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6)

아내는 몇 시간 째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망할 놈의 선생을 대접하겠다고 저 난리다.

사실 그 선생을 초대 한 건 나다.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기도 하고 몇 가지 시험을 해보기 위해서다.

물론 최종 목적은 그 선생도 별 볼일 없는 보통의 남자라는 걸 아내에게 확인 시켜주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그 선생이 다닌다는 우리동네 남자고등학교를 검색해 봤다. 국어교사, 2학년 담임, 거기다 학생 주임까지 맡고 있었다. 관련 검색어들을 추가해 더 조사해보니 지역 시인협회 간사, 장애인 후원회 임원, 노인복지후원회 명예교사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당 사이트들을 방문해보니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고 게시판에는 그를 칭찬하는 글도 몇 개 보였다. 나름 좋은 일 많이 하며 사는 사람인건 맞는 거 같다. 뭐 착한 일 한다고 여자 안 밝힌다는 법은 없다. 나는 흠이 될만한 것들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학생들 개인 홈피나 블로그까지 뒤져가며 그에 대한 험담이 나오지 않을까 찾아봤지만 오히려 그 선생에 대한 존경의 글만 보게 되어 기분이 씁쓸해졌다. 파면 팔수록 내 꼴만 우수워지는 거 같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마저 들어 그만 두기로 했다.

그는 아내의 말대로 정말 비범한 사람이란 말인가?

그런 성인 군자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미심쩍은 건 결혼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거였다. 내 검색력의 한계인 건지 아니면 아직까지 총각인건지 알 수가 없었다. 기회를 봐서 직접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을 거 같다.

주방으로 나가보니 식탁 위로 여러가지 음식들이 준비 되어 있다.

“뭐야. 우리집 잔치 해?” 뭐가 이렇게 많아?”

“너무 많은가? 어차피 해 놓으면 다 먹잖아.”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해달랄 때는 잘 안해주면서 첫사랑 온다니까 상다리를 부러트릴려고 하네.”

“내가 또 언제 안 해줬다고 그래? 오빠도 나중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다 해 줄게. 처음으로 선생님 모셔다가 대접하는 건데. 대충 할 수가 있어야지.”

“그 인간이 진짜 먹고 싶은 건 너인지도 몰라.”

“으이구. 또 시작이다. 내가 그러지 말했지.”

“너 나랑 내기할래?”

“무슨 내기?”

“내가 니 선생님의 실체를 증명해 보이면 어떡할래?”

“실체라니?”

“니네 선생님도 별 볼일 없는 남자라는 증명 말이야.”

“우리 선생님이 오빠 같은 줄 알아?”

“그러니까 자신 있으면 내기 하자고. 왜? 자신 없어?”

“뭘 어떻게 증명한다는 거야?”

“니 가슴이나 엉덩이, 몰래 훔쳐 보는지 확인 해 보자. 안 훔쳐 보면 내가 너 소원 들어주고. 훔쳐보면 니가 내 소원 무조건 들어주는 거야.”

“말도 안돼. 그런 게 어디 있어? 선생님도 남자인데 자기도 모르게 볼 수 있잖아?”

“좋아 그럼 무의식 중에 보는 건 뺀다고 치자. 의식적으로 몰래 훔쳐보는 건 인정하는 거지?”

“그걸 어떻게 구분하는데?”

“왜 못 해? 처음 한 번 보는 건 무의식이라고 치고 계속 힐끔거리면 의식적인 거지. 그럼 동의 하는 거다.”

“그래 뭐. 정 원하신다면. 땀을 많이 흘려서 선생님 오시기 전에 씻어야겠다. 샤워할 동안 정리 좀 부탁할게.”

땀, 선생님, 샤워라는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조합되며 묘한 느낌을 준다.

아내가 욕실로 들어간 뒤 집안 곳곳에 숨겨둔 무선 IP카메라 외에 그가 움직일 동선을 따라 추가로 몇 개를 더 설치한다. 그의 모든 모습이 NAS에 저장 될 것이다.

자기 집에 왜 카메라를 설치했는지 궁금한가? 

