러운 여고생의 웃음이다.
정말이다.
정말 내 앞에 순수한 여고생 하나가 앉아있는 거 같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맨날맨날 편지 쓰고 집에도 찾아갔었어.”
“집을 찾아가? 너 혼자?”
“아니~ 나 혼자 어떻게 가. 눈만 마주쳐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드는데. 친구들 몰려갈 때 뒤에 숨어서 쫓아 갔지.”
“그리고 매일 편지를 썼다고? 너 나한테는 한 번도 편지 쓴 적 없잖아.”
“그랬나? 미안. 그 때는 나름 시인을 꿈꾸던 문학소녀였는 데 무용만 하다 보니까 감각을 잃었지 뭐야. 그런데 뭐야? 오빠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너 나 몰라? 나는 니가 다른 남자랑 자고 싶다고 하면 쿨하게 허락해 준다는 사람이야.”
“또 그 소리. 내가 그런 말 하지 말랬지. 하여간 변태라니까. 나의 순수한 사랑을 그런 추잡한 걸로 매도하지 말아줘.”
“순수? 그래 너는 그렇다 치자. 그 선생은 널 그냥 순수하게 바라봤을 거 같아? 남자는 다 똑같아. 너 고등학교 때도 남자들이 쫓아다니고 그랬다며. 너 같이 몸매 죽이고 이쁜 애를 보면서 순수하게 제자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암. 아니지. 아니고 말고. 아마 그 인간, 니 엉덩이 생각하면서 니가 보낸 편지 위에 정액 꽤나 쏟았을 걸.”
아내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그만하지 못 해?”
“너 솔직히 말해봐. 그 놈이 너 막 더듬고 그랬지?”
“우리 선생님이 오빠 같은 줄 알아? 그런 분 아니야. 내가 남자들 눈 빛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모를 거 같아? 나도 다 안다고. 우리 선생님 눈 빛은 그런 음흉한 눈 빛이 아니었어. 정말 제자를 사랑하는 인자한 눈 빛이었다고. 그 분은 진정한 교육자고 시인이셔. 그 분을 오빠같은 부류로 매도하지 마. 계속 그러면 나 정말 화낼 거야.”
“나 같은 부류? 나 같은 부류가 뭔데? 내가 정상이야. 내가 정상이 아니면 이 세상 남자 전부가 정상이 아니게? 니 말대로 너를 보고 성적인 욕구가 안 생겼다면 어디 문제가 있는 놈일 거야. 병신이거나 게이거나 아님 어린 애들만 좋아하는 변태 성욕자거나.”
이 말을 내 뱉는 순간 괜한 소리를 했구나 싶다. 역시나 아내의 얼굴은 무섭게 굳어진다. 나를 노려본 뒤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린다.
젠장.
괜히 오버 해 가지고 일을 크게 만들었다. 아내는 화를 잘 안내는 편인데 일단 화가 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성격이 보수적이라 그런지 노친내들 삐쳤을 때랑 비슷하다. 그래도 같이 살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아내의 기분을 푸는 방법을 알고 있다.
지금은 화가 많이 나 있을 테니까 혼자 있게 내버려 둬야 한다. 지금 들어가 괜히 어설프게 잘못했다고 하면 핵폭탄급 분노가 폭발한다. 아내 스스로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밖으로 나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맛있고 달콤한 케이크를 사오는 거다.
달콤한 음식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더구나 사람이 화를 내면 열량을 많이 소비하고 당이 떨어지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이 떨어져서 화가 나기도 한다. 뭐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단 것을 먹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케이크를 준비했으면 아내가 슬슬 배가 고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운동을 하고 와서 배가 고플텐데 아침을 먹다 말았으니 한 두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배가 고파도 여자의 (그것도 미인의) 자존심이 있으니 바로 먹으려 들지 않을 거다. 물론 속으로는 무척 먹고 싶겠지만. 그 타이밍에 백기 투항을 하면 된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며 내 생각이 짧았다고 해야 한다. 쉽게 용서해 주고 싶지 않겠지만 케이크를 먹기 위해 아내는 타협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배고픔이라는 본능 앞에서 무너지는 게 인간이다. 본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병신이 아니고서야 아내를 보고 사심이 안 생길 수 없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
내 아내는 남자의 본능을 깨우는 그런 여자다.
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오빠가 잘못한 거 반성하는 거지?”
“그렇다니까? 정말 진심으로 반성해. 니가 너무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질투나서 그런 거야. 생각해 봐 니가 딴 남자 생각하며 좋아하는데 내가 질투도 안하고 무덤덤하면 좋겠어?”
