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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9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 (79/109)

00079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  =========================================================================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 (1)

오랜만에 처제가 왔다. 창수는 목이 마르다 는 것을 느끼고 소주병을 치켜들었다. 콜콜콜 거리는 소리를 내며 몇 모금의 소주를 마셨다.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달빛이 들어오고 있는 창문을 쳐다보며 벌렁 누웠다.

“오늘 밤에는 나 건들 생각하지마.”

순간 민규의 아내 혜미가 여 동생 다혜를 흘낏 쳐다보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킬킬. 모르지. 나도 내 껄 믿지 못하니까.”

창수는 혜미를 바라보지 않고 잔웃음을 짓고 나서 벌떡 엎드려 누웠다. 혜미가 놀라며 젖가슴을 가렸다. 창수는 그런 혜미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얌전히 주무실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소곤거렸다.

“그래. 나 오빠 믿어. 그러니까 그 친구 누나하고 이야기 나 계속 해줘.”

혜미도 창수처럼 엎드려 누웠다. 창수가 담뱃불을 붙이는 것을 보고 재떨이를 찾아서 창수 옆으로 밀었다. 창수는 천장을 향해 누웠다. 옆에서 내려다보는 혜미의 얼굴은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엉큼한 상상 하지 말고 계속해 봐.”

혜미는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창수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 주고 나서 옆에 누웠다. 창수는 혜미의 입술 감촉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며 다시 그 옛날의 회색빛 추억 속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씨팔, 집을 나와 보니 갈 곳이 있어야지. 집을 나오기 전 만 해도 그 곰팡이 냄새에 쩔어 있는 집구석 만 나오면 세상이 내것 처럼 보일 것 같더니 막상 나와 보니 그게 아니었어. 그렇다고 주머니에 쩐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고 말야. 한마디로 골 때리도록 신세 따분 해지는 거 있지.

그 해 여름에는 하루건너 비 였어. 누나하고 사랑을 나누던 그날 밤도 소나기가 억수 같이 쏟아져 내리더니, 가출한 첫날도 재수 옴 붙도록 오후부터 하늘이 안 보이도록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는 거 있지. 아침에는 환장하도록 맑은 날씨 더니 말야.

그렇다고 싸나이 존심이 있지. 꼰장은 지금쯤 쌀독에 넣어 둔 비상금이 없어진 줄 알고 이빨을 갈고 있을 건데 들어 갈 형편도 안돼잖어. 정말 많지 않은 나이지만 인생 더럽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더군. 

비온다고 밥 안 처먹어?

일단 밥 달라고 아우성치는 위장부터 달래 줘야 갰다는 생각이 들더군. 간짜장 곱빼기 나 한 그릇 때리고 오늘은 여인숙이나 찾아 봐야 갰다는 생각으로 ‘장춘원’ 이란 중국 음식점을 들어갔어.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더군. 홀 안에는 주방장으로 보이는 삼십대 노털하고, 그 비슷한 여자하고 앉아서 히히덕거리고 있더군. 한 눈에 턱 보이기에도 보통 사이는 아니었어. 지금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같지만 눈치 하나는 끝내 주잖아.

씨팔, 좋겠구먼.

창가에 앉아서 물 컵을 들고 가까이 오는 여자를 뜯어 봤어. 얼굴이 빨갛게 핀 것을 보니까 내가 들어오기 전에 주방장 녀석이 은밀한 곳을 주물탕 놓고 있던 것이 틀림없더군.

“간짜장 곱빼기  하나에 단무지 좀 왕창 주쇼.”

내가 지금은 술과 담배에 쩔어 요모양, 요꼴로 쫄아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순 근육질이었지. 하긴 그 좋은 덩치 때문에 누나하고 사랑을 나눌 수도 있었지만 말야. 좌우지간 간짜장 곱빼기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 나니까 다시 막막해 지는 거 있지.

배는 부른대 갈곳이 없다. 햐! 말 그대로 철학자가 따로 없더군. 이빨을 쑤시면서 유리창 밖으로 억수 같이 쏟아져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지.