나의 취미는 아내를 관찰하는 것이다. 일하느라 집에 없을 때에도 아내가 보고 싶고 어떤 모습으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 참을 수가 없다. 일하는 틈틈이 아내를 보는 일은 내게 가장 큰 기쁨이며 휴식이다.

처음에는 아내의 흐트러진 모습이 보고 싶었다. 아내는 내 앞에서 흐트러짐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정해진 시간에 계획대로 움직이고 자신이 하기로 한 일이 있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그 일을 끝내고 만다. 주위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완벽을 추구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덕분에 나 같은 게으른 놈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내가 집안을 아무리 어질러 놓아도 아내가 나타나면 말끔하게 정리가 된다.

참 부러운 일 아닌가?

하지만 나는 그런 아내가 안쓰럽다.

어릴 때부터 몸에 벤 습관으로 늘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나를 슬프게 한다. 신혼 초에는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다. 친구나 어른들 예길 들어보면  초반에나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흐트러지는 건 기본이고 방귀도 아무렇지 않게 낄 거라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다행스럽게 생각한 건 혼자 있는 아내를 관찰하면서 부터였다. 다른 여자들처럼 아무렇게나 퍼질러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나와 있을 때 보다는 편하게 행동했다. 아내를 관찰하며 있었던 일들은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내를 훔쳐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알 몸을 보여주지 않는 다고 했던 얘기를 생각 해 보면 될 것이다.

집에 카메라가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한가?

나는 CCTV카메라 업체 연구원이다. 그래서 내 서재에는 각종 카메라들과 저장 장치들이 보관돼 있다.

이 얘기도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내가 잔뜩 벌려 놓은 설거지를 모두 끝내자 아내가 욕실 밖으로 나온다. 머리를 말리며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오는 아내의 모습은 언제 봐도 나를 설레게 한다.

“이야. 언제 봐도 섹시하단 말이야. 너 그대로 있다가 선생님 오시면 짠 하고 바바리 걸 한 번 해라. 엄청 좋아할 거다.”

“으이그. 이 아저씨. 하여간 입만 열면. 아예 받아 주질 말아야지.”

아내는 혀를 내밀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욕실로 들어가니 아내가 욕실 청소까지 깔끔하게 끝내 놨다. 욕실 구석에는 속옷과 젖은 수건 들을  담아 놓는 바구니가 있다. 아내는(물론 나는 아니다) 매일 샤워를 해서 빨아야 할 속옷과 수건이 많이 나온다. 일주일 치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빠는데 빨래하기 전까지 이 바구니 안에 보관을 한다.

오늘 아침에 모여있던 빨래를 한 상태라 지금 안에는 방금 전에 아내가 벗어 놓은 브래지어와 팬티 그리고 방금 닦은 수건만 들어 있을 것이다. 바구니의 덮개를 벗겨 내니 예상대로 아내의 속옷이 보인다. 나는 그가 아내의 속옷을 잘 볼 수 있도록 덮개는 치워 버리고 팬티와 브래지어를 바구니 바깥 쪽으로 걸쳐 놨다. 욕실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마트에서 고딩들에게 수난을 당한 바로 그 팬티다.

그 녀석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것에 분해하다가 찍은 영상을 보며 자위를 했을 거 같다.

아내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궁금하다.

녀석들은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하겠지!

그렇게 아내의 치마 속 모습은 계속 퍼져나가 수 많은 남자들의 자위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물건이 또 고개를 든다.

아내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저 무섭고 수치스럽기만 했을까?

아니면 묘한 쾌감을 느꼈을까? 

현재로선 아내만이 알 수 있다.

베란다로 가서 오전에 빨아 놓은 속옷들을 세탁기에서 꺼낸다. 내 것은 잘 안 보이는 안 쪽에 그 다음에 수건 들, 그리고 아내의 것 들을 베란다 문을 열면 바로 볼 수 있게 제일 바깥 쪽에 넌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너는 일은 원래 아내가 하던 일인데 오늘은 내가 특별히 해주기로 했다.

