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많이 지쳐보였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 봤고 아내는 그의 몸에 엎드려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다.
5분?
아니 10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갔다.
두 사람.
아니 나를 포함한 세 사람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 역시 그들처럼 마음을 진정 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그동안 아내를 만족 시키지 못 한 걸까?
그래서 아내가 섹스에 관심이 없던 걸까?
오늘 아내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모습이었지만 어쩌면 내가 두려워 하던 모습인지도 모른다.
내가 바랬던 건 아내가 나를 통해 서서히 길들여지는 거였다.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을 즐기고 싶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아내의 모습이 정확히 어떤건지를.
억압되 있던 아내의 성을 해방시켜주려던 게 나의 초심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좋아해야 되는 거 아닌가.
누가 봐도 아내는 지금 성에 눈을 뜨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런 아내를 축하해 줘야 한다.
그런데 뭐지?
기뻐해야 하는데
기쁘지가 않다.
그래. 나도 잘 안다.
엿도 못 바꿔 먹을 그 놈에 자격지심 때문이란 걸.
그래서 더 괴롭다.
혹시 아내가 그를 위해 연극을 한 건 아닐까?
아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 물고기 녀석이 불쌍해서 연극을 한 게 틀림 없어.
저길 봐. 너무 힘들어서 지쳐 있잖아.
아내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한 거야.
자기가 그렇게 안 하면 그 놈이 또 자살을 할까 봐 걱정됐겠지.
맞아.
틀림 없어.
역시 아내 다운 생각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의 연극에 놀아난 물고기가 측은해 보이기 까지 한다.
나는 다시 관대해진다.
힘들게 연극을 했지만 아내도 조금은 즐겼으면 좋겠다.
그가 잠이 들었는지 코를 골기 시작한다.
매너없는 새끼.
고생은 아내가 다 했는데 지는 쌀 거 다 쌌다고 자 버리다니.
아내가 몸을 일으켜 그를 바라본다.
잠든 걸 확인 하고 조용히 침대 밑으로 내려 온다.
물티슈로 그의 물건을 닦아준 뒤 옷을 입히고 이불까지 덮어 준다.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벗은 뒤 상자 안에 란제리 세트를 정리한다.
입고 왔던 옷을 들고 욕실로 간다.
나는 아내가 씻는 걸 확인하고 다시 차를 몰았다.
그의 집 앞에 도착하니 문 앞에 경찰차 한 대가 서 있다.
옆에 세울까 하다가 아내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싶어 한 블럭을 더 올라갔다.
확인을 하니 아내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다.
옷만 입으면 금방 나올 거 같다.
차에서 내려 그의 집 쪽으로 걸어 갔다.
아내가 나오면 차로 데려갈 생각이다.
그런데 경찰차가 아직도 서 있다.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경찰차만 보면 꼭 피하게 된다.
아내가 나오는 걸 볼 수 있는 위치로 몸을 숨기고 기다린다.
아내가 선물 상자를 들고 나온다.
내가 나가려는 순간 경찰차에서 누군가 내려 아내에게 다가간다.
“기다린 보람이 있네예. 혹시 가셨으면 어쩌나 걱정했심미도.”
“어머. 여기서 뭐 하세요?”
“뭐 하긴예. 아가씨 기다렸지예.”
“저를 왜 기다리세요?”
“이 동네 밤길이 얼마나 무서운데예.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께예.”
“안 그러셔도 돼요. 조금만 걸어가면 전철 있어요.”
“걱정되서 온 사람 성이를 생각해서라도 그러지 말고 타이소. 지 나쁜 놈 아닙니데이. 지 신원 학실한 건 아시자나예.”
“괜찮아요. 전철역 앞에서 신랑이랑 만나기로 했어요.”
