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90 14.변태 아내 (90/109)

00090  14.변태 아내  =========================================================================

                                    

14.변태 아내(5)

“후후후. 언니는 정말 좋으신 분이 틀림없는 것 같아요. 우리 제주시로 마사지 하러 갈래요? 내가 특별한 곳을 알고 있거든요?”

“특별 한 곳이라니?”

김현미는 김영혜의 말에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제가 차를 가져오겠어요. 아마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굉장히 멋지고 은밀한 곳이니까…….”

김영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김현미가 연상의 연인이다 되는 것처럼 팔을 잡아 일으켰다.

“멋지고 은밀한 곳이라면 꼭 가보고 싶군요.”

김현미는 김영혜가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아 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의 팔뚝에서 전해 져 오는 따뜻한 온기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들었다. 남편이 낮잠을 자고 있는 객실 베란다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김현미는 오랜만에 달게 잠을 잤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까 오후였다. 종현은 친구를 만나서, 밤이 깊어서 오겠다는 메모지를 남겼다. 

혼자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겠지…….

김현미는 가볍게 식사를 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하늘빛 블라우스에, 같은 색의 스커트를 입었다. 목에는 빨간 장미꽃이 한 송이가 수놓아져 있는 푸른색의 스카프를 맸다. 

좋은 날씨군. 이런 날씨가  된다면 제주에 눌러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호텔의 렌터카를 몰고 나와서, 일주도로 쪽으로 달리다 횡단도로 쪽으로 접어들었다. 횡단도로 양쪽으로는 삼나무가 일렬로 서 있었다. 삼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는 가슴이 확 트일 정도로 드넓은 목장 지대가 펼쳐졌다. 횡단도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의 허리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까 관리는 하지 않아서 허물어 져가는 휴게소 입간판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돌려서 휴게실로 들어갔다. 

너무 조용해…….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운 김현미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만 들려오는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너무 조용해서 유령의 성을 들어가는 기분이군.

낙엽이 뒹구는 풀장 안에 가득 쌓여 있는 낙엽과 쓰레기들. 처마 밑에 겹겹이 쌓여 있는 의자. 천이 찢겨 나간 비치파라솔. 커피숍. 휴게실. 방갈로. 화장실. 관리 사무실 등의 방향표가 보였다. 그 안에 인공적으로 파 놓은 작은 연못도 있었다. 중앙에 분수대가 있는 연못에는 수련이 둥둥 떠 있었다. 

금방이라도 유령이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은 넝쿨장미 가 흐드러지게 핀 길로 접어들면서 풀어졌다.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오솔길 양쪽에는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넝쿨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어머나!”

장미향에 취해서 춤이라도 출 것 같은 기분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오솔길을 걸었다. 첫 번째의 방갈로를 지나갈 때였다. 갖가지 잡목이 우거진 숲에서 사내 한 명이 불쑥 나타났다. 김현미는 깜짝 놀라며 뒷걸음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사내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 보여서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왜 그러시는 거죠?”

김현미는 발이 얼어붙은 것 같은 기분 속에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십대로 보이는 사내의 체구는 엄청나게 컸다. 얼굴 전체에는 수염이 텁수룩하게 나서 영화에서 본 임꺽정을 연상케 했다. 그만큼 거대한 체구의 눈빛이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가……가까이 오지 마세요!”

사내는 낡아서 번들번들 거리는 청바지에, 소매가 없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몸에 꽉 조이는 티셔츠 위로 는 단단한 가슴의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파들파들 떨고 있는 김현미의 알몸을 감상하는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소릴 지르겠어요!”

김현미는 바람소리와, 새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산 속에서 소리를 질러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 보여서 그렇게라도 말을 하지만 그냥 주저앉고 말 것 같았다.

사내는 파랗게 질린 김현미가 도망을 치려고 허리를 비트는 것을 보고도 숲 속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그녀가 허리를 비틀면서 드러나는 우윳빛 젖무덤은 놓치지 않았다.

“가……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사내가 굴참나무 밑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본 김현미는 용기가 생겼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뒷걸음을 쳤다.

김현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것을 본 사내는 굴참나무 밑에서 나왔다. 그리고 성큼성큼 김현미 앞으로다가 갔다.