“혹시? 취직하러 나온 거 아니냐?”

그때 였어. 구세주가 나타난 것은. 주방장이 자장이 묻은 앞치마에 손을 쓱쓱 문지르며, 한 눈에 척이다 하는 얼굴로 나를 꼬나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

“형이 그걸 어떻게 아슈.”

내 나이 열아홉 이었어. 주방장은 설흔은 넘어 보였지. 하지만 객지 벗 아래위로 십 년이라고 기죽을 필요 없잖아. 어깨를 딱 세우고 가우다시(폼)를 잡았지. 한데 이 노털이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알어?

“킬킬, 녀석 귀엽기는…… 임마 날 주방장님 이라고 불러. 그리고 철가방들고 싶은 생각 있으면 지금 먹은 간짜장은 공짜다. 몰론 월급에서 깔 생각도 없고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말까지 마쇼. 이래 뵈도 선거권이 있다고요. 씨팔!”

“에라 이 빌어먹을 놈아, 염라대왕 눈을 속이지 내 눈을 속이냐. 너 같은 놈 은 이게 약이다.”

그러고 보면 난 그 나이부터 깡다구가 있었나 봐. 서른 살 노턴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눈깔을 후까시를 줬지. 하지만 사회는 학교하고 틀리더군, 주방장이 껄껄 웃더니 내 뒤통수를 한 방 먹이는 게 있지.

“씨팔 왜 때려?”

난 솔직히 눈물이 쏙 빠지고 별이 번쩍거리는 아픔을 느꼈어.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은 거 있지. 혜미 너도 맞고 나서 쾌감을 느껴 본 적이 없을 꺼다. 하지만 사나이들은 가끔 그런 기분을 느끼지. 하여튼 나는 그 날 즉시 채용이 됐어. 

그날 저녁이었어. 소나기가 더럽게도 많이 내리는 날이라 손님이 없던 탓에 일찍 시마이(끝)를 하고 주방장하고 사장하고 소주잔을 가운데 두고 앉았지.

“야 임마, 오늘 네 놈 환영해 줄려고 신경 좀 썼다.”

안주는 주방장이 특별식 이라며 마른 해삼에, 돼지고기, 낙지 등을 두루치기 한 짬뽕 안주 였는데 지금도 그 맛은 못 잊을 정도로 끝내 주더군. 주방장이 맥주 컵에 소주를 한 컵 따라 주길래 겁도 없이 벌컥벌컥 마셔 버렸지.

“앞으로는 박군 이라고 불러도 돼지?”

안주를 먹으려고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고 있는데 사장이 그렇게 묻지 않는 거 아니겠어.

“네 사장님 부르고 싶은 데로 부르십쇼. 하지만 박군이든. 영수든 한가지로 통일만 시켜 주십쇼.”

뭐? 왜 성군이 아니고 왜 박군 이냐고? 이래서 너는 아직 어리다는 거다. 물론 네 몸은 어른이지만 킬킬. 곧이곧대로 내 이름 알려 줘서 덕될게 뭐가 있냐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생각나는 대로 박영수 라고 했더니 졸지에 박군이 되어 버린 거지 뭐.

“이 녀석 나이는 어려도 머리통 속에서는 늙은이 대 여섯 명이 들어 있습니다. 사장님.”

주방장이 칼칼 거리며 웃고 나더니 사장한테 날 슬쩍 추겨 주더군. 난 가만있었지 뭐. 원래 머리 좋다고 칭찬 해 주는데 기분 나빠 할 짱구는 없는 법이잖아. 

“술도 꽤 마시나 보네?”

사장이 다시 중얼거렸어. 술이야 솔직히 중학교 일 학년 때부터 마셨으니까 제법 취기라는 게 뭔지 알 정도니까 겁 날 것은 없었지. 그래서 객지 생활 5년만에 늘은 것은 술밖에  없다고 적당히 구라빵 쳤지 뭐.

