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69 10.산으로 간 아내 (69/109)

00069  10.산으로 간 아내  =========================================================================

                                    

10. 산으로 간 아내(1)

“학원에서 짝꿍으로 지내는 애가 있어요. 공부도 잘하지만 못하는 운동이 없어서 여학생들 사이에 완전히 킹카인 앤데……”

“그래서?”

“그 친구한테 얼떨결에 아줌마하고 했던……”

“지난번에 여기서 했던 일을 말했단 말이냐?”

차정희가 기가 막히고 황당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줌마가 하도 예쁘고 잘해줘서 나도 모르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놈이 소문을 내겠다고 하도 협박을 하는 통에 요즘 미치겠어요.”

“그 애는 공부도 잘한다면서 왜 그런 협박을 한다니?”

“원래 그 친구는 잘생기고 힘도 쌔서 여자애들이 환장하거든요. 제 말로는 여자들 하고 관계를 몇 십번도 더 했다고 자랑을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뭐라고 하냐면……”

“뭐라고 하는데?”

“제 물건이 너무 커서 여자들이 두 번 다시는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지는 통에……”

“그래서?”

“아줌마를 선생으로 모시고 경험을 해 보겠다고 고집을 피우지 뭐예요.”

“넌, 왜 그런 일을 함부로 발설하고 다니니?”

“잘못했어요. 아줌마가 너무 예뻐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둬.”

차정희는 화를 내며 벗어 놓았던 팬티를 입었다. 스커트를 입고 나서 브래지어를 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이런 일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거야.”

차정희는 성열에게 화를 내야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화를 참을 수는 없었다. 김이 빠진 사이다를 맹물처럼 마셔버렸다. 만약 사이다가 아니고 소주가 있더라도 원샷으로 비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 혹시 성진이한테도 말을 했니?”

“아뇨. 앞으로도 절대로 말 안할 생각입니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쩌면 좋다냐.”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애는 최고에요. 개네. 아버지도 굉장히 높은 공무원이라구요.”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니? 내가 그 애하고 미팅이라도 한다는 거니?”

차정희는 하도 기가 막혀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비디오방이라서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죄송해요.”

성열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너, 정말 큰일 저질렀어, 휴! 이 일을 어쩌면 좋은지 모르겠다.”

차정희는 성열이하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 봤자 문제는 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일어섰다.

“가시게요?”

“그럼 가야지 여기서 뭐해?”

차정희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성열을 노려보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뭐라고 전하죠?”

차정희를 따라서 밖으로 나온 성열이 물었다.

“전하긴 뭘 전해?”

“난 그 친구가 계속 저를 협박하고 놀리면 학원에 가지 않을 생각이라구요.”

성열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걸음을 멈춘다. 

“그렇다고 학원에 나가지 않으면 어떡하니? 내가 며칠 안에 전화를 할 테니까 학원에는 빠지마.”

“고마워요. 아줌마.”

차정희는 성열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지하철 쪽으로 걸어갔다.

휴!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네.

쾌락의 순간은 짧고 후회의 시간은 긴 법이다. 차정희는 지하철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봐도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냐, 내가 먼저 그 애들을 꼬신 거는 아니잖아.

한편으로 생각을 해 보면 모든 일이 스스로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생겨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모든 일은 실수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성열이는 너무 어렸어.

진영이와 그 친구나, 기훈, 성진이는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하는 나이다. 하지만 성열이는 이제 재수생에 불과하다. 아무리 불가항력적이라고 해도 성열이는 그렇지 않다.

아냐, 성교육을 시킬 수도 있잖아.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성열이 비록 재수생이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성교육을 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의안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복잡한 문제는 잠시 잊기로 했다.   

  

차정희는 남편의 제안에 따라서 이 사장 커플과 주말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후후, 부부가 아니라 커플이라 이거죠?”

“부부나, 커플이나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그럼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다는 말인가요?”

“꼭 한 집에 살아야 커플인가? 내연의 관계도 커플로 볼 수 있지.”

“그럼?”

“민 사장은 호적상으로는 이 사장과 타인이지만, 이 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사모님이라고 깍듯이 부르지.” 

차정희가 놀리는 말에 남편은 애매모호하게 말을 하고 이 사장의 승용차가 대문 앞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제가 앞에 타겠습니다.”

이 사장은 승용차를 직접 몰고 오지 않았다. 기사가 있어서 차정희의 남편은 앞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여왕님들을 양쪽에 끼고 앉으니 황송합니다. 그려.”

이 사장은 능글능글한 눈빛으로 차정희가 바라보았다.

“제가 가운데 탈까요?”

“아닙니다. 사모님은 당연히 상석에 모셔야죠.”

이 사장은 펄쩍 뛰면서 자신은 굳이 가운데 타고 가겠다고 버텼다. 차정희는 하는 수 없이 상석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자, 출발하지.”