“자……잘못했어요.”

사내가 어깨에 뭍은 풀잎을 때어내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본 김현미는 그 반대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사내의 엄청난 체구를 바라보며 무조건 용서를 빌었다.

사내는 말이 없었다. 김현미 옆으로 바짝 다가서서, 무조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순간 김현미는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끼며 혀가 굳어 버렸다. 소리를 질러봐야 사내를 더 자극시키는 결과 밖에 오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김현미를 번쩍 들어 올린 사내는 가볍게 어깨에 떠 멨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서 자신이 서 있던 굴참나무 밑으로 갔다.

사……살려 주세요.

김현미는 용서를 빌고 싶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사내는 김현미를 굴참나무 앞에 세웠다. 이어서 숨을 멈출 사이도 없이 그녀의 스커트를 휙 끌어올렸다. 순간 그녀의 곱게 뻗은 허벅지가 훤히 들어 나면서, 순백색의 흰 피부 중앙을 가리고 있는 검은색 팬티가 드러났다.

사내는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의 팬티를 노려보았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가회를 노려보며 여유 있게 청바지의 벨트를 풀었다. 지퍼를 쭉 내리자마자 돌처럼 굳어 있는 심벌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왔다.

“헉!”

김현미는 다시 한 번 정신이 아늑해 지는 것을 느꼈다. 사내가 팬티를 내리는 순간 모습을 드러낸 심벌이 엄청나게 컸기 때문이다.

그녀의 팬티를 벗긴 사내는 두 손으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김현미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두 팔로 감으며 머리를 기댔다.

“악!”

사내는 아무런 전희도 없었다. 잔뜩 경직되어 있는 동굴 속으로 무조건 거대한 물건을 집어넣었다. 김현미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기분 속에 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었다. 살 속 깊숙이 파고 들어온 그의 심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축 늘어지면서 다시 목을 껴안았다.

“옷을 입어요.”

사내가 섹스를 하는 동안 김현미는 숨 한번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 속에 아스라한  쾌감이 실낱같이 피어올랐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사내가 하체를 꽉 밀어붙인 채, 호수로 뜨거운 물을 품어대듯 한참 동안 배설을 하고 나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현미는 험상궂게 생긴 그의 얼굴에서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가 퍼져 나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발목에 걸린 팬티를 끄집어 올렸다.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줄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아름다웠던 것이 죄입니다.”

사내는 부드럽게 속삭이며 울고 있는 김현미를 살며시 껴안았다. 김현미는 그의 품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얼얼하게 전해져 오는 통증 속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지 마십시오.”

사내는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않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김현미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얼굴로 손을 가리고 다시 흐느껴 울었다.

그는 김현미의 어깨에 손을 얹은 다음에 조용하게 등의 곡선을 따라 쓰다듬어 내렸다. 김현미는 그의 팔이 무겁게 와 닿는 것을 느끼며 허리를 비틀었다.  

“저 쪽에 내 방이 있습니다. 그 쪽으로 가시겠습니까?”

사내가 김현미의 등을 어루만지며 눈물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김현미는 쉽게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낯모르는 사람과 섹스를 처음 해 본 것은 아니다. 당장 제주에 올 때만 해도 훼리호에서 백건섭에게 몸을 맡겼었다. 그러나 그 경우는 지금과 틀렸다.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때문에 그떼는 강간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 이제 눈물을 그치고 내 방으로 갑시다.”

사내는 김현미가 눈물을 그치도록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을 밑으로 내렸다. 스커트로 가려진 엉덩이를 살짝살짝 쥐었다 놓는가 했더니, 갈라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지압을 하는 것처럼 자극했다. 그때서야 김현미는 욕망의 물결이 살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그쳤다.

“내 방에 가면 편안해 질 수 있을 겁니다.”

사내가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김현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 내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입에서 산더덕 냄새가 풍긴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사내는 김현미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천천히 어깨를 휘어 감았다. 그리고 산책을 나온 연인 같은 몸짓으로 숲 속에 있는 방갈로로 데리고 갔다.

방갈로는 통나무로 지어진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그림처럼 지어져 있었다. 그러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폭풍우라도 몰아 쳐 오면 허물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잡초가 드문드문 나 있는 마당 한 쪽에는 얼룩무늬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색 포장 끈에 묶여 있는 강아지는 평범한 재래종이었다.