그런데 그날은 완전히 햇도가 갔다는 거 아니겠어. 내 평소 주량이 소주 두 병이거든. 그 정도만 마시면 알딸딸해 지면서 하늘이 돈짝 만해 지는 편이었어. 그런데 그 날은 집을 나왔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몰라도 네 병을 마셨는데도 말짱하더라고.

한편으로는 이제부터 이 험한 세상을 내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엄마 말 잘 듣고 영갑이처럼 학교나 착실히 다니지 겨우 철가방 들려고 학교를 그만 두었냐 하는 자괴감. 씨팔 이왕 중국집에 취직한 이상 짜장면이나 질리도록 먹어 보자, 하는 케쎄라쎄라 때문인지도 모르겠지.

하여튼 술을 그렇게 마셨어도 주방장과 은근한 눈짓을 주고받고 있는 사장님 얼굴이 자꾸 여자로 보일 정도로 보인 다는 것 만 빼 놓고 말짱했지. 한데 술한태 이기는 장사 봤어? 못 봤지. 더구나 열아홉 어린 뼉다귀한테 소주 네 병이 어울리겠어. 

어? 여기가 어디야.

어떻게 방에 들어와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어. 좌우지간 사방팔방이 캄캄하다는 것밖에 모르겠더라. 문제는 목이 마르다 는 거 였어. 골은 터져 나가는 것 같은 갈증에 눈을 떴지. 어디선가 밀가루 냄새를 비롯해서 시큼한 시궁창 냄새가 풍겨 오는 거 같았어.

일어나서 불을 켰지.

그때서야 내가 주방 안에 있는 골방에서 뻗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 근데 옆에 있어야 할 주방장이 보이지 않는 거였어. 벽에 보니까 위생복은 척 걸려 있는 대 말야. 하지만 나하고 상관없는 거 잖어. 주방장도 어디서 뻗어 있겠지 하고 주방으로 나왔어. 

화장실을 가려면 주방 옆에 있는 통로를 통해 건물 뒤편으로 나가야 하거든. 그리고 주인인 사장의 살림방은 화장실로 가는 통로 중간에서 옆으로 꺾어지는 곳에 있었어. 오줌보가 터져 나 갈 것 같아서 고샅을 움켜쥐고 밖으로 나갔지. 화장실까지 갈 필요도 없이 건물 뒤로 갈겨 버렸지. 중국집은 이층에 있었으니까 뒷골목에 갈겨 버렸다는 표현이 옳겠지.

어! 이게 웬 떡치는 소리지……

시원스럽게 오줌을 갈기고 나서,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잠글 때 까지만 해도 듣지 못하던 소리 였어.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오줌을 갈겼으니 냉장고를 열고 얼음물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지. 사장의 살림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아니겠어.

남편이 돌아 왔나?

사장의 남편은 공무원인데 대전서 근무를 하고 있거든. 토요일 날에나 볼 수 있다는 주방장의 말을 떠올리며 그냥 지나치려고 할 때였어.

“아……으응. 주방장! 나 죽어! 나 죽어!”

갑자기 사장의 숨넘어가는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리는 게 아니겠어. 뭐야 이거 살림방에서 한 밤중에 우동가락을 빼나? 햐! 이거 미치겠군. 그렇지 않아도 이상야릇한 신음 소리 때문에 심숭생숭 하던 참이었는데 내 발자국이 떨어 질 리가 없지. 발걸음을 돌려 살금살금 걸어서 살림방 앞으로 갔지.

 “어휴! 어휴! 학! 학! 학! 엉……여보……여보!!”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주방장이 심판보고 남편하고 진행 중인가?

한마디도 햇도가 가겠더라구.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주방장을 부르더니 금방 여보로 바뀌어 버렸으니 해드가 불이 나 갈 만 하지 뭐. 하여튼 내 이 놈이 벌떡 일어서서 기지개를 하는 것을 느끼며 문틈으로 방안을 엿 보았지.