“피~ 뭐. 그 말도 일리는 있네. 하여간 앞으로 조심해. 우리 선생님을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매도하면 그 땐 정말 용서 못할 거야.”
“알았어. 알았다니까. 케이크 맛있지?”
“웅. 너무 맛있어. 오빠.”
“체하니까 꼭꼭 씹어 먹어. 자. 여기 커피도 좀 마셔.”
아내는 배고프면 날카로워지는 대신 맛있는 걸 먹으면 순한 양이 된다. 나는 아내의 첫사랑이라는 그 인간이 궁금했다. 아내의 말을 종합하면 그 인간은 정말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인물이었다.
“그 인간. 아니지. 미안. 그 선생님 얘기 좀 해봐. 도대체 어떤 사람 이길래. 순진한 여고생의 마음을 쏙 빼 간 거야?”
“글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오빠도 한 번 만나 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정말 훌륭하신 분이셔.”
도대체 뭐가 훌륭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물건이 훌륭하다는 거야?
아님 힘 좋고 오래가나?
그 인간의 낯 짝이 궁금하다.
“사진 가진 거 있어?”
“응. 기다려봐.”
아내는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더니 무슨 진귀한 보물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고등학교 때 앨범을 들고 왔다.
“여기 이 분이야.”
그러고 보니 신혼 초에 아내가 이 사진을 보여주며 좋아하던 선생님이라고 했던 거 같다.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보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학생들 꽤나 울렸을 외모다. 왠지 낯이 익은 듯 한데 사진 속 웃는 모습이 꽤 매력적이다.
아니 뭐야.
그러고 보니 나랑 이미지가 비슷하잖아.
그럼 나를 이 인간 대타로 삼은 건가?
“나랑 이미지가 비슷한데?”
“어머.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내가 그래서 오빠를 좋아하나 봐.”
젠장.
확인 사살이다.
기분이 꿀꿀하다. 내가 대타 노릇이었다니.
이 인간이 원조면 난 짝퉁인 건가.
“그럼 그 인간 닮아서 나랑 결혼 했단 말이야?”
내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아내가 눈치를 보며 말한다.
“에이~ 설마. 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내가 그거 하나 보고 오빠랑 결혼했겠어? 사랑하니까 결혼 했지. 전에도 말 했잖아. 오빠가 내 이상형이라고. 우리 서방님 오해했나 보다. 오빠는 내가 사랑하는 거고 선생님은 스승으로서 존경하는 거야. 그런 것도 구분 못 해?”
“첫 사랑이라며? 니 입으로 그랬잖아. 첫 사랑이라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빠는 학교 다닐 때 좋아하던 여선생님 없었어? 오빠도 있었을 거 아니야. 그거랑 비슷한 거야.”
좋아하던 여선생?
칠판에 글을 쓸 때 마다 풍만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던 영어가 생각났다.
영어 엉덩이 생각하면서 휴지 꽤나 썼었는데.
비슷하다고?
“그럼 너도 이 선생님 생각하면서 자위했니?”
“오빠~~~~~~~~~~~~~~~~~~~~~~~~~~~~~~~~ 자꾸 그럴 거야? 내가 그랬을 거 같아?”
“미안...미안. 비슷하다길래. 이러다 또 싸우겠다. 그나저나 쓰레기 버리다가 만났다고 했지? 거기서 인사 했으면 됐지 그 사람 집은 왜 간 거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사람들이 우리를 계속 쳐다보니까 선생님이 불편하신지 그만 올라가는 게 좋겠다고 했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가 긴장을 해서 우리 층 버튼을 못 누른 거 있지. 우리 층 지나치고 18층에 섰는데 선생님도 나를 오랫만에 봐서 어색하신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멍하니 계시는 거야. 사실 나도 사람들 많이 있는 데서는, 반가워서 편하게 인사를 했는데 단 둘이 있으니까 다시 고등학생이 된 거처럼 선생님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 나도 쭈뼛하게 서 있으니까 선생님도 어색했는지 ‘차나 한 잔 마시고 갈래?’ 그러시잖아.”
이 새끼가 아내를 보고 꼴려서 흑심을 품은 게 분명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 보려고 사람들 없는 곳으로 데려간 거다.
개 놈의 새끼.
“그래서? 그런다고 한 거야?”
“그럼 어떡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잖아. 나도 그동안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셨나 궁금하기도 했고. “
“그렇다고 그 꼴을 하고 남자 집에 졸졸 따라 간 거야?”
“내 꼴?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샤워하고 로션도 발랐는데.”