“누추합니다.”

김현미가 방갈로 들어가자. 사내는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의자와 테이블을 옆으로 치우고 구석에 있는 상자 안에서 이불을 가져 왔다. 그 동안 김현미는 밀랍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사내 역시 김현미를 바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결정 된 운명에 순응하고 있는 목자의 모습 같았다.

“여기 누우십시오.”

사내는 부드럽게 말하고 나서 곧 문을 닫았다. 창문이 작은 방갈로 안은 이미 어두컴컴해 졌다. 

김현미는 지금까지와 또 다른 기분으로 그가 시키는 대로 담요 위에 누웠다. 조용히 눈을 감은 순간 그의 손길이 와 닿는 것을 느꼈다. 그는 결코 서둘지 않았다. 부드럽게 더듬는 손길에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던 욕망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가슴 저 밑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그 어떤 감정을 지그시 누르며 김현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윽고 김현미의 얼굴이 붉게 복숭아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김현미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가만히 누워서 그의 감촉을 받아 드렸다. 그러다가 부드럽지만 엉성한 솜씨로 블라우스를 들추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스커트 속에 들어 가 있는 란제리를 빼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맨살에 와 닿는 그의 투박한 감촉을 느끼는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눈을 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떴다 가는 이 모든 것이 깨져 버리고 꿈속에서 벗어나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내 아랫배를 더듬던 손을 뺐다. 그리고 손가락만을 이용해 블라우스의 단추를 따기 시작했다. 그가 단추를 여는 동안 김현미는 그의 손길에 몸에 닿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옷을 벗기는 부분에만 신경을 집중 시켰고, 다른 부분에는 손끝도 닿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러한 조심성이 김현미를 더 극한 전율 속으로 몰고 갔다.

김현미는 그가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 할 수가 없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 속에 블라우스가 활짝 벌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스커트의 후크를 땄다. 스커트의 후크를 딸 때도 그는 밖에서처럼 경박스럽게 스커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거나, 더 심하게 팬티 속에까지 손을 집어넣지 않았다. 한 쪽 손의 손가락을 이용해. 스커트의 단을 잡아당기는가 하면. 다른 손가락으로 후크를 반대 방향으로 밀었다가 소리 나지 않게 열었다.

그가 뒷걸음을 치면서 스커트를 발목 밑으로 끌어 내렸다. 김현미는 발뒤꿈치를 들어서 스커트가 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 날 수 있도록 도왔다. 스커트가 벗겨져 나가고, 블라우스가 활짝 벌어진 상태로 누워 있는데도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언가 끊임없이 짓누르고 있는 기분 속에 온 몸이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말 좀 해 주세요…….”

김현미는 신비를 간직한 사내 앞에서 눈을 뜨지 않았다. 그가 너무나 엄숙하게 옷을 벗기고 있어서 가슴이 터져 나 갈 것 같아 개미만 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나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현미의 반라를 보고도 조금도 흥분하지 않는 것처럼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어디선가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울음소리는 무척 선명하게 들려왔다. 매우 먼 거리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 같은 것은 분명한데 가슴이 아려왔다. 

김현미는 다시 이유를 알 수 없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어깨 뒤로 손을 넣는 순간 귀밑으로 흘러가던 눈물이 방향을 바꾸어 턱 밑으로 떨어졌다.

그가 블라우스를 벗겼다.  

그 다음은 란제리를 벗길 차례였다. 그의 양손이 자신의 양쪽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 이어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수도승이나, 의사 같은 표정으로 김현미의 양팔을 들었다. 란제리의 끝을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집어서 꽃뱀의 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위로 벗겨 버렸다. 그것을 잘 접어서 의자 위에 얹어 놓았던 블라우스 위에 놓았다. 

김현미는 하프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그 탓에 앞에서 브래지어를 열 개 되어 있었다. 그것을 모르는 사내는  그녀의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브래지어의 중앙에는 눈의 입자 같은 무늬가 들어 있었다. 그 눈 무늬는 가는 그물로 레이스 쪽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 탓에 젖꼭지는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물막 사이로 대나무 속껍질처럼 흰 젖무덤이 드러났다. 

