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3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 =========================================================================
13.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내(5)
철가방을 들고 중국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가게는 파리만 날리고 있더군. 여사장은 여전히 카운터에 엎드려 졸고 있었고, 주방장은 골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낮잠을 자고 있었어. 철가방을 제 자리에 같다 두고 카운터 앞으로 갔어.
“박군 왜 이렇게 늦었어?”
내가 주는 돈을 받아서 금고에 넣고 난 사장이 눈을 비비며 묻더군. 날씨가 지랄같이 더워서 요 밑에 있는 은행에서 좀 쉬다가 왔다고 했지.
그랬더니 너 참 얼굴에 철판 깔았구나. 그래 철가방을 들고 은행에서 죽쳤단 말이지, 하고 놀라는 표정을 짓더라. 나는 할말이 없어서 씩 웃고 말았지. 뭐.
“주방장은 아직 자 니?”
사장이 아래가 더운지 카운터 위에 카운터 밑에서 부채질을 하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어.
“네. 아직 주무시고 있습니다.”
사장의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 속에 있는 그대로 대답했어. 그랬더니 이 여자가 갑자기 딴 생각이 났는지 안방에 좀 가 있으라는 거야. 자기도 금방 따라 간다고.
“손님 오면 어떡합니까?”
“자기 꺼 만져 만 보고 금방 나올게. 알았지?”
사장이 가랑이를 짝 벌리고 부채질하던 부채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내 등을 떠밀더군. 별수 있어 월급 받아 먹으려면 방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아파트의 502호 여자를 보고 나서는 사장이 그렇게 추하게 보일 수 없더라구. 502 호 여자는 군살 하나 없는 데다 몸에서 향기까지 풍기는데 사장은 나 같은 거는 남자로 생각지도 않는지 아래에서는 땀만 나고 내 앞에서 부채질까지 해되는 가 하면……
몸에서 풍기는 냄새는 온통 짜장 냄새 뿐이잖어. 어떻게 이렇게 생긴 여자하고 허구한 날 그 짓을 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어. 하지만 하는 수 없잖아. 도둑이 제발 저린 다고 502호 여자하고 한 짓이 있어서 못이기는 체 돌아설 수밖에. 502호 여자한테 전화가 걸려 온 것은 그때 였어.
“박군, 너 솔직히 말해. 조금 전에 야끼만두 배달 한 502호 여자하고 뭐 하고 왔어?”
사장이 도끼눈을 뜨고 묻는 말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 남편 있는 여자가 중국집 철가방 하고 그 짓을 했다고 사장한테 고자질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어.
“시방 이 전화 어디서 온 전환 줄 알어?”
사장이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틀어막고 목소리를 높이더군.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어. 보나마나 502호 여자겠지만 왜 전화를 했느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
순간 무언가 일이 뒤틀려 나가고 있다는 것을 즉각, 감 잡았지. 내가 누구여, 눈치 하나로 이 나이 꾸려 온 놈이잖아. 하지만, 내가 502호 여자의 전화를 받고 있지 않는 이상 통화 내용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 그 여자하고 두 번했소, 라고 멍청하게 자수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시팔 소리를 낮게 내 뱉고 나서, 난 야끼 만두 이 인분 배달 한 것 말고 없다고 딱 잡아 땠지.
“그럼 야끼 만두만 얌전히 배달 해 줬는데, 왠 돈을 잃어 버렸다고 항의를 하냐?”
사장이 다 알고 있으니까. 빨리 자수하라는 표정으로 구라빵을 치더군.
“아니? 돈이라니. 그럼 내가 거기서 돈을 훔쳐 왔단 말이요? 그 전화 좀 바꿔 주쇼.”
이게 왠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여, 아니 이 여자가 쌩똥 싸 가면서 두 번씩이나 해 줬더니 왠 헛소리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열통이 터져 나 갈 것 같더군. 씩씩거리면서 수화기를 뺏으려고 달려드는데 골방에서 낮잠을 때리던 주방장이 슬슬 기어 나오더군.
“왜 이렇게 소란스럽더냐. 어른 낮잠 좀 주무시는데.”
위생복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고 사타구니를 긁적거리면서 밖으로 나온 주방장이 카운터 앞에까지 오더니 나하고, 사장하고 동시에 들으라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이빨을 까드라구.
“뭔데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여!”
