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86 14.변태 아내 (86/109)

00086  14.변태 아내  =========================================================================

                                    

14.변태 아내(1)

35살 김현미는 정열적이면서도 위험을 벗어 날 수 있는 여자다. 그녀의 남편 종현은 자신이 프랑스에 출장 가 있는 동안 그녀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자신도 프랑스에서 많은 여자들, 프랑스 여자는 물론이고 미국 여자를 비롯해서, 영국 여자, 그리고 일본 여자나 베트남 여자. 심지어는 아프리카에서 유학을 온 여자와도 한 동안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현미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김현미 역시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 해서 자신에 대한 사랑에 금이 갔을 거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틀 만에 보는 남편 종현은 무척 건강해 보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곧장 호텔로 갔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수평선 끝으로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수면 속으로 잠겨 들고 어둠이 밀려 오시 시작할 때였다.

“역시 우리나라의 경치가 좋아.”

종현은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어둠이 밀려오고 있는 창문 밖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평선의 끝은 어둠에 잠겨서 보이지 않았다. 집어등이 켜져 있는 어선들의 불빛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그 앞의 바다는 청록색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당신은 조금도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군요.”

먼저 샤워를 끝낸 김현미는 슬립만 걸치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태양열에 검게 그을린 종현에게 미소를 보냈다.

“당신이야 말로 프랑스에 가기 전 보다 부쩍 성숙해 진 거 같아.”

“후후후. 그럼 애 하고 결혼을 한 건가요?”

“그게 아냐. 지금은 활짝 핀 꽃과 같다는 말이지.”

“그 말이 기분 좋게 들리는 건 사실이군요. 하지만 꽃이 활짝 피면 시들기 시작했다는 말과 도 같잖아요.” 

김현미는 꿈을 꾸는 표정으로 박스형 팬티만 걸친 채 타월을 목에 걸고 있는 종현의 손을 잡았다. 

종현은 김현미의 손을 끌어당겨 일으켜 세웠다. 재스민 향기가 풍기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올렸다. 작고 아담한 귀가 투명하게 빛났다. 그녀의 턱을 가만히 들어 올려서 키스를 했다.

“베란다 끝까지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바다를 보자구.”

김현미가 양손으로 목을 휘감아 올 때였다. 슬립을 입은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슬쩍 움켜쥐고 난 종현이 말했다.

“벌써 어두워 졌어요. 보세요? 어선에 켜져 있는 집어등 밖에 보이지 않잖아요.”

김현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종현의 손을 잡아 당겼다. 자신의 허리를 감게 한 다음에 아랫배 쪽으로 지그시 누르며 베란다로 나갔다.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봇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김현미는 날리는 머리카락을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며 베란다로 나갔다.

“파리에서는 이 시간에 뭘 했나요?”

호텔 앞의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김현미가 물었다.

“혼자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거나 영화를 봤어. 가끔은 직원들과 카페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지.”

종현은 김현미의 허리를 감고 있는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슬슬 문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객실에서 빠져 나오는 불빛을 등으로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가끔 여자들과 데이트도 했겠죠?”

김현미가 보는 종현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자였다. 사회적으로도 출세를 했고. 침대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성욕을 내 품는 남자였다. 그런가 하면 섹스 그 자체는 단순한 유회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섹스 그 자체보다는 정신적인 사랑을 중요시하는 관념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개방적이다. 그녀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고 물을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생활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리의 여자들은 분위기가 없어.”

“그래도 침대에서는 적극적이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침대에서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하잖아요.”

“물론 난 침대에서 내숭을 떠는 여자들은 싫어. 침대에서는 오직 두 가지 일밖에 할 일이 없어. 잠을 자거나…….”

“섹스를 하는 것. 그 두 가지겠죠?”

종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얼른 뒷말을 이는 김현미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좀 더 그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쓰다듬어 주길 원했다. 그러나 종현은 옆구리 부분의 아랫배만 쓰다듬을 뿐 그 밑으로는 내려오지 않았다.

“맞는 말이야. 침대에서 고상한 척 하는 여자는 정말 닭살이지.”