이 사장의 거드름 섞인 목소리에 승용차는 출발을 했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기 건에 민 사장은 어제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셨는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차정희의 남편도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 사장은 팔짱을 끼는 척하며 팔꿈치로 차정희의 풍만한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차정희는 남편이 앞에 앉아 있어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모르는 척 하고 문 쪽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차정희가 자리를 옮기면 이 사장은 고개를 빙빙 돌리며 허벅지 위에 슬쩍 손을 올려놓는다.

이 인간이 미쳤나?

차정희는 상식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이 사장의 행동이 역겨웠다. 하지만 남편의 주요 고객이라는 생각, 남편이 곤궁에 빠졌을 때 5천만 원을 선뜻 빌려준 남자라는 생각에 말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좀 쉬었다 가지.”

천안 방향 휴게소로 들어간 승용차는 멈췄다. 남편과 민 사장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잠을 잤다. 차정희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 사장이 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화장실이나 다녀오겠다고 생각했다. 

“사모님, 우리 가깝게 지내봅시다.”

차정희가 화장실에서 나가자 이 사장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장은 담배 연기를 날리면서 능글맞게 말을 걸었다.

“……”

차정희는 이 사장하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걸었다.

“나, 박 부사장하고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입니다. 콩 한 쪽까지 나누어 먹는 그런 사입니다. 하물며 뭐를 못 나누어 먹겠습니까?”

차정희는 계속 대꾸를 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이 남자가 미쳤나? 어디서 수작이야. 라고 쏘아 붙이며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모님 오늘 즐거운 시간 가져 봅시다.”

승용차 앞에 도착한 이 사장이 작은 목소리로 차정희에게 말했다. 차정희는 못 들은 척 하고 승용차 문을 열었다.

“먼저 타시죠.”

차정희는 먼저 차에 타려다가 안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자기가 여자 옆에 타면 이 사장이 애인과 떨어질 거라는 생각에 옆으로 물러섰다.

“또 달려 보자구.”

이 사장은 능글맞게 웃는 얼굴로 차정희를 바라보고 나서 차 안에 올라탔다.

재수 없게…….

차정희는 가급적 이 사장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정면만 바라본다. 이 사장이 미친 척 슬며시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다리를 꼬고 앉는 척 하며 오른쪽 다리 위에 왼 다리를 올려놓았다.

박 부사장 말대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여자군.

이 사장은 잠을 자는 척 하며 마음속으로는 흐흐흐,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승용차는 다시 두 시간을 달려서 속리산 관광호텔 앞에 도착했다. 

일행은 관광호텔 안에 있는 식당에서 뷔페로 식사를 한 후에 밖으로 나갔다. 날씨는 좋았고 바람도 시원해서 등산하기 적당한 날씨였다. 하지만 문장대까지 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장대는 너무 무리고 적당히 운동이나 하자구요.”

“좋죠.”

이 사장과 차정희의 남편은 여자들의 의견은 들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산행을 했다. 세조가 목욕을 하고 피부병을 낳았다는 복천암까지 올라갔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하산을 했다.

저녁은 호텔 안에 있는 한정식당에서 정식으로 들은 후에 네 사람은 나이트클럽으로 올라갔다.

“자, 한 번씩 땡기자구요.”

이 사장은 나이트클럽에서 물 만난 고기였다. 민 사장과 플로어로 나가서 뚱뚱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경쾌하게 스텝을 밟았다.

“당신은 별로 기분이 안 나는 모양이지?”

“난 별로에요. 하지만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아요.”

차정희가 보기에 남편은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모처럼 기분 좋아하는 남편에게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맥주를 마셨다.

“우리도 나가서 춤 한 번 춥시다.”

남편이 차정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춤 못 추는데……”

차정희는 아들 성호를 면회 갔을 때가 떠올랐다. 기훈과 카바레에서 뜨겁게 페팅을 하던 기억을 떠 올리며 플로어로 나갔다.

남편은 어느 정도 스텝을 밟을 줄 알았다. 차정희도 기훈과 몇 번 춤을 춰 본 적이 있어서 어색하지만 그런대로 스텝을 밟았다.

“어이구, 두 분 정말 환상적입니다.”

블루스 타임이 끝나고 차정희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이 사장이 박수를 치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허허, 그냥 남들 하는 데로 따라했을 뿐입니다……”

차정희는 이 사장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기분 좋은 얼굴로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자, 목도 마르실 텐데 한 잔씩 합시다.”

이 사장이 차정희에게 맥주잔을 권했다. 

“저, 술 별로 못하는데……”

차정희는 술을 거절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의 체면을 봐서 이 사장이 주는 맥주잔을 받았다.

어머, 이거 양주 아냐?