아내에게 감사 인사는 따로 받지 않겠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아내의 팬티를 볼 때 마다 손바닥 만한 작은 것이 어떻게 아내의 큰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양 손을 넣고 옆으로 벌려보니 쭉 늘어나면서 내 손바닥이 비쳐 보인다. 속옷을 다 널고 예쁘게 걸려있는 아내의 팬티들을 보니 또 발칙한 공상이 떠오른다. 이 팬티들을 전부 모아서 남자 고등학교에 갖다 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하나 씩 집어 들고 화장실로 달려갈 것이다. 아내의 엉덩이가 들어가던 곳에 어린 남학생들의 물건이 들락 거리고 아내의 체액이 묻어 나던 팬티 속은 신선한 정액 들로 가득 찰 것이다.

어릴 적 한 달에 한 번, 폐품을 모아 학교에 가져가던 기억이 난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같이 예쁜 여자들이 입던 속옷을 수거해 학교에 가져오게 하면 어떨까? 자신의 방이나 화장실에서 몰래 자위하던 학생들에게 하나 씩 돌리는 거다.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 듯 공식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자위하는 날을 정해 건전한 축제의 장을 여는 거다.

여성부에서 이런 소리 듣는다면 난리를 치겠지만, 뭐 어쨌거나 상상은 내 자유다.

내가 베란다에 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는 아까 그와 만났을 때 찌든 담배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 나는 결혼 전에 반 강제적으로 담배를 끊었다. 심한 골초가 아니었기에 끊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몸에서 나는 냄새로 보아 엄청난 골초 임에 틀림 없다. 그가 담배 피기를 원한다면 나는 이 곳 베란다로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마음껏 아내의 속옷을 감상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거다.

참 치밀하지 않은가?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게으르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뭉기적거리거나 뒹굴거리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해야 할 일들을 구상하고, 계획하고 머리 속으로 모든 준비를 끝낸다. 그런 다음 한꺼번에 모든 일을 처리한다. 그래서 내 일 처리는 빠르고 정확하다. 괜히 부산 떠는 사람들보다 효율적이지 않은가?

안방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속옷 만 입은 채 옷장 앞에 서 있다. 침대 위로 여러 종류의 옷들이 널려 있는 걸 보니 뭘 입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분명 몇 가지를 마음 속으로 골라 놓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다.

“왜 그래? 뭐 입을지 못 고른 거야?”

“응. 너무 어렵네. 옷들이 다 짧거나 타이트해서 선생님 앞에서 입으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나는 피식 웃음이 난다.

“뭐 어때? 예쁘면 그만이지. 여자는 원래 좀 섹시하게 입어주는 게 예의야.”

“선생님이 날 너무 야한 여자로 보면 어떡해?”

“넌 원래 야한 여자야. 야한 여자가 야하게 보이는 게 뭐 어때서. 그렇다고 니가 어디 가서 남자들 꼬시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

“당연하지. 그건 오빠가 더 잘 알잖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줘. 어차피 같은 아파트라 자주 볼 텐데 오늘 하루 수수하게 입는다고 무슨 소용 있겠어. 그리고 너는 뭘 입어도 섹시해서 소용 없어.”

그건 사실이다.

예전에 아내와 같이 드라마를 보는 데 마르고 청순한 여배우가 긴 스커트에 하늘거리는 블라우스 그리고 그 위에 단정해 보이는 가디건을 입고 나온 적이 있었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더니 예쁘다며  무척 부러워 했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나는 아내를 데리고 무작정 쇼핑센터로 갔다. 그곳에는 그 배우가 입고 나온 옷들이 드라마 속 그대로 걸려 있었다. 점원은 자기네 회사에서 협찬한 옷이라며 한참을 자랑스럽게 떠들어 댔다. 사줄테니 입어보라는 나의 말에 아내는 좋으면서도 왠지 자신 없는 표정으로 탈의실로 들어갔다.

잠시 뒤 옷을 입고 나온 아내에게선 청순 여배우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골반과 가슴이 발달한 반면 허리가 유독 가는 체형이라 옆으로 퍼지는 주름 스커트임에도 불구하고 허리 치수에 맞춰서 입었더니 엉덩이 부분이 늘어나면서 관능적으로 보였다.