종현은 브라운 색의 얇은 슬립 밑으로 김현미의 몸이 조금씩 뜨거워 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밑으로 손을 조금 내렸다. 비키니 팬티의 선이 있는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프랑스 여자들과 침대에 오른 적이 있었겠죠?”

김현미는 종현이 프랑스에서 삼 년 동안 혼자 지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종현은 젊었고, 젊은 만큼 성욕이 강했다. 당연히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갈아 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몇 몇의 여자들과 관계를 했어. 하지만 그녀들은 한결같이 근육질이야. 당신처럼 여자다운 섬세함이 없어. 그리고 동양의 여자들처럼 남자가 해 주길 기다리고 있지 않아. 몸이 뜨거워지면 먼저 달려들어서 섹스를 하자고 보채곤 하지. 늘 동등한 걸 원하지.”

“당신은 그렇게 해 주길 좋아하잖아요?”

김현미는 종현의 손을 밑으로 끌어내려서 가랑이 사이를 문지르게 했다. 그의 손이 팬티 라인 근처를 스쳐 가는 순간 엄청난 크기의 전율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돌렸다. 단단해 보이는 턱하며 적당한 크기의 입술, 그리고 선이 곧은 콧날 은 역시 언제 보아도 미남형이었다.

“가끔은 그렇지만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지.”

“우리 그만 방으로 들어가요.”

종현의 손가락이 슬립 자락을 뒤집어 쓴 채 팬티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을 느낀 김현미가 말했다.

“날 애무 해 주세요.”

침대에 누운 김현미는 반듯하게 누워서 그가 애무해 주기를 기다렸다. 종현은 그녀의 슬립을 위로 걷어 올리고 곧장 젖가슴을 애무했다. 이어서 그녀가 어둠 속에 누워 있는 바다처럼 꿈틀거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발가락부터 천천히 더듬어 올라가서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올 때서야 그녀를 일으켜 앉혔다. 김현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슬립과 팬티를 벗고 열광적으로 종현에게 안겨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극히 짧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가 하면. 영원히 시간이 정지해 버린 것 같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간이 급류처럼 흘러서 벌써 새벽이 저만큼 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은 프랑스에서 만난 여자들에게도 저 한태 애무를 하듯이 해 주었겠죠?”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종현을 향해 몸을 옆으로 세우며 김현미가 물었다.

“당신만큼 아름다운 여자는 아직 본 적이 없어.”

“프랑스 여자들은 모두 아름답잖아요?”

“하지만 그 여자들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잖아.”

“나는 당신을 이해해요. 그리고 당신이 프랑스에서 많은 여자들을 사랑 해 주었다고 해서 질투를 하지 않아요. 당신은 지금 제 곁에 있고. 죽는 그 순간까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부담감 갖지 말고 프랑스 여자들한테 어떻게 애무를 했는지 들려줄래요?” 

김현미는 종현의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까칠까칠한 감촉이 기분 좋게 전해 져 오는 것을 느끼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내가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변한 것 같군.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잖아.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 거지. 내가 침대에서 여자를 어떻게 애무해 주고, 어떠한 방법으로 만족 시켜 주는가는 당신이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도 자꾸 묻는 것을 보니 이상하군. 내가 없는 동안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기라도 한 건가?”

“그건 상상에 맡기겠어요.”

김현미는 눈을 감았다. 카훼리호에서 만난 백일섭의 모습이 떠올랐다. 선실에서 했을 때보다는 화장실에서 했던 때가 훨씬 좋았던 것 같았다.

“당신은 섹스의 기쁨을 알고 있어. 나를 압도하고 있을 정도야.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그런데도 스스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지?”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에게 진정한 섹스의 기쁨을 배웠어요. 그런 면에서는 당신은 나의 스승과도 같아요. 하지만 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그 뭐라고 할까?……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그 어떤 형상이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느껴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 지는 잘 모르겠어요.”

“섹스는 섹스 일 뿐이야. 서로 만족을 얻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 당신 혹시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겠지?”

