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5 15.남편의 친구를 탐하는 아내 =========================================================================
15.남편 친구를 탐하는 아내(1)
김현미는 정열적이면서도 위험을 벗어 날 수 있는 여자다. 남편은 자신이 프랑스에 출장 가 있는 동안 그녀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자신도 프랑스에서 많은 여자들, 프랑스 여자는 물론이고 미국 여자를 비롯해서, 영국 여자, 그리고 일본 여자나 베트남 여자. 심지어는 아프리카에서 유학을 온 여자와도 한 동안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현미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김현미 역시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 해서 자신에 대한 사랑에 금이 갔을 거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상상에 맡기겠어요.”
“당신은 섹스의 기쁨을 알고 있어. 나를 압도하고 있을 정도야.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그런데도 스스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지?”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에게 진정한 섹스의 기쁨을 배웠어요. 그런 면에서는 당신은 나의 스승과도 같아요. 하지만 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그 뭐라고 할까?……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그 어떤 형상이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느껴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 지는 잘 모르겠어요.”
“섹스는 섹스 일 뿐이야. 서로 만족을 얻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 당신 혹시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겠지?”
“오! 여보. 제발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랑을 확인하려 들지도 마세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난 주저 할 것도 없이 당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김현미는 남편의 목을 껴안았다. 입술을 더듬어 뜨겁고 긴 키스를 했다. 어느 사이에 천장을 향해 우뚝 서 있는 그의 심벌을 슬슬 쓰다듬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섹스는 단순하게 만족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그 행위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을 거란 점이에요. 이론으로 정립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나는 궁금한 거라구요.”
“물론 동물처럼 종족 번식을 위한 섹스가 아닌 이상 정신적인 것이 개입되겠지. 이를테면. 사랑의 감정이라든지. 헌신의 감정. 그리고 서로의 만족을 향유하고 싶은 공감대 같은 것이 스며 있겠지.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은 그 점이 아닌가?”
“당신이 어떤 말을 하려는 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섹스 그 행위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행위 속에서 그 무엇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무엇을 알 수 없어요.”
김현미는 남편의 심벌을 쓰다듬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았다, 푸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음……그래요. 난 아직 멀었다는 거예요. 당신의 아내로. 당신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려면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 참! 이해 할 수 없는 여자지요?”
“아냐. 그 말을 듣고 보니 당신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 나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 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잘 하고 있어. 난 당신하고 섹스를 할 때만 진정한 섹스의 기쁨을 느껴. 다른 여자들에게서는 그저 만족을 얻을 뿐이지만 말야.”
“고마워요. 당신이 나를 그렇게 이해 해 주니까. 나는 당신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겠군요. 당신도 그런 나를 이해 해 주고 도와 주실 거죠?”
“당신을 사랑해.”
남편은 김현미의 바다와 같이 끝없는 사랑에 감격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는 그녀의 손을 끌어 당겨 힘껏 포옹을 했다.
“저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요.”
김현미는 다리를 들어서 그의 허리를 조이면서 하체를 힘껏 밀어붙였다. 뜨거운 바다를 헤엄쳐 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서 타는 듯한 갈증이 밀려왔다.
“좀 더 꽉 껴 않아 줘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김현미는 남편의 몸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으면서 힘겹게 속삭였다.
“이렇게 당신 품에 안긴 채 잠들고 싶군요.”
남편은 붉게 노을이 지고 있는 김현미의 뺨에 키스를 했다. 머리카락 몇 올이 얼굴을 가렸다. 그것을 끌어올리고 나서 입술을 더듬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김현미의 입이 벌어지면서 훅! 하는 뜨거운 훈풍이 퍼져 나왔다.
“참! 당신한테 해 줄 말이 있어. 당신도 요섭이 알고 있지?”
김현미에게 팔베개를 해주던 남편이 생각났다는 얼굴로 물었다.
“알고 있어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제 사진을 찍어 준분이잖아요.”
김현미는 남편의 팔을 앞으로 더 끌어 당겼다. 어깨 쪽의 팔에 머리를 얹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친구 말야. 며칠 후에 제주에서 세미나가 있는 모양이야.”
“제주에 오신다는 말씀이군요.”