주방장이 귀 뒤에 꽃아 두었던 꽁초를 훅 불어서 담뱃불을 붙인 다음에 사장하고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뭔가 감을 잡았다는 얼굴로 나를 째려보더군. 당연하지 내 얼굴이 똥 씹은 얼굴로 구겨져 있었으니까.
“씨팔! 나한테 돈을 뚜룩 쳤다는데 시방 열 안 받게 되어 있습니까?”
나도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바나나처럼 휘어진 담배 한가치를 빼물고 입에 침을 튀겼지.
“알았어. 그 전화 이리 줘 보슈.”
주방장이야. 나 보다 사장하고 오랫동안 섹스를 해 온 탓에, 사장 남편 없으면 남편처럼 행동하고 있잖아. 마치 제 마누라한테서 수화기를 낚아 채는 듯 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받더군.
“뭐요, 도대체 뭘 잃어 버렸다고 이 난리통 입니까?”
주방장은 카운터 앞에 앉아 있는 사장의 등을 톡톡 치더군. 그리고 손가락으로 등뒤를 손짓했어. 한 마디로 사장 너는 뒤로 빠져 있으라 이 말씀이지. 사장은 자존심 상한다는 듯이 말은 못하고 퉁퉁 부은 얼굴로 카운터 위에 있던 선풍기를 자기 쪽으로 틀어 놓고 빈 의자에 앉았어.
“그래서요. 그럼 우리 박 군이 그 아파트 안에까지 들어갔었다. 이 말씀이요? 좋소! 그럼 사모님은 그 동안 뭘하고 있었오. 뭐라구요? 잠깐 목욕탕에 들어갔었다구요. 햐! 아니, 야끼만두를 시켜 놓고 목욕탕에는 왜 들어갔습니까? 뭐라구요. 그런 건 알바 아니라구요.”
주방장은 내 대신 열통을 받는지 잠깐 말을 끊더니 수화기를 막고 나를 불렀어. 내가 가까이 가니까. 너 이 새끼 솔직히 말해, 이 여자하고 뭐 했어? 라고 사장이 듣지 못할 정도로 캐 묻더군.
“뭘 하긴 뭘합니까? 야끼 만두 배달 해 주고 돈 받아 왔죠?”
순간 가슴이 덜컹 하더군, 내 예감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
그 년이 할 때는 개 같이 해 놓고 나서 후환이 두려우니까 술수를 부리고 있었던 거지. 사장이 나 한 태도 똑 같은 질문을 한 걸 보면 다 알쪼 아냐. 하지만 내가 누구야. 깨질 대는 깨지더라도 일단 버텨 볼 때까지는 버텨 보는 게, 싸나이 배짱이잖아. 얼굴 색 하나 안 변하고 큰 소리 쳤지.
그랬더니 주방장이 내 골통을 주먹으로 내 지르면서, 에라 이 문디 자식아, 차라리 귀신 눈깔을 속여라. 내가 소림사에서 십년 동안 도를 닦았다. 라고 내 뱉고 나서 다시 전화랄 받대.
“뭐요? 당장 경찰에 신골 하겠다고요? 햐! 생사람 잡네, 아 우리 박군이 훔쳐 가는 거 봤소? 봤어? 뭐라구요? 더 이상 전화 할 것 없이 경찰서 가서 잘 잘못을 따지자고요. 좋시다. 알았으니 맘대로 해 보쇼.”
주방장은 전화기가 부서져라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벌떡 일어섰어. 그리도 내 귀를 잡고 주방 안에 있는 골방으로 끌고 가더군.
“너 똑똑히 말해, 그 여자가 널 유혹했지?”
“유혹이라뇨?”
“야 이새꺄! 그런 니가 그 여자를 유혹했단 말야?”
“그 여자가 날 유혹했지, 아! 씨발. 철가방 주제에 무슨 개떡같은 유혹. 유혹이긴……아차!”
“하하하.”
주방장은 일단 목구멍이 보이도록 신나게 웃어 재끼더군, 이어서 꽁초까지 피우던 담배를 잔밥 통에 버리고 나서 불쌍하다는 얼굴로 내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고 나서 입을 열었어
“쨔샤! 바로 그거야. 그 년은 제 년이 한 짓의 후환이 두려워서 널 경찰에 도둑으로 신고할 것이 틀림없어.”
“아니, 그럼 날 여기서 쫓아내려고 고의적으로 그런 수작을 부린다는 말입니까?”
