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그가 온 이후로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왔다갔다만 하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 까지도 그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얼굴도 못 쳐다보는 18살 짜리 수줍음 많은 소녀로 돌아가 있었다.
“먹을 거 충분하니까 그만 하고 앉아서 같이 먹어.”
“그래. 뭘 이렇게 많이 차렸니? 이리 와서 같이 먹자.”
나의 말을 그가 거든다.
“저는 괜찮으니까 먼저 들 식사 하세요. 과일 샐러드 좀 만들어 갈 게요.”
“그럼 그것만 하고 와.”
나는 계속 그의 시선을 주시하고 있다. 나와 마주 앉아 있는 그의 자리는 주방에서 움직이는 아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나를 의식해서 인지 아내에게 말 할 때를 빼고는 아내 쪽을 보지 않는다.
내 앞이라 체면치레를 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이런 타입의 사람을 잘 안다.
남의 시선이 있는 곳에서는 고고한 척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본능을 표출하는 그런 부류들 말이다.
“우리 와이프 학교 때 어땠나요?”
“수현이는 늘 조용하고 차분한 학생이었어요.”
다른 남자가 아내의 이름을, 그것도 성을 빼고 말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마치 자기 애인을 부르는 듯한 그런 느낌 이랄까.
“그 때도 이렇게 예뻤나요?”
“그럼요. 멀리서도 빛이 나는 아이였죠. 근처 남학생들이 꽤나 쫓아다닌 걸로 아는데. 수현아 그렇지?”
“네?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내가 집에 갈 때 마다 전철역에서 네가 기다린 거 알아.”
“보...보셨어요?”
“본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지 못했어. 하지만 네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지. 네가 있는 주변엔 항상 사내 녀석들이 모여 있었거든. 녀석들의 시선은 늘 한 곳을 향했고 그 곳엔 네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
“잘 숨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알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그럼 다 아시면서 모른 체 하신 거에요?”
“너만의 추억 만들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그 나이 때는 그런 게 필요하단다. 넘쳐나는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것 말이야. 그 대상이 나 같은 총각 선생님일 수도 있고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일 수도 있는 거지.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현실적으로 가까워 질 수 없는 대상이니까 상처 받을 일도 적고 얼마든지 상상의 폭을 확장할 수 있어. 하지만 선생님은 달라. 늘 볼 수 있는 사이이기에 나의 행동 하나가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거든. 나는 그렇게 생각해. 선생님에 대한 동경은 한 때의 추억일 때 아름다운 거라고. 어차피 나이가 들어 몸도 마음도 성숙하게 되면 또래의 좋은 짝을 만나게 돼 있잖아.”
“그래서 제가 보낸 편지들에 한 번도 답장 안 해 주신 거에요?”
“내가 답장을 했다면 넌 또 다른 답장을 기다리게 됐을 거야.”
“답장이 없으면 제가 알아서 포기할 거라 생각하신 거군요.”
“그런 의미도 있었지. 어차피 너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고 나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있었으니까. 그 때의 너는 말 수도 적고 내성적인 아이였지. 나는 너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 다른 녀석들에게도 마찬가지고.”
이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나는 꼭 연인들의 대화 사이에 눈치 없이 끼어 있는 이방인 같다.
그가 하는 말을 정리하자면 자신은 교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학생들과 거리를 두었고 아내 또한 그런 부류의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아내의 얼굴을 슬쩍 보니 표정이 슬퍼 보여 안쓰러웠다.
아내는 그가 자신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거란 희망적인 기억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똑같이 대했다는 것에 실망한 거 같다.
이래서 첫 사랑의 기억은 자신만의 왜곡 속에 있을 때가 좋은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스토리가 무너지게 되면 첫 사랑의 기억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나는 아내를 돕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아내같이 예쁜 아이를 다른 이들과 똑같이 생각했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옆에서 듣고 있자니 지금 하신 말씀은 제 아내에게 특별한 감정 같은 건 없었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하셨다는 거 같은데, 아내에게 사심이 생기니까 오히려 답장도 안하고 그런 거 아닌가요? 진짜 사심이 없었다면 오히려 편하게 말도 잘 해주고 그랬을 거 같은데요. 시인이시라면서요. 그런 분이 답장 한 번 보내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솔직히 답장을 안 한 건 수현이를 더 애태우게 하려던 거 아닙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니 학업에만 전념해주면 좋겠다 뭐 이렇게 답장만 했어도 수현이가 알아 듣지 않았을까요? 전철역 일도 그래요. 아내가 매일 숨어서 보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잘 타일러서 돌려보낼 수 있는 거잖아요. 수현이가 발랑까진 애들처럼 무대뽀로 들이대는 타입도 아니고 어른들 말씀 잘 듣는 그런 성격이라 잘 알아들었을 건데요. 본심은 수현이를 계속 보고싶었던 거 아닙니까? 가만 놔두면 매일 같이 수현이의 배웅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내는 말하는 내내 나에게 집중했고 어두웠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그리고 눈 빛으로 내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흐트러짐 없이 차분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거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는 흔들림 없는 온화한 미소로 말했다.