그의 손끝이 젖가슴 사이의 맨살에는 닿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맨살에 닿지 않으려고 노력이나 하듯이 손끝을 이용해서 브래지어를 열었다. 순간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김현미의 젖가슴이 고무줄이 퉁기는 것처럼 하늘로 향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김현미는 언제부턴가 새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새 울음소리가 언제부터 들리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금 전부터 들리지 않았던 같기도 하고, 그가 란제리를 벗길 때부터 들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젖무덤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치 공작의 꼬리 깃털을 이용해서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있는 것 같아서 꽃잎이 촉촉하게 젖어갔다.

검은색 브래지어를 접어서 란제리 위에 올려놓은 그는 김현미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서 담요 위에 눕혔다. 그리고 엉덩이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팬티는 브래지어와 세트로 된 것이다. 그 탓에 검은색 팬티도 가장자리에 레이스가 달려 있었고, 꽃잎이 있는 부분에는 눈 모양의 입자로 가려져 있었다. 틀린 것이 있다면 그물막 사이로 팬티와 같은 색의 음모가 삐져나와 있다는 점이었다.

김현미가 알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의 입술에 틈이 생겼다. 그 사이로 뜨거운 태풍 같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나신이 되어 있는 김현미의 부드럽게 따뜻한 알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사내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김현미는 몸이 꿈틀거리는 것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의 입술이 배꼽에 와 닿을 때는 벌떡 일어나서 그의 목을 껴 않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그 충동은 거의 절대적이 것이어서, 충동을 참으려고 하니까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사내는 자신도 빠른 시간에 알몸이 됐다. 지금까지 김현미의 옷을 벗길 때는 의식을 치르는 수도승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옷을 벗을 때는 격정에 떨면서 옷을 벗었다. 마치 풀장을 눈앞에 두고 뛰어 들려는 소년이 서둘러 옷을 벗는 것처럼 벗어버렸다.

김현미는 그의 몸이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쾌감에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왜 내가 이렇게 흥분의 극을 달려야 하는 점을 이해 할 수가 없어서 더욱 격정적으로 떨었다. 그는 부드럽고 고요한가 하면. 돌풍처럼 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지극히 섬세한 몸짓으로 온 몸의 세포를 더듬었다.

언제 그가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조여 앉았는지, 묵직하고 육중한 힘으로 하체를 짓눌렀는지, 그리고 언제 넘치도록 정액을 쏟아 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인 것 같으면서 먼 길을 힘겹게 뛰어 온 것 같은 생각밖에 들리지 않았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문지르며 눈을 감고 있으려니 다시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누워 있던 그가 다시 강철같은 다리로 휘어 감아왔다. 손으로는 젖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것도 잠깐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희롱을 하는 가 했더니 혀끝으로 놀리기 시작했다. 김현미는 그의 젖꼭지가 그의 혀끝에 유린당할 때마다 흠칫흠칫 놀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날개를 단 새가 되어서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김현미는 섹스 끝에 평화스러운 안식 속에 잠겨 본적이 없었다. 땀을 흘리며 섹스를 한끝에 달려오는 것은 언제나 갈증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달려온 갈증이 매달리면 잠의 여신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사내와 섹스를 한 다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해 치우고 말았다는 만족감이 찾아오는 것 같은가 하면. 소나기를 피해 집으로 들어와서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을 때의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섹스가 끝난 다음에 많은 남자들은 담배를 피운다. 김현미의 남편 종현도 섹스가 끝난 다음에 담배를 피우고, 영화나, 소설의 섹스 장면이 끝날 때는 으레것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묘사되었다.

사내는 두 번째 열과 땀을 쏟고 나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널 사랑해. 만족했어? 우리 술 한 잔 할까? 따위의 섹스 뒤에 오는 원초적인 말도 하지 않았다. 김현미가 이상하게 생각 될 정도로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김현미는 사내가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의 얼굴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섹스 후에 말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석고로 빗어 놓은 것처럼 굳어 있었다. 손을 뻗어서 그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면서 침을 삼켰다.

무얼 생각하고 있지. 내가 너무 쉽게 문을 열어 주어서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수동적이어서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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