아내가 자신의 얼굴을 살피러 거울 앞으로 가려 한다.
“어...어디가? 아무 것도 안 묻었어. 내...내 말은 그래도 옛날 은사님 집을 처음 방문하는데 집에서 입는 옷 그냥 입고 슬리퍼 끌고 가는 건 아닌 거 같다는 뜻이야.”
“그런가? 오빠 말 들어보니 그러네. 사실 나도 좀 창피했어. 기왕이면 더 예쁘게 보이고 싶었는데 화장도 안하고 옷도 평상복 차림이라 속상하더라.”
“가서 무슨 얘기 했어? 사모님은 안계셔?”
“가보니까 아직 이사짐도 다 정리 안 되 있더라. 사모님은 안 보이시던데.”
“결혼은 한거야?”
“몰라.”
“왜 몰라? 가서 대충 보면 알 수 있잖아. 물어보지 그랬어?”
“어떻게 물어 봐. 나는 선생님이 물어 보는 말에 대답만 했는 걸. 어찌나 떨리던지 선생님 눈도 못 마주쳤어.”
“좋아했다면서 전에는 어떻게 얘기 했니?”
“전에도 편지만 많이 했지. 길게 대화해 본 적은 없어. 그래서 더 말 붙이기가 힘들더라.”
아내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그 모습이 천상 여고생 같았다.
“여자 물건 같은 거 없었어?”
“못 본 거 같긴 한데. 몰라~ 그냥 식탁에 만 앉아 있다 왔단 말이야. 그런 거 둘러 볼 정신이 아니었다니까.”
왠지 느낌에 결혼을 안 했거나 이혼남일 거 같다. 부인이 있다면 아직까지 짐 정리도 안 했을 리 없다.
“그래. 너한테 뭐 물어보디?”
“뭐 그냥 간단한 일반적인 질문. 결혼은 했냐? 남편은 뭐하냐? 집은 어디냐? 애는 있냐? 뭐 그런 것들.”
‘신체 사이즈, 선호하는 섹스 체위, 주요 성감대, 생리주기 같은 건 안 물어 보디?’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그게 다야? 꽤 오래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것도 띠엄띠엄 하나 씩 물어 본 거고 말 없이 차만 마셨어. 선생님도 좀 서먹해 하시더라구.”
“정리 하는 거 좀 도와드리지 그랬어. ”
아내는 정리나 청소, 특히 걸레질을 잘 한다. 께끗해 지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그의 집 거실에서 걸래 질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 상상 돼 침이 넘어간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불편하신지 못 하게 하셨어.”
“착한 학생이구나.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그런데 내 말은 왜 그렇게 안 들으실까?”
“내가 오빠 말을 또 언제 안 들었다고 그래? 오빠가 이상한 거 시킬 때나 그랬지.”
“아무튼. 그렇게 있다가 그냥 온 거야?”
“어. 단 둘이 있으려니 좀 어색하기도 했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서. 선생님 댁에서 볼 일을 볼 순 없잖아.”
“뭐 어때서.”
그가 쓰는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는 아내와 문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올라 침이 또 넘어간다.
“창피하게. 몰라~ 신랑이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다음에 또 보자 그러셨어.”
여기 까지가 첫사랑을 만나고 온 아내의 보고 내용이다.
첫사랑은 어떻게 기억하고 간직하느냐에 따라 평생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중간에 깨져 버려 들쳐보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아내의 첫 사랑은 어떻게 될까?
전자일까? 아니면 후자일까?
우리는 늘 그렇듯 주말에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 평소와 다른 점은 아내가 화장을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었다는 점이다. 같은 동네이기에 그와 마주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편한 트레이닝 복이나 반바지를 입고 가던 거와 달리 내가 골라 준 몸에 착 달라 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었다. 아내가 좋아 하는 옷이다.
“오빠. 마트 가는 데 너무 짧은 거 아닌가?”
“너 원래 타이트하고 몸매 드러나는 옷 좋아하잖아. 니 옷들 중에 그렇지 않은 옷이 어딨어.”
“그거야 내 직업 특성 상 몸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돼서 그렇지.”
“누가 뭐래? 이뻐. 이쁘니까 그냥 입어. 선생님도 제자가 이쁘면 좋지 않겠어? 니 몸매가 좋은 걸 어떡해. 너도 솔직히 제 몸매가 이렇게 이뻐요 선생님~ 하고 자랑하고 싶은 거 아니야? 이뻐서 싫어 할 남자 없어.”
“자랑은 무슨. 피~ 오빠가 입으래서 그냥 입는다.”