“귀신을 속이도 어찌 갱찰을 속일라캅니까. 아까 전화 하는거 다 들었어요. 전화받는 남자가 왜 여보라카냐고 그러데예. 제가 그르케 맘에 안듭니꼬? 직업도 확실하고 몸도 건갱하고. 나이가 좀 들어 보이도 39바께 안 묵으쓰예. 막내라 모실 부모님도 읍꼬. 열시미 모아서 작은 아파트도 한 채 사 놨으예. 남자답게 단도지립적으로 말 할께예. 첫 눈에 반했심니데이. 외모도 출중한 분이 맘씨도 어찌 그리 곱습니꼬. 할아버지 챙길 때 부터 알아봤쓰예. 그러니까 딱 세 븐만 만나주이소. 세 븐 만나서 그 때도 싫으믄 사나이 답게 포기할께예. 그거 이리 주이소.”
경찰이 아내의 상자를 뺏어 들고 차로 걸어간다.
아내는 말이 안 통하는 사내에게 어찌 해야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그는 키와 덩치가 모두 크고 얼굴이 동그란게 강호동을 연상시키는 외모였다.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런 상황을 아내가 어떡게 극복하는지 알고 싶었다.
아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가 열어 준 조수석으로 몸을 실었고 그는 신사놀이라도 하는 양 문을 닫아준 뒤 운전석으로 갔다.
나도 재빨리 차로 가서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따라 붙었다.
그의 차는 우리 동네로 가긴 했지만 우리 아파트가 아닌 공원 반대편 다른 아파트 입구에 멈췄다.
그가 먼저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 준다.
아내가 내려서 상자를 꺼내려 하자 자기가 뺏어 들고 앞장 서 걸어 간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내가 있는 곳까지 또렷이 들린다.
“집까지 제가 들어다 드릴께예. 커피 마실 시간이 없다카이 어쩜니꼬. 이렇게라도 가믄서 얘기해야지예.”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하는 거 같다.
아내는 그에게 집을 알려주기 싫어 꾀를 부린 건데 도발적인 그의 행동에 당황한 듯 보였다.
아내가 뭐라고 설득했는지 그가 다시 아내에게로 왔고 두 사람은 아파트가 아닌 바로 옆 공원으로 걸어갔다.
아내의 상자는 다시 그의 차에 놔둔 채 였다.
나도 차에서 내려 들키지 않게 뒤를 쫒았다.
“밤 공기 참 좋지예? 이쁜 아가씨랑 함께 걸으니 더 좋은 거 같십니도.”
“약속대로 딱 10분만 얘기하다 가시는 거에요. 알았죠?”
“걱정마이소. 부모님 기다리신다는데 안들여보낼까봐 그래예?”
그가 계속 공원 깊숙이 들어가자 불안한 아내가 말한다.
“계속 걷기만 하실거에요?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그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벤치로 다가간다.
“여기 좀 앉을까예?”
“시간도 늦었고 그냥 서서 들을게요.”
“그러지 말고 좀 앉읍시데이.”
그가 벤치쪽으로 아내의 팔을 잡아당기는 순간 힐은 신고 있던 아내의 발목이 옆으로 꺽였다.
“아~악"
아내의 몸이 비명과 함께 그의 가슴으로 쓰러졌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넘어지는 아내를 끌어 안았다.
“괜찮습니꼬?”
“갑자기 당기시면 어떡해요. 아~. 발목을 다쳤나봐요.”
“미안합니데이. 제가 힘만 쎄놔가. 여기 좀 앉으이소.”
그가 아내를 부축 해 벤치에 앉게 한 뒤 옆에 앉는다. 그러면서 고의로 아내의 가슴 주변을 더듬는다.
아내는 그의 고의성을 알면서도 아무도 없는 공원이라 무서운지 최대한 몸을 피해가며 벤치에 앉았다.
“어디 발 좀 줘 보이소.”
“네?”
“얼마나 다쳤나 봐야할꺼 아임니꼬.”
그는 이번에도 막무가네로 아내의 다친 발목을 들어서 자기의 무릎 위에 올렸고 그 바람에 아내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갈 뻔 했다. 그 순간 아내의 다리가 벌어졌고 그의 시선이 치마 속으로 향한다.
“이 발목 맞지예? 어때예? 만지면 아파예?”
“아~~ 아파요.”
