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8.원룸으로 간 아내 =========================================================================
8. 원룸으로 간 아내 (1)
그거라는 것은 콘돔을 뜻했다. 차정희는 기훈에게 얼마 전 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 때 기훈은 차정희가 자기의 애를 임신했던 것으로 착각하고 무척 미안해했다. 그래서 콘돔을 준비해 오라는 은어였다. 차정희가 피임을 위해 루프를 설치한 것을 그는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호 면회를 갔을 때 기훈이를 한참 열만 올려놓았다. 차정희는 다행히 남편에게 만족을 얻었지만 기훈이는 무척 욕구불만의 상태가 계속됐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차정희는 레오나르도와의 정사이후 정말 몸이 완전히 회복 되었는지 기훈이 와 시운전 해보리라 생각했다.
이튿날 이다.
차정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모텔로 들어갔다. 문틈에 흰색 종이가 끼어 있는 문을 노크를 하니까 기훈의 목소리가 들려 나온다.
“어서 와.”
누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기훈이 알몸으로 반긴다.
“아이고 딴사람이면 어쩌려고?”
“나 자기 닮아 가나봐. 점점 겁이 없어지는 거 있지.”
기훈은 문을 닫자마자 차정희의 입술이며 온몸을 끌어안고 주물렀다. 금방 심벌이 쇠기둥이 되어 천정을 향했다. 기훈이은 씩씩거리며 서둘러 차정희의 옷을 벗겨 내었다.
“아이구 옷 찢어지겠어. 자기야.”
“당장 하고 싶어서 미치겠는걸. 어떡해.”
“나 잠시 좀 씻고 응?”
차정희는 기훈이의 손길을 피해 욕실로 들어갔다. 기훈이도 욕실로 따라 들어갔다.
“나 금방 씻고 나갈 테니 밖에서 기다려.”
“지난번 성호 면회 왔던 날 있잖아. 그날 밤에 자기 남편과 욕실에서 하는 거 다 들었다.”
“뭐라고?”
“욕실이 옆방과 맞붙어 있어서 다 들렸어.”
차정희는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자식의 귀를 피한다는 것이 보청기를 달아 준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나 한 숨도 못 잤다는 거 모르지?”
기훈은 심벌을 빳빳이 세운 체 차정희의 젖무덤과 사타구니를 정성 것 닦아주었다.
차정희는 그렇지 않아도 오늘 기훈을 만날 것을 염두에 두고 꼼꼼하게 샤워를 했다. 겨드랑이며 골반 배꼽에 향수까지 뿌렸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겠다는 생각은 만에 하나 그 동안 땀 냄새라도 배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기훈이 젖무덤이며 사타구니를 문지를 때는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오기 시작했다.
“말 안 해도 그림이 그려지네.”
차정희도 기훈이의 심벌에 비누칠을 한다. 여러 번 아래위로 비틀어주니 그것은 폭발일보직전까지 다다라 기훈이의 숨결은 크게 헐떡인다. 차정희도 기훈이의 끈질긴 애무 탓에 젖꼭지는 바짝 섰고 밑에서는 뜨거운 기운으로 미끈거리고 있었다.
“우리 방으로 가자.”
“여기서 안하고?”
“다 들린다며?”
기훈은 싱긋 웃으며 차정희를 번쩍 들어 안았다. 차정희는 행복한 얼굴로 기훈의 목을 휘어 감는다.
기훈은 다른 날과 달랐다. 다른 날 같았으면 젖을 만져주고 애무해주며 계곡을 부드럽게 적셔주며 천천히 삽입을 한다. 오늘은 그걸 생략하고 그대로 차정희를 올라탔다. 그리고는 차정희의 무릎을 양쪽으로 벌리고는 서둘러 늪지를 찾아 넣으려 하였다.
차정희는 오랫동안 전희를 하며 충분히 젖을 때 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굶은 기훈이가 금방 회복하는 성능을 잘 알고 있다. 일단 한번 먹여놓고 2차에서 다시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생각에 기훈이의 잘 휘어지지 않는 쇠막대기를 더듬어 잡아서 스스로 대 주었다.
“얼마나 자기가 보고 싶었는지 알고 있어?”
기훈은 일단 뿌리 끝까지 접촉을 한 다음에 뜨거운 시선으로 차정희를 바라본다.
“나도”
“지난번 나 열 받게 해놓고는 남편과 옆방에서 하는데 나 미칠 것 같았어.”