이 사장이 맥주잔에 따라 준 술은 양주였다. 차정희는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남편도 맥주잔에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양주를 마시지 않으면 분위기를 깰 것 같아서 두 눈 딱 감고 양주를 꿀꺽꿀꺽 마셨다.

“사모님, 이번에는 제 손 좀 잡아주시겠습니까?”

“저, 원래 춤 못 춰요.”

“허허, 그럼 박 형이 내 파트너를 데리고 나갔으니 난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어야겠구먼.”

차정희는 그때서야 남편의 자리를 바라본다. 남편의 자리는 비어있다. 플로어를 바라보니 남편은 이 사장의 파트너와 찰싹 붙어서 스텝을 밟고 있었다.

“저도 춤 못 춥니다. 그냥 분위기만 잡을 줄 알았지.”

“어떡하나……”

차정희는 더 이상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사장이 내미는 손을 손가락 끝만 잡고 플로어로 나갔다.

이 사장은 말과 다르게 춤이 프로급이었다. 배만 나오지 않았다면 여자들이 줄줄 따를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스텝을 밟았다. 원래 프로와 춤을 추면 아마추어도 프로가 되는 법이다. 차정희는 이 사장의 리드에 따라 춤을 추다보니 그런대로 춤이 되는 것 같았다.

저 이는 도대체 뭐가 저렇게 좋은 거지?

차정희는 이 사장의 품에 안겨서 남편을 찾아보았다. 남편은 이 사장의 파트너와 춤을 추면서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어머, 이 인간이 왜 이러는 거지?

이 사장이 턴(Turn) 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다리를 가랑이 사이로 슬쩍슬쩍 밀어 넣었다. 그 때마다 살찐 이사장의 허벅지가 늪지대를 누르는 감촉에 차정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춤 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이 사장이 뻔뻔스럽게도 엉덩이를 슬쩍 쓰다듬으며 일부러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저는 그냥 따라 할 뿐인 걸요……”

차정희는 남편을 찾아보았다. 남편은 연신 웃으면서 이 사장의 파트너와 재미있게 춤을 추고 있다. 이 사장이 다시 하체를 밀착시켰다. 만약 불룩 튀어 나온 아랫배가 아니면 물건과 늪이 꽉 밀착이 될 정도였다.

블루스 타임이 끝나고 경쾌한 탱고 타임이 됐다. 남편은 이 사장의 파트너를 데리고 좌석으로 갔다. 차정희는 좌석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능숙하게 리드를 하는 이 사장의 손에서 빠져 나갈 수가 없어서 억지로 스텝을 밟았다.

어머!

이 사장의 허벅지가 다시 한 번 사타구니를 지그시 눌렀다. 차정희는 이 사장이 눈치 채지 않게 슬쩍 피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좌석으로 돌아간 이 사장은 차정희에게 계속 양주를 권했다. 차정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오늘 화끈하게 즐겨 보자구.”

차정희의 남편은 차정희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이 사장 파트너의 손을 잡고 플로어로 나갔다. 

저 인간이 아무리 사업이 좋기로서니, 설마 마누라를 팔아먹을라고…….

차정희는 남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도 이내 마음을 돌려 먹고 이 사장이 주는 양주를 받아 마셨다.

“사모님, 저 돈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회사를 팔아 치우고 평생 먹고 살만큼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돈만 있으면 뭐 합니까? 사모님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없는데……”

이 사장은 슬쩍 차정희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취한 척 하며 얼굴을 비비기도 하고 엉덩이를 슬쩍슬쩍 주물렀다.

“사장님, 취하셨나봐요.”

차정희는 이 사장이 엉덩이를 주무르는 감촉에 깜짝 놀라며 물러나 앉았다. 그러는 사이에 남편이 자리로 돌아왔다. 남편이 왔으니 더 이상 어쩌지 못하겠지 하고 과일안주를 먹었다.

어머! 이 인간이 아주 상습적이네.

이 사장은 끈질겼다. 앞에 차정희 남편이 앉아 있는데도 취한 척 하며 허벅지를 슬슬 쓰다듬었다. 차정희는 앞에 남편이 앉아 있어서 얼굴을 찡그리지도 못하고 이 사장의 손을 밀어 냈다. 이번에는 이 사장의 손이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이번에도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이 사장의 손을 치웠다.

“사모님, 저 솔직히 사모님 같으신 분만 옆에 계시면 돈도 필요 없습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던 이 사장이 대답하게 허리를 껴안으며 젖가슴을 슬쩍 주물렀다. 

나 몰라!

차정희는 반사적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이 사장 파트너와 건배를 하고 있었다. 움찔 거리며 허리를 비틀려고 하는 사이에 이 사장이 아프도록 젖가슴을 주물렀다. 너무 화가 나서 팔꿈치로 이 사장의 가슴을 아프도록 쳤다. 순간 갑자기 이 사장의 얼굴이 두 명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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