“큰일이네예. 걸어서 집에 갈 수 있겠으예?”
“괜찮아요. 천천히 걸어가면 되요.”
“이 상태로 걸으믄 큰일나예. 나한테 엎히이소.”
“네?”
그가 일어서더니 아내쪽으로 등을 댄다.
“퍼떡 엎히이소. 안 그러면 집까지 어깨에 싸메고 갈람니도.”
“치...치마잖아요.”
“그래예? 치마라 안 되겠지예? 그럼 어깨에 매고 가야지예.”
그가 힘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아내를 번쩍 들어 오른쪽 어깨에 짊어졌다.
아내의 몸이 상체는 그의 등 쪽에 하체는 가슴 쪽에 정확히 둘로 나눠졌고 그의 왼손은 아내의 허벅지를 오른손은 아내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뭐하시는거에요. 내려주세요.”
그는 아내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아내를 희롱했다.
“집까지 데리다 준다 안캅니꼬. 엉덩이가 탱탱하니 아들 딸 쑥쑥 잘 날 거 같네예. 지 힘 좋지예? 퍼뜩 가입시도.”
그는 아내를 짊어진 채 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갔고 아내는 내려달라고 발버둥쳤다.
“잠깐. 잠깐만요. 저 화장실 좀 갈 게요.”
“집에 금방 갑니데이.”
“급해서 그래요. 못 참겠어요.”
“그렇십니꼬? 숙녀가 참으면 안되지예. 화장실이 어딨더라. 아. 저기 있네예.”
그가 방향을 바꿔 공중화장실로 아내를 데려갔고 여자용 화장실 앞에 아내를 내려줬다.
“화장실 갔다가 여기서 꼼짝 마이소. 도망가면 안됩니데이.”
“혼자 걷지도 못해요.”
“하긴 그렇네예. 그럼 지도 물 좀 빼고 올랍니더.”
아내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척 하다가 그가 들어가는걸 확인 하고 그와 왔던 입구와 반대 방향인 우리 아파트 단지와 만나는 입구 쪽으로 뛰어 갔다.
아픈 발목을 참아가며 뛰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아내가 안 보일 때 쯤 나도 차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집 앞으로 갔다.
공원 입구에서 아내가 걸어 오는 게 보인다.
아내가 차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오빠. 지금 오는 거야? 술 마시고 운전하는 거 아니지?”
“안 마셨어. 너는 왜 공원 쪽에서 오는 거야?”
“그럴 사정이 있었어. 들어가서 말 해 줄게.”
아내가 조수석에 타는 순간 아내의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어머. 제 번호 어떡게 아셨어요? 어디긴요. 집에 왔어요. 아버지가 나와 계셔서 같이 들어 왔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만 끊을게요. 그리고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무슨 전환데 그래?”
“있어. 이상한 경찰. 집에 가서 다 말 해 줄게.”
이번엔 내 전화가 울린다.
손상무다.
“아. 손상무님.”
“신팀장 너무 섭섭해. 꺼~억. 내가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도 없이 가버리고 말이야. 꺼~억.”
“죄송해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요.”
“그래도 꺼~억 너무했어. 말이라도 하고 가야지. 꺼~억”
“지금 어디세요?”
“지금 막 2차 끝나고 3차 꺼~억 갈라고 했는데 다 도망가 버렸어. 인정머리 없는 세끼들. 꺼~억. 내가 지들한테 얼마나 잘 해 줬는데. 꺼~억. 신팀장 니가 제일 나쁜 새끼야. 꺼~억.”
“회사 근처세요?”
“그래. 편의점 앞에 존나 초라하게 꺼~억 앉아있다. 열 받아서 차 몰고 한강에나 들어가려구. 꺼~억.”
“거기 가만히 계세요. 제가 금방 갈게요.”
“진짜 올 거야?”
“금방 가요. 움직이지 말고 꼭 거기 게세요.”
전화를 끊자 계속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묻는다.
“오빠. 어디 가야 돼?”
“너 손상무님 알지?”
“어. 오빠 잘 챙겨 주신다는 분이잖아.”