“그래. 부탁이야. 난 니가 그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
마트에서도 우리의 모습은 다를 게 없다. 아내는 부지런하고 나는 게으르다. 나는 아내가 돌아다니며 물건을 고를 동안 카트를 밀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따라 다닌다. 그러면서 아내의 모습과 아내를 훔쳐보는 남자들을 관찰한다. 아내가 지나가면 남자들의 시선은 아내에게 모이게 돼 있다. 걸을 때 마다 씰룩거리는 큰 엉덩이는 남자의 본능을 자극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아내에게 제일 아래 칸에 있는 물건들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내가 선호하는 물건이나 식품들은 모두 제일 아래 칸에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 물건들을 고른다.
“오빠는 왜 맨날 고르는 게 바닥에 있는 것들이야? 허리 아프단 말이야.”
하며 가끔 불평을 털어 놓는 아내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내 의견을 존중해 준다.
오늘 아내는 힐까지 챙겨 신고 와서 허리를 숙일 때 마다 허벅지 사이의 공간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뻗을 때 마다 치마 단이 끌려 올라가는 바람에 그 때 마다 치마 밑을 잡아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남자를 더 자극한다. 치마를 잡아 당길 때 마다 옷감이 늘어나면서 아내의 엉덩이 굴곡이 더 적나라하게 비쳐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아내의 그런 동작 하나하나를 숨죽이며 지켜본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다. 매일 보면서도 언제나 아내의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빠져든다. 지금도 당장 달려가 아내의 엉덩이에 물건을 비비고 싶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장소에서 아내의 치마를 올리고 뒤에서 범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승리자의 표정으로 아쉬워하는 녀석들을 비웃어 주는 거다. 이 여자가 내 여자다 하면서 말이다.
누군가 와서 내게 사정 한다.
제발 부탁이니 딱 한 번만 만져보게 해 달라고.
그럼 나는 너그럽게 허락한다.
“그 쪽 마음대로.”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어떤 덩치 큰 남자가 아내의 뒤에 바짝 붙는다. 아내의 머리 위 쪽으로 팔을 뻗어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 한다. 자연스럽게 바지 앞쪽이 아내의 엉덩이에 문질러 진다. 분명 계획적인 행동이다.
저 자식. 내가 허락한다는 텔레파시를 받았나!
아내가 그의 팔꿈치를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자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더 내미는 꼴이 돼 버린다.
복 받은 놈.
아내의 엉덩이 감촉을 제대로 느꼈을 거다.
녀석은 물건을 꺼낸 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버렸고 아내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나를 찾는 게 분명하다. 나는 못 본 거처럼 하기 위해 재빨리 몸을 숨겨 딴 곳으로 간다.
아내는 시력이 안 좋다. 그렇다고 안경을 쓸 정도로 나쁜 시력도 아니다. 날씨에 따라 잘 알아보기도 하고 못 알아보기도 하는데 자기 말로는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다고 한다. 덕분에 아내를 피해 숨어 다니는 건 어렵지 않다.
내가 몸을 숨기려 간 곳에 아까 그 녀석이 다른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다.
“아 씨발 감촉 존나 죽여. 손으로 한 번 주물러 봤어야 하는데 열라 아쉽네.”
“크크크 너 씨발 존나 소심하게 쓱 비비고 도망치더라. 엄청 없어 보인 거 알어?”
“씨발 지는. 지는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내가 왜 용기가 없어, 내가 하면 존나 화끈하게 하지.”
“그럼 해 보든가. 병신이 입으로만 존나 잘 해요.”
“하면 어떡할래? 내기 할까?”
“콜~ 니가 그 여자 치마 속으로 손 넣어서 엉덩이 주무르고 오면 5만원 준다.”
“진짜지? 엄창 걸어 이 새끼야.”
“그래 엄창이다. 새끼야.”
그들의 내기에 내가 더 흥분된다. 사실 아내는 나한테나 무섭게 굴지 밖에 나가면 끽 소리도 못하는 완전 소심한 숙맥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치한이 만졌을 때도 그 자리에선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있다가 집에 와서 혼자 울었다고 했다. 그런 여자가 남자들을 자극 시키는 옷을 즐겨 입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녀석들이 아내가 있는 쪽으로 다시 가길래 나도 그들의 뒤를 조심스럽게 쫓는다. 아내는 스파게티 소스 병을 들고 어떤 걸로 살지 고민 중이다. 소스병에 쓰인 성분표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사람들이 못 보게 니가 잘 가려.”