“새끼, 생긴 거 짱구처럼 생긴 거 치고는 머리가 제법 빠르게 돌아가는 군. 그래 임마, 바로 그거야. 그렇다고 네 놈이 경찰서에 가서 큰소리 칠 것 같아. 네 놈 말은 씨도 안 먹혀 들어갈 꺼야. 그 년은 이미 담당 경찰에게 손을 써 놨을 태니까.”
한마디로 그 말을 듣는 순간 엿 같더군. 왠지 일이 쉽게 풀린다 했더니, 그 여우같은 수작을 부릴 줄 내가 꿈이나 꿨겠냐? 그래도 어떻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좋은 방법이 없을 까 생각을 해 봤지. 한편으로는 그냥 물러나기는 건 너무 억울해서 꼬장이라도 부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
씨팔! 엿같이 됐군.
결론은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다운 여자 한 번 땀나도록 맛을 본 걸로 조용히 끝내는 게 좋을 거라는 주방장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지. 물론 지금 이라면 그 년은 내 손에 안 죽을 정도로 얻어 터졌겠지만, 그 때만 해도 내 나이 겨우 열아홉 아니냐. 경찰서 가야 한다는 말에 솔직히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지.
“히히, 그 여자 잘 흔들디?”
내가 일단 자수를 하자, 주방장은 자기 할 일은 끝났다는 얼굴로 히죽 웃으며 자세하게 이빨을 까 보라고 부추기는 거 있지. 내가 짱구냐, 그 상황에서 주방장 좋으라고 그 이야기를 해 주게.
“드럼통 만한 허리가 흔들긴 뭘 흔듭니까? 비지땀 만 흘리고 왔지.”
“쨔샤. 그러니까 쉬는 날은 집에만 처 박혀 있지 말고,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데 가서 한번 씩 흔들고 오란 말야. 꾹 참고 있으니까 이 더운 날씨에 드럼통한테 땀 빼고 오지.”
주방장은 그때서야 길게 하품을 하고 나서 별 볼일 없다는 얼굴로 밖으로 나가더군. 난 씨팔 졸지에 실업자가 돼서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옷 갈아입었지.
“박군 미안해, 한 식구처럼 지내려고 했는데. 하지만 이 장사를 해 먹으려 먼 할 수 없어. 박군이 이해를 해야지.”
사장이 그래도 그 동안 몇 먼 몸을 풀어 줬다고 질질 짜는 흉내를 내더군. 그래서 겉으로는 하는 수 없죠 뭐. 내가 운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라고 점잖게 말하고 나서 마음속으로는 감자를 먹였지.
“그럼 갑니다.”
그 말 한마디하고 그 집을 나왔지. 그래도 정들었던 장춘원 이었는데 말야……. 뭐? 퇴직금은 얼마를 받았냐고. 그래 니 말 농담 인줄 안다. 한달 은 못되게 철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주방장이 자기 조수이자, 한 방에서 뒹굴었던 놈이라고 사장한테 선처를 구해서 몇 십만 원 들고 나왔지.
그날 저녁이었어.
씨팔, 거 같은 서울 하늘 밑에 내 집이 있으면서 들어갈 수 가 없으니까, 되게 서럽더군. 저녁 때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슬금슬금 들어 간 곳이 영등포 역전이었어. 거기서 내 운명이 확 바뀌어 버린 거지. 아니 백 팔십도 바뀌었다고 보아도 백 프로 무리는 아니지.
뭐? 내가 일부러 영등포 사창가를 찾아갔냐고? 우끼지 말아 그때 가지만 해도 여자 걱정은 안 하고 지냈는데 골이 볐다고 창녀촌을 찾아갔겠냐. 난 솔직히 영등포 역전 근처에 창녀촌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왜 갔냐고? 놀라지마…… 난 부산 가서 배를 타려고 했어. 외항 선원 이 되려고 했던 거야. 어? 너 지금 비웃는 거냐. 열아홉 짜리 가 어떻게 배를 탈수 있냐고? 그 말 나올 줄 알았다.
근데 부산 가면 서류를 위조해서 선원증을 만들어 주는 브로커가 영등포에 역전 근처에 있는 창녀 들 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넌 몰랐지? 그래서 세상은 넓고 할 짓은 많다는 거여.
좌우지간 지금부터가 본 영화니까, 신소리 그만하고 지금부터 귀 활짝 열어 놓고 똑똑히 들어봐. 사람 팔자 라는 게 얼마나 쉽게 바뀌는지 알려 줄 테니까.