“문을 어떻게 열었냐고? 야 이 여자야. 생각해 봐. 그 지랄 맞도록 더운 여름에 한쪽 구석에 짱박혀 있는 살림방이 오죽 덮겠어. 그래서 방문이 삐죽이 열려 있던 거 였어. 인제 감이 잡힌다구. 그래 그러니까 지방 방송은 끄고 내 이바구 끝까지 감청 하려면 잠자코 있어. 더 이상 신경 돗그면 이 술마저 마셔 버리고 딩동댕 할 테니까.”

햐! 그림 하나 끝내 주는군.

방안의 경치는 한마디로 개판이더군. 선풍기는 틱틱 돌아가고 있는데 사장은 주방장의 옆구리를 두 발로 꽉 끼고 있는 자세였어. 난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지. 그 멋없는 주방장의 엉덩이밖에 안 보였어. 하지만 그 밑에 거뭇한 뭉텅이가 들락거리는 것은 훤히 보이더군.

“하……학! 여보! 나……나 죽어!”

헷갈리겠더군. 낮에는 주방장 밤에는 여보라고 부르니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 드라구. 주방장 사장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문제고 말야.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어. 내 이놈이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하지 않겠어.

에라 모르겠다.

난 마침 삼각팬티 만 입고 있던 중이었거든 팬티가 찢어지도록 일어서 있는 놈에게 시원한 공기를 마시게 해 주려고 꺼냈지. 그리고 막 흔들기 시작하는데 지랄 맞은 사장이 날 보고 말았잖아.

어렵쇼!

난 깜짝 놀라서 얼어붙은 듯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근데 이 여자가 날 보고 배시시 웃는 게 아니겠어. 하긴 날 보고 웃었는지 아니면 내 이 능름한 물건을 보고 웃었는지 그때는 몰랐어. 좌우지간 사장이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날 보고 웃었던 것은 틀림없어.

씨팔! 

한 마디로 김 빠지더라구. 한참 흔들고 있는데 주방장 밑에 깔려 있는 사장이 날 보았으니 더 이상 서 있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할 리가 없잖어.

“엿 먹어라!”

싸나이 자존심이 있지. 언놈은 여자 위에서 헐떡이는 데 난 그것을 훔쳐보면서 손장난이나 한다는 게 존심 상하더라구 그래서 골방으로 들어가서 잠이나 때려야겠다고 주방으로 들어갔지.

“사장님이 왜 웃었지?”

그렇지 않아도 갈증이 나던 참에, 주방장과 사장이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여서 물 한 사발을 다 마셨지. 갈증이 가신 다음에 방안에 들어가 누워 있으려니까 사장이 웃는 모습이 떠 오르는 게 아니겠어?

생각해 봐. 카운터에 앉아서 날 보고 배시시 웃어 주더라도 미칠 지경인데 한참 열내고 있던 중에 날 봤더라면 보통 여자 같았으면 기절을 했어야 했잖어. 근데 사장은 웃었잖아. 그것도 여보를 외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다 말야. 이런 형편이니 사람 미치고 팔딱 뛸 만도 하지.

왜? 왜? 왜? 왜?

내 생전에 그렇게 골치 아픈 문제를 때문에 잠 못 이룬 적은 없었어. 학교 다닐 때야 전교에서 알아주는 골통이었으니까. 날 괴롭힐 선생들은 없었고. 집에서는 엄마라는 여자가 허구 한날 사내놈 들 하고 어울려 다니느라 내가 공부를 하는지, 본드를 마시는지 알게 뭐야.

그렇다고 내가 본드나 마시는 그런 막가는 놈은 아니지만 말야. 하여튼 난 그때까지 고민하고는 담쌓고 살던 놈이었어. 헌대 이 지랄 맞은 상황이 날 고민하게 만들고 있으니까 얼마나 열통이 터지겠어.

에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난 지금이나 그때나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이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자기로 했지. 물론 그렇다고 금방 곯아떨어진 건 아냐. 하여튼 그 날은 별일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구.