위 쪽은 더 했다. 블라우스 치수를 가슴에 맞추다보니 허리부분이 어정쩡해 보였는데 점원도 난감했는지 블라우스 뒤 쪽을 접어서 핀으로 고정시켜줬다.

“손님이 글래머시라 이대로 입으시긴 좀 그렇고 수선을 좀 하셔야겠네요. 이제 가디건 한 번 입어 보세요.”

가디건을 입는 순간 청순이란 녀석은 꼬리를 내리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깨선과 가슴 아래쪽은 잘 맞는데 밑에서 부터 채워 올라가던 단추가 가슴 밑에서 한계에 부딪쳤다. 억지로 한 개를 잠궈 봤는데 그러자 아내의 가슴을 모아서 위로 업해주는 결과가 되어 엄청나게 섹시해 보였다.

아내의 말이 맞았다.

아내가 몸에 달라 붇고 잘 늘어나는 옷을 고르는 이유는 단순히 몸매를 자랑하기 위한 것 만은 아니었다. 맞춰 입지 않는 이상 기성품에서 고르다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엉덩이와 가슴에 맞추면 허리 부분이 붕 떠서 이상해 보였고 가장 좋은 방법은 허리선에 맞는 신축성 있는 옷을 고르는 거였다.

아내는 필연적으로 야해질 수 밖에 없는 여자였다.

그 날 나는 그 옷을 결재한 뒤 아내를 그 상태 그대로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거칠게 아내를 덮쳤다.

물론 불은 꺼야만 했다.

“오빠는 내가 어떻게 입는 게 날 거 같아?”

“야하게.”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 선생님 제가 이렇게 잘 컸어요~~ 발육 상태 괜찮죠? 이러는 거지.”

“물어본 내가 바보지. 오빤 나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어?”

“알았어. 그만 할 게. 내 의견을 말하면 반영이 되는 건가?”

“장난만 안 친다면. 옷 고르는 거 너무 힘들어. 진짜 누가 딱 정해서 이거 입어라 그러면 편하겠어.”

“그래? 그럼 이거 입어.”

나는 일부러 침대 옆에 잘 개어져 있는 핑크색 트레이닝 복을 가리켰다.

“선생님 오시는데 트레이닝 복은 좀 그렇지 않나?”

나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나는 아내가 어떤 걸 입고 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전신 거울과 가장 가까이 놓인 녀석이 아내가 가장 많이 거울에 대보고 고심한 녀석이다. 그런데 나는 그 옷 보다 세 번째로 가까이 있는 옆 트임이 깊이 들어간 보라색 정장 원피스를 입히고 싶었다. 서 있을 땐 무릎 조금 위까지 내려오는 길이지만 의자에 앉으면 밀려 올라가 깊이 파인 옆 트임 사이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난다. 그리고 저 옷의 장점은 스타킹을 신었을 때 더 잘 나타난다. 정전기가 잘 일어나는 옷감의 특성 상 치마 단이 엉덩이 위로 밀려 올라가면 스타킹에 착 달라 붙어서 일어 섰을 때도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있게 된다.

예전에 아내가 취했을 때 그런 상태로 부축해서 돌아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검정색 스타킹에 흰 팬티를 입었었는데 아내의 큰 골반 때문에 엉덩이 부분이 늘어나 팬티가 노골적으로 비쳤다. 오늘도 아내가 앉았다 일어났다 할 일이 많은 테니 그 선생을 자극하는데 효과적일 거 같다.

“트레이닝 복이 어때서? 저 옷 너한테 되게 잘 어울려. 라인도 살고. 너도 핏이 딱 맞는 게 예쁘다고 했잖아.”

“그래도 손님 초대해 놓고 입기는 좀...”

“왜 그러지? 난 마음에 드는데. 정 싫으면 여기 이 옷이랑 둘 중에 하나 골라. 정장 스타일에 스커트 길이도 적당한 거 같은데.”

아내는 나에게 선택권을 넘긴 상태라 다시 골라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거? 그것도 예쁘기는 한데 앉으면 허벅지가 보여서 신경 쓰여.”

“스타킹 신으면 되잖아. 저번에 보니까 검정색 스타킹이랑 잘 어울리더라. 일단 한 번 입어 봐.”