“수현이는 착하고 사랑스런 제자였어요. 예쁘고 말도 잘 들어서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죠. 내 말은 수현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게 아닌데 오해를 한 거 같군요.”
“말 나온 김에 더 솔직하게 말 해 볼까요? 우리 수현이 같은 여자를 보면 한 번 품고 싶지 않나요?“
“오...오빠. 그만해. 선생님 한테 무슨 소리야.”
아내가 난처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떨리는 눈 빛이 ‘제발 그만해죠' 라고 간절히 말 하는 거 같다.
“말이 좀 심한 거 같군요. 나는 제자에게 흑심이나 품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화를 낼 법도 한데 그는 이번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
일단은 후퇴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본인이 아니라는 데 더 이상 밀어붙이는 건 득이 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오버 했네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가 너무 제 기준으로만 생각을 했네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사람이 실수 할 때도 있는 거죠.”
“제가 좀 팔불출이라 그래요. 우리 수현이 너무 예쁘잖아요. 가슴이랑 엉덩이는 빵빵하고 허리는 잘룩하고 왠만한 연예인들 저리가라죠. 얼굴도 조막만하게 예쁘고.”
“오빠. 창피하게 왜 그래~”
아내는 듣고 있기 민망한지 빈 그릇을 챙겨 들고 싱크대 쪽으로 간다. 하지만 나의 칭찬이 싫지 만은 않은지 입가에 웃음이 보인다.
“나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수현이를 예뻐 했던 건 그 착한 심성을 봤던 거죠. 수현아 너 편지에다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니?”
시인이라는 말에 아내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어머. 선생님 그거 기억하세요?”
“그럼. 기억하지. 시 공부는 많이 했니?”
“아니요. 되고 싶다고 그냥 되나요. 저는 소질이 없나 봐요.”
“아니야. 너 소질 있어. 예전에 니가 쓴 시 너무 좋았는데. 내가 수업시간에 칭찬해 줬잖아.”
“다른 애들 것도 다 칭찬 해 주셨어요.”
“그랬나? 하하.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꿈은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마음속에 함께 가는 거지. 지금도 늦지 않았어.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고.”
“정말요?”
아내는 어느새 돌아와 의자에 앉아 있다.
아무래도 이 인간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시 가르쳐준다고 꼬셔서 내가 없는 곳에서 기회를 노리는 게 분명하다.
“그럼. 내가 활동하는 시인 협회 모임이 있는데 한 번 참여해봐. 다음 모임 때 한 번 따라가 볼래?”
“데려가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제가 괜히 선생님 시간 뺏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런 거 절대 아니니까 부담 같지 마. 나는 제자들이 꿈을 향해 나가는 걸 보면 행복한 사람이니까.”
“오빠. 나 시 배우러 다녀도 괜찮지?”
아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그럼. 좋지. 내가 언제 너 하고 싶은 거 못 하게 한 적 있냐? 선생님 우리 수현이 잘 좀 지도해 주세요. 수강료는 안 받으실 거 같고 뭘 해드려야 되나. 수현아 우린 뭐 해드리지?”
“아 맞다. 선생님 집 아직도 정리 안 하셨죠? 저희가 정리하는 거 도와드릴게요.”
아내는 들 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지 모르겠다.
난 정리하는 거랑 거리가 먼데 말이다.
“괜찮아. 나 혼자 천천히 하면 돼.”
“아니에요. 선생님 저 청소하고 정리 정돈 하는 거 되게 잘해요. 그치 오빠.”
순간 그의 집에서 열심히 걸래질을 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그려져 내 머릿속을 자극한다.
귀찮지만 해 볼 만한 장사 같다.
“수현이 청소 진짜 잘해요. 아마 직접 보시면 뿅 가실 걸요. 사양하셔도 소용없어요. 그래야 저희 마음이 편하죠. 내일 일요일이니까 일찍 쳐들어 가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도움 좀 받겠습니다. 혼자 사는 집이지만 정리하려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직 결혼은 안 하셨나보네요. 사귀는 분 없으세요?”