“오늘 그 분 송별회 였는데 다른 급한 일이 생겨서 못 갔거든. 화가 많이 나셨네.”
“당연히 갔어야지.”
“지금 당장 안 오면 차 끌고 한강으로 들어가겠데. 회사 근처라는데 가봐야 될 거 같아. 잠깐 같이 가도 되지?”
“나도?”
“너도 인사드려야지. 이제 캐나다 들어가시면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인사만 하고 오는거지?”
“그래야지. 대리만 불러드리고 오자.”
“그래. 그럼.”
그는 술이 많이 취했는지 편의점 의자에 기대 있었다.
“손상무님. 일어나세요. 집에 가셔야죠.”
“너 누구야. 꺼~억.”
“신팀장이요.”
“신팀장? 나쁜 새끼. 꺼~억. 너 왜 이제 와.”
“죄송해요. 대리 불러 드릴테니까 집에 가서 쉬세요.”
“뭐야. 보자마자 집에 가라구? 이 새~끼 이거 안 되겠네. 꺼~억. 이별주도 안 하고 그냥 가겠다고?”
“벌써 많이 취하셨어요.”
“나 하나도 안 취했어. 꺼~억. 잔 말 말고 아가씨 있는 데 가서 한 잔 하자. 내가 쏠 게. 나 노래 한 곡 하고 싶어.”
인사를 하려는지 차 안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밖으로 나온다.
“어라? 이 아가씨는 또 누구야?”
“안녕하세요. 전에 인사드렸는데.”
“아. 제 집사람이에요.”
“그래? 잘 됐네. 그럼 우리 노래방 가자. 제수씨. 나 신팀장이랑 딱 한 잔만 하고 싶은데 노래방 갑시다.”
그는 막무가네로 편의점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갔고 나와 아내는 어쩔 수없이 따라 들어갔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술부터 시켰고 정말 노래가 하고 싶었는지 노래를 선곡해 부르기 시작한다.
“오빠. 근데 저 분 왜 그만 두시는거야?”
“가족들이 다 캐나다에 가 있고 8년동안 기러기 아빠였거든. 근데 이제는 외로워서 못 견디시겠데. 그래서 여기 일 정리하고 캐나다로 가시는거야.”
“어머. 많이 외로우셨겠다.”
“불쌍한 분이니까 너도 잘 해 드려.”
그러는 사이 노래가 끝나고 알바생이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자. 한 잔씩 마지자고. 근데 이 아가신 누구야? 꺼~억"
“상무님 취하셨나보다. 제 집사람이요.”
“그래? 아이고 반갑습니다. 술 한 잔 받으세요.”
그가 아내의 컵에 술을 가득 따른 뒤 내 잔에도 따르려 했다.
“상무님 저는 운전해야 되서요.”
“치사한 새끼. 이 새끼는 빼고 우리끼리 마십시다.”
“수현아. 오빤 운전해야 되니까 니가 좀 같이 마셔줘. 괜찮지?”
“그럼 한 잔만 마실게요.”
“남기면 다시 채우는 겁니다. 아셨죠? 꺼~억”
손상무는 아내가 잔을 비우는 걸 확인한 뒤 자기도 잔을 비웠다.
“신팀장. 꺼~억. 술 안마실거면 노래라도 불러.”
나는 벽에 붙어 있던 노래 하나를 고른 뒤 앞으로 나가 불렀고 그러는 사이 손상무는 집요하게 아내에게 술을 권했다. 결국 아내는 내가 노래하는 3분 사이에 두 잔을 더 마셔야 했다.
손상무는 내 노래가 끝나자 이번엔 아내를 앞으로 밀어내 노래를 하게 했고 아내는 조용한 발라드를 골라 부르기 시작한다.
손상무가 아내를 가리키며 나에게 말 했다.
“신팀장. 꺼~억.”
“네?”
“근데 저 여자 누구야? 꺼~억. 언제 불렀어? 꺼~억.”
손상무는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면 기억을 전혀 못한다.
순간 나는 아내를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상무님 파트너잖아요.”