“그래 뭐. 나쁘지는 않겠네.”

아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다.

“이야~~ 너무 예쁘다. 청순한 듯 하면서 섹시한 느낌까지 아주 좋은데. 남자들이 이런 느낌 되게 좋아해.”

“그래?”

귀가 얇은 아내는 나의 칭찬이 솔깃했는지 표정이 금새 밝아진다. 아내는 특히 청순해 보인다는 칭찬을 좋아하는데 이 말이 들어가면 정말 팔랑귀가 돼 버린다.

“검정 스타킹도 신어 봐. 그럼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날 거야. 저번에 너 그렇게 입고 나갔을 때 내 친구들이 그러더라 너 되게 세련돼 보인다고. 물론 나도 그렇게 느꼈고. 오빠도 다 추천할 만 하니까 입으라는 거야.”

“정말? 그런 말을 했었어? 그 날 나 취해서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 안 나는 데.”

“자서 기억 못 하는구나? 애들이 칭찬 엄청 많이 했어.”

 그 날 친구 녀석들은 내 눈치를 보며 아내를 훔쳐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술이 약한 아내는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취기가 오고 세 잔 정도 마시면 졸기 시작한다. 아내가 흐트러지는 걸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아내가 취했을 때다.

술이 약한 아내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자리에 가게 되더라도 처음부터 술을 못 한다 얘기하고 술 잔 조차 앞에 놓지 않는다.

연애시절에도 그랬다. 내 앞에서도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내가 술 마시는 걸 처음 본 건 결혼하고 나서였다. 신혼 여행 후 처가에 인사를 갔는 데 장인 어른이 아내에게 술 병을 건내며 말했다.

“결혼을 했으니 니 남편 술시중은 앞으로 니가 드는 거다. 신서방 잔에 술 한 잔 따라 줘라.”

그게 아내가 따라 준 첫 잔이었다.

“신서방도 받았으면 우리 수현이 한 잔 따라 줘.”

“네? 수현이 술 못 하는데요.”

“남편 술 동무도 못 해주는 여자를 어따 쓰려고? 결혼 했으니까 남편 앞에서는 마셔도 괜찮아.”

웬일인지 아내가 잔을 들었고 나는 아내의 잔을 채웠다.

“수현이 너 명심해라. 앞으로도 술은 신서방 있을 때만 마시는거야. 그 외에는 절대 마시면 안 돼. 술 시중도 신서방 한테만 드는 거야. 지금까지도 잘 했겠지만 결혼 후에는 더 조심해야 돼. 사소한 오해로 가정이 깨지는 경우를 내 수도 없이 봤다. 너는 항상 몸 가짐 잘 하고 신서방 하는 말 잘 듣고 그러면 되는 거야. 알겠어?”

아내는 그 날 정확히 두 잔을 더 마신 뒤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늘 긴장 해 있는 아내가 처음으로 내 앞에서 긴장을 푼 날이었다.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니 편안해 보이면서 한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동안 장인 어른의 딸로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날 나는 다짐했다.

나에게 온 이상,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늘 긴장 속에 불안해 보이는 아내를 좀 더 자유롭고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이다.

다시 친구들과의 일로 돌아가면, 그 날도 아내는 세 잔째에서 졸기 시작했다. 아내는 얼큰하게 취하면 나에게 기대서 잠을 잔다. 신혼 초부터 그렇게 습관이 들더니 바뀌지 않는다. 정말 일관성 있는 여자다. 아내는 기억 못 하지만 자면서 하는 (즐거운) 버릇이 있다.

취기가 오기 시작하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댄다. 그러다 기댄 쪽 팔을 내 옆구리 안으로 집어 넣어 내 팔을 자신의 가슴과 팔 사이에 고정시킨다.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내가 자신을 두고 아무데도 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말이다.

아내는 무의식중에도 나에게 자신을 지키고 보호해 달라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내의 가슴이 팔에 비벼지기 시작하면 온 몸의 신경이 아내의 가슴이 닿은 곳으로 집중된다. 그 말랑하면서도 뭉클한 느낌이 내 팔을 녹여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가슴을 움켜쥐고 싶게 만든다.

