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2 3.그 여자들의 Y담 =========================================================================
3.그 여자들의 Y담 1회
경애냐? 응 나 수미……그래 별일 없어. 나야 잘 있지 뭐, 이혼녀 가 너처럼 남편 뒷바라지 할 일이 있겠니? 아니면 학교 같다 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잘 먹고, 잘 지내……넌 어떠니? 참! 니 남편 승진 할 때 됐잖니, 어때? 이번에 과장으로 승진했니? 뭐. 지난달에 승진했다구. 어머머, 정말 축하 한다 애, 한턱내야지. 그렇게 좋은 일은 뚱쳐 두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다.
너도 그런 거 알지? ……그래. 월급쟁이한테서 승진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니……맞어. 응, 웅, 웅.
거기 비온다고……여기도 비가 와. 후훗 하긴, 같은 서울 하늘 아랜데 거기라고 비가 오고 여기라고 비가 안 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니.
후후 그래……한 잔 했어.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으려니까, 지랄 맞게 하늘이 가 보고 싶지 뭐니. 후후후……그렇다고 질질 짜지는 않어.
그냥 마음이 착 갈아 앉는 것이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 뭐라고? 웬만하면 다시 합치라고……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물론 니가 내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너무 늦었어. 이미 버스는 떠났다고. 그래……난 혼자 살아야 하는 팔자 인 것 같아. 물론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좀 외롭고, 서글픈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데로 재미있어.
생활비야 은행에서 때만 되면 척척 나오는 거고, 그게 하고 싶을 때는 남자들이야 흔해 빠진 거 아니니……후후후……그래……그래……알았어 미안해. 너처럼 얌전한 애 한태 이런 말해서…….
물론 헤프게 굴지는 않아. 남자는 하늘이 아빠 하나로 질렸어. 물론 나도 잘못은 있었지만 그 인간이 먼저 바람을 피웠잖니. 네 가 알다시피 네가 그렇게 헤픈 여자는 아니잖아.
뭐? 하늘이 아빠가 바람피우는 걸 어떡케 알았냐고? 관두자.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삼 년 전에 먹은 자장면 가닥이 기어올라 올 것 같으니까.
뭐라고?
우리들 사이가 좋았었다고? 물론 좋았으니까, 아니 사랑했으니까 그 인간하고 결혼하고, 하늘이 낳고 잘 살았지.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미쳤다고 여관엘 갔으며, 예식장 빌려 놓고 웨딩마치를 울렸겠냐.
그래.
니 말대로 그 인간이라면 끔벅했지. 아니 끔찍하게 사랑했지.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딸하고 인연 끊자고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해도, 김씨 집안 며느리가 됐지……
후!……생각하면 뭐 하나, 다 지나간 일인데. 응……응……뭐?
니 남편도 요즈음 수상하다고? 정말이니? 혹시 갑자기 너 한테 잘해 주지 않니? 안 사 오던 선물을 사 온다던가……저녁에 늦게 퇴근해서 안 하던 키스를 해 준다던가 말야. 응, 뭐? 반지를 한 개 사 주었는데 네 손가락에 맞지 않는 반지 였다고?……그래……
응……응,
그거야 착각을 할 수도 있지 않니. 남자들이 어떻게 아내 손가락 굵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니……그럼 반지 사 온 곳에 가서 늘려 달라고 하면 금방 늘려 주잖아.
그래……뭐라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코까지 골면서 곯아떨어진단 말이지. 그럼 일단 팬티 검사부터 해 보지 그러니? 남자들이란 네 남편이나, 다른 집 남편 할 것 없이 틈만 나면 그 짓을 하지 못해 눈을 시뻘겋게 해 갖고……
뭐? 팬티 검사를 해 봤다고. 그럼 양복에서 이상한 냄새 같은 거 안나니. 예를 들어서 여자 향수 냄새라든지, 여자들이 사용하는 샴푸 냄새 같은 거 말야.
하긴……네 남편 직장에는 여직원들이 많아서 그런 걸 갖고는 물증을 잡을 수 없겠구나. 그래……응, 나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지 뭐니,
그 인간이 그 여자하고 야구장만 안 갔더라도 지금까지 속고 있었을 꺼야.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두 연놈이 그렇게 껴 않고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왔다는 거 아니냐. 그것도 내가 본 게 아니고 친정 여동생이 봤으니까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빼도 박도 못했지 뭐.
응. 맞어.
나도 처음에는 그 말을 안 믿었다는 거 아니냐. 근데, 이 인간이 네가 그 말을 꺼내자 대뜸 손찌검부터 해 되는 거 아니겠니. 그래서 사람을 붙여 뒷조사를 해 봤지. 아니나 다를까, 연놈이 모텔에서 그 지랄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 왔는데……
어휴! 지금도 그 사진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리다 못해 살이 떨릴 지경이다. 안 당해 본 사람은 그 심정 모르지……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구나. 응……소나기야. 이런 날 기차 여행하며 그만인데……거기도 소나기가 내린다고? 그래. 같은 서울 하늘이니까 기후가 비슷하겠지. 헌데 같은 이불 속에서 자는 부부란 왜 그렇게 하늘과 땅처럼 틀린지 이해를 할 수 없구나.