“내가 하고 싶은 건 그 말이 아니고. 녀석이 내 핑계를 삼아서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오겠다고 하더군. 세미나도 참석하고. 친구들과 제주 바람도 쐬겠다 이거지.”
“알겠어요…….”
김현미는 말꼬리를 흐리며 문요섭의 얼굴을 떠 올렸다. 눈매가 날카롭고 입술이 얇은 얼굴로 카메라의 파인더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온갖 포즈를 취하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이상하게도 성적으로 조금도 흥분되지 않았다. 그의 이미지가 너무 차갑게 보여서 일거라고 생각하며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은 골프를 치겠다면서 일찍 호텔을 나갔다.
김현미는 베란다에 돗자리를 깔고 수영복 차림으로 엎드려서 선탠을 했다.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풀어놓았던 브래지어를 걸치고, 그 위에 비치웨어를 걸쳤다.
“꽃 배달 왔습니다.”
문을 열자 꽃바구니를 든 이십대 청년이 서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약간 고수머리인 청년은 소매가 없는 흰색 러닝셔츠와, 허벅지 부분이 찢어진 청바지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들어와요. 어디서 온 거죠?”
“네. 유영수 란 분이 보낸 겁니다.”
청년은 비치웨어를 입고 맨발로 서 있는 김현미를 보고 선뜻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유영수라면 사진작가로 남편의 친구다. 남편이 제주에 도착한 첫날을 택해 배달을 부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청년이 객실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면서 꽃바구니를 받았다.
“여기 싸인 좀 해 주시죠.”
쭈빗거리면서 객실 안으로 들어 온 청년이 청바지의 뒷주머니에서 인수증과 볼펜을 동시에 내밀었다.
“밖이 무척 더운 것 같은데 우선 뭣 좀 마시지 않겠어요?”
김현미는 그에게서 받은 인수증과 볼펜을 침대 옆에 있는 스탠드 밑에 놓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면서 미소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금방 가 봐야 하거든요.”
“학생이신가요?”
“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있군요. 제주에서 대학을 다니나 보죠? 그렇게 서 있지 말고 거기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이 것 좀 드세요.”
김현미는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야성적인 멋이 물씬 풍기는 청년에게서 원초적인 냄새를 느꼈다. 그 원초적인 채취는 김현미의 가슴속에서 출렁거리고 있는 성욕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었다. 청년에게 의자를 권하며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청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윽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여긴 친척집이고 집은 서울입니다.”
“나도 서울서 살고 있어요. 여긴 휴가를 왔죠. 그리고 남편은 골프를 치러 갔어요. 오후가 돼야 돌아오겠죠. 그렇지 않아도 혼자 심심해하던 참이었는데 잠깐 동안 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어요?”
김현미는 그에게 오렌지 주스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두 손으로 오렌지 주스를 받은 청년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객실 안은 서늘한데도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 많이 바쁘지는 않죠?”
“네……바……바쁜 거는 없지만.”
청년은 야성적으로 차려 입은 옷차림과 다르게 계집애처럼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자에 앉아서 무릎을 붙인 자세로 더듬거리며 김현미를 바라보았다.
“그럼 잠깐 만 기다려 주실래요. 베란다에서 선탠오일을 바르고 햇볕을 쪼였더니 온 몸이 끈적끈적 거려서 견딜 수가 없군요. 금방 샤워 좀 하고 올게요.”
김현미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청년을 남겨 두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온 몸을 말끔히 씻어 내고 향내가 물씬물씬 풍기는 로션을 발랐다. 물기가 촉촉하게 배어 있는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쓸어 올렸다. 거울 속으로 길고 아름다운 목이 한껏 드러나 보였다. 가볍게 숨을 내쉬고 나서 눈처럼 휜 타월로 젖가슴부터 허벅지까지 두른 다음에 밖으로 나 갔다.
“훅!”
청년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다랗게 확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는 흩을지 않았다.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김현미는 보조개가 깊숙이 파이도록 미소를 지으며 청년 앞으로 갔다. 깊게 생각 해 볼 필요도 없이 청년은 동정이 분명했다. 그의 러닝셔츠를 벗기기 위해 양팔을 들어 올렸다.
“이……이러시면…….”
“괜찮아요. 우린 잠깐 친구가 되는 것뿐이라구요.”