그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철가방을 들기 시작했지. 철가방? 그거 보기에는 굉장히 쉬워 보이긴 하지만 보통 어려운 기술이 아니더라구. 짬뽕 국물 엎지르지 않으려면 언제나 수평을 유지해야 거든, 팔목이 부러져 나가는 것 같더라구. 생각해 봐. 계단을 오르면서도 철가방은 항상 수평을 유지 해야 거든. 그뿐 인줄 알아 오토바이에 실어 나를 때도 덜커덩거리지 않기 위해서는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냐.

아! 이쯤에서 한 가지 상식적으로 알려 줄게 있어. 중국집에 음식시키고 나서 절대로 독촉 전화하지마, 왜냐구? 그날 철가방 컨디션에 따라서 가래침 뱉은 짬뽕 먹을 우려가 다분히 있다구. 솔직히 말해서. 침 뱉었다고 표시가 나는 게 아니잖어. 그거 본 사람도 없구 말야. 그러니까 아침에 짜장면 시켰는데 저녁에 오는 한이 있더라고 꾹 참고 기다려야 철가방 가래침 안 먹게 된다고. 물론 안시켜 먹는 데야 할 말이 없지.

무엇 보다 안 좋은 것은 쪽(얼굴)이 팔린다는 거야. 어떻게 되 먹는 년, 놈들인지 일단 철가방만 들었다면 일단은 한 수 아래로 보는데 사람 미치겠더라구. 하지만 어떡하냐? 가진 거 없고 배운 거 없고, 나이도 없는데 철가방으로 만족할 수밖에  더 있겠냐. 용가리 통뼈 빼는 제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쪽이 팔리고 힘들긴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를 붙여 가다 보니, 그것도 할 만하더군. 시마이 하고 나서는 짬뽕 국물에 소주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고, 가끔 주방장하고 사장하고 심야에 라이브쇼 하는 거 훔쳐보기도 하면서 야금야금 세월을 축냈지.

그러던 어느 날 이었어. 한 달에 두 번씩 쉬는 날이 있는데. 첫 번째 쉬는 날이었어. 아마 화요일이었을 꺼야. 정기 휴일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고 나니까 되게 심심하드라구. 주방장이나 있었으면 그런 대로 신소리나 하면서 하루 죽이겠는데 주방장까지 이른 아침부터 고향에 간다고 가 버렸으니 할 일이 뭐 있겠어. 

그렇다고 깔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일요일이면 모처럼 만에 누나한테나 가면 되겠지만 화요일이니까 그것도 꿩새울었잖아. 하긴 누나한테 가면 그 보기 싫은 꼰장하고 맞닥트릴 확률이 농후하긴 해서 일요일이라도 가지 않았을 꺼야 아마.

그럭저럭 텔레비전 앞에서 죽치다 보니까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가 했더니 오전 방송이 끝나더라구. 뭐 텔레비에서 애국가가 왜 나오냐구? 그 시절에는 종일방송이라는 것이 없었잖아. 오케이! 해드 굿? 하여튼 점심이나 한끼 때리고 오후에는 비디오나 빌려다 봐야겠다고 생각했지.

“박군 점심 먹어.”

내가 막 주방 안에 있는 골방에서 나오니까 사장이 부르더군. 사장도 휴일이라 그런지 팔이 없는 나시에다 반바지 차림에 제법 멋을 부리고 있더군. 텅 빈 홀에서 사장하고 둘이 앉아서 점심을 먹었지.

“오후에는 뭐 할 꺼야. 계속 잠이나 잘 꺼야?”

점심을 먹고 나서 보리차를 마시고 있는데 사장이 묻더군.

“오후에는 비디오나 빌려다 볼려고 합니다.”

“어머,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잘됐다. 돈은 내가 줄 테니까, 재미 있는 거 빌려 와.”

사장이 반색을 하면서 좋아하더군. 헌데 사장이 좋아하는 프로를 내가 알게 뭐야. 난 지금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갱스터 영하를 좋아하거든. 그래서 물었지 마피아 나오는 영화 좋아 하느냐고 말야. 그랬더니 사장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살포시 붉히면서 그런 거는 무섭다는 거야. 그러면서 빨간딱지 붙어 있는 걸로 빌려 오래나. 뭐래 나? 난 그때 빨간딱지 붙어 있는 게 뭔가 몰랐거든. 