하늘이 아빠가 바람을 피웠으면 그만이지, 왜 나까지 바람을 피웠냐고?
그 말은 너 한테 저번에 했었잖어. 홧김에 바람피운다고 내가 그 꼴이 됐지 뭐. 하지만 후회 안 해, 그 남자는 정말 날 사랑했었어. 그래……헤어지기는 했지.
하지만 그 남자는 정말 여자를 편하게 해 주는 남자 였어. 응……응……맞어 네가 원하는 것을 말을 꺼내기 전에, 착착 해 주는 그 세심한 배려란……정말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남자 였어.
후후! 침대에서도 잘 해주느냐고?
너 만 알고 있어, 솔직히 나 그 남자의 침대 생활에 대해서 경숙이 그년한테도 말 안 했거든. 그래 이혼하고 지금 동대문에서 카페 하는 경숙이 말야. 그 년이 남자를 여간 밝히는 성격이 아니잖아. 하긴 그 탓에 이혼 당하고 물장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말야.
뭐라고? 오르가즘을 느낄 지경이냐고? 어머머, 이 계집애 좀 봐. 얌전한 강아지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너 오르가즘이 뭔지 알긴 아는 거니?
후후. 그래 바로 그거야. 알고 보니 이 계집애 순 내숭덩어리구나, 설마 요섭이 아빠하고 섹스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아니겠지?
어머머, 그럼 너도 비밀이 있단 말이니? 어디 한번 들어보자. 물론 내 입은 원래 무겁기로 소문 난 입이잖아. 어디 한번 이야기 해 봐. 싫다고? 좋아. 그럼 지금 전화 끊고 요섭이 아빠한테 전화해서 다 불어 버린다.
그러니까 어서 그 이야기 좀 해 봐. 그럼 나도 그 남자 이야기 해 줄게. 후후후. 응……그럼……그래, 남자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긴 힘들지. 응, 맞어, 바로 그거야.
히히히, 우리 이렇게 비오는 날 청승맞게 전화통 붙잡고 그런 이야기나 해도 되는 줄 모르겠다.
뭐, 나부터 말해 주면 너도 이야기 해 준다고? 좋아.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침대에 누워서 추억 뒤집기나 해 보자. 응, 편히 앉아서 들어,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까. 물론 손님 오거나,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 전화 끊을 테니까.
하늘이 아빠가 같은 회사 다니는 미스김 하고 불륜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바로 확인하고 나서도 이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물론 그 인간을 생각하면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꽝 찍고 싶었지.
하지만 하늘이를 생각하면 그게 쉬운 문제만 아니었어. 그 인간이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관계를 유지해 온 미스 김이란 년에게 하늘이를 맡길 수는 없잖어
“궁합이 안 맞는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니가 박서방 아니면 죽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한 결혼이다. 그러니까 아뭇 소리하지 말고 검은머리 팥뿌리 될 때까지 살어.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박서방이 잠시 한 눈을 팔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한 사람 없잖니. 그러니까 네가 하늘이 생각을 하고 한번 만 눈감아 주는 게 현명한 거야. 남자들이란 여자가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잖아. 설마 이 난리를 피우고 또 그 여자를 만나겠니?”
무엇 보다 친정 엄마도 이혼만은 안 된다며 말렸어. 그래서 더러운 악몽을 꾼 셈치고 그 일을 잊어버리기로 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인간도 그때까지만 해도 반성하는 기미를 보였으니까.
그 남자를 만난 것은 바로 그런 시기였어. 그 일이 있고 부터 두 달 동안 부부 관계를 하지 않은 체 각 방을 쓰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지.
그날, 그러니까 그 남자를 만난 날 은행에 하늘이 육성회비를 내러 간 날이었어. 옆 창구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자꾸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게 아니겠니.
나이는 우리 나이 비슷 한대 청바지에 렌드로바를 신고 있었어. 무엇 보다 몸에 딱 들어 붙은 검은 색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 였어. 호감이 가긴 하지만, 별 이상한 남자 다 보겠다며 영수증을 받고 은행을 나왔지. 근데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하하하, 안녕 하셨습니까?”
돌아서 보니까 은행에서 본 남자 였어. 그 남자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호탕하게 웃어 재끼는 게 아니겠어. 이 남자가 창구 앞에서부터 왜 이러나, 라고 생각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그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 봤어.
“저……실례 하지만. 전 잘 모르겠는데요?”
약간 곱슬머리에다 서글서글한 눈매를 보니까, 나쁜 사람 같지는 안 보여서 누구냐고 물었지.
“하늘이 엄마 아니십니까?”
“어머 그럼 하늘이 선생님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