집에 단 둘이 있을 때야 그렇게 해 버리면 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술 자리에선 그러지도 못하고 고문이 따로 없다.

그런데 아내의 고문은 가슴 뿐만이 아니다.

팔짱을 낀 팔의 손이 놓여 있는 위치가 바로 내 허벅지 위라는 게 더 큰 문제다.

가만히 손을 올려 놓고 있는 것 만으로도 똘똘이가 터질 거 같은데 가끔씩 허벅지를 쓰다듬을 때면...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을 거 같다.

아무튼 그러다 마지막엔  내 허벅지를 베고 옆으로 누워 꿀잠을 잔다.

그 날도 아내는 나에게 기대 팔짱을 낀 채 손은 허벅지 위에 올려 논 상태였다. 다행이 테이블이 가려서 보이진 않았지만 내 바지는 이미 텐트를 친 상태였고 아내를 집으로 데리고 가 빨리 덮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끝나지도 않은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분위기를 깰 수 없었다. 언제나 그렇게 분위기를 깨는 놈들에게 대놓고 비난을 하던 게 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술기운도 올랐겠다. 아내에게 스킨쉽을 하고 싶었다.

진작부터 아내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싶어 안달난 상태였다.

1차적으로 테이블로 가려진데다 아내가 자신의 코트를 벗어 하체를 덮고 있던 터라 코트 밑으로 손을 넣으면 친구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만질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아까부터 계속 떠들어 대고 있는 맡은 편 녀석의 말을 경청하는 척하며 슬그머니 아내의 코트 밑으로 엉덩이에 손을 댔다. 치마 뒤 쪽이 많이 올라가 있어 아내의 체온이 전해지는 부드러운 스타킹의 감촉이 손 끝으로 직접 느껴졌다.

그런데 아내의 상체가 나에게 기대 있다 보니 아내의 엉덩이는 자연스럽게 내 쪽에서 떨어져 있었고 내 쪽에 가까운 엉덩이 부분은 비스듬이 의자에 눌려 평소에 만지던 것과 비교해 뭔가 조금 아쉬웠다.

아내의 엉덩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상대적으로 의자에서 살짝 들려 있는 반대쪽 엉덩이를 만지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가 내 팔을 압박하고 있어서 그 곳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아내의 손바닥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하자 만지고 싶은 충동은 더 커져 갔다.

반대쪽 엉덩이를 주무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조금씩 애를 쓴 덕에 간신히 아내의 엉덩이 골을 건너 반대쪽 엉덩이에 손 끝을 댈 수 있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엉덩이를 붙여야 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손 끝으로 아내의 반대쪽 언덕이 살짝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아내가 깨려고 뒤척이는 가 싶어 가만히 기다렸는데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몸을 뒤척인다면 상체도 같이 흔들려야 하는데 엉덩이 살만(그것도 반대 쪽만)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엉덩이 살이 움직이는 걸 느낀 뒤 나는 확신 할 수 있었다.

아내의 옆자리에 앉은 성범이 녀석의 짓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의외였다. 내가 아는 성범이는 여자 앞에선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마주치는 숙맥이라 절대 그럴 위인이 못 됐다. 그런 성범이가 측은해 보여 아내를 녀석 옆에 앉히긴 했지만 녀석이 그런 용기를 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은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아내의 반대쪽 엉덩이는 만져진다기보다 조금씩 들려진다는 느낌이었는데 그것도 긴 간격을 두고 천천히 진행되었다. 내 짐작이 맞다면 녀석은 손바닥으로 만지는 게 아니라 아내의 엉덩이 밑으로 손 등을 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쩌면 녀석은 처음부터 아내의 엉덩이를 만질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아내가 나에게 기대다보니 엉덩이가 성범이 쪽으로 미끄러졌고 자연스럽게 성범이의 손등에 닿았을 것이다.

성범이가 조금 용기를 냈다면 아내의 엉덩이가 자기 쪽으로 오는 걸 보고 은근 슬쩍 그 위치에 자신의 손을 놔뒀을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건 성범이는 내 아내의 엉덩이를 느끼고 있었고 아내의 반응을 살피며 소심한 성격처럼 조금씩 손등을 밀어 넣고 있었다.