김현미는 청년의 러닝셔츠를 벗겼다. 청바지의 지퍼 부분이 갑자기 불룩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청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허둥거리고 있었다.
김현미는 세면을 할 때는 거의 알몸으로 하는 버릇이 있었다. 남편도 습관이 비슷했다. 욕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알몸으로 세면을 하거나 머리를 감는 편이었다.
김현미는 손바닥만 한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세면대 앞에 섰다. 유난히 음모가 무성한 탓에 레이스가 달린 가랑이 사이로, 몇 가닥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 뿐이 아니고 팬티는 투명한 비단 천으로 되어 있어서 까만 음모며, 엉덩이의 갈라진 부분까지 훤하게 드러났다.
남편은 문턱에 기대어 칫솔에 치약을 짜 넣고 있는 김현미의 알몸에 가까운 육체를 감정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김현미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젖꼭지가 하늘로 치켜 올라간 젖가슴이 조용히 물결을 치고 있었다.
김현미는 치약을 바른 칫솔을 들고 거울 앞으로 얼굴을 내 밀었다. 거울 속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일곱 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서둘 것은 없어.”
남편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 품고 나서 팔짱을 꼈다. 팔짱을 낀 채 다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몇 분이나 나오시는 거예요?”
김현미는 남편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조용히 율동을 하는 젖가슴이 스스로가 생각해도 아름다웠다. 문득 폐허가 된 방갈로에서 본 사내의 얼굴이 생각났다. 턱수염이 젖가슴을 찌를 때는 매우 따가웠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단단한가 하면 무척이나 뜨거웠었다. 젖꼭지를 입술로 물고 혀로 빙빙 돌려주던 것이 떠오르면서 젖꼭지가 단단하게 돌기되는 것을 느꼈다.
“당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 음반 회사를 하고 있는 김동수란 친구하고, 영화 찍는 장두일이 오기로 했어.”
“유영수 란 사진작가는 안 오시나요?”
김현미는 뜨겁게 와 닿던 방갈로의 사내를 지워 버리고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영수? 아 문요섭 그 친구도 오지. 그 친구는 왜 가끔 가명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어.”
재떨이는 응접 테이블에 있었다. 남편은 응접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담뱃재를 떨어 놓고 다시 욕실 문턱에 기대며 빙긋이 웃었다.
“제가 알기로는 포르노 사진을 찍을 때는 유영수란 가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현미는 남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자신의 나신을 바라보았다. 정성껏 양치질을 하다 보니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양치질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 스케줄은 남편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은 다음에, 나이트에 가서 가볍게 춤을 추는 일정으로 끝이 난다.
“그래, 맞어. 그 친구 자존심에 포르노 작가란 말을 듣고 싶지는 않겠지.”
“난 예술 쪽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포르노하고 예술을 구별하지 못하겠어요.”
김현미는 입을 헹궈 내고 세수를 했다. 화장기를 말끔히 지워 버리고 거울을 봤다. 화장을 했을 때 보다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가 생각해도 피부가 더 투명해 보였다.
오늘 저녁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나 가 볼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요란스럽게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초화장에 립스틱만 바르는 거니까,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서 화장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도 잘 몰라, 그래서. 문요섭 그 친구한테 물어 본 적이 있었지. 그랬더니 그 친구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거야. 작품을 보고 성적인 흥분을 하면 포르노고, 미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면 예술 작품이라고 하더군.”
김현미가 젖가슴을 출렁이면서 침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남편이 따라가면서,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후,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정답 같군요.”
김현미는 과연 문요섭 다운 명쾌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며 화장대 앞으로 갔다. 거울 앞에 있는 향수병을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팬티 자락을 활짝 벌렸다. 무성하게 서 있는 음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가랑이를 슬쩍 벌리고 나서 그 안에 향수를 뿌렸다.
“거기 향수를 뿌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하고 싶군.”
“침대로 갈까요.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잖아요?”
김현미가 팬티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남편과 낮에 섹스를 해 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향수를 뿌린 꽃샘이 아스라하게 흥분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저녁에 하지. 하지만 한 번 만져보고 싶군.”
남편은 김현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팬티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언제나 느끼는 감촉이지만 무성한 치모 안의 늪은 따뜻한 온기에 젖어 있었다. 그녀가 헉! 하며 가벼운 신음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뒤로 빼는 것을 느끼며 슬쩍 손을 빼냈다.