“알았으니까 하기나 해. 형이 코치를 좀 하면 말이지. 살짝 만져봐서 가만히 있으면 즐기는 년일지도 몰라. 그럼 그 땐 과감하게 가는 거야. 오케이?”
“세끼. 쎈 척 하기는. 가리고 망이나 잘 봐.”
아내의 오른쪽에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남편으로 보이는 자가 부인의 눈치를 보며 아내를 힐끔 거린다. 녀석들은 아내의 왼쪽으로 다가가 물건을 고르는 척 한다. 주위를 살피더니 덩치 큰 녀석이 아내의 엉덩이 뒤 쪽을 교묘하게 몸으로 가린다. 다른 녀석이 아내에게 바짝 몸을 붙인다. 덩치 큰 녀석 때문에 내가 있는 쪽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속이 타들어 간다.
녀석이 아내를 만진 건 분명하다. 병을 보고 있던 아내의 몸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치마 위로 살짝 더듬은 걸까? 아니면 정말 치마 속으로 손을 넣은 걸까? 궁금해서 미칠 거 같다. 아내의 치마 속을 헤집고 있는 녀석의 손을 그저 상상으로만 그려 볼 뿐이다.
아내가 가만히 있자 녀석이 아내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닥거린다. 아내는 공포감에 그대로 얼어버린거 같다. 녀석이 아내의 목 위로 어깨동무를 하더니 아내를 데리고 걷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 거 같다. 아내의 복장과 저항하지 않는 모습에 용기가 난 거 같다. 사람들 때문에 카트를 끌고 쫓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는 카트를 놓고, 놓치지 않으려 바짝 따라 붙었다.
그들은 아내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걸었는데 일행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녀석들은 걸으면서도 아내의 귀에 계속 뭔가를 얘기한다. 입에 욕을 달고 얘기하던 걸로 보아 거친 말로 아내를 겁주는 거 같고 내 귀에도 그들의 말이 들리는 것 같다.
녀석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매장의 구석에 위치한 문구 코너다. 사람들이 잘 안 찾는 물건 일 수록 구석 자리를 배정 받게 되는데 이 문구 코너가 딱 그렇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두리번 거리고 있었지만 녀석들이 겁을 줬는지 줄행랑을 쳐버렸다. 사람도 없고 너무 조용해서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포기하고 한 칸 뒤 쪽으로 몸을 숨겼다. 일단 소리만 듣고 있다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 때 나서도 될 거 같다.
“씨발년아,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끽 소리라도 냈다간 그 조그만 얼굴에 칼로 낙서 해 줄 테니 그리 알어. 눈도 뜨지 마. 우리 얼굴 보면 서로 피곤 해져. “
“솔직히 너도 좋지? 너 남자 꼬실려고 일부러 엉덩이 씰룩거리면서 다니는 거지?”
아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내는 너무 무서우면 입이 굳어져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어디 보자. 오우~ 씨발년 탱탱하니 감촉 죽인다.”
“야 비켜봐 한쪽은 내가 좀 만지자. 와우~ 손 맛 죽이는데. 야 너 여기 선반 잡고 엎드려 봐.”
“야 이 년아 얘 말 안 들려? 빨리 엎드려. 그래. 그렇지. 지금부터 내가 손 때라고 하기 전까지 그대로 있는 거야. 손 떨어지면 그 땐 어떻게 되는지 알아서 생각해. 야. 내가 먼저 할 테니까 사람들 오나 망 보면서 사진 좀 찍어라. 동영상이면 더 좋고.”
“왜 니가 먼전데?”
“알았어. 5만원 까주면 되잖아. 시간 별로 없어 빨리.”
“알았어 콜~. 지금 동영상 찍으니까 치마 좀 더 올려봐. 아니지. 그렇게 빨리 올리지 말고 좀 에로틱하게 올려봐. 그래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야. 이 년 하얀 빤스 입었네. 나 하얀 빤스 보면 아주 환장하는데. 허벅지도 야들야들하니 완전 에이급이다. 어라~ 이 년 엉덩이에 힘 들어가는 거 봐. 똥꼬에 힘주니까 더 귀여운데. 팬티 속에 알이 꽉 찼어. 어디. 냄새 좀 맡아 볼까? 어라~ 엉덩이 들어. 누가 주저 앉으래. 빨리 안 일어나?”
‘찰싹~~’
녀석이 아내의 엉덩일 때린 거 같다.
내 입안에 침이 고인다.
“그래. 엉덩이 더 내밀고, 허리 좀만 더 숙여 봐. 이야~ 이 년 허리 휘는 거 봐라. 라인이 완전 끝장이다. 야~ 너 잘 찍고 있냐? 이 허리에서부터 엉덩이로 꺽이는 라인. 이런 걸 찍어야 돼.”