솔직히 내 나이 열아홉밖에 안 되는데다가  이제 사회 초년생이잖아. 그런 내가 빨간딱지 붙어 있는 건 뭐고, 파란 딱지 붙어 있는 게 뭔지 알게 뭐야. 제기랄. 하지만 사장한테 야코(기) 죽을 수 없잖어. 알겠다고 빨간딱지 붙은 거로 빌려 오겠다고 말하고 비디오 가게로 갔지.

“추천 할 만 한 프로 없수.”

비디오 방에 가서도 마찬가지야. 쪽 팔리게 빨간딱지 붙어 있는 프로가 뭐냐고 물을 수는 없고 주인한테 물었지. 그랬더니 어떤 종류를 좋아 하냐고 묻더군.

“시팔, 혼자 있으려니 근질근질해서……”

“아! 그럼 빨간딱지 붙인 거 중에서 요즘 에게 제일 잘 나가는추천 해 주겠습니다.”

은근슬쩍 초를 치고 나서 말꼬리를 흐렸지. 그러자 주인이 알 만하다는 미소를 흘리면서 ‘아니, 이렇게 좋을 수가’ 라는 프로를 추천 해 주더군. 턱 보니까 여자가 가랑이를 쩍 벌리고 있는 프로였어. 물론 주요 부위는 빨간 색으로 하트를 그려 놓은 거지.

아하, 이런 걸 빨간딱지라고 하는구나.

난 그렇게 눈치 하나로 세상을 조금씩 알아 갔어. 좌우지간 빨간딱지가 뭔가 알은 이상 더 이상 주인의 추천이 필요 없어 졌지. 이것저것 프로를 빼 보다가 그 중에 비교적 제일 야 하다는 프로 두 개를 빌려서 장춘원으로 돌아왔지.

“어머 벌써 왔어.”

사장이 활짝 웃는 얼굴로 반겨 주더군. 나는 순간 무언가 뇌리를 스쳐 가는 그 무엇을 느꼈지. 솔직히 말해서 사장 심부름으로 비디오 테이프 빌려 왔는데 군대서 휴가 나온 애인 반기는 듯한 얼굴로 반길 필요는 없는 거 잖어. 아하! 사장이 뭔가 다른 생각이 있구나. 나는 척 눈치를 챘지만 일단 모르는 척 하기로 했지.

“주방장 방에서 볼까? 내 방에서 볼까?”

사장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묻더군. 난 순간 갈등했지. 주방장 방이자 내 숙소에 있는 것은 비비젼이고, 사장 방에 있는 것은 비디오 레코더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거든. 

“뭐? 비비젼이든. 비비오레코더건 화면만 나오면 됐지 갈등할게 뭐 있냐구?……킬킬킬 그래서 혜미 너는 아직 멀었다는 거야. 이 여자야 주방 안에 있는 방은 골방이라 어두컴컴하고, 사장 방은 그런 대로 뒷골목 쪽으로 창문이 있어서 채광이 되는 쪽이잖아. 

그럼 너라면 어느 방이 부끄러움을 덜 타겠어. 바꿔 말하면 쉽게 이성을 무너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 할 수 있냐구. 그래 너 잘났다. 창문 이 있는 방에서 잘도 껴 않겠다. 이 여자야 자고로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그럴 땐 골방 쪽이 훨씬 유리한 거야.

“우리 방에서 보죠. 좀 덥긴 하지만.”

“그래. 그럼 우리 시원한 맥주 도 한잔할까?”

“조오쵸!”

내가 술 싫다는 거 봤어. 그리고 그 비싼 맥주를 거저 준다는데 거절하면 하느님한테 죄 받지. 해블쩍 하게 웃어 주고 나서  골방으로 들어갔지. 테이프를 꽂고 나서 구석에 개어 놓은 이불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웠지.

“자……배달하느라고 힘들지 우선 한 잔해. 그리고 나도 한 잔 따라 주고.”