“그래? 꺼~억. 니 꺼는?”
“화장실 갔어요.”
“제가 내꺼야? 꺼~억. 존나 꼴리게 생겼네. 여기 2차 되는덴가?”
“왜요? 따 먹으시게요?”
“꺼~억. 따 먹어야지. 마누라도 없는데 좀 따 먹으면 어때. 꺼~억.”
“그럼 처음부터 너무 들이대지 마시고 부르스 좀 추다가 술 좀 더 먹이세요.”
“그럴까? 꺼~억.”
아내의 노래가 끝나자 부르스가 흘러 나왔고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며 아내에게 조용히 말 했다.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손상무님 많이 취한 거 같으니까 적당히 기분 좀 맞춰드려. 알았지?”
“나 혼자 있으라고?”
“둘 이서 무슨 작당들이야? 꺼~억.언니. 나랑 부르스 한 곡 춰. 꺼~억.”
아내는 취기가 오는지 눈 빛이 풀려 보였는데 손상무가 팔목을 잡아당기자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표정으로 끌려 나간다.
나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창이 없는 문이라 문을 조금 열고 안을 훔쳐봤다.
손상무는 아내를 도우미라고 생각하는지 춤추는 내내 틈만 보이면 아내의 엉덩이와 가슴을 주물렀고 아내는 그가 무안하지 않게 하려는 듯 조심스럽게 뿌리치고 있었다.
머리가 훤히 벗겨진 50대 중년 남자에게 도우미 취급을 당하고 있는 아내를 보자 내 물건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그가 아내의 입술에 뽀뽀를 하는 순간 힘껏 발기 되어 버렸다.
그의 추행은 집요했고 아내는 계속 웃으며 그의 손을 걷어냈다.
음악이 끝나고 아내가 들어가려 했지만 이번에는 그가 아내를 뒤에서 끌어 안았다. 다음 곡도 부르스였기에 바로 다음 곡이 연주되고 손상무는 양손으로 아내의 가슴을 주무르며 발기된 자신의 물건을 아내의 엉덩이에 비벼댔다.
아내가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시골 씨름 장사 출신인 그의 힘을 당해내진 못했다.
아내가 할 수 있는건 그에게 놔 달라고 사정하는 것 뿐이었는데 음악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결국엔 술 기운이 오른데다 아내도 지쳤는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고 그의 손은 아내의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갔다.
음악이 끝나자 그가 아내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억지로 아내에게 술을 먹였다. 아내가 의미없는 저항을 해 봤지만 취기가 오른 상태라 그가 억지로 먹이는 두 잔을 그대로 마셔야 했다.
첫 잔은 컵으로 마셨지만 두 번째는 아내가 잠이 들어 그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아내의 코를 막고 입을 벌린 뒤 자신의 입 안에 있는 술을 마시게 했다. 이미 술에 취한 아내는 그가 뱉어내는 술을 그대로 받아 마셔야만 했다.
이 모든 것들은 그가 술에 취하면 늘 하는 행동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아내를 데려왔는지도 모른다.
아내가 정신을 잃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숨어서 볼 필요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그와 아내가 앉아 있는 건너편에 앉았다.
그는 늘 그랬듯 내가 있는 것도 상관없이 아내에게만 집중했다.
아내의 치마를 끌어 올려 허벅지를 만지면서 술을 담은 자신의 입으로 아내의 입술을 빨았다.
아내는 완전 꿈나라로 갔는지 그에게 기댄 채 팔을 조이면서 손바닥으로 그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아내의 작은 손이 그의 두꺼운 허벅지를 만지는 모습이 나를 흥분시킨다.
“뭐야. 씨발. 이년 자는 척 하면서 허벅지 만지네. 꺼~억. 예사 허벅지가 아닌 걸 안 거지. 씨발 안 그래도 꼴렸는데 만지니까 더 꼴리네. 안 되겠다. 일단 한 번 빼야겠다. 신팀장 너. 내가 지금 하는 거에 대해 불만 있어? 꺼~억.”