“제가 개인적인 얘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뭔가 냄새가 났지만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식사는 대충 끝나 거 같으니 차를 마실까요? 수현아 내가 설거지 할테니까 너는 차를 준비해. 선생님은 앉아서 좀 소화 좀 시키고 계세요.”
나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내가 의자에서 일어날 때 뒤쪽 치마 단을 엉덩이 위로 끌어 올려 버렸다.
아내의 치마가 양쪽으로 깊게 옆트임이 난 형태라 앞 쪽 치마는 그대로 있고 뒤 쪽만 올라간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정전기 때문에 스타킹 위쪽에 달라 붙어서 내려오지 못하고 그 상태로 고정됐다.
아내는 맨 다리였으면 이상함을 느꼈겠지만 스타킹을 신은 상태라 치마가 올라간 걸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모르는 일인 양 싱크대로 가서 설거지를 시작했고 아내는 그 상태로 식탁과 싱크대를 오가며 설거지 할 그릇들을 내게 가져다 준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설거지를 하며 그가 아내의 엉덩이를 감상하도록 시간을 준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이미 물건이 발기 된 상태일 것이다.
검정 스타킹 속으로 비치는 하얀 팬티를 보며 애가 타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나는 그의 표정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충분한 시간을 준 거 같아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자기와의 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돌아보는 걸 알고 안보는 척 하는 건가?
어쨌든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다.
내가 원했던 건 나를 보며 당황하는 그의 표정이었다.
그의 시선을 이쪽으로 끌기 위해 말을 건다.
“가만히 계시기 심심하시죠?”
그가 눈을 뜨고 우리 쪽을 본다. 그의 시선이 아내에게 가는 걸 보고 싶었지만 아내가 아닌 내 쪽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배나 한 대 피고 와야겠네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실망스러웠지만 나는 다음 단계가 생각했다.
“그러지 마시고 저기 베란다에 가서 피세요. 창문 열고 피시면 괜찮아요. 수현아 괜찮지?”
“괜찮아요 선생님. 괜히 밖에 나가시지 말고 베란다에서 피우세요.”
“그럼 한 대만 피고 올게.”
“어두우니까 거기 옆에 불 키고 피세요.”
베란다 불이 켜지고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아내의 속옷을 보면 뭔가 반응이 있을 것이다.
손으로 만져 본다 던가 냄새를 맡아 본다 던가.
어쩌면 성나있는 물건을 꺼내 내가 상상했던 단계로 넘어갈지 모른다.
몰래 가서 훔쳐보고 싶지만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나중에 확인하면 되는 거니까.
차 준비가 끝나고 나는 일부러 아내에게 그를 부르러 가게 한다.
그가 만약 자위를 하고 있다면 아내가 직접 목격하는 게 더 자극적일 거 같다.
어차피 나는 나중에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그는 내 기대를 저버린다.
아내가 베란다 문에 가까이 갈 때 쯤 그가 먼저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리로 돌아 온다.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을 제외하곤 전과 달라진 게 없다.
그냥 담배만 피고 나온 사람 같다.
그가 아내보다 조금 빨리 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아내가 그의 옆을 지나는 순간 재밌는 장난이 반짝하고 떠오른다.
“발 밑에 바퀴벌레~”
“엄마~~~”
아내는 빛과 같은 속도로 깡총 뛰어 그의 허벅지 위로 엉덩이를 던지더니 그의 목을 꼭 껴안은 채 두 다리를 모두 위로 치켜 든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소리친다.
“오빠~~ 빨리 치워 줘. 빨리.”
“알았으니까 그대로 가만있어. 내가 금방 잡을게.”
아내는 모기나 날파리 같은 날아다니는 놈들은 아주 잘 잡는다.
손놀림이 좋아서 정말 잘 잡는다.
그런데 유독 발이 여러 개 달린 기어 다는 것들은 질겁을 한다. 그래서 바퀴벌레나 지네가 나오면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소리치며 나를 부른다. 내가 그 녀석을 잡아서 변기에 넣고 물까지 내려야 그 때 밑으로 내려온다. 보는 것도 무서워해서 절대 눈도 뜨지 않는다.
그런 아내 덕분에 아내의 스승이란 자는 지금 호강을 하고 있다.
많은 남자들이 비비고 싶어하는 아내의 엉덩이가 자신의 사타구니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푹신한 가슴의 감촉도 느끼고 있다.