“오! 여보. 제발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랑을 확인하려 들지도 마세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난 주저 할 것도 없이 당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김현미는 종현의 목을 껴안았다. 입술을 더듬어 뜨겁고 긴 키스를 했다. 어느 사이에 천장을 향해 우뚝 서 있는 그의 남성을 슬슬 쓰다듬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섹스는 단순하게 만족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그 행위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을 거란 점이에요. 이론으로 정립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나는 궁금한 거라구요.”

“물론 동물처럼 종족 번식을 위한 섹스가 아닌 이상 정신적인 것이 개입되겠지. 이를테면. 사랑의 감정이라든지. 헌신의 감정. 그리고 서로의 만족을 향유하고 싶은 공감대 같은 것이 스며 있겠지.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은 그 점이 아닌가?”

“당신이 어떤 말을 하려는 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섹스 그 행위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행위 속에서 그 무엇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무엇을 알 수 없어요.”

김현미는 종현의 남성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았다, 푸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음……그래요. 난 아직 멀었다는 거예요. 당신의 아내로. 당신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려면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 참! 이해 할 수 없는 여자지요?”

“아냐. 그 말을 듣고 보니 당신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 나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 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잘 하고 있어. 난 당신하고 섹스를 할 때만 진정한 섹스의 기쁨을 느껴. 다른 여자들에게서는 그저 만족을 얻을 뿐이지만 말야.”

“고마워요. 당신이 나를 그렇게 이해 해 주니까. 나는 당신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겠군요. 당신도 그런 나를 이해 해 주고 도와 주실 거죠?”

“당신을 사랑해.”

종현은 김현미의 바다와 같이 끝없는 사랑에 감격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는 그녀의 손을 끌어 당겨 힘껏 포옹을 했다. 

“저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요.”

김현미는 다리를 들어서 그의 허리를 조이면서 하체를 힘껏 밀어붙였다. 뜨거운 바다를 헤엄쳐 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서 타는 듯 한 갈증이 밀려왔다.

“좀 더 꽉 껴 않아 줘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김현미는 종현의 몸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으면서 힘겹게 속삭였다.

“이렇게 당신 품에 안긴 채 잠들고 싶군요.”

종현은 붉게 노을이 지고 있는 김현미의 뺨에 키스를 했다. 머리카락 몇 올이 얼굴을 가렸다. 그것을 끌어올리고 나서 입술을 더듬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김현미의 입이 벌어지면서 훅! 하는 뜨거운 훈풍이 퍼져 나왔다.

“참! 당신한테 해 줄 말이 있어. 당신도 요섭이 알고 있지?”

김현미에게 팔베개를 해주던 종현이 생각났다는 얼굴로 물었다.

“알고 있어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제 사진을 찍어 준분이잖아요.”

김현미는 종현의 팔을 앞으로 더 끌어 당겼다. 어깨 쪽의 팔에 머리를 얹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친구 말야. 며칠 후에 제주에서 세미나가 있는 모양이야.”

“제주에 오신다는 말씀이군요.”

“내가 하고 싶은 건 그 말이 아니고. 녀석이 내 핑계를 삼아서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오겠다고 하더군. 세미나도 참석하고. 친구들과 제주 바람도 쐬겠다 이거지.”

“알겠어요…….”

김현미는 말꼬리를 흐리며 문요섭의 얼굴을 떠 올렸다. 눈매가 날카롭고 입술이 얇은 얼굴로 카메라의 파인더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온갖 포즈를 취하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이상하게도 성적으로 조금도 흥분되지 않았다. 그의 이미지가 너무 차갑게 보여서 일거라고 생각하며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종현은 골프를 치겠다면서 일찍 호텔을 나갔다.  

김현미는 베란다에 돗자리를 깔고 수영복 차림으로 엎드려서 선탠을 했다.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풀어놓았던 브래지어를 걸치고, 그 위에 비치웨어를 걸쳤다.

    

“꽃 배달 왔습니다.”

문을 열자 꽃바구니를 든 이십대 청년이 서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약간 고수머리인 청년은 소매가 없는 흰색 러닝셔츠와, 허벅지 부분이 찢어진 청바지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들어 와요. 어디서 온 거죠?”

“네. 유영수 란 분이 보낸 겁니다.”