“당신의 손은 언제 느껴도 부드러워요. 마치 새의 깃털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당신이 만약 피아노를 쳤다면 크게 성공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라구요.”
김현미는 갈망에 찬 시선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나서 거울을 봤다. 목덜미와, 양쪽 귀 뒤에 향수를 뿌리고 나서 겨드랑이를 들어 올렸다. 겨드랑이 털을 깎을 때가 되었는지 박의 속살 같은 하얀 피부에 검은 점이 깨알처럼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도 향수를 뿌리고 나서 스타킹을 찾았다.
“내 손가락이 부드러운 것이 아니고 당신의 그곳이 민감해서 일거야.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금방 축축하게 젖어 버리잖아.”
남편은 사랑하는 눈빛으로 김현미를 바라보고 나서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름날 의 늦은 오후 햇살이 수평선을 쪽빛 바다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수평선 끝자락에 서 어선이 파도와 숨바꼭질 하는 것을 바라보며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그럴지도 모르죠…….”
김현미는 말꼬리를 흐리며 한 쪽 발을 화장대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눈 아래로 적당하게 살이 찐 넓적다리가 보였다. 그 밑으로 매끈하게 빠진 다리가 적당한 크기의 엉덩이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스타킹은 안 신는 것이 좋지 않겠어? 당신은 피부가 흰 편이라 스타킹을 신으면 오히려 아름다움을 감추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수평선을 바라보던 남편은 생각 없이 김현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타킹을 신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이 무릎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 몹시 아름다워 보여서 한마디 했다.
“그럴까요?”
김현미는 왼쪽 발의 허벅지까지 끌어올렸던 스타킹을 돌돌 말아서 끌어 내렸다. 남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김현미는 푸른색 투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허리 부분에 살이 찐 것 같다고 생각하며 숨을 들어 마시고 재킷의 자락을 팽팽하게 당겨 보았다. 배가 훌쭉 해지면서 허리의 윤곽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그러나 옷자락을 놓는 순간 역시 허리 살이 튀어 불거져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옷을 입지 말고 원피스를 입어 보지 그래. 당신한테는 기장이 짧은 원피스가 잘 어울리잖아.”
이미 양복 정장을 입은 남편은 시계를 봤다. 제주에 세미나 차 내려온 문요섭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미소를 뛴 얼굴로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 속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김현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옷이 줄어 든 건지. 아니면 제가 살이 쪄서 그런지 허리 살이 부쩍 쪄 버린 것 같아요.”
김현미는 옷장에서 브라운 톤의 원피스를 꺼냈다. 그 옷은 남편이 파리에서 사 온 것으로 가슴 라인이 깊게 파인 옷이었다. 우선 옷을 입어 보기로 하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 입어 보았다. 어깨 쪽 라인이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한결 체격이 작아 보였다. 그러나 허리를 숙이니까 젖가슴이 거의 노출되고 있었다.
“그래 그 옷이 좋겠어?”
남편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 친구들 모임인데 너무 야하지 않을 까요?”
원피스는 실크로 된 것으로 종이 보다 더 얇은가 하면 속이 거의 보일 정도로 투명한 천이었다. 도톰하게 튀어나온 젖꼭지 정도야 브래지어를 하면 감출 수 있다지만 팬티가 문제였다. 옷이 너무 꽉 조여서 팬티의 가장자리에 달린 레이스까지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서, 남편을 쳐다보며 다시 옷을 벗으려 했다.
“당신은 젊어. 젊다는 것이 뭐야. 젊은 육체를 자랑 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거잖아.”
남편은 아내가 평소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뭇 심벌들의 시선이 와 닿는 것을 은근히 즐겼다. 김현미가 옷을 벗지 못하도록 말리며, 거울 앞으로 가서 그녀의 몸매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보라구. 이 옷은 당신 같은 여자만 입을 수 있는 옷이야. 다른 여자는 이런 옷을 입고 싶어도 입지 못해. 그러니까 이 옷을 입고 가도록 해.”
“하지만 무릎길이가 너무 짧아요. 의자에 앉으면 팬티가 다 보일걸요.”
남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김현미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스커트가 허벅지 위 가치 치켜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상체를 반듯하게 세웠다.
“무릎을 꼬고 앉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