“감사합니다.”

사장하고 나는 예고편이 끝나기도 전에 한 병씩 사이좋게 마셨어. 한마디로 끝내 주게 좋더군. 내장까지 서늘해지는 것 같은 기분 속에 선풍기를 틀었지. 선풍기가 틱틱 돌아가는 속에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감상하기 시작했어.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 당연하지, 그 더운 골방에서 맥주를 마셨으니 취하는 것을 떠나서 땀이 안 나면 그 맥주 가짜나 마찬가지지. 런닝셔츠를 훌렁 벗어버리니까 좀 더위가 가시는 것 같더군.

“박군 알고 보니까 근육질이네.”

사장이 내 상체를 보고 은근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더군. 난 그 말이 거짓말 인줄 알았지. 내가 근육질이긴 하지만 열아홉 살 먹은 놈이 서른 살 유부녀의 환심을 살 정도로 뼈도 여물지 않은 건 확실하잖어. 하지만 칭찬 해 주는데 모르는 척 하면 그건 엄청난 실례잖아  열아홉 살 때부터 보디빌딩을 좀 했습니다. 하고 맞장구를 쳤지.

“역시 내 눈은 틀림없어.”

사장은 침을 꼴깍 삼키고 무언가 다른 말을 하려다 말을 끊었어. 왜냐구? 화면에서 막 헉헉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거든. 

“어머머, 저……저 것 좀 봐. 저렇게도 하나 보지?”

화면 속에는 남자와 여자가 막 뒹굴고 있었어. 사장이 손가락 질 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엎어놓고 막 짓이기기 시작할 때 였어. 

내숭 떠는군.

난 대꾸를 안 했지. 주방장하고 할 때 보니까 그것보다 더 심하게 율동을 했으면서 왠 내숭이냐고 한 마디 하고 싶은 충동을 목구멍 속으로 꾹꾹 눌러 삼키면서 였지.

“박군 술 안 취해?”

빨간딱지 라는게 처음이나 끝이나 다 마찬가지 잖어. 섹스 테크닉이라는데 몇 천 가지 나 되는 게 아니구 말야. 사장이 재미를 잃었는지 나한테 은근한 목소리로 묻더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햇도가 도는 것 같은데요.”

“그래? 난 나만 그런 줄 알았지. 조금 옆으로 비켜 봐. 나도 편하게 기대서 봐야겠어.”

드디어 사장이 노골적으로 나오더군. 내가 거절할 이유가 뭐 있겠어. 벽쪽으로 붙으면서 옆에 빈자리를 내 줬지 사장은 거리낌없이 이불에 상체를 비스듬히 기대고 누워서 화면을 쳐다보기 시작했어.

한마디로 기분 묘해지더군.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까. 사장의 풍만한 젖가슴이 보이고 있잖어. 술 때문인지 쌔근쌔근 숨을 쉴 때마다 젖가슴이 파도를 치는데, 한 마디로 미치겠더군. 그렇다고 와락 껴 않을 수 도 없는 노릇이잖어. 상대방은 사장에다. 나는 구라빵을 치긴 했지만 겨우 열아홉 살이잖어. 그리고 무엇 보다 그때까지 서른 살 먹은 아줌마 들 하고는 그 짓 경험이 없거든.

“재미없네. 난 잠이나 자야겠다.”

내가 벌떡 일어선 심벌 때문에 사장 모르게 뜨거운 숨을 훅훅 내 쉬고 있을 때 였어. 사장이 졸린다는 핑계로 눈을 감는 게 아니겠어. 씨팔, 생각해 보면 난 겉으로는 약았지 속으로는 순딩이 였어. 아 졸리면 제 방에 가서 자야지 그 냄새나는 골방에서 왜 눈을 감았겠어? 

그야 뻔할 뻔 자 아냐, 야 임마 계속 내숭 떨지 말고 빨리 시작하자. 뭐 그런 뜻 아니겠냐구. 하지만 그때 만 해도 난 어떻게 먼저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지.

“아……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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