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2 14.변태 아내 =========================================================================
14.변태 아내(7)
사내는 잠시 바위 위쪽을 살펴봤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고 어둠 속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찾아냈다. 계단을 오르듯이 한 발을 들어올리며 김현미의 손을 끌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바위는 모나거나, 날카롭지 않았다. 하나 같이 둥그스름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겹겹이 쌓여 있는 바위 밑으로는 벼랑이었다. 파도가 몰아쳤다.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하얀 거품이 허공중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보고 김현미가 물었다.
“괜찮을 거야.”
그는 뒤 돌아서서 김현미가 편하게 올라 올 수 있도록 어깨를 감싸 않고 끌어 당겼다.
몇 개의 바위에 올라서자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다. 그 뒤에는 완만한 경사를 지닌 바위가 누워 있었다. 폭풍우가 일 때는 거기까지 파도가 몰아쳤었는지, 어둠 속으로 스티로폼으로 된 부표와, 그물 따위가 엉켜 있는 것이 드러났다. 그 뒤에는 신기하게도 해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인, 질경이 종류의 풀들이 잔디처럼 깔려 있었다.
“멀리 왔군요.”
호텔의 불빛이 멀리로 보였다. 잠깐 동안 걸어왔는데도 먼 거리를 왔다고 생각한 김현미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김현미는 바다 쪽에서 부는 바람에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그를 바라봤다.
“밤이라 멀어 보이는 것 뿐 일거야.”
그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파카를 벗었다. 파카의 깃을 잡고 질경이 풀이 있는 자리를 몇 번 털었다. 이어서 풀 밭 위에 파카를 깔았다.
“여기서…….”
김현미는 그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았다. 그러나 호텔의 불빛이 보이는 곳에서 하기는 싫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편이 곁에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등이 아프지는 않을 거야.”
그의 눈빛은 부드럽지 않았다. 열에 들떠 있는 사람처럼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알겠어요.”
김현미는 어둠 때문에 그의 눈빛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겁게 와 닿는 목소리에서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당연히 그의 눈빛도 붉게 타오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파카 위에 누웠다.
그의 머리 위로 흐린 하늘을 버티고 서 있었다. 흐릿하게 흘러가는 구름이 보였다. 파도가 밀려와서 벼랑을 때리고 가는 소리가 발끝에서 들여오기도 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하늘도 알지 못할 거야.”
그는 김현미의 무릎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스커트를 아랫배 위에까지 끌어 올렸다. 앙증스러운 천 쪼가리가 꽃잎을 가린 채 푸른색을 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숙여 팬티를 끄집어 내리고. 그 부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벌떡 일어섰다.
김현미는 흐릿한 하늘에 얼굴을 묻고 서 있는 그가 반바지의 지퍼를 여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상하게도 몸이 뜨거워지지 않았다. 숨을 죽이며 그가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는 바지를 벗지 않았다. 지퍼 사이로 물건을 내놓은 상태에서 몸 위로 올라왔다. 아무런 전희도 없이 그의 몸이 살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꽃잎 속에 들어와 있는 그의 심벌은 단단해져 있지 않는 상태였다. 그는 깊숙이 삽입하려 들지 않았다. 절반 정도 뿌리를 박은 채 몸을 바르르 떨었다. 순간 그의 심벌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김현미는 사내의 심벌이 꽃잎을 가득 채우는 순간 아스라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가늘게 숨을 내 쉬었다. 기분 좋은 통증이었다.
어서…….
사내는 심벌을 깊숙이 넣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꽃잎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심벌도 쿨럭쿨럭 숨을 쉬는 것처럼 거칠게 떨었다. 그런 감촉이 김현미의 항문을 움찔움찔 거리게 만들었다.
어……어서요!
김현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뜨겁게 부르짖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조금 비틀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엄청난 쾌감이 우박처럼 온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으……으음!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야릇한 쾌감이었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야생마처럼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따라서 쾌감도 정신없이 춤을 추면서 바닷바람을 뜨겁게 녹여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종축장에 들어서는 암말을 보는 숫말처럼 거친 콧김을 내 품으며 규칙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너……너무 좋아요!
김현미는 온 몸이 녹아드는 듯 한 쾌감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가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상체를 흔들면서 이를 악물었다.
김현미가 일그러진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본 사내는 속도를 늦췄다.
기차처럼 맹렬하게 달려오던 쾌감이 주춤거리는 가 했더니, 그의 몸짓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쾌감도 조금 전과 다르게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부드럽게 밀려왔다. 해변 끝자락에서 파도가 출렁거리는 순간 쾌감은 온 몸을 고르게 적시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허……헉!