“안 그래도 지금 찍고 있다. 씨발 존나 꼴려서 못 참겠네. 언제 교대 할 거야?”
“아직 멀었어. 좀 만 더 기다려. 어디 속 살 좀 만져볼까? 가만있어. 움직이지 말랬지? 한 번만 더 움직이면 만지기만 한다는 약속 취소야. 확 따먹어 버릴거니까 그렇게 알어. 좋아. 그래야지. 손 넣을 거니까 놀라지 말어.”
“이야~ 씨발 팬티가 아주 쫙~쫙~ 늘어나네. 주무르지만 말고 어떤지 중계 좀 해봐. 어때? 손 맛 좋냐?”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네. 완전 예술이야. 이런 걸 도자기 피부라고 하는구나. 이야~ 미치겠다.너무 부드러워서 손 바닥이 녹을 거 같아.”
“야. 좆 한 번 대봐. 느낌이 어떤가.”
“그럴까? 아우 씨발. 뿅 간다. 비비기만 하는데도 쌀 거 같아. 이쁜 언니! 내꺼 느낌이 어때? 엄청 딴딴하지? 묵직한 게 한 번 넣어 보고 싶지 않아? 만지기만 한다고 약속했지만 언니가 원한다면 이 오빠가 홍콩 한 번 보내줄게.”
“야~ 그만 비비고 뒷치기 하는 것 처럼 해봐.”
“어떡게? 이렇게?”
“아~ 이 세끼. 뽀르노도 안 봤나. 자세가 그게 뭐냐? 양손으로 골반을 딱 잡어. 그리고 엉덩이가 출렁일 정도로 탁탁 치는거야.”
“나도 알아 세끼야. 이렇게. 이렇게 말이지. 이 년 엉덩이 출렁이는 거 잘 나오냐?”
“오~ 좋아. 좋아.”
“아~ 씨발. 느낌 졸라 좋아.이러다 싸겠다.”
“세끼야. 벌써 싸면 안 되지. 그럼 그만 하고 빤스나 좀 벗겨 봐. 보지도 좀 찍게.”
“그럴까?”
‘찰싹~ ‘
또 한 번의 스팽킹. 내 심장이 터질 거 같다.
“가만 있어. 안 잡아 먹어. 왜? 부끄러워서 그래? 거기 좀 보여 준다고 어떡게 되는 거 아니야.”
“이봐 언니. 잠깐만 보고 다시 입혀 줄 거야. 산부인과 왔다 생각하고 가만 있어 봐.”
“올치~ 말 잘 듣네. 이야~ 속살 뽀얀 것 좀 봐.”
‘찰싹~’
이번엔 무슨 일이지?
손가락이라도 넣었나?
그래서 아내가 놀란 건가?
소리만 들으려니 애간장이 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귀를 더 바짝 붙이고 소리에 집중하는 거 밖에 없다.
“새끼야. 말 잘 듣는데 왜 때려?”
“나도 한 번 때려 보고 싶어서. 이야 엉덩이 진짜 찰지네.”
“그리고 너 이렇게 가까이 와 있으면 어떡해? 누가 오는지 잘 봐야지.”
“쪼잔한 새끼. 금방 봤는데 이 쪽으로 오는 사람 없었어. 보지만 좀 찍고 갈게.”
“그래도 모르니까 얼른 찍고 가. 또 건드리면 죽는다.”
“지 껏처럼 굴기는. 알았어 임마. 이 년은 보지도 이쁠 거 같지 않냐? 보지 보이게 팬티 완전히 내려 봐.급하게 말고 조금전 처럼 천천히. 오...오...오... 보인다. 보인다. 어라~ 이 년 봐라. 보지가 왜 이렇게 젖었어? ”
“보면 몰라? 좋아서 질질 싼 거 잖아. 내가 비비기만 해도 이정도인데, 진짜로 박아주면 아주 홍수 날 것 같지 않냐?”
“그러면 그냥 해버려. 이 정도 젖었으면 갖다 대기만 해도 쑥 들어 가겠다. 이 년도 우리가 알아서 박아주길 원하는지도 몰라.”
언제까지 놔둬야 할지 고민 된다. 사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아내가 녀석들의 물건을 입으로 빨아주는 거다. 그게 아니면 손으로 자위를 시켜주는 것도 괜찮다.