“불만은요. 저도 오랜만에 손상무님 힘쓰는 거 보고 싶은데요.”
“그래? 꺼~억. 좋아. 내가 빠구리의 정석을 보여줄게. 잘 보고 배워 둬.”
그가 아내를 쇼파에 똑바로 눞힌 뒤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치마를 허리까지 올려 버린다.
“어? 뭐야. 얘 팬티 누가 벗겼어?”
“상무님이 벗기셨잖아요.”
“그래? 뭐 아무튼. 형이 하는 거 잘 봐.여기 이런 애들은 거칠게 해주는 걸 좋아해. 워낙 경험이 많아서 일반적인 건 시시하게 생각한단 말이야. 딴 거 없어 존나 거칠게. 그리고 무조건 정석대로. 잘 보라구.”
그가 바지와 팬티를 발목까지 내린 뒤 아내의 위로 올라간다.
평소에도 남들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오늘도 여지없이 강의에 들어간다.
“일단 가슴을 존나게 빨어. 이렇게 웁.웁. 애무할려고 신경 쓸 거 없어. 내 기분 꼴리는 대로 빠는 거야. 꺼~억. 아. 씨발년 가슴 존나게 부드럽네. 꺼~억. 그리고 대충 젖었겠다 싶으면 꼿는 거야. 이렇게.”
그의 물건은 길이는 짧지만 허벅지를 닮아서인지 꽤 두꺼운 편이다. 아내가 충분히 젖지 않아 아파서인지 잠결에도 얼굴을 찡그린다. 그는 늘 그랬듯 아랑곳 하지 않고 억지로 자신의 물건을 밀어 넣는다.
나는 그의 것이 아내에게 들어가는 걸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봤다.
처음으로 화면 속이 아닌 내 눈 앞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를 받는 순간이었다.
두꺼운 그의 물건이 아내의 살을 파고드는 모습.
아파서 찡그리는 아내의 표정.
머리가 벗겨진 50대 남자의 두꺼운 허벅지 밑에 깔려 있는 아내의 모습은
나를 끈임없이 흥분시켰다.
이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꺼내 찍기 시작했다.
그의 섹스는 여자에 대한 배려 따윈 없다.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다.
쌀 때 까지 무조건 좆 질을 하고 가슴과 입술을 빨지만 그건 일반적인 애무와는 달랐다.
여자를 흥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는 아내의 입술, 목덜미, 가슴을 빨아가며 그의 허벅지 만큼이나 힘차게 좆 질을 했고 5분 쯤 지나 사정을 한 뒤 그대로 엎어졌다.
나는 그를 아내에게서 떼 내어 바닥으로 눕힌 뒤 옷을 입혀 줬고 아내의 옷도 정리해 줬다.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고 치마를 내리려는데 그의 정액이 맺혀있는 게 보인다.
그 모습을 한 참 동안 지켜봤다.
정액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나서야 티슈로 닦아준 뒤 치마를 내렸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바닥에 누워있는 손상무를 깨운다.
“상무님 일어나세요.”
“엥? 너 누구야?”
“신팀장이요.”
“니가 왜 여깄어. 여긴 또 어디야?”
내가 그를 잡아 당기자 비틀거리며 일어 선다.
“저랑 술 마시러 오셨잖아요.”
“그랬나? 꺼~억.”
“엥? 이 여잔 또 누구야?”
“상무님 파트너요.”
“그래? 근데 왜 자고 있어?”
“상무님이 뒷치기 하는 거 보여준다고 술 먹여서 재웠잖아요.”
“꺼~억. 내가 그랬나? 뒷치기 보여준다 그랬어?”
“여자 깨기 전에 빨리 보여주세요.”
“좋아. 꺼~억. 내가 오늘 뒷치기의 정석을 보여주지. 일단. 꺼~억. 여자를 엎어.”
그가 아내를 밑으로 끌어 내린 뒤 쇼파 위로 엎드리게 한다.
“꺼~억. 왜 이렇게 갈증이 나지. 야~ 술 좀 줘봐. 입을 좀 적시자.”