기훈은 말을 하면서 차정희의 입술을 빨고 혀를 깊숙이 디밀었다. 밑에서 뿌듯하게 찔러오는 기훈이의 탄력에 차정희도 서서히 달아오른다. 기훈이의 혀를 목구멍 깊숙이 받아들이느라 훅 하는 숨을 내 쉰다.
기훈은 숨을 헐떡이며 펌핑을 계속 해대기 시작한다. 차정희는 다리를 활짝 벌리며 좀 더 깊이 받아들이려고 엉덩이를 비튼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 걸 느끼고 기훈이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끌어당기며 밑에서 치받아 주었다.
“아 참 그거 가져왔지?”
갑자기 기훈이 동작을 멈추고 박혀있던 기둥을 뽑아내며 빠르게 물었다.
“뭐 말야?”
차정희는 한참 달아오르는데 뽑아낸 기훈을 흘겨보며 능청을 떤다. 이슬로 번들거리는 기훈이의 기둥을 바라보며 게스름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콘돔.”
“아. 그거 그냥해도 돼.”
“왜?”
“나 자기 애기 하나 갖고 싶어.”
“뭐라고?”
기훈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왜?”
차정희는 계속 장난기 어린 얼굴로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몸을 떨며 빨리 하자고 손을 벌렸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만약 내 애를 낳게 되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데? 성호는 내 친구이자 아들이 되고, 성호 아빠는 친구의 아버지이자 동서가 되고, 자기는 연인이자 아내가 되는 거잖아. 그 복잡한 족보 속에서……이휴! 이건 말도 안 돼. 당장 콘돔을 사 와야지. 아마, 아래층에 가면 콘돔 자판기가 있을 거야. 아니지 원래 모텔에서는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잖아.”
기훈은 속사포처럼 내 뱉고 나서는 전화기 앞으로 몸을 돌렸다.
“후후, 자기야. 나 지금 불임기간이야. 걱정 마.”
차정희는 그런 기훈이 귀엽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손을 잡아당긴다. 기훈의 심벌은 어느 틈에 시든 무청처럼 늘어져 있다.
“난 깜짝 놀랐잖아. 앞으로 그런 농담은 안 하기.”
기훈은 다시 차정희의 옆에 눕는다. 차정희의 젖가슴을 번갈아 애무해주며 손으로는 다른 쪽의 유두를 가볍게 비벼 주었다. 이어서 삼각주안의 숲을 들어가 계곡을 따라 아래위로 비벼준다.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문지르자 또다시 한강이 되어버린 차정희의 늪을 확인하고는 다시 배 위로 올라탔다.
차정희는 레오나르도와 정사를 할 때 느꼈던 아찔한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비틀었다. 기훈이 다시 공격을 해 온다. 슬그머니 갖다 댔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 짜릿한 전율이 대뇌를 후려갈기는 것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한다.
모텔 방은 뜨거운 신음 소리가 가득 차오른다. 차정희가 기훈의 배 위로 올라갔다. 핏줄이 툭툭 튀도록 팽창된 기훈의 심벌을 잡고 엉덩이를 약간 들어서 접사를 한다. 쇠기둥같이 무지무지하게 딱딱해진 심벌은 차정희의 꽃잎 속에 파묻혔다. 차정희는 아래위로 깊숙이 눌러보기도 하고 궁둥이를 좌우로 흔들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자기야. 너무 좋아.”
“나는 미치겠어.”
기훈은 차정희의 움직임에 불만이 있는 얼굴로 밑에서 빠르고 깊게 쳐올려 대었다.
“나……나도 미치겠어. 자기야 더 빨리!”
차정희는 흐느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뒤로 젖히기도 하며 가쁜 숨을 내쉰다. 젖가슴은 차정희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흔들려 더욱 기훈이로 하여금 시각적 성욕을 불태워 주었다.
밑에서 계속 쳐올리며 펌핑을 하던 기훈이가 “악” 소리를 지르며 차정희의 엉덩이를 바짝 돌려 당긴다. 순간적으로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하였고 차정희는 아랫배를 깊이 내려붙이면서 그대로 기훈이 가슴에 쓰러졌다.
그렇게 한참을 맞붙어 누워있던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숨결이 잦아 든 후에 서로를 바라본다. 차정희의 음문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기훈이의 사타구니와 허벅지까지 번져서야 서로 떨어졌다.
“자긴 가만히 있어.”