아내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눈을 조금만 밑으로 하면 아내의 가슴 골을 훤히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오늘 그를 위해 너무 많은 배려를 하는 거 같다.
식탁 밑으로 들어가 바퀴벌레를 잡는 척한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그가 맘 편하게 아내의 가슴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다른 남자의 허벅지 위에 안겨있는 아내의 모습을 내가 맘 편히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겨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자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간다.
그의 물건이 발기되 있다면 아내도 느껴질게 뻔하다.
“오빠~ 아직 멀었어?”
아내의 재촉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자...잡았어. 버리고 올게.”
나는 바퀴벌레를 잡은 듯 주먹을 움켜쥐고 화장실로 가 변기 물을 내린다.
“이제 내려와도 돼.”
아내는 그제야 그에게서 떨어져 내려온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서워서 그만.”
“괜찮아. 많이 놀랬나 보구나.”
그가 발기 됐는지 궁금하다.
고개를 돌리니 내 시선을 느낀 그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버린다.
아마 그는 후끈 달아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화장실에 가면 아내의 체취가 남아있는 팬티가 보일 것이고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곳에 사정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의 계획대로 잘 마무리 되는 거다.
그가 사라지자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괜찮아? 많이 놀랬지.”
“하필 그 때 나올게 뭐야. 나 민망해서 선생님 얼굴 어떻게 봐.”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바퀴벌레한테 감사해야 되는 거 아니야? 덕분에 사모하는 선생님한테 안겨도 보고. 난 괜찮으니까 얘기해봐. 좋았어?”
“어휴~~ 몰라. 쑥스럽게 왜 그런 걸 물어.”
아내의 볼이 빨개 진다.
“맞네. 너도 싫지는 않았구나.”
“몰라. 그만 좀 해.”
“그럼 딱 한 가지만 알려줘. 니네 선생님 거기에 반응이 오디?”
“그만 하라니까.”
“안 섰구나. 너한테 여자로서 성적 매력을 못 느끼나보다. 아니면 고자거나.”
“아니거든요.”
침이 꼴깍 넘어간다.
“섰구나. 느끼기에 어때? 커?”
“몰라, 몰라. 이제 그만.”
“수현아~”
“왜?”
“너 치마 올라갔다. 니네 선생님 다 봤겠는데.”
“뭐? 정말?”
아내는 허둥지둥 치마를 내린다.
“너 오늘 제대로 보은 하는 구나. 니네 선생님 지금 화장실에서 힘드시겠다. 저 양반도 남잔데 니 엉덩이 공격에 버틸 수 있겠니. 둘 중에 하나다.”
“또 무슨 소리야?”
“지금 니 생각하면서 빼고 있거나 아니면 오늘 밤 니 꿈 꾸면서 몽정하거나.”
아내의 얼굴이 붉어진 채 아무 말이 없다.
“야. 너 지금 상상하고 있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뭘. 하여간 변태라니까. “
“어쨌든 내가 이긴 거다.”
“아니지. 선생님이 일부러 나 훔쳐보고 그러지 않았잖아.”
“물건이 섰으면 게임 끝난 거 아니야?”
“그건 생리적인 거잖아. 오빠도 전에 그랬잖아. 남자들 반응 오는 건 이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능적인 거라고. 선생님 의지에 의해서 그러신 게 아니니까 이건 아니지.”
아내의 말이 틀린 게 없다.
“그럼 만약에 저 안에서 자위하고 있다면 그건 자의에 의한 거 맞지?”
“그거야 뭐 그렇지만. 선생님이 그러실 리 없어.”
아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그가 그래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아내의 입장에선 그가 자신에게 반응이 없다면 여자로서 성적 매력이 없다는 것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된다.
즉 이겨도 찜찜하고 져도 찜찜한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는 화장실에서 나온 뒤 할 일을 잊고 있었다며 급히 돌아갔다. 마치 범죄 현장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아내가 정리를 하는 동안 서재로 가 조금 전의 영상을 빠른 화면으로 돌려 본다.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시선은 아내의 속옷으로 향한다.
자신의 손목 시계를 보는 모습이 언제 나가야 할지 시간을 체크하는 거 같다.
속옷 바구니로 다가가 뭔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내의 속옷에 손을 댄다.
그 순간 내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아직 재생되지도 않은 다음 장면들이 빠른 속도로 그려지며 나를 흥분 시킨다.
그런데 그의 다음 동작은 너무 터무니가 없다.