김현미는 뜨겁게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숨을 참느라 달빛 아래 하얀 이를 내 보이며, 꽃잎에 힘을 주었다. 이어서 그의 심벌이 조여지는 것을 느꼈다.
사내는 자신의 살을 빠듯하게 조여 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김현미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정상을 눈앞에 둔 마라토너처럼 있는 힘을 다 하여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느낌과 다르게 정상은 바로 코앞에 있었다. 결승선에 닿자마자 엎어지면서 거친 숨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김현미는 사내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남편이 이렇게 했다면 더 해달라고 속삭이거나. 스스로 남편을 자극하여 만족에 도달할 때까지 유도를 했을 것이다.
조……조금만 더 해 줘요…….
하지만 사내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사내는 어딘지 모르게 당당해 보였다. 따라서 쉽게 범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목이 말랐다. 목이 말라 오면서 온 몸의 실핏줄을 흔들고 있는 쾌감이 가슴 깊은 곳으로 뭉쳐지는 것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안타깝게 부르짖었다.
제발! 조금만 더.
김현미가 마음속으로 그토록 열망했지만, 사내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김현미는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자궁이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사내는 끔쩍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조수에 밀려가는 말미잘처럼 그의 살을 조이며 몸을 흔들었다. 그래도 사내는 기척을 하지 않았다.
아……안돼!
김현미는 어쩌면 사내가 그냥 일어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 불안감은 순식간에 온 몸을 불덩이처럼 뜨겁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만약 이대로 사내가 일어 서 버린다면 거리로 뛰쳐나가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나 만나서, 나 좀 어떻게 해 달라고 눈물을 터트릴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빨리 움직여 주기를 기다리면서 엉덩이를 위로 치켜올렸다.
“헉!”
김현미가 엉덩이를 위로 치켜올리는 순간 사내는 거친 숨을 터트렸다. 이어서, 김현미 속에 들어가 있는 심벌이 조금 전 보다 훨씬 부드러워 졌는가 하면, 말랑말랑 해 졌다는 것을 느꼈다.
정액과, 꿀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는 꽃잎 속에 들어 가 있는 심벌이 늘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 사내는 김현미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파카의 지퍼를 열지 않고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뜨겁고 매끄러운 살결을 기어 올라가서 불처럼 뜨거운 젖가슴을 움켜쥐는 순간, 늘어져 있던 심벌이 장작처럼 굳어져 버렸다.
마……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김현미는 꽃잎 속에 들어 와 있는 심벌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심벌이 굳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거라는 생각에 수축 작용을 하며 천천히 엉덩이를 옆으로 흔들었다.
허……헉!
사내는 다시 가슴을 꽉 채우고 있는 성욕을 터트려 보고 싶은 욕망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발끝에서부터 소용돌이치며 밀려온 흥분이, 온통 한 곳으로 집중되어서 그녀의 살 속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김현미는 사내가 조금 전 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자 마침내 입을 열고 말았다. 초조와 긴장이 사라지면서 기쁨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두운 밤바다에 것 잡을 수 없는 신음 소리를 날려 보내며 찰거머리처럼 눌어붙었다.
아!…….
사내가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런 감촉이 더 큰 쾌감을 던져 주었다. 지금 것 남자를 받아들이면서 이처럼 꽃잎이 활짝 열렸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사내는 밑에서 들려오는 김현미의 신음 소리를 즐겼다. 즐기는가 하면 가학적으로 학대를 했다. 김현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려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고통을 참느라 턱을 잔뜩 치켜올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또 다른 전율과 흥분을 동반시키는 것 같았다.
“헉! 헉! 헉!”
김현미는 울었다.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으나. 기묘한 울음소리를 토해 내며 그의 온 정렬을 삼켜 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매달려서 몸부림을 쳤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그가 힘없이 가슴 위로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욕망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어서 그의 허리를 꽉 끼고 있던 팔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렸다.
사내는 하늘을 향해 덜썩 누웠다. 고개를 돌려 김현미를 봤다. 김현미도 숨을 고르며 가운이 빠진 얼굴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다시 하늘을 봤다. 조금 전 까지 보이지 않던 달이 보였다. 서서히 흘러온 구름이 달빛을 가리는 가 했더니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둘은 그렇게 입을 다물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반바지를 입고 있는 상태였고, 김현미의 하체는 벗겨진 채 스커트가 배꼽 위로 올라 가 있었다. 그 위에 입은 파카는 지퍼가 열려 있지도 않았다.
구름이 달빛을 벗어나면서 그녀의 하체 위로 은가루 같은 달빛이 떨어졌다. 바다 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불어온 바람은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미세하게 펄렁이게 만든 다음에 육지 쪽으로 도망 쳐버렸다.