오럴섹스를 강하게 거부하는 아내이기에 나는 항상 그것에 목 말라 있었다. 자주 하다 보면 익숙해 질 거라고 아무리 설득해봐도 아내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나의 상상 속에서 가장 자극적인 모습은 아내가 다른 남자의 물건을 빨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강제로 강간 당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
“니 말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옷 입고 돌아다니는 꼴도 그렇고, 우리를 순순히 따라 온 것도 그렇고, 몇 번 빼긴 했지만 시키는대로 말도 잘 듣고”
“그래. 싫다는 말도 안 했잖아. 이 년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왜 있잖아. 강간 당하면서 흥분하는 여자.”
“뭐야. 그럼 더 세게 해 주길 바랬던 거야? 앙큼한 년 같으니라구.”
녀석들이 그렇게 말하니 나 조차도 아내가 그런 여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아내는 절대 그런 여자가 아니다.
“이 년 부끄러워서 말 못 하는 거 같은데. 일단 한 번 갖다 대 봐.”
“안 그래도 안심시키면서 진도 나가다가 기회 봐서 확 박아 버리려고 했는데. 니 말 듣고 보니 괜히 시간 낭비 했네. 이 년이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을까? 좆 맛 보고 싶어서 따라 왔는데 약만 살살 올려서 말이야. 미안해 언니. 오빠가 애타게 한 거까지 추가해서 확실하게 박아 줄게. 일단 얼마나 벌어지나 보지 좀 한 번 벌려볼까? ”
“자...잠깐만요.”
아내의 목소리다.
“이 년 봐라. 누가 앉으래? 엉덩이 다시 들지 못 해?”
“대신 손으로 해드릴게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오늘 일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게요. 정말이에요. “
“지금 우리랑 딜을 하자는 거야? 우리가 왜 그래야 되지?”
나도 놀랐다. 아내로서는 대단한 용기를 낸 거다.
“남편이 날 찾고 있을 거에요. 찾다 보면 금방 여기도 와볼 거구요. 가임기라 임신할지 몰라서 그래요. 제발 부탁이에요.”
“이 년이 혼자 와 놓고 어디서 구라를 쳐. 빨리 엉덩이 들지 못해?”
“야 잠깐만. 임신하면 졸라 복잡해질지 몰라. 이년이 신고 안 한다는 보장이 없어. 정액도 남을 테고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해. 약속 한다니까 사람들 오기 전에 적당히 즐기고 가자.”
“보지를 눈 앞에 두고 손에다 하라고? 손은 나도 있거든?”
“제발 부탁이에요. 기분 좋게 잘 할 게요.”
“그렇다면 좋아. 보지는 양보 할 테니까 대신 손으로 말고 입으로 빨아. 어때. 콜?”
내 심장이 터질 듯이 고동치고 있다. 보고 싶어 미칠 거 같다.
“제발요. 손으로 하게 해주세요.”
“입 닥쳐. 한 번 만 더 손 얘기 나오면 내 애를 배게 만들어 버릴 거니까. 야~ 너는 내 꺼 빨 때 잘 찍어. 나중에 다시 보면서 딸딸이 치게.”
아내가 과연 입으로 빨 수 있을까? 월드컵 한일전을 기다릴 때처럼 흥분 된다. 생방송은 못 보겠지만 동영상을 찍는다고 했으니 녀석들에게서 뺏어서 녹화로라도 봐야겠다.
나는 참 나쁜 놈인 거 같다.
아내는 곤경에 처해 고통스러워하는데 이렇게 좋아서 흥분하고 있다니.
“내가 시키는 대로 잘 해. 안 그러면 바로 보지에다 꽂아 버릴 거니까. 알았어? 알았어~ 몰랐어? 빨리 대답해?”
“아...알았어요.”
“눈은 뜨지 말고 앉은 그대로 뒤로 돌아. 그래. 그렇게 협조 잘 하면 금방 끝나. 손 내밀어 봐. 여기 지퍼 만져지지? 지퍼 잡았으면 밑으로 내려.”
지퍼 내려가는 소리가 이렇게 흥분 되는지 몰랐다.
드디어 아내가 처음으로 나 이외에 다른 놈의 물건을 만지는 순간이다.
“그래 잘했어. 이제 바지 안으로 손 넣어서 만져 봐. 그렇게 말고 팬티 안으로 넣어야지. 어후~ 그래. 그렇게. 니가 만지니까 소름 돋는다. 너는 손도 참 부드럽구나? 어때? 마음에 들어? 대답해? 마음에 드냐고 묻잖아?”
“마음에 들어요.”
“그렇게 밖에 말 못해? 내가 더 꼴릴 수 있게 느낀 점을 설명해 봐.”