청년은 비치웨어를 입고 맨발로 서 있는 김현미를 보고 선뜻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유영수라면 사진작가로 남편의 친구다. 남편이 제주에 도착한 첫날을 택해 배달을 부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청년이 객실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면서 꽃바구니를 받았다.

“여기 싸인 좀 해 주시죠.”

쭈빗거리면서 객실 안으로 들어 온 청년이 청바지의 뒷주머니에서 인수증과 볼펜을 동시에 내밀었다.

“밖이 무척 더운 것 같은데 우선 뭣 좀 마시지 않겠어요?”

김현미는 그에게서 받은 인수증과 볼펜을 침대 옆에 있는 스탠드 밑에 놓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면서 미소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금방 가 봐야 하거든요.” 

“학생 이신가요?”

“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있군요. 제주에서 대학을 다니나 보죠? 그렇게 서 있지 말고 거기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이 것 좀 드세요.”

김현미는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야성적인 멋이 물씬 풍기는 청년에게서 원초적인 냄새를 느꼈다. 그 원초적인 채취는 김현미의 가슴속에서 출렁거리고 있는 성욕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었다. 청년에게 의자를 권하며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청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윽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여긴 친척집이고 집은 서울입니다.”

“나도 서울서 살고 있어요. 여긴 휴가를 왔죠. 그리고 남편은 골프를 치러 갔어요. 오후가 돼야 돌아오겠죠. 그렇지 않아도 혼자 심심해하던 참이었는데 잠깐 동안 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어요?”

김현미는 그에게 오렌지 주스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두 손으로 오렌지 주스를 받은 청년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객실 안은 서늘한데도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 많이 바쁘지는 않죠?”

“네……바……바쁜 거는 없지만.”

청년은 야성적으로 차려 입은 옷차림과 다르게 계집애처럼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자에 앉아서 무릎을 붙인 자세로 더듬거리며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그럼 잠깐 만 기다려 주실래요. 베란다에서 선탠오일을 바르고 햇볕을 쪼였더니 온 몸이 끈적끈적 거려서 견딜 수가 없군요. 금방 샤워 좀 하고 올게요.”

김현미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청년을 남겨 두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온 몸을 말끔히 씻어 내고 향내가 물씬물씬 풍기는 로션을 발랐다. 물기가 촉촉하게 배어 있는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쓸어 올렸다. 거울 속으로 길고 아름다운 목이 한껏 드러나 보였다. 가볍게 숨을 내쉬고 나서 눈처럼 휜 타월로 젖가슴부터 허벅지까지 두른 다음에 밖으로 나 갔다.

“훅!”

청년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다랗게 확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는 흩을지 않았다.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김현미는 보조개가 깊숙이 파이도록 미소를 지으며 청년 앞으로 갔다. 깊게 생각 해 볼 필요도 없이 청년은 동정이 분명했다. 그의 러닝셔츠를 벗기기 위해 양팔을 들어 올렸다.

“이……이러시면…….”

“괜찮아요.  우린 잠깐 친구가 되는 것뿐이라구요.”

김현미는 청년의 러닝셔츠를 벗겼다. 청바지의 지퍼 부분이 갑자기 불룩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청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허둥거리고 있었다.

“하지만……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요.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줄 테니까.”

창문 밖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내려 쬐고 있었다. 짙푸른 바다는 출렁거릴 때마다 순 백색의 촛농을 허공중으로 뿌려 됐다. 객실 안에는 뜨거운 침묵이 무겁게 고여 있었다. 그 침묵을 깨고 김현미는 젖가슴 위에 동여 맨 타월의 매듭을 풀었다. 순간 타월이 스르르 흘러내리면서 대리석으로 빗어 놓은 듯 한 그녀의 알몸이 찬란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청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김현미의 알몸이 코앞에 와 있는데도 떨고 있었다. 어느 틈에 팽팽하게 솟아올라 있던 청바지 자락도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날 믿어요. 날 믿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될 거예요.”

김현미는 청년이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청년은 동정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크기의 전율이 밀려왔다. 주체할 수 없는 전율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스스로 온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가……가겠어요.”

청년의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여기 누워 봐요……금방 날 이해하게 될 테니까.”

김현미는 청년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에 놀란 나머지 공포감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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