내가 술을 따라 주자 그가 단숨에 잔을 비운다.
엎드려 있는 아내의 치마를 허리까지 끌어 올린다.
“엥? 얘 팬티 누가 벗겼어?”
“아까 상무님이 벗기셨잖아요.”
“내가? 그래? 뭐. 아무튼. 꺼~억. 그냥 하면 잘 안들어 가니까 보지를 존나게 빨아야 돼. 잘 봐. 꺼~억"
그가 아내의 엉덩이를 벌리며 조금 전에 자신이 싸 놓은 아내의 구멍을 빨기 시작한다.
“시발년. 쩝.쩝. 엉덩이 감촉 죽이네. 꺼~억. 뒷치기 하면 죽이겠다. 쩝.쩝. 이제 대충 젖었다 싶으면 딴 거 필요 없어. 좆 밀어 넣고 존나게 박으면 돼. 언제까지? 쌀 때 까지.”
‘싸고 또 싸고’라는 별명 답게 그의 물건은 다시 단단해져 있었고 두꺼운 물건을 아내의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가 발정난 개 처럼 아내의 엉덩이를 잡고 좆질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애무 같은 건 없고 가끔씩 아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게 전부였다.
그는 또 5분 정도를 열심히 박아 대고는 아내의 위로 엎드린다.
나는 다시 그를 떼어 낸 뒤 그와 아내의 몸을 정리했다.
이대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내를 데리고 돌아간다면 아내는 모를 것이다.
잠 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니 많이 지쳐보인다.
남편인 내가 이런 아저씨와 자신을 붙여먹게 했단 사실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손상무를 본다.
아내같은 여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모습이다.
내가 아니었다면 아내 같은 여자와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에게 주는 이별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다시 아내를 본다.
아내의 입술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 움직인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내의 입술에 귀를 대 본다.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선생님'
그 인간 꿈이라도 꾸는 건가?
내 심장이 고장난 것 처럼 불규칙하게 뛴다.
나는 어지러움이 느껴져 다시 의자에 기대 앉는다.
그리고 내 머릿속으로 아내의 목소리가 반복된다.
‘선생님이 내 몸 깊숙이 싸 줬으면 좋겠어. 헉.헉.’
‘선생님이 내 몸 깊숙이 싸 줬으면 좋겠어. 헉.헉.’
‘선생님이 내 몸 깊숙이 싸 줬으면 좋겠어. 헉.헉.’
‘선생님이 내 몸 깊숙이 싸 줬으면 좋겠어. 헉.헉.’
아내에게 모멸감과 수치스러움을 주고 싶다.
그렇게 정액을 받고 싶다면 오늘 밤이 새도록 그렇게 해 주겠다.
손상무라면 아내를 그렇게 해 줄 수 있다.
하루 밤에 10번 이상 사정하는 걸 내 눈으로 본 적이 있다.
아내는 밤 새 그의 정액을 받을 것이고 눈을 떴을 때 머리가 벗겨지고 알콜성 치매에 걸린, 남자의 밑에 깔려 있는 자신을 발견 할 것이다.
손상무를 다시 깨운다.
“상무님 일어나세요.”
“엥? 너 누구야?”
나는 손상무와 아내를 차 뒷 좌석에 같이 태우고 운전 중이다.
“그러니까. 꺼~억. 얘가 내 파트너란 말이지?”
“네. 오늘 집에 데려가서 밤 새 따먹으실 거라면서요?”
“그래? 내가 그랬어? 꺼~억. 뭐. 아무튼. 근데 디게 이쁘게 생겼네.”
손상무는 아내의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푸르고 가슴을 만지고 있다.
“이야~ 가슴도 완전 쥑이네~ 꺼~억. 도저히 못 참겠다. 일단 한 번 빼야겠다.”
그는 세 번째 사정을 한 후 또 잠이 든다.
그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댄 뒤 그를 깨워 올라갔다.
그는 내게 업혀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며 올라가는 내내 싱글벙글했다.
그의 침대에 아내를 눕힌 뒤 달려드는 그를 겨우 설득해 술을 더 먹였다.