“단단해요...”
“손은 계속 움직이면서 말 해. 아흑. 미치겠다.”
“크고...”
“꺼내 보지도 않고 어떡게 알아? 이제 꺼내 봐. 그래 잘 하고 있어. 위는 절대 보지 말고 눈 조금만 뜨고 봐바. 어때? 보니까 빨고 싶지? 왜 말이 없어? 마음에 안들어?”
처음으로 다른 놈의 물건을 만지고 본 기분이 어떨까?
아내도 흥분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에요. 마음에 들어요.”
“빨고 싶다고 말 해봐. 뭐야? 대답 안 해?”
“빠...빨고 싶어요.”
“그래. 빨고 싶어 미치겠지? 그럼 빨게 해 달라고 부탁해봐. 이번에도 시간 끌면 재미 없어.”
“빨게 해 주세요.”
“좋아. 빨아서 싸게 만들어 봐. 마음에 안들면 보지에다 할 거니까 최선을 다 해. 알았어?”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순간.
바로 그 순간이다.
고여있던 침이 넘어가며 온 몸이 감전된 것처럼 떨려 온다.
어서 빨아.
어서 빨라고.
“에이 씨발. 야~ 빨리 그 년 일으켜 세워.”
“왜 그래? 졸라 흥분돼 죽겠는데.”
내 마음도 그랬다.
“병신아. 국어야. 국어가 온다구.”
“뭐? 국어? 씨발. 꼬이네. 너, 눈 감고 뒤돌아서서 빨리 팬티 올려. 치마도 잘 내리고. 진열대 보면서 물건 고르는 척 해. 쓸데없는 소리 하면 재미 없어.”
누군가 그들 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고 녀석들이 아는, 그것도 두려워하는 인물이 분명했다.
“이 녀석들 여기서 뭐해?”
“아...안녕하세요. 뭐 좀 사려구요.”
“나쁜 짓 한 거 아니지?”
“아...아니에요. 저번에 각서까지 썼잖아요.”
“그래. 난 니들 믿는다. 사려던 건 샀니?”
“여...여긴 없나 봐요.. ”
“뭔데? 내가 찾아봐 줄까?”
“아니에요. 다른 데 가봐야겠어요. 안녕히 게세요.”
녀석들은 빠르게 도망치듯 달아 났고 걸음 소리가 멀리 사라지자 다시 그 남자의 음성이 들린다.
“너 괜찮니?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 저 녀석들이 너 귀찮게 했니?”
아내가 아는 사람이다.
“아...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좀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선생님 아는 사람들인가요?”
“어. 우리 학교 학생들.”
“학생들인지 몰랐어요”
“요즘 애들이 발육이 좋잖아. 덩치도 크고 사실 저렇게 입고 다니면 애인지 어른인지 누가 알겠어. 그래도 18살 짜리 애들이야.”
“18살요?”
씨발. 오늘 이상하게 18이란 숫자가 많이 등장하는 거 같다.
아내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내가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허탈하다. 한 덩치 하는 녀석들이었지만 나 혼자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는데 저 인간이 나타나서 다 망쳐버렸다.
“그래 18살.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너도 저 나이였지?”
“네.”
“저 녀석들이 너한테 실수를 좀 했더라도 니가 좀 이해해 줘라. 덩치만 크지 생각하는 건 미숙하거든. 저 나이 땐 한창 여자에 관심이 많을 때잖아. 너 처럼 예쁜 아가씨를 보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따라 온 걸 꺼야.”
“예쁘긴요. 그리고 저 아줌마 인 걸요.”
“너를 보고 누가 아줌마라 그러겠니. 그 때도 예뻤지만 지금은 훨씬 더 예쁜 거 같은데.”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부끄러워요.”
“수줍음 많은 건 여전하구나. 아까는 대답만 하길 래 하나도 안 변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 때보다 말은 좀 는 거 같네.”
“아니에요 선생님. 지금도 말 잘 못해요.”
나는 저 인간이 나를 방해한 만큼 둘만의 다정한 대화를 방해하고 싶었다.
“어. 여기 있었네. 화장실이 급해서 다녀왔더니 없어졌더라구. 한참을 찾았네. 무슨 일 있어?”
아내는 조금 전 두려워하던 것과 달리 환하게 웃고 있다.
“아...아무일도. 인사해 오빠. 아까 얘기했지? 내 고등학교 때 선생님.”
“어. 그래?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가워요.”
뒤돌아서 손을 내미는 그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웃고 있지만 나를 보는 눈동자는 튀어나올 듯 강렬하다.
보통 인물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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