녀석은 지금 겨우 손등을 대고 있으면서도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을 거다.

성범이는 그런 녀석이다.

얼마나 만지고 싶을까?

손등이 아닌 손바닥으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성범이에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 

나는 아내의 엉덩이를 잡아 당겨 내 쪽으로 붙이려 했던 계획과 달리 오히려 엉덩이를 성범이 쪽으로 더 밀어 버렸다.

성범이의 손은 어디까지 들어왔을까? 

엉덩이 골엔 닿기나 한 걸까?

나는 술 잔을 들며 성범이 쪽을 힐끔 관찰했다.

성범이는 얼굴이 굳은 채 정면만 주시하고 있었고 아내의 코트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다른 놈들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아내의 팬티 속까지 손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취해 잠들면 아무것도 기억 못한다는 걸 나와 친한 놈들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소심한 성범이를 보니 내 속이 답답했다.

시간을 줘 봤자 더 이상의 진도는 없을 거 같아 과감하게 인심 한 번 쓰기로 했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안 떨어지려는 아내의 팔을 겨우 떼 성범이에게 기대게 했다.

“성범아. 화장실 다녀올 동안 만 좀 부탁할 게. 너한테 좀 기대게 해도 되지?”

성범이는 상기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고 아내는 잠결에 성범이가 나라고 생각했는지 성범이의 옆구리로 자신의 팔을 집어 넣었다. 성범이의 손은 아내의 엉덩이 밑에 깔린 상태라 움직일 수 없었고 나는 아내의 코트를 넓게 펼쳐 다시 덮어 준 뒤 성범이가 무안하지 않게 화장실로 갔다.

비벼오는 가슴과 허벅지 위를 움직이는 아내의 손을 잘 견뎌 낼 수 있을까?

성범이와 아내의 상황을 생각하자 처음에는 웃음이 났는데 웃음은 점점 또 다른 흥분으로 바뀌었다.

아내가 성범이의 허벅지를 만지는 모습을 상상하자 사정하고 싶은 욕구가 밀려와 변기 칸으로 들어가 자위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아내가 다른 남자들에게 만져지는 상상을 하며 흥분 했었는데 아내가 다른 남자의 몸을 만지는 것 역시 강한 자극이 된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내 상상 속에서 아내의 손은 허벅지 위 뿐만 아니라 사타구니 깊숙이 들어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바지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내의 애무에 흥분한 성범이 녀석은 손등이 아닌 손바닥으로 아내의 엉덩이를 주물럭 거렸고 손가락 끝으로 아내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시켰다.

아내가 성범이의 바지 지퍼를 내린 뒤 단단해진 물건을 꺼내 손으로 쥔다.

빨아 달라는 듯 성범이의 손이 아내의 머리를 짓누르자 아내가 성범이의 물건을 빨기 시작한다.

내 물건이 빨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성범이의 물건을 빠느라 아내의 엉덩이가 위로 향하자 지켜보던 친구놈 들이 아내의 엉덩이로 달려든다.

아내의 스타킹은 친구들의 손에 의해 늘어나고 찟겨진다.

아내가 성범이의 물건을 입에 문 채, 색기 넘치는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본다.

그 순간 나는 사정을 했다.

그 날 나는 일부러 화장실에서 오래 있다가 돌아갔다.

성범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었고 다른 친구들도 내 눈치 볼 필요 없이 아내를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름 체면과 사람들 이목을 따지는 녀석들이라 대놓고 아내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위인들은 못 되니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입맛만 다셨을 것이다.

성범이만 제외하고.

그 날 집에 돌아 온 뒤 성범이가 아내의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사정을 했다는 걸 알았다. 아내의 코트를 옷장에 넣다가 안 쪽에 살짝 덜 마른 얼룩을 발견했는데 거기서 정액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바지를 뚫고 코트까지 젖을 정도로 사정한 거 보니 성범이 녀석 그동안 자위도 안 했나보다.

내가 지난 일들을 떠올리는 동안 아내는 나의 말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검정 스타킹을 신은 뒤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청순에다가 세련미까지 나왔으면 게임은 끝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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