오늘 이 사실을 아는 건 아내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갈증이 난다며 세 잔을 이어서 마신 뒤 그가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든다.
손상무도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다.
8년 째 기러기 생활하며 열심히 일 했지만 알콜성 치매에 걸려버렸다.
가족과 떨어져 많이 외로웠는지 퇴근하면 늘 다른 직원들을 붙잡고 술 마시러 가자고 졸랐다.
평소에 직원들에게 잘 하는 편이라 직원들도 그와 어울리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사람도 잘 못 알아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면 더 심해졌는데 밤 새 있었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해 내지 못 했다.
명목 상으로는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가기 위해 그만 두는 거지만 그의 증상이 심해져 사장과의 면담 끝에 그만두는 거란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나는 불쌍한 그에게 오늘 밤 내내 아내를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지금은 병 때문에 아내를 못 알아보지만 정상이었을 때는 처음 봤을 때 부터 아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 했다.
나에게 더 잘해준 건 어쩌면 나와 친해져 아내를 더 자주 보기 위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바람 만큼 아내를 자주 보여주진 못 했다. 그가 아내를 본 건 3-4번 정도 밖에 안 된다.
그것도 회사 부부 동반 송년회에서.
그와 어울릴 때면 언제나 술과 여자가 있었고 그런 자리에 아내를 부를 수는 없었다.
그가 잘 쓰는 표현대로
뭐. 아무튼.
오늘 밤 이별의 선물로 아내를 준비했다.
‘싸고 또 싸고' 라는 그의 별명 답게 그 동안 밀린 회포를 다 풀기 바란다.
물론 기억하지 못 하겠지만.
그를 깨워 방으로 들여 보냈다.
그는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는 아내를 보더니 먹잇감을 본 야수처럼 달려 들었다.
자기 집 안방이라는 것과 긴 밤으로 지불하고 데려 왔다는 나의 말 때문인지 아내의 옷을 모두 벗겨 버린다.
다른 여자가 주인인 안방 침대에서 그 여자의 남편과 알몸으로 뒹굴고 있는 아내.
그것도 자기 아버지 뻘 인 남자의 배 밑에 깔려서 그의 땀과 침으로 범벅이 되고 있다.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그 상황을 떠올리며 밀려오는 흥분을 애써 참아 본다.
자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정을 해 버리면 내 마음이 약해질 테니까.
나는 오늘 밤 사악해지기로 결심했다.
아내도 꿈속에서 좋아할 것이다.
밤 새도록 정액을 받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그저 묵묵히 그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남겼다.
자신의 집이라 마음이 편해서인지 이번엔 10분이 넘게 아내를 괴롭힌 (아니 즐겁게 한) 뒤 쓰러졌다.
그런 힘이 어디서 오는지 볼 때마다 놀란다.
아내의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 진동으로 되어 있어 몰랐는데 모르는 번호가 여러 차례 찍혀 있었다.
마지막 통화한 번호와 같은 걸로 보아 그 경찰 놈이 분명하다.
어지간히 애가 탔나 보다.
전원을 끈 뒤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아내의 옷과 가방을 잘 보이는 곳에 올려 논 뒤 다시 손상무를 깨웠다.
이번엔 깨우기만 하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알몸으로 누워 있는 아내를 보자 다시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신조대로
애무 따윈 필요 없이
무조건 거칠게
정석대로.
그 뒤로 몇 번을 더 깨운 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거실 벽에 기대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침대가 삐그덕 거리는 소리.
정신이 번쩍 든다.
안방엔 무드 등만 켜고 거실 불을 꺼 둔 상태라 안심하고 문틈으로 들여다 봤다.
그의 몸에 깔린 아내가 빠져나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가 시체처럼 잠들어 있는 데다 아내도 아직은 술이 덜 깼는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그저 일어나려고만 할 뿐 몸에 힘을 주진 못하고 있었다.
아내의 움직임이 느껴졌는지 그의 몸이 꿈틀거린다.
“엥? 너 누구야?”
“누...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