기훈이 휴지를 뽑아 지쳐 누워있는 차정희의 사타구니와 늪지대 그리고 허벅지 쪽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발을 넓게 벌리고 누워있는 차정희가 혹시 다칠 새라 조심조심 닦아준다. 차정희는 그런 기훈이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는 내가 닦아줄게.”
차정희가 허리를 일으키며 말했다.
“아냐 자기는 쉬고 있어. 난 욕실로 갈게.”
기운은 시들어진 심벌을 앞세우고 욕실로 갔다. 차정희는 만족한 미소로 침대에 누워 역시 신토불이가 체질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아랫도리를 씻은 기훈은 차정희를 팔베개하고 눈을 감았다. 차정희가 기훈의 다른 손을 잡아 당겨서 자기 젖가슴을 만지게 하고 행복한 얼굴로 눈을 감는다.
한 시간 정도 잠을 잔 차정희는 기훈이 깰까봐 조용히 일어난다. 정사 후 그대로 잠을 잤기 때문에 기훈이의 흔적이 허벅지 안쪽에 그대로 말라붙어 있다. 행복한 얼굴로 욕실로 들어간다. 거울에 비치는 자기모습이 무척 행복하고 평안해 보인다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몸 구석구석을 씻어냈다. 침대로 돌아오자 기훈이가 잠을 깨어 차정희의 팔을 벌려 안았다.
“잘 잤어?”
차정희가 샤워하는 소리에 눈을 뜬 기훈이 팔을 활짝 벌려 샤워를 하고 나오는 차정희를 껴안는다. 차정희의 몸에서 라일락 향기가 훅 풍겨온다. 가슴에 와 닿는 젖가슴의 차가운 느낌이 금방 성욕을 돋게 만든다.
“응. 당신은?”
“모처럼 자기 때문에 편하게 잤어.”
그 말에 기훈은 너무 기분이 좋아 차정희의 얼굴을 당겨서 뺨과 눈과 입술에 골고루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차정희는 기훈이의 아랫도리를 가볍게 주물러 준다.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심벌이 성을 내기 시작하였다. 차정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훈을 끌어안고 침대에 뒹군다. 그것을 시작으로 한 시간이 넘게 또 다른 교성과 희열의 교차음이 모텔 방안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다.
“자기 만족했어?”
두 사람의 몸은 완전히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기훈이 차정희의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가슴에 꼭 품어 안으며 속삭인다.
“너무 좋았어.”
“난 자기만 좋으면 대만족.”
“자기는 그럼 싫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당신의 사랑의 종이라는 소리지.”
기훈이 귀대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다시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서로를 씻어 준 후에 가볍게 껴안고 방으로 들어간다.
차정희보다 먼저 모텔 밖으로 나온 기훈은 담배를 피우며 차정희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뽀송뽀송한 얼굴로 짙게 루주를 바른 차정희가 나온다. 차정희는 기훈에게 찡긋 윙크를 해 보이고 나서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간다. 그 뒤를 군복의 기훈이 척척 따라간다.
진영은 가을날의 낙엽처럼 차정희 곁을 홀연히 떠났다.
진구는 이별이라는 말도 없이 어느 날부터 시나브로 소식을 끊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기훈은 고참 병장이 된 이후 외출이 잦아졌다.
차정희는 부대 근처로 가면 만에 하나 성호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부대 근처의 작은 면 소재지에서 기훈을 만나 밀회를 즐겼다. 마침 일요일이면 남편이 낚시를 가는 날이라서 기훈과 만나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오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차정희를 만나서 중년의 성에 동참을 한 기훈은 언제부터 인지 숙달 된 조교가 외서 약간은 버거운 상다가 되었다. 40대 중반의 여자가 품고 있는 정염이 쇠라도 녹일 나이인 20대 초반 남자의 정력을 감당하기에는 약간 벅찬 것이 오히려 당연할지 몰랐다.
12시 쯤 기훈을 만난 차정희는 곧장 모텔로 들어갔다. 기훈은 처음과 달랐다. 순진한 쪽은 거리가 멀고, 능숙한 제비가 부녀자를 농락하듯 차정희를 환락의 끝으로 몰고 가는데 주저 하지 않았다.
기훈과 격렬한 정사를 나눈 차정희는 모텔 1층의 식당에서 꼬리곰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점심을 먹은 후에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질 생각이었으나, 꼬리곰탕을 먹은 기훈은 차정희의 손을 잡고 다시 모텔로 올라갔다.
“카운터에 말을 하지 않은 덕분에 모텔비를 벌었네.”