새벽에 출발하는 부산행 기차표를 사 가지고 대합실을 빠져 나온 시간이 대략 11시쯤 됐을 꺼야. 갈데 가 있나. 오락실에 가서 한 삼십 분 땅기다 오니까 그래도 열두 시가 안 된 거야.
씨팔, 정말 신세 더럽데 그렇다고 여관에 가서 죽치자니 여관비가 아깝고 해서. 쐬주나 한 병 까고 대합실 근처에서 신문지 신세나 지자고 생각했지.
신문지 신세가 뭐긴 뭐냐. 신문지 한 장 깔고 잠이나 자자. 그거지. 하여튼 역전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로 갔어. 포장 마차에 가서 앉아 있으려니까, 지랄 맞은 502호 여자 때문에 저녁도 안 먹었다는 걸 알았지. 먹을 것을 보니까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절로 나더군.
“아줌마, 가락국수 한 그릇 말아 주고. 쐬주나 한 병 주쇼.”
빈속에 가락국수 한 그릇 때리고, 쐬주 한 병 처넣으니까 확 돌더군. 가뜩이나 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미칠 정도였어. 그래서 포장마차에 나와 역 앞으로 갔지. 한결 시원해 진 기분 속에 주차 분리대에 걸치고 앉아서 담배 한가치를 때리고 있을 때 였어.
“총각 새벽 차 타려나 보지?”
한 마흔 살 먹었을까?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내 옆에 퍼질러 앉으며 은근히 묻더군. 생긴 걸 보니까,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처럼 수더분한 얼굴이라 별 생각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지.
“어휴, 새벽까지면 앞으로 네 시간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앉아서 시간을 보낼꺼유?”
“그럼 용빼는 재주 있습니까? 여기 앉아서 시간 보낼 수밖에 ……”
마음속으로 이 여자가 돌았나, 왠 헛소리야 라고 생각하며 생각나는 대로 대꾸해 줬지.
“그러지 말고 우리 여인숙에서 쉬었다 가지 않으려유. 새벽까지 오천 원 만 내면 되는데……”
“시방 오천 원 이라고 했슈?”
오천원 이라면, 조금 전에 포장마차에서 가락국수 한 그릇에 쐬주 한 병 값에다 홍합 반 그릇 값이니까 여간 싼게 아니잖아. 슬그머니 호기심이 땡겨서 물었지.
“그럼 단 돈 오천원 이랑께.”
여자가 아주 결정을 했다는 얼굴로 폼을 잡더군. 젠장, 그 아줌씨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역전 근처에서 나 같은 놈을 끌고 가는 팸푸 라는 걸 누가 알았나. 하지만 그때는 오천 원 정도면 밤이슬 맞으며 신문지 위에 자는 것 보다 낳을 것 같아서 일어섰지.
“혹시 합숙하는 건 아니겠죠?”
여자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어. 이상하게 냄새나는 골목으로 자꾸 들어 가길래, 여자 앞을 가로막고 물었지.
“호호호, 총각 속아만 살아왔어. 선풍기까지 있는 독방잉께. 그런 걱정일랑 하지덜 말고 빨리 따라 오기나 햐!”
“씨팔, 근데 아줌마 나 봤슈?”
“아니 첨 봐, 총각은 나 알고 있어?”
어럽쇼, 내가 물었는데 이 아줌씨가 날 보고 다시 묻는 거 있지, 이런 경우를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하는가. 좌우지간 그 비슷한 상황이었어. 이 아줌씨가 총총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가다 말고 가로등 불빛 밑에서 돌아서 내 얼굴을 꼼꼼히 뜯어보기 시작하는 거 였어. 거 되게 민망하대.
“그러고 보니까,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디, 총각 고향이 혹시 충청도 아녀?”
“나 서울 토박인데……”
“그럼 어디서 날 봉겨?”
“내가 아줌마를 언제 봤다고 그랬는데?”
“아까. 조 앞에 오면서 날 봤다고 했잖은겨?”
“허허. 이 아줌씨야. 아줌씨가 대뜸 반말지거리를 하니까, 내가 열 받아서 한 말 이지. 내가 언제 아줌마를 봤다고 했우?”
“하!”