걸쳐져 있는 아내의 속옷을 바구니 안으로 밀어 넣고는 옆에 있는 덮개를 덮는 게 아닌가.
그리곤 욕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 자기 집 욕실과 비교해 보는 거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렇게 한 참을 둘러 본 뒤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는 게 끝이었다.
베란다 쪽 영상을 열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베란다에서 이미 사정을 한 게 틀림없다.
베란다 문을 닫은 뒤 그의 시선이 아내의 속옷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속옷을 한번 힐끔 봤을 뿐이다.
시계를 보며 담배를 입에 물고는 베란다 구경을 한다.
그는 그렇게 담배만 피다가 나갔다.
주방의 영상도 돌려봤다.
아내의 치마가 올라가 있던 그 때 그는 아내의 엉덩이가 드러난 것을 보고는 아내에게 뭔가 말해주려는 듯 하다가 아내가 무안해 할 거라 생각했는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아 버린다.
지금 보니 아내가 알더라도 자신이 보지 못 했다고 안심시키려는 의도 같다.
모든 영상을 확인했지만 흠 잡을 만한 점이 없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자주 체크하는 게 좀 특이했지만 그건 그가 급하게 돌아갈 때 말한 해야 할 일 때문인 거 같다.
머리가 멍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아내는 내기에서 이겼음에도 기뻐 보이지 않는다. 소원을 말 해 보라는 나의 물음에
“소원? 아 맞다. 글쎄. 뭐가 좋을까?”
라고 하면서도 멍한 눈 빛은 ‘소원 따위 관심 없어.’ 라고 말 하는 거 같다.
나는 알 수 있다.
아내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걸.
남성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아내의 외모는 아내를 지탱해주는 자존감의 원천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 해 줄 자존감이 필요하고 그것을 가지고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
평소 요리 실력이 뛰어나 칭찬을 받던 사람에게 ‘도대체 누가 이 따위 음식을 만든거야?’ 라고 한다면 상처를 받는다.
그를 마음에 담으며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인정을 받아 자존감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예전에도 그는 아내에게 무관심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것이 아내의 자존감에 상처를 줬고 그 분노가 그에 대한 사랑으로 변질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정리가 되는 거 같다.
씁쓸한 표정의 아내를 보니 내 마음이 불편하다.
어쩌면 내 자존감의 원천은 아내가 아닐까?
나는 욕실로 가서 그가 무심하게 던져 놓은 아내의 팬티를 꺼낸다.
아내의 체취가 느껴진다.
이 좋은 걸 줘도 못 갖다니 그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마트에서의 일을 떠올리자 내 물건이 힘껏 부푼다.
내 상상 속에서 고딩들은 아내의 엉덩이를 보며 자위를 하고 있고 나 또한 그들 옆에서 자위를 시작한다.
내 물건은 아내의 팬티에 감싸여 한참을 움직였고 엄청난 양의 정액을 토해냈다.
“오빠. 지금 그 말 사실이야?”
아내의 표정에는 놀라움 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거 봐. 이거 보면 모르겠어? 니네 선생 근엄한 척 하더니 몰래 호박씨 까는 타입인가봐. 너 보고 꼴려서 엄청 싸 놨어. 냄새 맡아 봐 정액 냄새 맞지?”
“엄마~~~ 저리 치워~~”
“왜? 니가 사모하는 선생님이 싸 질러 논 건데 니가 치워야 할 거 아니야.”
나는 짜증을 내며 아내의 얼굴을 향해 팬티를 던진다.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 쥔 아내의 손은 정액으로 범벅이 되고 얼굴과 방바닥에도 몇 방울 튀었다.
“나는 다시 씻으러 갈 거니까. 빨아서 다시 입던지 갖다 버리든지 알아서 해.”
멍하니 팬티만 바라보고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방을 나온다.
나는 샤워 내내 아내의 머릿속이 궁금해 미칠 거 같다.
아내의 자존감을 찾아주려고 한 짓이지만 다른 남자의, 그것도 자신이 사모하던 남자의 정액을 손에 묻힌 채 서 있던 아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정액이 아니었고 나 또한 그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당황하던 아내의 표정이 떠올라 금방 사정을 한 내 물건이 다시 꿈틀거린다.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고 벌거벗은 채 그대로 안방으로 달려간다.
화장대 앞에 앉아 있던 아내는 멍하니 나를 보다가 내 손에 이끌려 침대로 간다.
아무 말 없이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는다.
나는 처음으로 불을 끄지 않은 채 아내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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