그 들이 들어간 모텔 방에서는 성욕의 냄새가 짙게 풍겼다. 정액과 뒤섞인 땀 냄새를 그들은 곰탕 냄새로 중화시키며 다시 질펀한 성욕의 축제를 벌이고 나서야 침대에 널브러졌다.
차정희는 샤워를 한 후에 기훈과 깊은 키스를 하고 모텔을 나왔다. 생각 같아서는 한 시간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 하지만 면회를 온 다른 엄마들처럼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지친 몸을 지하철에 태웠다.
차정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대로 잠에 떨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정희가 눈을 떴을 때는 어떤 학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어 있었다. 무안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서 옆을 바라보았다. 전공서적을 들고 있는 걸로 보아서 젊은 대학생이다.
“학생, 내가 실례를 했군요.”
“천만에요.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첫 눈에 보아도 순진해 보이는 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오히려 자신이 미안해했다.
“여기가 어디죠?”
“아! 예, 고속버스 터미널 역입니다.”
“난, 교대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차정희는 어색한 미소를 교환하며 정면을 쳐다본다. 곧 교대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여기서 내리는 가 보죠?”
“아, 네.”
차정희가 내릴 준비를 하자 학생도 일어섰다. 지하철에서 내린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나란히 보폭을 맞추어 출구 쪽으로 향했다.
“아주머니!”
학생이 얼굴을 잔뜩 붉히며 어렵게 말문을 연다. 차정희는 학생이 자기를 부르는 줄 몰랐다. 다른 여자를 부를 거라고 생각하며 앞만 보며 걸었다.
“아주머니, 저는 적어도 사과 정도는 하실 줄 알았어요.”
학생은 차정희가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차정희의 앞을 가로 막으며 조금은 부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 나한테 묻는 말이니?”
“여기 아주머니 말고 누가 또 있어요.”
“그럼, 사과라는 말은 무슨 말이니. 내가 전철에서 어깨를 기대고 잠이……”
차정희는 학생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걸음을 멈추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다 보니 학생의 티셔츠 어깨에 화장기가 묻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서야 학생의 불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모르고 계셨다면 그만 두세요.”
학생은 차정희가 자신의 실수를 모른다고 생각하며 뒤 돌아섰다.
“아니에요. 내가 학생 어께에 화장을 묻혀 놨으니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네요. 세탁비를 드릴까?”
“옷은 제가 빨아도 되니까 그냥 차나 한 잔 사주세요.”
“차를 마시기는 좀 그렇고……”
차정희는 그때서야 학생을 자세히 바라본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과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어색할 것 같았다. 연령이 비슷하다면 이런저런 대화라도 나누지만 자식 같은 학생과 커피숍에 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본다. 바침 지하도 밖으로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우리 저기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요?”
차정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학생은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차정희를 따라갔다.
차정희는 학생이 원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의 피부가 어린애처럼 해맑아 보였다. 눈동자도 아이들처럼 검은 빛이 흐르고 있어서 코 밑의 거뭇한 수염만 아니면 고등학생으로 보일 정도였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지금 몇 학년이에요?”
“예. 올해 입학을 했습니다.”
“어쩐지 좀 어려 보인다 했지……”
“저를 보는 사람들 마다 어려 보인다고 하는 말이 저는 싫어요.”
“호! 왜?”
“어디에서 오시는데 그렇게 피곤하게 주무셨어요?”
“아! 아들 면회를 갖다 오는 길이에요.”
“아드님이 군대를 갔어요? 제가 볼 때는 이제 겨우 서른이 조금 넘어 보이는데……”
차정희는 학생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거리를 쳐다보는 척 하면서 슬쩍 유리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본다. 매일 보는 얼굴이라 젊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차정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유리를 바라보고 있던 차정희는 핸드백을 열고 핸드폰을 꺼내다가 아이스크림 그릇을 건들었다. 그릇이 넘어지면서 아이스크림이 스커트 위로 주르르 흘러내린다.
“자기, 잘 도착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잘 도착했지?”
당황한 얼굴로 핸드폰을 받았다. 기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아직.”
“아까 너무 좋았어. 또 어떻게 기다리지. 고참이라고 해도 자주 외출을 할 수도 없고……”
“열심히 근무해. 또 면회 갈 테니까.”
차정희는 전화를 끊고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아이스크림을 지우려고 했지만 더 번지고 말았다.
“이를 어쩌지?”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카운터에 가서 물수건을 얻어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