이 아줌씨 그때서야 별난 놈 다 봤다는 얼굴로 혼자 씨부렁거리면서 걷기 시작하더군. 나라고 별수 있겠어. 어차피 한 번 썰 풀어 본 것에 불과 하니까 다시 그 여자를 따라갔어.
그랬더니 어떤 이층집 앞에서 멈추더군. 턱 보니까 여관이나, 여인숙이나 그런 간판이 보이지 않잖아. 이상하다 무허가 여인숙이라 그러나 하면서 여자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갔어.
“호호호. 오빠!”
“어머머, 젊은 오빠는 나한테 와.”
“이런 죽일 년 저 영계는 내 꺼여. 넌 빠져.”
우와, 난 그때까지 세상에 태어나서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여자들한테 둘러 쌓였던 적이 없었어. 무엇 보다 하나 같이 젖통을 훤히 드러냈는가 하면, 어떤 가스나 는 팬티를 안 입고, 잠옷 같은 거를 들춰 보이는 년이 없나. 어떤 가스나는 젖통을 내 가슴에 질질 문지르면서 노골적으로 안겨 오질 않나.
“아니, 아줌마 여긴 창녀 촌 아뇨!”
내가 누군가? 눈치 하나로 철가방 매고 다녔던 나 아닌가. 한눈에 분위기 돌아가는 거 보니까. 턱 알겠더군. 하하하, 나 참 역시 나이는 못 속여 내가 이 나이 때 만 되더라도 창녀들 앞에서 창녀촌이냐고 헛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때는 알았나 처음 가보는 곳이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입이 터진 거지.
“호호, 이 오빠 너무 씹새끼다.”
“깔깔깔. 야 십팔놈아 그럼 여기가 교횐 줄 알았냐.”
“하하하 이 오빤 시방 내숭떠는 건가, 아니면 뭘 잘 못 처먹은 개새낀 가?”
내 말소리에 창녀들의 눈이 단번에 차가워지더군. 한마디로 넌 얼마나 깨끗한 놈인데 터진 게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고 있느냐 이거 지 뭐. 난 덕분에 졸지에 짱구가 되고 말았지. 그렇다고 도로 나 갈 수는 없잖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는데 영등포 역전 앞에서 날 꼬셔 온 아줌씨, 그래. 날 꼬여서 데리고 온 거나 마찬가지지 그 아줌마가 내 옆으로 오더군.
“아! 잠 만 자고 간다며?”
“그랬지.”
“그럼 어여 따라 와 방 안내 해 줄 태니까 잠만 자고 가면 될꺼 아녀.”
졸지에 짱구가 된 나는 쪽 팔린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구석진 방으로 들어갔어. 방에 들어가는 순간 여자들 팬티 안 빨아 입은 냄새가 코를 찌르더군. 하지만 어쩌겠어. 오천 원 짜리 방이 이슬 막아 줄 하늘 가리고, 이불 있으면 그만 아니겠어. 군소리 안 하고 방으로 들어갔어.
제기랄, 이것도 방인가?
코끼리 코딱지 만한 방이더군. 두 명이 발 뻗고 우면 이쪽 벽에서 저쪽 벽까지 딱 맞은 정도로 그야 말로 맞춤복과 마찬가지로 여분이 없었어.
“숙박비 오천 원.”
나를 데리고 왔던 아줌마는 방에도 안 들어오더군. 문 밖에서 부처님처럼 손바닥만 내 밀었어. 그 손바닥에 오천 원 짜리 한 장을 척 얹어 주었지.
“호호호. 그럼 잘 자요. 그리고 혼자 자기 심심하면 요 벨을 누르셔.”
아줌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빨간색의 벨이 있더라구. 나는 군말 할 것 없이 알았다고 대답했어. 새벽이면 나 갈 놈이 그 벨을 누를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지.
자……이제 몇 시간 후면 부산행 기차를 타게 되는 건가?
날씨가 후덥지근한 날이라 이불을 펼 필요도 없이 벌렁 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까. 더럽게도 기분이 착 갈아 앉는 거 있지.
다시는 꼰장을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영갑이 새끼 누나를 마지막으로 보고 가야 하는데 그냥 떠나는 구나 라는 생각. 중국집 여 사장의 헐떡이는 숨소리, 그 마지막으로 502호 여자가 화끈 하게 한번 주더니 결국 요 모양, 요 꼴로 새벽 기차를 타게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여우같은 년, 임신이나 덜컥 해 버려라! 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