한참 만에 사내는 일어나 앉았다. 김현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다음에 치켜 올라간 스커트를 밑으로 내려 주었다. 옆에 있는 팬티를 가져다 그녀 손에 쥐어 둔 다음에 일어섰다. 지퍼 밖으로 나와 있는 심벌을 집어넣고 담배를 입에 물며 그녀 옆에 앉았다.
김현미는 사내가 건네준 팬티를 건성으로 잡은 채 하늘을 봤다. 달빛이 유난히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이처럼 밝은 달빛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바람도 초저녁과 다르게 성가시지 않았다. 코끝을 스쳐 가는 소금기 베인 바다 바람이 부드럽기만 했다.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았어……
하체에서 아리하게 전해져 오는 기분 좋은 통증을 음미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온 몸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아서였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달빛 사이로 푸른 연기를 내 품어 내며 바다를 보고 있었다. 무척이나 외롭고 고독해 보였다.
“일어서야지…….”
사내가 목이 쉰 듯 한 목소리로 말하며 김현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김현미의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담배 좀…….”
김현미는 일어나 앉았다. 하체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느낌 속에 사내에게 손을 내 밀었다. 사내가 피우던 담배를 건네주었다. 김현미는 연거푸 두 모금을 빨고 나서, 그에게 도로 담배를 주었다.
“난 처음이 아냐. 그렇다고 많은 여자들을 상대했다는 것도 아냐…….”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거예요?”
“하지만 처음인 것이 있어. 당신하고의 섹스는 정말이지 완벽한 거 같았어.”
김현미는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러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돌아앉아서 팬티를 껴입었다.
“섹스의 기쁨은 남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어. 여자도 같이 즐겨야 되지. 그렇기 때문에 같이 끝냈을 때가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세상의 남자들은 그렇지 않지.”
사내는 김현미를 바라보지 않았다. 달빛을 반사시키고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요. 맞는 말이죠. 당신은 만족 했나요?”
김현미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갈증 섞인 목소리로 반문했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들 정도야.”
사내는 입술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김현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 주었다.
“당신은 항상 다른 여자들에게도 이렇게 해 주시나요?”
그의 입에서 굴참나무 잎 냄새가 났다. 김현미는 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며 물었다. 문득 남편에게 프랑스 여자들에게는 어떻게 해 주냐고 묻던 것이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호텔을 바라보았다. 호텔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아득히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겨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하고는 거의 동시에 끝났어. 그만 일어서지…….”
사내는 말하기 싫은 것을 괜히 말했다는 표정으로 김현미를 일으켜 세웠다. 이어서 자신의 파커를 툭툭 털어서 껴입었다.
“방갈로에는 언제 올 거야?”
바위를 내려와서 호텔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사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길을 걷다가 계단 앞에서 자신은 옆길로 가겠다고 말하고 나서 물었다.
“생각이 나면 언제든 가겠어요.”
“항상! 기다리고 있겠어.”
“네…….”
김현미는 뒷걸음치는 그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그를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밤이면 남편이 객실을 지키고 있는 이상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는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서 이내 돌아섰다. 그리고 발이 빠지는 모래밭을 힘 있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예요?
김현미는 갑자기 어쩌면 사내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엄습해 왔다. 이름이라도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세웠다. 하지만 말은 입 밖으로 새 나오지 않고 목 깊숙이 잠겨 들어 버렸다.
이상해…….
그의 모습이 어둠 속에 완전히 잠겨 버릴 때까지 김현미는 계단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과 동시에 무릎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잠깐 휘청거리면서 계단에 앉았다. 자궁 속에 흘러 들어간 정액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턱을 치켜올리고 하늘을 봤다.
혹시! 임신이 된 것이 아닐까?
김현미는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단 한 번도 임신에 대한 걱정을 해 본적이 없었다. 독신주의를 꿈꾸던 남편은 일찍 정관 수술을 했다. 그 밖의 남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임신에 대한 우려감 보다는, 섹스를 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 잡혀 몸을 떨었을 뿐이었다.
그래……임신이 된 것이 틀림없어.
그녀는 섹스를 한 후에 이처럼 자궁이 꿈틀거려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했다. 그리고 젊고 건강한 여자면 언제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아이를 같다니…….
그녀는 그가 사라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달빛이 고고하게 내려앉고 있는 빈 해변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사내가 빈 해변에 서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눈을 깜빡거리면 그의 모습이 달빛에 녹아 버릴 것 같았다. 눈을 깜박거리지 않고 상상 속에 서 있는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노라니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럴 수는 없어…….
김현미는 임신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틀렸다. 여자의 직감이라고나 할 까. 임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